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 스페인어 편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5.28 '신데렐라 언니' 은조-기훈의 사랑을 위한 구차한 변명드라마? (17)
  2. 2010.04.17 '신데렐라 언니' 애정라인 중심 천정명, 택연보다 매력없다 (71)
  3. 2010.04.16 '신데렐라 언니' 산산조각 난 은조의 비명 '나를 죽이고 싶다' (63)
  4. 2010.04.10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 캐릭터를 뛰어넘는 무서운 배우 (40)
2010.05.28 09:28




많은 분들이 기다렸을 법한 은조와 기훈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듯 은조와 기훈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에 들어간 신데렐라 언니, 솔직히 은조의 행복과 드라마 자체의 해피엔딩은 바라지만, 반드시 두 사람이 사랑을 이뤄야 해피엔딩이고 은조가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기에, 17, 18회를 보고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은조의 감정들이 그동안 너무 소진된 탓이기도 하고 장대비 다 맞고 몸도 다 젖어버렸는데 우산을 받쳐 준 꼴이라 썩 반갑지도 않네요. 그저 드라마를 보면서 제작진이 은조와 기훈을 연결시키거나 혹은 더 큰 슬픔 하나를 위해 억지로 긴 장마철에 하루 쨍한 햇빛을 쏘여 준 것 같기도 하고, 영 찜찜하기만 합니다.
사실 17회를 보고 리뷰글을 썼는데, 작가와 제작진에 대한 욕만 잔뜩 써서 드라마 리뷰글이라기 보다는 작가와 제작진에 대한 불만글과 질문글이 돼버렸지만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드라마에 대한 느낌은 그렇고, 스토리상의 은조와 기훈의 감정선을 따라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MMM(나의 나쁜 계집애라는 스페인어 약어라네요)에게 할 말 4가지라고 번호만 달랑 붙여서는 기훈은 은조에게 꼭 자기의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합니다. 은조라는 아이랑은 긴 대화가 불가능하거든요. 제 할말과 자기 궁금한 것만 알면, 휙 가버리는 은조기에 기훈이 이런 깜찍스런(?)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첫째,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마라. 둘째, 대성참도가는 무사할 거라는 것을 믿어라. 셋째, 입 다물고 악 소리도 내지 말고 울지도 않는다. 넷째, 이 일이 다 지나고 그 때도 얼굴을 볼 수 있으면 그 때가서 얘기해 줄게. 넷째말은 사랑해 은조야 이런 말이겠지만, 아직은 기훈이 고백하지 못하고 맙니다.
기훈의 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채는 은조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중어르신들이 도가에 들이닥쳐 지분을 홍주가에 처분하겠다는 통고를 합니다. 홍주가의 음모로 대성참도가가 흔들렸고, 그로 인해 아빠가 돌아 가셨다고 말하는 은조, 하지만 은조는 더 이상 입도 뻥긋하지 못할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지요. 재당숙모의 폭탄발언, 엄마의 행실을 문중어른들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효선이 나서서 엄마에게 그런 말 하지말라며 준수를 봐서라도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만, 재당숙모는 준수가 누구 씨앗인지도 의심스럽다고 핏대를 세웁니다. 은조는 더 이상 서있을 힘도 없어지고, 그저 부끄럽고 엄마와 자신이 발가 벗겨져 사거리에 세워진 듯 숨쉬기도 힘듭니다.
그나마 은조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곳, 술익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노래 삼아, 힘들때마다 오는 술항아리 창고에 쓰러지듯 주저앉고 말지요. "엄마, 돌은 내가 다 맞을테니까 엄마 돌아오지마. 엄마는 죽을 때까지 마녀고, 난 마녀 딸이야. 불에 타 죽는 건 내가 대신 할테니까 엄마 돌아오지마" 라며 송강숙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은조입니다. "술 잘 익는다 은조야" 라며 귀신같이 나타나는 기훈, 은조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 사람이 뭔가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기다리라고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말고 기다리라고요.
기훈은 기정과 아버지 홍회장을 찾아가 박본부장이 건네준 정관계 로비자료를 들이밀고 홍주가를 협박합니다. 대성참도가를 더 이상 건들지 말라고 말이지요. 용의주도하게 대화까지 녹음해서 파일로 전송하지만, 기훈은 기정이 보낸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호텔에 감금돼 버립니다. 아, 이 집 구석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깡패들이 따로 없어요. 이런 것들을 신데렐라 언니에서 깊게 다루지도 못할 거면서 정관계로비자금이니 그럴 듯한 단어들만 꿰맞춰서 나열한 듯해서 사실 실소가 나오더군요. 죽을 날 받아놓은 박본부장이 마지막 가는 길에 회개를 했는지 좋은 일 하나 하고 가겠다니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왜 이런 것들을 드라마 소재로 써서 개연성없는 억지 스토리를 짜내는지... 기훈이를 납치하려는 명목을 만들기 위함이었겠지만, 상황자체는 굴러들어 온 자식이 집안 폭삭 망하게 하고, 정 안되면 아버지랑 형을 줄줄이 쇠고랑 차게 하겠다는 협박이었으니 옳고 그름을 떠나 패륜기마저 있어 보이고요.
집에 들어 오지 않는 기훈이 은조는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막상 하려니 겁난다며, 다녀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도 찜찜하기만 합니다. 은조와 정말로 마음을 나누고, 드디어 자매사이가 된 듯한 효선이 불안한 은조에게 자신의 보물상자를 보여줍니다. 은조에게 기훈의 편지를 돌려주고 싶은 구실이었지요. 8년전, 말없이 떠나버린 그 사람이 보낸 편지, 은조는 기훈의 편지를 읽고 기훈이 왜 떠나야 했는지(사실 떠난 이유는 이해안감), 기훈이 얼마나 상처 속에서 아파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은조에게 간절히 잡아주길 원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뒤늦게 은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았어요.
"니가 좋다 은조야. 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랑해. 내가 너랑 잠깐 헤어져야 한다면 바로 이런 편지를 쓰고 싶었어.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사랑한다 은조야!' 하고... 가슴 두근대며 기다릴 수 있는 편지를 정말 쓰고 싶었지. 그런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하는 나는 비겁하게 너한테 기다려 달라는 말이 안돼. 날 좀 붙잡아 달라고 말이 안나와. 날 잡아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우는 바보 홍기훈 같은 여자야. 니가 잡아주면 여기서 맘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 잠시 딴지걸기: 나는 기훈이라는 녀석의 정신연령과 작가의 작위적인 편지가 싫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 당시는 유산상속포기각서에 도장을 찍으라는 새엄마와 떡대들의 한심한 짓거리를 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도울 수 있는 것을 주겠다며 떠났었다. 정작 복수할 마음을 품은 것은 기정이가 기훈이 엄마가 뛰면 안되는 병인데 뛰게 해서 엄마가 죽었다는 홍회장의 자기 장남의 못된 짓을 고자질(아들에게 고자질하는 한심한 양반이 홍회장이다)해서 기훈이 확 돌아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8년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임? 설마 8년전 고작 20살 정도 밖에 안된 애송이 청년이 8년후에 대성참도가를 먹으려고 한다고 예견이라도 했다는 것임?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작가의 작위적인 지독한 사랑공식은 무조건 기다려라? 8년 아니라 80년이 되더라도 편지하나 부여잡고 기다려야 한다고? 기훈이 8년간 안 돌아 온 이유는 뭐였음? 게다가 방학마다 한국 나왔다고 했으면서 은조에게 이런 편지까지 보내고서 한 번도 안찾은 이유는 뭐임? 암튼 편지 내용은 절절한데 뒤집어 보면 18살 고등학생에게 청혼하는 것도 아니고, 넋두리 변명하는 것도 아니고, 겉멋만 잔뜩 내서 8년후를 위한 편지처럼만 보이니 기훈은 신기가 있는 듯하다. 작가가 전해지지 못한 편지로 드라마적인 장치는 마련했지만, 기훈이 떠나야 하는 이유 자체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듯함.
다시 스토리로 돌아와서 이어 정리합니다. 도가에서 나오다 은조는 이상한 파일 하나가 기훈의 이름으로 전송된 것을 보게 되지요. 다음날 차는 있는데 기훈은 보이지 않자 은조는 파일을 열어봅니다. 비밀번호를 몰라 애태우다 은조가 기훈이 준 쪽지의 MMM을 기억해내고 입력했더니 음성파일이 열리고, 기훈이 기정에게 납치되었을 거라는 것을 은조는 직감하게 되지요. 기훈이 홍주가를 협박한 자료가 들어있는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가서 기훈과 바꾸려고 달리는 은조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기정이에게 전화를 합니다. 사실 저는 은조가 기훈이랑 컴퓨터를 맞바꿨다면 은조가 미웠을 거예요. 다행히 은조가 이성을 찾아 타협이 아니라 역공격을 해버리더군요. 아버지도 은조가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것이 옳았다고 했을 거라면서요. 그리고 기훈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않게하고 싶다며, 동생을 납치했다는 사실까지 진술하고 싶지는 않다고 기정에게 강한 한방을 날리더라고요. 잘했다고 마구마구 칭찬해 주고 싶은 은조였어요. 기정도 은조의 전화를 받고 사회적으로 개망신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기훈을 풀어줍니다. 풀려난 기훈은 길 건너편에서 은조에게 전화를 하고, 은조의 차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하지요. 은조도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기훈을 향해 뛰어갑니다.
참아왔던 감정이 봇물터지듯 터져나오는 은조입니다. 그동안 은조만큼 외롭고 힘들고 기댈 곳이 필요했던 기훈이었어요. 혼자 아픈 줄만 알았는데, 혼자만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서 자기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어느날 문득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어요. 바보같이 혼자서만 8년전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비틀대고 그 사람을 보면 '쿵'하고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도 그랬다고 합니다. 은조는 처음으로 그 사람을 향해 먼저 달려갑니다. 오라고 손짓해도 늘 그자리에 멈춰서 있으며 그 사람이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렸던 은조였어요. 그 사람에게 다가서면 어느날 문득 말없이 떠나 버렸을때 처럼, 그렇게 또 가버릴까봐서요. 이제는 은조가 먼저 그 사람에게 가고 싶어집니다. 그 사람이 손짓하지 않아도 마음이 벌써 그사람에게로 달려가 버리는 은조였어요. 자신을 부르는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을 향하는 은조나 둘다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누군데, 아버지를 죽게 하고 대성도가를 혼란에 빠뜨린 사람인데, 그래서 다가가면 안되는 사람인데, 은조는 미쳤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마녀의 딸이라 불에 타 죽는 형벌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 사람 옆에서 죽고 싶습니다. 이제 더이상 "은조야...은조야..."라며 새처럼 은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싶지 않습니다. 8년전처럼 그 날처럼 말입니다.
*또 다른 딴지걸기- '사랑도 타이밍이다': 사실 이번회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은조와 기훈의 감정선은 이런 내용이지만, 저는 두 사람이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16회까지 기훈과 은조의 캐릭터나 감정선이 전혀 연결되지 못하고 뜬금없이 17회부터 은조-기훈 커플 만들기에 돌입한 제작진이 변명하듯 두 사람의 감정선을 과거와 연결지으려는 무리수로 보이더군요. 이 사람들은 현재의 축적된 감정은 없고, 과거에 축적된 감정만으로 8년을 뛰어넘어 그 감정으로 사랑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로 보입니다.
효선이 뒤늦게 전해준 스페인어 편지를 읽는 은조의 감정신이 폭발적이어야 했고, 그 장면에서는 다른 때와 같았더라면 폭풍눈물이라도 쏟아져야 했을텐데, 갑자기 편지가 왜 그렇게 담백하게 느껴져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편지내용이 중간에 바뀌도 했고, 효선의 보물상자가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한장짜리 편지가 두장으로 바뀐 것도 제작진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네요. 홍주가를 이용해서 기훈을 뒤늦게서야 왕자만들기도 어거지 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연기도 드라마 상황과 스토리의 개연성이 매끄럽게 연결될 때 공감을 받는 법인데, 천정명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표정만으로 마치 화보를 찍는 듯 매 장면마다 웃음을 남발해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은조한테만 털어놓으면 죄의식도 새털처럼 가볍게 여겨버리는 단순한 감정은 꼬마신랑을 찍는 것도 아니고 좀 얄밉더군요. 고민도 커 보이지 않는 기훈을 보며 작가가 천정명의 안티라는 생각이 남발해 대는 웃음을 보고 마구마구 들 정도입니다.
은조는 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는 했지만, 저는 은조의 감정을 따라 함께 아파지지는 않더군요. 그러게 사랑도 다 때가 있고, 갈등을 푸는 적정시기라는 게 있는데, 이미 시간상으로 많이 늦어버렸지요. 감정을 이끌어 내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제작진이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기훈의 편지도, 은조가 도로를 가로질러 기훈을 끌어안는 장면도 문근영의 포옹신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효선이 은조에게 기훈을 보내주는 갸륵한 동생쯤으로 효선에게 천사딱지 하나 더 붙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생각뿐이었고, 기훈을 향해 은조가 달려가야 할 이유와 기훈이 아직도 은조를 좋아하고, 은조 역시 기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구구절절 변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 위한 히든카드처럼 기훈의 편지공개는 16회까지 공감가지 않은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한 변명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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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7
2010.04.17 07:34




신데렐라 언니 6회까지 보면서 극중몰입을 방해하는 천정명의 색깔없는 연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가 시작되기도 전에 서우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다시 천정명이 대학생들과의 시비사건에 휘말리면서 신데렐라 언니가 난항하게 되는지 우려가 되기도 했죠. 그런 상황에서 천정명에 대한 연기력을 거론한다는 것이, 근래들어 감탄하며 보고 있는 작품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언급을 피해 버린게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애정라인 중심인물로서 천정명의 기훈은 참 매력없습니다.
천정명이 무기로 내세운 햇살 미소도 1,2회까지는 효력이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햇살미소가 아닌 실없은 미소처럼 느껴지더군요. 술에 취해 담벼락에 기대 "은조야" 라고 불렀던 나즈막한 말도 5회 엔딩장면에서는 도대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드라마 속 은조야의 의미도,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닌 듯한 이도저도 아닌 말처럼 여겨지더군요. 문근영의 참이슬같은 눈물이 천정명의 분위기없던 "은조야"를 눌러 버렸기에 그 장면의 어색함을 그나마 참고 보기는 했지만요. 제가 매회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면서도 기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천정명이 보여주는 기훈에게서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은조와 효선의 마음에 있는 기훈에 대한 감정을 중심으로 썼을 뿐이에요. 드라마속 남자주인공에게 이렇게 가슴도 설레이지 않고,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네요.  

실없는 미소만 날리는 책 읽는 남자 천정명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훈에 대한 은조의 마음은 천정명이 보여주는 기훈의 모습만으로는 사실 와닿지 않습니다. 은조의 그 사람은 연기보다 그 어떤 대사보다 절절하게 은조의 모든 것을 담아버린 "은조야"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천정명은 은조의 그 사람이다' 라는 식으로 세뇌를 시켜가며 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유난히 복선을 까는 감정신이 많은 작품이기에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감정선과 표정연기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대사로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영상과 배경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기에,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몰입하지 않으면 감정선을 놓치기 쉽지요. 바꿔 말하면 배우들이 표정연기에 실패하면 재미없는 드라마가 돼버리는, 즉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캐릭터가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한 드라마에요. 제가 보는 그런 점에서 천정명의 기훈은 위험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으로 봐서는요.
대성도가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며 비열하고 냉정하게 변신을 하면 새로운 기훈의 모습으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멜로라인에서의 기훈은 실없는 미소만 날리는 책읽는 남자였습니다.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를 보여주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렇게 거친 표현은 글 속에서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왠지 천정명은 문근영과과 서우의 연기에 무임승차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천정명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지만요.  
이미숙, 김갑수, 문근영, 서우의 대사보다 훌륭한 표정들에 비하면 천정명의 표정은 딱 3가지입니다. 미소, 무표정, 양미간 찡그리기. 웃는 모습, 웃는 표현도 천정명은 한가지 방법밖에 못합니다. 처음에 입술만 미소 그리고 입술을 벌리며 치아를 드러내는 식의... 이렇게 웃는 방법을 하나로만 보여주는 배우는 처음이네요. 웃는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무표정, 뭐 이 표정은 거의 매회 같은 모습이기에 별도로 촬영을 하지 않고 편집해서 붙여넣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복사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매번 같은 표정이 있지요. 심각, 난처, 당혹, 화남, 고민, 연민 등등의 감정은 모두 하나로 통일된 듯한 천정명의 '눈 한번 껌뻑인 후 양미간 찡그려 주름만들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보다보니 하나의 이미지만 연상되더군요, 바로 짜증입니다. 고민하고 화나고 심각하고 연민 등등의 표정이 아닌 짜증날때 짓는 표정 하나만으로 보이니, 기훈이는 왜 짜증난 거야? 이런 식으로 보게 되더군요. 심지어는 효선이 은조에게 "확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라고 뛰쳐 나와 자동차에 올라타서, 빨리 데려가 달라며 했을 때도 "얘 왜 이래, 짜증나게" 라는 식으로 미간은 왜 찌푸리는지 모르겠더군요. 효선에 대한 걱정도 궁금도 아닌 짜증으로만 제게는 보였거든요.
이왕 연기에 대한 지적을 하자고 마음 먹은 김에 한가지 더 지적하고 넘어가야 겠네요. 제가 기훈에 대한 캐릭터(천정명은 아닙니다)에 순간 정이 떨어져 버린게, 효선이 차에 탔을 때 보여 준 반복되는 짜증난다 식의 양미간 찌푸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보다 결정적으로 캐릭터 소화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버지와 대화하는 부분이었어요.
홍주가가 대성참도가를 심키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훈의 배다른 형 기정이 대성도가를 사들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말들이 오갔었지요.
아버지 홍회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너 혹시 구대성한테 마음이 깊어져..."라고 묻자 기훈이 대답하였지요. "전 8년전 홍기훈이 아니에요. 거길 떠날 때 옛날의 전 다 버리고 갔어요. 떠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떠난 뒤엔 다 잊었어요" 라고 구대성에 대한 각별한 마음은 없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근데 왜 우물쭈물이야. 굳이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니 무슨 뜻이냐고"" 라고 묻습니다.
이때 기훈이 참 저는 전혀 이해 가지 않는 행동을 하더군요. 낄낄 웃으며 "조선시대 왕위 찬탈싸움하고 비슷해요. 그렇지요" 어쩌고 저쩌고가 이어졌는데요, 전 그때 기훈이 웃는 모습을 보며 그 웃는 모습이 아버지에 대한 조소라기 보다는 약간 싸이코로까지 보여지더라고요. 그 부분이 그렇게 낄낄거리며 아버지를 조소할 부분이 아니었고, 뭔가 시크하게 비웃듯이 보여 주어야 하는데, 좀 정신빠진 사람처럼 낄낄 웃으며 왕위찬탈싸움 어쩌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 표정이 상황과 맞지 않은 듯 보여 어색스럽더군요.
그 부분 동영상을 몇번이고 봤는데도 기훈의 심리를 그렇게 보여준 것은 아쉽더라고요. 천정명의 책 읽는 듯한 대사는 원래 컨셉을 그렇게 잡았는지, 천정명의 말투가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사도 많이 씹힙니다. 아버지와의 대사에서도 책을 읽듯이 웅얼거려서 몇번 반복해서 들었네요. 술취한 날 은조에게 쓰러져 "배고프다 은조야. 배고파 죽겠어" 이런 대사를 했는데 저는 배고프다 은조야 할때 '은조야'를 몇번 반복해서도 못알아 들었어요. 송강숙처럼 가는 귀가 먹어가는지... 딸이 두 세번 듣더니 은조야 라고 한 것 같다고 해서 저도 들어보니 그렇더군요.
이러다 보니 기훈을 사이에 둔 은조와 효선의 갈등에 솔직히 얼마나 몰입하며 빠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은조와 효선이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굳이 세뇌시키고, 워낙 문근영과 서우가 커버해주는 부분이 크니 그러려니 하고 보기는 하겠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극속에서의 여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그 주인공을 같이 좋아하게 되는데, 좋아지지는 않으니 그게 문제네요. 물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요.

그림자 옥택연이 햇살미소 천정명보다 낫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컨셉을 바꿔 봤어요. 은조와 효선을 묵묵히 지켜 봐주는 키다리아저씨라고요. 그런데 5, 6회를 보고 나니 키다리 아저씨도 아니더군요. 기훈이 대성참도가를 삼키려는 아버지의 사주를 받고 잠입했다는 의도를 배제하고도, 천정명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의 이미지는 없었어요. 진짜 키다리 아저씨같은 옥택연이 그 자리를 대신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택연은 첫 출연에서도 연기를 충분히 소화했지만, 두번째 방송분인 6회에서도 든든한 나무처럼, 말없는 그림자처럼 자기 자리를 잡아 주었고, 오히려 분량과 대사가 너무 적어서 아쉬울 정도였어요. 아이돌 출신들에게서 보이는 과도한 힘도 없었고, 본인이 말한대로 드라마 속에 녹아들려는 듯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은조의 말에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어릴 때 정우의 모습과 연결지어지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고요. 8년의 어색함과 8년 아니 남해애서 함께 살던 시간까지 은조를 향했던 순수한 마음과 그리움을 눈빛 하나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 속된 말로 까놓고 연기 경력이 오래된 천정명보다 훨씬 나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그림자가 빛을 눌렀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천정명이 보여주는 딱 3가지 표정만으로 도저히 은조의 그 사람, 효선이가 기대고 싶은 '내꺼 오빠'로 안보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천정명은 여복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고현정과 호흡을 맞췄던 <여우야 뭐하니?>를 보면서도 고현정의 연기가 천정명의 어색함을 커버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같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것 같네요. 문근영과 서우의 빛이 강해 천정명의 어색함이 그럭저럭 묻혀주니 말입니다. 저는 은조와 효선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천정명 부분은 그냥 패스 이러고 보거든요.
사실 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재벌가의 사생아로 내면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남자 주인공의 어둡고 쓸쓸한 부분을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숨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그저 강가에서, 혹은 한밤중 아무도 없는 마루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특히 자동차 운전하면서 내면적인 상처를 보여주는 모습은 썩 와닿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장면이었어요. 깊이있는 표정의 표현함에 뭔가 부족한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정명의 연기가 강단도 약하고 애절하지도 않다보니 2회밖에 출연하지 않은 택연의 연기가 더 돋보입니다. 택연은 긴장된 듯 하면서도 자잘하게 표정에 감정의 변화를 넣을려고 애쓰고 있거든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차렷자세가 대부분이지만, 차라리 다양한 장면에 투입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에요. 택연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빛이 숨어 있었어요. 슬프면서도 아련해 보이고,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연민도 느껴지는 촉촉한 눈빛이 좋더군요, 택연의 눈빛을 보며 잠시 송승헌의 눈빛이 연상되기도 했더랍니다. 짙은 눈썹이 닮아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택연이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눈빛이더군요. 
기훈보다는 택연의 정우가 솔직히 저는 더 끌립니다. 정우를 사이에 둔 은조와 효선의 갈등구조도 괜찮을 듯 싶고요. 저는 효선이 정우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어요. 처음 네 사람이 마주치던 날 효선이 기훈의 팔짱을 끼고 있을 때 당연히 기훈을 바라보는 은조의 눈빛에 시선이 갔어야 하는데, 효선은 정우를 먼저 보고 있었거든요. 이번회에서 자동차에서 어디서 본 얼굴이라며 정우에게 원래 말투가 딱딱하냐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요.

아직 은조는 정우를 몰라보고 있어요. 정우가 자신을 밝힐 때마다, 은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정우의 말이 들리지 않았어요. 첫날은 정우가 "내 정우다. 남해에서 같이 살던.."이라고 했을 때는 8년만에 귀신처럼 나타난 기훈을 보고 은조가 멍해져서 정우의 말을 듣지 못했었지요. 이번 회에서 밝힐 수 있었는데 은조가 또 못알아 들었어요. 엄마 송강숙이 자신이 도가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듣고 쓰러진 척 연기를 했을 때, 조금전까지 "이년아 저년아 해가며 재산 다 네것"이라고 위악을 떨다가 효선이 들어오지 금새 아픈 척 자리에 누워, 우아하게 말을 하는 엄마를 보고 치를 떨며 강가로 나와 앉아 있었지요. 정우가 뒤따라 왔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그때 강가에서도 정우가 "누야" 라고 은조에게 정우를 알리려고 했지만, 효선의 삼촌이 크락션을 울리는 소리에 정우가 '누야' 라고 부르는 소리가 은조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은조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기훈이 온 후로 생각이 많아져서 제 생각으로는 은조는 정우가 예전 그 정우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은조가 정우가 예전 털보장씨네 집에서 함께 살던 정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은조의 정우에 대한 태도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고요. 그때는 적어도 함께 대화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정명과 문근영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의 감정이입에 실패하다보니 정우와의 장면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원래는 주인공 기훈과 은조의 애절한 감정신을 더 기대해야 하는게 드라마상 정석인데, 이상하게 천정명의 몇 안되는 표정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대사를 보니 은조처럼 기훈을 좋아하는게 어렵네요. 차라리 새롭게 나타난 옥택연의 정우에게 더 기대감이 커지기도 하고요.
이런 현상은 극의 애정라인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데, 실없이 웃는 책읽는 남자 기훈에 대한 매력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물론 은조와 효선의 내적 갈등부분에 더 치중하고 본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의 어물쩡한 기훈보다는 차라리 냉정하고 비열한 기훈으로 변신하면, 극중 긴장감은 더 살아날 수도 있을 것같기도 합니다. 다양하지 못한 표정은 천정명의 약점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배역의 무게상 여주인공들을 사로잡은 빛이어야 할 기훈의 캐릭터가, 그림자를 자처한 정우에게 눌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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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09:20




마지막 은조의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지금도 빠져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은조 자신이 죽어 버리고 싶다는 듯 목을 움켜 쥐고 우는 장면에서는 슬픔보다는 은조가 느끼는 엄마에 대한 환멸감과 새아버지에 대한 은조의 깊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글 돌고 말았어요. 병실 문을 열고 들어 선 사람좋은 구대성의 멍해져 버린 공허한 눈빛도 마음에 걸리고, 뛰쳐 나간 효선이의 눈물까지도 어느 하나 내려 놓지 못하겠네요. 드라마를 보며 슬픈감정에 이입되었다가도 다른 소소한 즐거움속에서 잊혀지곤 하는데,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와 효선을 떠올리면 그냥 마음이 아파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는 평을 하는데 이런 것과는 별도의 감정이 앙금처럼 가라 앉아버리는 이 이상스런 드라마는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은조야" 라는 다시 들려 온 그 사람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은조는 금새 냉정해져 기훈을 밀어내 버립니다.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기훈에게 날을 세우지요. " 네가 누구였던 이름이 뭐였든 어떻게 웃었든, 지금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너는 나한테 먼지보다도 벌레보다도 아무 것도 아냐. 날 부른다던가 웃는다던가 그러기만 해봐. 정말 죽여 버릴테니까"
은조를 데리러 털보장씨집을 찾아 온 기훈은 처음 본 은조를 향해 웃어 주었어요. 그때는 그 미소가 어떤 의미가 될지도 몰랐는데, 어느날 세상을 향해 굳게 닫아 건 빗장을 열듯 "은조야"라며 그 미소와 함께 다가 온 사랑, 하지만 은조는 죽을 힘을 다해 밀어내려 합니다. 웃지도 말고 "은조야" 라며, 또다시 흔들지도 말라면서요. 아직도 그 사람을 보면 심장이 '쿵' 소리를 내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은조에요.
기훈이 역시 마찬가지에요. 지금이라도 자신이 부르는 소리에 대답해 주면, 홍주가의 집안 싸움이고 아버지와의 약속도 다 버리고, 대성도가를 삼키려고 온 이유도 잊어버리고 싶은데, 온 몸으로 도망가려는 은조를 붙잡지 못하고 맙니다. 
  
효선의 눈물,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두 사람을 지켜보는 효선의 가슴에는 혼자라는 외로움만이 가득 차오르고 있을 뿐이에요. 몰랐는데 효선이가 두 사람을 다 지켜보고 있었네요. 차라리 보지 말지, 여린 마음에 생채기가 깊게 패이는 것을 보니, 모두가 소풍을 가버리고 마치 세상에 혼자가 된 듯한 효선이의 마음이 짠해 옵니다.기훈의 마음을 알게 된 효선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훈을 찾아가 "오빠는 내꺼야. 결혼하자"라며 통보를 하고 나옵니다. 장난스럽게 받아 주는 기훈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효선은 모든 것을 빼앗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언니 은조, 늦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동생 준수, 효선은 혼자가 된 듯 합니다. 도가일을 배우겠다고 쌀을 씻어보지만 아버지로부터 혼만 나고 말지요. 
그런 효선에게 은조가 손을 내밉니다. 대성도가의 CF광고를 찍겠다고요. 모든 게 제멋대로인 은조가 얄미워 안하겠다고 하지만, "네가 안하면 난 돈을 쓰면 돼. 네 아버지 돈"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효선이 "너, 악질이야"라면서도 효선도 은조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쯤은 압니다. 효선이 은조에게 악질이라고 한 것은 은조가  자신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분은 더러워도 은조의 말은 틀리지는 않거든요.
밤새 연구실에 쳐박혀 효모연구를 하던 은조가 코피를 쏟고 병원으로 실려가자 효선은 혼란에 빠집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은조처럼 야무질 수 없는 자신, 코피까지 쏟아가며 성실한 언니가 한편으로는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됩니다. 효선의 나레이션은 효선의 혼란한 심정을 말하는 것었어요. 은조 언니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조차 모르는 혼란한 감정, 아니 이제 진짜 미워지기 시작한 것인지, 싫어하려고 했는데 싫어할 수가 없는지에 대한 효선의 혼란스러운 감정고백이었어요.
효선의 나레이션은 듣기에 따라 정반대로 들리는 대목이었어요. "언니야, 언니야. 죽지마라, 죽지마라. 언니야"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효선의 속에서는 "죽어버려라가 헛나온거다"라며 자꾸 은조를 미워해야한다는 자기강제를 하는 효선이에요."내가 잘할게, 내가 너 이뻐해줄게, 죽지마라 언니야" 하지만 또 다른 효선이는 이렇게 소리치고 있어요. "너 코파다가 코피났지? 이렇게 묻고 싶은게 내 진심이었다" 
효선은 계속 은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운 거예요. 간밤에 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 은조, 하지만 내꺼오빠인 기훈이 바라보는 사람. 언니 은조도 잃고 싶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훈 오빠도 잃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은조의 차가운 말이 효선의 마음을 할퀴고 맙니다. "무슨 호들갑이야. 나 죽어? 아님, 죽었으면 했어?" 효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콕콕 집어 말하는 은조가 너무 얄미운 효선이에요. 링거주사 바늘을 빼버리고 병원을 나가려는 은조를 효선이 강제로 침대에 떠다 밀어 버리지요.
뒤이어 터진 효선의 눈물과 독설은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놀라운 감정폭발이었고, 효선의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이 장면에서 효선의 마음이 두갈래로 보여지더군요. 저는 효선이 악한 역으로 바뀌는 복선이었다기 보다는, 효선이 언니 은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읽었고, 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반어적인 말은 새엄마 송강숙과 구대성으로부터 오해를 사게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선이 은조를 침대에 밀어뜨리면서 말했지요. "너 움직이는 것 꼴보기 싫어. 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연구실에서 맨날 밤새고, 코피나 터지고, 네가 안 그래도 나는 너랑 맨날 비교당하면서 형편없는 애 돼가고 있고, 또 움직이기만 해봐. 또 쓰러지기만 해봐" 이 대사에는 효선의 두가지 마음이 한꺼번에 들어 있었어요. 언니 은조와 비교당하면서 자꾸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과 은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이에요.
"코피나 터지고, 또 쓰러지기만 해 봐" 이 말에는 효선이의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거예요. 잘난 척하고 무시하는 언니 은조가 싫지만, "언니가 아픈 것은 더 싫어. 그러니 아프지마. 죽지마. 우리 엄마처럼..." 이런 마음이 깔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선이는 아무리 은조가 미워도 그 고운 심성까지 다 버리면서 은조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에요.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말 "확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라고 소리를 지를 때 아버지와 새엄마가 들어와 그 말을 들어 버렸어요. 효선의 말은 새엄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변명하기 힘든 말이었어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자매, 냉랭한 의붓자매에게 너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은 친언니에게 같은 말을 썼을 때와는 다르지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런 오해를 받게 되는 거지요. 아버지의 싸늘한 눈빛, 가식적이었지만 언제나 효선에게 먼저 왔던 새엄마는 처음으로 은조에게 발걸음을 향해 버립니다. 병실을 뛰쳐 나간 효선이 숨을 곳은 더 이상 없어요. 더 이상 착한 효선이로 돌아갈 수가 없게 돼버린 거예요. 그런 효선이 달려간 곳은 기훈이 품이었어요. 아무에게도, 아니 은조에게는 이제는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은조의 눈물, "엄마를 용서할 수 있게 해줘"
은조는 기훈이 들어 온 대성참도가를 떠나려고 하지요.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훈이 함께 있는 대성도가는 은조에게 고통이에요. 또한 은조는 엄마 송강숙에 대한 죄의식때문에도 구대성과 효선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지 못한 엄마를 너무나 잘 아는 은조이기에, 대성도가에서 은조의 자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효선의 자리는 작아지고, 엄마의 욕심이 하늘 끝까지 차오를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모르지 않습니다.
엄마 송강숙은 늘 그래왔어요. 은조 널 위해서라면 몸을 팔아서라도, 도둑질을 해서라도 주겠다고요. 은조는 이제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용기도, 실력도 생겼고, 무엇보다 세상이 싫지 않아졌거든요. 이제는 세상을 향해 나가 은조의 힘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어졌던 거예요. 기훈이 떠난 자리를 위로해 주고, 살고 싶은 세상을 알려준 사람이 새아버지 구대성이었지요. "어디 내놔도 걱정없을 때 보내 주겠다, 그때까지는 이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돼 주겠다" 며 도망가려는 은조를 붙잡아 주었어요.
은조가 대성도가를 나가려는 이유는 기훈이 돌아와서 힘들기도 하지만, 첫째 이유는 새아버지에 대한 은조의 마음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은조는 아버지라는 넓은 그늘에서, 그 따스한 손길 덕분에 세상이 더 이상 쓰레기장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아버지에게 은조는 은조 방식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 거예요. 엄마의 욕심대로 대성도가를 차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신을 품어 준 구대성에 대한 감사이고, 은조의 깊은 마음이었던 게지요. 입으로는 구대성에게 자신에게 마음 주지 말라며 자신을 못된 아이라고 말하고, 믿어준 은혜 백골난망이라 평생 감사하며 살 애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은조는 새아버지 구대성에게 백골난망 감사하다는 마음을 돌려 말했던 것이에요.
은조는 압니다. 새아버지 구대성이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새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정말로 효선이와 자신을 털끝만큼의 차별도 없이 대했던... 은조가 대성도가에 있는 한 대성도가 역시 은조에게 넘겨주고도 남을 분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은조는 겉으로 그렇게 싸가지 없을 정도로 차갑게 새아버지 구대성에게 정을 떼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은조가 흔들릴 것 같으니까요. 처음으로 흐느껴 우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주고, 품어주었던 아버지의 따뜻한 그늘을 욕심내게 될까봐서요.
은조가 새아버지 구대성을 밀쳐내려는 것에는 효선이에 대한 마음도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엄마 송강숙이 '우리 애기' 하며 효선을 감쌀 때 엄마를 잃었다는 상실감의 상처를 은조는 기억하고 있어요. 효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내심 서운했는데, 은조는 반대로 어느사이엔가 효선의 아버지를 빼앗고 있었던 거라는 걸 말이지요.
그래서 은조는 자꾸 대성도가를 나가고 싶은 거예요. 새아버지에 대한 양심과 효선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은조는 표현에 서투른 아이라 정을 떼는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은조의 방식이고, 엄마 송강숙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은조의 엄마로부터 탈출 방식이었던 것이었어요. 부끄럽고 싶지 않은, 뒷통수를 치고 싶지 않은, 공짜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은조만의 사랑방식이었고, 엄마가 저지른 위선에 대한 죄갚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 은조에게 엄마 송강숙은 또다시 은조를 벼랑 끝으로 내밀어 버립니다. 엄마에게 기대했던 한가닥 진심, 구대성을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해서 함께 사는 것이라 믿고 싶었던 마음, 아니 세상 다른 남자들을 다 등을 쳐먹고 살아 왔더라도,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준 구대성, 은조에게 진짜 아버지가 돼준 구대성에게만은 진심이었기를요. 하지만 엄마는 은조를 차라리 죽고 싶게 해 버립니다. 
"효선이 아버지는 좋아해? 적어도 좋아한다고 말해 줘 엄마, 뜯어 먹을게 많은 남자가 아니라, 좋아서 산다고 말해주면 엄마 용서할게..." 
하지만 엄마 송강숙은 "좋다 좋아, 뜯어 먹을게 많아서 좋다, 왜!!!" 라며 은조가 엄마에게 걸었던 한가닥 진심을 산산조각 내버립니다. 송강숙이 구대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어요. 송강숙의 마음은 딱 반반이었거든요. 점잖은 구대성이 좋았고, 돈이 많다는 것은 금상첨화였지요. 그런데 송강숙의 문제는 그 전후가 다르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겠지요. 돈많은 남자인데 점잖하기까지 하다는 것이겠지요. 나쁘게 말하면 송강숙의 화냥기가 구대성과 살면서도 한달에 한 번씩 털보장씨를 만나 외도를 하게 했지만, 송강숙이 구대성을 전혀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좋아하는 첫째이유가 돈이었겠지만요. 
불행스럽게도 이 광경을 구대성이 보고 말았네요. 충격으로 멍해진 구대성을 보니 사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꼬리 아홉개 달린 송강숙이 어떻게 구워 삶을지 모르겠지만, 평화롭던 대성도가에 안팍으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의 너저분한 삶을 용서하고 싶었던 은조는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준 구대성에게 진심마저도 없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모멸감에 빠지고, 마치 자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목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오열합니다. 엄마 송강숙의 위선에 가득찬 생존방식이 은조를 지키기 위한 모정 때문이었다며 태연하게 말하는 엄마를, 아니 그렇게 살게 한 이유였던 자신을 죽여 버리고 싶어하는 듯한 은조의 외마디 비명은, 슬픔보다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어요. 
은조와 효선의 비명은 둘 다 갈 곳을 잃었기에 절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은조와 효선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에요. 한사람은 감정을 통째로 내보이려는 아이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꽁꽁 숨겨두려는 아이지요. 엄마에게서 해방되어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은조, 엄마가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버지 구대성의 마지막 여자이기를 바랐지만, 엄마는 자신의 숲이고 우상이었던 아버지마저도 좋아한 사람이 아니라며 은조를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효선이의 비명도 은조와 엇갈려 버렸지요. 마음으로 수백번씩 미워하고 싶다고, 미워해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쓰러진 은조를 보고는 "언니 죽지마, 언니야, 아프지마, 내 언니야" 라며 효선이는 언니 은조를 사랑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물과 불처럼 다른 두 아이는 마음을 여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또 다시 밀치는 은조로 인해 효선은 상처받고, 마음 속 밑바닥에 숨겨두고 싶었던 감정을 올라오게 해버렸어요. 진짜 미워하고 싶은 마음 말이에요.
이렇게 효선에 대한 은조식 서툰 사랑과 거부당한 효선의 마음은 갈등만을 향해 치닫게 되나 봅니다. 대성도가를 향해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채 말입니다. 이 두 사람이 화해하는 지점은 대성도가겠지요. 효선이나 은조나 대성도가는 지켜야하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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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12:55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은조는 선악으로 구분지을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조는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닌 염세적인 아이였습니다. 세상과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아이였던 게지요. 염세주의자였던 은조를 처음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게 만든 것이 "은조야"하고 불러주었던 기훈이와 술익는 소리였어요. 
은조가 원하지 않았지만 동수의 꽃다발은 효선에게 불똥으로 번졌고, 이 사건은 효선이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습니다. 효선이 은조로부터 엄마를 빼앗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듯이, 은조 역시 효선에게 내재된 미움이라는 감정을 건드리게 될 줄은 몰랐겠지요. 은조는 세상이 무지개빛 동화나라처럼 보이는 사람을 처음 만났고, 세상이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효선도 처음 만났어요. 그런 점에서 은조와 효선은 비슷한 아이들입니다. 자기 눈에 보이는 세상이 본질이라고 믿었던 외통수들인 셈이지요.
효선이 은조와 싸운 이유
두 사람이 폭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일은 표면적으로는 동수때문이었지만, 효선이 동수를 빼앗겠다는 말에 은조와 엉겨붙어 머리채를 잡고 싸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럴 정도로 동수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착한 효선이라는 캐릭터상 사귀는 사이도 아닌 동수때문에, 은조언니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주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을 일은 아니었어요.
효선이 은조의 머리채를 쥐고 소위 육탄전을 벌이게 된 것은 효선이의 내적인 문제였어요. 효선이 은조에게 "거지 꺼져"라며 했던 욕설이나, 은조가 "싫어, 내가 싫어지면 내 발로 나간다"고 한 것은 공감가는 대사들이었어요. 효선이와 은조는 10대 고등학생들의 나이입니다. 둘 다 성숙한 나이는 아니지요. 세상 경험을 더 많이 한 은조가 성숙(?)한 정도이지 두 아이는 여전히 10대의 사고방식에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나이에서 우리집이라고 나가라고 한 효선이나, 센 척하는 은조의 싫다는 말도 충분히 공감가는 10대들의 유치한 말싸움이에요.  
효선이 은조에게 터뜨린 것은 보상심리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나이지만 어디서 뭘 하며 살다 왔는지 모르는 은조를 자기집에서 살 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은조에게는 그런 감사의 마음이 없습니다. 효선은 엄마의 옷을 입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엄마의 환상을 강숙을 통해 보았고, 강숙이 마치 엄마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효선은 허기진 구석을 채워준 엄마를 잃게 될까 두렵습니다. 효선이에게 유일한 상처는 엄마를 잃었던 유년의 기억이었거든요.
그러나 덤으로 딸려 들어온 존재로 인식된 은조는 전혀 곁을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효선이 은조를 처음 보자마자 언니하며 붙임성있게 따르고 친하고 싶었던 것은, 새로 생긴 엄마를 잃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지도 몰라요. 엄마의 딸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엄마를 잃을 지 모른다는...
그런 심리가 왜 은조를 낳았냐는 말에 들어있었던 거예요. 엄마는 자기가 필요해서 반지를 숨기면서까지 만든 존재라면, 은조는 효선이 원하던 존재도 아니었고, 새엄마의 혹처럼 딸려들어 온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 효선의 심리에 깔려있는 것이지요. 아직 효선이 어린 나이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 듯 싶어요. 더구나 효선은 어느 단계에서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듯한 유아기적 공주였으니까요.

은조가 건드린 것은 효선의 그런 잠재적인 심리였어요. 자신이 원하지 않은 혹같은 아이, 그렇지만 엄마가 데려왔으니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음을 건드린 거예요. 착한 척하지 말라는 말로 말이지요. 누구도 효선을 향해 눈을 흘긴 사람도 없었고, 너 싫으니 나 좋아하지 말라고 대놓고 으름장을 놓은 사람도 없었는데,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효선에게는 충격입니다. 엄마따라 들어온 주제에 잘해주려고 했더니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거지발싸개였던 것이지요.
인간은 누구나 선악이 공존하는 존재입니다. 효선은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 속에서 살았다면, 은조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어요. 그 환경이라는 것이 은조와 효선의 성격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이고요. 긍정과 부정은 부딪치면 파열음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훈의 은조에 대한 특별한 시선은 효선에게 한 번 발현하기 시작한 감정에 불을 지펴버리게 되었지요. 동수도, 새엄마도 아닌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훈오빠,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자기 것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효선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
4회 엔딩장면에서 8년이 지난 후 은조와 효선 사이에 툭하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여전히 두 사람은 파열음을 내며 기관차처럼 달려왔음을 한장면에 담아 보여주었습니다. 

문근영, 캐릭터를 재창조하는 연기력
본격적인 성인연기에 도전하는 문근영에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신데렐라 언니는 도전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의 변신은 이미 성공적으로 보여주었고, 국민여동생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배우 문근영이 국민여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문근영의 연기를 분석하다보니, 문근영의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눈에 뜨입니다. 서우의 효선 역이 초기 오버스럽다, 과장적이다, 공감되지 않는 어리광이다 등등의 비난에 시달린 것에 비하면 문근영의 은조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전혀 새로운 은조의 모습으로 눈에 섬뜩하리만치 독기가 서려있음을 보고 놀랐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독기는 문근영만이 할 수 있는 표정연기도 아니고, 반항적인 연기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은조야...은조야..." 라며 제 이름을 부르고 우는 한마리 새처럼 강가에서 무너지듯 우는 장면은 은조의 감정신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장면이었고,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장면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문근영의 캐릭터 표현에 있어 문근영의 특별함을 느꼈던 장면은 "은조야" 라며 강가에서 울던 신 외에 두군데 였어요. 
기훈에게 쇼핑백을 전해주는 여자를 보고 질투심의 불똥이 효선에게 터뜨려졌는데, 무릎이 깨져 꿰매고 돌아왔을 때, 엄마의 무릎에 누워 잠들어 있는 효선이의 모습을 보고 은조는 엄마를 빼앗긴 듯한 불안감과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 은조 눈에 기훈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어 온 기훈에 대한 야릇한 배신감을 느끼게 합니다. 

은조를 연기하는 문근영의 섬세한 연기를 본 것은 이 부분이었어요. 회초리를 맞은 다음날 아침 일찍 기훈을 불러내 "어제 그 여자 누구냐?" 고 물었지요. 그게 궁금해서 밤새 한 숨도 못잤느냐는 짖궂은 기훈의 말에도 이렇다 저렇다 말도 않고 그저 기훈을 쏘아볼 뿐이었는데요, 그 때 문근영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어요. 잠을 못 이룬 눈빛, 거기에 그 답을 듣지 않으면 하루종일 쫓아 다녀서라도 알고 말겠다는 듯한 오기마저 서려있었어요. 그 충혈된 눈을 보며, 아! 문근영이구나 싶더군요. 문근영은 상대방의 대사에 맞는 충혈된 눈까지 계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문근영의 연기를 보며 놀랐던 것은 버스터미널에서 기훈을 찾는 장면이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기훈을 불러야 하는데,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해서 입만 벙긋벙긋 거리기만 하는 모습은 너무 실감나는 장면이었어요. 강가에서 은조가 무너지며 "한번도 그 사람을 불러보지 못해서 은조야 라며 새처럼 울었다" 라는 방백과도 연결되었던 장면이기도 했고요.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여자같았거든요.  
문근영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어디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고민이 됩니다. 지극히 단답형의 말투, 독선적이고 냉소적인 표정만으로 은조라는 인물을 다 알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신데렐라 언니 은조라는 캐릭터는 강인하게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아이, 세상을 경계하는 아이,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은 아이, 찢긴 무릎팍에 남은 흉터처럼 가슴에 수없이 새겨진 상흔을 가진 아이... 이런 이미지를 부가적인 긴 대사나 설명없이 표정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모든 배우들에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문근영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문근영의 은조는 강렬합니다. 신데렐라 언니 은조를 뛰어넘어 버린 것 같아서 어쩌면 제작진이 난감해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문근영은 제작진이 의도했던 은조라는 캐릭터 그 이상을 보여주었고, 오히려 새로운 은조로 탄생한 느낌마저 듭니다. 문근영의 눈빛에, 문근영의 눈물에, 그리고 표정에 신데렐라 언니가 방송된 후 은조라는 캐릭터가 분분하게 분석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인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은조라는 캐릭터는 어느 한가지로 꼬집어 말하기가 힘듭니다.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못된 아이였다가 여린 아이로 은조는 인간이 가진 복합적인 내면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문근영에게 놀라운 것은 이 복합적인 모습들을 은조라는 캐릭터 하나에 응축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것도 긴 대사나 상황이 아닌 흑진주처럼 까만 눈동자와 표정, 절제된 목소리 톤만으로도 말이지요. 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배우의 성장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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