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8.0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의 약속, 이런 어메이징한 남자를 봤나! (25)
  2. 2013.07.26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 정웅인 악행 종지부 찍을 한마디 (6)
  3. 2013.07.11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기억 잃었어도 가슴이 기억한 이보영 (3)
  4. 2012.08.16 '아랑사또전' 까칠 이준기 홀린 신민아, 이렇게 귀여운 귀신 봤수? (5)
2013.08.02 09:32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명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게 고립, 고독, 혼자라는 외로움일 겁니다. 남들에게는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때문에 더 외로웠던 박수하도, 복수심과 증오로 11년을 산 민준국도 홀로 남겨진 사람들이었죠. 수하에게 혜성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민준국이 차관우를 늦게 만나서 안됐고...

민준국(정웅인)이 차관우(윤상현)나 신상덕(윤주상) 변호사같은 사람을 일찍 만났더라면, 어쩌면 그의 인생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며, 나는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인가 하는 반문도 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개인 이유가 내 주장만 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더 들어라는 창조주의 뜻이기도 하다는데, 실상 많이 못하는 경우가 많죠. 박혜련 작가가 수하(이종석)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준 것은 그런 점에서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설정이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라지만 실상 홀로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타인과 교류하기를 회피하고, 비판 비난만 일삼으며,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들지 않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성에 스스로를 가둔 사람들, 텅빈집에 홀로 남겨진 서대석(정동환)이 스스로 자초한 형벌이기도 했습니다.

민준국은 차관우의 '우리'라는 말에 11년간 짐승으로 살게 했던 복수심과 증오를 내려놓고 사람이 되어 감옥으로 들어갔습니다. "사형선고를 받게 되면 "우리쪽도 항소해야죠!", 우리쪽, 우리라는 말은 그토록 잔인무도한 살인마에게 사람의 웃음을 찾게 했습니다. 차관우는 최고의 변호사였습니다.

서대석(정동환)과 민준국(정웅인)의 결말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가장 불쌍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서대석이었다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가족들에게 조차 버림받은 서대석과, 피해자였으면서도 민준국이 하고 싶었던 말을 들어준 차관우의 '우리'라는 말에 잃어버렸던 소속감을 찾은 민준국, '우리'라는 말, '함께'라는 말이 얼마나 큰 힐링이 되는지를 보게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최고로 좋았던 작품, 그 마무리도 깔끔하고 기분좋게, 아니 행복하고 아름답게 끝냈습니다. 그 이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해피엔딩, 박수하의 약속은 미래라는 불안한 터널 속에서도, 빛으로 길을 인도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가장 좋은 해피엔딩의 예로 꼽고 싶군요.

몇년후 결혼해서 혜성과 알콩달콩 사는 모습으로 완벽한 해피엔딩이라는 도장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좋더군요. 전 수하의 약속이 그들의 결혼사진보다 더 감동으로 뭉클하고 좋았답니다.  

민준국 심문과정에서 1년전 주차장에서 장혜성을 찌른 것은 박수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서도연 검사, 수하에게 소환장을 보내 간이 철렁하게 만들었죠. 수하의 선택은 수하라는 인물에게 끝까지 애정을 놓지 못하게 하더군요.

장혜성이 아니라고 증언하겠다고 한 번만 거짓말을 하자고, 넌 그래도 된다고 설득하려 했지만, 수하는 자신이 혜성을 찌른 걸 기억한다고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하지요. 자신의 행동에 도망치지 않고 책임을 지려는 수하, 우리 수하는 정말 어른이 되었군요. 격하게 이쁘다 울 수하^^  

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수하, 혜성은 차마 그런 수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말려도 듣지 않을 수하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혜성이었죠.

"내 꿈속에서 자꾸 당신이 다쳐. 피를 흘리고, 경고였나봐. 가서 솔직하게 다 얘기하고 올게. 그러면 그런 꿈 더 안꿀거야. 만일 이 일로 당신 곁을 떠나면 나 기다려 줄 수 있어?".

수하가 많이 달라졌죠. 1년전 민준국 최종 선고일에 끝장을 보려고 혜성에게 남겼던 말과 비교해 보면 말이죠. 수하의 일기장에 쓴 이별편지, 1년 후에 혜성의 눈으로 읽게 된 편지였지만, 그 내용이 사뭇 다르더군요. 그 때는 혜성을 지키기 위해 떠나려는 수하였지만, 지금은 잠시 떠나게 되더라고 당신 곁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부탁이었으니 말이죠. 수하가 그랬죠. 처음 민준국과 싸웠을때는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아니라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살고 싶다고...  

 

한편 차관우는 수하의 일로 미친듯 서검 꽁무니만 쫓아다니죠. 서도연은 민준국의 변호를 맡아 서검과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오해하고, 기를 쓰고 피해다녔지만 말이죠. 회전문에 갇힌 서검사, 덩달아 갇힌 김공숙 판사는 뭔 죄람~ 김공숙 판사도 수하의 소환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서검을 설득하는 뜨거운 말을 남겨서 뭉클했답니다. 선풍기 판사 김공숙을 더 못보는게 종영된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저 이분 무지 좋아했거든요, 신상덕 변호사랑 세트로ㅎㅎ.

 

"당신과 나, 김판사님이 과를 만든 거에요. 우리 셋의 과를 바로잡고 민준국 잡은 공이 박수하에요. 그 공은 왜 안따지는 겁니까? 그리고 보상은요? 공도 보상도 없이 과만 따지는게 서도연 검사 법입니까?".

법은 냉정해야 한다고 돌아서버린 서도연, 서도연을 졸졸 따라간 김공숙 판사가 얼굴 가득 의미심장은 미소를 띄며 말하죠. "나도 서검처럼 법은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차변 생각처럼 법에도 심장이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은근 슬쩍 황달중 재판때 서도연이 보여주었던 서도연의 심장을 들먹여 주시는 선풍기판사^^ 

장혜성을 찌른 이유로 어쩌면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수하, 경찰대학 1차합격 통지 문자를 받고 혼자 눈물을 흘리지요. 수하가 꿈꿔왔던 미래, 그것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혜성에게는 그 마음을 들키지 않고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어찌나 안쓰럽던지요. 같은 시간 혜성도 쌍둥이 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요. 수하의 1년전 일기장, 수하방 벽에 붙은 수하의 미래와 꿈때문에 가슴 아픈 혜성이었습니다. '내가 없어지더라도 당신은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만 날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1년전 말없이 혜성 곁을 떠나버렸던 수하, 그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런 수하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이 미안한 혜성이었죠. 아침에 기다리겠다고 왜 말해주지 못했나, 후회하는 혜성입니다.  

다행히 수하는 기소유예로 아무일 없이 나왔지요. 서도연도 사실 박수하를 기소하는게 영 찜찜해 했지요. 수하는 출두를 했고 심문은 해야 하는데, 방법을 찾느라 머리 빙글빙글... 서도연은 박수하를 살인미수가 아닌 '폭처법상 흉기휴대 상해'로 바꿀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던 듯 보였죠.

수하의 입에서 민준국의 이름이 나오자, "그만!!!", 에고 놀라라, 소리를 버럭 지르며 수하의 말을 잘라버렸지요. 자칫하면 민준국의 살해미수로 기소해야 될지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을 서도연이 깔끔하게 정리! 서도연이 을매나 이쁘던지 궁디톡톡.  

집에 돌아오는 수하, 혜성은 참지 못하고 수하를 향해 달려갑니다. 멀리서 어두운 혜성의 얼굴을 보고 수하 역시도 수하를 향해 달려가고... 혜성이 수하를 덥썩 안고 혜성의 마음을 통째로 다 고백해 버렸지요.

"수하야, 미안해. 누구보다 너한테 의지하면서 아닌척 한 거 미안해. 널 누구보다 사랑하는데 표현못한 것도 미안해. 널 바라보면서 끝을 생각하고 불안해 한 것도 미안해. 다 미안해. 넌 절대 감옥 안가. 만일 가게 되더라도 걱장마, 내가 너 기다릴테니까". 혜성의 폭풍고백에 수하는 하늘로 두둥실~~ 

감옥 안간다는 말에, 다행이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오매 지금 나 뭐한 거여, 괜히 오바했다, 쪽팔리게, 망신망신 개망신', 당장 환불해 오라고 받지 않았던 목걸이도 찾아서 자진해 걸고 있었던 혜성, 목걸이로도 수하에 대한 마음 다 들켜버렸는데, 사랑스러운 혜성을 보는 수하 눈에는 하트가 둥둥 떠다니더라죠.

"사랑해, 무지막지하게 사랑한다", 참 혜성다운 고백이었습니다. 아는감? 혜성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사랑스러운 짱다르크인지? 수화를 배우고, 진심으로 피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어가는 짱다르크 못지않게, 이보영은 또 얼마나 이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했는지? 연기대상 후보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이보영의 연기변신, 제가 리뷰쓰면서 연기대상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보영이 아마 처음인 듯 싶네요. 아마 이보영 드라마는 앞으로 믿고 보는 드라마가 될 듯. 

이어지는 수하의 고백은 어떤 해피엔딩보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게 했습니다. 혜성은 수하에게 고백한 이후에도 수하와의 관계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합니다. 미래란 알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도 수하와 함께 있는 행복한 시간이 길게 이어질 것같다고 했지만, 수하는 분명합니다. 혜성은 수하에게 길이고 빛인 오직 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당신이 늘 불안해 하는 것 압니다. 그래서 언젠가를 준비하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그 언젠가가 와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10년이 지났어도 당신을 알아봤습니다. 기억을 잃고도 기억을 다 지우고도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다시 10년이 지나도, 또 기억을 잃어도 당신이 걱정하는 그 언젠가가 다가와도 난 당신을 찾아내고 다시 사랑할 겁니다".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습니다. 운명같은 사랑,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내 운명이라는 등의... 그런데 수하의 약속은 운명을 말하지 않아서 새롭고 좋더군요. 그래서 수하와 혜성의 앞으로의 날들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찾겠다는 말, 다시 사랑하겠다는 약속, 이 어메이징한 남자의 약속이 '운명'이라는 말보다 더 강한 믿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말이죠.  

경찰대학 면접에서 수하는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언급합니다. 수하의 입을 빌어 캐릭터의 성장을 함께 되돌려 보는 것도 마지막회의 좋은 연출이었습니다. 수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준 차관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 오만해 보였던 서도연에게서 본 틀린 것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 가서는 안될 길을 보여 준 민준국, 그리고 수하의 온리 원 그 사람 혜성의 성장을 수하의 면접을 통해 정리를 해줬지요. 

수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와 닿더군요. "그 사람때문에 전 누군가를 지키는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게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게 됐고요". 

수하의 말과 함께 오버랩된 수화로 대화하는 혜성, 감동을 너머 완벽한 메시지를 전달했죠. 혜성이 만난 피의자는 청각장애우였고, 혜성은 수화로 대화하죠. "나는 모두 들어줄 겁니다. 당신의 입장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국선전담변호사입니다", 완벽하게 마무리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제가 함축된 이미지였습니다.  

 

에필로그에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경찰제복을 입은 수하와 혜성, 그들은 서로를 향해 경례로 약속합니다. 서로 지켜주자고, 그 지킴의 약속은 두 사람만을 위한 약속은 아닐 겁니다. 경찰이 된 수하와 국선전담변호사 혜성, 힘없는 사람의 말에, 억울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진실을 위해 싸우고 사람을 지키는 좋은 경찰이 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고 어른이 된 혜성과 수하를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흐뭇합니다. 이런 변호사와 경찰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제게는 댓글란도 작은 행복입니다. 욕과 비난이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비판과 이견은 배움이 되며, 공감과 마음속 이야기들이 오가는 이 공간이 제겐 '우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하고 귀한 입과 귀이기도 하거든요.

 

누군가를 지키는 귀한 일,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중요한 일, 혜성과 수하, 차관우만이 하는 일은 아니겠지요. 그 귀한 일과 중요한 일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겠지요. 그 귀하고 아름다운 메세지에 귀를 기울였던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래서 조금은 더 행복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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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6 12:14




"너희 엄마는 어떤 분이셨어? 그러고 보니 수하 넌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안하더라", 왜그랬을까? 다분히 허무맹랑한 상상이겠지만, 수하의 팬던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어려서 엄마를 잃은 수하이기에 엄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였을까...아니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하 엄마에 대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와 민준국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수하는 팬던트를 열어 엄마와 찍은 사진을 보는 일이 많아졌죠. 그런데 수하의 표정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같은게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죠. 

그리고 차관우와 장혜성에게 보낸 과거의 기사들, 아사 치매 노인과 아이의 기사는 상상의 늪으로 저를 끌어들이더니 결국 밑도 끝도 없는 상상으로 절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더군요. 희미하게 처리되었지만 아이는 네살쯤 돼보였고, 기사는 잠이 들어 흔들어도 일어나지 못했다라는 식으로 표현되었을 뿐입니다. 이하 기사는 독거노인에 대한 복지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관심에 대한 요지로 절반이 채워져 있었죠. 병원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난동을 부리다 구속된 민모씨는 민준국이었고, 치매 독거노인과 아이는 민준국의 모친과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불분명한 것은 독거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는데,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더라는 것이죠. 혹 치매노인만 사망하고 아이는 깨어나 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어지는 상상은 수하가 민준국의 아들이고, 박주혁이 자신의 기사를 믿고 무리하게 수술을 시도한 민준국과 그의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수하를 입양했던 것은 아니었나 입니다.  

박주혁(박수하의 아버지)의 아내가 사망한 것은 2001년 4월, 민준국은 아마 그 이전에 병원난동으로 구속중이었던 듯하고, 2002년 출소해 당시 수술 의사였던 우성식 교수와 수술 성공생존율 100%의 허위기사를 썼던 박주혁 기자를 살해했죠. 수하도 자동차에 함께 타고 있었지만, 거리를 떠돈지 한참 돼보이는 노모와 아이를 보면 이들이 네살보다 어렸을때 민준국이 수감되었기에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

참 끔찍한 상상이죠? 황달중을 잘못된 판결로 26년간이나 감옥에서 살게 했던 당시 판사였던 서대석이 황달중의 딸을 입양했던 것처럼 말이죠.

 

수하가 엄마에 대한 말이 없었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팬던트의 엄마와 보낸 시간이 별로 없어서.. 어린 아이때 봤던 엄마 아빠의 얼굴을 어린 아이가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두세살 무렵에 엄마 아빠와 헤어진 아이가 2~3년 지나 내가 엄마 아빠다라고 나타나면, 아마도 누구라도 믿겠죠. 그런데 엄마는 입양되고 얼마되지 않아 사망해 버렸고...

공원관리국에서 발견된 당시 나이가 네살쯤 돼보였다고 했으니, 그때는 어린 나이지만 할머니한테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엄마가 또 생겼다? 어린 아이는 정리되지 않은 혼란비슷한 감정으로 새로 생긴 엄마를 봤을 수도... 그래서 수하가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 다른 상상은 수하의 팬던트속 엄마가 수하의 친모가 맞고, 그 여자는 박주혁의 아내가 아닌 민준국의 아내일 가능성입니다. 그런데 네살 정도였던 민준국의 아들 얼굴을 보니 수하 어렸을적 얼굴과는 좀 달라서 가능성은 좀 희박하기는 합니다.

문제는 수하의 잃어버린 핸드폰인데, 그 핸드폰에 팬던트가 걸려있고, 휴대폰은 민준국 손에 있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4885 오토바이 날치기가 왜 수하의 휴대폰만 가지고 갔을까? 오토바이 날치기는 민준국에게 돈을 받고 수하의 가방을 채갔겠지요. 24시간 경찰이 밀착보호중인 수하와 장혜성 둘 중 하나에게 접근하기란 쉽지 않았던 민준국은 수하의 휴대폰으로 혜성을 불러냈겠죠. 혜성이 수하의 휴대폰이기에 아무 거리낌없이 문자나 전화통화를 했을 거고, 민준국은 수하를 가장해서 몰래 법원 뒷문으로 나오게 유인했다든지, 수하를 납치하고 있으니 혼자 나오라는 민준국의 전화를 받고 나갔겠죠. 

그런데 민준국이 우연히 수하의 휴대폰에 매달린 팬던트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여자가 자기 부인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면? 팬던트 사진을 본 충격으로 수하나 혜성을 죽이지 못하고 멈칫하고, (혜성을 구하기 위해 수하가 치명적 부상을 입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전 수하의 죽음은 상상으로도 하고 싶지않군요), 여튼, 그때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결국 붙잡히고 맙니다.

*******허무맹랑한 제 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혜성이 납치되어 수하가 패닉에 빠졌죠. 어찌하지 못해 공중전화를 흔들고 우는 수하때문에 가슴이 씨리씨리 아파죽겠군요. 웨딩드레스 입은 혜성과 수하의 달달한 시간, 유치찬란한 꿈속에 혜성이 피를 흘리고 쓰러진 꿈때문인지, 결말에 이르러 누군가의 죽음이 더 나오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물론 수하가 혜성을 구하러 와서 둘 중 누군가는 다치거나 끔찍하지만 죽을 수도 있습니다. 혜성보다는 수하쪽이 죽을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전 수하의 죽음 역시도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그냥 쪼매만 다치는 정도로 하면 안될까 싶은데... 전 수하에 대한 야무진 상상으로 그의 청사진을 꿈꾸고 있단 말입니다. 수하와 충기는 경찰대학에 합격하고(충기는 완전 턱걸이로) 수하는 민중의 참 지팡이로, 혜성은 힘없고 억울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귀가 되었으면 싶거든요.

혜성은 드라마 처음부터 민준국의 변호사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에(드라마 흐름상) 일단 살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수하는 불길한 꿈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저 작가에게 치성드리는 마음으로 빌고 있습니다. 살려두지 않으면 차관우가 7년전 신상덕 변호사 차에 했던 것(똥칠이라죠?) 그대로 반사해주겠어요!!! 이러면서ㅎ;; 

 

엔딩에 나왔던 수하의 불길한 나레이션, 다분히 중의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희망과 슬픔의...

"2013년 7월 26일 오후 3시 10분, 그녀가 민준국에게 납치됐다. 그로부터 두시간 30분후 우리의 11년간의 이야기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종지부라... 누구와의 종지부를 의미하는 걸까요? 혜성과의 종지부라면 수하가 이런 과거형의 나레이션을 할 수 없겠죠. 종지부를 찍게 된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수하가 살아서 회상했다는 것입니다. 죽어서는 회상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종지부는 아마도 민준국과의 이야기가 종지부를 찍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는 민준국에 현장에서 체포되거나 죽었다는 것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물론 전 체포되기를 바랍니다. 짱다르크의 완성점이 민준국의 변론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황달중 귀신살인미수 사건은 배심원 전원 무죄평결임에도 법으로 무죄를 선고하기는 애매했습니다. 우리 귀여운 김공숙(김광규) 판사가 법 원칙과 마음과 싸우느라 머리털 한웅큼은 더 빠진 듯 보이더군요. 해법은 서도연이 내놨지요. 검사가 공소취소를 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에 대한 책임도 도연이 지겠다고, 도연은 친아버지 황달중을 결국 구했습니다. 오페라 까치도둑 서곡에서 변론의 힌트를 얻은 장혜성의 최후변론, 짱짱걸, 우리 혜성이 최고다!

김공숙 판사가 최종선고문을 읽는 동안, 황달중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황달중 재판의 하일라이트는 서도연의 눈물이었지만, 백미는 김공숙 판사등 재판부가 보여준 행동이었습니다.  

"국민들이 법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법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게 본 재판부의 생각이며, 국민참여재판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에서도 공소를 취소했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후, 세명의 판사가 취한 행동을 보며 얼마나 감동으로 울컥했는지 모릅니다.

김공숙(김광규)을 비롯한 세명의 판사는 황달중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더군요. 법의 사과였습니다. 26년 억울하게 옥살이를 시켰던 잘못에 대한 사과였죠. 황달중은 이번 재판을 통해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었죠. 뻣뻣한 권위의 상징 법은 26년 잘못된 판결에 대해 그들 세명의 판사를 통해 사과했던 거죠.  

재판이 끝나고 11년의 해묵은 일도 털어내는 장혜성과 서도연, 11년전 폭죽사고에 대해 서도연은 진심으로 사과했죠. "미안했다. 나도 아버지처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나봐. 틀린 걸 인정하지 않는게 얼마나 끔찍한 건지 오늘 알았어. 사과할게, 진심으로".

 

 

재판부의 사과와 서도연의 사과, 그리고 이어진 말은 황달중의 용서라는 단어였습니다. 정웅인의 악행 종지부를 찍을 단서 한마디 역시 '용서'입니다. 황달중의 국민참여재판이 끝나고 신상덕 변호사가 물었죠. 딸과 헤어져 살아게 한 서대석이 밉지않냐고?

"화납니다. 죽이고 싶게 화납니다. 근데 용서했어요.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내 남은 인생을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쓰고 싶지 않아요. 죽기 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게 흉한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용서하는 겁니다. (딸을 잘 키워준)서대석 판사가 이뻐서 용서하는게 아니에요". 

장혜성의 짱다르크 완성점이 민준국의 변론에 있는 것도 바로 용서때문입니다. 혹이라도, 그래서는 안되지만, 만에 하나라도 수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혜성에게 민준국은 죽이고 싶은 인물이 됩니다. 여태까지 혜성은 민준국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지는 않았죠. 두려워하기는 했지만요.

수하에게 내내 당부했던 말이 민준국에 대한 원망으로 가해자가 되지 말라는 말이었지요. 수하는 그 약속을 지켰고요. 민준국이 수하를 해쳤거나,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했다면, 혜성은 엄마 어춘심을 잃은 것과 함께 민준국에 대한 증오심을 억누르기 힘들 겁니다.

 

그런데 재판이 끝나고 황달중이 말합니다. 어머니 어춘심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았던 말을 말이죠. "내 남은 인생을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쓰고 싶지 않아요. 죽기 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게 흉한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황달중의 용서는 지금의 행복을 만들어줬습니다. 매일매일 병실에 온 딸 도연이 26년전에 전해주지 못했던 크레파스로 아빠의 얼굴을 그려주고, 닭살스러운 셀카도 함께 찍어줍니다.  

혜성의 엄마도 마지막까지 민준국을 불쌍히 여겼죠. 증오심으로 지옥에서 살아온 거 아니었느냐면서 말이죠. 민준국은 지난 10년 증오와 복수심이라는 지옥에서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에게 사과할 의사도, 기자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민준국이 사과보다는 복수를 택해 이들을 죽여버렸지만 말이죠.

어머니와 아들(?)이 굶어죽었다는 말을 들었을때,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을 겁니다. 없는 형편에 막대한 수술비를 내고 수술을 했지만, 아내는 의료사고로 죽고, 민준국이 교도소에 있는동안 치매기 있던 어머니와 어린 아들은, 굶어서 죽었답니다.

아내의 의료사고 후에도 박주혁은 여전히 성공생존률 100%라는 허위기사만을 썼습니다. 자신의 아내가 의료사고로 죽었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세기대학 병원의 의료사고에 대한 기사는 단 한줄도 내지 않았던 박주혁 기자였습니다. 병원에서 쥐어준 대가성 촌지때문이었겠죠. 병원도, 법도, 언론도 민준국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민준국은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고, 남은 시간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혜성이 그런 극악무도한 민준국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증오하고 복수심으로 이를 갈아야 할 장혜성이 말이죠. 장혜성은 민준국을 어춘심(김해국)의 당부처럼 아마도 마지막에는 용서할 듯 합니다. 혜성의 용서는 무죄를 주장한다는지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민준국은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박수하 역시도 아버지를 죽이고 혜성과 자신을 죽이려한 민준국을 용서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면서 민준국을 변화시켜 보길 바래봅니다.  

 

무죄인 사람을 무죄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하지 않는 것도, 억울한 사람에게 법의 선처를 내리게 하는 것도 짱변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짱다르크라고는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마음의 복수심, 증오심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변호와 그 지옥같은 마음의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 역시도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하처럼 생각을 읽는 능력은 없지만, 진심을 읽어주는 변호사, 상처를 읽어주는 변호사, 우리사회에 있어줬으면 하는 진정한 짱다르크는 아닐까...

혜성이 민준국을 변론하는 것이 곧 용서일테죠. 장혜성의 용서는 민준국의 마음을 움직이고, 민준국은 모든 범행을 인정하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감옥에서 살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더이상 복수심과 증오라는 또 다른 감옥에서 살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용서로 마지막 남은 시간을 마음의 감옥에서 살지 않게 된 황달중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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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09:38




'합리적 의심', '무죄추정의 원칙'... 어춘심을 살해하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던 민준국(정웅인), "망할놈의 원칙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그 원칙을 혐오하던 사람이 그 원칙으로 한 사람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코끼리 퍼즐을 예를 들어 최후변론을 한 서도연 검사의 말도 쉽게 이해되었고,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장혜성의 변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도연 검사가 예시했던 사건의 피해자가 혜성의 어머니였다는 것을 밝히면서 까지 수하의 무죄를 주장한 장혜성, 민준국이 빠져나갔던 것과 같은 법의 원칙에 근거해 수하는 무죄판결을 받고 나오게 되었지요. 휴~~ 다행. 수하의 선고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일주일이 참 길었다우~ 

박수하를 목격했다는 신고자 문성남을 찾아간 서도연, 그리고 도연과 과일가개 아줌마를 지켜보고 있는 민준국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했죠.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살해당할 가능성이 커보이기는 한데, 뒤를 캐고 다니는 과거 11년전의 또다른 목격자 서도연(이다희)도 민준국의 범행대상에 오를 것 같아 불안하군요. 곧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것이라는 황달중 역시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수하의 공판은 5:4라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지만, 아내를 토막살인했다는 죄목으로 25년째 감옥에서 살고 있는 황달중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마치 남일 얘기하듯 자신의 머리가 뭐가(뇌종양?) 생겨 형집행정지로 다음 주면 나가게 될 거라는 황달중, 뒤에 이어진 황달중의 미소가 너무 맑고 좋아보여서 슬펐습니다. "박수하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친구는 나처럼 살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민준국에게 왼손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증언으로 수하에게 유리한 증인이 돼주기도 했던 황달중, 그는 25년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지만, 수하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만족해 하는 그의 미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혜성의 최후변론 마지막 말이 가슴께에 얹혀오더군요. "(무죄임에도) 인생의 빛나는 시간을 감옥에서 살게 된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망할 놈의 원칙(형법 325조)이 필요한 겁니다. 제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놔 준 개떡같은 원칙이지만, 또 그 원칙이 피고인을 살릴 수 있는 지푸라기같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울음을 꾹꾹 참으며 최후변론을 마치고 나온 혜성은 끝내 화장실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지요. 어머니를 죽인 살인마를 내보내야 했던 법이었는데, 수하를  살리기 위해 그 원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자신이 잘한 일이었냐고 물으면서 말이죠. 우리가 흔히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하는데, '법대로'라는 말, 적용되는 사례는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로 나오는군요.

김공숙(김광규) 판사도 이번 재판은 개운한 마음이었을 듯 합니다. 지난 번 민준국 재판때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볼 일보고 뒷처리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온 듯한 표정이더니 말입니다.  

 

무죄판결을 받고 법원로비에 우두커니 서있는 박수하,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수하에게 세상은 망망대해 같았을 겁니다. 수하의 집주소를 알고 있던 혜성이 수하를 아파트까지 데려다 주지만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하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열쇠수리공을 기다려야 했지요.

30분안에 온다는 열쇠수리공을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혜성은 세상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죠. 자신의 어깨에 잠든 혜성의 머리를 기대주는 수하, 재판중 메모를 하던 혜성의 왼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수하입니다. 참 고마운 손입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참 좋은 사람입니다. '고맙습니다', 혜성의 손에 입을 맞추는 수하, 마치 숭고한 의식을 치루듯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손키스에 가슴이 벌렁...  

온 마음이 담아 잠든 혜성에게 전하는 수하의 마음, 혜성의 손을 잡고 감사의 키스를 한 일이 벌렁할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숭고한 의식같아서 뭉클했는데도, 수하(이종석)땜시 덜컹했네요. 요즘 이 어린 남자에게 제 마음도 홀라당 빠지고 있는 중이라...ㅎ

 

충기에게서 건네받은 일기장, 완전히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퍼즐 한 조각처럼 장혜성과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한 수하입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혜성에 대한 기억이 없음에도 혜성을 보면 자석처럼 수하 마음이 따라가죠.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 망망대해같은 세상에서 수하의 손을 잡아줄 단 한사람처럼 느껴지는 수하입니다. '난 당신을 잊지않았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면 내가 꼭 지켜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어느 날 적어둔 자신의 일기, 일기속의 당신이 장변임을 수하는 알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었어도 가슴은 그녀를 기억하는 수하입니다.  

이종석의 담백한 내면연기가 참 좋더군요. 자신의 감정을 다 표출하지 않는데도 이종석의 졸린듯 촉촉한 눈빛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고, 감정을 싣기보다는 착잡하게 내뱉는 대사톤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매력적입니다. 

 

물론 어린 연하남 수하에게 빠지고 있는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애써 부인해보고 수하와 거리를 두고 피하려고 해보지만 혜성도 수하를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지요. 재판이 끝나고, 수하의 무죄를 끌어내면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다시 묻겠다던 차관우 변호사를 피하는 혜성, 화장실 앞에서 차관우를 보고 잽싸게(완전 티나게 ㅎㅎ) 몸을 숨겼지만, 들켜버렸지요. "내가 안되는 이유, 물어봐도 돼요?", "내가 말도 안되게 어이없게도 그 애가 자꾸 신경쓰여요. 정말 말도 안되게 내가 그 애를 좋아하나봐요". 

혜성은 수하를 좋아하게 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수하를 피해다녔죠, 사무실로 찾아온 수하때문에 책상밑에서 발에 쥐가 나도록 숨어있어도 보고, 김공숙 판사의 가운을 방패로 거리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숨어걸어가기도 했고, 수하에게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는 포스트잇까지 붙여두고 왔지만, 수하를 그녀 마음에서 밀어내지는 못했더군요.

결국 회전문에서 수하에게 꼼짝없이 잡힌 혜성, 수하에게 모진 말로 거리를 두려고 하지요. "널 피곤할 정도로 싫어했어. 니가 아니라 민준국이 나한테 특별해서 열심히 변호한거야. 네 덕에 변호사가 뭔지 알게 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치만 거기까지! 그니까 너도 여기까지!!". 

수하와 만나기를 불편해 한다는 눈치를 채고 있었던 차관우의 구조전화로 수하를 두고 커피숍을 나와 도망치듯 택시를 타고 가버린 혜성, 혜성의 귀에 수하의 말이 자꾸 맴맴 돕니다. "가지마요, 가지마".

 

커피숍에서 수하에게 모진말을 해주고 돌아서 버렸던 혜성, 차관우가 집까지 바래다 주었는데, 결국 나가고 말았죠. 억수같이 비가 오는데, 그 바보같은 녀석은 아마도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혜성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혜성은 기억도 못하는 약속을 지킨다고 10년을 찾아 혜성 앞에 나타났던 그 녀석, 그 녀석의 쇠심줄같은 고집, 그 멈추지 못하는 사랑을 혜성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진짜 미치겠다, 너를 어떡하면 좋으냐...", 비를 쫄딱 맞고 커피숖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수하, 혜성의 가슴이 철렁합니다. '안되는데, 이건 아닌데... 어린 널 좋아하고 있는 나는 어떡하면 좋냐... 니가 아니라 내 마음이 날 겁나게 한다, 수하야'.

 

수하가 웃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웃고 있습니다. 떨어뜨린 우산을 주워 혜성에게 씌워주면서 수하는 웃습니다. '와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잃었어도 내 가슴은 여전히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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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08:01




오래만에 유쾌 상쾌, 웃음 빵 터지는 재미있는 퓨전 판타지 사극이 나왔습니다. 밀양에 전해져 내려오는 처녀귀신 아랑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아랑사또전은, 예상을 뛰어넘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색의 묘미를 살려냈습니다.
바둑두는 옥황상제(유승호)와 염라대왕(박준규)의 모습은 신선한 캐릭터 파괴였지요. 특히 신비로운 미색을 자랑하는 옥황상제 캐릭터는 허를 찌르는 재미였습니다. 허연 수염을 드리운 옥황상제에 대한 고정이미지를 한 방에 무너뜨린 신개념 옥황상제 유승호, 그 출중한 미색에 쓰러지겠더라고요.
우왕~ 하도 아름다워서 저도 한 번 쓰러졌다 일어났습니당^^.
나중에 아랑이 옥황상제를 알현할 일이 생기면 영감탱이가 아닌 모습을 보고 하늘나라에서 기절해서 두 번 죽는 일이 발생할 수도ㅎㅎ. 하늘에서 벌어지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바둑대결 못지 않은, 예측불허한 세상일을 보는 우주관의 대립은 이 드라마에 철학적 깊이마저 더해줄 듯 보입니다.

3년전 실종된 어머니의 행적을 쫓아 밀양으로 온 은오(이준기)는 골치덩어리 처녀귀신 아랑(신민아)과의 조우로, 아랑의 억울한 사연에 관여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관심가지기를 극구 거절했던 은오였지만, 추귀 무영(한정수)에게 쫓기는 아랑의 머리에 꽂은 비녀를 보고, 말을 타고 아랑을 추귀로부터 구해냅니다.
사또로 만들어 자신의 이름과 죽은 사연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은오, 아랑의 비녀가 은오의 어머니와 어떤 사연이 있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지요.
밀양에 부임한 신관사또의 의문의 죽음은 아랑때문이었습니다. 신관사또로 깜짝 카메오로 출연한 윤도현이 극의 재미를 주기도 했지요. 갑옷으로 무장한 비장한 표정의 윤도현도 몸이 반쪼가리인 귀신을 보고는 그대로 저승길을 향했습니다. 귀신들 세계에서 은밀히 거래된다는 환약을 반으로 갈라먹었더니, 귀신모습도 반토막만 나왔다는 재미있는 설정이 드라마의 코믹함을 더해줍니다. 보이그라라는 환약 이름명도 참 기발하더라고요.
첩실소생 서자, 정신 오락가락한 왕이라는 시대적 정황이 연산군 시대를 엿보게 했지요. 민심은 흉흉해지고 고을 도처에서 억울한 사연을 가진 원귀들이 늘어나는 시대, 은오라는 인물은 백성들에게는 희망을, 시청자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듯합니다. 은오앓이 기대해도 되겠지요. 전 벌써 은오도령 이준기에게 홀라당 빠질 준비를 마쳤다우~
아랑사또전은 이준기의 군 제대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신민아와의 조합이 어떨까 자못 궁금하게 만들었는데, 첫회를 본 소감은 완소커플이 될 조짐입니다. 이준기의 농익은 연기와 능글능글 능청스러움과 까칠한 모습은 나쁜남자 조선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후환이 두렵지 않은지 귀신들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은오때문에 걱정스럽더라니까요. 드문드문 보여주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이준기의 감정연기를 돋보이게도 했지요. 출중한 액션연기까지 소화해야 하는 이준기지만, 믿고 보는 이준기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은 모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이준기의 매력 중 하나는 익살스럽고 짖궂은 미소년의 장난스러운 표정이었는데, 군복무 후의 이준기에게서는 미소년의 익살스러움보다는 농익은 능청스러움으로 성숙미까지 더해졌더군요. 비에 젖은 저고리를 훌러덩 벗으려던 아랑과 눈이 마주쳐서 '얼음땡! 못봤어요' 하는 표정도 압권이었죠. 
추귀 무영에게 쫓기는 아랑을 말에 태우는 장면에서는 여심을 흔드는 마초적인 매력을 품어내기도 했습니다. 첫회부터 은오와 아랑커플에게 이토록 설레이다니, 걱정입니다. 귀신과 사람이라는 정체성때문에 말입니다. 정한수 떠놓고 옥황상제나 염라대왕께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기도드리는 시청자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도 포함ㅎ;;
아랑사또전의 아랑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신이었습니다. 신민아의 귀여운 귀신 연기를 보면서 흡족했던 것은, 요즘 여배우들에게서 보여졌던 귀여운 척의 '척'이 없었다는 겁니다. 신민아의 무뚝뚝한 대사마저도 귀엽게 녹아들고 있더군요. 아랑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매력도 귀신과의 거리를 좁혀주었고 말이죠.
무당에게 도둑질을 시켰다가 무당(홍보라)이 곤경에 처하자, 추귀들이 쫓아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무당을 구해주는 모습에는 인간으로 살았던 아랑의 모습을 읽게 했지요. 귀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귀신 곡할 노릇인 기발함과, 아랑이 의리와 인정이 있는 규수였다는 것도 캐릭터의 매력입니다.
무당이라는 천한 신분으로 도둑질을 한 것이 밝혀지면 무당짓도 못한다는 말에, 저승사자에게 붙잡힐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구해주는 아랑이었죠. 귀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포졸들이 뭘 잘못먹었는지, 지랄발광(ㅎ)을 하는 우스운 모습으로 비춰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이런 것이 귀신이라는 판타지요소를 가미한 볼거리 재미임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아랑사또전 첫회를 보는 내내 신민아의 놀라운 연기변화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조금 부족한 어눌한 연기로 발연기 지적을 받았던 미호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신 아랑으로 돌아온 신민아입니다. 대사는 자연스러워졌고, 무엇보다 연기가 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신민아 연기의 단점은 표정과 대사가 정적이라는 점이었죠. 특히 카메라 앵글을 의식한 정지된 듯한 표정연기는 신민아 연기의 한계였죠. 예쁜 여배우들의 카메라를 의식한 화면빨 욕심은, 연기보다는 얼굴에 주목하게 만들어 드라마 몰입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신민아의 놀라은 변화는 단순히 대사전달을 자연스럽게 했다는 것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대사만 빨리 친다고 연기가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요, 발음만 정학하게 하면 빠르게 글읽는 것과 다를바 없죠. 그런데 신민아는 대사와 일치된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막무가내 억지땡깡쟁이 표정을 자유자재로 소화하고 있더군요. 눈물연기만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듯이, 신민아는 다양한 표정연기로 아랑의 캐릭터를 표현했지요. 이렇게 수다스러운 귀신은 처음인데도, 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귀신이 무지 귀엽더랍니다. 시청자에게 귀여운 척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끼게 했다면 연기가 좋았다는 의미겠죠.    

신민아는 카메라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몸동작과 대사, 그리고 얼굴표정에 힘을 빼고 아랑이라는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드라마 신의로 6년만에 안방에 복귀한 김희선을 보면서도 느꼈던 좋은 변화였습니다.
머리를 헝크리고, 얼굴에 검댕이 칠을 하거나 꽃거지 분장만 한다고, 드라마에서 필요로 하는 망가짐이 다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요. 예쁜 표정을 버릴 때는 버리고, 캐릭터에 녹아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제대로 망가졌다, 혹은 연기의 어색함이나 이질감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요. 드라마 캐릭터에 녹아든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았다는 느낌이랄까, 시청자에게도 신민아에게도 보기 좋은 연기변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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