'종영드라마/뿌리깊은 나무'에 해당되는 글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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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12.15 '뿌리깊은 나무' 고개숙인 세종, 그 리더십에 열광하는 이유 (13)
  3. 2011.12.09 '뿌리깊은 나무' 세종의 시나리오가 배출한 최고의 배우는? (19)
  4. 2011.12.08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 울음바다로 만든 한석규의 미소 (6)
  5. 2011.12.03 '뿌리깊은 나무' 세종-정기준의 끝장토론, 어떻게 설득할까? (16)
2011.12.16 10:41




소이, 덕금, 목야가 납치되었음을 알고 고심하는 세종, 글자로 인해 또다시 자신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 것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세종을 잡아준 이는 채윤이었지요. 누구보다 소이의 안위에 애간장이 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채윤이지만 세종을 탓하지 않지요. 소이를 지키지 못한 자신때문이라며, 세종에게 전하의 길을 계속 가라는 채윤이었습니다. 혁명과도 같은 글자는 강채윤에게도 목숨을 걸고 지킬 그 무엇이었습니다. 소이가 원하는 길이라는 것, 또한 강채윤이 처음으로 가져 본 대의라는 것, 희망의 씨앗이었습니다.
거지들을 죽여버리고, 아이들에게 죽음을 부르는 노래라고 글자가 퍼져나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살인병기 윤평, 글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수거하고 나인들을 납치해 밀본산채로 데려갔지요. 소이가 해례라는 것을 아직은 알지 못하는 정기준은, 글자의 유포를 막았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나 밀본내에 불고 있는 배신의 그림자는 피바람을 예고하며 밀본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심종수와 이신적의 동상이몽은 정기준을 몰아내고 밀본의 수장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각각의 명분으로 등을 지고 맙니다. 삼봉 정도전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며 밀본의 차기 수장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심종수, 밀본이라는 붕당의 수장이 되어 재상총재제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라는 제안을 받은 이신적, 대의와 명분은 욕망이라는 덫에 걸린 채 서로를 향해 칼부리를 겨누고 있으니, 이 상황을 지켜보는 정기준이야말로 가장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밀본과 글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도담댁과 한가놈(조희봉)의 충정어린 호소는, 정기준으로 하여금 큰 결심을 하게 할 듯 보이더군요.
재상총재제의 구현이 조선 정치체제의 안정을 위한 삼봉 정도전의 이상이고, 한 사람의 왕에 의해 나라의 명운이 좌지우지되는 것보다는, 현명한 다수의 사대부들이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 백성들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는 삼봉의 유지를 받들어야 하지만, 정기준은 기필코 글자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글자는 말이다, 이도와 내가 서로의 생각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난 역사를 놓고 벌이는 이도의 이 위험천만한 장난을 두고 볼 수는 없다. 정치를 하는 자가 백성을 두고 어찌 될지도 모르고, 자신이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시험을 해보려 하다니, 기껏해야 50년도 다스리지 못하는 일개 왕따위가!!!".

정기준의 말은 현재의 우리가 듣기에는 한참이나 잘못된 생각이지만, 당시로서는 지식인의 고민이었고, 무게였을 겁니다. 정기준에게는 글자를 막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백성과 역사에 대한 책임이었습니다. 글자로 인해 벌어질 혼돈을 방지하자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백성에 대한 걱정이었고, 역사에 대한 책임부분이었지요. 글자가 무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에, 글자도 일종의 체제속에 있어야 한다는 사고관이지요. 글자에도 하늘과 땅, 상하 질서계급을 부여한 철저한 성리학적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었죠. 
정기준이 말은 다른 의미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이 국민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그 역사적, 정치적 책임부분에서 진지한 고민보다는, 특히 실적위주의 정치를 펴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말입니다.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려는 분들보다는 정기준의 고민이 오히려 진지하게 들리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정기준과 이도는 글자가 가질 역사적 가치와 백성의 희망이라는 부분에서 생각의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백성에게 이로운 것에 대해 같은 무게로 고민하는 지식인들이라는 점에서는 화해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심종수의 하극상의 칼 역시 정기준에게 충격이었겠지만, 심종수의 말은 정기준이 글자를 막는 것에 급급해 간과한 것을 곱씹어 볼 여지를 주기도 했지요. 
밀본은 말 그대로 하극상으로 칼부림이 나기 일보직전입니다. 예고편을 보며 심종수가 조선의 선비다 라는 말로 비장한 결심을 하는 장면이 보였는데요, 정기준을 치기 위해 칼을 드는 것 같더군요. 어제의 동지가 오늘 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하는 것이 바로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정기준은 세종에게 백성의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글자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정작 정기준은 권력의 욕망 앞에 부서지고 배신하는 밀본원들을 보게 되지요. 박쥐형 이신적의 욕망, 사대부의 대의라는 말로 명분을 세웠지만 심종수 역시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꿈틀거리는 인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욕망이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 겠지요. 대의와 명분이라는 이름으로 눈가림한 사대부 기득권층을 위한 욕망인지, 진심으로 백성을 향하는 욕망인지 말입니다.
정기준이 하극상의 칼을 받고 경악하는 시각, 세종은 이신적을 만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적 담판에 나섰지요. 노련한 정치 100단들의 허허실실 대화는 소름끼치게 흥미로웠던 장면이었습니다. 안석환이라는 중견배우의 내공과 한석규의 미친연기력이 추위도 녹여버릴만큼 숨막히게 하더군요. 본심들을 감춘 웃음이 서로 어떤 의미인지를 다 알면서도, 내숭으로 눙을 치는 두 사람의 독대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겪은 고수들의 한판이었죠.
전하의 길을 가라는 채윤의 응원에 탄력받은 세종, 이신적을 쥐도새로 모르게 가마에 태워 와 술상앞에 마주합니다. 세종에게도 이신적에게도 철저한 보완이 필요했기에, 007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말이지요. 초반에는 쓸데없는 말로 분위기에 흥을 돋구지요. "내 치세를 어떻게 보시오?", 이런 것을 질문이라고, "태평성대지요...". 다 신료들 덕분이오, 우상도 고생많으셨소. 술한잔 기꺼이 하사하는 세종, 우상이 술을 마시기도 전에 간이 콩알만해지는 질문을 던지지요.
 "밀본이시오?". 세종 정말 화끈하십니다! 우상 이신적 속에서는 간이 철렁 소리를 냈지만, "소신이 어찌..", 애매모호한 답을 하지요. "아이고, 농이요". 다 알고 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이신적을 가지고 노는 세종, 밀당의 고수였죠. 얼랬다 달랬다 사탕물리고 옆구리 차고, 아무튼 세종대왕 짖궂기도 하셔라~

그리고는 강도높은 질문에 들어가지요. "밀본의 가장 큰 대의가 재상총재제인데 어찌 그걸 거부하셨소?". 집현전과 글자를 두고 거래를 했다가 협상당일 결렬되고 말았던 일을 끄집어내는 세종이었지요. 영리하게 세종은 우상이 빠져나갈 쥐구멍 하나는 만들어 줍니다. "아, 우상이 밀본이라는 가정하에 말이오". 일종의 오프 더 레코드에 해당되는 세종의 영리한 수였지요.
이신적도 세종이 자신이 밀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 듯 보였지만 능란하게 받아 치지요. 밀본이라고 가정하고 답을 올리겠다고 말이지요. "그것은 내부에 의견을 달리한 자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는 본심을 숨기지 못하고 끙끙 앓던 속풀이까지 하지요. "소신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무엇이 재상총재제보다 우선할 수 있겠습니까? 어쩔 줄 몰라 미치겠습니다". 이신적의 말에는 글자반포를 양보해 주고 재상총재제를 관철시켜, 재상의 자리에 앉겠다는 야무진 꿈을 깨버린 정기준에 대한 원망이 들어있었지요. 밀본에 분열이 생긴 거냐고 묻는 세종, 이신적 아차 걸렸구나 싶어 또 안절부절 눈이 팽글팽글 튀어나올 지경입니다. 요럴 때는 웃어주는 것이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특효약이죠. 우상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 몰랐다고 세종 껄껄껄 웃어보이지요.
세종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지요. 밀본에게 자복하고 나와서 토론하자고 했는데, 왜 우상은 자수를 안했냐며, 아~주 부드럽게 물어 주시지요. "믿음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전하를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을까? 무인정사때 삼봉선생이 참혹하게 죽은 후 역당으로 낙인 찍힌 세월이 수십년입니다. 그 긴 세월의 기억을 하루 아침에 잊고, '소신이 밀본입니다' 라고 나서기에는 불안한 것이겠지요".
"경연장에서 광평을 죽인 것에 대한 죄를 묻지 않겠다, 또 밀본을 붕당으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보다 더 믿음을 줄 수는 없소이다", 요지는 이렇게 많이 양보하고 참아줬는데 뭘 더 내놓으라는 것이냐고 돌려말하는 세종이었습니다. 이신적의 대답도 만만치 않았지요. 전하는 최선을 다했지만, 인간의 뿌리깊은 불안을 달래주지는 못하셨다고 받아치지요. 그 불안감을 달래줄 수는 없으니, 그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떠보는 세종이었지요.
세종도 영리하지만 이신적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또 쥐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이신적이었지요. "소신 멍청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못알아 듣겠습니다". "이런 답답한..." 세종의 너털웃음 웃음 뒤에는 이런 마음을 숨겨버리더군요(허, 요놈 봐라, 목숨줄 길게 붙들고 살고 싶다 이거지?). 짧은 순간 일그러지는 입모양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더군요. 한석규의 세심한 연기는 입술이라고 예외가 없더라고요. 입속의 혀까지도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는 듯 보였고 말이지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싹하게 무섭기까지 한 입모양에서는, 이신적을 한 대 치고 싶어하는 세종의 심정마저도 느껴졌으니 말입니다. 
의미없는 헛웃음으로 대화를 정리하는 세종, 그러면서 한말씀 콕 찔러 오줌 잘금거리게 만들어 버리지요. "우상께서 이리 그럴 듯하게 얘기하시니, 내 우상대감이 밀본인 줄 알겠소". 하하하. 이신적 술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을 겁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냐', 뭐 이런 심정이었겠죠.
밀담은 끝났고 먼저 나가는 우상, 그냥 돌려보낼 세종이 아니었지요. 진짜 본론이 남았는데 말입니다. 이신적에게 빼도박도 못하게 세종이 쐐기를 박아버리지요. "정기준을 넘기시오". 크헉...심장이 쪼그라지게 하는 세종의 말에 이신적의 눈이 튀어 나오더라죠. 세종의 말인즉슨 정기준을 넘기고, 스스로 밀본임을 자복해서 밀본의 수장이 되어 조정에서 재상총재제를 주장하라는 폭탄제안이었습니다. 불안해서 믿지 못하겠다면, 스스로 그 믿음을 만들어 보라는 말이 이것이었죠. 붕당의 수장이 되어 과연 세종이 어떻게 나오는지 직접 경험하고 믿어보라고 말입니다.
다른 의견이라 하여 대역으로 몰지 않겠다, 자신과는 다른 정치관을 가진 붕당이라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세종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밀본입니다. 개미새끼 한마리도 조정 앞마당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세종이 대역조직인 밀본마저 품겠다는 것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었죠. 이신적에게 붕당의 깃발을 들고 나오라고 제안한 것은 두가지의 노림수가 있었죠. 하나는 정기준의 소재를 알아 정기준과 담판을 하고, 소이를 구하기 위해서 였지요. 또 하나는 밀본이 스스로 와해되든지, 명분을 가진 정치세력으로 커가는 기회를 갖든지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와해되는 밀본, 배신에 배신이 겹치는 상황에서 정기준의 생각은 어떻게 변할까가 가장 궁금한 대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상상해 왔던 시나리오를 내일 올릴 예정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

오늘의 보너스 장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정인지가 최만리를 설득하는 장면에서 마구마구 웃었답니다. 정인지와 최만리가 동갑이라죠. 일찍 곰삭아 버린 최만리가 놀림받을 때마다 자네 편들어줬다고 생색내는 정인지가 웃음 하나 터뜨려 주지요. 자기가 동안인 것이지 최만리가 노안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말이죠. 최강의 동안 정인지, 최강의 노안 최만리 두 동기동창생의 대화가 은근 웃겼습니다.
워낙 근엄한 최만리대감, 생전에 웃어는 봤을까 싶은 표정인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결국 웃음을 터뜨리시기는 하더라죠. 그것도 근엄한 웃음이기는 했습니다만.ㅎㅎ 물론 역사에도 나와있듯이 최만리는 끝까지 한글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만리의 생각을 고집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당시 사대부들의 사고방식이 하루아침에 깨지기는 쉽지 않았겠죠. 생각의 틀을 깬다는 것, 그게 항아리 깨듯 쉬운 것이라면, 역사는 수백번도 하루아침에 바뀌고 새로 쓰이고 했을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더딘 걸음일지라도 역사는 바뀌어 왔고, 새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역사가 새로 쓰이는 그 순간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그 자리를 지켰다는 것입니다. 소이와 강채윤, 그리고 세종이라는 위대한 인물처럼 말입니다. 국가적으로 큰 일들을 앞두고 있는 지금, 어쩌면 우리가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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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5
  1. 2011.12.16 13:0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구윈 2011.12.16 13:27 address edit & del reply

    안석환씨의 연기도 명품이더이다

  3. 사자비 2011.12.16 17: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아요. 뿌리깊은나무는 그런면에서 명작중에 명작인거같아요. 그리고 그 명작의 리뷰가 보고 싶을때면 초록누리님 블로그로..ㅎㅎ

  4. spidey 2011.12.16 21: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 분들 표정연기가 살아있네요. ㅋㅋ

  5. ^^ 2011.12.16 21:56 address edit & del reply

    정기준의 생각은 한심하다기 보다는...

    지식인의 사고의 맹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정기준, 세종 모두 천재형 인물이지만,

    세종은 당대의 세계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는 회의와 사고 속에서 가치관을 정립시켜나간 것에 비하여,
    정기준은 당대의 세계관에 얽매여 좀 더 먼 곳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언급하신대로 '백성이 우매하다'는 정기준의 생각은 당대 사대부 및 선비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을 테니까요..

    정기준의 매력은 정말 머리좋고 똑똑하고 훌륭한 가치관을 가진 지식인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는 것이고, 이러한 점은 세종과 비교되면서 극명하게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뿌리깊은 나무... 정말 완성도 높은 드라마인 것 같네요.. ^^

2011.12.15 10:38




대신들과 집현전 학사들을 소집한 세종은 세가지 사안으로 대신들과 학사들을 놀라게 했지요. 황망스럽게도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정수리가 보여서는 안되는 군왕이 대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대신들 모르게 은밀히 글자를 창제하고 있었노라 고백하며, 죽은 집현전 학사들과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이 비밀조직 천지계원이라고 밝히며, 비밀리에 추진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사죄하는 세종이었지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함께 고개를 숙였네요. 그리고 얼마나 영리한 사죄였는지 무릎을 쳤습니다. 세종은 은밀히 글자를 창제했다는 것을 과오로 인정했을뿐, 영리하게도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습니다. 감히 임금이 고개를 숙이니 대신들이 몸둘 바를 모르고 당황하지요. 세종의 영리한 기선제압 책략이었죠.
참, 책략이라는 말이 나와서 덧붙이는데, 까칠귀여운 조말생 대감이 이번 회도 깨알웃음을 주었지요. 정인지도 은근 귀여운 매력이 있는데, 두분의 선문답같은 대화에 빵터졌네요.
세종은 밀본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지요. 밀본지서의 내용이 아니라 밀본에 가입한 밀본원들이 신분노출에 위기를 느끼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밀본원으로 결속되고 있지만, 실상 내부에서는 와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는 집현전과 글자반포를 두고 거래가 성사되었지만, 공식 합의를 하기로 한 바로 그날, 갑자기 이신적이 돌변해서 반대를 했던 것에서도 유추가 되었던 것이었지요.
"밀본은 분열된 것이요", 깨소금 맛이라는 듯 웃는 세종의 표정이 살짝 귀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균열의 가능성을 가지고 책략을 만들자며 조말생을 쳐다보는 세종, 그런데 조말생이 놀란 토끼눈을 뜨고 물어보지요. 어떻게 만들거냐고 말이지요. "엥! 아니 여태 뭘 들었소. 그렇게 하자니까." 무휼에게도 못 알아들었느냐고 재차 확인하는 세종, 무휼은 알아들었다고 하는데 진짜 알아들었는지, 요즘 무휼의 넉살이 늘어가서 말이지요. "그러면 그런 식으로 하자"며 자리를 뜨는 세종이었지요. 세종 한석규가 그 장면을 찍고 나가면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하며 웃었답니다.
뭘 어떻게 하라는지 감을 잡지 못한 조말생 대감, 정인지를 붙들고 알아들었냐고 넌지시 물어보지요. "예, 대충...". 전하께서는 원래 저러시는가?". "예, 가끔...". 정인지도 알아들은 눈치는 아니더구만, 대충이라고 얼버무리는데, 세혼자 왕따인 것같아 답답한 조말생 띠융~, 그저 눈만 껌뻑이지 못하고 멍해져 버리지요.
세종이 어찌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시겠습니까? 저들을 이간질시켜서 지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꼴좀보자는 말을 말이지요ㅎ.
그런데 나중에 최만리를 만나 심종수에 대해 예의주시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제대로 뜻을 알기는 했나 보더라고요. 고지식하고 찜찜한 것은 마음에 두지 않고 직설적으로 묻는 성격의 최만리 대감이, 심종수에게 "너 밀본이냐?"라고 묻는데, 그 뒷말에 '최만리 대감 짱이야!' 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려줬답니다. "너 밀본이라면 내 집현적 학사들을 죽인 죄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야!" 한마디로 네 놈이 밀본이면 네 손에 죽을 줄 알라는 경고였으니 말이죠.
최만리는 비록 글자창제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지만, 누구보다 집현전을 아끼고 그의 철학과 학문에 충실한 인물이기에 미워할 수 없는 적(?)입니다. 성삼문과 박팽년이 글자창제에 가담한 인물로 밝혀져 그들의 몸에 문신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자 의금부에서 추포령이 내렸을 때도, 진관사에 가서 몸을 숨기고 있으라고 보호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시 세종으로 돌아가서, 여튼 대신들과 학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세종은, 정치적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광평대군은 밀본이 살해한 것이 아니오. 과인의 과오에서 비롯된 일이니, 밀본에 대해서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밀본은 나와는 다른 정치관을 가진 붕당으로 인정할 것이오". 와우 역시 큰 인물 큰 그릇 세종, 멋진 분!!! 
들었나? 정치관이 다른 붕당이라잖소. 다른 정치관 다른 의견을 가졌다 하면, 죄다 빨간색으로 몰아가고, 좌측정렬시키는 편협한 분들 말이외다. 눈 좀 크게 뜨고 귀 좀 열고 좀 보고 들이시오, 제발!!!! 목구멍에서 아주 이런 말들이 치밀어 올라서 참을 수가 없네요. 
조말생 대감이 가만있을 분이 아니죠. 강상의 도를 어긴 대역죄인들을 처벌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목청을 높이지요. 세종 조대감의 말을 조용히 묵살해 주시면서 세번째로 넘어가지요.
"제안". 요지는 밀본은 밀본이라고 떳떳히 밝히고, 조정 앞마당에 나와서 토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얼굴도 뵈주지 않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세종의 제안은 제안이라기 보다는 협박같아 보이기도 했더라지요. 정말인지 모르겠지만, 내 손에 몇몇 밀본원들의 명단이 적힌 투서도 있다고 겁을 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이신적의 눈이 팽글팽글 돌면서 어찌나 겁을 내고 있던지, 그 자리에서 경기일으켜 쓰러질까 겁났답니다. 안석환, 참 연기 잘하는 분이에요^^. 
세종의 큰 포용력은 다음 말에서 또 확인이 되었지요. "왕이 오죽 부실하면 과인의 뜻과 다르다 하여, 강상죄로 몰겠소?" 임금의 뜻과 다르면 무조건 대역죄를 씌우는 것에 대한 일침이었고, 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나를 찌질이 임금으로 만들지 말라고 영리한 수로 밀본을 품어버리니, 대신들조차 할말없게 만들어 버리는 세종입니다.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급진주의니, 좌파니 하며 몰아가는 우리 정치판에서 꼭 들어야 할 말입니다. 세종의 포용은 그들을 자기시력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나의 의견으로, 정치적 입장으로 존중하겠다는 겁니다. 반대없는 정치가 민주정치는 아니지요. 무조건 좋은 것이니 알려고 하지말고 따르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반민주적 사고방식아니겠습니까?

조말생 대감처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토끼눈 뜰가 우려된 세종, 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밑줄 쫙 정리하고 넘어가지요. "과인은 글자를 반드시 반포할 것이고, 고맙게 대신들이 수행해 준다면 이레 뒤에 광화문 앞에서 백성들과 함께 반포할 것이오". 글자를 반포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자 대신들 땅이 꺼지게 한숨입니다.
그리고 밀본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 주지요. 밀본이 붕당을 만들어 반대를 하고자 한다면, 반포전날까지 조정 뒷마당도 옆마당도 아니고, 꼭 앞마당으로 나오시오. 만일 나오지 않고 쥐새끼들처럼 숨어있다가 반포당일 반포를 못하게 해코지를 하거나, 과인에게 밀본원임을 들킨다면, 그 이후에 생기는 모든 일은 니네들 책임이다! 이상.

밀본의 움직임이 바빠졌지요. 분열과 와해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심종수와 이신적이 각각 다른 마음으로 해례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그 칼끝이 정기준을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궁녀들이 해례를 빼돌려 유포하고 있다고 뒤늦게 눈치챈 정기준이 나인들의 행방과 조지소, 인쇄소 등을 뒤지고 결국 꼬리가 잡히고 말았지요. 초탁을 공격한 윤평을 피해 끝수의 수레를 타고 나인들의 은신처로 왔으니, 나 잡아가쇼가 돼버렸지요.
그런데 나인들과 해례를 찾는 이신적, 심종수, 정기준이 각기 다른 꿍꿍이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정기준파, 이신적파, 심종수파로 나뉘어 나인생포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태평관의 청위까지 가세에 일이 삼파전 사파전이 되고 있는 양상이지요.
밀본이 와해될 것은 이미 시작부터 감지되었던 일입니다. 삼봉의 대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기득권싸움으로 변질되어 갔고, 글자를 막겠다는 이유로 자행된 방법들은 이미 성리학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으니 말입니다. 세종의 백성을 향한 명분 앞에 정기준과 밀본의 대의가 명분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죠.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 명분과 대의, 이상의 크기가 달랐기 때문이었죠. 정기준의 여전히 큰 바다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글자를 막으려 하는 정기준의 성리학적 대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도에게 성리학 위에 글자를 두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는 글자를 막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도와 화해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불씨의 일대기를 펴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견고한 자기만의 틀속에 갇혀버렸지요. 백성들이 쉽고 익숙한 것부터 글자를 익힌 다음의 것을 보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만것이에요. 글자를 익힌 백성이 삼강오륜을 배우는 것은 더 쉬울 일이며, 성리학적 질서를 깨닫는 길도 가깝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지요.
글을 익힌 사대부조차도 5만자나 되는 한자를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음과 훈을 쉬운 글자로 표기해 둔다면 한자를 익히는 사대부들에게도 좋을 일이요, 까막눈 백성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정기준은 불씨일대기를 찍었다는 이유로 글자가 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미 역병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글자지만, 해례가 중요한 것은 글자의 창제원리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메모리 저장탱크 소이의 머리에는 발음원리와 글자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들어있지요. 스물여덟 글자의 창제원리와 소리내는 방법, 초성 중성 종성이 어떻게 이루어져 글자가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발음하는 지에 대한 것들이 들어있기에 중요합니다. 나인들도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은 알지만, 종합적인 정리자료는 소이의 머리속에 들어있기에 나인들 중에서도 소이는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이가 해례라는 것을 알게 된 채윤까지 꼬리잡기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예고편을 보니 개파이가 채윤과 한판 뜰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동안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했던 무술서열이 곧 정리가 될 듯도 한데, 우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급 우울입니다. 목숨이 위험한 소이, 개파이와 강채윤이 누가 우세할지 모르지만, 채윤이 밀릴 것같아 강채윤도 걱정, 이쯤되니 누군가 하나 죽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그림자가 엄습해 와서 말입니다.ㅜㅜ 죽이면 작가들 미워할거얌!!
뭉클했던 것은 세종이 강채윤에게 허락을 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글자가 쓰이기 위해서는 반포와 유포 두가지 방책이 필요하다고 한 대목에서 입이 벌어지게 하더군요. "반포는 내가 맡을 것이나 유포는 소이가 맡아야 할 것이다. 위험한 일이니 네가 지켜줘야 한다". 유포와 반포가 완수되면 소이를 데리고 떠나라며, 그 때까지는 소이를 내 사람으로 남겨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요. 세종과 소이는 설사 이 일을 하는 중에 누구 하나 죽더라도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라고, 비장한 약속을 했지요. 소이가 "그 일을 하다가 위험에 처하거나 죽는다 하더라도 자기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걸리네요.

대신들 앞에서 고개숙이는 임금, 자신의 독단에 대해서 만큼은 진정으로 사과하고 할 줄 아는 임금 세종은 잘못을 권위로 누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학사들을 죽인 것에 본인의 과오때문이었다며, 정치적 보복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밀본 역시 그가 품어야 할 백성의 한 조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정치관이 다르다하여, 역적으로 몰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고개숙여할 부분에서는 과오를 인정하고, 품어야 할 백성은 자식을 잃은 슬픔마저 누르고 품습니다. 설령 죽음이 그 일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백성을 위한 글자반포를 멈추지 않겠다는 세종이지요. 세종의 정치철학이 민본과 애민임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결정체인 한글의 창제와 반포과정을 통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세종의 백성에게로 가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경영과 정치를 회사경영쯤으로 생각하는 분들과는 다른 리더십입니다. 독단과 독주가 아니라 반대의견에는 귀를 열고, 끊임없는 자기검증을 통해 실효성과 필요성을 확인하고 묻는 자세는 정치지도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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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5 11:1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박씨아저씨 2011.12.15 11:14 address edit & del reply

    오~ 댓글 달았는데~ 댓글이 없어져버렸네요~

  3. 빠박이 2011.12.15 11:37 address edit & del reply

    요새 이드라마 보려고 일찍 들어오는데
    곧 끝난다고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

  4. 푸른소 2011.12.15 11:45 address edit & del reply

    세종 그분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임이 분명합니다.
    허나 그 미래 한가운데 서있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씁쓸하네요...
    가장 높은 자였으나 가장 낮은 자의 마음으로 일하셨던 그분...정말 존경합니다....

  5. 에바흐 2011.12.15 12: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다소 밀도가 떨어진 어제자 방영분이었지만.
    고개숙인 세종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어요..ㅠㅠ

  6. 달려라꼴찌 2011.12.15 13:56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내년 대선에는 이런 지도자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옵니다 ^^

  7. 여왕의걸작 2011.12.15 14: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어제는 전화기를 붙잡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만 익히고 갑니다.
    전화 한 번 울리면 중도에 끊기도 애매하고
    아무리 대화를 해도 끝이 안 보이니..ㅜㅜ
    오늘은 정청해야쥐..ㅋ

  8. 지후니74 2011.12.15 15: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우리 정치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대통령이 언제나 우리 앞에 나타날지 ~~~

  9. 달빛 2011.12.15 16:43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요즘 사는 재미는 뿌리깊은나무죠 ..또한 초록누리님의 글도 꼭 읽습니다. 세종- 한석규 좋아요!! 다음주에 끝난다니 무척 아쉽네요~~

  10. 주리니 2011.12.15 17:58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는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잠깐 인터넷 뉴스로 본 기억이 나요.
    시사하는 부분이 많단 생각입니다, 오늘은 꼭 봐야겠네요.

  11. 방랑객 2011.12.15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여러분 미안합니다~ 방송상으로 마지막에 강채윤은 죽어요~~~~~~~~~~~~~~~~!!!

  12. Cashew Nuts Shelling Machine 2012.02.22 11:59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 대통령이 언제나 우리 앞에 나타날지 ~~~

  13. pellet mill 2012.03.22 17:40 address edit & del reply

    이것이 내가 본 것 중에 최고 TV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2011.12.09 08:46




감독 및 시나리오까지 맡은 세종의 한글반포를 위한 연극이 성공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정기준의 뒷통수를 야무지게 후려치고, 지금 각 지방의 인쇄소와 주자소에서는 훈민정음으로 만들어진 책이 대량으로 찍혀 나오고 있지요. 책뿐이 아니지요. 발없는 글자가 노래가 되어 역병처럼 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윤평이 소이와 나인들이 충청감영에 가지 않았음을 보고해, 정기준이 세종의 연극을 눈치채 어떤 일을 벌일 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지요. 아무래도 소이와 강채윤에게 위험이 닥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표정이 초지일관 가면같은 반쪼가리 윤평이 소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쬐끔 귀엽기도 하더군요ㅎ.

세종과 정기준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는데요, 밀본에서 움직임이 없어서 오히려 폭풍전야같이 느껴집니다. 정기준이 "글자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모든 살인마저 용인한다"고 했던 말이 섬찟해서 말입니다. 다양한 변수들이 있지만 이신적과 심종수가 배신을 때릴 것같은 생각이 들어 정기준의 신변에도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아들 광평대군(서준영)을 잃은 참담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광분하는 세종을 일으켜 세운 이는 강채윤이었지요. 그날이었습니다. 강채윤은 죽음 앞에서도 버리지 않았던 광평대군의 세종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았고, 글자를 보았고, 글자를 처음 익혔지요. 아버지 석삼의 이름자를 써서 그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내밀었던 날, 채윤은 처음으로 복수가 아닌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소이가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 일, 소이와 글자를 지키는 것은 채윤의 하고 싶어진 일이었지요.
세종은 그날 채윤에게 이렇게 말을 했었지요. "넌 내 일이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 똘복이어야 한다. 윗것들 싸움보다는 그냥 백성으로, 한 사람의 백성이 윗것들 싸움을 어찌 보고 판단하는지, 그것을 알아야 겠다"라고 말이지요. 채윤은 그날 세종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윗분들의 일이 우리를 죽이는 일인지, 살리는 일인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광평대군의 죽음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세종을 보고, 채윤은 소이를 끌고 나가려고 하며, 전하에게 속은 것이 분하고 참담하다고 독설을 내뱉지요. "짐승새끼한테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 보셨습니까?".
그랬습니다. 세종은 아버지 이방원에게 맞서면서 까지 천민 똘복이를 구했고, 말문까지 닫아버렸던 소이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줬습니다.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아도 될 천한 똘복이와 담이를 구하고 거둔 것은, 그들도 사람이었고, 백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몰라 억울한 백성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없었다면, 글자를 만들 생각도 애시당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세종이 글자를 만들게 된 이유를 돼새겨 준 채윤이었지요.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똘복이가 세종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백성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뭉클했지요.
"백성은 늘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하루 왠종일 뼈빠지게 일해서 자기들 먹을 것 못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었지 않았습니까? 책임지지 않았을 때도 우린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우리도 책임 좀 떠안고 하고 싶은 것 좀 갖겠다는데, 우리도 욕망하는 것 좀 갖겠다는데, 그게 그리 지옥이십니까? 전하는 위선자십니다. 전하는 아주 소심한 겁쟁이십니다". 윗것들 싸움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던 똘복이 강채윤은, 그렇게 세종의 흐트러진 심기를 세워줬던 것이지요.
세종에게 말은 그렇게 독하게 했지만, 채윤이라고 어찌 광평대군의 죽음이 슬프지 않겠어요. 남겨진 광평대군의 신발 한짝을 보며 우는 강채윤, 몰래 광평대군을 추모하는 채윤의 눈물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임금에게 울지말라고 했지만, 채윤은 광평대군이 마치 자신이 지켜주지 못해 그리 비명횡사한 것같아, 세종만큼 아프고 또 아팠던 것이지요.
죽였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광평대군이 궁을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 만감이 교차했을 듯한 강채윤이었습니다. 상처를 입고도 아프다는 말한마디 하지않고, 고통을 이겨내던 광평대군를 업고 도망쳤던 일이 엊그제같은데, 허망하게 가버린 광평대군을 생각하니 채윤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비로소 세종은 정신이 들었고, 결심을 굳히지요. 그리하여 글자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훈민정음(訓民正音),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작가에게 놀라웠던 점은 세종이 훈민정음이라는 글자의 이름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백성(民)을 쓰게 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제목 뿌리깊은 나무의 '백성'을 의미하는 뿌리이기도 한 백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세종의 혼란이 정리되었음도 암시했던 장면이었지요. 백성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글자를 더 사랑했는지 모르겠다는 세종의 고뇌와 혼란을 소리(音), 글자가 아닌, 백성을 먼저 쓰는 모습으로 정리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장면도 세종의 심경정리까지 연결해서 세밀하게 연출하는 작가들과 감독입니다.
세종은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도 글자를 반포할 것이라며, 멋진 시나리오를 내놓았지요. 정기준이 너무나 좋은 힌트를 던져줬습니다. "너의 글자는 역병과도 같은 무서운 글자다". 그렇지요. 역병처럼 빠르고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방법은 기습과 정면공격, 정면공격은 주자소와 지방의 모든 인쇄소에서 훈민정음으로 된 책을 찍어 배포를 하겠다는 것이었죠. 주자소를 급습한 최만리가, "절대로 아니되옵니다" 라며 목에 핏발을 세우지만, 하옥하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 세종이었고요. 
기습공격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했고,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했지요. 문제는 해례를 알고 있는 훈민정음 프로젝트팀원들이 궁밖에 나가서 광평대군이 하던 일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밀본의 눈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었지요. 궁궐 담장까지 밀본이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철저한 보안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소이를 비롯해 궁녀들을 내보내기로 한 세종, 궁밖으로 내보낼 구실은 광평의 소재를 누설했다는 죄목을 씌워 충청감영으로 이첩을 시킨다는 속임수를 썼지요. 궁궐을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는 밀본원들은 이를 잽싸게 정기준에게 알려 밀본의 감시망을 피하게 했던 것이고요. 광평을 살해해 세종을 자극하고자 했던 정기준의 고도의 심리전에 넘어가주는 척했던 것이지요. 멋지게 정기준을 한 방 먹여버린 세종의 역공이었습니다. 
글자반포를 반대하는 집현전 학사들을 싸그리 잡아 옥에 하옥시키고, 광평대군의 죽음에 실마리를 제공한 나인들은 궁밖으로 내쳐버리면서, 궁의 분위기는 살벌함이 감돌고, 마치 이방원의 공포정치를 연상하게 합니다. 우의정 이신적이 좌불안석하는 모습을 보니, 혹시 바지에 실례를 하지 않았나 궁금해지기 까지 하더랍니다.
정기준이 세종의 급격한 변화를 보고받으면서, 자신이 의도하던 대로 되고 있다고 믿게 된 데에는 핵심역할을 해 준 조선 최고의 배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말생 대감(이재용)이었지요. 조말생이 세종의 시나리오에 동참했다는 것은 일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세종은 정기준에 이어 시청자에게도 뒷통수를 제대로 쳐주시더군요. 
사실 세종, 무휼, 채윤, 정인지, 성삼문과 박팽년, 그리고 소이 모두가 배우가 되어 세종의 시나리오에 맞춰 연극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요. 세종이 소이와 채윤을 그리 내칠 것이라고 믿은 시청자는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훤히 드려다 보이는 싱거운 연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종의 시나리오를 명작으로 빛내 준 배우가 바로 마지막 반전의 주인공 조말생이었습니다. 
'이도가 드디어 돌았구나!' 라고, 정기준이 쾌재를 부르며 자신의 생각대로 세종이 움직이고 있다고 오판했던 것은, 조말생이 밀본수사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보고때문이었지요. 조말생은 태종 이방원의 사람으로 칼의 정치에 앞장섰던 인물이었기에, 세종이 밀본을 쓸어버리겠다는 광기어린 분노에 적임자였지요. 세종의 사람이 아닌 뼈속까지 이방원의 사람 조말생이 칼자루를 휘두르는 것에, 정기준은 광평을 잃은 세종이 이성을 잃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조말생이 황희대감과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조말생이 세종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어느 쪽에 서야하는지 고민했던 장면입니다. "상왕께서 돌아가시며, 전하(세종)께서 하시는 일은 반대치 말라 하셨다. 오로지 밀본만 막아내라 하셨다"며 고민중이라고 했었지요.
밀본의 발본색원은 조말생의 과업이며, 그에게 있어 대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밀본수사를 강채윤에게 빼앗기고 강채윤에 대해 앙금도 클 수밖에 없었고요. 밀본수사를 맡겨달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궁에서 내쫒기고 파면을 당해도, 사재를 털어서라도 반드시 밀본을 잡겠다는 조말생이었기에, 소이와 나인들을 고신하고 채윤을 옥에 하옥시켜 버린 것도, 밀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생각하게 했고, 글자와는 관계없이 단지 밀본을 색출하겠다는 집념으로 보여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옥에서 강채윤을 데리고 세종에게 간 순간, 헉! 이런 기막힌 반전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네요. 사실 세종과 채윤, 소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졌는데, 조말생은 밀본색출 업무에 너무나 충실하는 모습이어서 깜빡 속았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채윤을 집으로 불러 이방지의 마지막 임종을 지키게도 했던 조말생이었지요. 이방지 역시 정도전의 사람으로 대역죄인인데도 그를 치료하고 숨겨주었다는 사실에, 조말생의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지요. 여자를 이용해 이방지의 발을 묶었던 비겁한 무사라며, 이방지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남았던 조말생은 그렇게 조선제일검 이방지의 마지막을 명예롭게 보내 주었습니다.
잘 짜여진 세종의 시나리오, 정기준의 뒷통수를 제대로 치고, 감독 극본 연출 제작을 총괄한 세종의 이번 연극작품에서 최고의 연기자는, 조말생대감 이재용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반전의 주인공이었고요. 조말생 대감역의 이재용은 냉정한 모습도 있지만, 귀여운 구석도 많은 분이죠. 경연장에서 세종이 코 앞까지 다가와 말을 걸 때, 허걱!하는 표정으로 깨알 웃음을 주기도 하는 분이죠. 나인들을 고신할 때 차라리 자신이 고신받는 것이 낫겠더라며, "하는 척만 하려니 소신 정말 힘들었사옵니다" 라는데, 진짜 미안해서 죽겠다는 표정이었는데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암튼 이번 연극의 최고 반전 배우 조말생이었습니다. 

세종이 만든 잘 짜여진 연극 한판으로 한글은 역병처럼 조선팔도 골목골목에서 번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를 만들어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소이, 거지들의 각설이타령까지 지금 조선은 글자역병의 씨앗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훗날 역사에, 백성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워주는지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세종의 말이 송곳처럼 찌릅니다. "어차피 그것은 그들의 몫이지 내 몫이 아니지 않느냐, 지금은 그냥 내 백성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한번도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며, 채윤이 양손을 모아 처음으로 예를 취하더군요. "그렇게 결정내려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수많은 번민과 회의, 좌절, 그리고 그의 백성에 대한 믿음 속에 나온 희망의 씨앗 한글,  우리는 그 책임을 잘 지고 있는지, 또한 그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되새겨 보고 있는 중입니다. 세종과 정기준의 예견과 우려대로 백성(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된 지금, 우리는 그 책임을 잘 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글을 주신 세종대왕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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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떼향 가득히 2011.12.09 09:04 address edit & del reply

    조말생 대감 급호감되었습니다.
    매번 놀래키는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향후 몇 년간 이런 드라마 만나기 힘들 것 같네요.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단단하게 입으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 왕비마마 2011.12.09 09:04 address edit & del reply

    최고의 배우가 누구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한분한분 다 연기도 잘하시고
    이 드라마 끝날까 불안하기까지 하다니까요~ ^^;;;

    울 누리님~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

  3. 푸른소 2011.12.09 09:21 address edit & del reply

    채윤의 똘복이 마음이 세종님께 온전히 돌아온 듯한 장면..많이 흐믓했습니다.
    짜식~버럭대기는 해도 진국이긴하지요...ㅎㅎ
    울고 웃으며 어디에 털날지도 모르는 불안감은 사~알짝 있었기도 합니다.^^
    아들을 잃고도 마음을 추스려 대의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신 세종님이었지만...
    그 후의 미소는 왜 그리 허하게 느껴지던지...
    그분이 믿고 넘기신 대의 앞에 우린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누리님 서울은 눈 온답니다...참 예쁘네요....좋은글 고맙습니다....

  4. ♡ 아로마 ♡ 2011.12.09 10: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편은 못봤네요...
    일이 있어서 ㅜㅜ
    재방으로 챙겨 봐야죠..
    수욜거 보면서 예고편 보니까 허걱~소리 나던데...
    이랬군요 ㅎㅎ

    이러니 어째 안보고 베기겠어요 ;;
    보면 한시간이 어째 흘러가는지를 모른다니깐요 ㅎ

  5. 2011.12.09 10:1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선리플 2011.12.09 11:07 address edit & del reply

    후감상~

    누리님 글 기다렸는데 오늘은 일찍 올리셨네요

    오호~

  7. *저녁노을* 2011.12.09 11: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방을 보질않아도...지기님의 상세한 리뷰....
    벌써 파악 다 되었네요.ㅎㅎㅎ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8. 스머프 2011.12.09 11:16 address edit & del reply

    이신적 역활을 맞는 배우도 명연기를 보여줬죠. 그 좌불안석 표정까지는 연륜되면 낼 수 있다지만. 눈을 굴리면서 안절부절하는 연기는 정말 명연기였다고 봅니다.

    다 계산된거겠지만. 젊은친구들은 하기 힘든 연기임은 분명합니다.

  9. 샤로니 2011.12.09 12:01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첨부터 조말생 대감에 은근 호감이 있었는데,어제 방송분보고
    완전 팬 됐습니다~비록 세종대왕님과는 코드가 잘 맞는 분은 아니지만
    광평대군의 죽음에 누구보다 비분강개 하며,파직당하고,사재를 털어서라도
    밀본수사를 하겠다 할때,전율 돌았습니다.이런분이 진정한 보수 아니겠습니까?
    세종대왕님의 히든카드가 조말생 대감이셨다니..정말 말이 안나올지경입니다!!!
    조말생 대감님 멋져부려~~

  10. 냥냥 2011.12.09 12:2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어제 조말생대감 호감이았습니다ㅎㅎ
    글고 저도 세종대왕님께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글을 저희에게 주셔서성은이 망극하옵니다"

  11. 체리블로거 2011.12.09 12: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저분 <열혈장사꾼> 에서 봤습니다.
    거기서도 재미있는 연기를 잘 보여주던데 여기서도 그런가보네요.
    정말 뿌리깊은나무 이번 캐스팅들은 탁월한것 같네요

  12. 존재와시간 2011.12.09 12:3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이전부터 조말생에게 은근 호감 갖고 있었는데, 어제 방송 보고 완전 호감 갖게 되었답니다. ^^
    분명히 조말생은 이 드라마 초기에는 태종 이방원의 사람으로서, 세종 이도와 다른 길을 가는 악당(?)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악당 역으로 나올 때조차, 그저 사리사욕에 미쳐서 마구잡이로 반대파를 숙청하는 인물로는 안 보였답니다.
    악당은 악당이되, 나름 철학이 있고 지켜야 할 선은 지키는 사람으로 보였지요.
    태종이 세종에게 빈 찬합 보낼 때도, 분명히 세종과 다른 생각 갖고 있는 조말생이 기겁하면서 '전하는 안 됩니다' 하고 세종을 해치지 말라고 태종에게 말했었구요.
    어제 방송분 보니까, 역시나 심지가 굳은 인물이고 인간적인 면도 보이더군요. ^^

  13. 달빛 2011.12.09 13:01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글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4. 김미정 2011.12.09 13:08 address edit & del reply

    매주 드라마도 블로그후기도 잘보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호흡이 워낙 빠르다보니 어느새 종영이 다가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벌써 얼마남지않았다니..그저 아쉬울뿐입니다.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무휼과 채윤, 그리고 소이와 나인들..누구도 죽지않고
    마쳤으면 합니다. 채윤과 소이의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쓰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15. 달려라꼴찌 2011.12.09 13: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이 드라마도 얼마 안가 끝난다니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ㅠㅠ

  16. wsre 2011.12.09 13:09 address edit & del reply

    노론전문배우께서 이번엔 드디어 왕의 편에 서셨군요ㅎㅎ

  17. 해피미르 2011.12.09 13:17 address edit & del reply

    채윤의 눈물이 가슴아파 같이 울었었는데 다시한번 광평대군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네요..
    훈민정음.. 4글자 중에 民자를 가장 먼저 썼다는게 새삼 놀랍구요..
    집현전 학사들이 무색한 4명 궁녀들의 소명의식도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특히 조말생 대감의 충정이 가슴깊이 와닿아서 좋은 한 회였단 생각이네요.
    관련 기사 베플에 진정한 보수파라는 얘기가 잘 어울리는 충신이었습니다.
    정치는 책임이라는 정기준의 얘기 또한 곱씹게되네요..
    포스팅을 보니 어제의 감동이 다시 와서 너무 좋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18. 시골아낙네 2011.12.09 15:32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저 드라마 보는재미로 살고있는 아낙입니당..ㅎ
    드라마 잘 안보는 남편도 재방송까지 보고 또 보는 유일한 드라마~^^

    오늘은 날이 정말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행복한 주말 보내셔유~초록누리님^^*

  19. 온누리49 2011.12.09 19: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요즈음은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보질 못하네요^^
    여기서 감상하렵니다....ㅎ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림이 그려진다는...
    좋은 날 되시구요^^

2011.12.08 11:12




광평대군의 죽음을 확인하러 가는 세종의 버선발을 보는 순간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를 시청하는 집에서는 저희집처럼 곡소리가 퍼졌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울음바다였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손이 떨리고, 가슴 한복판이 통째로 도려진 듯한 슬픔에, 정기준에 대한 분노조차 잊어버리고 깊은 슬픔 속에 세종과 함께 광평대군을 보내야 했습니다. 
집현전 학사들에 이어 글자때문에 아들마저 잃은 세종은 급기야 정신을 놓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정말 정신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광기를 누르지 못하는 세종을 보면서, 한석규의 연기력에 감탄하고, 한글에 자부심을 느끼고,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세종대왕에 감사했습니다.
정륜암에서의 세종과 정기준의 토론은 한 치의 양보없는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조선의 앞날에 대한 서로의 신념과 이상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상대를 베기도 하고, 베이기도 했습니다. 토론의 쟁점은 크게 세가지였습니다. 글자란 무엇인가? 글자가 체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새로은 질서 혹은 혼란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에 관한 것이었지요.

1. 글자의 기능, 글자란 무엇인가? 
"우리 글자를 통해 백성들이 쉽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글자의 길(字路)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이는 백성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보기 위함이다. 백성과 소통하려 하는 것이 삼봉의 뜻이기도 하고, 성리학의 이상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터인데 어찌 반대를 하는가. 반대하는 이유가 중화에 위배된다거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냐?"
"중화나 기득권때문이 아니다. 사대부는 신분의 이름이 아니다. 자질과 수양과 능력의 이름이다".
"내 장담하건데 훗날 사대부는 기득권으로 굳어지고 결국 썩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대부가 썩지 않도록 그 욕망을 누가 견제할 수 있겠느냐? 나는 백성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하게 하려한다. 백성이 힘을 가지고 그 권력을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새로운 균형, 세로운 질서, 세로운 조화다. 나의 글자는 그런 새로운 세상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토론의 핵심: 하늘과 땅이 있고, 음양이 있으며, 물이 위에서 흐르듯이 우주만물은 제자리에 있어야 질서가 이뤄지고 조화로운 것이다. 그것이 성리학의 이상이다. 그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글자이다라는 것이 정기준이 생각하는 글자입니다. 이에 세종은 글자를 독점한 사대부가 권력이 되고, 권력을 가지면 지키고자 하고,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커지면, 부패하기 시작한다. 사대부는 부패할 것이다. 하여 모든 사람들이 글자를 아는 세상, 힘있는 백성들을 만들어 그 부패를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지요. 

2. 글자의 역할, 글자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
사대분의 욕망에 대한 세종의 반론과 비판에 정기준은 중요환 화두를 던집니다.
"백성의 욕망은 어찌 다스릴 것인가? 백성의 들끓는 거대한 욕망을 만나면 공포에 질리게 되지, 왜? 그 욕망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그 욕망들이 한꺼번에 풀어지면 세상은 지옥이 될거니까. 그래서 공자와 맹자가 필요한 것이고 주자가 나온 것이다. 모든 종교와 체제이념이 그 욕망을 다스리기 위함이 아니더나? 헌데 너의 글자는그 욕망통제체계를 무너뜨리려 한다. 지옥문을 열고 있는 것이야".
"백성이 글을 배워 삼강오륜을 안다면, 사람의 도리를 알고 성리학적 이상에 더 가까이 갈수있다. 근데 어찌 그것이 지옥이냐?".
"백성이 글을 알면 읽고 쓰게 될 것이며 그 즐거움을 알면 그들은 지혜를 가지게 된다. 사람이 지혜를 가지면 쓰고 싶어한다. 무엇에? 욕망이다. 욕망이란 결국 정치를 향하게 돼 있어. 국가의 정책에 관혀하려 들테고, 나아가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려 들 것이다". (음,,,,정기준 허벌나게 똑똑하구만...)

토론의 핵심-사람들 모두가 글자를 알고 지혜를 가지게 되면 권력을 가지고 싶어한다. 사회는 혼란이 오고 결국  조선은 권력싸움으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3. 역사적 책임, 새로운 질서(혼란)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세종의 백성이 지도자를 스스로 뽑으려고 할 것이다라는 정기준의 청천벽력같은 궤변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맞받아 치지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세종은 생각했을 겁니다. 백성이 임금 혹은 재상을 뽑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테니까요. 그럼에도 세종은 정기준 못지않게 미래를 내다보는 투시안이 있었죠. "백성이 지도자를 뽑는 세상이 왜 지옥이냐?".
정기준 눈 뒤집혀 버리죠.
"동서고금에 그런 무책임한 제도가 어찌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 정치는 책임이다. 유사이래 정치의 본질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 정치는 오직 책임이야(정기준 참 옳은 말했다, 암 책임이지. 오늘날 정치인들도 좀 들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그들의 지도자를 뽑았을 때 그 지도자가 실정을 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그 지도자를 뽑은 백성을 모두 죽여야 하나?".
정기준의 독설이 상당히 무섭게 들렸지요. 지도자를 잘못 뽑은 결과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우리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체 너는 백성에 대한 신뢰가 어찌 그리도 없단 말이냐? 도대체 어찌 그리된 것이야 정기준!!".
"내가 백성으로 살았으니까..저들에겐 희망이 없다. 역사를 발전시키는 건 저 무지몽매하고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군중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몇몇이다".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정말 측은한 일이구나". 세종은 정기준이 너무 한심하고 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레 젓기까지 하죠.

이 대목에서는 저는 정기준이 측은하기보다는 패배주의적인 사고에 젖어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논리에 오류도 보였고 말입니다. 정기준의 오류란 해보지도 않고 불신부터 했다는 겁니다. 백성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어떻게 그들이 변하는지 보지도 않고, 체념과 비관부터 했다는 겁니다.
무지하기에 백성들에게는 논리가 부족했고, 무지하기에 힘 역시 가지지 못할 것이라 체념했던 것이고, 굴복과 복종을 했던 것이었죠. 그것이 백성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요. 이방지의 말처럼 백성은 자기의 기쁨을 위해 자존심을 버려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없는 존재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정기준에게 백성은 그런 노예근성에 찌든 사람일 뿐이었죠.
백성이 지혜를 가지면, 그리고 힘을 가지면 혼돈만이 올까요? 그건 아니지요. 물론 권력을 탐하는 백성들도 있겠지만, 지혜로운 백성은 부패를 감시하는 눈이 될 것이며, 부정을 고발하는 입이 될 것이며, 정책을 바로 들을 줄 아는 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세종과 정기준, 그러나 화해의 가능성은 깨지고..
그런데 세종의 측은하다는 말에 정기준이 더 강하게 세종을 흔들어 버리죠. "글자를 몰라 이유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었다면, 이제는 글자로 인해 이유를 알고도 억울하게 죽게 될 것이다. 글을 만들어 나눠주고 글을 아니까 이제부터 스스로 구원하라는 것이 임금의 태도인가? 백성은 오직 보살피고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다. 주상의 본심은 이제 백성이 귀찮은 것이다. 넌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 귀찮아 하는 것이다. 이제 글을 알았으니 스스로 해결해라, 이러고도 불행하다면 그건 다 니놈들 책임이야. 이게 너의 본심이다".
한마디로 책임을 백성에게 전가하기 위해 글자를 만들었고, 그것은 백성을 보살피는 일이 귀찮아져서, '옛다, 글자를 줄테니 니들끼리 해결하고 살아라', 였다는 겁니다.

백성을 사랑하느냐 미워했느냐에 대한 질문에 세종은 평정심을 잃고 흔들려 버리고 말았지요. 세종 스스로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백성보다 사랑해 버린 글자, 조선보다, 임금이란 자리보다, 세상 모든 것의 가장 위에 둔 것이 글자였기 때문입니다. 세종의 대의가 곧 글자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반쪼가리가 날아오더니 세종의 목에 칼을 겨누지요. 토론중독증에 걸린 세종, 계속 토론을 더 하자고 정기준을 향해 발을 움직이고, 이 글자를 아는 모든 이들을 죽일 것이라며 세종을 죽이라고 명하는 정기준, 이런 불한당놈 같으니라고... 세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 역시 강채윤이 광속으로 날아와 정기준의 목에 칼을 겨누는 대치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도무지 상황이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홀로 서있던 소이가 교통정리를 해줬습니다. 소이 말에 칼을 버리는 네명의 남자들, 결국 소이가 대장인겨?ㅎ

정륜암에서의 토론은 세종에게도 정기준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서로를 인정하기도 하고 되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정기준은 세종의 말대로 글자가 백성들에게 삼강오륜을 쉽게 가르쳐서 백성들을 더 효율적으로 교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성리학적인 이상과 가까운 것아닐까 생각하고, 세종은 자신의 글자가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는 군주의 도리에 의한 강박관념에서 만들었고, 스스로 만든 것이라 글자 자체가 자신의 사랑이 돼버렸다는 것을 고백하기에 이르지요.
무엇보다 세종은 정기준이 경고했던 글자의 책임론에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내가 만든 이 글자들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크기의 것이 아니다. 헌데 왕이...정치를 하는 자가 백성을 놓고 책임지지도 못할 시험을 해도 되는 것인가?". 글자반포를 앞두고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은체 혼란에 빠져버린 세종이었지요. 흔들리는 세종을 보는 소이와 정인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고요.
정기준은 세종의 글자와 새로운 세상에 대해 어쩌면 이도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려고 했지요. 그런데 일이 꼬이고 맙니다. 석보상절이 그만 정기준의 손에 들어가고 만 것입니다. 유학이 아닌 불씨(부처)의 일대기였다는 것에 정기준은 경악을 금치못하고, 마음을 돌려버리지요. 이도에 대한 배신감에 극도로 분노하는 정기준, 성리학의 이상 위에 글자를 두고 있는 세종과 글자를 아는 모든 사람은 죽여야 할 대상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인질로 잡은 광평대군(서준영)을 죽여 궁으로 보낸 정기준, 광평대군과 정기준이 나눈 마지막 대화는 정기준의 자살과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글자의 씨앗이 되는 해례본 찾기가 주가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울음바다 만든 한석규의 미소와 아들잃은 아버지의 오열
광평대군의 죽음과 아들잃은 아비의 오열을 써내려 가야하는데 자신이 없네요. 눈물부터 줄줄 흘러내려서..ㅠㅠ
버선발로 땅인지 허공을 밟는지 조차 모르고 나간 세종, 세종의 버선발을 보는 순간부터 가슴이 꽉 매여오는데 이후 장면은 무슨 정신으로 봤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가, 내아들아. 실없는 정인지 놈이 농담을 했던 거겠지, 어디 보자. 그렇지. 잠든 게로구나. 피곤했을 터이니. 봐라, 광평이 살아있지 않느냐'. 소이를 돌아보고 웃는 세종, 믿고 싶지 않았겠지요. 아니 믿을 수가 없었겠지요. 한석규의 미소는 광평이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 아비의 마음, 그저 곤해서 잠든 것뿐이라고, 그런 것이라고 간절하게 믿고 싶은 마음었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이것이 꿈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애원의 웃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광평을 무릎에 눕히고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대보지요. '아들아, 애비다. 그만 일어나거라', 툭 떨어지는 손, 다시 손을 들어 목에 감아봅니다. '곤한 내 아들, 애비 목에 손을 두르거라, 일어나 가자꾸나'. 또 툭하고 떨어지는 손. 정말인 게냐, 죽었다는 것이 정말인 게냐?
'아니다 아니야'.
임금도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임금이 하늘을 보고 원망하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아들을 살려달라고, 왜 내 아들이냐고....
나때문이다, 내가 죽였다, 내 글자가 내 아들마저 죽였다. 광평을 죽인 건 나야. 저 빌어먹을 글자야. 소이 너까지 날 비난하는 것이지. 나 때문에, 글자때문에 광평을 죽인 것이라고?
"그래, 처음부터 모든 게 잘못됐다. 난 처음부터 불순한 의로로 시작했어. 백성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미워했다. 난 백성을 사랑한게 아니라, 글자를 사랑한 것이야" 오열하는 세종, 아무도 말릴 수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세종이었지요. 오직 자식을 죽인 자신을 원망하며, 자식보다 글자를 사랑한 자신을 원망하며 자책하는 세종이었지요. 아니 아버지였습니다.
세종을 정신차리게 한 이는 강채윤이었지요. "누가 전하냐? 저기서 지랄하고 있는 분이 전하냐? 아들 얼굴에 먹칠을 하고 계시는 저분이 전하냐? 담아, 광평대군 마마는 전하의 아들인 걸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지 알지. 근데 대군마마도 담이 너도 전하한테 속았어.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미움인지도 모르는 분이 저 전하야?".
채윤의 지랄하고 있다는 말에 광기로 눈이 뒤집히는 세종, 무휼의 칼을 빼서 채윤을 당장 쳐버릴 기세였지요. '너 때문이다. 네 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 그날 지랄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면, 난 똘복이 네 놈을 몰랐을테고, 글자를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테고, 광평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네 놈때문이야'.
"전하 가슴이 아프십니까? 전하는 그럴 자격이 없으십니다. 광평대군 마마는 그런 전하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기에, 신명나게 죽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게...아마도 전하께서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으시겠지만, 대군마마는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전하는 한방울의 눈물도 흘리실 자격이 없으십니다!".

그때도 흔들리는 세종을 잡아준 이는 똘복이 강채윤이었습니다. 집현전 학사들이 죽어나가고, 이도 네가 가는 길이 틀렸다고 말했을 때, 망령들이 세종을 괴롭혔습니다. 아버지 이방원과 아버지에게 맞섰던 젊은 이도, "권력의 독은 안으로 감추고 오직 문으로 치세를 하겠다고? 잘난 네 놈의 그 한심하고 잘란 결심이 네 사람들을 죽였다. 이방원이 왜 이방원인가, 이도가 왜 이도인가? 그것밖에 안되니까 이도인 게지".
그날 저녁 소이의 처소에서 마주한 똘복이도 그렇게 말했지요. "결심이 왜 결심이겠습니까? 결심이 없는 소인은 더이상 소인이 아니옵니다.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결심이었으니까요". 그 절박과 분노, 외로운 결심을 세종의 글자로 인해 꺾어버렸던 똘복이, 그렇게 그의 첫백성이 울부짖습니다. 정신차리라고 말입니다. 결심이 왜 결심이겠느냐고 말입니다.
칼을 떨구고 비틀비틀 주저앉아 목놓아 오열하는 세종, '그랬더냐 광평아, 그리 말했더냐 광평아'. 그래도 오늘만은 울고 싶구나. 통곡하고 싶구나. 오늘만은 내 아들 광평에게 부끄러운 애비이고 싶구나. 자식을 잃고도 울지도 못하는 아비가 아비더냐. 내 오늘만은 임금이고 싶지 않구나. 오늘이 지나면 내 다시는 울지 않으리'.. 
세종의 첫백성이자 판관, 가장 멀리있는자 가장 두려운자, 그러나 가장 믿을만한 자, 백성.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는 그를 믿고 있습니다, 광평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세종의 글자가 백성을 믿고 사랑하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종은, 광평을 통해, 똘복이 채윤을 통해 그의 글자가 어떤 의미였음을 확인했습니다. 백성이 귀찮아진 것이다? 아니다.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다. 백성은 믿을 수 없는 무지몽매한 군중일 뿐이다, 아니다. 정기준에게 돌려 줄 두번째 토론의 답을 세종은 찾았습니다. 백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없는 자는 군주가 될 자격이 없으며, 사대부 또한 될 수 없다. 하여 나는 나의 글자를, 아니 조선의 글자를 내놓을 것이다! 조선의 글자는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다.


**긴글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여러분의 인내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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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6
  1. 눈물가득 2011.12.08 11:21 address edit & del reply

    한시간 전부터 계속 클릭하면서 초록누리님 글 기다렸어요.ㅎㅎㅎ 뿌나 리뷰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어제 하도 울면서 봐서 머리가 다 아프네요.ㅠㅠ
    댓글로 먼저 인사드리고 글 읽을께요~ (반가운 마음에 ㅎㅎㅎ) 건강하시죠? ^^

  2. 박씨아저씨 2011.12.08 11:26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 자고로 여자말 듣지 말라고 했는데~
    하나~둘~셋~~
    이상하게 궁궐가서 군사 데리고 오라던 놈은 왜 안왔는지? 고것이 상당히 궁금하더라구요^^

  3. 2011.12.08 11: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뭥미? 2011.12.08 23:09 address edit & del reply

    말도 안되는 드라마 보고 뭐라고 하는지 통..

  5. 2011.12.09 00:4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1.12.09 09:12 신고 address edit & del

      제가 잘 못 알고 있었네요. 이래서 확인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제 기억만으로 썼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011.12.03 09:07




"어이! 정기준, 오랜만이야. 무작스럽게 반가워", 이런 말이야 하지 않겠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정기준과의 해후이기에 세종의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한 것이 아닌가, 이도"라며, 계급장 미리 떼고 선수치는 정기준의 발칙함을 대인배 세종이 일단 '빌어먹을 놈'이라고, 눈감아주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말 한마디는 해줘야 할 듯싶군요. "그래도 내가 왕인데 말 뽄새하고는...".
사실 정륜암에서의 팽팽한 긴장감때문에 토론을 하게 될지 다음으로 미뤄질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무휼과 개파이가 2차 격돌을 세종과 정기준의 토론에 앞서 치뤄 버린다면 말이죠.

"너의 조선은 이방원의 조선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세종은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지옥에서 살아왔노라고 고백했지요.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은 평온한 것이다". 세종이 인내하고 기다리며 내놓은 답은 '우리 글자'였습니다. 허나 정기준은 정면으로 틀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집현전 학사를 살인하고 유생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까지 말입니다.
정기준과의 토론을 이어가려는 세종, 뜻밖에 정륜암에서 그토록 기다려왔던 정기준을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관심사가 세종이 어떤 논리로 정기준을 설득할 것이며, 또한 정기준은 어떤 논리로 세종을 반박할 것인가가 되겠지요. 세종과 정기준이 중단했던 경국대전의 다음 말이 토론의 핵심이 될 듯합니다. 지난 글에서 이부분을 정리했었는데요, 시간많이 들여서 정리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블라인드처리되었네요. 글은 다시 복구시키지 못할 것같아 중요한 부분만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읽으신 내용도 나올 겁니다. 그래도 글 끝에 보너스도 있으니 읽어주시길^^  

어린 이도와 정기준이 주고 받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정보위(正寶位)에 대한 대화는,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세종이 백성이 어떠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문제 의식이 정기준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고, 어린 똘복이와 소이와의 만남을 통해 백성의 실체를 발견하고, 백성이란 무엇인가를 자각하면서, 그 결과물 한글을 내놓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세종과 정기준의 대립은 결국 국가를 지탱하는 뿌리가 누구인가를 놓고 싸우는 이념적 사상적인 통치관의 대립입니다. 신권이냐 왕권이냐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나라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인 셈이지요. 물론 정기준이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도전의 사상을 신봉해 온 조카이자 밀본의 수장이라는 자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도전을 잘못 이해한 반성리학적 사고방식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세종이나 정기준이나 조선을 아꼈다는 겁니다. 또한 조선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기준이 왕의 독재를 견제하는 재상정치, 선비의 나라를 부르짖는 것도, 세종이 힘이 있는 백성을 만들겠다는 것도 모두 조선의 강건함에 대한 희망입니다. 정기준의 밀본이 드라마상에서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소인배 무리집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정기준의 촌철살인적인 한마디, "이도는 훌륭한 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요? 또 그 다음은요?"에는, 조선의 앞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던 말입니다. 정기준의 우려와 예언은 적중했고, 이후 조선왕조에서 세종을 넘는 성군은 나오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개혁군주 정조가 있었지만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요.

세종이 하는 일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음을 알고,  "고작 글자라니..."라며 했던 정기준의 파안대소는 한자 이외의 자국의 글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사대부유림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조차 개 풀뜯어먹는 일이었음을 하나로 정리해 준 장면이었죠. 그런데 정기준과 똑같은 반응을 한 인물이 있었죠. 대놓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지랄을 떨어가며 만드냐'고 왕의 안전에서 코웃음쳤던 강채윤입니다. 
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세종이 보았다던 백성을 봤습니다.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이 사체해부를 한 것에 격분한 성삼문과 박팽년을 설득하던 장면입니다. "뱃사람들이 거대한 자연을 만나기 때문에 미신을 잘 믿는다는 것이, 세종이 만난 백성에 대한 믿음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사랑했다는 애민사상에서 틀어, 백성을 가장 두려워했다로 생각해 봤습니다. 강채윤을 그렇게 표현했었지요. 가장 두려우면서 가장 멀리있는 자, 그래서 믿음이 가는 자라고 말이지요.

영원한 것은 임금, 사대부, 사상, 나라도 아닌 백성
정기준과의 사당에서의 첫만남에서의 토론내용 경국대전 정보위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왕은 허군이고, 실군은 관에 총괄하는 재상총재의 것이다. 이것이 조선을 건국하신 삼봉선생의 치국의 기본사상이다.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이다. 무엇으로 그 위를 지킬까보냐? 이에 말하기를 인(仁)이다. 현능한 자들은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힘을 바치며, 백성들은 맡은 바에 분주히 복무하되 오로지 임금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정기준은 조선경국전 정보위 구절이라며 다음 구절을 알고 있느냐고 이도에게 물었지요.
다음구절은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마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입니다. 정기준은 "지금의 주상(태종 이방원)은 그러한가?" 라며, 네 아비는 삼봉의 조선을 훔친 도적이며 살인자다라며, 이도에게 충격을 주었지요.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알았든지 몰랐든지, 세종은 정도전을 추모하는 정륜암에서 정도전을 다시 거론합니다. "그의 책을 읽고 또 읽고 내린 결론이다", 삼봉만은 내 뜻과 함께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이지요. 
해서 경국대전 정보위 다음 구절을 살펴보니 이런 말이 이어지더군요.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하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를 어겨 명예를 구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방법 역시 인(仁)일 뿐이다. 인군(人君)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하는  그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서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을 행하여, 천하만민이 모두 기뻐해서 인군을 마치 자기 부모처럼 우러러 볼 수 있게 한다면, 오래도록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위망 복추의 우환을 끝내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인(仁)으로서 위(位)를 지킴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불인인지정은 쉽게 말해 측은지심과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곰곰이 되짚어 본 문구가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의 구절입니다. 

20여년이 지나 세종과 정기준은 어떠한 의미로든 성장해 왔고, 나름대로의 명분과 대의를 향해 그들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정기준은 그가 그토록 금과옥조로 여긴 정도전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힘으로 위협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겨우 폭력이라니 라며 이도를 비웃었던 그가 폭력으로 맞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이도에게 공맹의 도가 어떠하며, 삼봉선생의 조선건국이념이 어떠하며를 설파하던, 그 정기준이 아니었습니다. 

뱃사람이 미신을 믿는 것은 바다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거친 파도가 그들을 삼켜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만조의 기쁨을 누리게도 합니다. 세종이 만난 백성은 아버지를 잃어 울부짖는 똘복이였죠. 임금을 지랄이라고 욕을 하는... 이도는 충격을 받았고, 큰 깨달음을 얻었지요. 물론 똘복이처럼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는 일이 없게 글자를 만들겠다는 동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도는 분노하는 백성을 만난 것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군왕을 어찌 백성의 어버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왕이 자격이 있는가?를 물었던... 어린 날 정기준이 던졌던 물음과도 같았죠.  

이도가 깨달았던 것은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 엎기도 한다는 겁니다.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 무서운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조선의 왕, 재상도 의미가 없는 것이며, 재상의 나라가 옳으냐 왕의 나라가 옳으냐도, 다 쓰잘데기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죽여버리겠다며, 임금배때지라고 칼이 안들어가겠느냐며 무섭게 광분하던 똘복이, 백성은 그런 존재였던 겁니다. 무섭죠. 멀죠. 가장 정직한 반응을 하니 가장 믿음직한 판관인 것이죠.  

그동안 세종에 대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치 위민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큰 것 하나를 간과했는데, 공포, 두려움, 무서움입니다. 누구에 대해? 바로 백성이죠. 성나면 배를 집어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바다, 백성말입니다.
세종의 백성을 두려워 하는 마음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뼈있는 가르침이고 통치철학입니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국민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두렵다고 말하는 분들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다, 백성을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여겼는지, 똘복이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백성에 대한 자세는, 정기준의 틀에 박힌 성리학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정조전의 사상도 뛰어넘었던 것입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낮은 자 백성을 두려워하는 왕, 가히 혁명적 자각에 이르렀던 세종입니다. 

세종의 끝장토론, 정기준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기준과의 토론, 백성과 인(仁)이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인(仁)일 뿐이다'.
고려왕조가 무너지고 귀족들이 멸했지요. 왕조와 지배층은 무너졌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백성이었습니다. 조선 또한 언젠가는 망할 것이라고 세종은 단호하게 말할 것입니다. 그 지배층 사대부 양반들도 말입니다. 사상이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처럼 새로운 사상이 생겨나면 밀려나는 것이고, 영원한 것 또한 없지요. 임금과 지배층은 바뀌어도 늘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것은 백성이라는 거대한 바다입니다. 배도 뱃사람도 바뀌어도 바다는 그대로듯이 말입니다.
삼봉이 만세대대 영원한 조선을 꿈꿨듯이, 이도 역시 조선이 만세를 누리기를 바라고, 정기준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것은 세종은 알고 있습니다. 정기준이 분노하고 세종에게 틀렸다고 하는 것은 조선이 흔들릴 것임에 대한 염려입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간과했습니다. 사상과 지배층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나라의 뿌리 백성이었음을 말이지요. 
정륜암에서 세종에게 정기준이 설득당할 것일까?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세종의 말에 그의 사상에 큰 혼란을 일으키기는 할 것입니다. 세종의 말은 "백성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정기준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인물은 아마도 우의정 이신적과 심종수가 되지 않을까 추측도 해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를 위해 배신때릴 인물들이죠. 재상이 되겠다는 욕망때문에 말입니다. 
밀본원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죠.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제대로된 사대부가 조선을 이끌 것인가? 이신적같은 박쥐형의 인물은 언제나 나올 것이고, 권력이 인품이나 수양의 정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밀본원들을 통해서도 확인했던 정기준이기에 말입니다. 그럼 누구를 믿을 것인가? 영원무구할 조선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결코 갈아치울 수 없는 나라의 뿌리 백성이지요. 여기까지 깨닫게 되기까지 정기준은 세종에게 계속해서 반기를 들겠지만, 마지막은 세종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까요? 
"지랄하지 말라고 해", 세종이 처음들은 백성의 말이었습니다. 세종은 당황했지요. 궁에서는 한번도 듣지못한 말이었고, 삼봉의 책에도 공자의 책에도 나오지 않은 말이었으니까요. 세종이 전국팔도의 욕을 수집하고, 노랫가락을 수집했던 이유는 그것이 한자로 쓰여지지 못하는 우리말, 백성의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쓰여지지 못하니 우리 말은 수백년이 지나면, 하나 둘 없어져 버렸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쓰는 우리말이 '얼'과 '마음'이라는 단어입니다. 얼을 한자로 혼(魂), 혹은 정신(精神)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얼'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와는 뭔가 다르지요. 마음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고, 감정이라고 하기에도 충분치 않고 말입니다. 한글이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은 이런 말들이 지구상에 없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가 말입니다. 

****다음은 세종과 정기준이 나눌 대화를 재미삼아 써 본 것입니다. 그저 웃고 가시옵소서.
세종
: 네가 정기준이냐? 근데 말뽄새가 그게 뭐냐? 임금한테 반말이나 지껄이고, 네가 아는 성리학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더냐? 내가 그래도 명색이 임금이 아니냐?
정기준: 이도 너는 성리학의 나라 조선,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왕이 될 자격이 없다. 글자라니...백성에게 권력을 줘서 사대부를 무너뜨릴 것이 아니더냐? 너의 글자에 성리학의 도를 담을 수 있더냐? 소양없는 백성들이 너도나도 글자를 안다고 날뛰고,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결국 조선은 너의 글자로 인해 망할 것이다.
세종: 지랄하고 자빠졌네. 네가 조선인이냐, 중국인이냐? 한자가 어느 나라 글자더냐? 네가 나의 글자를 두려워 하는 이유는(목에 힘주어 강조), 글이 곧 무기이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말이다, 중국의 글자가 조선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 답할 것이냐? 결국에는 한자라는 무기에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 되거나 망할 것 아니겠느냐? 하여 나는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을 지키는 그 방법이 글자다.

정기준: 중화는 삼봉이 세운 조선건국의 이념이고, 너의 글자는 중화를 거스르는 반역사적 글자이다. 그걸 정녕 모르는 것이더냐?
세종: 중화를 거슬러? 옘병할... 중화가 밥을 주더냐, 고기를 주더냐? 밥은 말이다, 한자라고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새벽부터 밤늦게 일하는 백성들이 주는 것이다. 하여 내 너무 고마운 백성들에게 쉬운 글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데, 그게 그리 고까운 일이더냐?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반대할 정도로?.
백성을 위한 성리학이 고작 말뿐인 것이었더냐? 그러고도 네가 사대부 선비더냐? 백성없는 나라가 세상 천지에 있더냐? 조선을 지키는 것은 성리학을 지키는 것도, 사대부의 권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 삼봉이 그리 말하지 않았느냐? 백성의 마음을 얻지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이어야 한다고...하여 내 그리하기 위해 지옥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너는 무엇을 했느냐? 나의 조선, 백성에게 가는 나의 길에 너의 대답이라는 것이 고작....
참 내 너에게 말을 전하라 했는데 들었느냐? "겨우 폭력이라니..."
정기준:.......(방백) 에잇, 자존심상해(쪽팔려!라고 싶은 것을 참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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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6
  1. 얼소녀 2011.12.03 09:38 address edit & del reply

    작가라인에 합류 하심이 강력추천 합니다 ^^

  2. 달려라꼴찌 2011.12.03 09:59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그 다음 대사가 저리 된다면 얼마나 통쾌할까요? ^^
    빨리 다음주 수요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3. wlskrkek 2011.12.03 10:01 address edit & del reply

    얼과 마음..저도 참 좋아하는 우리말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우리말이, 한글이 너무도 좋습니다.
    재밌게보고갑니다~^^

  4. 주리니 2011.12.03 10:18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걸요? ㅋㅋ

  5. 사실 2011.12.03 12:26 address edit & del reply

    정기준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소양 없는자가 글자를 아는것이었습니다. 저저번 회인가 정기준이 그러하였지요. 왜 천자문을 먼저 읽고 소학과 명심보감을 땐후 작문을 가르치냐고요. 여기서 소양이 없는자란 단순히 지식이 모자란 자가 아닙니다. 자기절재와 중용이 갖추어진자가 관료가되어야 나라를 이뜰어 갈수 있기때문입니다. 소학과 명심보감이 윤리에 초점을 두는것도 먼저 바른사람이되고 더 어려운 학문을 읽히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은 아주 빠른 시간안에 읽고 쓸수가 있습니다. 이러면 지식은 있지만 자기절재는 갖추지 못한 자들이 관료가 되고 나라를 이끌어간다는것이 정기준의 생각이었습니다. 말은 칼입니다. 언론은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무기가 되어 멀쩡한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몇백년전의 역사를 알고 한글의 위대함도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선을 500년전의 사대부,유생들과 정기준의 시점으로 돌려봅시다. 정기준의 논리는 이러합니다.

  6. 윤이사 2011.12.03 12:27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참 잘 쓰시네요. 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 봤지만 추상적인 것만 그득할뿐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나니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속속 들어옵니다. 어찌보면 '뿌리...'는 정말 심오한 철학논쟁입니다. 그런 논쟁을 드라마로 균형감각을 잃지않고 풀어낸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그런 배경을 이렇듯 쉽사리 설명해주신 님께도 박수를 보내고 싶군요.

  7. 사실 2011.12.03 12:55 address edit & del reply

    관료란 엄격한 자기검열과 애민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니글은 어떠하냐..일단 쉽다. 쉬우면 한자를 멀리하게되고 한자를 멀리하게 되면 성리학을 멀리하게 된다.그러면 몇백년이 지나지 않아 조선이 무너진다.. 왜 이리 생각 하였을까요?일단 조선의 건국 이념이 성리학 이었으며 당시의 글은 한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성리학은 단순히 중국만세!!학문은 아닙니다. 후에 예송논쟁으로 인하여 형식에 치우치긴 하지만 당시만하더라도 관리의 자신의 소양을 기르는대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더욱이 관리의 첫번째가되야 하는윤리적소양마저 한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한글은(물론당시의 시점에서)읽고 쓰기는 쉬우나 책임은 없는글이 됩니다. 니 놈이 백성을 사랑하는것이 맞느냐..니놈의 글자로 인해서 아무나 관리가 되고 그칼을 함부로 휘두르면 어찌할것이냐? 라고 말하는것이죠. 니가 백성을 사랑한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넌 그냥 무책임 한거다.. 개나 소나 칼을 쥐어주는것이 정당한것이냐..이렇게 주장하는것이지요. 당시의 시점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것도 아니었습니다.지금의 우리는 한글이 보편화되어 있고 자신의 법적책임은 자신이 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당시의 백성은 이끌고 보듬어 주어야 할존제이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무었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최만리가 물었지요. 만리 :노비제를 없앨수 있습니까? 양반을 없앨수 있습니까? 세종: 못한다. 못한다. 만리: 그러하면 글자란 희망으로 고신당하는 백성들은 어찌해햐 합니까? 세종의 대답은 백성의 힘과 역사에 있었습니다. 글세요... 작가의 말이 그당시 백성에게도 희망이 될수 있을지는 좀 회의가 드는군요.

    • ... 2011.12.03 16:11 address edit & del

      소양을 가르치는 글이 굳이 한자일 필요는 없지요. 물론 번역하면 의미가 조금 손상될 수는 있지만, 굳이 윤리적 소양을 한글로 가르친다고 해서 소양 없는 인간이 될리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기타 책들을 모두 한글로 출간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 사실 2011.12.03 21:14 address edit & del

      윤리적소양을 한글로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에당초 윤리적 소양을 가르칠책이 없었습니다. 삼강행실도가 한글로간행된것이 1481년인 성종2년 이었다는것을 기억하세요.한글로 가르치느냐 한자로 가르치냐가 아니라 가르칠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가르칠 능력이 되려면 한자를 한글로 음운을 풀어 쓸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합니다. 그 사람이 백성이겠습니까?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이런겁니다. 한글보다 몇배는 읽히기 쉬운글자가 나온다고 칩시다. 그글을 알고 한글을 모른다면 한글을 기반으로 한 지식을 축적할수 있습니까? 실상 조선시대전체에 거쳐서 훈민정음은 또다른 차별을 낳게 됩니다.언문이라하여 상것들과 여인의 글자란 차별을 받으며 실제한글이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때는 아이러니 하게도 일제강점기의 주시경 선생의 노려과 해방을 거치면서 부터이지요. 한글이 위대한 글자이고 세종대왕의 커다란 업적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좋은것이라 하여서 당시의 백성에게도 좋은것이냐고 물으신다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 사실 2011.12.03 21:23 address edit & del

      모든 위대한 발명은 그당시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종대왕의 한글이 그러하였고 프랑스의 혁명이 그러하였지요. 프랑스혁명의 정신인 자유,박애,사랑은 오히려 나폴레옹3세가 황제가 되어 프랑스를 전제왕권국가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은후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자리를 잡습니다. 전제국가에서 공화정으로 공화정에서 민주주의 국가로의 이행또한 그러합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으로 옳으며 바른 방향입니다.하지만 그것은 당시의 사람들의 엄청난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종의 생각은 물론 옳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백성에게 쓰이고 그글로 인하여 차별받아 꿈틀거리는 백성들의 자각과 희생이 이루어진 후에야 자리를 잡을 겁니다.

    • 사실 2011.12.03 21:30 address edit & del

      우리는 한글의 역사를 알고 그 것을 바탕으로 정기준을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기준이 한심해보이지요. 하지만 역사의 시계바퀴를 돌려서 500년전의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봅시다. 조선의 건국이념은 성리학입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주권제민과 민주주주의 이지요. 만일 민주주의보다 훨씬훌륭한 사상이 나와 그를 따르라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수 있을까요? 저 부터 그러기어려울겁니다. 성리학으로 나라를 세운지 50년도 되지 않아서 성리학을 점차사라지게 하는 글자를 만든다면 그당시 선비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개가 풀뜯어 먹는소리가 되는겁니다.

    • 사실 2011.12.03 21:42 address edit & del

      이것은 논리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로 인하여 설득될수 있는문제가 아닙니다. 아마도 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겁니다. 이신적과 같은 부류는 학문이 권력을 위한수단이 되지만 최만리와(사농공상을 폐하지 못하면서 글자만을 주려한 세종을 지적한) 정기준의 경우는 다릅니다. 심지어 정기준은 한글을 사라지게 할수 있다면 역적이 되기도 서슴치 않는 자이지요. 범죄자로 본다면 노르웨이 살인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크 버그같은 확신범이며 현대적 이론가로 친다면 아나키스트가 되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세종이 정기준을 설득하려면 한글이 당시의 성리학과 양립할수 없는 학문이 아님을 말할수 있어야 하겠지요.

    • 사실 2011.12.03 21:54 address edit & del

      제가 뿌리깊은 나무를 보면서 가장이해하기 어려웠던 반응이 정기준 나쁜놈vs세종만세 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그당시 사람들의 한글에 대한 반응은 어떠 하였으며 그 들은 왜 한글을 그다지도 반대해 왔는지를 알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글반대=나쁜놈=기득권 이라는 공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사람의 의도가 언제나 좋은결과를 나타낼수는 없습니다. 좋은의도라도 사람을 해할수 있으며 나쁜의도라도 사람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경우도 생깁니다. 적어도 정기준과같은(정도전의 많이 맛이간 버젼의 아바타라고 생각하지만... 작가가 좀 찌질하게 그리긴하였습니다)학자들의 진심은 알아주었으면 하네요.

  8. memorial 2011.12.03 23: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회가 거듭될수록 기대가 되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

  9. 악마의 발톱 2011.12.04 00:10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세종과 관련된 역사적 일화를 드라마 전개중 삽입하는 것도 검토해주길 제작진에게 주문하고 싶군요. 이를테면 세종의 딸중에서 어떤 공주가 한글 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 관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주기 위해 대신들과 토론했던 일, 조선 초기에 제작했던 세계 지도를 바라보며 놀라워하는 세종 등.

  10. 개파이 2011.12.04 00:1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문장력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