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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8 '49일' 스케줄러 정일우, 저승사자의 눈물이 지현을 살릴 수 있을까? (21)
2011.03.18 14:31




드라마에 짐승남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죠. 요즘은 까도남, 차도남이 대세인가 봅니다. 저승사자라는 말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적인 표현이라며, 스케줄러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정일우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들고 파마머리로 나타났을 때, 49일이라는 드라마에서 인기몰이의 주인공이 될거라는 좋은 예감이 오더군요. 아무리 멋진 캐릭터라고 해도 연기력이 딸리면 앙꼬없는 찐빵이요, 민폐캐릭터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지요. 정일우 역시도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봤는데, 반가울 정도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정일우의 어색한 표정연기가 자취를 감추었고, 정일우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었던 뭉개지는 발음이 거의 없어졌다는 겁니다. 대사전달력이 정확해지니 연기에도 자신이 붙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좀 특이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까칠한 저승사자의 연기도 자신감이 넘치고 있는 것이 보여서, 그의 변신이 새롭고 반갑네요.

스케줄러 정일우, 매력적인 21세기 저승사자
영혼빙의라는 소재로 로맨틱 판타지를 들고 온 소현경 작가, 악연들 속에 꼬여있는 인간관계의 씁쓸한 단상들마저도, 희망고문으로 클라이막스에 치달을 때까지도 드라마 전체에 흐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소작가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동시간대 수목드라마 모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웃음이라고는 가뭄에 콩나듯 긴장감으로 지켜봐야 하기에, 조금 가벼운 드라마 한 편정도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49일이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더군요. 그럼에도 49일은 수목드라마 중 가장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드라마의 깊이나 주제의식은 더 무거웠으면 무거웠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만큼 우리네 인생사에서 무거운 주제가 또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돈, 사랑, 욕망, 배신, 음모 등등 모두가 우리 삶을 버겁게 하는 주제들이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주제 앞에서 무거움을 논한다면, 아마 다들 백기투항해 버릴 겁니다. 삶과 죽음 앞에서는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사랑이라 할지라도, 찰나처럼 순간적인 삶의 편린이 돼버릴 뿐이지요.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 일어나는 짧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이며, 죽음이라는 것과 함께 순식간에 무(無)로 돌아가버리는 에피소드일 뿐이죠. 물론 그 의미가 가볍다거나 영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런 점에서 49일의 주제는 그 묵직함이 철학적인 물음까지 제시합니다.
삶과 죽음이 어떤 의미와 무게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시원하게 한마디로 요약해서 대답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삶과 죽음의 공통점은 인간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드라마 49일에서는 자살마저도 인간의 생로병사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스케줄러의 대장(편의상 신이라고 하죠)의 스케줄을 바꾸지는 못하지요. 오히려 정해진 스케줄을 헝클었다며, 스케줄러를 짜증 제대로 나게 해버리죠. 한마디로 이런 돌발변수는 스케줄러를 머리 뚜껑열리게 하는 일입니다. 사실 송이경의 자살시도로 인해 날벼락 아닌, 날벼락을 받은 인물은 신지현입니다만.

뚜껑열린 저승사자, 스케줄러 100배 즐기기 놀이를 하는 정일우는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룰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21C 젊은이의 트렌드를 즐길 줄 아는 신개념 저승사자는 그동안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드라마속 저승사자들의 통념과 상식을 깨는 인물이죠. 여주인공 이요원이 음울하고 삶의 의미를 잃은 공허한 눈빛으로, 하루를 죽지못해 사는 송이경과 긍정소녀 단순공주의 발랄한 신지현 두 캐릭터를 오가며 1인2역을 하는 것처럼, 스케줄러 정일우의 캐릭터도 저승사자라는 단순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지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스케줄러의 룰을 깨며 신지현의 생명을 되찾아주기 위해 관여하면서, 감정이 지배하는 인간사에 깊숙히 들어가기에 저승사자와 인간이라는 두 가지의 캐릭터가 공존하게 될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매력 예약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의 무게감
첫회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저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한 가장의 죽음, 가족들의 오열을 보며 담담하게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초인간적인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누구든 죽음 앞에 심장마비로 죽은 남자처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평온한 미소까지 띄며 이승을 하직할 사람은 없겠지요. 금수보다 못한 짓을 하고도 죽음 앞에서는 "내가 왜요?'라며 억울함을 하소연 하거나, 살고자 버팅기는 것이 대부분 인간이 가진 본능일 겁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니 죽기 싫어하는 신지현의 나이가 20대가 아니라, 80대였어도 마찬가지였을테니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지요.

삶과 죽음이라는 갈림길에 선 신지현에게 순도 100% 신지현을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이 담긴 눈물 세 방울을 담으라는 미션은, 영혼빙의라는 식상할 수 있는 판타지의 공식을 깨는 참신한 소재입니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우정에 배신당하면서, 신지현이 맛봐야 하는 절망감들은 우리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이며, 계산과 필요에 의해 맺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웃음으로까지 여겨져, 서글플 정도로 잔인한 미션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49일이라는 시간, 나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이제부터 도시의 방랑자, 죽음의 스케줄러와 함께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드라마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삶과 죽음의 질서가 깨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으로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알콩달콩 신혼을 설계하고 있었던 신지현(남규리)은, 약혼자 강민호(배수빈)와 베프인 신인정(서지혜)이 자동차에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 남양주로 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져버리죠. 도로는 자살을 하려던 송이경(이요원)으로 인해 연쇄 다중충돌로 차들이 엉켜있는 상황이었죠.
사고로 차들이 엉켜있었던 장면처럼, 드라마 49일의 모든 인간관계는 얽혀있는 비밀들이 산재합니다. 이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겪게 될 반전과 새로운 인간관계들을 49일동안 풀어갑니다. 신지현을 살리는 눈물은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에서 드라마는 수많은 복선들을 쏟아내며, 그 흔한 눈물에도 오만가지 의미가 담겨있음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줍니다.

드라마에 숨긴 복선들, 그리고 비밀
우선 감지되는 복선들 중 한가지가 2회에서 드러났듯이 강민호(배수빈)와 신인정(서지혜)의 관계입니다. 신지현과 강민호의 운명산에서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말하는 복선이기도 하지요. 신인정과 강민호가 공모해서 산에서 조난을 핑계로 신지현에게 접근했고, 목적은 신지현 아버지의 재산일 수도 있지만, 과거 악연에서 비롯된 복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한 점은 신지현의 약혼식날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약혼식장을 나간 신지현의 아버지가, 그날 저녁 술에 취해 집에와서 번개불에 콩 볶듯이 두 사람의 결혼식을 앞당겼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전화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가 키를 쥔 비밀 한가지입니다. 신지현의 아버지가 과거 어떤 일과 관련해서 누군가에게 약점을 잡혔고, 모든 불행이 거기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송이경이 왜 죽은 시체처럼 살아가는지 까지도, 하나의 연결고리 선상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모든 인연에 우연이라는 말은 없다는 말이 있듯, 모든 만남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요. 스케줄러가 신지현에게 얼핏 그런 말을 하기도 했지요. 1회에서 스케줄러가 신지현에게 송이경의 몸을 빌게 된 것도 다 우연한 일은 아니라는 말을 했거든요. 
그리고 가장 궁금하게 하는 복선은 스케줄러 정일우와 송이경과의 관계입니다. 5년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삶에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죽은 시체처럼 사랑가고 있는 송이경, 그녀의 몸을 빌어 눈물 세방울을 담아야 하는 신지현의 인연은, 스케줄러 대장인 신의 퍼즐일 가능성이 크죠. 인연이란 매듭과 꼬임의 실타래 같은 것입니다. 인연이든, 악연이든, 얽히고 설킨 매듭과 꼬임을 관계라고 부르겠지요.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연이든, 악연이든, 공통분모는 송이경의 연인이 죽은 사건과 신지현 아버지(최정우)의 과거 행적에 답이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정일우가 송이수라는 역에 캐스팅이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의아합니다. 왜 스케줄러의 이름이 송이수일까요? 송이경과 연인 사이라기보다는 남매지간이 연상되는 이름이어서, 처음에는 송이경의 죽은 애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알쏭달쏭해져 버리네요.
스케줄러 정일우의 캐릭터가 통념을 깨는 유머로 무장했듯이, 1인2역을 해야하는 송이경(이요원)이 보여줄 깜찍발랄한 좌충우돌 눈물 세방을 담기 미션은 유쾌함 속에 깊은 슬픔이 느껴집니다. 드라마에 감춰진 비밀들이 드러날 때마다 신지현을 살리기 위한 눈물이 아닌, 슬픈 신지현이 흘릴 눈물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생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요.
신지현을 위해 눈물을 흘릴 세사람은 누가 될지, 우선 신지현을 몰래 짝사랑하는 한강(조현재)의 눈물은 예약이 되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이 누가 될지 궁금하네요. 저는 그 중 한사람이 송이경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했는데요, 자신의 몸에 낯선 여자가 빙의되어, 자신이 잠든 시간을 살고 있는 자기 안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 송이경과 신지현이 어떤 관계로 변해갈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승사자의 눈물, 지현을 살릴 수 있을까?
한 몸에 기거하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두 여자, 빛과 그림자, 얼음과 불, 삶과 죽음처럼 삶을 대하는 자세도 죽음을 대하는 자세도 극과 극입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삶이 고통인 여자, 죽어서는 절대 안되는 무지개빛 에너지가 충만한 여자,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비밀들이 하나식 벗겨질 때마다, 반대가 될 것같은 예감도 듭니다. 5년을 통째로 죽은 듯이 살았던 여자 송이경이 자신의 몸에 빙의된 신지현의 사연들을 알아가면서, 그녀는 삶의 새로운 이유들을 발견할 듯한 생각이 들거든요. 신지현을 살리고 싶은 이유까지 포함해서 말이지요.

반대로 절대로 죽고 싶지 않은 신지현은 죽고 싶을 정도로 배신감과 맞닥뜨려야 합니다. 사랑하는 약혼자 강민호와 가장 친한 베스트 프렌드 신인정이 연인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그녀는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잃어 버립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스케줄러 정일우는 두가지의 감정으로 신지현을 보겠지요. 죽음을 관리하는 스케줄러로서의 냉정함과 인간의 감정인 연민이라는 감정입니다. 여기서 스케줄러의 눈물이 신지현을 살릴 마지막 눈물 한방울이 될거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저승사자의 눈물이 그네들 룰에서 효력을 발휘할 지는 모르겠어요. 분명 사랑해 주는 사람의 진심이 담긴 눈물을 받아야 한다고 했기에 말이지요. 신지현을 살릴 눈물 세 방울중 마지막 방울이 가장 궁금한 이유가, 그것이 저승사자 정일우의 눈물이라고 생각해봤는데, 규칙에서 어긋난나면 땡!이겠지요? 아무튼 세 방울의 눈물 주인공때문에라도 49일을 끝까지 봐야할 이유가 생겼네요.
신지현이 송이경의 몸을 빌어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것은, 직접 눈 앞에서 이별을 통고하는 것보다 잔인합니다. 진심이라고 믿었던 사랑과 우정이 치밀한 계산이었고,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신지현은 자신의 생명을 살릴 눈물 두방울보다 더 큰 것을 잃는 아픔과 마주합니다. 송이경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산송장이 되어 살고 있는 모습과 다를바 없는 고통이지요. 너무도 다른 생활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었지만, 닮아가는 두 사람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두가지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신지현이, 뇌사상태에서 생명을 다시 찾아 깨어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요. 그녀가 알게 된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할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더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현경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 주지요. 신지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물 한강(조현재)입니다.
송이경에게 빙의된 신지현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인물도 한강이겠지요. 한강의 가게에 취직한 어리버리한 송이경과 티격태격하면서, 그가 누구를 사랑할지가 또 궁금해집니다. 한강이 송이경의 몸에 빙의된 신지현을 사랑할 지, 신지현이 빙의된 송이경을 사랑할 지는, 단어 하나 차이지만 하늘과 땅차이의 뉘앙스입니다. 여기에 이 드라마가 어디로 튕겨갈지 모르는 재미들이 숨겨있는 것이고, 이를 조율해 갈 스케줄러 정일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또한 신개념 저승사자인 스케줄러의 사랑도 나올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이젠 앓이앓이하다가 저승사자 앓이까지 해야 하나 싶은 멋진 캐릭터라서, 스케줄러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도 보고 싶어지게 만드네요ㅎㅎ.
비중있는 조율자 스케줄러라는 재미있는 캐릭터로 돌아 온 정일우, 스타일의 변신만큼 그의 연기변신이 반갑고 매력적입니다. 깨방정에 시크함, 잔뜩 멋부린 까도남, 그리고 저승사자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미까지 넘쳐날 것 같은 캐릭터라 스케줄러 역할에 흥미만발입니다.

*그나저나 각축을 벌이고 있는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 가시나무새, 그리고 49일까지 저는 다 재미가 있네요. 재미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드라마들입니다. 리뷰글로 많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은데, 몸과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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