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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1 '선덕여왕' 기는 춘추, 걷는 유신, 뛰는 비담 (45)
  2. 2009.11.25 '선덕여왕' 병풍남이 될 위기에 처한 춘추 (37)
2009.12.01 12:47




선덕여왕의 주변에 있는 중추적인 인물, 즉 춘추, 유신, 비담을 보면 그 캐릭터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세 사람 모두에게는 야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물론 최종 목표가 같은 자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세 인물의 성향을 보면 방법에 있어 취하는 행동이 차이가 있는데요, 기어가는 춘추, 걸어가는 유신, 뛰어가는 비담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듯 싶어요. 
미실의 죽음 이후 제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여왕 덕만의 정치적 성장과 자라는 새싹 춘추의 영특함인데요, 유신은 이미 장군으로서의 위상을 갖춘 듯 하고, 비담은 연모와 야욕 사이에서 여전히 질펀하게 오락가락 하고 있어서, 뿌리치는 여왕 덕만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좀 찌질하게 보여서 솔직히 매력 반감이에요.
선덕여왕 55회 줄거리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이번회 눈에 들어왔던 춘추의 영특함에 대해 짚도록 하겠습니다.  
백제 윤충의 공격으로 대야성이 함락된 신라는 누란지경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대야성을 함락시킨 백제군이 밀고 들어올 곳이 수도 서라벌이기 때문이지요. 보종에게 추포된 유신은 백제 간자의 혐의와 유배지를 이탈한 죄를 물어 사량부에 갇히게 됩니다. 여왕 덕만이 유신에게 밀명으로 백제군을 염탐하라고 했다고 밝히면서, 여왕 덕만의 유신에 대한 무한 신뢰에 질투와 시기심이 폭발한 비담은 이성까지 잃게 됩니다. 신라의 상황이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간자를 미리 제거해 유신의 입지를 좁히려 한 비담의 행동은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3일안에 백제의 침공이 있을 거라는 유신의 말은 대아성에 있는 백제의 첩자를 색출하지 못해 불신을 받고, 유신이 월야의 복야회와 내통하고 있다는 비담의 폭로로 유신을 사량부에 갇히고, 허위사실을 날조해 군사를 움직이게 했다는 죄목까지 물어 유신을 참수하라는 상소가 빗발치게 되었지요. 비담은 덕만에게 연모한다고 고백하며 유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과 혼인을 해야한다며 사면초가에 빠진 여왕 덕만을 압박합니다. 
유신의 정보를 믿지 않고 있다 앉아서 당하게 된 신라조정은 백제의 공격으로 대야성이 함락되었다는 보고를 받게 되고, 그제서야 유신의 말이 옳았음에 당황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대야성을 향했던 병부령 김서현 장군 부대가 퇴각하고, 백제군이 서라벌로 진군한다는 보고로 신라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남은 희망은 백전백승의 부대 유신군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유신은 죄인의 몸이라 군을 진두지휘할 수 없고, 백전노장 설원공이 신국을 구하기 위해 유신군을 이끌고 출병을 하게 되는 걸로 이번회는 끝이 났는데요, 다음회 예고에 설원공이 이끄는 유신군마저 전투에서 패하는 모양이에요.
설원공이 신국을 구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왠지 설원공의 목숨이 곧 끝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도 드네요. 미실의 마지막 명을 따르기 위해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설원공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비담을 위한 설원의 마지막 행보가 궁금합니다. 
설원공의 출병을 허락하면서 여왕 덕만은 "신국을 구한 자에게 모든 자격이 있을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요, 이는 백제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하면 비담에게 혼인해 주겠다는 말이었지요. 설원공의 어깨에 비담의 앞날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달렸는데, 설원공이 이끄는 유신군이 패한다는 예고를 보아 비담과 여왕 덕만과는 정말로 인연이 없나봅니다. 설원공이 이끄는 유신군의 패배는 곧 여왕 덕만과의 혼인은 물거품이라는 의미인데, 비담이 덕만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끊고, 덕만을 향해 칼끝을 향하게 되겠지요. 아마 설원공의 미실에 대한 마지막 충성이 비담을 위해 준비하는 무엇인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왕 덕만의 마음을 잡기 위한 비담의 연모가 이대로 꺾일지 다른 수로 여왕 덕만을 조여갈지 지켜봐야 겠지만, 비담의 다음수는 덕만을 버리는 것이 되겠지요. 비담의 난 그 비극의 서막을 열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럼, 선덕여왕의 주변 중심인물 세 사람의 캐릭터를 분석해 볼까요? 세 사람 무두에게 있는 공통점은 야심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 취하는 행동과 목적이 다를 뿐이지요.

기어가는 춘추 
선덕여왕을 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는 인물이 춘추인데요, 춘추는 결코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지요. 춘추는 결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에요. 마치 주변 모든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움직이는 그런 인물같아요. 또한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기어가듯 움직이는 스타일이지요. 
이번회를 보면서 춘추라는 인물이 소름끼칠 정도로 영리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는데요. 바로 유신의 처리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덕만과의 대화에서 였어요. 복야회와 내통한 신국의 적이자, 백제가 침공할 것이라는 허위정보까지 유출한 혐의를 물어 유신을 참하라는 상소가 빗발치자 덕만의 고민은 큽니다. 모두가 덕만에게 유신을 버리라고 할때 춘추는 기가막힌 수를 내놓습니다. 바로 가야계를 춘추가 끌어 안겠다고 한 것이었지요.
유신공과 가야 둘 다 살릴 수 있는 수가 김춘추에게 있다는 말은 바로 김유신 누이와의 혼인, 즉 가야의 세력과 혼맥을 맺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춘추 자신이 가야계 세력을 대표하는 황실 2인자가 되어 가야민을 안심시키겠다는 것이겠지요. 덕만도 웃게 한 춘추의 이 한 수는 춘추가 얼마나 야심이 크며, 기어가듯 천천히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가야를 얻는 것은 신라의 명장 유신을 얻는 길이며 유신의 지지 기반인 월야의 복야회까지 얻는, 표면적으로는 유신 살리기이고 속으로는 자신의 지지기반 확대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요. 
춘추는 굳이 표현하자면 구렁이 처럼 천천히 조금씩 상대를 휘어 감아버리는 인물이지요. 반면 비담은 취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물어버리는 독사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구렁이같은 춘추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에요. 바로 유신을 얻겠다는 것이지요. 사람을 보는 통찰력에 있어 비담과 춘추의 차이이기도 하고 비담이 춘추보다 한수 아래임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비담에게 있어 유신은 반드시 밟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면, 춘추에게 유신은 반드시 얻어야 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의 차이일 겁니다. 
 
걸어가는 유신
개인적으로 요즘들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바로 김유신인데요, 미련 곰퉁이처럼 술수도, 꾀도 부리지 않는 유신은 그야말로 옳다고 믿는 그 한가지 신념을 향해 주위에서 비바람이 쳐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주위에서 참수하라는 상소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어도, 오직 유신이 생각하고 보고 있는 것은 백제군이 공격해 올거라는 자신의 판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신국의 위험, 그 하나만을 생각하는 유신은 비담에게 소리쳤지요. "비담, 너의 어머니라면 어찌했을까?" 미실은 유신이 좋아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았던 인물이에요. 그럼에도 비담의 흐린 판단에 유신은 미실을 거론하며 통찰력을 비교합니다. 옥사에 있으면서도 오직 간자의 이름만을 기억해 내려 애쓰고, 백제 계백의 처소에서 보았던 작전 지도와 위기의 신라에 대한 걱정밖에 하지 않은 유신이었지요.

무식할정도로 우직하고 앞만 보고 가는 유신같은 인물을 춘추가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춘추는 유신의 야욕의 끝이 어디까지 인지 마저 꿰뚫고 있습니다. 유신에게 있어 야심의 끝은 가야민의 안정적인 신라정착입니다. 복야회를 버리고 스스로 궁으로 들어왔던 유신이었지요. 복야회가 유신을 탈출시키도록 유도해서 유신을 신국의 적으로 몰아갔던 비담의 계책은 실로 절묘했지만, 유신은 제 발로 궁으로 들어왔어요.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월야와 복야회가 자신을 왕으로 세우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유신은 제발로 궁으로 들어와 죄를 청했습니다. 유신이 궁극적으로 선택한 것은 여왕 덕만이 아니었어요. 유신이 선택한 것은 유신의 어깨에도 월야의 어깨에도 얹혀 있는 60만 가야민이었어요. 월야와는 방법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가야를 짊어지고 신라로 돌아왔던 것이지요. 유신이 제 발로 궁으로 들어와 죄를 자청했다는 것은 바로 역모를 꾀하고 있지 않음을 유신이 목숨을 내걸고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었구요.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금강계를 친 비담의 수에 유신은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보여주었지요. 그것은 바로 가야민을 살리고자 한 유신의 마음과 역모의 뜻이 없다는 것입니다. 춘추는 유신의 강직한 진심을 보았던 것이지요. 춘추는 유신이라는 인물의 가치가 신국과 맞먹는 것일 정도로 크다는 것을 꿰뚫었지요. 너무나도 영특하게도요.

뛰어가는 비담 
사량부령이 된 이후 비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날뛰는 망아지가 되었어요. 비담이 황제 직속기관 사량부를 접수하고 처음 단행한 것은 유신죽이기였지요. 복야회를 빌미로 유신을 대역죄인으로 꼼짝없이 몰고가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비담이 통탄해야 할 것은 덕만공주와의 혼인이 아니라 유신이라는 인물을 놓친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담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유신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담은 유신을 결코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는 못했을 겁니다. 유신은 뼈속까지 덕만의 사람이었고, 가야민의 안위를 위해 신라 대업을 함께 하고자 한 이유에요. 하지만 미실은 이런 유신을 가야를 담보로 무릎끓게 한 통찰력이 있었지요. 
이번 회 유신이 비담에게 물었었지요. 너의 어머니라면 어찌 했을 것 같으냐고요. 백제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물음이었지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니 유신에 대한 미실과 비담의 통찰력의 차이이기도 하더군요. 비담은 어찌보면 유신이라는 카드를 쥐고도 놓친 격이라 할 수 있어요. 가야민은 유신에게 자존심과 대의를 버리고도 선택한 유신의 아킬레스건이었어요. 미실은 유신의 이킬레스건을 이용해서 유신을 취했으나, 비담은 아예 쳐내버리려 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차이지요. 만약 비담이 가야와 복야회를 담보로 유신에게 모종의 거래를 하려 들었다면 어쩌면 유신은 비담과 손을 잡았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비담은 생각이 앞서 뛰다보니 흘리고 가는 것들이 많은 셈이지요. 유신이라는 보물을 흘린 것은 비담에게는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얻는자 시대의 주인이 된다." 저는 진흥제가 말했던 사람이 유신을 칭하는 말이 아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문노 역시 삼한지세의 주인이 유신이라고 생각했고, 유신에게 삼한지세를 건네려고 했었지요. 비담이 놓친 것은 삼한지세의 주인의 의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한지세의 주인이 되는자 천년의 이름을 얻을 것이다" 라고 했던 문노의 말을 나라의 주인, 즉 왕이라 곡해해 버린 비담이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실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비담은 미실을 만나기 전부터 삼한지세의 주인, 즉 나라의 주인을 꿈꿨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과연 삼한지세의 주인이 왕이였을까요? 문노가 말한 '천년의 이름을 얻는다'는 의미는 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삼한지세는 왕이 보는 책이 아니잖아요. 지형 지세를 파악하고, 전쟁을 치루는 인물, 즉 장수를 위한 병법서였던 것이지요. 문노는 그 병법서를 제대로 쓸 주인을 알아봤던 것이지요. 문노가 유신을 삼한지세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가야민을 구하기 위해 미실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었음을 상기하면, 유신에게서 진정한 삼한일통의 의미를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만약 비담이 문노가 말했던 '천년의 이름'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더라면 비담 역시 김유신과 함께 삼국통일을 이룬 영웅으로 기록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삼한일통의 주역이 된 김유신이라는 명장이 천년에 이름을 남긴 것을 보면 말이지요. 비담과 달리 춘추의 탁월한 통찰력이 빛나는 이유, 그것은 바로 김유신이라는 시대의 인물을 알아 본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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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6 Comment 45
2009.11.25 12:09




여왕 덕만은 지금 힘겨운 전쟁 중에 있다. 밖으로는 백제 윤충장군과 계백(최원영)으로부터의 공격, 안으로는 비담과 유신의 힘겨루기 한판을 지켜봐야 한다. 브라운관 밖에서는 하락한 시청률도 잡아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선덕여왕을 보며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전하고 싶다. 드라마의 방향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고, 수개월을 함께 해 온 드라마이기에 아쉬움 못지않게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미실의 죽음 이후 선덕여왕은 비담의 난을 위한 준비와 함께 삼한일통으로 나가기 위해 불가피 하게 치워야 하는 백제, 고구려와의 전쟁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비담이라는 적과 외적으로는 전쟁이라는 꽤나 흥미로운 구도를 택했다. 그러나 전쟁 자체는 선덕여왕에서 볼거리는 주겠지만 흡입력은 떨어질 테고, 아무래도 내부전쟁, 즉 비담의 난에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건데, 선덕여왕은 비담의 난을 드라마의 마무리 코드로 잡은 것은 실책이 아닌가 싶다. 50회가 방송되는 내내 미실의 난을 봐 왔던 시청자들에게 미실의 판박이 비담의 난이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54회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비담의 계책에 말려든 유신은 우산국으로 유배를 당하고, 궁은 순식간에 비담파가 승승장구하는 양상으로 돌아간다. 이는 비담에게나 여왕 덕만에게나 좋지 않은 판세이다. 똑똑한 춘추가 지적했듯이...
비담이 계산하는 것은 유신을 남겨두되 이름만 상장군인 허수아비 유신이었다. 비담이 유신을 친 목적은 호국영웅으로서 누리는 백성들과 조정신하들의 중망, 즉 존경심과 유신의 세력이 커질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또한 여왕 덕만에게 복야회가 왕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이 유신임을 알림으로써, 유신에 대한 여왕 덕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유신을 죽이되 생명을 취하지 않는 죽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왕 덕만은 제 발로 죄를 받기 위해 궁으로 돌아온 유신에게 상장군 직위를 파직하고, 유배를 보내는 가혹한 결정을 내린다. 물론 여왕 덕만은 표면적으로는 유신을 내쳤지만, 백제진영을 염탐하라는 밀지를 내림으로써 유신을 끝까지 믿으려 한다.

유신은 백제진영에 잠입하여 백제의 기개 높은 장군 계백과 만나고, 백제군이 대야성을 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나, 간자임이 들통나고 백제군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백제진영에서 유신을 구한 것은 월야의 복야회. 가야민의 왕으로 추대해 가야를 재건하고자 하는 월야와 철저하게 신라의 2인자로서 가야를 품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유신은 정치적 동맹을 깨고 결별하게 된다. 유신은 보종에게 붙잡혀 백제의 간자라는 누명을 쓰고 추포 당해 비담에게 끌려 오고, 신라에는 백제군이 대야성을 공격해 온다는 급보가 날아들면서 신라는 혼란에 빠진다.
다음 주 예고를 보니 유신의 위기를 구할 사람으로 춘추가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춘추와 유신의 관계가 긴밀해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미실의 죽음 이후 선덕여왕의 흐름에 아쉬운 점과 희망사항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비밀병기 비담을 너무 일찍 부각시켰다
선덕여왕의 비밀병기 비담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선과 악의 이중성이었다. 그런데 미실의 죽음 이후 비담은 너무 빨리 이중성을 버려 버렸다. 비담의 난이 실제 신라 역사상 선덕여왕 말년에 일어난 점을 염두해, 비담을 철저하게 이중적인 캐릭터로 묘사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야망과 악의 칼자루를 쥐게 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실의 죽음 이후에도 겉으로는 변함없는 충성과 여왕 덕만에 대한 연정을 그려주면서, 마음 속에 도사리는 야망을 복선으로 깔아주었더라면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훨씬 흡입력이 있었을텐데, 눈빛이며 행동이며 유신을 치는 과정까지 야망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 버리니 솔직히 매력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비담 대신 갈등의 축으로 월야를 내세웠더라면 훨씬 그림이 좋았을 것 같다. 대가야의 마지막 왕자 월광태자의 아들 월야라는 인물은 가야를 담아내기에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말이다. 어쩌면 미실의 난보다도, 비담의 난 보다도 70년 핍박 받았던 한의 역사, 서러운 민족 60만 가야 유민의 수장 월야를 여왕으로 등극한 덕만을 압박해 오는 축으로 그렸다면 훨씬 흥미진진했을 듯싶다. 여왕에 오르도록 일조한 월야, 그리고 그 기반을 딛고 있는 유신. 그러나 어떤 의미로도 가야를 품어야 하는 여왕의 고뇌와 갈등을 보여 주었으면 극의 긴장감이 더 컸을 텐데, 갈등의 축을 월야 대신 비담으로 끌고 간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이 과정에서 비담의 사량부가 함께 활약해 복야회를 치면서, 유신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덕만의 심리적 갈등을 홀로 지켜보는 비담을 그리는 것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비담의 난은 이후에 준비해도 늦지 않았을텐데... 복수불반분, 엎지러진 물은 주어담을 수 없다고 했던가? 일찍 선의 모습을 버려버린 비담의 캐릭터야 말로 드라마 선덕여왕 최대의 복수불반분이다.

똑똑한 정치참모 춘추, 컨닝 여왕 덕만
과거 덕만공주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적 스승은 미실이었다.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서 자문을 구하고, 심지어 정답까지 알아왔던 덕만에게 새롭게 정치참모이자 스승으로 나선 이가 춘추이다. 53회, 54회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여왕 덕만에게 정치 판세를 분석하는 춘추의 능력은 천재적이다. 물론 여왕 덕만의 입장에서만... 비담도 알고, 유신도 예측하고, 시청자도 아는 정치판세를 여왕 덕만이 파악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그것은 모르겠다. 하지만 유신의 처리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여왕 덕만이 춘추에게 사사받는 정치수업은 여왕 덕만의 체면도 구기고 위신도 서지 않는 설정이었다.
과거의 덕만과 달라진 점은 비교적 춘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나, 이제는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범답안지쯤으로 외우려고 드는 형국이니, 여왕 덕만의 통치력과 능력이 심히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춘추의 말이 워낙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기에 덕만이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없었겠지만, 유신이 힘을 잃으면 비담의 힘이 너무 커진다며 유신을 치면 안 된다는 말에 덕만은 어이없는 대답을 하고 만다. 적어도 내게는 어이가 없었다. 여왕 덕만의 말을 빌어보자.
"내가 복야회를 발본색원하려는 이유를 모르느냐? 난 유신을 믿는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유신과 월야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의 사후다. 다음 후계자가 장악하지 않으면 유신, 비담 누구든 왕을 노릴 것이다. 춘추, 너는 진골이다, 니가 그들을 장악하지 못하면 천명공주 아들이라는 것으로 왕이 되지 못해, 니 손에 오물이든, 피가 묻는 비담이든 유신이든 니가 제압하고 장악해야 한다. 내 뒤에 숨어 편히 가려 하지 마라. 삼한일통 대업은 결코 편히 얻어질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여 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상장군 유신을 파직하고 유배형에 처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 같아 보인다. 하지만 구구절절 틀렸다. 우선 이제 왕권을 잡은 지 몇 년 밖에 되지 않은 황제의 자리에 앉은 왕이 다음 후계자를 지목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왕위라는 자리가 비록 세습적으로 같은 핏줄에게 이어진다고는 하나 왕이라는 자리는 형제도 자식도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가차없이 쳐내는 자리일진대, 자신의 자리에 가장 위협적인 서열 일순위에게 후계자 운운하는 것은 이르다는 말이다. 춘추를 후계자로 염두하고 있었다면 춘추의 그릇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춘추가 선대의 위업을 계승할 의지가 있는 인물인지를 먼저 재야 하는 것이 순서인데, 진골을 들먹이며 다음 후계자로 암묵적으로 점지하는 것은 왠지 무능한 군주같아 보인다. 죽을 날을 알았었다면 모르겠으나 사후 걱정을 하기에는 아직 팔팔한 나이이다. 
또한 삼한일통을 위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유신을 파직하고 유배한다는 결정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김유신은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명장중의 명장, 게다가 백성들의 신망과 휘하 정수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라군 최고 수뇌부이다. 그런 유신을 믿는다면서도 쳐내겠다는 것은 삼한일통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수를 치겠다는 말인데 앞뒤가 맞지 않다.

유배를 보내는 척하면서 백제를 정탐하러 보내기 위함이었고, 백제 계백장군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려는 의도였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유신이 정말 백제의 계백진영으로 정탐을 하러 갔다면 아마 훗날 춘추와 유신의 삼국통일은 이루지 못했을 가상의 역사가 될 뻔했다. 차라리 영화 황산벌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던 '거시기' 죽방(이문식) 을 보내야 했지 않았을까? 거시기는 적어도 전라도 사투리에라도 능했으니 말이다. 신라와 백제의 사투리, 그 확연한 차이는 경상도사람도, 전라도 사람도, 서울사람도, 제주도 사람들도 알아채는데 말이다. 이는 그저 웃자고 한 소리일 뿐이다. 드라마 등장인물 모두가 한결같이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딴지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ㅎㅎㅎ

병풍남이 될 위험에 처한 춘추
선덕여왕 종영을 앞두고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인물이 춘추와 유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비담과의 갈등구조로 유신이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삼한통일의 대업을 이룰 태종무열왕 춘추의 모습 역시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고 바램이다. 다행스럽게 53회, 54회에서 춘추의 탁월한 식견이 드러나는 걸로 보아, 앞으로 춘추에 대한 부분을 다룰 가능성도 커 보이지만, 백제와의 전쟁, 복야회의 해체와 월야의 추포과정, 그리고 비담의 난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짐작컨데 춘추가 정치 전면으로 나서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을 것 같다.

비담의 난이 앞으로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되겠지만, 여왕 덕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군주로서의 자질과 여왕으로서의 권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덕여왕의 정치적 소신과 삼한일통 대업을 향한 과정이 비담의 난을 처리하는 것으로 완결시켜서는 아니될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여왕 덕만을 정치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축은 춘추이다. 엄밀히 춘추가 황실가의 사람이라고는 하나 기반은 귀족세력이다. 이는 성골이라는 순수혈통을 가진 덕만의 기반과는 엄격히 차이가 있다. 황실이라는 튼튼한 기반을 가진 덕만과 귀족이라는 기반을 가진 춘추의 대립은 충분히 흥미로운 대립구도이다.
여왕 덕만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견제해야 할 대상은 미실 잔당 세력 비담파도, 우직한 유신도 아니다. 애꿎은 비담의 난에 밀려 춘추가 여왕 덕만의 정치참모격으로 나서고 있지만, 사실 덕만의 왕권에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춘추와 그의 세력일 것이다. 춘추가 유신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춘추의 정치기반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아들일지라도 앉아있는 동안에는 넘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게 왕이라는 자리가 아닐까?
비담을 일컬어 그의 스승 문노는 손잡이 없는 칼이라 했다. 손잡이 없는 칼의 주인으로 비담은 미실을 택했고, 결국은 미친 칼이 돼 버릴 것이기에 쳐내야 할 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비담은 너무 쉽다. 유신은 백만스물 하나, 백만스물 둘의 우직하고 곧은 칼이다. 너무 곧고 우직해서 칼날 마저 보이는... 그래서 꼭 가지고 싶은 칼이다.
그럼, 춘추는 어떠한가? 춘추는 여왕 덕만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춘추야 말로 가장 가늠하기 힘든 양날의 칼이다. 아군이면서 적군이고, 신하이면서 왕위를 꿈꾸고,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태종무열왕 김춘추이다. 몇 회 남지 않은 드라마를 어떻게 그려나갈 지는 모르겠지만, 미실에 이은 여왕 덕만의 정치상대는 춘추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덕만이 다음 후계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춘추가 언니 천명공주의 아들이자 황실의 후손이라 할 지라도, 덕만과 춘추는 서로의 그릇을 견주어야 한다. 덕만의 입장에서는 대업을 잇게 할 만한 그릇인가를 판단해야 하고, 권력자로서 왕위를 넘보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춘추 역시 여왕 덕만이 비빌 언덕이면서도 끊임없이 견제 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서로가 양날의 칼인 셈이다.

따라서 선덕여왕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려면 덕만과 춘추의 양날의 칼과 같은 정치대립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덕만이 장기를 둬야 할 상대는 비담이 아니라 춘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선덕여왕 다음 보위에 오를 진덕여왕을 드라마에서 보여줄지 생략해 버릴지 모르겠지만, 자칫 비담의 난에 에너지를 소진한 나머지 춘추를 애매하게 선덕여왕에게 훈수나 두는 인물로 그린다면, 여왕 덕만의 권위가 실추됨은 물론이고, 춘추 역시 애매한 병풍남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빼앗고 지키는 과정에서 살아남는 자, 결국 시대의 주인은 살아남는 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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