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0.05.19 '동이' 장희빈의 눈물과 깨진 거울의 의미는? (17)
  2. 2010.05.18 '동이' 동이때문에 애타는 삐짐대왕 숙종, 귀여워 (18)
2010.05.19 07:30




명성대비의 위중한 병세는 오비이락과 어부지리라는 속담처럼 동이와 인현왕후, 그리고 장희빈의 운명을 가르게 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에 걸맞는 이가 인현왕후와 동이가 되겠고, 뜻밖의 횡재를 얻게 된 이가 장희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의원 허의관이 명성대비 탕약에 백출부자탕을 섞게 한 사람이 "중전마마십니다"라고 한 폭탄증언은 감찰부와 궁궐에 피바람을 예고하며, 인현왕후를 폐서인이 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그려질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장희재와 오태석이 비밀리에 진행한 음모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겠지만, 인간의 추악한 욕심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현왕후의 훗날 환궁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실이 덮어진 시간은 고난의 시간과 같은 궤로 움직이겠지요. 모함을 뒤집어 쓴 인현왕후가 보내야 하는 고난의 시간처럼 말이지요.
내의원에서 명성대비에게 쓰면 안되는 백출부자탕을 사용한 증험을 찾아 낸 동이는 이 일의 배후에 취선당 장희빈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심증으로는 장희빈이 그런 야비한 술수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고, 모든 짓이 장옥정의 오라비인 장희재의 농간이었을 것임을 알지만, 진위를 떠나 동이와 장희빈은 끝내 결별하고 맙니다. 운명적으로 끌렸던 두 사람은 명성대비의 탕약문제로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대립적인 운명으로 갈리게 된 것이지요.
지금까지 드라마 동이에서 그 복선으로 보여준 장치들 가운데, 저는 금이 간 장희빈의 경대거울이 장희빈과 동이의 운명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희빈의 경대 깨진 거울은 두 가지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장희빈, 자존심과 의를 버리다
장희빈의 경대거울은 장희빈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드라마 초반부터 장희빈은 상당히 강직하고, 의로운 여인으로 그려왔습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깊은 혜안과 부정한 짓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려는 반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감찰부에 끌려 간 동이를 위해 자진출두해서 조사를 받기도 하고, 동이가 천비라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 꿈앞에서 좌절할 때도 동이를 격려해 주는 인물이었습니다. 명성대비와 서인이 장희빈을 모함하기 위해 음변조작과 인현왕후의 탕약문제로 장희빈을 죄어 올때도 의연했고, 넓은 도량을 보여 주기도 했지요. 음변과 인현왕후의 탕약문제는 동이의 활약으로 장옥정은 화를 입지 않게 되었고, 동이에 대한 고마움과 의리, 그리고 신뢰는 한없이 커지기만 했습니다. 동이를 본 장희재가 마마와 같은 운명을 가진 상이라며 마마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할 때도 무시해 버릴 정도로 동이에 대한 신뢰는 컸었지요.
이때까지도 장희빈은 자신의 힘으로 큰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는 자존심 강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런 장희빈은 명성대비 시해음모라는 빼도 박도 못할 오라비의 술책으로 인해 자존심을 버리게 됩니다. 자신의 수발나인 영선이 장희재와 짜고 명성대비의 탕약에 백출부자탕을 내의원에게 전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오라버니 장희재에게 분노합니다.
이런 식의 더러운 짓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는 장희빈의 말에 장희재는 장옥정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야망을 상기시킵니다. 장희빈의 오늘은 더러운 짓을 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 그 더러운 짓을 장희재가 다 짊어지고 하겠다고 하지요. 그리할 수 없으면, 오라비인 자신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희빈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것도요.
원했든 원하지 않은 일이었든, 장희빈은 빠져나갈 수 없는 불의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맙니다. 사실 장옥정이 인현왕후의 탕약문제가 불거졌을 때 의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단코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명성대비전의 탕약은 명백히 취선당이 배후가 돼버린 진실이었습니다. 장희빈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지요.
고뇌하는 장희빈의 눈물은 꿈을 위해, 야먕을 위해 더러운 짓을 받아 들이려는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입니다. 목숨만큼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 땅에 팽개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장희빈이 꼿꼿하게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은 그렇게 깨지고 맙니다. 경대의 거울처럼 말이지요.

2. 같은 운명을 가진 두 여인, 빛과 그림자로 갈리다
명성대비의 탕약사건에 대한 진실은 동이와 장희빈의 운명마저 갈리게 하는 큰 사건이 되고 맙니다. 김환이라는 도사의 예언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장치가 장희빈의 깨진 거울이지 싶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났지만, 그 자리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요. 도사는 장옥정의 운명을 예언하면서 장옥정과 같은 운명을 가진 이에 대한 얘기를 함께 했었지요. 모든 것을 가졌으나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그림자의 운명,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가지게 될 빛의 운명, 그림자는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림자는 장옥정이라는 말도 했었습니다. 그림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장옥정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 바로 장옥정의 깨진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울이 깨지는 것은 흔히 불길한 운명을 상징합니다. 장옥정은 모든 것을 가진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자책봉이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왕손이 될 왕자를 생산했고, 숙종의 사랑과 함께 숙종이 남인과의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장희빈의 입장에서는 물만난 물고기와 같고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일만 남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희빈의 날개는 다름 아닌 장옥정이 자존심을 버리고 오라버니가 던져 준 달콤한 금단의 열매를 먹은 순간 하나 둘 깃털이 빠지기 시작하게 되고, 빛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장옥정은 지금은 자신이 가진 날개가 참새의 날개가 돼버린 것을 알지 못합니다. 장희빈이 의를 버리고, 야망의 덫에 빠져 까마귀의 날개를 가질때 동이는 의로움과 진실을 택함으로써 학의 날개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장희빈의 깨진 거울은 자신의 또 다른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이를 잃은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운명을 가진 두 사람은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서로를 거울 삼고 있었어요. 장희빈은 동이가 한 번 생각한 일이라면 의구심이 풀릴 때까지 목숨도 마다않고 달려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이를 보면서 장희빈은 포기하지 않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좋았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동이를 보고, 그리고 동이가 진실을 밝힐 때마다 장희빈은 흡족했어요. 같은 꿈이 아닐지라도 동이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비춰보며, 자신의 꿈에 대한 희망을 확인하고 싶어했는지도 몰라요. 자신과 빼닮은 동이가 장희빈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었지요.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았기 때문에 말이지요.
명성대비의 탕약사건으로 그런 거울이 깨진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과도 같았던 동이라는 거울이 말이지요. 장희빈은 총명하고 반듯한 동이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동이를 누구보다 자신의 사람으로 가지고 싶었습니다. 천인의 피가 흐르는 자신이 감히 오르지 못할 자리에 뜻을 품었듯이, 천비 동이가 날개를 달고 궁에서 감찰상궁으로 자질을 마음껏 펼쳐주길 바랐습니다. 여인이라는 이유로, 천인이라는 이유로 꿈을 펼칠 수도 없는 것이 장희빈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닮은 아이가 높이 비상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뿌듯했어요.
그런 아이를 잃은 것입니다.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이를 말이지요. 장희빈이 도사가 예언한 빛의 운명을 가진 다른 한 사람이 동이라는 것을 이때까지는 깨닫지 못했겠지요. 

내의원과 자신의 처소나인 영선이 서찰을 주고 받은 사실을 동이가 알았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동이를 취선당에 부릅니다. 장희빈이 명성대비의 탕약과 연루되었음을 동이는 끝까지 믿고 싶지 않다며, 진실을 말해주길 원하지만, 장희빈은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동이와 정면승부를 합니다. "왕자가 몸이 좋지 않아 백출부자탕을 지어달라고 했고, 그 일로 영선이가 내의관을 만난 것이다. 네가 본 것도 그것이다. 허니 이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동이에게 사실을 덮을 것을 종용하지만, 동이는 장희빈에게 분명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지요.
두 번이나 동이에게 간곡하게 부탁하지만, 장희빈의 뜻을 거절해 버림으로써 장희빈과 동이는 결별하게 됩니다. 장희빈은 큰 것하나가 가슴에서 떨어져 나간듯 마음이 아픕니다. 
동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한 신분으로 궁에 들어와 희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장옥정, 그녀는 동이에게 천비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꿈을 꾸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마치 "내 모습을 보고 너도 높은 꿈을 꾸어라" 라고 하듯이요. 신분의 벽을 처음으로 허물어 주고, 동이의 멘토가 되었던 희빈마마가 불의를 눈감아 달라고 합니다.
동이는 그런 장희빈을 눈감아 줄 수가 없습니다. 동이의 꿈은 권세도 아니고, 높은 꿈도 아니고,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처음으로 귀한 사람으로 여겨졌던 장희빈, 그리고 자신에게도 귀한 아이라고 칭찬해 줬던 장희빈이 귀함의 가치를 버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이는 희빈의 뜻을 거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바르고 귀한 마음을 품지 못하면 결코 귀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동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희빈의 처소를 나오면서 동이가 흘렸던 눈물은 믿고, 의지하고, 귀감으로 삼았던 자신의 거울 희빈이 깨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믿고 싶지 않았고,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거울과도 같았던 귀한 존재가 권세 앞에, 부정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거예요.
장희빈 역시 동이처럼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오라버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고, 파락호 행세를 해왔습니다. 온갖 더러운 짓도 누이가 품은 뜻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들어 가겠다고 합니다. 그런 오라버니를 장옥정은 버릴 수 없습니다. 누이의 꿈을 위한 장희재의 더러운 손이 결국은 장희빈의 발목을 잡아 버릴 것이라는 것을 이 남매는 몰랐겠지요. 장옥정이 자존심과 의를 버리는 순간, 장옥정은 사랑받지 못할 여인이 되고 맙니다. 권력과 자신의 아들을 보위에 올리려는 야망에 눈이 멀어져 갈 뿐입니다.
장희빈의 깨진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똑바로 비춰주는 거울이 없어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며,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그림자의 운명을 가졌다는 도사의 예언은 장옥정의 가로로 깨진 거울이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깨진 거울을 보니 좌우가 아닌 상하로 금이 가 있더라고요. 이는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빛은 위에서 부터 내려오고, 그림자는 아래에 생길 수 밖에 없듯이 동이와 장옥정은 상하로 깨진 거울과 같이 빛과 그림자의 운명으로 갈리고 맙니다. 
이처럼 서로의 거울이 깨지는 순간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고통입니다. 믿었던 장희빈의 불의에 실망하는 동이, 당당함과 자존심을 야망을 위해 던져버린 장옥정은 깨진 거울처럼 각자의 운명을 향해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운명과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운명을 향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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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07:11




동이의 스토리 전개가 빨라지면서 극중 동이와 장희빈, 그리고 인현왕후 등 숙종의 세 여인의 관계도 급진전이 예고되었는데요,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덧 동이가 감찰부 나인이 된지도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나인생활에 적응한 동이의 목소리도 표정도 한결 나아보이고 조금은 성숙해 보이기도 합니다. 얼른 커서 숙종의 승은을 입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인현왕후가 폐서인될 때까지 한참 후에나 이뤄질 것 같지만, 동이와 숙종의 못말리는 도서관 데이트도 재미있습니다. 
숙원첩지를 받은 장옥정은 훗날 경종이 될 왕자를 생산하고 희빈의 자리에 올랐고, 명성대비는 오늘 내일 갈날 받아놓은 듯 병이 위중합니다. 역사적 사실에 의하면 진즉 저세상 분이지만요. 하긴, 이번 회 보니 아직 나오지도 않아야 할 신윤복의 그림까지 춘화로 등장한 걸 보면 동이에서 시대는 그냥 무시하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날로 병세가 위중해져 가는 명성대비의 탕약에 문제가 있다고 누군가가 인현왕후에게 투서를 해서 감찰부 정상궁이 수사에 나섰지만, 증험은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지요.
그때 반짝반짝 동이가 차천수 오라버니에게 SOS를 보냅니다. 차천수는 명성대비의 탕약인 서각승마탕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두와 함께 복용을 했다면 문제가 있다며 탕약의 문제에 대한 힌트를 주게 되지요. 서각과 오두가 상극이라 문제가 있을 거랍니다. 이런 한의학은 모르니까 패스~
여튼 동이는 천수오라버니의 말을 듣고, 취선당 감찰을 나갔다가 발견했던 백출부자탕 약방문을 봤던 것을 기억해 내고, 명성대비의 병세악화와 취선당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되지요. 아니나 다를까 취선당 장희빈 처소의 나인이 장희재와 접선을 하고, 몰래 약방문을 내의원 의관에게 서찰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미행수사를 통해 동이 한 건 또 해냈습니다. 장희빈의 나인을 붙들어 서찰에 대해 묻는 것으로 동이 17회 끝이 났는데요, 동이에게 제법 감찰부 나인 포스도 풍기고, 동이도 궁중생활 법도에 많이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동이에게 딱 걸린 취선당 나인의 서찰 사건은 동이의 운명을 가르게 되는 일 같아 보입니다. 취선당 장희빈과의 관계가 이 일로 틀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장희빈은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오라버니인 장희재가 한 짓이지만, 이 고비를 장희빈이 어떻게 넘기게 될지 궁금합니다. 장희빈이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음모가 오라버니가 한 짓임을 알게 되고, 동이는 이 일에 대한 증험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동이와 장희빈의 관계는 점점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그녀들이 되게 할 것 같습니다. 동이에게 가해오는 장희재의 무시무시한 압박도 더 심해지게 될 것 같으니 동이에게 다가오는 시련은 끝이 없습니다. 
장희빈이 동이를 불러 국화차를 대접하며 동이와 첫대면을 했던 날 고경명의 황백국의 시를 인용해서 동이를 파악했던 일을 이야기 하기도 했지요. "내가 너에게 괜한 날개를 달아주었나 할때도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너처럼 재주 많은 아이를 내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오히려 다행이 아니겠느냐?" 그때의 장희빈과는 동이를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도 느껴졌는데, 온화함보다는 협박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동이에게 넌 내사람이니 충성해라라는 식으로 들리기도 했고 말이지요. 동이는 여전히 장희빈의 속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동이는 장희빈에 대한 궁궐의 소문에 대해 믿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처럼 아무 것도 아닌 천비를 위해 감찰부로 와서 구해주기도 했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라고 가르쳐 주기도 했으니, 동이에게 장희빈은 권모술수나 부리는 작은 그릇의 인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동이는 매사에 의심하고 조사를 해야 하는 감찰부 상궁이지만, 기본 품성이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한 아이거든요. 동이는 사람관계나 궁궐 안팍에서의 요직에 대한 계산이 없는 아이이니 권세를 위한 줄타기 싸움은 모릅니다. 그저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를 뿐입니다. 이런 무모할 정도로 순수한 모습때문에 숙종도 쩔쩔 매고 좋아하나 봅니다. 
숙종이 이번회에도 동이때문에 체면이고 뭐시고 다 구겨버렸는데요, 눈치 제로에 까칠한 동이때문에 숙종은 삐짐 대왕으로 등극하게 생겼습니다. 늘 열공모드인 동이는 밤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지요. 나인직무실 서고에서 책자를 보고 있던 동이에게 누군가 기척없이 다가와 어깨를 톡톡 칩니다. 아이쿠 깜짝이야! 깜짝 놀란 동이가 들고있던 서책을 말아쥐고 돌아서는데 이게 누구십니까? 장난꾸러기 놀래키기 대왕 숙종이 아니십니까? 승정원 서고도 아니고, 나인 직무실을 무시로 드나드니 누구 눈에라도 띌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동이지요. 임금을 향해 뻗친 손을 내리지도 않고 얼음땡되어서 서있는 동이에게 "책 좀 내려주라, 이러다 한 대 치겠다" 라며 매력만점 숙종의 개그 시작됩니다. 이번회도 개그 숙종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동이와 함께 할 때마다 숙종은 귀여움 작렬입니다.
동이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책을 가져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책을 받아 든 동이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숙종 옆구리 찔러서 절을 받습니다. "책이 마음에 드느냐?" 동이의 대답은 한마로 끝나버립니다. "예" 허걱, 숙종의 예상이 뒤집어지는 순간입니다. 숙종은 동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서 방방 뛸 줄 알았거든요. 그러면 은근 슬쩍 너 위하는 내 마음이 이렇게 크다라고 공치사도 하고 싶었는데, 숙종은 혼자서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 되고 버렸지요. 그런데 웬걸! 얼른 나가라는 듯 동이가 자꾸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치까지 줍니다. 게다가 숙종은 안중에 없는 모습입니다. 숙종이 좋아하는 표정도 안 지어주고 말이지요. 숙종은 동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을 마주쳐주고,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환하게 웃는 모습이에 늘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런 동이의 얼굴을 보면 모든 근심을 잊을 것 같거든요. 
그건데 여긴 나인 직무실이라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며 어서 나가라는 눈치를 주니 금새 삐지는 숙종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갈려고 그랬다며, 놀랐느냐고 슬쩍 화제를 돌려 시간을 끌어보는 숙종이지요. 그런데 동이는 전하는 사람 놀리는 것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장상궁에게 첩지 내려준 것에 놀랐다고 하지요. 회임도 감축드린다면서도. 그것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에게 된통 혼나고, 모자지간에 금이 쩍쩍 소리가 나도록 갈라지고 있는데, 불편한 숙종입니다. 
숙종은 "예전부터 내려줄라고 했는데 미루다가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내렸다", 회임에 대해서는 뭐가 그리 쑥스러운지 "그게 그렇구나" 라며 횡설수설 말을 버벅대기 시작합니다. 성인인데다 왕인 숙종이 여자 임신시켰다고 누가 뭐라한다고. ㅎㅎ 버벅대는 숙종을 보니 왠지 동이에게 변명을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동이도 장옥정이 첩지를 받고 회임한 것에 대해서는 묘하게 신경이 쓰이나 보다 싶더라고요. 동이도 알지 못하지만 정신줄을 살짝 놓고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먹물을 떨어뜨리던 것을 보면 말이지요. 마음에 담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감히 오르지 못할 하늘이라고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동이도 점점 성숙한 여자가 되어 가나봅니다. 치맛자락 펄렁이며 뛰어다기기만 했던 말괄량이 동이가 얼굴도 붉어지고 질투심도 살랑살랑 일어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동이와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숙종은 나인직무실을 두리번 거리며 말거리를 찾는데 야속한 동이는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라며 나가라는 말보다 더 서운한 말을 하지요. 명색이 왕인데 관심없어 하는 동이를 보니 숙종 기분도 떨떠름하지요. 그런대도 동이랑 좀더 있고 싶어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죽이고 무슨 화제라도 꺼내고 싶어합니다. 직무실이 좁은 것 같다며 넓혀줄까? 라고 당장이라도 공사를 할 태세를 보이지 않나, 별일 없었느냐고 새삼스럽게 안부를 묻지를 않나, 불편한 것 있으면 말을 하라며 어떻게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어 보려고 하지만, 동이의 좌불안석하는 모습에 궁시렁거리면 나올 수 밖에 없는 숙종입니다. 아니 쫓겨나는 숙종이지요.
처소에 돌아 온 숙종이 분이 나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내가 용무가 있어야만 지를 보나? 고얀녀석. 오랜만에 만나 얘기나 할려고 했더니, 지가 바쁘면 얼마나 바빠? 왕보다 바빠?" 라며 씩씩거리는 모습이 빵빵 터집니다. 아무튼 귀여운 삐짐대왕 숙종 등극입니다.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니, 꼭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들어 온 모습같아요. 
숙종은 동이에게 위로 받고 싶었을 거예요. 장옥정에게 첩지를 내려주고 회임했다는 기쁜 소식에도 어머니는 차라리 죽겠다며 결사반대를 하지, 기세등등한 서인세력 견제를 하려니 남인들에게 힘을 실어 국정도 안정시켜야지 골치만 아픈 숙종입니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고독한 자리 왕, 그 숨통을 트여줄 녀석을 만나 잠시라도 웃고 싶었는데, 고얀 녀석은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새침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놀아주지 않는 동이에게 왜 섭섭한지 그저 고약한 녀석이라고 한켠으로 밀어놓고 싶은데, 자꾸 동이가 있는 감찰부 서고로 발길이 가는 숙종입니다. 동이도 이제 숙종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한성부판관 나으리인줄 알았다가 임금님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기만 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숙종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닿을 수 없는 사람인데도 다른 여인을 향하고 있는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서늘하게 아파오기도 합니다. 동이도 이제 여인이 돼가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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