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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민호를 봤던 것은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보지 못했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죠. 첫느낌은 좀 느끼한 미남, 게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뽀글머리...그냥 신세대 스타가 하나 나왔나보다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 때는 드라마를 별로 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드라마 편식이 좀 강한 편이라...
이민호 출연작을 처음 본 것은 시티헌터의 이윤성, '앗 그 이민호가 이 이민호였어? 액션이 좋네.. 그런데 발음은 좀 샌다. 액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다' 이 정도... 개인의 취향은 첫 한 두편을 보다 여주인공에게 너무 놀라서 포기했다가 이민호의 눈빛연기와 키스신의 비결을 찾아보기 위해 다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시티헌터를 보던 중 개인사정으로 드라마를 열심히 볼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대충 보다보니 드라마도 대충보게 되고... 리뷰를 쓸 드라마가 아니면 좀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리뷰를 쓰고 싶은 드라마라면 돋보기도 모자라 현미경까지 들이대고 보는 수준이라...
제게 있어 이민호의 데뷔작은 신의의 최영이라는 캐릭터인 셈입니다. 첫방을 보고 사극과 참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졌구나, 눈이 호강하게 생겼다 축복이로구나 했지요. 그런데 웬걸...언제부터인가 이민호의 눈빛에 빨려들어가는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늪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더란 말이죠.
제가 늪에 비유하는 배우는 따로 있습니다. 김남길! 김남길의 눈빛연기를 보면 그냥 스윽 빨려들어가는 뭔가가 있는데, 제가 빨려들어가는데 김남길이 빨아들이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빨려들어가는 거지.
그런데 이민호는 이민호가 빨아들이더란 말입니다. 엇 이거 아닌데, 난 이렇게 젊고 샤방하게 잘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안돼, 임자가 있걸랑! 그러나 멈출 수 없었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해 가는 나를 어느 순간 걱정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이민호의 눈빛에 대해 집중탐구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렇게나 애정해 온 이승기에게도 찬사를 아끼고 있건만,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드는 이민호의 눈빛의 매력이 뭘까?
이민호 눈빛연기 탐구 1
우선 눈빛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전 안성기, 김남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의를 보면서 이민호를 추가했습니다. 이민호에 대한 애정까지 더해져 허부적대는 팬이 되었죠. 김남길의 눈빛연기는 선덕여왕과 나쁜남자를 보면 진짜 죽입니다. 나쁜남자는 중간에 길을 헤매서 작품 완성도가 떨어져 버렸지만, 오직 김남길때문에 끝까지 갔던 작품이었습니다.
각설하고 김남길을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왜 끌어왔느냐? 둘의 눈빛연기가 마치 N극과 S극처럼 극과 극이라는 것입니다.
김남길의 눈빛은 짙은 바다가 떠오르고 이민호는 맑은 호수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요.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 김남길은 짙어서 깊이를 알 수 없고, 이민호는 너무 맑아서 밑바닥이 보이는데 들어가보면 엄청난 깊이의 호수라는 점. 공통점은 깊다.
김남길의 눈빛은 그림으로 비유하면 유화같습니다. 바탕 채색이 무슨 색깔인지 알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자꾸 집중하게 돼죠.
이민호의 눈빛은 수채화 같습니다. 투명해요. 전 송지나 작가의 이민호(최영)를 표현한 말중에 강직한 눈빛, 정직한 눈빛이라는 말이 딱 이민호의 눈빛이라 생각해요. 정말 잘 보신 듯...언젠가 글에서도 쓴 것 같기는 한데...
본격적으로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대한 분석 들어갑니다.
우선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결에서 가장 매력은 눈이 예쁘고 크고 잘생겼다!!^^ 그리고 동공의 사이즈가 눈 사이즈 대비, 환상적인 비율을 가졌어요. 타고난 복이죠.
이민호는 여백을 만들어 가는 눈빛연기를 합니다. 김남길의 경우는 눈빛에 그 캐릭터를 다 담아 꽉채우는데, 그것이 김남길의 매력이기도 한데, 이민호는 2% 정도를 비웁니다. 그게 고개를 돌리는 습관(?)을 자세히 보면 보여요.
이민호는 상대배우와 대화도중 고개를 두어번쯤 돌리며 캐릭터의 감정을 화면밖으로 보내지요. 시청자는 그것을 마치 내게 얘기하는 듯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대개의 연기자들은 진지한 상황에서는 혼자 용을 쓰듯 진지하죠. 미간을 찌푸린다든가 눈 주위를 가느랗게 뜨고 생각을 모으는 모습을 취한다든가...
그런데 이민호는 그냥 던져요. 나 지금 이런 고민에 빠졌어요 라고 호소하듯이... 그때마다 눈동자를 작게가 아니라 눈에 보일정도로 움직이죠. 가늘게 눈동자를 떠는 인물은 대개 의뭉한 생각을 할때가 많죠. 혼자 뭔가를 계산하는 눈.
그런데 이민호는 가늘게 떨지 않고 오히려 눈동자를 좌우로 표나게 움직입니다. 마치 내 감정을 읽어달라는 듯 말이죠. 그리고는 허공에 그 감정을 툭 던져버립니다. 그러니 내가 들어가서 그 얘기들을 들어주고 싶게 만드는 거죠. 제가 이민호는 시청자를 빨아들인다고 표현한 것이 이때문입니다.
즉 대개의 연기자는 자기 감정에 푹 뺘져서 그 캐릭터가 이런 고민을 이런 갈등을 하고 있다고 그 캐릭터의 감정을 제 3자로 지켜보게 하는데(이게 좋지않은 연기라는 말은 아니에요), 이민호는 상대배우는 물론 모니터 밖의 시청자에게도 감정이입을 시키죠. 2%의 던짐을 통해....
이민호의 눈빛은 솔직합니다. 맑은 호수처럼.
이게 상대배우와의 아이컨텍에서 뚜렷하게 보이는데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이민호는 눈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던가 바르를 떤다든가 하는 모습없이 그냥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내죠. 눈동자도 거의 움직임이 없는데, 이때 이민호의 힘은 눈동자에 힘을 모으는 양미간이 아니라, 눈동자로만 내보내죠.
자 따라해보기.....
일단 양미간에 힘을 주듯 눈에 힘을 줘보세요.
다음은 눈동자에만 힘을 줘보세요.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첫번째 방법은 강요의 감정이 읽어지죠. 두 번째 방법은 설득의 감정(?) 비슷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나요?
그래서 그 그 감정이 굉장히 정직하게 나와서 아 이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구나를 그냥 느끼게 해버립니다.
말 그대로 정직한 눈빛... 이게 그 캐릭터의 감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거거든요.
많은 연기자들의 눈빛연기의 특징 중 하나가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하고자 눈 근육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민호는 그 캐릭터의 진심을 그냥 그대로 읽어달라는 듯 오로지 눈빛에만 실어 보냅니다. 미간의 찌푸림, 즉 강요의 감정없이....
***여기까지는 지난 글에서 댓글에 옮겼던 부분입니다. 댓글에 이민호 눈빛연기에 대한 제 소견을 다 말하기는 부족한듯해서 포스팅을 따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발행합니다. 무엇보다 예를 보여줄 사진이 필요한데 댓글에는 사진을 넣을 수가 없다는 한계때문에... 그래서 오늘글은 사진이 좀 많습니다;; 회차별로 좋은 장면 재감상하시면서 그 때의 감정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래 사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 탐구 2
제가 좋아하는 눈빛을 안성기와 김남길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안성기의 눈빛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두 배우의 눈빛이 하나가 된 배우가 안성기이기 때문입니다. 안성기의 눈빛은 수묵화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이기는 하지만, 기쁜 우리 젊은 날과 겨울나그네는 이민호의 눈빛이 담겨있습니다. 실미도, 하얀전쟁, 무사라는 영화에서는 김남길의 눈빛을 많이 보게 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최영의 엔딩장면에서 보여주는 눈빛이 제겐 축제라는 영화에서의 안성기가 연상됩니다.
특히 김남길과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극과 극이 영화 '무사'에서의 안성기의 눈빛에 다 담겨있습니다. 김남길의 유화같은 눈빛(늪과 같은 눈빛), 이민호의 수채화같은 눈빛(맑은 호수와 같은 눈빛)이 안성기에게서 다 보이거든요(안성기의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아쉽게도 아직 부러진 화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 안성기의 눈빛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경외와 존경의 눈으로만 보게 하거든요.
훗날 김남길이나 이민호가 안성기의 순수와 깊이를 잃지 않은 경외의 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두 배우를 진지하게 응원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승기도^^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특징은 캐릭터의 감정선에 따라 순차적이라는 점입니다. 캐릭터의 변화까지 예상하고 계산한 듯한... 이민호의 눈빛연기를 집중분석해 가면서 왜 이렇게 빠져들어가게 만들었을까를 종합해보니, 이민호에 대한 제 개인적인 애정도 물론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순차적인 감정의 흐름을 이민호가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감정의 널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감정의 순차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캐릭터의 중요한 감정선입니다. 제가 개인의 취향과 신의를 보면서 여주인공의 감정선에 몰입하지 못한 이유가 그 순차적 감정선을 예측하지 않은 캐릭터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해 버려서, 아니 얘가 언제부터 좋아했던 거지? 좀 황당스럽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멜로는 사랑이라는 것을 향해 가기에 아무리 무개념 망가진 연기를 보여줘야 할 지라도, 그 캐릭터의 감정선이 변화되어 가는 단서들을 남겨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말이죠. 여자 연기자들 중에 이런 감정선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서 보여주는 연기자가 하지원, 문근영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두 배우를 격하게 아낍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 혹은 비결을 분석하면서 또 하나 제가 주목한 것은 최영의 머리띠였습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캐릭터의 성장과 매우 중요한 연결이 되거든요.
처음 최영의 머리띠는 적월대의 머리띠(두건, 복면)였죠. 7년전 우달치 대장으로 부임하고, 이 후 머리띠를 풀었죠.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호위하면서도 최영은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그가 무사의 상징이기도 한 머리띠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럼 이민호는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머리띠(헤어스타일)와 눈빛으로 어떻게 순차적으로 보여왔는가?
은수를 처음 본 프리젠테이션에서의 처음 시작, 그것은 생경함이었을 겁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본 한 순간의 떨림, 신비로운 경험... 그렇지만 금방 접습니다. 돌려보내야 하니까요. 아무런 미련없이 천혈 앞에서 은수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했던 것처럼...
그리고는 원망의 눈빛을 표하기도 했지요. 칼에 찔린 최영을 살려낸 은수로 인해 또다시 의무감과 책임감을 떠안게 된 귀찮음, 최영의 그 때 마음을 표현한 대사가 공민왕이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빌어먹을"이라며 불만을 표한 것이죠.
은수를 거칠게 벽으로 밀면서 "내가 임자때문에 지금..."하고 뒷말을 삼키면서, 은수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 살려가지고 날 귀찮은 상황속에 던져놨느냐는 불만이었죠.
그리고 최영의 눈빛이 고려황실로 돌아온 이후 바뀌기 시작합니다. 전의시에서 밥 안준다고 투덜대고 허연 맨다리를 드러내는 은수를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떨림, 계속 지켜보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폐열증으로 고통을 참으면서 죽든 말든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최영에게 은수가 아스피린을 쥐어주며 말하죠. "죽지마요". 죽지말라는 말, 어쩌면 최영에게는 부담감처럼 무겁게 다가왔을 겁니다. 언제나 목숨을 내놓고 싸워왔던 무사 최영에게 죽지말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부담스러웠을까요?
기철의 집에 은수를 찾으러 갔을 때, 얼굴에 손을 대는 은수에게 그의 얼굴을 내주면서 그는 진짜 사랑(짝사랑이지만)을 시작합니다. 설렘의 감정으로 말이죠. 그 감정의 연결이 강화로 가는 길에 은수가 언제부터 연모한 거냐고 가슴팍을 쳤을 때의 덜컹거림입니다. 그래서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라며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하게 돼죠. 경창군의 죽음이후 최영의 각성이 시작된 지점에서 입니다. 최영은 이 때 공민왕의 사람이 되면서 매희 그 아이를 보냅니다. 그리고 은수가 그의 마음 전부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합니다. '마마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언제부터지? 그 아이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기철의 집에 있는 은수를 지켜보는 눈에는 짝사랑의 눈빛이 진하게 담겨갔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은수를 지켜보고, 기철의 집에서 도망치려다 비탈길에서 넘어지려는 은수를 받아주기도 하고...
검을 찾으러 왔다며 기철의 집에 다시 갔을 때, 은수가 그의 팔을 잡으며 살아있어서 됐다라고 말했을 때, 이 때부터 최영는 설렘의 단계를 넘어 사랑으로 넘어갑니다. 돌려보내겠다는 마음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감정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때부터는 설렘의 덜컹보다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지켜봄의 짝사랑 눈빛이 됩니다.
은수를 대역죄인으로 친국하는 자리에서 끌려가는 은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최영은, 은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노국공주의 처소에서 나오는 은수를 기다리다가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채이고도, 아무말 못하고 은수를 지켜보기만 하죠. 장빈에게 안겨 우는 은수를 보면서 말없이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최영의 표정,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민호의 최영에 빠져버리게 만든 칠살을 처리한 후 거친 숨을 내쉬는 이민호의 눈빛은 압권입니다. 여기서는 은수에 대한 감정보다는 무사의 감정이 큽니다. 훗날 "이 검이 베어야 할 것들을 베지 못하고 가여운 것들만 벱니다"라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검은 삿갓을 살려보내기도 하죠.
은수가 떠나자 최영은 기철과 함께 죽으려고 동반죽음을 시도했죠. 최영의 언 손을 녹여주는 은수의 눈물을 보며 최영의 감정은 한단계 넘어갑니다. 최영 그도 놀랐거든요. 은수의 마음을 조금 알아버린 것이죠. "다시는 목숨거는 짓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울지마요". 우는 은수를 보는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의 감정이 전혀 없습니다. 놀람의 감정이었습니다. 그 분 마음을 안 것에 대한...
은수의 다이어리를 건네받게 하고, 독에 중독된 것을 모른채, 은수를 하늘문으로 데려가면서 최영은 그의 마음을 홀로 고백합니다. 문지방 너머에서 은수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손, 그 때의 최영의 눈빛은 버림이었습니다. 연모의 마음을 버려야 하는 괴로움... 그래서 그 눈빛에는 진한 슬픔이 베여있습니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미치도록 아픈 슬픔...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더 알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은수에 대한 연모의 마음이 너무도 컸던 최영.
덕흥군과 혼례를 하겠다는 은수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최영,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내 옆은 안되겠냐고!", 이때부터는 짝사랑의 지킴이 감정을 버리고, 정면돌파 직접 고백단계로 넘어가죠.
그리고 이민호의 눈빛은 다시 변화합니다. 자기 여자를 보는 눈빛으로 변했지요. 짝사랑의 눈빛과는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은 눈빛, 그래서 그 눈빛이 정직한 눈빛으로 변하죠. 은수에 대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니까요.
은수에게 내 옆은 안되겠느냐고, 대전에서 은수에게 기습키스를 하면서 은수에 대한 감정을 다 보이기 시작한 최영이 한 번 흔들리는 씬이 있습니다. 은수의 백허그 고백 때... 남으면 안되느냐는 은수의 고백에 이민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감정 컨트롤을 했었죠. 붙잡고 싶은 갈등과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내야 한다는 다짐의 눈빛으로.
그리고 딱 한 번 이민호에게 거짓의 눈빛이 나옵니다. 이민호가 얼마나 감정연기를 잘했는지 이 부분에서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은수를 잊을거라고, 밥도 잘먹고 잘 지낼거라고 했던 장면에서 이민호의 눈빛을 보면 눈에 생기가 없어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죠. 좀 멍한 느낌의 강요만이 보입니다. 이게 그 캐릭터가 되지 않으면 힘든 눈빛연기인데 이민호는 정말 캐릭터 은수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보내도 잊을 거라는 말이 거짓임을 이민호도 감추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푸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부터 이민호는 샤방한 모습을 버리고 원숙한 남성미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제겐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공민왕을 떠나면서 말이죠. 그리고 다시는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궁으로 돌아와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의 고백과도 연결되는 머리띠입니다. 검의 각성과 함께 이 머리띠는 결국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귀검을 뛰어넘는 각성을 이뤘듯이 머리띠에도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죠.
하늘문으로 향하면서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이나 떨림, 덜컹의 감정없이 내 여인을 바라보는 마음만 보입니다. 평온하기까지 하죠. 은수의 마음을 확인한데서 오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내야 한다는 갈등은 있지만 적어도 혼자만의 짝사랑 감정은 전혀 없지요.
많은 경우 연기자들이 감정선을 연결하면서 설렘과 덜컹거림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혼자 좋아했다가 상대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다시 설렘과 덜컹거림으로 그 감정을 반복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잘못된 감정표현이죠. 그 때는 설렘이나 덜컹거림보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거림으로 연결해야 하거든요. 이런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을 이민호만큼 제대로 보여준 경우를 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이때부터 이민호의 표정을 보면 원숙한 남자의 모습이 되어있습니다. 감옥에서 탈출해 나온 최영을 은수가 달려와서 안았을 때의 표정, 은수의 머리카락을 넘기다 울고 있던 은수를 보는 표정, 은수가 피묻은 갑옷인 채의 최영을 안아주었을 때의 이민호의 표정을 비교해 보면, 그 순차적인 감정을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원숙한 최영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 노국공주의 유산때 은수의 손을 잡아주던 모습과 녹주독을 먹고 고통이 시작된 은수를 안고 최영 그가 더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입니다. 독자분도 그 장면을 애정하는 장면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민호의 심장에 꽂히는 매력적인 눈빛, 초롱초롱 별이 한 두개 박혀있는 듯한 맑은 눈빛의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눈빛연기의 비밀은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다시 찾아보면서도 느꼈는데,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은 극중 상대 캐릭터를 진짜 사랑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허공으로 감정을 보내 교감하면서 시청자를 그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빨아들이는 힘, 2%의 던짐 그 여백의 눈빛이 그려내는 감정들, 그 캐릭터가 되지않고서는 아무리 눈빛이 맑고 좋아도, 정직한 눈빛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감정선, 설렘, 놀람, 짝사랑, 아픔, 확인, 굳은 사랑과 강한 믿음의 순차적 결과물이 마지막 엔딩장면에서의 평온할 정도로 담담한 최영의 표정입니다. 감동으로 벅차 눈물만 차오르는 원숙한 모습, 은수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은 긴 기다림, 몇 번이고 최영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생각해 봤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연기가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었을 때... 처음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적이! 하면서 동공이 확대되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아니야, 이민호가 저렇게 표현한데는 분명한 자기 분석이 있었을 것이야...
아...그러고 보니 최영의 유일한 취미생활이 낚시!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아 그거였구나, 이민호는 진짜 최영이었어!
알맹이 없는 글은 아니었을까 걱정도 되는데, 이 글이 신의 재리뷰를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주신 임자팬들,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신의방 왕언니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준 이민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드리는 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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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2.12.28 10:14
유후~~~~님들^^
저 오늘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날입니다..
쌤이 수업 30분 늦춰놔서 이리 룰루랄라~입니다..ㅋ
이제 시간 많~~다는 야그..ㅋㅋㅋ
점심 그동안 수고하신 쌤들이랑 같이 먹을까, 그냥 올까..고민입니다..^^;;
님들 오늘 좋은 하루 되시구요..감기 조심~!
전 어제 코감기약 먹고 메롱~~이어서, 어제 밤부터 일부러 약 안 먹고 버티기합니다...안 그럼 자리보존하고 있어야 해서...ㅋㅋ
이따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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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 2012.12.28 11:16
용지~일단 생존신고하고요.ㅡ.ㅡ:;
크리스마스에 시댁에 갔다가 아들놈땜시 죽다살았어요. 이놈이 잠도 안자고 업어~업어~만 외칩니다ㅜ.ㅜ
곧 다시 올께요. 지금 또 아들놈이 울어서....
저도 민호눈빛에 대해서 할 말 많은 1인데....이비루한 현실이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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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Anne 2012.12.28 15:45 신고
초록누리님
설마 신의글을 또 기다리겠어요~~ ㅋ ㅋ
어떤 글이건 누리님께서 올려주시길 기다리고 있죠...
아드님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시고~~~^^
맞아요
저도 제 눈엔 제 아들이 제일 잘생긴 것 같아요...
이게 바로 팔불출이겟죠? ㅎ ㅎ
저는 보고싶다를 보고 있기는 한데~~~
요즘 유승호를 보는 맛에^^ 도대체 어떤 심리일까?
박유천과 유승호를 보면서 이게 바로 간절함과 집착의 차이구나...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그거 외에는 딱히~~~
또 좋은 드라마를 하겠죠 뭐~~
이 기회에 건강관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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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누리 2012.12.28 12:17 신고
아들이랑 딸 데리고 크리스마스 2차 쇼핑(박싱데이) 다녀왔습니다.
아들 옷 사주는데 전진호와 구준표 스타일만 생각나서 이민호 코스프레를 하면서 혼자 흐뭇해 했다네요.
전진호와 구준표 스타일 따라하기...돈이 좀 들기는 했지만ㅎㅎ
우리 아들 아무말도 안하고 있더니 계산 다 끝내고 차에 타면서 하는 말,
"어머니 절 이민호로 만드시니 행복하십니까? 근데 기럭지가 안따라줘서 어캐요?"
응큼한 녀석, 내 속을 다 알고 있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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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2.12.28 13:57
검은 깨랑 검은 콩은 저번 여름에도 가지고 나갔는데요??
괜찮았어요...뭐...내다 팔 만큼 많은 양이 아니라면 괜찮아요..
그런 건 규제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이곳 여행 오신 아줌마들은 대부분 많이들 사가세요...
저희 친정엄마가 녹내장 진단 받으시고 검은 콩(서리태)가 필요하신대 한국은 넘 비싸다 하셔서 여기서 구입해 갖다드렸어요..^^
유난히 한국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으시죠..거긴 더 머니 자주 가기도 힘드시고...
언젠간 정리하시고 한국 들어가실 날이 있으시겠죠??
힘내세요..누리님...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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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의 이시스 2012.12.28 12:57 신고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앤과 같으시려나? 그래도 사람좋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은 앤이랑 같으신 우리 신의방 앤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앤의 사랑도 읊어주세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Ps. 메일보냈는데 확인바랍니다. -
이쁜옥이 2012.12.28 13:29
오랜만에 들어오니 반가워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흐흐흐...)
우선 Anne님 생일 축하해요.. *^_~* ... 추카~추카~...
가족과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보내세요^^...
아들이 방학도 하고 손도 불편해서 모든 스케줄 정리하고 친정에 왔건만... 엄마가 해주시는 밥도 먹고.. 아빠에게 애교도 부리고 아무것도 하지않고 편히 있건만...
케이블방송은 나오는데 인터넷이 잘 안되요...ㅠㅠㅠ...
경기도 근처 전원 주택에 사시는데.. 겨우 5채의 전원주택에는 노부부들만 사시고...
주변에는 야산과 목장.. 논두렁이 전부입니다... 오늘도 논두렁이 길을 걸으면서 인터넷이 잘 터지는 곳을 찾고 있네요... 겨우 한곳을 찿아 열심히 댓글 읽고 저의 흔적을 조금 남깁니다...
호~ 추워서 그만 집안으로 들어 가야 겠네요... 손이 덜~덜~덜~...
2주일 후에 신랑이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기다려요!!!.. 기다리는데... 미친것 같아요!!!!... 누리방에 자주 들어올수 없어서...
*** 초록누리님과 임자방 여러분 새해 인사 미리 해야 겠네요...
언제 다시 흔적을 남길수 있을지 몰라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더 많이 즐겁고 향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를 바랍니다^^..
행복만땅... 기쁨가득... 멋진 한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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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사랑 2012.12.28 15:11
빨강머리앤님ᆢ
오늘생일이시구나!!.
어쩐지생일이랑 어울릴것같은날씨네요
분위기 팍팍나는ᆢ
여튼생일 추카추카해요♥♥♥♥
우리누리방 ᆢ님들은생일을어찌알아을까나? -
슈가 2012.12.28 19:48
너무 멋진글을 읽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ㅜㅜ
가슴이 콩콩콩 뛰다가 싸르르..하게 아프기도 하고. 너무나 좋아하는 최영의 눈빛.
그 눈빛을 이리 멋지게 짚어내시니.. 벅차고 기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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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이 2013.01.01 15:26
초록누리님 정말 분석이 대단하세요~
너무나 공감가는 글입니다.
'허공으로 감정을 보내 교감하면서 시청자를 그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빨아들이는 힘, 2%의 던짐 그 여백의 눈빛이 ...' 특히 이부분요. 고개를 가끔 돌리는 그것! 저도 같은생각 했거든요.
울 이배우님.. 눈빛 연기랑.. 목소리는 정말... 머라고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끝내줍니다 ^^ -
두넝이 2013.01.14 18:57
어쩜 이리도 분석을 잘 하셨는지 진짜 대단하십니다~!!ㅎ
저도 김남길씨 눈빛연기를 인상깊게 보았었는데 이민호씨의 눈빛연기는 여백이 있는 눈빛연기라는 말씀에서 깊게 공감이 되네요.
이민호씨의 눈빛연기는 누구보다도 크고 맑은 눈동자에서부터 나오는 연기라서 눈을 보고 있으면 깊은 호수에 빨려들어갈 것같은 흡입력이 있지요. 단순히 눈이 이쁘다기 보단 눈동자가 맑고 깨끗해서 눈빛연기를 할 때 다른 배우들보다 먼가 더 진실되보이고 몰입력이 있는 것 같아요.
초록누리님께서 이배우가 진지하게 고뇌하거나 생각에 잠길 때 눈빛을 그냥 툭 던지듯 연기한다고 하셨는데 저도 은연중에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이배우의 눈빛연기를 보면서 백마디의 말보다 던지는 듯한 눈빛연기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민호씨를 보며 정말 눈빛연기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밖에 분석하신 리뷰글을 읽으며 정말 초록누리님께 탄복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만두만두 2013.01.16 20:17
안녕하세요 두넝이님 저도 이배우 눈빛연기에 감동한 1인입니다 신의 몇 번 다시 보기 했는데 정말 이배우 눈빛연기는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눈빛연기에 헤어나오지 못하네요 두넝이님 누리방에서 신의 애기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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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2013.12.14 22:26
상어에서 김남길을 보고 어라 선덕여왕의 빛나던 그 비담이 이 사람이었어?깜짝놀라 김남길홀릭...과거사를 다 샅샅이 추적하며작품마다 완전 다른 느낌의 이 배우눈에 빠져들어버렸죠.
그런데 연기 잘하는 다른 흐뭇한 배우들도 많았는데 다 그저 아끼는 정도로만 패쑤패쑤하다가...
갑자기 상속자들의 이민호군에게 다시 빠져드는 제 자신에 당황했습니다. 역시 민호군의 과거 작품을 샅샅이 섭렵하고 연기기술이 김남길처럼 화려하지 않은 이민호군의 매력에 자꾸 홀릭하게되는 이유가 뭘까...
몰라도 볼수록 빠져드는 공감 연기에서 허우적댈수밖에 없었지요.강력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감성을 함께 자쥬자재로 구사하는 이 젊은이...
그런데 초록누리님께서 제 궁금증을 풀어주셨네요!둘의 눈을 비교.비유하면서 풀어내신 글. 정말 감탄하면서 잘 봤습니다.
아우러 신의를 보며 풀리지않던 의문들까지 시원스레 해결해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닷!!!♡
최근 상속자들의 글이 궁금한데 통 발걸음을 안하셨네요...
부디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빌며
좋은글 또 기대합니다~ -
초코렛 2014.01.06 23:09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ㅠㅠ
시티헌터에서 복면위의 두눈에 빠진 1인입니다
최영장군도 넘 슬펐지만 김탄에게는 완전히 빠져들어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해 매일 기사를 검색하며 일상에도 지장이있을정도네요~^^남들이 왜이민호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눈빛과 기럭지 등등이라고 말해왔고 잘생긴 사람도 많은데 내가 왜이런지 정말 잘몰랐어요~오늘 님의 글을 읽고 나의 증상이 지극히 정상이란걸 알고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아직 빠져보지 못한사람이 불쌍한거겠죠?
다음에 미노님의 매력을 소개할땐 님의 불로거를 소개해야겠네요~자주 들를게요~감사합니다
8년의 시간이 흐른 후 2부로 넘어 온 신데렐라 언니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수 없이 던져 놓았습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대성도가를 찾아 온 은조의 일편단심 수호천사 한정우(옥택연)가 성인으로 변신해 등장했고, 군대를 간다며 말없이 떠나버린 홍기훈이 대성도가의 새로운 마케팅 담당자로 와 은조와 효선과 재회를 했지요. 그리고 반전 중의 반전이라 할 수 있을만큼 충격적이었던 꼬리 아홉달린 여우 송강숙의 외도까지 흥미로운 사건들이 넘쳐났어요. 구대성과 송강숙 사이에 준수라는 아들도 생겼더군요. 그다지 착한 심성의 아이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보는 순간 의혹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서 준수를 한참이나 쳐다봤네요. 이 아이가 송강숙의 운명을 쥐고 있는 불행의 씨앗일까? 아님 화해와 해피엔딩을 위한 다리역할을 할까? 인상만으로는 전자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는데, 스포가 될 수도 있기에 좀더 지켜봐야겠네요.
옥택연, 연기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옥택연의 연기는 합격점입니다. 물론 첫회 등장이라 장면도 대사도 많지 않아서 평을 하기에 이른감이 있겠지만, 일단 컨셉은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연기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돌에게서 흔히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이 힘이 많이 들어가는 점과 자연스럽지 못한 대사, 그리고 표정연기겠지요. 옥택연은 세 가지 부분 모두 무난하게 통과했다고 생각됩니다.
은조와 효선, 8년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크게 건너 뛰어버린 8년의 시간, 신데렐라 언니는 친절하게 짧은 장면만으로도 그들의 변화들을 어렵지 않게 깔아 주었습니다. 은조는 미생물학과에 진학해서 대성도가에서 효모연구를 하며 대성도가 실질적인 경영업무에 참여하고, 효선은 발레리나를 꿈꾸며 오디션을 계속 보지만 낙방의 연속이었고, 풍족하지만 빈껍데기같은 재미없는 생활을 해오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지요. 한도초과가 될 정도로 카드를 긁어대고, 허한 마음을 달래 오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 효선의 생활에 일조한 인물이 새엄마 송강숙이었고요. 송강숙을 연기하는 이미숙의 변신이 이번회 너무 충격적이라 송강숙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밤이 새도록 얘기해도 모자랄 것 같아 송강숙은 별도로 다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네요. 연구대상감이 송강숙 캐릭터인데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여자에요. 자꾸 그 심리를 파헤쳐보고 싶은....
기훈이 말없이 떠나버리자 은조는 대성도가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가방을 꾸려 떠나려고 했어요. 기훈이 떠난 대성도가는 넓고 황량하게 텅빈 집일 뿐입니다. 기훈이 앉아 노래를 부르던 마루에도, 그 어디에도 기훈의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 은조를 붙들어 준 것은 구대성이었어요. 은조와 기훈이 각별한 마음을 주고 받은 것을 구대성은 알고 있었어요. 기훈이 떠났던 날 효선에게 어디로 떠났냐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기훈을 찾아 헤매던 그 눈을 대성도 봤던 게지요.
정붙일 곳 없는 아이, 은조가 대성도가에 마음을 붙이지 못할 것임을 구대성도 알았기에 은조가 집을 떠나려고 한다는 것도 짐작합니다. 가게 해달라는 은조에게 구대성이 말하지요. "어디다 내놔도 걱정이 없을 것 같은 때가 오면 보내줄게. 약속하마, 나는 약속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다. 당분간 내가 너에게 이 집에 있어도 좋을 이유가 돼주마" 그리고 우는 은조의 어깨를 감싸주었지요. 구대성의 약속이 은조를 8년의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던 것이지요. 드라마 속이지만 새아버지 구대성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이런 좋은 남자를 배신하고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고 있는 송강숙이라는 여자, 정말 어리석기도 하지만 그 심리가 묘하게 이해도 되고 암튼 복잡한 어른들입니다.
효선이 송강숙에게 하는 행동은 효선이가 살아남는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아버지 구대성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만, 효선이가 새엄마 송강숙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효선은 8년의 시간속에서 알았어요. 효선이 송강숙이 자신을 가식적으로 대하고 있음을 아버지에게 말해봐야 송강숙의 아홉개 꼬리와는 상대도 되지 않고, 새엄마를 밀쳐내면 아무도 효선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 것을 알았어요. 효선이 새엄마에게 못되게 굴면 그 화는 고스란히 효선에게로 쏟아질 것임을 효선도 눈치밥 8년 속에서 알아버렸던 거예요. 효선이가 살아남는 방법은 그렇게 새엄마의 비위를 맞춰가며 아픔을 혼자서 삭여가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그런 효선이에게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기훈오빠가 나타났어요. 8년간의 외로움과 허허로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듯이 기훈에게 안겨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장면에서는 효선이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아파오더군요.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남자, 그럼에도 기대고 싶은 남자 기훈, 효선은 기훈오빠가 재미없이 허허롭기만 한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효선은 더 이상 갈데가 없는 아이거든요.
은조와 기훈, 다시 들려온 그 사람의 목소리 "은조야"
갤러리에서 기훈이 좋아한다던 손상기화가의 전시회장에서 효선으로부터 믿기지 않은 말을 듣습니다. 기훈이와 만나고 있다는 말은 은조를 흔들어댑니다. 효선의 전화통화에 오빠라는 말만 듣고도 상대방이 기훈일까 한밤중에 그의 뒤를 쫓는 은조에요. 기차역에도 가 보고 카센터에도 가 보고...
그런 은조앞에 거짓말처럼 기훈이 나타납니다. "아는 얼굴이네? 효선이 언니 맞죠? 나 기억해요?" 8년간이나 은조야 라고 불러 주었던 그 목소리를 내려놓지 못했는데, 그 사람은 아는 얼굴일뿐이라며 심지어는 나 기억하냐고 묻기까지 합니다. 기훈이 장난으로 한 말이었음에도 은조의 가슴에 그 사람이 너무 컸기에 농담을 받아들일 줄도 모릅니다.
그리움이 사무쳐서,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커서,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야속함에 두 사람은 그렇게 8년이라는 길고 고통스러웠던 그리움을 상처받은 들짐승들처럼 으르렁거리며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에요.
은조와 효선 앞에 동시에 나타난 기훈 그리고 정우, 네 사람의 감정은 낮은 첼로음처럼, 그러나 팽팽하게 당겨진 현위에서 춤을 추는 듯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입니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져서 마치 활을 대는 순간 줄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릴 것 같습니다. 은조와 효선의 이 숨막힐 정도로 아픈 팽팽함은 감히 활을 들어 연주하기가 겁날 정도에요. 8년후의 두 사람의 변신은 연기자로서도, 드라마 속에서의 캐릭터로서도 성공적인 변신입니다. 그래서 다음회를 보기가 겁날 정도에요.
혹시 들으셨나요? 기훈이 "은조야" 라고 부르자 은조의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말이에요. '똑" 하고 눈물 떨어지는 효과음은 신데렐라 언니의 동화적인 최고 음향효과였던 것 같아요. 눈물 떨어지는 소리는 "은조야' 라고 부르는 소리에 은조 가슴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소리였고, 그동안 원망스럽게 가슴에 담아 온 그리움이 떨어지는 소리였고, 앞으로 예고될 은조의 슬픔을 말하는 소리였어요. 은조의 눈물 소리에 제 마음에서도 뭔가가 떨어지는 듯 가슴이 아려 오더군요. 이렇게 눈물소리까지 담아내며, 가슴 속 말하지 못한 말을 전달하는 동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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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10.04.15 20:19
리뷰마다 정독하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효선에 대해 은조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쓰신 분은 님이 처음이네요~
저도 은조가 효선이를 대하는 게 8년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기훈이가 세상으로 잡아끌어주고, 8년동안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
은조도 효선이의 심정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효선이한테 독설할때도 8년전처럼 독설하기보다는
자꾸 흔들거리지 말고 정신차리고 네 것을 잡을 줄도 알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효선이가 술취해서 업혀왔을때 효선이한테 이불을 덮어주면서
은조가 지었던 미묘하게 동정과 공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라든지..
공감가는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은조가 원하지 않았지만 동수의 꽃다발은 효선에게 불똥으로 번졌고, 이 사건은 효선이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습니다. 효선이 은조로부터 엄마를 빼앗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듯이, 은조 역시 효선에게 내재된 미움이라는 감정을 건드리게 될 줄은 몰랐겠지요. 은조는 세상이 무지개빛 동화나라처럼 보이는 사람을 처음 만났고, 세상이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효선도 처음 만났어요. 그런 점에서 은조와 효선은 비슷한 아이들입니다. 자기 눈에 보이는 세상이 본질이라고 믿었던 외통수들인 셈이지요.
두 사람이 폭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일은 표면적으로는 동수때문이었지만, 효선이 동수를 빼앗겠다는 말에 은조와 엉겨붙어 머리채를 잡고 싸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럴 정도로 동수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착한 효선이라는 캐릭터상 사귀는 사이도 아닌 동수때문에, 은조언니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주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을 일은 아니었어요.
효선이 은조의 머리채를 쥐고 소위 육탄전을 벌이게 된 것은 효선이의 내적인 문제였어요. 효선이 은조에게 "거지 꺼져"라며 했던 욕설이나, 은조가 "싫어, 내가 싫어지면 내 발로 나간다"고 한 것은 공감가는 대사들이었어요. 효선이와 은조는 10대 고등학생들의 나이입니다. 둘 다 성숙한 나이는 아니지요. 세상 경험을 더 많이 한 은조가 성숙(?)한 정도이지 두 아이는 여전히 10대의 사고방식에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나이에서 우리집이라고 나가라고 한 효선이나, 센 척하는 은조의 싫다는 말도 충분히 공감가는 10대들의 유치한 말싸움이에요.
그러나 덤으로 딸려 들어온 존재로 인식된 은조는 전혀 곁을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효선이 은조를 처음 보자마자 언니하며 붙임성있게 따르고 친하고 싶었던 것은, 새로 생긴 엄마를 잃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지도 몰라요. 엄마의 딸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엄마를 잃을 지 모른다는...
그런 심리가 왜 은조를 낳았냐는 말에 들어있었던 거예요. 엄마는 자기가 필요해서 반지를 숨기면서까지 만든 존재라면, 은조는 효선이 원하던 존재도 아니었고, 새엄마의 혹처럼 딸려들어 온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 효선의 심리에 깔려있는 것이지요. 아직 효선이 어린 나이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 듯 싶어요. 더구나 효선은 어느 단계에서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듯한 유아기적 공주였으니까요.
은조가 건드린 것은 효선의 그런 잠재적인 심리였어요. 자신이 원하지 않은 혹같은 아이, 그렇지만 엄마가 데려왔으니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음을 건드린 거예요. 착한 척하지 말라는 말로 말이지요. 누구도 효선을 향해 눈을 흘긴 사람도 없었고, 너 싫으니 나 좋아하지 말라고 대놓고 으름장을 놓은 사람도 없었는데,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효선에게는 충격입니다. 엄마따라 들어온 주제에 잘해주려고 했더니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거지발싸개였던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기훈의 은조에 대한 특별한 시선은 효선에게 한 번 발현하기 시작한 감정에 불을 지펴버리게 되었지요. 동수도, 새엄마도 아닌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훈오빠,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자기 것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효선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
4회 엔딩장면에서 8년이 지난 후 은조와 효선 사이에 툭하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여전히 두 사람은 파열음을 내며 기관차처럼 달려왔음을 한장면에 담아 보여주었습니다.
문근영, 캐릭터를 재창조하는 연기력
본격적인 성인연기에 도전하는 문근영에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신데렐라 언니는 도전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의 변신은 이미 성공적으로 보여주었고, 국민여동생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배우 문근영이 국민여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문근영의 연기를 분석하다보니, 문근영의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눈에 뜨입니다. 서우의 효선 역이 초기 오버스럽다, 과장적이다, 공감되지 않는 어리광이다 등등의 비난에 시달린 것에 비하면 문근영의 은조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전혀 새로운 은조의 모습으로 눈에 섬뜩하리만치 독기가 서려있음을 보고 놀랐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독기는 문근영만이 할 수 있는 표정연기도 아니고, 반항적인 연기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훈에게 쇼핑백을 전해주는 여자를 보고 질투심의 불똥이 효선에게 터뜨려졌는데, 무릎이 깨져 꿰매고 돌아왔을 때, 엄마의 무릎에 누워 잠들어 있는 효선이의 모습을 보고 은조는 엄마를 빼앗긴 듯한 불안감과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 은조 눈에 기훈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어 온 기훈에 대한 야릇한 배신감을 느끼게 합니다.
은조를 연기하는 문근영의 섬세한 연기를 본 것은 이 부분이었어요. 회초리를 맞은 다음날 아침 일찍 기훈을 불러내 "어제 그 여자 누구냐?" 고 물었지요. 그게 궁금해서 밤새 한 숨도 못잤느냐는 짖궂은 기훈의 말에도 이렇다 저렇다 말도 않고 그저 기훈을 쏘아볼 뿐이었는데요, 그 때 문근영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어요. 잠을 못 이룬 눈빛, 거기에 그 답을 듣지 않으면 하루종일 쫓아 다녀서라도 알고 말겠다는 듯한 오기마저 서려있었어요. 그 충혈된 눈을 보며, 아! 문근영이구나 싶더군요. 문근영은 상대방의 대사에 맞는 충혈된 눈까지 계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문근영의 연기를 보며 놀랐던 것은 버스터미널에서 기훈을 찾는 장면이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기훈을 불러야 하는데,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해서 입만 벙긋벙긋 거리기만 하는 모습은 너무 실감나는 장면이었어요. 강가에서 은조가 무너지며 "한번도 그 사람을 불러보지 못해서 은조야 라며 새처럼 울었다" 라는 방백과도 연결되었던 장면이기도 했고요.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여자같았거든요.
그럼에도 문근영의 은조는 강렬합니다. 신데렐라 언니 은조를 뛰어넘어 버린 것 같아서 어쩌면 제작진이 난감해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문근영은 제작진이 의도했던 은조라는 캐릭터 그 이상을 보여주었고, 오히려 새로운 은조로 탄생한 느낌마저 듭니다. 문근영의 눈빛에, 문근영의 눈물에, 그리고 표정에 신데렐라 언니가 방송된 후 은조라는 캐릭터가 분분하게 분석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인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은조라는 캐릭터는 어느 한가지로 꼬집어 말하기가 힘듭니다.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못된 아이였다가 여린 아이로 은조는 인간이 가진 복합적인 내면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문근영에게 놀라운 것은 이 복합적인 모습들을 은조라는 캐릭터 하나에 응축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것도 긴 대사나 상황이 아닌 흑진주처럼 까만 눈동자와 표정, 절제된 목소리 톤만으로도 말이지요. 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배우의 성장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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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10 20:34
매 회 볼때마다 문근영씨 연기에 놀라고 있어요ㅎㅎ 제목이 좀 유치해서 내용도 별로일줄 알았는데 매주 챙겨봅니다^-^
평소 밝고 착한 이미지의 문근영이 그런 사회를 저주하고 찌든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줄은 몰랐었거든요~ 보면서 참 저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은조란 캐릭터를 표현하는걸 보고 문근영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ㅋㅋ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쉽지만..서우씨만 욕을 먹는데 전 서우씨 보다 천정명씨의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력이 아쉽더라구요..조금 더 완벽했더라면 몰입이 더 잘될텐데..
그래도 참 매력적인 배우인것 같더라구요~ 전엔 몰랐는데 웃는 모습 보고 호감이 가더라구요^-^ㅋ -
루루 2010.04.11 00:09
문근영이라는 배우는 연기를 굉장히 똑똑하게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요 배우에게는 그것 말고도 더 중요한 것이 드라마와 다른배우간의 호흡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근영양은 상대방의 연기를 보고 지나치지 않게 받아주고 밀어주면서 자신의 감정연기를 충실히 보여주더라구요. 그건 다른 연기자에 대한 배려심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연기이기도 하구요.
어떤 드라마와 비교만 해도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이해나 상대배우와의 호흡은 싹~무시한채 저 혼자 튀고 오바하는 연기를 하는 여배우와는 정말 달라보여도 확실히 다른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여배우 기근현상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근영양은 정말 보석같은 배우인것 같네요 -
셀러오 2010.04.11 03:46
댄서의 순정, 바람의 화원에서 본 문근영은 이미 그녀의 미래를 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연기보다 오히려 그녀를 담을 수 있는 드라마, 영화가 있을까 염려스렵다는~^^
왜냐면 우리 근영양도 늙쟈나요...ㅠ.ㅠ 허튼시간 보냄 안되는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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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않은 연기입니다.. 2010.04.15 13:21
오히려 전작처럼 어린신부나 댄서의 순정처럼 외향적으로 표현하는 연기는 쉽고 누구나 할수 있지만 요즘엔 아역들도 눈물흘리는 연기는 잘하죠..하지만 그 안에 많은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기란 힘들지 않을까요? 그게 의도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시청자가 느껴버렸다면 대단한거라 봅니다..
그런면에서 문근영과 서우는 공통점이 많은 배우라 보구요..
두분도 좋은 배우고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이미 연기력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단계는 두분다 지나 버렸고..
시청자 입장에선 이젠 그분들이 무얼 표현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게 하는 배우들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에겐 참 좋은 배우들이 아닐지.. 자신이 의도한 캐릭터를 그대로 그 이상 소화해주니 말이죠..
문근영 서우 20대에서 거의 유일한 연기파 배우들이 아닐런지요..
예고편에 구대성이나 송강숙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 특히 구대성이 살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대부분의 동화에서 나쁜 계모가 들어온 이후 부자 영감이 졸지에 급사해버리는 일들이 많아서 괜히 걱정이 돼서 말이지요. 은조와 효선의 바람직한 성장에 아버지 구대성의 존재감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성도가에서 그나마 올곧은 사람은 구대성 한 사람밖에 없는 듯 보여서 말이에요.
신데렐라 4회에서 말없이 군대를 가버린 기훈의 뒤를 쫓아 가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은조야"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함께 울고 말았어요. 기훈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은조는 버스터미널을 찾아 헤매는데, 이렇게 엇갈린 두 사람은 그로부터 긴 시간을 만나지 못하게 되나 봅니다.
기차를 타기 전 뒤를 돌아보며 은조에게 말하는 기훈의 방백은 기훈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날 잡아 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 우는 바보 홍기훈같은 은조야, 네가 잡아주면 여기서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하지만 은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기훈은 전혀 다른 인생을 향해 발을 올리고 맙니다. 기훈이 전혀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암시는 새어머니의 재산상속 포기 각서의 협박을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걸었던 한통의 전화에서 암시되었지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느냐?"는 말은 홍주가의 더러운 집안싸움에 기훈이 발을 담구겠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다음회 기훈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여전히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일지, 비열하고 냉혹한 차기 기업가가 되어있을지 말이에요.
가녀린 새 한마리처럼 자신의 이름만 부르며 우는 은조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근영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은조의 닫힌 마음을 비집고 들어 온 기훈을 보내는 아픔이 절절하게 나왔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 듯이,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 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한 구절 시처럼 슬펐던 은조의 눈물이고, 아픔이어서 함께 울어 버렸습니다. 은조는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준 기훈의 만년필을 받아들고도, "은조야"라고 하얀 백지위에 써둘 뿐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은조야"는 은조의 닫힌 마음을 누군가 처음으로 열었던 소리였고, 새로 시작된 은조의 사랑이었어요. 한번도 기훈의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던 은조에게 기훈의 이름은 '은조야'입니다.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 그래서 은조는 기훈을 '은조야' 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속으로 수십번 수백번을 되뇌이며 시작한 사랑은 한마디 말없이 떠나 버렸고, 그렇게 8년이 지난 시간에 이르러 다시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효선이가 기훈이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작품은 <영원한 퇴원>이라는 작품이고, 은조가 처음에 봤던 작품은 <따스한 빛>이라는 작품이에요. 두 작품 앞에 서있는 효선과 은조의 대비적인 모습이 8년후의 캐릭터에 대한 함축적인 상징을 의도한 것이라면, 효선은 노인이 죽고 없어진 빈침대에 덩그라니 놓인 지팡이처럼 쓸쓸하고 황량해져 가는 캐릭터를, 은조가 보고 있던 따스한 빛은 가난한 동네의 담벼락에 환하게 들어 오는 햇살같은, 즉 상처받아 세상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던 은조에게 따스함 혹은 사랑이 깃든다는 것을 상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그리고 효선도 마음을 닫아걸어 버렸어요. 기훈이 은조에게 만년필을 주는 것을 보고, 효선은 자기 것이었던 기훈을 은조에게 절대 주지 않겠다고 다짐해 버립니다. 기훈이 군대에 가면서 은조에게 전해 달라고 했던 편지를 효선은 전해주지 않았어요. 효선이 뜯어 봐버렸지요. 이 대목은 효선이 더 이상 은조의 터진 입을 보고 걱정해 주는 과거의 착한 효선도 아니고, 스타킹을 주었던 은조에 대한 한가닥 애정도 끊어 버리겠다는 의미와도 같아요.
기훈이 떠났다는 말에 은조가 효선을 따라와 어디 갔느냐고 물었을 때 효선의 대답은 두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뒤따라 온 것을 본 효선이 "언니... 사랑해... 기훈 오빠 군대 갔어" 라고 한 말은 효선의 마음에 대한 이중적인 복선이었어요. 하나는 아버지에게 '은조 언니 사랑해' 라고 들리게 해 아버지를 걱정하지 않게 하려는 말이었고, 은조에게는 "나 기훈 오빠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효선이는 고사를 지내는 중 은조와 기훈이 야릇하게 주고 받는 눈빛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음을 눈치챘지요. 이에 대해 효선은 은조에게 자기가 기훈오빠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me voy porque creo que no podré irme viendo tu cara tan seria
얼굴 보면 떠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간다.
ahora me voy solo luego te llevaré a Ushivara, a la luna y a las estrellas
지금은 혼자 가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너를 우시바라로, 달로, 별로 데려가줄게
no huyas, no te _____ a ningún lado y espérame en casa.
도망가지마, .....집에서 날 기다려줘.
eres tan tan _____ como ______________ te hayas herido las _____....... que no vaya,
너는 정말 정말........... 상처를 입혔잖아.....
antes de ____..... que no me vaya _____
전에........ 도망가지마(???)
특히 뒷부분에 중요한 내용이 써져 있을 것같았는데, 효선이 손에 가려져서 도저히 읽어보기는 힘들겠더라고요. 영어로 번역한 후 한국말로 옮겨보니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이 이 정도로 깊을 줄은 상상을 못했네요.
"은조야, 너의 심란해 하는 얼굴을 보면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널 보지 못하고 떠난다. 지금은 은조 너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만, 나중에 돌아오면 네가 가고 싶다면 우시바라로든 달나라든 별나라든 어디로든지 널 데려가줄게. 그러니 은조야, 절대 도망가지 말고 이 집에서 날 기다려줘. 내가 돌아오기 전가지는 절대로 도망가지마.
내가 그랬지. 맞지 말라고, 맞기 전에 도망가라고. 그런데 그러지마. 너 도망선수인 것 알지만, 내가 가기 전까지는 도망가지마. 그러니 아프더라도 참아. 상처받지마, 네 자신에게 상처내가며 살고 있다는 것 알고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그게 힘들어서 도망가고 숨는 것이 날 덜 힘들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더라. 그래서 나도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고 해. 싸워보려고. 날 상처입히고 싶은 사람들과 싸워보려고..."
이런 마음을 적고 기훈은 기차를 타려는 순간 은조가 잡아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훈이가 떠나는 것은 기훈을 몰아 세웠던 사람들에게서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뜻일테고, 그곳은 진흙탕일 것임을 알기에 기훈은 은조가 자신을 붙들어주기 바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두가지였어요. 천년만년 나오는 만년필과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소재는 기훈의 은조에 대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복선인 게지요. 과연 상처투성이 은조와 기훈의 운명같은 만남에 신데렐라 효선이 어떤 훼방을 놓을지, 뒤틀린 동화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새로운 신데렐라에 대한 관전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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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2010.04.09 20:28
저 편지를 정말로 해독하시다니..
님의 수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짝짝짝~
결국 대성도가도 은조에게, 기훈이도 은조에게, 아버지는 새엄마에게..
(남편 잡아먹을 상이라고 했던 것도 그렇고 은조엄마가 어딜 다녀왔는지 밝혀지지 않은 것도 꺼림직하네요 ㅎ)
그 과정에 아무리 발버둥치고 악을 쓰고 빼앗기지 않으려 하겠지만
주인공이 은조인 이상..효선이는 악녀로 설정된 이상..
결국 모든걸 빼앗기고 말겠죠?
은조는 천사니까 벼랑으로 몰고가서 밀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모든걸 잃고 난 후의 효선이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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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2회는 강숙이 정식으로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는 과정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은조로 인해 효선(서우)에게 새로운 갈등이 시작됨이 예고되었어요. 대성도가에서 일하고 있는 홍기훈(천정명)의 출생비밀도 보여 주었는데요, 재벌의 숨겨진 아들이었나 봐요. 기훈의 의붓형이 "왜 하필 대성도가냐?" 고 말하는 장면을 보니, 기훈의 집과 대성도가가 악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와중에 눈꼬리 치켜뜨고 송강숙의 관상을 훑어보는 이가 있었지요. 구대성의 재당숙모(김지영)라는데, 강숙과 은조를 보는 눈매가 무섭습니다. 강숙의 사주를 물어보고, 효선아버지 대성에게도 남자 잡는 상이라며 살을 풀어내기 전까지는 혼인신고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하지만 이미 송강숙에게 사랑의 포로가 돼버린 구대성의 귀에 당숙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데 벌써부터 강숙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구대성이지요. 이번회 구대성 김갑수와 송강숙 이미숙의 재미있는 달달한 장면때문에 보다 웃기도 했네요. 진지하고 순박해 보이는 중년남자와 코맹맹이 애교나 엉덩이 살랑거리는 교태가 아니어도 남자 홀리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시댁 어른들께 수십번 절을 하고 방에 돌아 온 송강숙이 "팔자도 드러운 년, 팔자 고치려고 들어 온 집에서 뒤로 나자빠지겠다"며 버선을 벗다 뒤로 발라당 넘어가 버렸어요. 에고 삭신이 다 쑤시는데 치마가 올라가든 속치마가 뒤집어져 속곳이 드러나든 꼼짝도 하기 싫은 송강숙이지요. 품위고 고상이고 다 버리고, 속치마 뒤집고 발라당 누워있는 송강숙을 보고 구대성도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어요.
산전수전 다 겪고 말끝마다 팔자 드러운 년이라고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강숙이 아마도 자신의 사주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들었을 듯 싶어요. 고단수 여우 강숙은 미리 선수를 쳐버리지요.
"은조랑 저, 하늘아래 둘밖에 없었어요. 어느 집안의 누구였던 적이 없었어요. 고마워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씀하세요" 그리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지요. 남자가 여자들의 눈물에 약하다는 것을 철저히 이용하는 송강숙, 정말 영악한 여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귀엽기도 해요. 미우면서도 밉지가 않다고 해야할까요?
당연히 강숙의 치마폭에 막 휘감기기 시작한 구대성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펄쩍 뛰겠지요. '옳다구나!' 싶은 강숙은 제당숙모가 사주를 왜 물었겠느냐며 다시 구대성의 마음을 흔들지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하라고요. 그리고는 서류상으로도 완벽하게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혼인신고도 안돼 있다는 말을 흘립니다. 결혼식 백번 올려도 호적신고가 없으면 말짱 '꽝'이거든요.
자신을 믿으라는 말에 강숙이 다소곳이 "네"하고 대답하더니, 옷고름으로 눈물 콧물 닦고는, "이쪽 발도 아파요" 하며 다른 한 발을 내밉니다. 그 장면을 보며 어찌나 웃었던지... 애드립이었는지 대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강숙이라는 여자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숙이라는 인물은 그렇게 내숭이면서도 영악하고, 적당한 선에서 교태도 부립니다. 순진한 구대성을 손에서 가지고 노는데도, 이상하게 밉지 않은 꽃뱀같아요.
장래 꿈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겠다는 새아버지 대성에게 수학과외를 시켜달라고 했지요. 은조의 수학과외 선생은 홍기훈이에요. 홍기훈은 명문대 휴학생이라는데, 까칠한 은조와 기훈이 수업을 기분좋게 시작할 리가 없지요. 무턱대고 반말하는 은조에게 경어를 쓰라고 하니,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그러겠다며 꼬리를 내리고 기훈에게 경어를 씁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기훈이 묻자 "이 집에서 오래 오래 학교 다닐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르니, 언제 쫓겨나거나 도망쳐야 될지 몰라서 기회있을 때 해둘려고 그런다" 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립니다.
술항아리 광에 숨은 은조를 찾은 기훈은 구대성 사장은 좋은 사람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마음을 토닥여 주지요. 그리고 도망가려던 은조를 잡아온 것은 그냥 심부름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고요. "나도 너 같았는데 여기서 지내다가 나 같아진 거야. 여기서 멋져진 거야. 넌 나보다 더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와 기훈은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내보이고, 또한 서로의 상처를 보기 시작합니다.
늘 도망다니며 살았기에 은조는 공격과 방어기제가 본능적으로 동시에 작동하는 아이에요. 언제 쫓겨나야 할 지 몰라서, 언제 도망치게 될 지 모르니 기회있을 때 해두려고 한다는 말은 은조같은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흔히 보여지는 방어기제에요.
털보장씨 집의 뚱보 정우에게도 은조와 같은 방어기제 모습이 보입니다. 뚱보 정우가 입이 미어 터지게 밥을 먹는 것도 언제 버려질 지 몰라서, 언제 또 밥을 먹게 될지 몰라서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심리에요. 눈치밥 먹는 아이들이 먹을 것을 유독 밝히는 것도 이런 심리라고 하더군요.
강숙은 강숙대로 영악하게 솔직하고, 은조는 은조대로 까칠하게 솔직해요. 은조는 왜 기훈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지 은조 자신도 지금 모르고 있어요. 홍기훈이라는 남자에게 자신의 치부를, 상처를 왜 까보이고 있는지를요. 아마 기훈에게 붙들려 오며 "이 남자가 달이 네모라고 하면 네모일 것 같다. 귀신에 홀린 것 같다" 라고 방백했던 것이 답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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