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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7 '해품달' 생각할수록 괘씸한 연우, 감독은 사극 디테일부터 배워야 (19)
2012.03.17 11:04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한가인의 연우는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 끝난 드라마 새삼 한가인의 연기력이 어쩌네 저쩌네를 말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해를 품은 달은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고, 특히 여주인공의 미스캐스팅은 최고의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요.
드라마를 그저 줄거리 위주의 흥미거리로 보지 않고 나름대로의 분석과 의미를 찾는 작업을 하는 리뷰블로거인지라, 드라마와의 흐름과는 별개로 감독의 연출이나 작가의 필력을 종합적으로 보게 됩니다.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 한가인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감독과 작가에게 불만이 큽니다.
지난 글에서도 한가인은 현장에서 연기를 지도해 주는 감독복도, 카메라복도 지지리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쓰기도 했지만, 연우라는 캐릭터의 실패에 일정부분은 감독과 작가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진수완 작가가 원작에는 없는 기억상실증을 넣은 이유가, 연우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우울하게 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진수완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기억상실증을 넣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아쉽게도 한가인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월일 때나, 기억을 찾은 연우일 때나 달라진 모습이 아니어서, 진작가가 오히려 깜놀했겠더군요. 진 작가는 연우가 어두운 모습만 보이는 것이 우려되어 처음에는 밝은 월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었다는데, 밝은 월은 커녕 시종일관 어두운 월을 그렸지요. '나는 누구인가, 이 기억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월이 밝을 수만은 없었을 테고, 궁으로 납치되어 액받이무녀로 들어간 이후에는 품어서는 안되는 왕을 품는 고민도 잠시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딱히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무표정의 월, 그리고 감정없는 말투는 작가가 생각했던 밝은 월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였을 듯합니다. 첫회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부터 높낮이 없는 국어책을 읽는 통에 어떤 분위기도 느낄 수 없었으니 말이죠. 시청자가 느꼈던 것을 작가라고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테지요. 
아무리 기억상실증에 걸린 무녀라고는 하지만,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그런가보다 한결같이 멍때리는 표정을 일관했던 지라, 그녀의 생각을 종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시청자를 대신해 훤이 이렇게 물었죠. "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냐?".
처음에는 종잡을 수 없는 한가인의 표정때문에, 혹시 기억을 되찾은 것은 아닌가 라고 헛다리를 여러번 짚었습니다. 골방에 갇혀 과거의 기억과 마주했을 때, 은월각 앞에서 훤의 기억이라고 착각했지만 연우에 대한 기억을 보았을 때, 고문을 당하면서 윤대형을 매섭게 노려볼 때도, 그리고 훤이 들어와 자신의 모습을 보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을 때도, 기억을 찾은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습니다. 매번 틀렸지만 말이죠. 그만큼 연우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읽기가 힘들어서, 그렇게나마 연우를 이해해 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기억을 찾은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무녀 주제에 고관대작이건 왕이건,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눈빛과 가방끈 길다는 표시를 역력히 냈다는 이유로, 영특한 연우보다는 건방진 연우의 이미지마저 안게 되었죠. 조선시대에 여자가 눈 동그렇게 뜨고 왕과 비단옷입은 고관대작을 가르치는 모습을 곱게 보는 시청자는 드물죠.
그런데 이런 한가인의 연기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감독이나 작가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한가인에게는 불운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해 김도훈 피디는 한가인이 예뻐서 질투를 했나 보다라고, 물론 우스개 소리였겠지만 시청자를 우롱하는 쉴드를 쳐주기도 했더군요. 한가인이 예쁜 것과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이 왜 연결되는지도 모르겠고, 참 기분 나쁜 우스개더군요. 
한가인도 첫사극 연기라 비판과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솔직히 김도훈 피디도 만만치 않게 사극연출에서 헛점을 드러냈습니다. 초반에는 스태프가 카메라에 잡혔던 일이나 커피녀의 등장, 임시완의 패딩점퍼 등등 옥에 티마저 해품달에 애정으로 시청자들이 오히려 웃음으로 넘겨주기도 했지요. 
특히 마지막회 양명군의 죽음은 수준급(?) 발연출이었죠. 지난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고, 짜증나서 더 이상 떠올리기도 싫습니다. 이런 옥에 티는 시간상의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시청률에 미안해지는 마무리였죠.
그런데 유독 한가인의 장면에서는 시간이 많았든 적었든, 사극에서 당연히 신경써야할 디테일마저 무시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연출마저도 한가인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한 목 거들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왕 앞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무녀의 대비마마 포즈는, 연기자가 몰랐더라면 감독이라도 지적을 해줬어야 했다는 것이죠. 많은 궁중 사극을 봤지만 왕 앞에서 양반다리하고 있는 무녀도 처음이요, 왕 앞에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빤히 쳐다보며, 그것도 양반다리를 한 체로 정치담론을 벌이는 무녀도 처음봤습니다.
마지막회에서는 사극 최초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왕보다 상석에 앉은 중전의 모습까지 나오고 말았습니다. 훤이 연우의 처소에 상소를 가지고 와서 읽고 있던 장면에서 였지요. 훤의 침소 병풍 뒤 골방도 아니었고, 분명 중전의 처소였는데요, 한시라도 연우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훤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기는 했지만, 사극에서는 처음보는 아주 생소한 장면이 나오고 말았으니, 왕이 문간에 앉아있더랍니다.
보다보다 왕이 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병풍 뒤 골방에서는 장소가 협소해서, 혹은 불시에 훤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기에 연우가 발딱 일어날 시간여유가 없었다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이건 아니지요. 아랫목 보료에는 연우가 떡하니 앉아서 책을 읽고, 연우와 마주하고 훤이 상소를 읽고 있더군요. 아무리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이런 괘씸할 데가 있나 싶더군요. 대비마마인 줄 알았습니다. 여왕도 아니고...
감독이 얼마나 사극의 디테일들을 무시했는지,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연출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드라마 장녹수에서 김처선이라는 내시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낙훈님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그분이 했던 말중에 기억나는 것이, 촬영중 쉬는 시간에도 결코 왕의 자리에 앉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원로배우인데다 대선배이기에 촬영중 쉬는 시간이면, 소품의자에도 앉아 쉬고 했겠지요. 후배연기자들은 당연히 이낙훈에게 그래도 가장 좋은 자리를 권했을 것이고, 그 의자는 왕이 앉는 의자(옥좌)였겠지요. 그런데도 한사코 이낙훈은 왕이 앉는 의자를 마다하고, 뜨락의 돌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쉬셨다는군요. 임금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되는 것이거늘, 내시가 감히 옥좌에 앉는다는 것은 불경이라면서 말이지요.
한가인과 특히 김도훈 피디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왕과 있을 때 상석에 누가 앉아야 할까요? 어느 가정이나 한 집안의 가장에게 상석을 내줍니다. 하물며 왕인데 아무리 연우의 방이라고는 하나, 그런 황당한 모습으로 앉혀서는 안될 일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한가인의 연기를 떠나 한가지는 꼭 집어주고 싶더군요. 이는 전체 그림을 그려가는 감독에게도, 지문을 넣어주는 작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한가인은 무녀 월이었을 때도, 중전이 되어서도 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함께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훤이 일어나면 반사적으로 일어났던 운이나 상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죠. 훤이 말을 하면 앉은 채로 올려다보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왕이 일어났는데도 말이지요.
지문에 굳이 앉아 있으라고 써 있어서 그랬는지, 귀찮아서 안 일어났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대본을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연우(한가인), 이런 사소한 것들마저도 감독도 고쳐주는 모습이 없었기에, 연우의 버르장머리없는 모습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사람은 감독입니다. 아무리 연기자가 연기를 잘했다해도 감독의 손에서 마무리 작업이 깔끔하지 못하면, 연기도 빛을 잃고 드라마의 완성도와도 거리가 멀게 되지요. 사극에서 특히, 궁중에서의 몸가짐은 연기자도 기본으로 갖춰야 하지만,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감독이나 연기자에게는 사소한 장면이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왕과 함께 있으면서도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중전이라니... 연기자가 안되면 감독이라도 고쳐줬어야지요. 조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법도를 지키는 궁궐 안방을 이런 하극상으로 보여주면 곤란하지요. 한가인이 김수현보다 연장자라 대우를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궁중극의 기본은 지켰어야 하지 않겠어요? 감독에게도 사극연출 공부를 꼼꼼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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