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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30 '동이' 옥에 티 넘치는 친절한 설명 드라마? (30)
2010.03.30 11:13




기대를 모았던 장옥정(훗날 장희빈, 이소연)이 동이에서는 어떤 인물로 탄생될지 궁금했었는데, 표독하기 보다는 단아하고 총명해 보이는 장옥정으로 첫인사를 했네요. 동이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에 의미가 있었겠지만, 호기심만 가득한 동이와의 교감없는 대화때문이었는지, 첫만남에서의 긴장감이나 흥미로움은 없었습니다. 3회까지 보면서 드라마 동이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고, 1,2회와 마찬가지로 볼거리로만 초반 시청률을 잡겠다는 감독의 과욕만을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성인 연기자로 교체되는 것을 분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보다 시급하게 곳곳에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깊이없고, 구구절절 설명식으로 보여주며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대사와 깔끔하지 못한 연출입니다. 이번 3회에서 특히나 맥빠지게 했던 부분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죽음, 그리고 장옥정과 동이의 운명에 대한 오지랖 넓은 설명이었어요.

복수단체로 전락된 듯한 검계
천민들의 비밀조직인 검계라는 조직은 마치 수장 최효원 교도들 같이 보였던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최효원을 수장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검계는 그 실체도,목적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수장과 동료의 죽음에 설욕하겠다는 복수단체로 전락되는 느낌이었어요.
차천수가 동굴 비밀기지에서 "구차하게 살아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살아 수장 어른과 동지들을 죽인 자들을 찾아 그들의 목숨으로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라며 당장이라도 옥사에 갇혀있는 수장과 동지들을 구하러 가겠다는 조직원들을 말렸던 실망스러운 대사도 이어졌고요. 살아남아서 검계의 뜻을 이어가자는 대사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최효원이 자신을 구출하려는 차천수에게 "살아 남아라" 라고 하명을 했는데, 살아 남아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했어요. 단지 검계의 명맥을 잇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이루어야 할 일들을 유언처럼 남겼더라면, 수장으로서 권위와 함께 검계의 목적까지도 설명이 될 수 있었을텐데, 정작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도망노비를 구하는 정도의 업무, 그 이상의 깊은 의미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김환이라는 도사를 통해 장옥정과 동이의 운명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검계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했다고 보여지더군요. 

빛과 그림자, 답을 알고 가는데 재미가 있을까?
하늘의 기를 읽는다는 것은 대단히 신비스러운 일입니다. 지난회 동이를 보며 천을귀인의 상이라고 말했던 김환이 이번회 다시 등장해서 동이가 겪을 시련, 그리고 훗날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물론 장옥정의 사주까지도 상세한 비교해 가며, 두 인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김환의 오지랖 넓은 사주풀이는 동이의 성장을 보기도 전에, 또한 장옥정의 인물을 파악하기도 전에 사주팔자부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니, 앞으로 두 여주인공에 대한 호기심은 반감돼 버리니 느낌입니다.
"항아님은 모든 걸 손에 쥐었지만, 다른 이는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림자는 항아님입니다, 만약 그 아이가 살아 온다면 항아님은 그 빛을 넘지 못하십니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동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보입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잃고 천애고아가 되었지만, 살아만 있으면 왕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되는 사주를 가졌다는 장옥정도 필패할 거라는 것을 알려준 것이에요.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중전의 자리를 꿰찼다가,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죄목으로 사약을 받은 장희빈의 최후를 모르는 이가 없는 것도 아닐진대, 이렇게 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김을 빼버리니, 첫단추를 잘못 채운 것 같아 내심 우려될 수 밖에요.
동이에 대해서도 칠살의 기운(일곱가지 훙한 기운)이니, 양인의 기운(날카롭고 흉한 기운)이니 오만가지 좋지 않은 사주가 들어 있다고 예언해 주었지요. 한마디로 접시물에도 빠지면 익사할 수 있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팔자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 팔자에도 살아 남는다면 닿을 수 없는 곳에 닿고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천인들의 진짜 왕은 저 아이의 아비가 아니라 바로 저 아이야" 라는 말까지 덧붙여 주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도인의 예언도 복선으로 깔고 가고자 했더라도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빛과 그림자라는 운명, 거기서 멈췄어야 했어요. 시청자들은 물론 최후에 웃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누가 빛이고 그림자인지까지 정답을 말해 줄 필요까지는 없었어요. 아마 훗날 표독스런 장옥정으로 변하는 날이 오면, 그런 악담을 한 김환이 무사하지는 못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 날이 오면 제아무리 용한 점쟁이도 자기 앞날은 못 본다는 것만 증명되겠지만요. 여하튼 이렇듯 너무 성급하게 인물들의 미래 정답까지 다 알려주니 맥이 풀려 버립니다. 

극 분위기 망치는 보릿자루 엑스트라들
연출에서의 문제도 심각해 보입니다. 주연들의 연기는 딱히 잘한다 못한다고 꼬집을 만한 것은 없는데, 극 중간중간 보이는 엑스트라의 멀뚱멀뚱한 표정들이 자주 잡히다 보니, 극의 몰입은 물론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엑스트라의 장면들을 신경쓰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들의 눈은 이제 주연들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극을 입체적으로 종합적으로 감상하는 수준이라는 것이지요.
대규모 엑스트라가 동원된 폭발신과 전투신은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신이었다라기 보다는 조연들의 어색한 연기가 옥에 티 같아 보여, 안 보여 주느니만 못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검계소탕 작전에서 살아난 게둬라 아버지와 몇몇의 검계 조직원들의 꿔다놓은 보리자루같은 무념무상 멀뚱스러운 표정은 동이를 데리고 살아남은 차천수(배수빈)의 비장감마저 퇴색시키고 말았고요. 
세심하지 못한 연출은 주연급 배우들의 장면에서조차 옥에 티를 보여 주었어요. 이번 회 의금부에 송치된 최효원과 서용기와 만나는 장면에서, 둘의 대사도 참 싱겁게 끝났지만, 불과 몇초전에 서용기를 만나고 돌아가는 최효원의 의상과 분장이 피떡칠 누더기에서 깔끔하고 훤칠하게 바뀌어 버린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어요.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천수의 죽음(동이는 죽었다고 생각하겠지요)을 본 동이가 빈 집에 쓰러져 의식이 가물가물해져 갈때 아버지의 혼령이 동이를 살리는 장면도, 김환이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던 사주팔자 만큼이나 극의 감동을 반감시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어나거라 아가야" 한마디만 정도로 끝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모진 땅에 너 혼자 두고 가는 아비를 용서해라. 바람이 불어 올거다. 사납고 무서운 바람이 너를 아프고 상처나게 할게야. 하지만 너에겐 고운 눈과 다정한 마음이 있다. 그 귀한 마음이 모진 바람보다 강하다는 걸 아버지는 알고 있다"  
이 대사는 마치 김환에다 최효원의 혼령까지 동이의 인생이 어떠할 것이며, 동이의 성품이 다정하니 강하게 만들거다라고 시청자들에게 주입을 시키는 것처럼 들립니다. 동이의 앞으로의 인생이 험난할 것이라는 것을 구구절절 미리 알려주지 않아도 드라마를 통해서 확인할 일인데, 미리 각오하고 보라고 겁부터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마치 임산부 노약자는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미리 주의하라는 친절한 경고처럼요.
이렇게 시나리오와 연출이 상세한 설명에 가깝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고 있으니,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뜨리는 같아, 동이의 출발이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회 한효주의 등장이 시선을 얼마나 끌지 모르겠지만, 대규모 폭발신이니 무술신들 등의 볼거리에 치중한 영상보다는 사람이야기에 치중했으면 싶습니다. 동이의 성장에서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보다는 천민들의 삶에 시선을 더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 동이 초반부는 검계에 대한 설명도, 동이의 심성의 묘사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어요. 검계의 소탕이라는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최효원이 왜 천민들의 비참한 삶에 눈을 떠야 하는지 어린 동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간과해 버렸어요. 
천민출신으로 숙빈에 오르고, 흣날 왕을 낳는 숙빈 최씨의 일대기에 길게 영향을 주는 사건이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보다는 "왜?" 의 시선도 함께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 아버지는 검계를 조직했고, 어떤 일을 하려 했는가? " 이런 의문에서 동이의 성장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동이의 천민이라는 족쇄와의 싸움은 개인사에 그치고 말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김환이라는 도인이 천기를 누설하는 장면은 동이와 장옥정의 숙명적인 대결마저도 김빠지게 한 감이 있네요. 길게 가야하는 드라마 동이의 발걸음이 시작부터 무거워 보이는 것이 저만의 기우가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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