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한섬 궁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18 '추노' 대길과 송태하의 죽음암시, 누가 죽나? (31)
  2. 2010.02.05 '추노' 감동커플vs쌩뚱커플, 눈물과 실소로 얼룩진 10회 (43)
2010.03.18 12:52




추노 21화에서 유의깊게 봤던 것은 송태하가 길게 소현세자와 청에서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정리하던 부분과 대길이 최장군에게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작별하는 장면이었어요. 특히 대길이가 최장군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대길이 답지 않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섬뜩했는데요, 이에 못지않게 송태하가 남겨 둔 기록을 원손 석견에게 읽어주는 언년의 모습이 송태하의 죽음을 복선으로 깔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모를 두 주인공의 죽음을 암시하는 냄새가 짙게 깔려있다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송태하와 이대길 두 사람이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둘 중 한 사람은 살리지 않을까 기대도 가지고 있는데, 아마 누구를 죽이고 살릴까 이 부분에서 작가가 머리털 빠지도록 고민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바람은 여러 번 글에서 밝혔듯이 대길이가 조선의 희망으로 살아 남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바람입니다만.
예고편에서 황철웅과 대치하는 모습도 잠깐 나왔지만, 다음 회에서 둘 중 누군가가 허무하게 죽어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제작진을 향해 폭탄테러와도 같은 원성이 쏟아질 테니까요. 그런데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죽을 것이라는 암시는 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에도 하나씩 복선으로 깔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태하의 죽음 암시
언년이는 늘 궁금합니다. 자신이 송태하의 무엇을 믿고 기다리고 따라야 하는지를요. 언년이 소현세자를 따라 청에 갔을때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를 물었지만, 송태하가 대답을 해주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 긴 대답을 장문의 글로 남겨두고자 했나 봅니다.
저는 이번회 송태하가 소현세자와의 회고록을 쓰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원손 석견을 위한 송태하의 마지막 유고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태하는 현재 미래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한양으로 가서 현 세자인 봉림대군을 만나 원손 석견에 대한 신분안전을 부탁해서 원손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송태하 자신의 안위는 보장받지 못할 것입니다. 봉림대군이 송태하의 안위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송태하는 역모죄로 수배중인 인물이고, 도망관노이며 사형장에서 도주했다는 죄목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많은 죄인입니다. 그 중 역모에 가담했다는 것은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뺄 수 없는 죄목에 해당됩니다. 봉림대군이 세자의 자리에 있다고 한들 송태하와 이번회 곽한섬이 만났던 반정무리의 수괴로 밝혀진 이재준 대감과의 관련인물들을 사면해 줄만한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관노로 다시 잡아 봉역을 치루게 하고, 그 목숨을 부지시켜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석견을 왕위에 옹립하고자 했던 이재준 세력은 엄밀히 역모세력입니다. 구족을 멸할 수 있는 역적이지요. 이재준에게 병력을 요구하며 찾아왔던 곽한섬에게 "성즉군왕, 패즉역적(이기면 왕이요, 지면 역적)"이라 했듯이 역적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중심에 송태하가 있는 것이고요. 원손을 복위시키겠다는 반정기도가 들통난 마당에 원손의 사면은 불가능 할 것이고, 역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원손은 강화도에 유배되는 벌에 처해지겠지요.
원손은 강화도에 다시 유배시킨다고 해도, 역모와 관련된 송태하를 사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재준을 비롯한 혁명동지들이 제거된 마당에 거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송태하에게 남은 것은 잡히면 죽음, 아니면 평생 도망다녀야 함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송태하가 작성한 소현세자 회고록은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서 원손에게 남기는 소현세자의 유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태하가 지금 하고자 하는 마지막 일은 혁명도, 언년이도 아닌 소현세자의 마지막 혈육인 원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에요. 송태하의 소현세자에 대한 마지막 충절이고, 송태하가 지키고자 하는 의리인 것이지요. 목숨처럼 여겼던 사대부의 의리일 수도 있겠고요. 송태하에게 사랑과 의리를 택하라면 잔인한 선택이겠지만, 아마 송태하는 의리를 택할 것입니다. 정치라는 생리를 아는 송태하가 비록 원손의 목숨을 보장받았다고 할지라도 반정을 꾀한 자신이 무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작가가 송태하를 죽이든 살리든 작가의 펜에 달렸겠지만요.

대길의 죽음 암시
다음으로 대길이와 최장군의 작별장면에서 풍겼던 불길함도 대길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도 보여졌어요. 대길이의 환영을 위한 짝귀 산채에서의 떠들썩한 잔치도 대길에게는 가시방석입니다.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언년이때문이지요.
10년을 그토록 찾아헤매다 겨우 만났는데, 이미 남의 부인이 돼 버린 언년을 눈앞에 두고도 만져볼 수도 없는 대길입니다. 마음을 접어 보려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눈이 먼저 언년이를 행해 가버리는 대길이지요. 설화의 질투어린 눈길도, 설화가 따라주는 술도, 은실이가 가져 온 닭다리도 대길의 입에는 고무같이 질기고 쓰기만 합니다. 
안 보면 언년이의 얼굴을 지울 수 있을까 자리를 피해보지만, 하늘에 떠있는 무심한 달 속에도 언년이 얼굴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대길의 마음을 읽은 최장군이 와서 묻지요. 혼자서 뭐하냐고요. 달구경한다며 실없는 대답을 하지만, 대길이의 만갈래로 찢어지는 마음을 최장군은 다 읽지요. 그냥 다 잊고 이천으로 가서 우리끼리 재미나게 살자고 말하지만, 대길이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최장군도 모르지 않습니다.  
"예전엔 말이야, 얼굴을 못 보니까 미칠 것 같더니만, 이제는 매일매일 보니까 아주 죽을 맛이야. 눈 앞에 어른 거리는데 만져보지도 못하고... 세상 참 지랄맞게 사는 것 같아"  
그리고 대길이 갑자기 최장군!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면서요. 왕손이 놈이랑 몸조리 잘하라며 "금방 갔다 올게" 라며 뜬금없이 웃으면 인사를 했어요. 귀엽게 손까지 흔들면서 말이지요. 송태하와 동행하기로 한 것이지요. 송태하의 안전이 언년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이 때 대길은 송태하의 동행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추노질 몇년에 용모파기가 조선팔도에 쫙 깔린 마당에, 그것도 원손을 빼돌린 역모의 죄를 쓰고 있는 송태하와 동행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언년이의 행복을 바라는 대길이기에 위험에 처한 송태하를 보호하는 것 역시 언년을 위한 대길의 사랑이었어요. 바보같지만 그게 대길이거든요. 
 
송태하의 길을 막아서고 대길이 묻지요. "이번에 마실 나가면 니놈이랑 원손, 그리고 니놈 부인 다 잘 살 수 있는 거냐?" 고요. 평생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이냐고요. 쫓기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송태하의 대답에 한양까지 동행하겠다고 하지요. 도움이 필요없다는 말에 황철웅을 앗쌀하게 만져주겠다는말로 둘러대기도 하지만, 왕손이랑 최장군이 살아 있는데 굳이 황철웅을 찾아 복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송태하도 알지요. 진짜 이유가 뭐냐는 말에 "니네 년놈들 꼴보기 싫어서 눈에 안보이는 것에다 치워버릴라고 그런다" 라고 길을 따라 나섰지요. 송태하도 대길이 말에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피식 웃어보이기도 했어요. 이런 게 남자들 세계에서 싹트는 우정이겠지요. 
그럼 제작진은 누구를 죽이려고 하고 있을까요? 둘 다 죽이기에는 너무 허망해서 한 사람이라도 꼭 살려두었으면 싶은데 고민이 많겠지요. 저는 송태하가 소현세자의 유고집을 쓰는 장면을 보고 송태하가 죽게 될 것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언년이와 헤어지면서도 이번이 두번째라며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했었지요.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는 말이 오히려 불안스럽게 들렸고, 안아주는 송태하 뒤에서 하염없이 언년이 눈물을 흘렸는데 왠지 두 사람의 불행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송태하의 죽음을 암시한 것은 짝귀에게 언년이 원손의 이름을 태원이라고 하는 데서도 감지가 되었어요. 짝귀가 간 다음 송태하가 '다음에 아이가 생기면 태원이라고 이름을 지읍시다"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태원이라는 이름은 송태하가 살아 생전에 불러볼 수 없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년이에게 혹시 태기가 있다면, 훗날 언년이 아이를 낳아 태원이라는 이름을 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조금 드라마틱하게 "태원아, 이눔의 자식, 글 공부 안하고 어딜 싸질러 돌아다니는 게야?" 라며 대길이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또 다른 장면으로는 대길이가 태원이라는 사내아이에게 길바닥 무술을 연마시키면서 혼내는 장면도 상상해 봤고 말이지요.  
송태하와의 의리는 언년이에게 태원이라는 아이로 이어지고, 대길이의 양반상놈 구분없는 세상은 비록 작은 세상이지만, 언년과의 해피엔딩으로 또다른 조선의 희망으로 남게 되고, 뭐 이런 결말을 혼자 상상해 봤습니다. 여전히 저는 대길이가 희망으로 살아남길 바라거든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죽어갔던 인물도 있었고, 권력에 이용당해 허무하게 죽어버린 인생도 있었을 것이고, 심지어는 죽어야 하는 이유조차 모르고 죽어버린 인물들도 있었겠지요. 곧 죽어도 변절이 아니라며 방법적으로 다른 길을 찾으려 했다는 변명의 역사까지....
맞아요. 곽한섬이 말했듯이 한 번 진 꽃이 다시 피는 일 없고, 조선비가 했던 말처럼 수많은 실개천이 있다한들 다 바다로 흘러들지요. 죽음으로 대의를 지켰던 이도 있었고, 구차한 삶으로도 지키고자 하는 게 있었겠지요. 우리네 삶이 다양하듯이 삶의 이유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지요. 
이름없는 공중의 새도 다 살아있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군요. 대길이가 감옥에서 송태하에게 말했듯이 반드시 살아있어야 할 이유, 그 하나는 남겨주었으면 싶습니다. 조선의 희망으로, 아니 21세기 우리에게 제작진이 무엇을 남길지 모르겠지만, 좌절 속에서도 이름없는 풀포기 작은 희망 하나라도 남겨주었으면 싶습니다. 월악산 산채의 흥겨운 잔치가 닥쳐올 불안을 암시하는 것같아 조마조마한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이들의 곤궁한 삶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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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08:27




어느 회보다 할 얘기가 많은 추노 10회였습니다. 한대 맞은 듯한 충격과, 가슴 밑바닥을 후벼파는 듯한 슬픔도 있었고, 가슴이 아려서 엉엉 울고 말았던 장면들까지, 추노 10회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커플들로 세트를 묶어 정리해 볼까 해요. 여기서 커플은 남녀커플 뿐만이 아닌 드라마 줄거리를 엮었던 남남커플도 포함시켜서 줄거리와 함께 엮어볼 생각입니다.
이번 회는 특히 남자들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이대길, 큰놈이, 곽한섬, 그리고 천지호까지 네 명의 남자들이 눈물제조기로 나섰나 봅니다. 영상미 뛰어났던 송태하와 혜원의 절벽 위 키스신도 감흥이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이 두분들은 추노가 낳은 가장 어색해 보이는 커플이라서 그런지 감정몰입이 잘 안돼서 걱정이네요.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아니에요. 두 사람의 사랑이 물론 드라마 줄거리 자체에서는 이해도 가고, 또 아름다운데 감정적으로는 와닿지 않으니 그게 걱정이라는 것이에요.
이번회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눈물났던 커플은 이대길과 큰놈이 형제, 그리고 곽한섬과 궁녀의 짧은 사랑이야기를 꼽고 싶습니다. 쌩뚱커플은 혜원과 송태하, 그리고 송태하와 활철웅 커플이었는데요, 멋진 장면과는 별도로 대사와 상황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쌩뚱커플로 뽑혔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니 동의하시시 않으셔도 됩니다.ㅎㅎ이번 회는 이야기가 많아서 파트별로 나눠서 올릴 생각이에요. 오늘은 남남커플 중 감동커플과 쌩뚱커플에 대한 정리편이에요. 

송태하와 혜원의 키스신만큼 참으로 분위기가 쌩뚱맞아서 실소가 나왔던 주인공들이 있었는데요, 송태하와 황철웅 커플을 들 수 있겠네요. 무술액션신은 물을 가르고 공중을 날르고, 검과 검이 마주치는 장면은 예술 자체였는데, 눈앞에 벌어진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대사들이 유치하기도 하고 말장난같기도 해서 쌩뚱커플로 뽑았어요.

쌩뚱커플, 송태하와 황철웅
- "믿고 가겠네, 이제 그만 쫓아라"

이번 회에 약속이나 한듯 "믿고가네, 쫓지마라" 대사를 날리는 큰놈이와 송태하였지요. 그런데 참 전해지는 느낌이 달랐어요. 석견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 싸우던 곽한섬은 황철웅의 칼에 다리를 베이고 말았지요. 칼까지 손에서 놓쳐버리고요. 원손을 향해 날아드는 칼을 맨손으로 잡아 막고는 자신의 가슴으로 돌리는 곽한섬은 진정 무사다웠지요. 그 동안 동료를 배신했다는 온갖 멸시를 참았던 것도 석견을 구하기 위한 송태하 장군의 명령이었음이 밝혀졌고요.
황철웅이 원손 석견을 향해 칼을 내리치려는 일촉즉발의 순간, 어디서 "멈춰라" 라며 "암행어사 출두요" 같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멀리 절벽에서 뛰어 내려오는 송태하였지요. 참내, 기가 막혀서... 전 이번회를 보면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설정은 처음 봤네요. 노비신분을 벗어나 명예를 회복하는 것보다 큰일이 원손을 구하고 나라를 새 역사를 쓰겠다는 것이라는 양반이, 자신과 쌍벽을 겨룰 만한 출중한 무예를 갖춘 황철웅을 상대하러 가면서 칼을 두고 오다니... 다행히도 약속이나 한 듯이 곽한섬이 칼은 떨어뜨려 주었네요.
혜원과의 절벽 키스신을 위한 설정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칼이 아니라 말로 했더라도 혜원은 기다렸을 텐데 말이지요. 뒤쳐진 혜원에게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라고 한마디만 해도 될 일을 뭘 그리 감동적으로 엮겠다고 칼을 두고 오게 하는지... 맨손으로 싸워도, 대나무 가지만으로도 조선에서 이길 자가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 암튼, 전쟁에 나간 군인이 총을 일부러 두고 나가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서 말이지요.
송태하와 황철웅의 유치찬란 말싸움 보시지요.
송태하: 멈춰라!
그랬더니 진짜로 황철웅이 멈춥니다. 황철웅의 목적이 석견을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송태하가 멈추란다고 멈춰 버립니다.  
황철웅: 와 줘서 고맙다. 찾아가 죽이는 수고를 덜었구나.
송태하: 이제 그만하게, 전장을 함께 누빈 벗들 아닌가?
엥! 이것은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 자신과 수하들을 군량비 횡령죄로 몰아 관노로 떨어뜨리고, 스승 임영호까지 죽인 것을 목격하고, 더구나 나라의 앞날이 걸린 원손을 죽이려는 정적 앞에서 아직도 전장 운운하며 벗이라니??? 좀 어이 없었네요. 이미 정치적으로 갈린 사람들이 할 대사는 아닌 듯해서 말이지요.
황철웅: 자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했던가? 항상 발 아래로 보고 나에게 명령을 하지 않았던가?
이 대사는 또 뭐지요? 이젠 정치고 원손을 제거하는 일은 안중에도 없고, 사사로운 감정싸움으로 변질돼 갑니다.
대사는 어이없었지만 이어지는 무술신은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물을 가르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화면에 잡히고, 용호상박이 따로 없었습니다. 결국 황철웅이 송태하의 칼에 베이고 말았지요. 아직은 황철웅이 상대가 안되나 봅니다. 황철웅을 향해 칼을 겨누는 송태하는 또 한번 목숨을 살려주네요. 그리고 이제 자신을 그만 쫓으라고 하지요. 발끈한 황철웅은 자기에게 명령조로 말하지 말라고 또 다시 강조하지요. 송태하 장군, 왠만하면 명령조 아닌 권유조로 하시지...
송태하는 명령조로 말하지 말라고 하건 말건 믿도 끝도 없이 "믿고 가겠네" 라며 유유히 가버립니다. 이어지는 황철웅의 허공을 향한 외침. "어딜 가는가! 이리 오지 못할까! 끝장을 봐야 할 것 아닌가! 송.태.하!" 송태하가 오란다고 오겠습니까?
황철웅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뒤이어 오는 관군들을 싹 다 죽여버렸어요. 황철웅이 관군들은 왜 죽인 것인지 이 대목도 이해가 안 갑니다. 송태하의 믿고 가겠다는 말에 관군들을 막아준 것인지 그냥 열받아서 죽인 것인지...
참으로 이해불가한 남남커플의 생뚱맞은 대사와 예술같은 무술 장면이었네요.

감동커플, 천지호와 죽은 만득이 
-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꼭 갚는 게 이 천지호야"

살아있는 천지호와 죽은 만득이 커플은 감동적이었어요. 수당 좀 더 뜯어내려다 잘못 개긴 죄로 비명횡사한 만득이를 위해 돌무덤을 만들어 주고, 천지호가 울며 이를 갈았던 장면이 있었지요. 피도 눈물도 없이 비굴해 보이기만 하던 개차반 천지호에게도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만득이 입에 저승길 노자돈으로 엽전 두개를 넣어주며 끝까지 천지호식 입담도 잊지 않았지요. "배산임수여, 뒤에 산이 버티고 있고 앞에는 물이 쫙 펼쳐저 있고, 나나 되니까 명당자리 잡아준 거여" 그리고는 엽전 두개를 넣어 주며 " 너니까 더 주는거야, 그니까 저승갈 때 노자돈 아끼지 말고 팍팍 써" 라며 웃음반 울음반 섞인 표정으로 우는데 그 모습이 섬뜩하더군요. 천지호 앞으로 무슨 일 낼 것 같아요.  

최고의 감동커플, 대길이와 큰놈이
- "언년이를 찾지 마라, 믿고 가네 나의 아우"

호위무사 백호를 고용한 김성환을 찾아간 대길은 그가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키고 도망간 노비 큰놈임을 알아봤지요. 칼을 빼들고 큰놈이를 향하지만 선뜻 죽이지 못합니다. 대길이 찾고 싶은 사람, 이름만 불러도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언년이, 언년이의 행방을 알아야 했거든요.
"언년이 어딨느냐" 나즈막히 묻는 대길의 목소리는 살기와 분노, 그리고 기쁨까지 섞인 듯했어요. 대길은 큰놈에게 자신에게 똑같은 문신을 새겨줍니다. 얼굴을 칼로 내리 긋는데, 대길의 표정이 너무나 섬뜩해서 무서울 정도였어요. 대길의 복수는 딱 거기까지였어요. 대길의 모든 인생을 뒤바꿔 버린 큰놈이를 찢어죽이고 싶었겠지만, 똑같은 상처를 남기므로써 모든 원한을 씻어버리려는 듯 말이지요. 
그러나 큰놈이로부터 믿지 못할 사실을 듣게 됩니다. 큰놈이 대길이 아버지가 여종으로부터 낳은 배다른 형제였다는 것이지요. 그 여종은 다른 사내종과 혼인하여 언년이를 낳았고요. 대길이와 큰놈이는 배다른 형제이고, 언년이와는 씨다른 남매라네요. 이런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니, 함께 듣던 설화보다 제가 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경우 대길이와 언년이의 관계는 어찌 되나요? 대길이 아버지가 큰놈이 어머니를 부인, 혹은 첩으로도 맞아들이지 않았으니, 생물학적으로도 남매는 아닌데, 에고 복잡해서 패스~

큰놈이는 그 날 대길의 아버지가 아닌 자기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였지요. 청천벽력같은 큰놈의 말을 대길은 믿고 싶지 않습니다, 큰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을테지요. 충격으로 넋이 반쯤은 나가버린 대길에게 "아직도 언년이를 사랑하느냐?" 며, 언년이 이미 전 훈련원판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고 말하지요. 텅~ 대길의 머리 속이 텅 비어 버립니다.
죽어도 대길이가 사는 집에서 죽고 싶다는 걸 억지로 끌고 나왔다며 "언년이는 그대를 바라 본 죄 밖에 없지 않은가? 모든 죄는 내가 지고 떠나니 더 이상 찾지 마시게. 그게 사랑일세. 믿고 가겠네" 그리고는 대길의 칼로 자신을 찔러 버리고 말았지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니 대길이 너무 충격을 받은 상태라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었어요. 죽어가면서 대길을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큰놈이의 말 "나.의, 아.우"
아, 또 눈물나네요.

대길은 큰놈이가 스스로 칼에 찔려 죽을 때도 멍해진 정신을 수습하고 있지 못했어요. 그저 언년이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말만 귀에 맴돌고 있었지요. "노비년놈들끼리 아주 잘 만났구나... 참 잘 만났어... 그런데 많고 많은 놈들 중에 어찌하여 도망노비 송태하란 말이냐" 며 대길은 주저 앉고 맙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입니까? 송태하와 다니던 그 여인을 향해 칼을 던졌는데, 그게 언년이었다니... 대길은 믿고 싶지도 받아들일 수도 없지요. 싸늘히 식어버린 큰놈이의 시신을 붙들고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울부짖어도 큰놈이는 대답을 해 주지 않지요.
"누가 네놈들을 죽으라고 허락했더냐! 눈을 떠라" 라며 이놈, 이놈 하는 대길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대길은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 나가듯 망연자실합니다.

혼례를 올려 남의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말을 듣는 대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데, 드라마 OST 임재범의 낙인은 어쩜 그렇게도 대길의 발기발기 찢긴 가슴을 그대로 노래하던지...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은 상처들이 괴롭다...."
눈물에 베이다는 노래가사가 그렇게 절절하게 와닿을 수가 없었어요. 대길의 눈물이 대길의 가슴을 베고 있는 듯해서 말이지요.
대길은 지금 언년이가 혹시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이 던진 칼을 맞은 걸 봤으니까요. 온 세상이 무너지고, 살아갈 목적도 의미도 잃어 버린 대길은 술을 마셔도 취하지가 않습니다. 멀리 언년이 고운 옷을 입고 슬프게 돌아서서 가는 모습만이 아른거릴 뿐이에요.  
대길은 반드시 송태하를 찾아야 합니다. 언년의 생사를 확인해야 하니까요.앞으로 송태하를 어떤 마음으로 쫓게 될지 대길의 심정이 복잡하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언년이의 남편인데 죽일 수도 없고, 언년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두 사람을 살려 보내야 하는데, 무서운 권력의 실세가 송태하를 쫓고 있으니, 대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언년이를 향한 사랑에 가슴이 데이고, 그 사랑이 가슴에 낙인처럼 새겨져 있는데, 이제는 그 사랑이 떠났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로요. 잃어버린 언년이는 대길의 눈물이 되어 흘러 내리고, 대길을 아프게 하네요. 대길은 언년이를 마음에서 놓을 수 있을까요? 정말 머리 빠개지도록 아파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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