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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30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 시청자 울린 국민딸의 눈물 (37)
어느 날 아이는 혼자서 걷게 되었어요. 말도 할 것 같아요. 너무 기뻐서 아저씨를 찾아봤지만 아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불러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아무일 없는 듯이, 아니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게 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더 크게 소리를 내보고, 걸음마 연습을 더 많이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합니다. 이제는 뛸 수 있을 정도로요.
구대성이 없는 도가에서의 은조의 모습이에요. 대성참도가를 살리기 위해 은조는 구씨문중 어른들을 소집해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나깨나 효모와 구대성의 탁주와 같은 맛을 내기 위한 일에만 몰두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나 무서워 언니야, 무서워 죽겠어. 춥고 무서워 언니" 라며 기대어 오는 효선을 더 매몰차게 밀어버리는 은조입니다. 너무 춥고 무섭고 외로워서 조금만 이뻐해 주면 안되느냐고 우는 효선의 머리를 은조는 몇번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은조도 촙고 무섭거든요. 아버지가 자신을 위로해 주었듯이, 그런 아버지의 딸이니까 은조도 효선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은조는 그렇게 하지 못하지요.
은조는 엄마에게서의 탈출을 꿈꾸면서부터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기대고 산다는 것이 구차하고, 비겁하고, 때로는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것도 알아 버린 아이에요. 그런 자신의 모습을 효선이가 닮아갈까 무섭습니다. 엄마와 대화를 엿들은 효선에게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라며 변명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넌 나보다 여려서 아마 꼬리 아홉개 달린 우리 엄마 송강숙에게 잡아 먹혀 버릴지도 몰라. 그러니 조심하라"고 협박까지 합니다.
구대성이라는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는 것, 아버지가 죽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이름을 딴 탁주맛을 살려내는 것이에요. 구대성을 대성참도가의 영원한 사장님으로 살게 하는 것은 그 술맛을 잇는 것이에요. 그렇게 구대성의 이름이 묻히지 않게 하려던 은조의 입에서 드디어 말문이 터졌습니다. 구대성의 술맛과 같은 술을 은조가 만들어낸 거예요.
"내가 했어... 내가... 했다... 못 할까봐... 못 만들게 될까봐..." 생략된 말에도 은조의 심정을 다 넣어주는 문근영은 정말 감정연기의 천재인가 봅니다. 설명없이도 은조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보면, 아니 그보다 몇갑절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소름돋는 경고를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뱉는 문근영의 독설이 효선을 강하게 키우려고 하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효선처럼 움찔해 지더라고요. 구대성의 술맛을 성공한 술항아리를 내려다 보는 문근영의 표정이 효선에게 향할 때, 그 짧은 동선에서의 감정을 마치 하늘과 땅을 넘다들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것에 정말 또다시 감탄하게 합니다.
"돌이킬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야 하나 매일 생각했어요. 8년전으로 돌아가 이 집안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엄마를 끌고 집을 나갔어야 하나, 아님 그 사람 떠나고 짐쌌던 날 딱 한 시간만이라도 일찍 일어나서 더 깜깜했을 때 집을 나가 버렸어야 하나, 그것도 아님 대량주문을 받던 날 주문 안 받겠다고 하실 때 까불지 말고 얌전히 말씀들었어야 하나... 언제로 돌아가야 이런 일이 안 생길 수 있을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제가 죄를 안 지을 수 있는지를요"
"드세요. 제가 만든거예요. 효선이가 똑같다고 말해줬지만 저는 아.. 아버..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 아빠 잘못했어요"
다시는 해드릴 수 없는 말, 한번도 해드리지 못한 말, 그날 아버지가 한 번만 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했던 날로 정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입술이 부르트더라도 할 수 있을텐데, 불러드리지 못한 말을 이제야 토하며 은조는 오열합니다. 은조의 입에서 "아버.. 아빠" 소리에 얼마나 눈물이 흐르던지, '잘못했어요' 할 때는부모님 생각도 나고 정말 엉엉 같이 울었어요. 천안함 희생용사 장례식까지 겹쳐서 정말 많이 울었던 날이 돼버렸네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는 구대성의 장례를 같이 치루고 있는 감정이 들 정도였고요. 문근영, 정말 얄미워요. 이렇게 사람 가슴을 절절하게 아프게 해도 되는지, 여하튼 문근영이라는 보배는 세상 모든 자식들이 부모님께 느끼는 마음을 끌어낸 것 같아 국민여동생이 아니라 국민딸같아요.
"효선이랑 다르게 생각한 적 없어. 아니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있었다 해도 그것은 내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저 밑바닥 어디쯤에 있는 마음이고, 밑바닥에 나도 모르는 마음을 숨겨놨다고 쳐도 나 너한테 안 부끄러워"
그 때도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 것이 아니었는데, 다 알고 있었는데, 정 주면 떠나기 힘들까봐 모른체 했는데,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죄스러운 은조입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은조는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울보공주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고, 지켜줘야 하니까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안 부끄럽다고 했듯이, 은조 역시 부끄럽지 않게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대성참도가와 효선이를 지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은조의 가녀린 어깨에 진 짐이 버거워 보입니다. 효선이 얼른 어른이 되어서 나눠져야 할텐데, 그 때까지는 은조 혼자 힘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우야! 누야 좀 잘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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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서온여자 2010.04.30 21:28
아~ 역시 초록누리님이시라는,, ^^
저 오늘 시골집에 왔는데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초록누리님 글부터 읽었어요.
다른 글도 그렇지만 특히 '신데렐라언니'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목요일과 금요일이 기다려져요.
초록누리님은 신언니를 어떻게 보셨을까 정말 궁금하거든요.
님의 글을 봐야 정리가 되면서 비로소 드라마를 다 본 것 같아요. ^^
저 역시 어제의 명장면은 은조가 술항아리를 들고
구대성 영정 사진 앞으로 가는 장면이었답니다.
은조가 구대성 영정 사진 앞에서 아빠라고 부를 때
저도 같이 목놓아 울었어요. ㅠ
살아 생전에 불러드리지 못한 아빠라는 말이기에
더 아프고 감동적이더라구요.
절절한 은조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이었어요.
우리 근영양 연기를 너무 잘 해 주시는 거지.
말씀하신 것처럼 국민여동생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딸이라는,,
잘 읽고 갑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