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행수 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3.06 '추노' 대길이가 살아야 하는 이유, 작가가 말하는 희망? (42)
  2. 2010.03.02 '추노' 노비당 그분의 배후, 또 있다? (22)
  3. 2010.02.11 '추노' 위험수위 넘나드는 귀여운 작업남 왕손이 (31)
  4. 2010.01.28 '추노' 업복이에게 암살 지령 내린 그 분, 누구? (59)
2010.03.06 07:17




대길이와 송태하의 옥중대화가 드라마 추노의 결말이 암시된 중요한 부분이라 따로 정리를 했습니다. 송태하의 한계일 수 밖에 없는 계급의식을 결국 송태하는 극복하지 못했고, 대길이는 살아가는 이유였던 언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함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송태하에게 확인시켜 주었지요. 송태하가 신분의식을 버리지 못한 것이 한계이지만, 양반사상이 골수에 박힌 송태하가 한계를 가졌다고 평가를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들이 보는 관점이고, 당시의 사고방식으로는 한계라고 규정할 수만은 없겠지요.
송태하는 대길과의 옥중 대화에서 "노비로 떨어져서 살아봤더니 어떠했느냐?"는 질문에도 한 번도 자신이 노비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정신까지 굴복한 적은 없다고 대답함으로써 신분에 대한 견고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대길이 자신의 부인을 노비시절의 이름 언년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그 이름을 모른다고 혼란을 피해 가려고 합니다. 자신의 부인은 양반 김혜원일뿐이고, 김혜원이어야 하니까요. 자신의 부인이 언년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부인이 노비였음을 스스로가 인정해야 하기때문에 결코 언년이라는 이름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계집 하나 지키지 못하는 놈이 세상을 논할 자격이 있나?"

대길이 혁명이니 새 세상이니 뭐가 중요하냐며 "계집 하나 지키지 못하는 놈이 세상을 논할 자격이 있나?" 라고 물었지요. 그리고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느냐고 따졌던 장면이 있었어요. 아마 이 때 송태하의 마음은 이미 결코 혜원(언년)이 자기 사람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언년이를 지킬 사람은 대길이라는 것을 송태하 스스로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다만 사랑에 대한 패배감과 노비였던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혼란스러움에 그 꼿꼿한 자존심이 상처를 입고 인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짐승같이 울부짖는 대길의 뇌리에는 온통 언년이 하나임을 읽었을 테니까요.
송태하는 부인 혜원의 사랑보다는 시대적인 사명, 즉 원손을 지키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대길이와 자기 스스로에게는 그것이 같은 길이며, 결코 양분될 수 없는 일이라 강조하지만, 이미 송태하는 알고 있습니다. 
대길이 송태하에게 네놈이 구하려는 사람이 임금손자인지 언년인지 물었을 때도 송태하는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네 일이 아니니 상관말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지요. 또한 언년이라는 이름을 모른다고 혜원이 노비였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양반계급의식은 송태하에게서는 깨지지 못할 금강석과 같은 뿌리입니다. 송태하같은 양반들의 사고로는 세상이 열두 번 뒤집어진다 해도 양반의 피와 상놈의 피가 다르다는 것이 세상을 받치고 있는 근본입니다. 송태하의 한계이자 그가 대길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랑에서도 혁명관에서도 말이지요. 
현 시대 우리 눈에 비춰보면 한계일 수 밖에 없지만 당시 조선 사대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논리일 겁니다. 결국 평등사상은 농민과 노비 등 피지배계층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지요. 신분적 자각은 그 신분의 틀 속에 갇혀 있는 계층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동학농민전쟁이 그러했고, 장길산이 그러했지요. 대길이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혁명적인 인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죽음 앞에 두 사람이 누구를 혹은 무엇을 떠올렸을까 궁금하더군요. 대길은 죽음 직전 언년이를 떠올리고, 언년이를 부르며 혼절했었는데, 송태하가 목매달렸다면 그가 마지막에 한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송태하는 언년이도 떠올렸겠지만,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는 원손과 소현세자, 혹은 먼저 간 전부인과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송태하의 가슴에 맺힌 한(恨)이기 때문이에요. 송태하가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대길이가 마지막에 언년이를 부른 것도 10년간을 가슴에 품었던 언년이에 대한 한이었지요.
대길이와 송태하의 대화를 보면 두 사람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름을 엿볼 수 있었어요. 대길이는 자신의 죽음을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교수대에서 밧줄에 매달리는 순간에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지요.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언년이 때문었어요. 집안이 몰락하고 칼부림이 난무한 저잣거리 난잡꾼들 사이에서 추노꾼이 되었던 것도 언년이를 찾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송태하는 죽음에 항상 담담합니다. 죽는 자리가 명예롭다면 죽는 것이 억울할 게 없다는 인물입니다. 죽을 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말을 하는데요, 군인이었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늘 죽음을 준비했던 인물이었지요.

다행으로 대길이와 송태하는 구출되었고, 대길이는 언년이를 향해, 송태하는 언년이가 데리고 있는 원손을 향해 언년이의 사가 여주로 향했습니다. 결국 대길이와 언년이, 송태하는 원손을 사이에 두고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돼버렸지요. 
사랑과 신분의 괴리를 송태하가 극복할지는 모르겠지만, 송태하는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송태하로 대변되는 양반들의 한계 역시 드라마 추노에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주인공들이 각성해 버리면 그것도 재미는 없잖아요. 어떤 이는 한계속에 혁명을 노래하다 좌절하고, 어떤 이는 세상을 뒤집어 버리려 총을 들고, 또 어떤 이는 하루 세끼 밥먹는 것으로도 행복한 삶이고, 또 어떤 이는 사랑에 인생을 걸기도 했던 다양한 인생들이 우리네 삶이고, 그런 모든 것이 축적되어 온 것이 혁명의 역사, 좌절의 역사, 사랑의 역사이니까요.
대길이는 희망의 밀알
막바지에 접어든 추노를 보면서 요즘 한 가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추노가 시작할 때만 해도 대길이는 반드시 죽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대길이는 반드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네요. 대길이라는 캐릭터의 매력때문만은 아니에요.
제가 보는 조선의 희망은 대길이라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한계를 가진 송태하보다는 가장 혁명적이면서도, 거창하게 혁명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대길이라는 불씨 하나 쯤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대길이와 송태하가 옥중에서 나눈 대화 중에 드라마 결말을 암시하는 듯한 중요한 대사가 있었어요.

대길이가 송태하에게 '반드시 살아서 지킬 사람 있으면 지키고 구할 사람 있으면 구하라'고 했었지요. 그리고 "네놈이 만약 세상을 바꾸게 되면 그런 거나 한 번 해 봐라. 살기 힘들어서 도망가는 놈 없고, 그런 놈 잡으러 다니는 나같은 놈 없는 그런 세상... 이 빌어먹을 사랑 하나 마음대로 못해보고 세상 참 지랄같잖아?"
그 때 송태하의 대답은 패배주의적인 대답이었어요. "내일이면 우린 죽을 것이다"라고요. 대길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살아서 이루라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송태하는 죽음을 얘기해 버렸거든요. 송태하의 말에 대길이는 "난 안 죽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이유 하나 쯤은 누구나 있게 마련이거든" 이라고 대답했지요.
이 대목에서 대길이는 반드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송태하와 부정하는 대길이가 너무 대조적이었거든요. 대길이의 말에서 순간 스피노자의 명언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대길이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 하나 남겨두는 것과 동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혁명은 조선비나 송태하같은 거창한 명분을 건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네 삶 속에 대길이가 남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으면 싶어요. 양반 상놈 없는 평등한 세상은 대길이 같은 작은 각성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신분을 깰 수 없는 송태하는 혹이라도 언년이를 인정한다해도 개인적이라는 한계를 가집니다. 하지만 대길이는 다르지요. 대길이가 총을 들고 칼을 들고 양반집, 혹은 궁궐을 쳐들어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에요. 살아남아서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는 의식의 흐름, 그 작은 한 축이라도 대대손손 남겼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많은 세월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대길이 같은 인물이 하나 둘 늘어나 민초들의 삶 속에 노래가락처럼 뿌리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언년이 역시 죽이면 안되겠지요. 대길이가 살아가는 이유니까요.
조선이라는 사회에서 가장 높은 담장은 궁궐일 것입니다. 그런데 궁궐의 담보다 높은 벽이 있습니다. 바로 송태하로 대변되는 사대부들의 뿌리깊은 신분의식입니다. 송태하가 아닌 대길이가 살았으면 하는 이유는 이것때문이에요. 대길이가 조선의 사과나무이기를 바라는 것 말이지요.
결국은 혁명도 세상도 다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가장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던 대길이와 언년이, 그 사랑 하나만은 지켜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왕이면 이천에 사뒀다는 땅에서 옆에는 최장군, 길목에는 왕손이가 여곽하면서 오손도손 사는 것도 바라고 싶네요. 자식들 낳아서 그 자식들, 또 그 다음 세대에게 사과나무의 희망이 이어져 신분해방의 밑거름이 되고, 그리하여 미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혁명의 이름 아래 모이게 되는 작은 밀알 하나쯤은 남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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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07:02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던 노비당의 당수 그분(박기웅)이 밝혀졌는데요, 극 중 이름은 없고 아직은 그분이라는 3인칭 대명사로 통하고 있지요. 물소뿔과 관련된 상인을 암살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업복이와 끝동이를 구하며 극적으로 등장했는데요, 그분의 드라마에서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지난 글 <업복이에게 암살 지령 내린 그분, 누구?>에서 저는 기생행수 찬을 그분 혹은 그분의 명령을 받는 인물이라고 추측한 바 있습니다. 그 글에서 좌의정에 대해서는 그분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로에 가깝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지금도 그분과 관련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생행수의 정체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좌의정이 의심간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저도 사실 긴가민가 의혹을 품어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좌의정은 그분과 관련된 인물의 선상에는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글 중간에 밝히도록 하겠고요, 혜성처럼 등장한 그분은 조금 싱겁게 등장을 한 점도 있지만, 여전히 그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16회 리뷰글을 올리면서 대길이와 송태하의 결투의 중요성과 노비당 그분에 대해서 글을 올리겠다는 말씀을 드려서, 대길이와 송태하의 대결은 <송태하의 잘려나간 상투의 의미>에서 제 생각을 말씀드렸고요, 이번 글은 약속드린 대로 그분에 대한 글입니다. 다음 17회에서 아마 그분이 대길이와 송태하, 혹은 왕손이와 최장군을 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그분에 대한 것을 집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요.

그분과 기생행수 찬과의 관계
저는 여전히 기생행수 찬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어요. 새로 들어온 제니 역시 발언이 당돌해서 정체가 의심되는 부분이 많은데, 일단 그분과 제니를 엮기에는 제니가 등장한 시점이 업복이에게 화살로 밀지, 즉 천냥짜리 어음을 가지고 있던 박병의를 암살하라는 명령 이 후라는 점에서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또한 찬의 기루에 오기 전에 평양기생이었다는 점에서도 개연성이 부족한 면이 있지요. 그런데 기생행수 찬이나 좌의정 이경식에게 대하는 그 당돌한 발언 때문에 제니 역시 궁금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현재 좌의정의 동선을 꿰뚫고 있는 인물은 기생행수 찬과 좌의정 곁에 있는 딸랑이(이분 극중 이름을 모르겠네요)입니다. 그런데 딸랑이는 그간의 언행으로 봐서 노비당을 이끌만한, 혹은 이용할 만한 배포 큰 인물은 아닌 것 같고요, 저는 기생행수 찬이 노비당 그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노비당 그분이 종으로 있던 양반집이 몰락하면서 형제들도 뿔뿔이 팔려갔다고 했는데요, 기생행수가 그분의 누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과 기생 찬이 관계있다는 것은 그분이 얻은 정보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생 찬은 좌의정이 박병의에게 어음 천냥을 준 일이나 좌의정이 물소뿔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청의 용골대가 푼 자객들이 제주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좌의정이 간파하고 있었던 일이었고요. 사실 이를 기생 찬과 얘기를 나눈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좌의정이 수하와 정치적 논의를 주로 하는 비밀장소가 기생 찬의 기루라는 점에서 기생 찬도 알았을 것이라는 전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추측은 그분이 기생 찬의 기루에서 일을 하는 종일 수도 있겠지요. 날랜 몸을 보아 기생찬과 좌의정의 대화를 엿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기루에서 일하는 노비가 매번 잠복해서 기생 찬의 방을 기웃거릴 수도 없을테니 단순한 종은 아닐 겁니다. 또한 그분은 지금은 한양에 살지 않고 팔도를 돌아다니며 뜻을 같이 할 동지들을 규합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했었지요. 전국에 2천여명의 노비당 조직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분은 전국적으로 활동을 해야하는 자유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할 것이고요. 따라서 기생 찬의 전폭적인 협력없이는 그분이 그렇게 전국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노비당이 대길이와 송태하, 그리고 왕손이와 최장군을 구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16회가 끝나고 다음회 예고편에서 암시가 되었습니다. 업복이과 끝동이가 총을 겨누는 모습도 비춰졌고, 그분이 지도를 펼치고 작전을 짜는 모습도 있었어요. 그 지도는 포청의 건물배치도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런데 노비당에서 왜 송태하와 대길이를 구하려고 하는냐에 의문을 품어야겠지요. 이는 송태하가 원손과 연관된 인물이고, 송태하를 구출한다는 것은 곧 왕과 정치실세인 좌의정에게 총을 들이미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노비당이 포청관아를 습격했다는 것은 양반들에게는 위협적인 일이지요. 더구나 노비당이 습격해서 구출한 인물이 도망노비 송태하라는 사실은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것이지요. 송태하는 어떤 의미이든지 현 정치실세들의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소현세자와 관련된 인물이며 아직도 살아있는 소현세자의 아들 석견과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도망노비를 구출했다는 것과는 사안이 다른 문제이지요. 
좌의정을 비롯한 정치실세는 송태하의 배후에 또 다른 세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임영호가 죽었고, 석견을 옹립하려는 유생 대부분이 제거되었는데, 여전히 반정의 기미가 있는 세력이 활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양반실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위협을 보여 주기 위해 노비당의 업복이가 관아를 습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관아의 습격이 실패한다면 송태하와 대길이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서 새끼줄을 명중해서 살릴 가능성도 있겠지요. 극적인 장치이기는 합니다만.

송태하와 이대길을 구출하라는 지시는 기생행수 찬이 내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생 찬은 송태하가 붙잡힌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좌의정의 성정상 이대길 역시 그대로 둘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을 겁니다. 좌의정이 송태하를 추노하고 있던 것은 기생찬이 알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대길이에게 일을 지시할 때 기생행수 찬을 대동하고 있었고, 대길이 몸값을 흥정할 때 묘하게 흥미롭다는 표정을 보였지요. 기생찬은 대길이 예사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압구정 정자에서 대길의 배포를 보고 알았을 겁니다. 물론 원손을 왕위에 옹립하자는 뜻을 같이 품을 수는 없더라도 좌의정이 공적이라는 것은 공통적인 이해관계이지요. 
대길이를 찾아 온 천지호가 대길이를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천지호 역시 대길이의 구출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겠지요. 황철웅과의 대결이 예고편이 나왔는데 무술 실력이 한참 딸리는 천지호가 변을 당하지 않기만을 바라네요. 천지호도 알고 보면 추잡한 개차반이지만 극중 천지호의 비중이 적지 않아 일찍 수명을 단축시키지나 말았으면 싶네요. 황철웅의 마지막 숨통은 천지호가 끊어 주었으면 싶기도 하고요. 황철웅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의혹이 많아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데, 아직 황철웅의 심적인 부분이 나오지 않아 섣불리 추측하기가 어려워서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황철웅에게도 그분 못지 않은 큰 비밀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비당 업복이가 대길이와 송태하를 구출하면서 세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연합이 이뤄지게 되겠지요. 노비당이 대길이와 송태하 혹은 왕손이와 최장군(이 두사람은 살아있다는 전제하에서 입니다)을 구출하면서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고 관으로부터 대대적인 추포령이 떨어지면, 마지막으로 이들이 몰려들게 될 곳이 짝귀가 있는 월악산이 아닐까 조심스레 점쳐 봅니다. 노비당의 그분과 짝귀 역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동지일 가능성도 있을 거고요.

그분이 좌의정의 조종을 받는다면 실망이다
많은 분이 노비당의 그분이 좌의정의 조종을 받는 인물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않고 있는데요, 저는 극적인 반전은 크지만, 추노에 흐르는 민초들의 저항이라는 그 역사적 의미는 실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비당을 이끌면서 종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그분은 좌의정의 꼭둑각시 노릇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분은 노비당이 모인자리에서 모두에게 양반다리를 하라며 같은 사람임을 역설했습니다. 큰일하는 처지에 남녀노소 구분도 두지 않은 혁명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입니다.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맙시다. 양반만 양반다리 하라는 법 있습니까?" 라는 행동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그보다 경천동지할 발언은 "양반 상놈이 뒤집어져 우리가 그들을 부리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왕이 되는 세상이 올 겁니다"라는 발언이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좌의정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면 그런 발언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분의 언행은 극중에서도 연기가 아닌 마치 도를 터득한 사람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좌의정을 조종을 받기에는 그분의 혁명적인 사고관이 득도를 한 이상으로 진지하고 심오했지요.
또한 좌의정이 노비당의 배후라면 박병의를 죽였을 때 5만냥어치의 물소뿔을 천냥에 강탈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거사 자금으로 노비당이 회수하길 원했다면 그 보다 큰 돈을 지원해 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요. 또한 노비당을 좌의정이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이용하고자 했다면, 암암리에 거사자금을 대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노비당을 조직적으로 규합시켜 도성을 향하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신 역시 노비당의 제거 1순위가 될 것인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목적도 없기 때문이죠.
물론 좌의정을 용의선상에 놓을 수 있는 여지 한가지는 있습니다. 바로 노비당을 이용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켜 왕권을 흔들고, 노비당을 일망타진해서 공을 세우는 계책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현실성은 떨어져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노비당이 좌의정에게 조종되는 꼭두각시 당이라고 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드라마 추노는 비록 실패한 혁명의 이야기일지라도 그 좌절 속에서 역사가 진보해 왔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조선 이전에 노비들의 난이 있었지요. 고려시대 망이, 망소이의 천민의 난, 최충헌의 사노비 만적의 난 등이 그것이지요. 만적의 난은 사전에 발각되어 좌절되었지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말은 노비와 피지배계층들의 의식 속에 뿌리 깊은 저항의식의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그분의 신분해방을 위한 계급투쟁 역시 주체적인 신분자각에서 비롯된 저항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좌의정이라는 양반계급에게 이용당한 무지몽매한 민초들이라고 한다면, 좌의정에게 이용당했다는 극적인 반전은 클 지 모르나 길바닥 사극 추노 속의 역사적 의의는 평가받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역사는 비록 성공하지 못하고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분과 노비당과 같은 밑바닥에서의 저항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조선을 뒤흔들었던 홍길동이 그러했고, 임꺽정 역시 주체적으로 신분해방을 설파하고 저항했던 인물이지요. 홍길동이나 임꺽정같은 신분해방 의식은 피지배계층의 저변의식으로 확대해 가면서 저항의식의 밑거름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어요. 이후 숙종때 활약했던 장길산과 같은 인물 역시 어느 날 뚝 떨어져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동학농민전쟁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추노 속의 노비당 그분이 좌의정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 아닌 주체적인 신분해방론자이기를 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좌절하고 실패한 저항들이었지만 민중들사이에서는 늘 꿈이 있었습니다. 신분제 타파를 들고 봉기한 동학농민전쟁이 우연속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요.
민초들 사이에 끊임없이 희망을 노래했던 파랑새에 대한 꿈이 입에서 입으로 세대를 거쳐 파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나 송태하 업복이 대길이는 우리 역사속에서 끊임없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장길산, 전봉준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제가 그분이 좌의정의 꼭둑각시가 아니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관련글: '추노' 송태하의 잘려나간 상투의 의미
           '추노' 업복이에게 암살 지령 내린 그분,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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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08:57




추노가 11회를 분기점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 들었습니다. 모든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적인 연결선상에 놓여 있게 된 거지요. 목적지도 목표도 없었던 혜원까지도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면서 보다 입체적으로 드라마의 얼개가 짜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의 흐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면서 이번 회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쉬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봤어요. 특히 왕손이와 최장군의 여염집 아낙 홀리는 내용은 무거운 주제 속에서 웃음을 주었네요.
귀염둥이 왕손이의 카사노바 뺨치는 작업 못지않게, 한양구경 처음 나온 듯한 최장군의 촌뜨기 모습도 코믹했어요. 자칫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왕손이의 제비질은 유머와 해학으로 맛깔나게 그려서 이번회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같습니다.
큰주모와 작은 주모가 그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쳐도 넘어가지 않던 최장군의 목석같은 마음도 들썩이게 만들어 버린 왕손이의 여자꼬시기 실력은 조선팔도 최고이지 싶어요. 아마 왕손이가 마음만 먹으면 봉이 김선달처럼 대동강물도 팔아 넘길 것 같습니다. 도끼질마다 다 성공하는 왕손이의 매력은 왕손이에게 넘어간 여인들만 알겠지만, 실력 한 번 볼까요?
왕손이가 노리는 집은 대낮에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데도 대문이 꼭 닫혀있는 집이랍니다. 그런 집에서는 문도 계집종이 열어주고요. 집에 남정네가 없으니 문을 걸었다는 거지요. 이런 방면으로는 촌뜨기인 최장군을 데리고 한 집을 두드리니 정말로 계집종이 문을 열어 줍니다. 지나는 길손인데 밥 한 술 얻어먹겠다며 대신 밥값으로 장작을 패주겠다고 하지요. 허락도 안떨어진 집에 무작정 들어간 왕손이는 안방인 듯한 곳을 향해 1차 작업멘트를 날리지요. "백호가 음신의 궁에 있으니... 어허... 참..." 무슨 뜻인지는 최장군도 왕손이도 모른다지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암튼 '좋지않은 사기가 집안에 있다'라는 식의 뉘앙스를 흘리는 게지요. 이 집 안방마님은 가슴이 철렁해서 당장이라도 버선발로 뛰쳐 나와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겠지요. 
최장군 웃통을 벗고 복근 열심히 보여주는데, 엄동설한에 이게 무슨 짓이냐 싶은 최장군이에요. 꼭 옷을 벗고 장작을 패야 하느냐고요. 장작패는 남정네의 멋진 근육에 홀딱 반한 계집종은 벌써부터 최장군에게 눈길 고정이에요. 안방의 고고하신 마님이 왕손이를 보기를 청하지요. 왕손이 "얏호! 걸렸구나!"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손님께서 천기를 읽으시나요?" 라며 안방마님이 운을 떼니 왕손이 앞가림이나 하는 수준이라며 "천기와 지기를 살펴보니 바깥 양반이...." 하며 말꼬리를 흘리고는 혀를 차주지요. 일단 겁을 주는 것이겠지요.  

놀란 척하는 안방마님이 굿을 해야 합니까 부적을 써야 합니까 물으니 미신은 믿을 게 못된다며 손금을 봐주겠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손금봐주겠다는 것이 남자들 여자 꼬시는 수법인가 봅니다. 문 밖으로 고운 손을 내미는 안방마님이십니다. 이제 반은 넘어 온 거나 마찬가지에요. 왕손이 손을 덥썩 잡고 방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선수는 다르네요. 방문을 닫아 버리고는 손금만으로는 정확히 읽을 수가 없다고 뻥을 치지요. 족상을 봐야겠다면서요.
양반집 아녀자는 외간 남자에게 절대로 발을 보여줘서는 안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선수 중의 선수인 왕손이는 이런 것도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녀자가 어찌 발을 보여줄 수가 있겠느냐고 하니 할 수 없다며 "편안한 밤 되세요~" 하고는 쌩 가버리는 척하지요.
다급한 안방마님 "손님, 잠시만~" 하고 부릅니다. 게임 끝난거지요. 안방으로 들어간 왕손이 족상을 보겠다며 안방 마님을 홀라당 뒤집어 버리네요. 아랫배에 혈이 잔뜩 뭉쳐있다며 "배꼽밑에 부적 한 장 붙이시지요" 라고 느끼 야시시하게 다가섭니다. "부적은 미신이라고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는 안방마님의 질문에 왕손이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했는데, "상반신은 의술로 풀고, 하반신은 부적으로 달래주는 법" 이라네요. ㅎㅎㅎ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요.
양반마님 갑자기 계집종 쫑쫑이를 부르니 왕손이 식겁합니다. 이거 잘못하면 경을 치게 생겼거든요. 절개 곧은 마님이었다면 은장도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왠걸 안방마님 왈, "다른 손님 밥상은 따로 차려드려라"라고 하시네요... 뒷얘기는 뭐 알아서..ㅎㅎㅎㅎ
아무튼 왕손이 위험수위 넘나들며 여자 꼬시는 수법을 보며 한참 웃었어요.
사실 위험수위를 넘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음에도 해학과 풍자가 곁들여져서 인지 웃으며는 봤지만, 왕손이 여염집 담을 쉽게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 추노 속에 흐르는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준 것이에요. 두 번의 전쟁(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조선은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예요. 몰락한 양반가도 많았고 백성의 절반이 노비로 전락했던 시기였으니까요.
왕손이처럼 여염집 아낙과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았던 일들도 한 집 걸러 두 집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겠지만, 드문 일도 아니었지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며느리와 손자까지 죽이는 왕실에서 양반집 아낙에 이르기까지 절개와 법도가 무너지고 있었던 혼탁한 시대인 것이지요.   
극중에서는 귀염둥이 깨방정 왕손이가 여자 밝히는 작업쯤으로 유머와 해학으로 버무렸지만, 드라마 속에 흐르는 정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에요. 지체 높은 집 담장이 이렇게 낮아져 버린 조선사회의 부패상을 왕손이가 꼬시는 여인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양반집 담장이 이렇게 낮아졌는데 궁궐 담장인들 낮아지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낮아졌겠지요. 정신병적인 수준의 패도정치를 하고 있는 인조를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좌의정같은 인물이 많았던 시대였고, 충신과 간신의 구분이 없던 시대였지요. 제각각의 명분을 내세운 밥그릇싸움에 골몰하고 있었던 시대였으니까요. 
고래싸움에 새우등처럼 터져나간 이름없는 민초들의 죽음이 지천에 널렸던 그런 시대를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무질서하고 혼란한 시대에 혁명이라는 이름의 꽃들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이대길, 송태하, 업복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비록 열매를 맺지 못하고 꺾일지라도 그들이 피우는 꽃이 아름다운 이유, 그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꿨다는 이유때문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대길패의 귀염둥이 왕손이를 연기하는 김지석은 귀티가 흐르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대길패의 마스코트 같아요. 익살스럽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진지한 표정을 넘나들면서 웃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대길이나 최장군의 얼굴에 어두운 기운이 서려있는 있는데 반해, '인생 별거 있어, 즐기고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라고 말하는 듯한 왕손이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인 일에 연루될 수 밖에 없는 대길패거리의 불안함때문인지 세상 걱정 없는 듯한 왕손이가 그나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에요.
여자 홀리기 선수 왕손이는 여자를 가장 많이 알지만, 정작 한 여자도 사랑하지 못한 것 같아요. 왕손이에게도 진짜 사랑이 올까 싶네요. 얼른 철들어서 토끼같은 자식들이랑 여우같은 마누라랑, 밭갈고 쟁기질하면서 살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왕손이에게 그런 세상이 올지 드라마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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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8 14:07




추노 7회는 이다해의 노출신 모자이크 처리로 떠들썩해져 버렸네요. 하지만 그것은 추노의 줄거리와는 다른 이야기이니 저는 별도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셨으니까요. 이번회를 보면서 업복이에게 박병기를 죽이라는 지령을 내린 '그분'에 대한 의심을 품은 인물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바로 기생행수 찬(송지은)이라는 인물인데요, 물론 제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간 몇장면 나오지 않았음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포스가 눈에 띄더군요.
추노 7회의 중심 줄거리는 대길이 언년을 향해 칼을 날리고, 송태하 뒤에 말을 타고 달려가는 언년의 옆모습을 언뜻 봐버린 대길이겠지요. 최장군이 잘못봤다고 말하지만 대길은 반드시 송태하를 쫓아야 할 이유가 또 생겼지요. 술취한 설화를 업고 가는 대길과 부상당해 의식이 혼미해져 가는 혜원을 업고 가는 송태하의 교차되는 모습은 어긋나기만 하는 대길이와 언년이의 운명을 말해주듯 불길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언년이는 목숨같은 조약돌을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의식을 차리고 언년이가 다시 길을 되짚어 조약돌을 찾으러 갈 것만 같네요. 그건 그렇고...

제가 추노를 보면서 유심히 보고 있는 인물이 몇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좌의정 이경식을 모시는 기생행수 찬(송지은)이라는 인물이에요. 큰 주모 조미령과 작은 주모는 극의 감칠맛을 살려주는 감초역할이라 딱히 인물에 대한 궁금증은 없는데, 기생행수는 그 과거나 현재가 뭔가 감추고 있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기생행수 찬이 드라마 추노에 처음 등장했던 신은 2회였는데, 대사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잠시 2회 장면으로 거슬러 가서 이경식이 기루에서 기생행수와 있었던 장면에서의 대사를 보도록 하지요. 당시 좌의정 이경식은 제주도의 참담한 상황이 그려진 그림이 나돌던 사건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때였지요. 그림을 본 인조는 "불쌍한 아이가 아닌가?" 라는 말로 원손 석견에 대한 마음을 내 비칩니다. 인조의 오른팔인 좌의정은 인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요. "죽여라" 였거든요.
원손을 적통 세자로 옹립하려는 소현세자측의 대신들은 상소를 준비하고 임금께 주청하려는 모임을 가집니다. 이때 이경식이 있던 곳이 찬의 기루였는데요, 기생행수 찬이 좌의정의 안색을 보며 말을 건넸지요. 수심이 가득하다면서요. "이런저런 일들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가 봅니다"
기루라는 곳은 오늘 날로 치면 방송국이나 신문사보다 정보가 빠른 곳이에요. 저잣거리와 마찬가지로요. 찬의 고급기루는 기루라는 성격상 조정의 상황을 조정대신보다 빨리 알 수 있기도 하는 정보의 요지이기도 하고요. 좌의정은 이무기같은 기생행수에게 "지들이 용인줄 아는 게지. 기어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려 하니" 라고 받아치지요. 기생행수는 "대감께서 하늘이신데 뉘가 있어 그 하늘을 탐한다 말이옵니까?" 라며 입에 사탕발림같은 말을 합니다. 좌의정을 모시는 기생이 이정도의 영리함은 갖춰야 겠지요. 그러자 좌의정 이경식이 묻습니다. 탐하는 자가 있다면 어찌햐면 좋겠느냐?고요.
그때 기생행수의 대답이 너무 강렬해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기생행수는 씨익 웃으며 콧소리를 섞어 "죽여야죠~"라는 대답을 거침없이 해버립니다. 소리내서 웃는 좌의정 이경식의 이어지는 대사는 더 날카로웠어요. "무서운 년이로고..."
좌의정의 무서운 년이라는 말이 계속 머리 속에 남더군요. 권력의 정점에서 능구렁이처럼 속을 다 아는 이경식이 사람보는 눈 역시 예사롭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생행수는 "나랏일이라는 게 별 게 있겠습니까? 죽은 사람을 죽고 살 사람은 살아야죠" 라며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려 버리지요. 새로 들어 온 아이의 살풀이 춤이나 감상하시라면서요. 이어 살풀이 춤과 원손을 옹립하려는 대신들의 회동에 관원들이 난입해 도륙을 내는 장면이 교차되어 나왔는데요, 귓속말로 기생행수가 좌의정에게 어떤 말을 하는 장면도 보여주기도 했었지요. 

다시 기생행수가 등장한 신은 이경식과 송태하의 대면 장면에서 였어요. 정자에서 송태하를 추노하라는  이경식 뒤에 앉아 차를 따르고 있었는데요, 기생행수는 대길의 배포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요. 특히 대길이가 "벼슬하시는 분들의 약조는 믿지 않는다"며 추노값을 선불로 절반을 달라며 몸값을 흥정하는 대화를 재미있다는 듯이 듣는 기생행수의 표정이 그저 재미있게 듣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이번 회의 등장은 조금 더 의심스럽게 했어요. 업복이(공형진)와 끝봉이(조희봉)가 앉아 있는 사이를 가르며 화살이 꽂혀들었지요. 언문으로 쓰여진 편지와 함께... 글을 모르는 업복이는 초복이에게 읽어달라고 했는데, 지령문은 박병기라는 양반을 죽이라는 것이었어요. 박병기라는 자는 노비를 면천시키고도 노비문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후에 전노비의 재산을 몰수하는 죽일 놈이었지요. 그리고 지령문에는 술시에서 해시 사이에 서소문으로 갈 것이며, 품에 천냥 어음이 있으니 거사용도로 쓰라고 적혀 있었지요. 호위무사를 두 명 데리고 다닌다는 말도 해주고요.
그런데 그 문제의 인물 박병기를 당일 저녁에 만난 인물이 좌의정 이경식과 그 수하 한 사람, 그리고 기생행수 찬이였다는 것이에요. 좌의정은 박병기에게 5만냥어치의 물소뿔을 천냥에 넘기라는 협박을 하고 갔고요. 관직을 주겠다는 것을 빌미삼아서요. 그 수결을 마지막에 하게 한 인물이 기생행수였고, 기생행수가 어음을 직접 전달했지요.

여기서 강한 의문이 들지요. 우선 업복이에게 지령을 내리는 그 분에 대한 정체에요. 저는 기생행수가 그 분이 아닌가 의심이 갑니다. 그 분은 노비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다고 했는데, 양반도 종도 아니라고 했어요.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이 비밀지령이 언문으로 쓰여져 있다는 것이에요. 언문(한글)은 조선시대는 양반남자들 아닌 여자들이나 기생들이 주로 배웠어요. 비밀지령이 언문으로 쓰였다는 것은 의문의 '그 분'이 언문을 익힌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병기가 술시와 해시 사이에 서소문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것, 그의 품속에 천냥짜리 어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기생행수이지요. 좌의정과 그 수하는 용의선상에 놓기에는 가능성 제로고요.
따라서 업복이와 노비들의 당의 당수인 그 분이 기생행수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지요. 기생행수 찬의 과거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렇듯 의심가는 것을 보면 곡절이 있어 보이네요. 그리고 기생행수가 눈도 깜짝 하지 않고 "죽여야죠" 하는 부분과도 통하고요. 노비들의 당은 양반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에요. 양반들을 다 죽이고 천한 사람이 양반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당이에요. 그런 맥락에서 소현세자측의 양반이 되었는 이경식측이 되었든 노비당의 목적은 양반들을 모조리 죽이고 새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번 회에 좌의정과 기생행수의 대사 중에 김병기를 보내고 좌의정이 기생행수에게 "네년이 사내로 태어났으면 나라를 말아먹었을 거야" 라고 하지요. 기생행수가 "나라말아 먹기에는 사내보다 계집이 더 수월하답니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모르시나 봅니다"라며 좌의정 이경식을 손에서 가지고 노는 듯 해서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나라 말아 먹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하늘의 새도 떨어뜨린다는 좌의정 이경식에게도 호락해 보이지 않는 기생행수 찬의 정체 또한 드라마 추노에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업복이에게 암살지령을 내린 '그 분'의 정체는 박병기가 암상당한 당일 행적을 볼 때, 기생행수가 가장 유력하니까요. 또한 아직 그녀의 과거사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생행수 찬이 기생이 된 연유와도 관계가 있을 것 같고요. 만약 수장이 아니라면 중요 핵심인물일 수도 있겠고요. 물론 제 추측이지만요...
권력의 노리개로 살아가는 기생이라는 신분은 양반들의 추하고 구린내 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는 특수계층의 천민들이에요. 기생들의 눈에 비친 양반사회는 권력의 암투와 피비린내 나는 정치음모가 판치는 거짓세상이지요. 그들의 사랑이 하룻밤 육체를 탐하는 거짓사랑이듯이요. 수행행수 찬에게 양반사회는 모순이 가득찬 환멸적인 세상이일 거예요. 양반사회를 엎겠다는 노비당과 기생행수가 무관해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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