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 김만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15 '무릎팍도사' 죽음이 고민이라는 김갑수의 죽여주는 예능감 (22)
  2. 2010.04.11 '거상 김만덕' 장사는 안하고 변죽만 울리는 드라마 (17)
2010.07.15 07:04




한 때 거의 일주일 대부분을 각 채널 인기드라마마다 얼굴을 보였던 깊이있는 중년연기자 김갑수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빵빵 터지는 예능감에 평소 드라마에서 접한 중후한 모습 속에 이런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꾸밈없고 유쾌하고 솔직하게, 마치 친구들끼리 뒷풀이 속풀이를 하는 듯한 편한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가 무릎팍 도사에 들고 온 고민거리는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죽어서, 좀 오래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갑수처럼 드마마에서 단골로 죽어주신 분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 봄에 유독 많이 죽었지요. 거상 김만덕에서, 제중원에서, 그리고 신데렐라 언니에서 연타로 요일별로 죽여 버렸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올해 작품뿐만이 아니라 작년의 작품에서도 대부분 죽음으로 하차를 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출연한 작품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심지어는 죽어서도 귀신으로까지 등장을 하면서 절대적 존재감을 이어갔던 일명 단명배우 김갑수, 사실 예능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예능본좌를 넘볼 수 있을 절대적 예능감까지 느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갑수렐라님께서 이렇게 웃겨주시는 분이라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목소리도 드라마에서의 중후함보다는 친근했고, 저는 말을 그렇게 빨리 하는 분인줄도 몰랐어요. 드라마에서는 대사가 항상 묵직하고 느릿하면서도 힘이 있었기에 평소에도 그런 어투를 쓰는 줄 알았거든요.
죽어도 죽지 않는 남자, 이 표현이 김갑수에게 가장 어울렸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신데렐라 언니 구대성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갑수(구대성)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짧은 분량만으로도 극의 전체 흐름을 이끌 정도로 강렬했던 것이 신데렐라 언니 구대성이라는 인물이 보여준 캐릭터였지요. 
김갑수는 엔딩장면에서까지 영정사진으로 등장하면서 극의 중심축 역할을 했고, 은조와 효선이라는 의붓자매의 화해와 용서로 이끌며 죽어서도 살아있는 존재감을 보여주었지요. 무릎팍도사에서 회상씬은 50%, 영정사진이 출연료의 10%를 받는다는 것도 알려주었는데, 처음 안 사실이었네요.
제가 김갑수의 출연 작품을 대부분 봐왔는데, 저 역시 태백산맥에서 염상구 역할을 한 김갑수의 강렬한 연기를 보고 김갑수라는 이름을 머리 속에 새겨 버렸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극장에서 태백산맥을 보고 나오면서 지금 말로는 김갑수의 미친 존재감이 보여주는 연기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김갑수를 다시 본 작품이 토지에서 서희를 괴롭히고 평사리 서희의 재산을 삼킨 악역 조준구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악역을 실감나게 보여 주었는지 추악하고 비열한 조준구의 강렬한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네요. 
방송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았지만, 제가 김갑수의 연기력에 소름끼쳤던 작품이 있었는데, 작년 작품 <혼>이라는 드라마였어요. 몸에 뱀을 칭칭 감고 사악하게 웃는 모습 하나로 '악'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표현했었지요.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김갑수와 이서진의 인상적인 연기로 지금도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언젠가 기사에서 바이크 타는 갑수본좌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무릎팍 도사에서 털어놓는 김갑수의 평소 모습을 보고는 정말 깜짝깜짝 놀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어요. 샌드위치를 좋아하고, 미니홈피를 관리를 위해 노트북을 백팩에 짊어지고 다니고, 최근에는 트위터에까지 합류했다는데, 김갑수가 좋아하는 가수가 에미넴이라는 말을 듣고는 정말 와! 싶었네요. 에미넴은 제 고등학생이 조카가 가장 좋아하는데, 신세대 못지 않은 젊은 감각이 놀라웠습니다. 
무엇보다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김갑수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소탈하고 격없는 모습이었어요. 극중에서 보여주는 근엄한 무게감이 아닌 편안함은 극중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거든요. 녹화 몇분만에 강호동과 유세윤 등 현장분위기가 친구들 모임처럼 화기애애하더라고요.
54세의 중견연기자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방송에서의 비화들때문에 한참 웃었는데요, 저 역시 재미있게 봤던 노희경 작가의 슬픈유혹에서 주진모와의 동성애 설정으로 곤혹스러웠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주진모의 등을 보고 애틋한 감정 내지는 연정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냥 주진모의 등이라고만 생각이 들었다며, 전혀 감정몰입이 되지 않았다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사실 전혀 몰랐거든요. 파격적인 동성애 소재였지만, 그 감정들을 잘 표현했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 더 웃기더라고요. 역시 연기 내공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어찌 보면 배역에 감정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연기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같이 들리는데도, 몰입하지 못했다는 그 솔직함이 더 좋아보이더라고요.  
시종일관 호탕하고 유쾌한 웃음을 보여준 무릎팍 도사에서 김갑수가 한 말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품에 임하는 그의 자세였습니다. "분량을 따지지 않는다. 분량이나 역할이 작아도 내가 얼마만큼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느냐? 그게 저한테는 중요해요" 김갑수가 올해 유독 많이 죽음으로 하차했는데도, 오히려 시청자에게는 더 깊게 각인된 존재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거에요. 출연 2회만에 하차해 버린 아이리스의 목소리 주인공 역시도 아이리스의 비밀을 쥐고 있던 핵심인물이었고, 극중 이병헌(김현준)의 과거 부모와 현준의 어린 시절까지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목소리 주인공이 누구인지 네티즌들끼리 정답 알아맞추기 까지 했을 정도였지요. 감갑수의 존재감은 깁스를 하고 전신마비된 모습만으로도 강렬해서 허망하게 죽어 버린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김갑수가 선배연기자로서 후배연기자들에게 한 마디했는데, "정말 연기를 열심히 해왔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도 이 정도의 배우밖에 안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이 정도도 되지 않는다"라며, 자신을 이 정도의 배우밖에 안된다며 겸손하게 낮추는 것을 보고는 놀랐습니다.
김갑수가 극에서 일찍 죽어 하차를 하든 끝까지 나오든 그의 존재감과 연기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요. 태백산맥이라는 대박작품으로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것도 아니었고, 김갑수는 오랜시간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아 왔었기에, 님의 침묵에서의 한용운 역이나 태백에서의 염상구, 토지의 조준구,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으로 갑수렐라 갑수본좌 등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요.
김갑수가 얼마나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임해왔는지는 선배들의 연기를 배우기 위한 노력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롤모델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등의 연기를 배우기 위해 3분 단역도 마다않고, 신구 님의 연극에는 스태프를 자원하기 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는데요, 요즘 젊은 배우들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역할만 하려고 든다는 겁니다. 자기가 잘하는 역할로 쉽게 가려하지 말고 잘하지 못하는 배역에 도전을 해야한다고 말이지요. 무명과 배고픔의 시간을 거치고, 끊임없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그의 프로정신은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더 빛이 나는 배우, 죽음으로도 존재감이 살아나는 배우를 쉽게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짧은 분량으로도 잊혀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54세 중년의 김갑수, 새로움에 도전하고 즐기는 신세대적 감각까지 갖춘 그가 무릎팍도사에서 풀어놓는 유쾌한 모습에 많이 웃었습니다. 중년이라는 나이도 잊어버리게 하는 예능감이었고요.
무릎팍도사 김갑수 편을 보면서 사실 많이 웃기도 했는데, 김갑수에게서 묻어 나오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들으면서 '혼신을 다한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분량이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역에 혼신을 다한다는 것, 누구나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김갑수가 보여주는 존재감의 비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진 중년 명품배우 김갑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기대되네요ㅎ.  
김갑수가 드라마 작가들에게 부탁한다며 "단명이 언짢기는 하지만 제가 꼭 죽어야 한다면, 죽음으로써 보답하겠습니다" 라고 하는데, 마지막까지 잊지않고 터뜨려주는 예능감, 정말 죽여 주시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이럴 때 '쩐다' 라고 하던데, 정말 쩔더라고요. 
이어서 "강렬하게 오랫동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게 안된다면 회상씬도 좋습니다" 라고 타협안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ㅎㅎ. 10% 출연로 나온다는 영정사진도 괜찮겠지요? 김갑수의 바람대로 작가분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오래 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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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1 12:23




폭풍으로 인한 제주의 심한 기근에 구휼미를 풀어 제주민을 살려 칭송을 받아 정조를 알현했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손꼽히는 김만덕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거상 김만덕, 실존인물을 드라마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위험부담도 따른다는 게 사실입니다. 실존인물을 모델로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재미있는 허구의 옷을 입히기가 힘들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거상 김만덕은 기대했던 작품이고 지금까지 빠뜨리지 않고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거상 김만덕에 대한 궁금함보다는 이미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뀐 이미연은 솔직히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절제하다 못해 아예 보여주지 않는 듯한 감정신은 둘째치고, 이미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의 홍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홍이가 나이가 더 든 김만덕으로 변할 때까지는 벅차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스무살의 홍이와 마흔의 이미연은 아무리 억지로 보려고 해도 좀처럼 실제 나이의 간극을 무시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이미연이 감정을 절제하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도, 어린 홍이를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미연은 데뷔시절부터 좋아하는 골수팬인지라 이미연의 출연작품은 거의 다 봤습니다. 드라마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요. 많은 작품들은 그녀의 출연만으로도 빛이 났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이미연의 실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서도 거상 김만덕의 홍이에게 몰입하는 것이 힘든데, 더 큰 문제는 드라마는 여전히 재조명하고자 한 거상 김만덕이라는 인물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진행이 삼분의 일을 넘어섰는데, 이제 겨우 홍이가 생부 김응렬을 만나 이름을 얻는 것으로, 김만덕이라는 이름자 석자가 드디어 등장했을 뿐입니다. 더구나 별 공감도 되지 않는 애정라인을 죽도 밥도 아니게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도 짜증스럽습니다. 홍이를 일편단심 좋아하는 강유지의 병적인 집착도 불쌍하지만, 신분의 차이를 넘을 수 없는 정홍수와의 사랑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정홍수와의 애정도 무덤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김만덕은 혼인을 하지 않고 홀로 살았다고 하니, 홍이의 주변에 있는 세남자는 아무도 홍이의 남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회 문선이 정홍수의 부친에게 정홍수가 제주 기녀였던 홍이와 연애질이나 하고 있다며, 정홍수의 혼인을 서두르라는 편지를 보내는 것을 보니 정홍수와 홍이의 애절한 이야기가 몇회 더 다뤄질 모양입니다. 홍이를 사지에 몰아넣고 무고죄로 관비로 떨어진 기생행수 묘향이 문선과 짜고 어떤 계략으로 다시 홍이를 궁지에 빠지게 하겠지요. 묘향의 반격으로 또 몇회가 흘러갈 것이고, 묘향과 문선의 계략, 정홍수와 홍이와의 연애신, 질투하는 강유지와의 갈등 등등 이 드라마가 앞으로 흘러갈 방향은 너무 쉽게 보입니다.
그렇게 종방을 향해 몇회씩 방송분은 늘어나는데,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거상 김만덕은 언제 나올지 궁금할 뿐입니다. 어려서는 난전에서 쌀을 내다파는 홍이의 모습도 있었고, 제주에 와서는 향낭주머니를 만들어 파는 모습도 있었어요. 양성소에서 할매(고두심)에게 꾸지람을 받아가며 장사의 도에 대한 가르침도 받으며, 미래 홍이가 거상으로 성장해 가는 밑그림도 그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제주에 온 홍이, 구체적으로 성인 이미연으로 바뀐 다음에는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주제를 잊어버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홍이가 장사를 배워가는 과정,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게 되는지, 그리고 서문객주와 상도에 대한 차별성들을 부각시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모습들을 보여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핵심에는 다가서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겨우 출생의 비밀을 풀게되어 제대로 된 이름을 얻은 홍이 이야기는 다시 사랑이야기로 몇회분을 끌게 될 것 같고요.  
홍이가 자신과 은홍사이에서 낳은 딸임을 알게 된 김응렬이 홍이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면서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적어 주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더군요. 이제서야 딸을 알아 본 아버지 김응렬의 딸에 대한 미안함이 절절하게 와 닿았던 장면이었어요. 은홍이 자신을 위해 임신한 것도 숨기고 죽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홍이를 만난 김응렬의 가슴은 찢어집니다. 김응렬이 아버지로서 줄 수 있는 것은 김만덕이라는 이름 석 자 뿐이었습니다. 이제서야 딸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유배 당시 아이를 가진 사실이 밝혀지면 김응렬은 멸문지화의 죄를 받게 되고, 홍이 역시 죄인의 딸이 될 수 밖에 없기에 딸임에도 당당하게 딸로 인정하지 못하지요. 김응렬의 안타까운 부성애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이보다 더 애틋하더군요. 최재성의 깊은 연기가 돋보였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응렬과 홍이가 부녀지간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억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홍이의 거처에서 만나도 될 일을 무슨 간첩들이 접선하는 모양으로 밤중에 만나고, 그 뒤를 서문객주에서 쫓고, 강유지가 이를 쫓고, 정홍수가 이를 막고, 여하튼 이렇게 억지스러운 미행과 방패막이 남자들이 짜고 약속이나 한 듯한 만남으로, 홍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계속적으로 같은 그림으로 보여주다 보니 이제는 그런 설정이 짜증나네요.
김응렬의 딸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받은 홍이 앞에 시련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무살의 홍이와 마흔살의 이미연은 너무 거리감이 커서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정홍수와 홍이의 로맨스도 공감이 가지 않고, 강유지의 짝사랑이 강유지만이 불쌍해 보일 뿐이에요. 이미연과 홍이의 이미지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저만이 갖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김만덕이라는 이름도 얻었으니 이미연과 어울리는 나이의 김만덕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네요. 한 두회 어린 홍이는 과거 회상씬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불혹의 이미연과 댕기머리 스무살 홍이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전개가 핵심에서 겉도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매번 사건은 일어나는데 긴장감이 떨어지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인물들과 사건들이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유는 김만덕이 어려운 환경에서 여성이라는 신분의 굴레를 벗고, 천인이라는 신분에서도 배포 큰 거상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드라마 중반이 다 되도록 장사하는 김만덕, 상인으로 성장하는 김만덕이 아니라, 김만덕이 이러저러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만 만드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억지스러운 사건들만 남발되고 있다보니 언제 장사를 하게 될지, 이러다가는 장사하는 방법도, 돈을 벌게 된 것도 동문객주의 주인이 되었다는 나레이션으로 끝내버릴지 심히 걱정됩니다.
돈이란 무릇 다른 사람에게서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김만덕의 상인으로서의 됨됨이나 탁월한 수완보다는 과거사에 얽힌 중상모략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상이 되어가는 김만덕의 일대기에 핵심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홍이가 돈을 벌기는 버나요? 거상이 되기는 되나요? 거상 김만덕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을진데, 이제 김만덕이라는 이름 석자 얻은 홍이가 언제 장사를 시작해서 돈을 벌게 될지 모르겠네요. 구휼미를 풀었다는 것은 결과적인 훌륭한 일이고, 김만덕에게 있어서 돈은 어떤 의미인지, 김만덕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그 과정을 이제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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