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1.03.27 '반짝반짝 빛나는' 가난한 엄마와 부자엄마 눈물, 비교할 수 있을까 (15)
  2. 2010.04.11 '거상 김만덕' 장사는 안하고 변죽만 울리는 드라마 (17)
  3. 2009.08.06 '태양을 삼켜라', 태양이 삼켜버렸다! (24)
2011.03.27 09:17




주말만 되면 저는 손수건을 준비합니다. 제목만 보면 눈물 한방울 흘릴 일 없을 것같은 드라마인데, 첫회부터 지금까지 울지 않은 회가 없어서 반짝반짝 드라마를 보기전에는 아예 손수건부터 준비하고 있답니다. 고두심과 박정수의 엄마연기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감정을 읽어 그대로 활자로 찍어내는 리더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대사 하나하나로 옮기는 것이 직설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운명이 뒤바뀐 것을 알게 된 한정원과 황금란은 또 어떻고요. 어느 누구를 욕할 수 없는 상황, 두 사람의 선택은 너무 솔직합니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금란, 나도 뭔가가 되고 싶다는 금란을 이권양(고두심)은 차마 잡지를 못하고, 관악산에 봄나물을 캐러 가자는 말로 헛헛한 심정을 드러내지요.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것이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같은 악몽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 가서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 좋은 데로 시집보냈다 생각할거야. 그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참말로 봄인가 보다, 바람이 솔찬히 따습다"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고두심, 28년을 기른 하늘이고 부처님이었던 금란을 보내는 이권양의 마음에는 봄바람이 아니라, 삭풍이 불고 있습니다.
 
"잘 마셨어요, 커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셨어요. 컵도 안 버렸어요". 처음으로 자신의 품에 안기는 친딸 정원은 가시가 되어 이권양을 아프게 찌릅니다. 가난한 엄마라서 미안한 마음, 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를 알기에, 친딸임에도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미안할 뿐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이름조차도 불러주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엄마지요.
"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내 자식들을 지킨거야. 난 그 여자 상처보다 내 새끼들이 더 걱정되고 소중하다". 자신의 친딸이 사채업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한번도 품어주지 못하고 28년간을 가난한 집에서 고생만 하고 자랐는데,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을 다해 주고 싶은 엄마 진나희(박정수)입니다. 28년을 애지중지 길러온 딸 정원이도 보낼 수 없고, 친딸을 남의 집에 맡기지도 못하는 진나희는, 정원에게 이기적인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마음을 굽힐 수가 없습니다. 친딸을 단 하루라도 데리고 살아보고 싶은 심정을 왜 모르겠어요. 두 아이를 고생시키고 싶어하지 않은 부자엄마는 부자라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이기 때문에 두 아이의 상처를 거두고 싶은 것이지요.
금쪽같이 키운 금란이, 금란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 낼 자신이 없는 이권양(고두심)이 금란을 보내기 힘들어 하는 것도, 친딸 정원이를 달라고 하지 못하는 것도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남의 집 자식을 고생만하고 키웠는데, 비록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지만, 내 죄 아닌 내 죄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부잣집에 보내 호강하며 살게 해야 하는데,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금란이가 자신의 딸인데, 보낼 수 없는 이권양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하늘이 무심할 뿐입니다.
기른 정 낳은 정, 천륜과 인륜같은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권양입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가난해서 두 아이를 붙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원이 자기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살아왔더래도, 이권양은 정원을 쉽게 달라고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원이가 가족이라고 믿었던 28년의 모든 생활을 한 순간에 다 잊어버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두 아이의 상처를 보고싶지 않은 엄마 이권양의 눈물은 시청자를 더 가슴이 미어지게 합니다. 

금란이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평창동 부자집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언니 태란(이아현)에게 충격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28년을 동생으로 지내왔던 금란에게 돈에 팔려간다는 악담을 뱉고, 따귀를 때렸지만, 금란이 밉기 때문이 아니에요. 28년간이나 내동생이었는데, 이 애가 내동생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충격이고, 속상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부자집 딸아이가 운명이 바뀐 것도 모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고생고생하며 살아왔는데, 여상을 졸업하고 돈 버는 족족 아버지 노름빚을 갚느라 치장 한 번 못하고 산 것이, 왜 미안하고 불쌍하지 않겠어요. 태란이도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가난한 집 딸이라고 검사되자마자,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여자를 헌신짝처럼 팽개쳐버린 난장이 똥자루 윤승재같은 년이라고 있는대로 욕을 퍼부었지만, 태란은 28년의 가족을 쉽게 버리려는 금란이 밉습니다. 그것보다 금란이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란입니다. 내딸이 내딸이 아니라고 보내야 하고, 내딸을 내딸이라고 말못하는 가난한 엄마 이권양, 이딸도 내딸 저딸도 내딸인 부자엄마 진나희, 평창동 집으로 가겠다는 금란에게 따귀를 때린 태란도, 다 같은 마음입니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묻는다기 보다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드라마는 주인공들의 환경이 극과 극이라서 더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막막하고, 내안의 이기심과 욕심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눈물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빼앗는다는 것보다 뺏긴다는 것에 감정을 더 실어 보고 있습니다. 황금란이 한정원의 것을 빼앗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죠.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한정원이 황금란의 것을 빼앗았던 것도 또 아니지요. 몰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정원은 황금란에게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빼앗겨야 합니다. 예고편에 나오기도 했지만 황금란은 한정원과 자기 것을 나눌 생각이 없기때문이죠. 황금란은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삼촌도 출판사도, 정원이 가진 모든 것이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럽기는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28년 아무 의심없이 자기 것이었는데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권양과 진나희가 두 아이를 내놓지 않으려는 마음과, 정원이 자기집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것은 같은 생각에서 나오는 무조건 반사입니다. "니 것이 아니야, 그러니 내놓고 나가" 라고, 단순하게 핏줄로 네 것 내 것에 대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철학, 사고방식, 성격까지 만들어 준 환경이라는 것이잖아요. 그 안에서 켜켜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진 '정'과 '소유의식'은, 세상 어느 뛰어난 석공의 손이라도 깔끔이 떼어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한정원에게는 그 정을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혼란입니다.

물질적인 것과 감정적인 정을 빼앗고 뺏기고 해야 하는, 이 정리되지도 정리할 수도 없는 뒤바뀐 출생이라는 교통혼잡에서, 작가가 빼든 카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정원과 부정적인 눈으로 살아와야 했던 황금란은 표면적으로는 선과 악의 캐릭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선악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당사자가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정원이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 28년을 살아왔던 가족이라면, 황금란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정신적 풍요에 대한 가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담아 전해주는 인물이 대범이와 송편집장입니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 날아가 버릴까봐 조바심내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황금란에게 송편집장(김석훈)이 이런 말을 해주었지요. "비참함 본인이 만드는 것 아닐까요.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강인하게 만들어 보시죠. 둘다 드는 힘은 똑 같습니다". 황금란은 갑자기 난데없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기적과 행운에 비유합니다.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독기마저 서려있지요. 행복과 행운에 익숙지 못했던 황금란은 자기 것을 찾으려는 욕심에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대범이가 금란을 걱정하며 옆도, 뒤도 돌아보라고 충고를 해주어도 금란의 귀에는 들리지가 않아요. 황금에 눈먼 사람처럼 말이지요.
매정하게 28년간 가족으로 살았던 사람들과의 정까지 떼놓으며, 앞만보고 달려가겠다는 금란이 처절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평창동 가족입니다. 금란은 28년간 한정원의 울타리였던 낯선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그런 금란이를 보면서 금란이가 더 상처입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란 자신도 무자르듯 떼지 못하는 28년간 가족이었던 관계가, 한정원의 울타리에서는 더 견고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원이 28년 동안 받아왔던 사랑마저 시기하고, 질투하고, 송두리째 도려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금란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비참해지지 말고 스스로를 강인하게 하라는 송편집장의 말이 드라마 복선같기도 하고 가슴에 와닿더군요.
정원에게 대범이 들려준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참하고 암담하겠지만, 눈물과 아우성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거기엔 감동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적도 있을 거예요. 커피처럼...". 정원은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여자에요. 아버지의 출판사를 물려받고 싶은 이유가 출판사의 경제적 가치때문은 아니었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열정,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인물입니다. 평창동 아버지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마인드가 없는 인물입니다.
정웅의 기업마인드를 드라마 초반부터 강조한 이유는 금란과 정원의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평가를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무조건 내 것이라고 돌려받겠다는 금란과 자신이 물려받을 만한 자질과 능력,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자 했던 정원의 마인드를 대조적으로 그린 것도, 유산이라는 것에 편협된 마인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라고 여겨지더군요.

과연 이 드라마에서 기적은 누구에게 일어난 것이고, 작가가 말하고 싶은 행운이 무엇일까요? 저는 진짜 기적은 정원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평창동 아버지 정웅의 기업마인드, 가난한 엄마가 딸에게 28년만에 처음으로 건넨 비싼 원두커피에 담긴 모정, 아마 정원은 금란이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란이 애써 외면하려한 28년 가족을 정원은 얻을 모양이니까요. 물론 좌충우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원은 평창동 가족도 버리지 않을 거예요. 가족은 가족이니까 말입니다. 가난하든 부자이든 가족의 이름으로 맺어진 인연은 핏줄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정원이 모르지 않을 성품같아 보여서 말이지요. 가난한 엄마를 버리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상처를 보듬고 싶은 진나희(박정수)나 두 아이가 받을 상처 앞에 어쩌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는 이권양(고두심)을 보며, 어느 엄마가 진짜 엄마냐고 묻는 것처럼 우문도 없을 겁니다. 그 대조적인 환경도 이유조차 되지 못하는 엄마라는 이유, 부모라는 이유를 고두심과 박정수의 명품연기에 눈물로 녹여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식때문에 흘리는 엄마의 눈물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요? 가난한 엄마나 부자엄마나 어머니의 눈물은 저울 한 눈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눈물이라는 것을, 두 중년 연기자의 명품연기로 보는 것은 주말을 행복하게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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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1 12:23




폭풍으로 인한 제주의 심한 기근에 구휼미를 풀어 제주민을 살려 칭송을 받아 정조를 알현했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손꼽히는 김만덕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거상 김만덕, 실존인물을 드라마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위험부담도 따른다는 게 사실입니다. 실존인물을 모델로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재미있는 허구의 옷을 입히기가 힘들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거상 김만덕은 기대했던 작품이고 지금까지 빠뜨리지 않고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거상 김만덕에 대한 궁금함보다는 이미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뀐 이미연은 솔직히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절제하다 못해 아예 보여주지 않는 듯한 감정신은 둘째치고, 이미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의 홍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홍이가 나이가 더 든 김만덕으로 변할 때까지는 벅차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스무살의 홍이와 마흔의 이미연은 아무리 억지로 보려고 해도 좀처럼 실제 나이의 간극을 무시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이미연이 감정을 절제하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도, 어린 홍이를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미연은 데뷔시절부터 좋아하는 골수팬인지라 이미연의 출연작품은 거의 다 봤습니다. 드라마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요. 많은 작품들은 그녀의 출연만으로도 빛이 났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이미연의 실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서도 거상 김만덕의 홍이에게 몰입하는 것이 힘든데, 더 큰 문제는 드라마는 여전히 재조명하고자 한 거상 김만덕이라는 인물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진행이 삼분의 일을 넘어섰는데, 이제 겨우 홍이가 생부 김응렬을 만나 이름을 얻는 것으로, 김만덕이라는 이름자 석자가 드디어 등장했을 뿐입니다. 더구나 별 공감도 되지 않는 애정라인을 죽도 밥도 아니게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도 짜증스럽습니다. 홍이를 일편단심 좋아하는 강유지의 병적인 집착도 불쌍하지만, 신분의 차이를 넘을 수 없는 정홍수와의 사랑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정홍수와의 애정도 무덤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김만덕은 혼인을 하지 않고 홀로 살았다고 하니, 홍이의 주변에 있는 세남자는 아무도 홍이의 남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회 문선이 정홍수의 부친에게 정홍수가 제주 기녀였던 홍이와 연애질이나 하고 있다며, 정홍수의 혼인을 서두르라는 편지를 보내는 것을 보니 정홍수와 홍이의 애절한 이야기가 몇회 더 다뤄질 모양입니다. 홍이를 사지에 몰아넣고 무고죄로 관비로 떨어진 기생행수 묘향이 문선과 짜고 어떤 계략으로 다시 홍이를 궁지에 빠지게 하겠지요. 묘향의 반격으로 또 몇회가 흘러갈 것이고, 묘향과 문선의 계략, 정홍수와 홍이와의 연애신, 질투하는 강유지와의 갈등 등등 이 드라마가 앞으로 흘러갈 방향은 너무 쉽게 보입니다.
그렇게 종방을 향해 몇회씩 방송분은 늘어나는데,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거상 김만덕은 언제 나올지 궁금할 뿐입니다. 어려서는 난전에서 쌀을 내다파는 홍이의 모습도 있었고, 제주에 와서는 향낭주머니를 만들어 파는 모습도 있었어요. 양성소에서 할매(고두심)에게 꾸지람을 받아가며 장사의 도에 대한 가르침도 받으며, 미래 홍이가 거상으로 성장해 가는 밑그림도 그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제주에 온 홍이, 구체적으로 성인 이미연으로 바뀐 다음에는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주제를 잊어버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홍이가 장사를 배워가는 과정,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게 되는지, 그리고 서문객주와 상도에 대한 차별성들을 부각시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모습들을 보여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핵심에는 다가서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겨우 출생의 비밀을 풀게되어 제대로 된 이름을 얻은 홍이 이야기는 다시 사랑이야기로 몇회분을 끌게 될 것 같고요.  
홍이가 자신과 은홍사이에서 낳은 딸임을 알게 된 김응렬이 홍이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면서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적어 주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더군요. 이제서야 딸을 알아 본 아버지 김응렬의 딸에 대한 미안함이 절절하게 와 닿았던 장면이었어요. 은홍이 자신을 위해 임신한 것도 숨기고 죽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홍이를 만난 김응렬의 가슴은 찢어집니다. 김응렬이 아버지로서 줄 수 있는 것은 김만덕이라는 이름 석 자 뿐이었습니다. 이제서야 딸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유배 당시 아이를 가진 사실이 밝혀지면 김응렬은 멸문지화의 죄를 받게 되고, 홍이 역시 죄인의 딸이 될 수 밖에 없기에 딸임에도 당당하게 딸로 인정하지 못하지요. 김응렬의 안타까운 부성애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이보다 더 애틋하더군요. 최재성의 깊은 연기가 돋보였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응렬과 홍이가 부녀지간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억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홍이의 거처에서 만나도 될 일을 무슨 간첩들이 접선하는 모양으로 밤중에 만나고, 그 뒤를 서문객주에서 쫓고, 강유지가 이를 쫓고, 정홍수가 이를 막고, 여하튼 이렇게 억지스러운 미행과 방패막이 남자들이 짜고 약속이나 한 듯한 만남으로, 홍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계속적으로 같은 그림으로 보여주다 보니 이제는 그런 설정이 짜증나네요.
김응렬의 딸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받은 홍이 앞에 시련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무살의 홍이와 마흔살의 이미연은 너무 거리감이 커서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정홍수와 홍이의 로맨스도 공감이 가지 않고, 강유지의 짝사랑이 강유지만이 불쌍해 보일 뿐이에요. 이미연과 홍이의 이미지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저만이 갖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김만덕이라는 이름도 얻었으니 이미연과 어울리는 나이의 김만덕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네요. 한 두회 어린 홍이는 과거 회상씬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불혹의 이미연과 댕기머리 스무살 홍이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전개가 핵심에서 겉도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매번 사건은 일어나는데 긴장감이 떨어지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인물들과 사건들이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유는 김만덕이 어려운 환경에서 여성이라는 신분의 굴레를 벗고, 천인이라는 신분에서도 배포 큰 거상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드라마 중반이 다 되도록 장사하는 김만덕, 상인으로 성장하는 김만덕이 아니라, 김만덕이 이러저러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만 만드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억지스러운 사건들만 남발되고 있다보니 언제 장사를 하게 될지, 이러다가는 장사하는 방법도, 돈을 벌게 된 것도 동문객주의 주인이 되었다는 나레이션으로 끝내버릴지 심히 걱정됩니다.
돈이란 무릇 다른 사람에게서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김만덕의 상인으로서의 됨됨이나 탁월한 수완보다는 과거사에 얽힌 중상모략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상이 되어가는 김만덕의 일대기에 핵심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홍이가 돈을 벌기는 버나요? 거상이 되기는 되나요? 거상 김만덕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을진데, 이제 김만덕이라는 이름 석자 얻은 홍이가 언제 장사를 시작해서 돈을 벌게 될지 모르겠네요. 구휼미를 풀었다는 것은 결과적인 훌륭한 일이고, 김만덕에게 있어서 돈은 어떤 의미인지, 김만덕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그 과정을 이제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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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6 07:23




올여름을 강타할 초특급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화려한 선전에 여지껏 스토리의 진부함과 메스꺼운 선정성, 화면 가득한 피떡칠 폭력성도 참으면서 봤는데 오늘부로 태양을 삼켜라는 태양이 삼켜버린 드라마가 돼버린 듯하다. 1회를 제외하고는 드라마가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카메라 앵글은 초점에서 한참이나 빗나가 버리고, 고작 해외로케 뮤직비디오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나마 1회에서는 관록있는 고두심의 연기와 진구의 강렬함이라도 보여주면서 주인공 김정우의 작위적인 출생스토리나마 건질 수 있었는데, 다음2회부터 죄없는 시청자는 광기어린 폭력에 시달리고 선정성에 내내 불편해야 했다.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불빛과 서커스 공연은 미안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듯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게는 했지만, 이내 객석에 앉아 꿈을 꾸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기를 쓰는 성유리의 모습에 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된다. "얘야, 넌 처음으로 서커스 구경을 따라나선 일곱살 꼬마아가씨가 아니란다, 감동받은 표정은 그게 아니란다, 정말 훌륭한 서커스를 감상할 때는 그런 표정이 안나온단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입만 벌리고 있는게 낫겠다" 등등 별 좋지않은 말을 뱉어가면서.

하긴 옥에 티가 성유리뿐만이 아니지 싶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본 단 하나 이유는 유오성이라는 배우때문이었는데 유오성도 누구 말대로 엣지없는 대본과 설정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실감하고 말았다. 그나마 유오성은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는 억울하지만, 한참 헤매고 있는 지성을 뒷받침이라도 해주고 있으니 태양을 삼켜라에서는 무지 고마운 존재이다.
이번 8회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은 실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재 확인한 씁쓸함 때문이었다. 태삼은 올인팀의 작가와 연출진이 만들어서 또 한번의 화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들을 보니 올인의 주 배경 카지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작가는 카지노에 집착하는지, 추측건데 올인을 집필하면서 카지노에 대해 너무 방대한 지식을 쌓아놓았다 보니 아직도 써먹어야 할 것들이 많은가보다.
겜블러들의 거친 삶,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많이 훈련된 시청자들에게는 더이상 자극적이지가 않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젊은이들에게 겜블러에 대한 환상을 조작하려고 하는지, 게다가 하나같이 멋진 남자들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유오성이 비밀 아지트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때 그의 여인은 빠에서 선정적인 모습으로 스트립쇼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의도로 이런 모습을 몇분간씩이나 교차시키면서 보여주었는지 도대체 파악이 안된다. 사랑하면서도 좁혀지지 않은 두사람의 공허함을 보여주었다고 하기에는 설득력도 없고 공감도 가지 않는 설정이라고 보여진다.

태삼이 불편한 이유를 더 이야기해보자. 태삼이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라고 홍보하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해외로케이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들였다는 말인데 블록버스터급 스토리는 사라지고 촬영하느라 돈만 많이 썼을 것 같다는 느낌뿐이다.
어이없게도 지난주에는 첼로를 전공하며 대학원을 다니던 이수현(성유리)을 서커스 공연을 기획하는 게 꿈이었다며 라스베가스 서커스로 보내더니만,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 망명한 엄청난 갑부 차차보왕의 경호팀으로 김정우(지성)와 친구들을 라스베가스로 차출해 갔다. 참 이렇게도 황당스러운 일이 있을까 싶다. 잭슨리(유오성)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류의 부자가 한국 제주도 뒷골목에서 놀던 그렇고 그런 양아치들을 데려다가 경호를 시킨다는데 만족할 거라고? 차차보왕의 수도꼭지처럼 넘쳐나는 돈이면 건장한 미국 보디가드들이 총까지 가슴팍에 숨겨두고 경호해줄 건데? 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 설정이지 싶다. 잭슨리도 판단 미스이다. 그가 정말 프로라면 이런 식으로 제주도 건달들을 데려다가 소위 VIP 경호를 하겠느냐는 말이다. 일단 이들을 아프리카 용병에 투입시켜 총질을 해대게 해야하니 뭐 어떤 식으로든 미국으로 진출을 시켰겠지만 이런 억지를 소위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 아마츄어처럼 끼워넣다니 한참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태삼에 끝까지 애정이 가지않은 부분은 티나게 짜집기된 드라마의 소재와 주인공 김정우 역의 지성때문이다. 우선 정우의 생부문제이다. 지성의 생부 김일환의 존재가 예고되었다. 진작부터 전광렬 즉 장민호 회장이 정우의 생부일거라 예감은 했지만 막상 드러나려고 하니 이 역시 다른 드라마에서 내내 울궈먹었던 소재이다. 한때 영혼까지 팔며 충성하고자 했던 보스에게 버림받고, 인생의 막장으로 치달은 주인공이 복수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 원수가 생부인 설정, 이거 드라마 단골소재라는 생각은 안해봤을까? 장회장이 완성하고 있지 못한 그림은 정우의 어머니 미연이다. 아직 극적 개봉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지만 미연의 눈이 완성되는 날 장회장이 누구인지 드러내겠지만 초상화 그리는 장면도 참 촌스러운 발상이다.(이 대목에서 차라리 장민호가 김일환이 아니라면 스토리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모양새는 건질 수도 있겠다)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은 대충 잡혔으니 이제 색칠을 해가야 하는데 볼 때마다 "이게 무슨 블록버스터야"라고 내지르게 된다. 차라리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찍었으면 대박나겠는데 딱 뮤직비디오 한편을 길게 늘여서 드라마로 만든 느낌이니 내용은 없고, 장면은 지루하고, 연기자들은 연기를 하는지 영상물을 찍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뮤비영상물을 찍고 있는 이가 지성이다. 색깔없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어느날은 이병헌을 흉내내는가 싶다가, 어느날은 부족한 송승헌이 되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진다. 한마디로 짜증난다 이말이다. 도대체 이유없이 화면 앵글에 잡힐 때마다 웃어주시는 센스는 무슨 연유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거 캡쳐해서 화보로 돌리라는 말인지, 그저 웃음 한방에 여자들 쓰러지는 걸 노리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유없이 웃어대면 실없는 놈 되고 잘못하면 나사 빠진 놈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제발 웃을 때와 인상지을 때를 구분해 주시길 바란다. 오늘은 지난번 사우나 장면에 이어 펜트하우스를 방불케하는 멋진 실외 풀에서 나오면서 웃통 한번 더 제껴주시는 팁까지..그런데 어쩌냐. 못 쓰러져 주겠는데.
한가지 더, 서커스 공연 기획이 어렵다며 머리 식힐겸 피크닉 가자는 성유리의 제안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장면도 영상을 위한, 한마디로 또 한편의 뮤비를 위한 드라이브라는 생각만 들었지 두사람이 전혀 예쁘지않더라는 말이다.  가슴 아파질 두사람을 추억하기 위해 앞으로 두고두고 지성이 회상할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라고 여겨지기 보다는 멋진 오픈카 운전하면서 생각없이 웃음만 날려주는 잘 생긴 오빠 따라 간 예쁜척 공주만 보였을 뿐이다. 

이쯤되니 태삼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장면이 아니라, 장면을 따라 스토리가 힘겹게 얹혀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스토리는 없고 스토리의 진부함과 허술함을 거액의 해외로케 장면만으로 땜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태양을 삼키려던 드라마는 태양의 노여움을 사서 오히려 태양이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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