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2.10 '싸인' 정병도의 유언, 자살인가 타살인가? (28)
  2. 2011.02.04 '싸인' 숨막히는 두뇌게임, 반전보다 통쾌했던 장면 (19)
  3. 2011.01.27 '싸인' 미군 총기사건과 일본 백골사체, 왜 나왔나? (18)
2011.02.10 08:26




국과수로 실려 온 사체에는 개인의 구구절절한 사연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폐부를 몸에 남은 싸인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산자의 입을 통해 전달받는 것보다 통렬한 고발입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사건일까 궁금하게 하는 드라마 싸인, 이번 사건은 20년전 국과수에서 있었던 대기업 간부들의 의문사 조작사건으로 정병도 원장의 과거로 시선을 돌렸지만, 단발적으로 보인 모습은 얼마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맷값재벌 사건을 드라마에서 단죄하려는 모습까지 복합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야구방망이 한대에 100만원씩 계산해서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때리고, 2천만원을 준 만행을 저지른 가해자 최철원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며칠전에 뉴스로 접했는데요, 드라마 싸인에 나온 한영그룹의 정차영 사장을 보니 아주 판박이더구만요. 최이한 경사에게 수표를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얼굴짝을 아주 불이 나도록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범죄자이니만큼 죄값을 톡톡히 치르겠지만 말입니다. 이명한(전광렬)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사회에는 죽어야 마땅한 쓰레기들이라는 말입니다.
맷값재벌의 통렬한 고발, 후련하다
드라마 싸인이 대담하게 우리 사회의 썩은 환부를 정면으로 그려가는 것을 보면서, 소름끼치게 무서우면서도 드라마에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서 보고 나면 속이 후련해요. 현실도 이렇게 속이 후련하게 진실과 정의가 이기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병도 원장이 목숨과 함께 가져가 버린 20년전의 진실, 그것은 약자라서 지키지 못하는 강자의 횡포에 대한 굴복이었습니다. 이명한 원장이 왜 권력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정병도 원장의 죽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기도 했지요.
윤지훈의 아버지가 다녔던 한영그룹 중견간부들의 연이은 사망사건, 공통분모에 정차영 이사가 연루되어있음이 드러났지요. 사망하기 전에 하나같이 정차영을 만났다는 다이어리의 약속일정이 실마리가 되겠지만, 그놈 낯짝을 보니 그냥 당할 놈은 아닌 듯하더군요. 사인은 예고편에도 나왔듯이 독극물에 의한 사망으로 판명이 나지만,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어떻게 죽었느냐, 즉 독극물 사인이 아닌, 왜 죽였느냐의 메시지입니다.
또한 현재의 사건은 20년전 정차영의 부친이 저질렀던 사건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주식지분으로 간부의 반발에 부딪히자 목숨을 앗아 버린 것이지요. 사고사를 위장해서 말입니다. 재벌의 불법적 재산축재 범죄행위였습니다. 재벌의 불법 상속과 증여, 은닉, 자금세탁, 해외로 빼돌리기 등등 생각나는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세세한 것까지 드라마에서 대사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재벌의 불법적 재산축적문제까지 드라마는 사회고발적 시선으로 메시지를 확대합니다. 드라마 싸인이 진정 드러내고 도려내고 고발하고 싶은 부분들이죠. 돈으로 진실까지 사버리고, 은폐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썩은 폐부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20년전 한영그룹의 간부 5명이 자연사 혹은 사고사를 가장한 의문사를 당했는데, 왜 국과수가 그 사실을 은폐했느냐 입니다. 20년전 사체를 부검한 담당 부검관이 정병도 원장이었음을 알게 된 윤지훈, 자신의 아버지의 사인을 밝혀준 정병도를 아버지처럼 여겼던 윤지훈이 충격을 받고 정병도 원장에게 향하지요. 같은 시각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인터뷰한 주인혁을 만난 고다경과, 사건파일을 통해 20년전에도 같은 의문사가 있었음을 알게 된 최이한과 정우진 검사도 정병도의 집을 향합니다. 네사람의 눈앞에 벌어진 충격적인 장면은 정병도 원장의 죽음이었습니다.
정병도와 이명한의 20년전 이야기
윤지훈의 전화를 받고 지훈을 기다리던 정병도 원장에게 먼저 모습을 나타난 인물은 뜻밖에도 이명한 원장이었습니다. 윤지훈이 20년전 한영그룹의 의문사를 조사하고 있음을 알게 된 이명한이 정병도의 입을 막기 위해서였지요. 국과수의 존폐가 걸린 문제, 무엇보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정병도 원장의 치부를 윤지훈이 감당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지요. 윤지훈이 정병도 원장집에서 함께 살때 사용하던 지훈의 방에서 목맨 채로 발견된 정병도 원장, 애타게 선생님을 부르는 윤지훈의 절망스러운 흐느낌으로, 정병도 원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눈 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본 듯한 박신양의 연기는 정말 말이 필요없더군요.
정병도 원장이 신념과 소신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명한이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에, 우리는 사회부조리보다는 국과수의 과거 열악한 환경과 마주해야 합니다. 거액의 뒷돈이 오간 사체부검, 정병도가 소신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과수를 다른 방식으로 지키고자 한 오늘의 이명한의 모습이 숨겨져 있습니다. 재벌의 금권 앞에 과거 국과수는 힘없는 기구였을 뿐이었고, 국과수 부검의들의 직업적 사명관마저 흔들리게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요. 실제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국과수 법의학자들을 만나 사전조사를 했는데, 투철한 사명관과 직업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더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한번도 국과수와 법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는 국과수라는 기구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기 보다는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망자의 몸을 다룬다는 일 자체가 소신과 사명감이 없다면 힘든 일이기에, 그들의 수고로움과 직업적 고충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병도 원장의 죽음을 보며 이명한이 권력형 인간이 된 이유와 정병도 원장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명한이 권력이 필요했던 한 가지 이유는 20년전 정병도의 부검소견서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검소견서는 두 개였습니다. 윤지훈이 국기기록원에서 열람한 부검소견서는 정병도 원장이 국과수의 '무엇'-저는 자존심과 소신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과 바꾼 돈의 기록물이었습니다. 한영그룹에서 나온 큰 돈은 정병도 원장이 국과수의 열악한 설비투자에 사용했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이명한이 보관하고 있는 진짜 부검소견서입니다. 이명한이 왜 진짜 부검소견서를 보관하고 있을까 에 대한 해답은 이명한만이 알고 있겠지만, 저는 국과수의 자존심과 소신이 굴복하는 것을 본 이명한이 절치부심의 증거로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겠다는, 그래서 힘을 가지겠다는 다짐같은 것이기도 하고요.
정병도의 유서, "우리는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한다"
롤모델이었던 선배의 권력과 금권에 의한 굴복을 본 이명한이 권력을 가지려고 한 이유는, 굴복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법의관의 양심을 버린 한 번의 굴욕으로 아끼는 후배가 변질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정병도 원장, 20년 후 같은 사건을 마주하며 그가 선택한 것은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윤지훈에게만은 진실을 알리고 싶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병도 원장이 죽음을 택할 정도로, 사랑하고 걱정한 사람은 윤지훈이었습니다.
정병도 원장은 죽음을 선택하면서 윤지훈에게 한 줄의 유서를 남겼지요. 지훈이 사용했던 방 대들보에 적힌 "우리는 오직 진실만 추구한다"는 국과수의 모토였습니다. 정병도 원장이 마지막 가는 길을 윤지훈의 방으로 택한 이유는 윤지훈에게 유서를 남기고 싶어서였겠지요. 정병도 원장이 윤지훈에게 남긴 유언은 진실만 보고 가는 국과수를 지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가 한 번의 실수로 평생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일을 되풀이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고, 법의관이 되겠다는 윤지훈에게 처음에도 그랬듯이 마지막까지도 진실에 귀를 기울이라는 가르침을 남기며 떠난 것이지요. 
권력과 야합하는 이명한에게도 그만의 명분은 존재합니다. 국과수를 지키겠다는 명분, 국과수의 위신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내세우는 이명한과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국과수를 지키는 것이라는 윤지훈과의 대립은, 정병도원장의 죽음을 통해 더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습니다.
"어려운 부탁인데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명한이 정병도를 살해하지는 않았겠지요. 자살을 종용했을 것이고, 정병도는 진실을 안고 사라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정병도 원장의 죽음, 자살일까요, 타살일까요? 너무나 많은 대답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자살이었음에도 타살이었고, 타살이었음에도 자살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이명한 원장, 그가 정의의 편에 있는가, 불의의 편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것은 '진실'이라는 한가지 입니다. 
20년전과 똑같은 상황을 마주한 이명한과 윤지훈, 두 사람은 어떤 길을 택할까요? 정병도 원장이 윤지훈에게 유언으로 전달한 글귀가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훈이 20년전에 써둔 글귀, 국과수의 모토 "우리는 오직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한다". 모든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아버지 대에서 저지른 업보를 되물림하고 있는 정차영, 그가 아버지가 20년전에 저지른 죄값까지 단죄받기를 바랍니다. 정병도의 죽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큽니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권력형 타살도, 권력형 자살도 더이상은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20년 후 똑같이 발생하는 대기업 간부들의 의문사, 윤지훈이 맞딱뜨리게 될 20년 전의 진실과 현재의 진실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스승 정병도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두 인물, 윤지훈과 이명한은 결국 한지점에서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진실의 시작점입니다. 죽은자의 말을 듣느냐 산자의 말을 듣느냐의 갈림길이자, 국과수의 존립이유 지점이 되겠지요. 한 인간의 죽음을 통해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단면들,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싸인, 드라마를 통해 던지는 굵직한 메시지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던집니다. 갈수록 흥미에 의미를 더하는 드라마 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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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09:12




흔적을 지우려는 사람과 흔적을 찾으려는 사람, 숨막히는 두뇌싸움이 격돌하는 사건현장은 보이지 않는 전쟁터였습니다. 이명한과 윤지훈의 두뇌싸움은 사실 무승부였습니다. 숨은 증거를 찾았느냐, 찾지 못했느냐의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기 때문이죠. 완벽하게 증거를 조작하는 이명한, 또한 완벽하게 그 증거들을 찾아내는 윤지훈,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이명한이 쳐둔 함정에 걸린 윤지훈, 모든 것이 조작된 거짓 증거라는 것을 알았을 때, 게임은 끝나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 허탈감이란, 더구나 몇시간후면 본국으로 출국해 버릴 미군을 법정에 세워보지도 못하고, 기소조차 못하고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심리적 박탈감과 좌절감까지 느껴지려고 했지요. 다행히, 너무나도 다행히 저스틴 쿠퍼는 출동한 검찰과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의 영리한 반전의 묘수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군헌병을 기소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매번 못했기 때문에요. 명백히 유죄임이 입증되었어도, 본국으로 모셔(?) 가버리는 그들이기 때문이었고, 힘없는 나라의 설움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말이지요.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는 SOFA협정을 어떻게 풀어갈까 걱정도 되고, 드라마를 제대로 풀어갈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전역이라는 명쾌한 답을 냈더군요. 휴우, 안도의 한숨까지 내쉴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드라마니까, 드라마에서라도 미국에 고개 빳빳이 쳐들고 호통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명백히 잘못한 죄에 대해서 말입니다. 정우진 검사의 말처럼, 미군이라서, 피부색깔이 달라서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인 살해범이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영어 억양을 들어보니 미국식 영어는 아니던데, 드라마 속 쿠퍼가 미군이었기에 상징적으로 통쾌한 장면이었습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지난 회 김종호의 시신에서 총탄을 빼기 위해 첫부검을 했던 고다경, 김종호의 손을 잡고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장면이 있었지요. 고다경이 잡았던 김종호의 손에는 불규칙하게 패인 찰과상이 있었고,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블라인드에 찍힌 선명한 핏자국과 함께 미군헌병의 군번줄이 찍혔고, 윤지훈과 고다경이 블라인드에서 감춰진 진실을 찾은 것이지요. 모든 것이 이명한이 만들어 둔 조작의 증거였음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을 한 순간에 맥빠지게 했던 허탈반전에 이은 통쾌한 재반전이었습니다.
모든 사고현장에서는 초동수사와 현장보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기도 했지요. 김종호가 죽으면서 왼손의 기적을 만들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오른손에 군번줄을 쥐고 지문처럼 블라인드에 혈흔을 찍고, 일어서면서 왼손으로 블라인드 바를 잡아 당기면서, 흔적을 감춰버렸던 순간적인 연출기법도 뛰어났고요.  
최이한 경사의 아빠(ㅎㅎ) 최중섭 대검부장의 비공식적 양심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하며, 말못하는 일부 검찰의 마음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철저하게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는 권력지향주의 검찰도 있겠지만, 양심과 소신을 지키려는 검사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힘이 없어서 소신을 관철시키지 못할 뿐이죠. 드라마 싸인에서는 가끔씩 조연들이 깨알같은 웃음 한방씩을 돌아가면서 날리는데, 이번회 부장검사님의 필살기 애교 눈웃음도 귀여웠답니다. 물론 비공식적 눈웃음이니 모른척해 드리겠습니다ㅎ.

정우진 검사가 캠프 할로윈으로 저스틴 쿠퍼를 체포하러 가는 장면은 영화처럼 멋지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싸이렌 소리까지 경쾌하게 들리더라고요. 이번 회 미군총기사건은 1997년 이태원 호프집에서 대학생이 의문사한 사건과 동두천 미군총기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생각되더군요. 조폭이라는 피해자의 신분만이 바뀌었지만, 범행을 한 미군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버려 일단락돼 버렸지요. 게거품 물어봐야 소용없고, SOFA규정에 따른다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었지요. 가슴에 응어리진 부분을 정부도 못하고, 검찰도 경찰도 풀어주지 못했지만, 그나마 드라마에서라도 대리만족을 시켜준 것 같아 얼마나 후련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고, 또 한켠으로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씁쓸해 하기도 했을 겁니다.
드라마에서 미군이 체포되면서 이런 말을 했지요.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기 위해 왔다.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에 대해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뻑하면 지네들이 지켜주느니 어쩌느니, 미군이 없으면 당장에라도 한반도에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생색내는 나라, 미군의 주둔이 대한민국 국익에 더 이익인지, 자기네 계산상 더 이익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좀 감정적인 말을 해주고 싶네요.
미국? 손해보는 장사 절대로 안하는 나라입니다.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꼴갑잖은 생색은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차오르더군요. 이걸 영어로 써줘야 하나? 읽고 싶으면 한글 배워서 직접 읽으시길....;;; 아, 속이 좀 후련하네요.
암튼 체포장면에서 미선이 효순이를 죽인 장갑차 운전병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며,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가슴도 쬐끔 후련해지더군요. 작가와 감독님, 상황은 달랐지만, 살풀이라도 조금 해주셔서 감사^^* 그리고 조용히 이런 말을 했답니다. 박신양의 대사였는데, 미군총기 사건해결로 국과수로 복귀하게 된 고다경의 신분증을 돌려주면서 그랬지요. "실수하면 넌 완전 꺼져야"라고요. 잠시 박신양의 말을 좀 빌려서 "남의 나라에 와서 사고치고 모르쇠하면, 너네 완전 꺼져야!"

사람사는 세상이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국과수에도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간 베일에 싸인 정병도 원장이 거래했다는 거액의 돈. 20년전의 의문의 사건이 표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과수 전직원이라는 제보자에 의해 그간 국과수에서 조작이 있어왔고, 20년전에 H그룹 중견간부들이 줄줄이 죽었던 사건을 언급하더군요. 사인의 종류는 자연사 처리가 되었지만 의문사였다며, TV 고발 프로그램에 제보를 한 것이지요. 20년전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이는 정병도 전원장과 이명한 현 국과수 원장이었다고 했는데, 누가, 왜 20년전의 케케묵은 사건을 터뜨렸을까요?
더구나 그 사건이 윤지훈의 아버지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이명한의 전화에서 드러나기도 했지요. 국과수의 존폐가 걸린 사건, 20년전에 일어났던 그 사건은 무엇일지, 드라마의 과거로의 회귀는 현재와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20년전의 과거가 지금의 이명한을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질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사건의 전말에 따라 아버지처럼 여기는 정병도 원장과 윤지훈의 갈등 또한 새로운 변수가 될 듯해서 말입니다.

이명한이 왜 극구 윤지훈이 그 사건을 아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했는지, 정병도 원장은 왜 알들 모를 듯한 회한의 표정을 짓는 것인지, 궁금점 투성입니다. 공소시효는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20년전의 사체 부검소견서를 보관하고 있는 이명한, 그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정병도는 이명한이 알고 있지 않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갈수록 흥미진진한 치밀한 스토리의 얼개와 구성은 드라마 싸인을 수준높은 완성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스토리의 탄탄함에 못지않게, 박신양과 전광렬의 열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드라마 싸인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입니다. 박신양과 전광렬, 연기력이라면 평가가 무의미할 정도로 무서운 연기자들이죠. 무엇보다 그들이 작품에서 만들어가는 캐릭터는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하는 대본 속 대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좋은 재질의 흙이 좋은 도자기를 만들게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흙이라도 어떤 도공을 만나느냐에 따라, 예술품이 되기도 하고, 값싼 화병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윤지훈과 이명한이라는 캐릭터는 명장의 손에서 나온 명품캐릭터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스토리 못지 않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데, 박신양과 전광렬의 연기가 그러합니다. 연기력만으로도 스토리를 써간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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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7 15:06




싸인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간담을 서늘케 하는 드라마입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의 스릴넘치는 연출기법도 긴장감이 크지만, 건드리는 사건들이 너무나 굵직한 이슈들이었기에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싸인 7회를 보면서 가슴이 쪼그라는 불안감을 느꼈던 이유는 드라마에서 정치적으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과거사, 그리고 현대사의 국가간 불평등에 대한 답답함을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해소시켜줄 지는 의문이지만, 드라마에서 다루기에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참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겁이 더 나기도 합니다. 
이명한과 대권주자 강준혁 의원의 거래선으로 그 범위를 촉소하기는 했지만, 이번 미군총기 살해사건과 일본에서 발견된 한국인 백골사체는 핵폭탄급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한미일 3자회동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말로 가상 시나리오라는 장치는 깔았지만, 3자회동보다는 주한미군 지위협정인 SOFA와 일본의 과거사 청산이라는 문제와 직결돼 있는 중요한 사안들입니다. 몇부의 에피소드로 대미감정, 대일감정과 정치적 이해타산을 깊게 다룰 지는 의문이지만, 소름끼치게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싸인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대물이 넘지 못했던 장벽과 다시 마주한 싸인, 정치권의 후각이 이 드라마에 안테나망을 뻗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장항준 감독이 연출 일선에서 물러나 대본 집필에 몰두하겠다는 것이, 부디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기만을 바랍니다. 
미군이 쏜 총에 맞고 죽은 조폭의 죽음을 조폭간의 싸움으로 인한 사망으로 조작해 달라는 대권주자 강준혁 의원, 권력과 야합하는 이명한 국과수 원장과 과학적 진실만을 정의로 삼는 윤지훈 법의관의 싸움은, 단순히 국과수를 중심으로 한 정의 싸움만에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미군 범죄에 대해 소심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명한)과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법과 국가의 무력함에 분노하는 여론(민심-윤지훈)간의 대립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국가간의 민감한 사안을, 드라마에서 살인사건으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한국드라마 소재의 일보진전을 의미합니다.
미군 총기사건을 보면서 떠올린 사건이 두가지였습니다, 2002년 미군장갑차에 깔려 희생된 미선, 효순이 사건과 2~3년전으로 기억되는데, 동두천에서 술에 취한 미군이 총기로 민간인을 위협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당사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장갑차 운전병들은 아시다시피 우리 법정에 세우지도 못했고, 미군법정에서 무죄를 받고, 미국으로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한국 국내법보다 SOFA규정이 우위였습니다.
동두천에서 주한미국이 시민을 총기로 위협하고 폭행했던 사건, 기억나실 겁니다. 이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미군의 거부로 증거물인 총기도 압수하지 않고 돌려 보내 버렸습니다. 폭행을 당한 피해자와 목격자도 있었던 명백한 범죄사실에도 구속수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민들은 장갑차 사건을 다시 떠올리며 분개했지만, 미군은 자국으로 소환돼 버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이었다는 평은 듣지 않았지만, 송중기, 장근석이 나왔던 이태원 살인사건도 연상이 되더군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대학생이 의문사했던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제가 영화는 보지 못하고 영화평만 봐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여튼 미군과 관련되었던 씁쓸한 사건들이 떠오르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범죄에 미군이 개입이 되어있으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져 왔습니까? 조기에 수습하거나 은폐되기도 했고, 미군장갑차 사건의 미군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버렸습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분노와 황당함과 망연자실까지 느끼고, 힘없는 나라라는 허탈감에 치를 떨며 분을 삭혀야 했습니다. 촛불을 들어도 소용없었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 정밀 재검사에 착수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야 했고, 수사결과가 나오면,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혹은 주한미연합 사령관의 "유감스런 일이다. 한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브리핑만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불공정 SOFA규정에 항변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의 현주소인 것입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아침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점심에는 신사참배를, 저녁에는 욱일승천기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대일무역 협박을 서슴지 않고, 시시때때로 독도가 지네 땅이라고 심심하면 실언을 해대는 나라지요. 종군위안부의 시위 앞에서도 헤죽거리면서 웃고 지나가는 뻔뻔한 놈들이고, 오히려 한국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며, 철도랑 도로를 깔아줬다고 위세를 떠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드라마 싸인을 보며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더군요. 과연 이 사건을 드라마로서 잘 풀어갈 수 있을까? 또다시 국민들을(시청자) 허탈감과 분노를 주게 할 것인가 싶어서 말이지요. 이 사건은 드라마 싸인에서 이명한을 무너뜨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싸인을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훌륭한 전개이며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정치는 많은 경우, 특히 대외관계에서 국민들의 분노했던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까놓고 그들의 힘이 세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의 국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함부로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이라고 왜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분노하기에 앞서 냉정해야 하고, 국익을 두고 부지런히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입니다.
속으로 분개하면서도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정치인들은 그래도 이해라도 갑니다. 문제는 드라마 속 이명한과 강준혁 의원같은, 권력이 우선인 인물들이 문제지요. 국익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앞세워 독도도 넘겨줄 수 있다는 뿌리없는 정치의식을 가진 사람들 말입니다. 국익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당연한 권리주장도,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분들이 문제지요. 권력을 위해서는 자국민 한 두 사람은 쓰레기처럼 처리되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의 소유자 말입니다.
조폭들, 분명 사회악이고 사회적으로 없어져야 마땅한 부류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총부리앞에 '꽥' 소리 한번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쓰레기라고 분류되는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살인자에 대한 처벌은 응당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살해자가 미군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이름 앞에 쫄 수밖에 없는 사람, 쓰레기같은 부류로 처리되었다고 조폭간의 싸움에 의한 타살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쓰레기 같은 인생도 억울하게 죽을 이유는 없었다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사람이, 드라마에서는 법의관이라는 이름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대립을 정치적 시선으로만 해석한다면, 드라마 속 사건들의 의미는 퇴색됩니다. 단순한 정치적 싸움이 아닌 이유는 자국민을 지켜주는 자주독립법, 대한민국의 자주권을 윤지훈으로부터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지훈이 믿는 국과수의 신념은 과학적 증거가 말하는 진실입니다. 어떤 이유로도 진실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윤지훈의 소신이지요. 국과수를 최고의 과학수사기구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명한은 국과수의 이익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치인과 같습니다. 진실이 도구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윤지훈과 상충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민감한 문제를 과감하게 드라마 속에 던진 것은 인기가수 서윤형의 죽음을 둘러싸고, 조작의 배후인 이명한과 강준혁 의원를 잡기 위한 그물망같은 드라마적인 장치이기는 하지만, 윤지훈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진실들은 시청자에게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카타르시스가 될 듯 합니다. 대미관계, 대일관계를 국민정서나 감정이 아닌, 과학적 사실로 접근하는 방식은, 법의학 드라마라는 범주를 이탈하지 않아 더욱 돋보이는 매력입니다. 과학적 진실을 입증하는 속시원한 한 방, 이 드라마에 바라는 궁극적인 바람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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