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에 해당되는 글 20건

  1. 2011.11.01 '천일의 약속' 수애, 시청자 울린 한마디 "아직 아냐" (8)
  2. 2011.10.26 '천일의 약속' 박유환의 오열, 드라마 분위기를 바꿔버리다 (14)
  3. 2011.10.25 '천일의 약속' 지워지는 서연의 기억, 통증없는 고통이 시작되다 (3)
  4. 2011.10.19 '천일의 약속' 수중키스에 침몰한 사랑, 늦기 전에 끄집어내야 (4)
  5. 2011.10.18 '천일의 약속' 수애의 감정 못살린 대사처리, 긴장이 컸나? (4)
2011.11.01 09:15




지형과 재민, 그리고 동생 문권이 자신의 병을 알게 된 것에 자존심 상해하고 분노하는 서연. 무너지지 않으리라 덧셈 뺄셈을 반복하고, 심지어 주기도문까지 영어로 외우며 자신의 병을 부정하던 서연이 무너지는 모습에 함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그동안 치매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려 했던 제 머리가 산산히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네요. 그리고 당해보지 않았기에, 경험하지 않았기에, 머리로만 치매를 이해하고 아파하려 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서연의 고통은 그동안 막연하게 기억을 잃어가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미치지 못했고, 바보가 되어가는 것를 거부하는 몸부림이 먼저였지요. 비약보다는 단계적 심리묘사를 해가는 작가의 섬세함이 와닿더군요. 그래요, 만약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면 '내가 바보가 된다고?'라는 반응이 먼저일 듯합니다. 기억이나 추억이 지워져간다는 것은 다음 고통일 듯합니다.
재검을 받고 치료를 하자는 지형과 재민의 권유를 뿌리치는 서연, "난 멍청이 돼가면서 느리게 죽어가는 것보다, 빨리빨리 끝내고 싶어. 주변사람한테 폐끼치면서 동정받으면서,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그렇게 무거운 보따리고 길게 끌고 싶은 생각없어. 텅텅 빈 껍데기로 사고나 치면서 가까운 사람 아까운 시간 갉아 먹으면서...". 
그래도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벌자는 지형에게 착한 "남자 흉내 그만내고 꺼지라"며 독설을 내뱉은 서연이었지요. 그리고 덧붙이는 서연의 말이 가슴을 후벼파더군요. "강요하지마, 지금 이대로 난 아니다 우기게 놔둬". 자신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서연은 강한 자기부정과 최면을 걸며 버티고 있었지요. 메모장을 써가며 일일이 체크하고, 어려운 단어들만 골라가며 반복해서 외워보고, 다른 사람들 누구에게나 있는 건망증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안간힘을 써가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알게 되자 정말 사실이 되는 것같아 더 두렵고, 화나는 서연입니다. 들키고 싶지않은 치부, 홀라당 벗겨져 자신의 머리속을 누군가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화나는 서연이지요. 증세가 심해져 누구나 다 알아채기 전까지는 정상이고 싶었던 서연입니다. 그때는, 그때는 자신이 바보가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테니까요. 그래서 상할 자존심도 남아있지 않고,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도 모르고, 동정을 받고 있는 것도 모른채, 심지어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모른채, 텅빈 나무처럼 그렇게 멍하니 고통없이 그들의 눈을 마주할 수 있을 것같아서 말이지요.

죽을만큼 사랑했던 지형, 그래서 그 행복했던 어느 순간에는 이대로, 사랑하는고 행복한 상태로 그 시간이 정지되기를 바랐었고, 한 번쯤은 신이 그녀를 돌아다 봐주기를 바랐던 서연이었습니다. 불행으로 점철되었던 그녀 인생에서 단 한번의 축복으로 허락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던 서연이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헛된 망상임을 알았을 때, 서연은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행복같은 것은 없다고, 신의 축복이나 선물따위는 그녀의 인생에 없다고, 아니 보란듯이 거절하겠다고, 그것이 이서연이 박지형에게 내세울 수 있는 자존심이었고, 신에 대항하는 무기라고 생각했던 서연이었지요.
그래서 그 사람이 결혼 날짜가 잡혔다고 이별통보를 받고서도 서연은 무너지지 않았지요. 그 사람 앞에서 무너지는 것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남루한 인생을 두번 확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서연이 살고 싶다고, 아직은 아니라고 치매를 부정하며 무너져 우는 모습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서연은 재민에게 자신의 병을 알린 문권에게 불같이 화를 내지요. 차라리 그럴 수만 있다면 누나의 머리와 자기 머리를 바꾸고 싶다고, 대신 죽어줄 수 있다면 죽겠다는 동생 문권(박유환)의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문권의 말이 정말 제가 동생이어도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가슴 짠하게 울려오더군요. 이 드라마 왜 이리 슬퍼요?ㅠㅠ
죽을 날짜 받아 놓은 사람처럼,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진단을 받은 서연에게, 지금 그 누가 무슨 말을 한다한들 위로도, 병을 없애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머리를 대신 바꾸고 싶다는 동생 문권이나,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 서연이나 가슴만 답답하고 힘들 뿐이죠. 매순간 절망이 가슴을 숨도 쉬지 못하게 내리누르고 있는 것을, 서연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다 알지 못하겠지요. 
동생에게 불같이 화를 쏟아붓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배달전화번호를 찾아 만두국을 시키려는 서연, 그러나 가방을 회사에 두고 왔다는 문권의 말은 그녀의 가슴을 쿵!하고 내려치지요. 대신 전화를 걸겠다는 문권에게 "바보 취급하지마. 아직 아냐"라며, 만두국을 시키는 서연은 그렇게 바보가 되어 가는 자신과 마주하기를 겁내고 있습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억을 잃어가며, 바보가 되어가면서 느껴야 하는 서연, "아직 아냐"라는 단 네글자의 짧은 말이 이렇게 가슴을 아리게 하다니, 드라마가 끝나고서도 한동안 멍해져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형(김래원)의 넋나간 표정처럼 그렇게 말이에요.
아직이라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 걸까? 서연은 아직은 바보가 되지 않았다고 언제까지 말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금 이대로 멈춰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겹치니 펑펑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연은 그 시간이라는 놈이 제트기처럼 빨리 지나가 주기를 바랐을 겁니다. 지형을 떠올려도 가슴 아프지 않게, 그래서 어느날 백화점에서 배가 불러 만나도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며 지나갈 수 있게 말이지요. 5년 후에는 아빠가 된 지형, 10년 후에는 40대 아저씨가 된 지형을 만나도, 그저 덤덤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누렇게 희미해진 옛날 사진처럼, 내려놓은 지도 모르게 내려놓았다가, 언젠가는 공룡시대 화석처럼 그렇게 잊혀질 수 있게, 아니 잊을 수 있게 말이지요.
도로의 자동차들처럼 시간이 그렇게 휙휙 지나가 주길 바랐던 서연은, 이제는 제발 가지 말아달라고, 멈출 수 있으면 멈춰달라고, 아직은 아니고 싶다고 빌어보는 서연입니다.
비로소 혼자 감당하고자 하는 서연의 마음이 읽혀지기 시작하더군요. "자존심...너무 아프다. 나는, 내 인생은 마지막까지 이렇게 남루해야 되는 거니!...". 그동안 안간힘을 쓰고 서있던 서연이 맥이 풀려 쓰러져 버리고, 재민에게 "오빠, 나 좀 집에 데려다 줘"라며 오열하는데, 서연의 말이, "오빠 살려줘, 살고 싶어"처럼 들리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아직은 살고 싶다고, 아직은 이서연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고 말이지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덤덤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병을 부정하던 서연이 장재민에게 안겨 엉엉 우는 장면은, 그냥 서연에게 투영되어 있는 수애의 모습을 보게 했습니다. 마치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듯이, 살고 싶다고 아프게 우는데, 가슴을 먹먹하게 하더이다.
그동안 수애가 맡은 서연이라는 캐릭터가 대사의 부담감과 사랑, 이별,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 등 너무나 많은 감정선들이 얽혀있어서, 무엇이 그녀의 주된 고통인지 애매모호한 감이 있었는데, 그 혼재된 모든 감정들을 목놓아 우는 오열로 정리를 해주더군요. 아마도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서연때문에 많이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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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8
  1. 온누리 2011.11.01 09:51 address edit & del reply

    기억을 잃어간다는 병
    그리고 어릴 적 한 대의 기억에서 멈추어 버린다는 이 병을 실제로 오랫동안 목격했습니다
    그것 하나만 갖고도 수애라는 배우가 배역을 맡은 역할이
    정말 힘들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아마도 저 친구이기에 더 실감이 나질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잘보고 갑니다^^

  2. 박씨아저씨 2011.11.01 09:52 address edit & del reply

    나 이거 아직 한번도 안보았는데~
    수애씨는 좋아합니다~ㅎㅎㅎ

  3. 굄돌 2011.11.01 10:19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수애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를 모르게 된다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은 아침미사가 없는 날이라 편히 이웃방문을 하고 있네요.
    오후에 장례미사가 있어서 수업 전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4. 왕비마마 2011.11.01 11:26 address edit & del reply

    계백을 보느라 이 드라마는 항상 재방으로 보는데~
    어서 빨리 보고싶네요~ ^^:;;
    수애씨 워낙 연기파셨지만 진짜 이번엔 주인공으로 빙의 되신 듯~ ^^;;;

    울 누리님~
    기분 좋~은 11월 되셔요~ ^^

  5. 모피우스 2011.11.01 12: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수애 연기가 장난아니었습니다.

  6. 혜진 2011.11.01 16:53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지금 초록누리님의 글을 읽으며.. 눈물이 주루룩 흐릅니다.
    저번주 수애가 거울보고 양치하며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이건 치약,스킨 바디로션...이러면서
    알츠하이머 엿먹어라~라고 했던가요.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연기 잘 한다..라는 생각 보다.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아... 이 가을 요즘 저에게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ㅠ.ㅠ

  7. 김형준 2011.11.01 19:40 address edit & del reply

    눈시울을 불키며 글을 읽었습니다.

    누군가의 삶. 아니 무섭지만 그 삶이

    내 삶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서 더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제 가까이에도 한 분이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더디 가는 시간 앞에서 눈물 흘리고 있는

    그 분 생각이 나서 잠시 기도를 드립니다.

    초록누리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글이 참 아름답습니다.

  8. ee 2011.11.02 01:24 address edit & del reply

    fta로 죽네사네 하는데 드라마 처보고 이런거나 쓰고 앉았고...에휴

2011.10.26 09:30




연예인들 중에는 형제 자매 남매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엄정화-엄태웅, 김태희-이완, 하지원-전태수, 산다라박-천둥, 소녀시대 제시카-에프엑스(fx) 크리스탈, SS501 김형준- 유키스 김기범 등 생각나는 분들만 해도 정말 많네요. 누나 혹은 동생, 형의 후광을 입은 덕도 봤겠지만, 그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활동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연예인들이지요.
JYJ 박유천(미키유천)의 동생 박유환도 형제 사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박유천은 성균관스캔들로 연기자로서도 성공한 케이스로 인기를 얻었지요. 비슷한 용모에 해사한 이목구비의 박유환, 그를 처음 본 것은 종영한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애늙은이 어린 삼촌 한서우라는 역할을 통해서 였습니다.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데, 첫연기치고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입니다. 발성상 발음이 새는 문제와 혀짧은 소리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요. 박유환의 발음이 거슬림에도 그를 눈여겨 보았던 것은, 연기를 참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진정성있게 전달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천일의 약속에서 주인공 이서연(수애) 동생으로 박유환이 나왔을때, 솔직히 연년생 동생으로는 수애와 차이가 난다 싶었고, 대사까지 깎듯한 존댓말을 쓰는 바람에 나이차가 10년정도는 차이가 나나? 싶어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하더군요. 이번 4회부터는 말을 내려 듣기 편해졌습니다만. 아무리 누나가 어머니같은 존재이고, 어려서 문권(박유환)이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책을 불태우겠다고 성냥불을 긋는 서연의 꼬장꼬장한 성격탓에 말도 못내렸나 싶기는 했지만, 요즘 누나 동생 사이에 존대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분위기탓인지 어색스러웠거든요.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도 아닌데 싶어서ㅎ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연은,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정상인 자신을 확인하려 하지요. 컵라면이 퉁퉁 불어터진 것을 보고는, 원고에 집중하느라 그랬다고 부정을 합니다. 세면대의 물을 잠그지 않고 나간 서연,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며, 애써 엿같은 알츠하이머와 연관짓지 않으려고 하지요. 서연이 애쓰는 모습이 강박증처럼 되어가는 것이 안쓰럽더군요. 점점 더 심해지겠지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그녀의 기억들이 소리없이 스르륵 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고통인지, 그 공포와 싸우고 있는 서연이 되어 보지 않고는 다 알 수 없을 듯합니다. 하루하루 알게 모르게 지워져 가는 그녀의 기억들은, 마치 시한부 인생처럼 그녀의 생명이 단축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요. 
매일매일 떠오르는 지형과의 추억은 그녀를 더 힘들고 아프게 할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고 한번만 만나자고 했다는 지형의 말에도, '마음 불편할 필요없다고, 미안해 할 필요없다고 전해달라'고 했을 뿐이지요. 서서히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마음으로는 지형을 붙잡고, 또 붙들고 싶은 서연입니다.
소태씹은 표정으로 결혼준비를 하는 지형도 마음은 온통 서연에게로만 향하지요. 하루하루 결혼날짜가 다가올수록 서연에게로 더 달려가고 있는 지형입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뚱한 지형에게 향기의 엄마(이미숙)가 결혼깨자며 불같이 화를 내도, 착한 향기의 오매불망 사랑고백도, 서연에게 더 달려가고 있는 지형을 잡지 못합니다. 향기엄마 이미숙의 성깔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친구 누나의 부음에 조문을 가려던 문권은 자동차키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서연의 서랍에서 메모지를 발견하게 되지요. 요즘들어 깜빡증이 심해진 누나가 별걸 다 유치하게 하고 있구나 라는듯 피식 웃던 문권은, 서연의 약처방전을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지요. 그리고 그 약이 알츠하이머와 우울증 약이라는 것을 알고는 경악합니다.
재민에게 누나가 치매인 것같다며 걱정하는 문권, 재민은 병원을 찾아가 서연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하지요. 서연의 병을 알게 된 문권은 하늘이 노래지고,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6살 어린 나이에 동생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던 누나, 라면도 떨어지자 맹물이라도 먹여 동생의 허기를 채워주려 했던 누나는 엄마이자 아버지였지요. 그런 누나가 치매에 걸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5~6년 내에 죽게 된다는 것이, 무슨 막장드라마같은 이야기냐고 받아들이기 힘든 문권이지요. 
"이게 뭐야, 이 등신아, 누나". 약 처방도 받지 않은 누나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모른 척 연기를 해야하느냐며 오열하는 문권, 박유환이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데, 심장이 쿵! 하면서, 돌덩이가 얹혀오는 것같더군요. "우리 이렇게까지 재수가 없어야 해? 누나도 나도, 참 더럽게 재수가 없어요".
지난 회(3회)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도, 너무나 침착했던 서연때문에 사실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이라는 느낌은 생략돼 버렸지요. 혼자 병소주를 마시며 오열하는 서연, 분노의 양치질로 치매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서연을 통해, 그 아픔이 전달되기는 했지만, 서연의 지나친 담담함에 알츠하이머는 서연의 병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4회에서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문권을 보면서, 치매가 순간  '내 일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일이기도 하고, 또 내 부모님의 일이기도 하구나' 라는, 그런 먹먹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남자들은 감정표현을 참 잘 절제한다고 하지요. 사람이 죽어도 남자들은 대성통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꺼려합니다. 발뻗고 주저앉아, 아이고 대이고 하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 대부분은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죠. 박유환은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을, 그 나이에 맞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함께 있던 이상우의 눈에 고이는 눈물이 절제하는 남자의 깊은 아픔을 보여 주었다면, 박유환은 세상 유일한 피붙이이자, 엄마이기도 한 누나에 대한 감정을 오열로 보여 주었지요.
 
박유환은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도 큰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조카 한상원의 무식함을 지적해 주는 장면에서는 어린 나이지만, 조선시대 선비가 나왔나 싶게 고지식하고 박학다식하다가도, 엉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도 사려깊은 애늙은이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였지요. 아마 박유환의 마스크에서 나오는 절절함이 배인 진정성때문이었던 듯합니다. 연기를 하는데도 연기같지 않은, 뭔가 부자연스러우면서도 또 진짜같은 그런 느낌말입니다. 한마디로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천일의 약속 4회에서 오열하는 박유환은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어, 그의 빠른 성장이 놀라웠습니다. 진짜 자신의 누나에게 닥친 불행처럼 그렇게 절절하게 우는데, 순간 이 드라마에 흐르는 슬픔이 가슴을 퍽 하고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박유환의 오열로 비로소 서연의 알츠하이머가 피부로 다가오기 시작하더군요. 박유환의 오열장면은 천일의 약속을 비극과 슬픔의 코드로 한순간에 바꿔버린 장면이었습니다. 여전히 그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발음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감정으로 전달할 줄 아는 배우 박유환, 박유천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박유환이라는 이름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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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4
  1. 라이너스™ 2011.10.26 10: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형만한 동생도 있죠.
    박유천보다 유한이 연기는 더 나은듯.ㅎㅎ

  2. 제니 2011.10.26 10:16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게요..저도 처음에는 발음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냥 오히려 그게 전 더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정말.. 어제는 누나의 병을 알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이 박유환이라는 배우에게.. 더 애정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3. 카르페디엠^^* 2011.10.26 10: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연기를 못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4. 하니비 2011.10.26 10:45 address edit & del reply

    유전자는 무시할 수 없구나를 실감할만큼 닮은 형제의 모습이 순간순간 보이지만 서로간에 형 동생 그늘을 논하지 않아도 될만큼 주어진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역량을 보여주는 각각 훌륭한 배우들입니다 박유환이 보여주는 문권이는 기대하게하고 만족시킵니다

  5. 2011.10.26 11:3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1.10.26 11:41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저도 그 장면에서 많이 울컥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교정했습니다^^

  6. 왕비마마 2011.10.26 12:00 address edit & del reply

    오~ 요분 연기 잘하던데요~ ^^;;;
    여태는 그냥 연예인 가족~ 쯤으로만 여겼었는데~
    이거 대충볼 친구가 아닌듯싶습니다~ ^^

    울 누리님~
    기분 좋~은 하루 되셔요~ ^^

  7. 고갱이 2011.10.26 12:12 address edit & del reply

    딴지 거는건 아니구요.. 민권이 아니라 문권 아닌가요?

    • 초록누리 2011.10.26 12:39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맞네요. 문권...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8. 한마디 2011.10.26 12:33 address edit & del reply

    처음알았네요 연예인동생인지 ^^
    근대 연기가 이상하다고 느낀건 저뿐이었나봐요 ;
    발음이 너무 새서 대사를 칠때마다 불안하더라구요
    호흡하는 법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정말 신인배우구나 하는걸 느꼈었는데..
    저만 그랬나봐요 ^^;

  9. 생각보다 잘함 2011.10.26 13:01 address edit & del reply

    외모는 유천이지만 연기는 박유환이 좀 더 나은듯... 새는 발음과 혀짧은 소리의 악조건에도 열심히 하는거 같고.. 은근 중독성 있음... 참 착한 남동생을 잘 그리고 있는거 같아요...

  10. 박유환 ㅎㅎ 2011.10.26 15:07 address edit & del reply

    연기하는 모습이 가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긴 하죠? 그리고 발음은 치아교정을 하고 있어서 새는건데.. 그걸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것 같네요. 아마도 장치를 빼고 나면 한결 자연스러워지겠죠..^^

  11. mj 2011.10.26 17:54 address edit & del reply

    위에 미키유천이라고 쓰셨는데 믹키유천이 맞습니다 ^^.. 솔직히 처음에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고 혀짧은 소리가 너무 거슬려서 좀 피하는 면이 있었는데요, 본인이 '형 덕에 성공한 배우'라는 수식어를 원하지 않아서 그런지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박유천과 연기력을 비교하기에는 여지껏 박유천이 맡은 역할이 성스나 리플리에서 말도 조곤조곤, 조용하고 정말 모범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캐릭터라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기에는 어려운 캐릭터들이였던 것 같아요. 반면에 박유환은 좀 더 생동감있고, 현실적인 인물이다보니 연기의 몰입도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구요. 무튼 형제 모두 연기에 뛰어난 소질이 있다고 봅니다.

  12. ㄴㄴㄹ 2011.10.26 18:20 address edit & del reply

    11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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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전자 kmj2105

2011.10.25 10:34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연, 수애가 혼자 소주를 마시며 절규하고, 공포로 오한에 떠는 모습이 가슴 아팠던 천일의 약속 3회였습니다. 자신의 병을 알게 된 서연은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초점을 잃은 서연은 어디선가 읽은 글귀로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양 물어보지요. "이제부터 저는 약을 먹어도 볼 별일 없이 호두 속알처럼 뇌가 쪼그라들어 어처구니 없는 바보가 됐다가 5~6년만에 죽는다는 거죠". 
이제 겨우 서른인데, 서른 살의 서연에게 내리는 형벌이 너무나 가혹합니다. 집나간 엄마를 대신해 여섯살 때부터 동생을 키워왔는데, 상을 내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치매라니....그래, 남의 남자 잠깐 도둑질한 것, 그것이 이리도 큰 죄였는지,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돌려주겠다는 데도, 이렇게 가혹하게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서연은 신을 원망하고 저주해 봅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썩은 나무토막처럼 자신의 모든 것들이 비워져 간다는 공포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는 서연이지요. 하늘을 원망하고, 자신에게 벌을 내린 신을 저주도 해보고, 욕지거리를 뱉어보기도 하지만, 서연을 기다리는 것은 자신에게서 오늘과 어제가 지워져 갈 것이라는 끔찍한 병입니다.
자신의 병을 점점 현실적으로 느껴가면서, 서연은 점점 예민해져 가지요. 가위가 생각나지 않은 서연에게는 민권(박유환)의 "노화현상이 빨리 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더이상 농담이 될 수없기에 서연은 불같이 화를 내며 들어가 버리지요. 보이지 않은 검은 손이 서연의 뇌를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것같아 서연은 무섭습니다.  
이서연, 서른 살, 출판사 팀장, 신춘문예 당선 소설가, 동생 민권, 고모네 가족들, 그리고 그 사람과의 기억들이 모두 지워져 버린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서연이지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르고, 그저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되었다가, 죽어가는 지도 모르게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말같지 않은 현실, 서연은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신의 저주와 싸우기 위해, 아니 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외우고 또 외웁니다.
너무나 사소한 것들, 매일 사용하는 칫솔, 치약, 비누가 형광펜처럼, 가위처럼 기억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서연은, 잊지않기 위해 또박또박 말해 보지요. 외울 필요없는 것을 외우고 있는 서연의 모습은,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나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담아낸 장면이었습니다.
심장이 끊어지는 이별의 아픔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말도 남일처럼 덤덤하게 듣던 서연, 서연은 너무 어려서 철이 들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여자인 듯 보입니다. 의사의 진단을 들으면서도 마치 책을 읽듯이 덤덤하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서연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수애가 일부러 서연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선을 극도로 절제를 해버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감정을 절제를 해버리니 충격적인 일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들어 아쉽더군요. 너무 충격이 커서 제정신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덤덤하게 이어가는 대사때문에 잠시 제 감정선이 흔들렸습니다. 수애가 서연이라는 역을 무난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때때로 연극무대같은 분위기는 어쩔겨? 싶다고 할까요.
대사에서도 서릿발같은 독기랄까, 아니면 아예 냉기폴폴 차가움이랄까, 뭐라도 하나는 확실하게 느껴지면 좋을텐데, 간이 덜 된 나물을 씹는 느낌이 드는게 여전히 아쉽네요. 혼잣말하는 듯한 대사가 수애의 방백이라면 차라리 좋을텐데, 상대배우와 함께 하는 장면이라 독백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수애의 깊은 표정이 대사의 덤덤함과 가끔씩 생략돼 버리는 감정마저도 커버를 해주니 다행입니다. 물론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절제했던 감정을 폭발하며,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않고 인정하고 싶지않은 서연의 내면심리를 잘 연결을 잘 시키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천일의 사랑 3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다면, 욕실에서 서연이 물건들의 이름을 암기하는 장면이었어요. 치약, 칫솔이라는 너무나 일상적인 단어를 잊어버린다는 것을 한 번도 상상을 못한 일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없어질 단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이 아파왔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단어조차 누군가에게는 없는 지워져버린, 지워져가는 단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서글프게 다가오더군요. 그냥 잠깐 생각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말들처럼 사라져 버린다는 것, 이처럼 잔인한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한번도 잊을 일 없다고 생각했던 너무나 평범한 단어들을 기억하려는 서연을 보며, 통증없는 고통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지도 실감이 되더군요. "침 뱉어 줄거야",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 보란 듯이 이기겠다고,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머리 속의 지우개에게 욕을 하는 서연의 고통도 이해가 충분히 되었고 말이지요.    
드라마에서 끊긴 필름을 잇듯이 서연의 어린 시절, 그리고 이서연과 박지형이 사랑했던 시간들이 섞여드는데, 처음에는 이런 기법이 조금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가 파악되더군요. 천일의 약속은 과거의 회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가지 않지요. 박지형과 이서연이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에 잠깐 그들의 좋았던 시간을 마치 어제일처럼 불쑥불쑥 보여줍니다. 그것이 서연이 잃어가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인 시선이지만요. 
그리고 어렴풋이나마 김수현작가가 그리려는 사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서연은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형 치매환자입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는 시청자의 예상마저 뒤엎고, 박지형과의 뜨거웠던 사랑마저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를 사랑하는 박지형, 어쩌면 그는 매일 매일 서연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려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워지면 다시 그리고, 지워지면 또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듯이 말이지요. 서연이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은 서연에게는 과거가 아닐테니까 말입니다. 서연에게 기억이 아니라, 늘 지금 이순간 현재로 있어주는 것, 그것이 박지형이 이서연을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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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3
  1. 온누리49 2011.10.25 14: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수애의 연기를 보면 마치 신들린 여자같단 생각이 듭니다
    연기 하나는 딱소리 난다는 생각이^^
    잘보고 갑니다

    • 자격증무료자료받기 2012.08.01 16:35 address edit & del

      서연글 잘 보았습니다.. 아래 자격증관련 정보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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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드자이 2011.10.26 01: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약간 어색한 부분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작가 특유의 대사)을 자기에게 맞춰 입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만 보면 약혼녀의 경우가 불쌍해 보일 수도 있는데 시청자의 마음을 끌어가버리는 연기를 한 것 같아요.

2011.10.19 13:09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강도높은 키스신장면이 나와서 많이 놀랐습니다. 참 아름다울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도, 선정성이 느껴져서 보기가 조금은 불편하더군요. 수중에서의 키스신이 선정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카메라의 각도때문이었습니다. 수애의 엉덩이 라인과 전체 실루엣을 그렇게 근접촬영을 해야 했는지 싶더군요. 아래에서 찍으므로써 노골적으로 수애의 몸라인을 잡는데 신경을 많이도 썼더군요.
선정적이었든 노골적이었든 아름다웠든 뭐가 되었든 다 좋은데, 문제는 제가 아직 두 사람의 사랑에 감정몰입이 되지 않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육체적 탐닉 내지는 육체적 욕정과 사랑이 먼저 느껴진다는 겁니다. 사실 영화에서는 그보다 더 야한(?)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다반사니, 그런 선정적인 장면을 처음봤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수현작가가 카메라 김독을 따라다니며, 이러저러한 부위를 클로즈업해서 찍으라는 말은 물론 하지 않았겠지요. 사랑하는 남녀, 그것도 은밀하게 불꽃사랑을  나누는 청춘남녀가 호텔이 되었든, 수영장이 되었든, 갈대밭이 되었든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렇게 사랑하는데 말이죠. 문제는 시청자에게(저에게)는 아직 그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있어 주인공들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인과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작가의 머리속에서야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이고, 또한 사랑하게 된 계기와 그 추억들이 겹겹이 쌓여, 어떠한 상황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겠지요. 하지만 시청자는 아무런 감정이입도, 심지어 두 사람이 무엇에 끌려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의 강도높은 배드신이나 키스신은 호사가들의 안주감이 될 수 밖에요. 왜 김수현 작가가 이런 모험적인 전개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가 정말 따라가기가 숨이 차네요. 일정부분 스토리를 알고 있음에도 따라가기 힘든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순서를 바꿔 이서연(수애)과 박지형(김래원)이 어떻게 만나, 어떤 식으로 사랑을 느끼고(상대방의 어떤 점에 끌려),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들을 설명했더라면, 어쩌면 그장면은 가슴아프고 절절하게, 그리고 더없이 아름답게 사랑하는 장면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유난히 끌려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혹이나 김수현 작가가 이번에 보여줄 사랑이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 촬영각도든, 배드신의 횟수든 얼마든지 격정적이고, 리얼하게 보여주더라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육체적 사랑을 보여주는데, 벗는 것만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서로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육체적 사랑을 나누던 것부터 기억해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각별하고 애절하게, 열정적으로 사랑하다 헤어진 경험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면 그런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는 걸까요? 
천년의 약속에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끌림의 감정을, 배드신이나 수중키스신보다 공들여 보여줘야 했어요. 멜로물의 도식적인 순서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도 함께 느껴야 하잖아요. 문제는 이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두 사람의 사랑을 아직은 응원하고, 바라봐주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착한 향기만 불쌍하고, 약혼자 두고 바람핀 박지형만 나쁜놈이고, 결혼할 여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만난 이서연은 남의 남자 꼬신 여자로만 보이고 있지요.  


제가 특별히 이서연(수애)과 박지형(김래원)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친구의 오빠가 극중 수애가 앓는 경도인지장애, 혹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달리한 일이 있습니다. 병명이 뭐냐고 물으니 당시에는 알츠하이머다라고 단정해서 말하지는 않더군요. 그저 뇌세포가 경직되어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라는 말만 했었어요. 그 오빠는 모 항공사 신입사원이었고,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신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말도 어눌해지고, 보행감각에도 이상이 생기고, 기억력이 저하되면서,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고요. 치매와도 비슷하지요. 심지어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친구의 집에서는 안해 본 것이 없었어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하고,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기도 하고, 좋다는 약은 다 구하고, 미국에 가서 치료도 받아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오빠는 나중에는 걸음 걸이도 힘들어서 거의 의자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사람만, 아니 천정만 멀뚱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갔지요. 얼굴에 표정도 없어졌습니다. 얼굴근육까지 마비가 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발병이 되고 오빠가 산 시간은 몇년밖에 안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여서 어려서부터 봐왔던 오빠였는데....혹이라도 제가 아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누군지 알 것같아 더 많은 예들이 있지만, 삼가하겠습니다. 고인에게 누가 되는 일이 될 듯해서요.
그런데 오빠가 심지어 어머니도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한 사람만은 알아봤다고 합니다. 올캐언니(부인)였습니다. 언니를 보면 일그러진 표정으로도 웃었다고 해요. 새언니는 오빠가 생을 버릴때까지 단 한시도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젊은 나이인데, 한창나이인데 신혼 1년만에 닥쳐온 불행에도 늘 밝고 씩씩했어요. 오빠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느냐고 걱정하니까 웃는다고...벌써 10년이 넘은 일이지만, 오빠와 새언니와의 그 짧은 시간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친구랑 얼굴이 퉁퉁 붓도록 울던 일이 생각납니다.
처음 이 드라마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접했을 때, 맨처음 떠올린 사람이 그 오빠와 새언니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일지 모르겠지만, 새언니나 오빠의 마음을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랑의 색깔이 뭔지 알 수가 없었죠. 제 친구마저도요.
시간이 지나자 먼저 힘들어 한 것은 친구의 친정부모님이셨어요. 새언니에게 할만큼 했다고, 한창나이인데 네 갈길 가라고, 도저히 미안하고 안됐어서 못보겠다고 나가서 살라고 했지만, 새언니는 끝까지 오빠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랑도 있었구나 싶습니다. 단지 책임감때문에, 남편이 가여워서, 남들 눈과 입이 무서워서 스물 대여섯밖에 안되었던 새언니가 오빠곁을 지키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더더욱이나 이번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요. 김수현작가가 서연과 박지형을 통해 말하는 사랑을 통해, 그 때는 다 알지 못했던 오빠와 새언니의 사랑을 이해하고, 느끼고,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게 했을까가 먼저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쉽네요. 그러나 조금 더 기다려 보렵니다. 김수현 작가가 분명 답을 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다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도 알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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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디엠^^* 2011.10.19 13: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천일의 약속 정말 파격적이네요^^

  2. 푸른소 2011.10.19 15:49 address edit & del reply

    아~누리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마치 이들은 절절한 사이이니 그렇게 알고 보면 되..라고 강요당하는 느낌이랄까...
    수중키스신이 지나고 바닷가를 걷는 씬에서 지형의 작위적인 대사톤과 느낌은
    드라마를 끝까지 봐야 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게도 했답니다...

    누리님 지인분의 사랑이 참...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당연히 그리 해야한다고 멋대로 재단했던 일들이 삶속에서 얼마나 모순되게
    어그러지는지 조금은 아는 나이이기 때문일까요...
    누리님...평안하세요...

  3. 이 사이트를 사랑 2011.10.19 20:45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사이트를 사랑

  4. 2011.10.19 23:4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1.10.18 11:36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리는 김수현-정을영 콤비의 새작품 '천일의 약속'이 시작되었는데요, 그동안 김수현 작가의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김수현표 속사포대사는 여전했지만, 첫회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옷을 입은 듯 칙칙한 분위기였습니다. 슬픔이 진하게 깔린 작품이라 그런지 우울모드도 강하게 전달되었고 말이지요. 
트렌디 멜로물이 아닌 정통멜로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김수현 작가의 말도 있었지만, 특유의 톡톡 쏘는 향신료가 부족한 듯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슬픔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전해지더군요. 그럼에도 지독한 순애보를 그려가는 노작가의 감성은 어느 작품보다 진한 멜로물로 무게를 더할 듯합니다.
 
관록파 배우 김해숙, 이미숙, 오미연, 박영규 등의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할 것같아 적잖이 안심되는 부분입니다. 첫회부터 미이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등장한 이미숙은 평범한 캐릭터는 아닐 듯해서 주인공들보다 기대가 더 크네요. 팔색조같은 배우 이미숙의 연기변신은 어느 작품에서나 매력적이지요. 박지형(김래원)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해숙 역시 어떤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줄 지도 기대되고 말이지요.
김수현 드라마는 주연과 조연의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출연자 모두에게 각각의 스토리를 만들어 주고, 주 스토리안에서 조연들의 스토리 또한 소외시키지 않고 풀어간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주인공들에게만 핀트를 맞추는 모노형식의 드라마가 아닌, 일종의 옴니부스형식을 취해 왔지요. 그래서 초반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이 산만해지기 쉬운데, 천일의 약속 첫회는 두 주인공만이 클로즈업되어 수애와 김래원의 연기를 집중하고 보게 되더군요.
드라마 시작 2분도 안되어 나온 격정적인 배드신은 눈을 잠깐 의심하게 할 정도로 빠른 진행이었습니다. 배드신의 수위나 노출의 강도가 파격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두 사람의 감정을 잡아내지도 못했는데 허걱, 뭐가 저리 빨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이후에 연거푸 보여진 배드신 퍼레이드는 수애와 김래원이 리얼(?)하게 장면 자체는 전달했지만, 감정몰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배드신은 화제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더군요. 배드신 연기자체는 잘하더군요.ㅎ
수애와 김래원은 연기가 안정적이고 탄탄한 배우들이죠. 발성도, 대사전달력도 좋은 편이고요. 그런데 첫회 수애의 연기는 대사와 감정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더군요. 뭔가 2%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사가 썩 와닿지도 않았고, 그나마 수애의 감성짙은 표정이 독백하는 듯한 대사를 보완해 주더군요. 아마 대사처리의 부담감때문인 듯합니다.
김수현 극본의 특징인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야 하는 긴대사를 단숨에 무호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감정을 눌러버린 탓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애의 분위기있는 비주얼은 대사나 목소리보다는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해 보이는 분위기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애절한 표정이 장점이지요. 그런데 보이스는 워낙 저음이다 보니, 많은 양의 대사는 자칫 국어책 읽기가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합니다.
수애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보고는 맨처음 떠오른 걱정이 '김수현 작가의 많은 대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첫회는 우려대로 대사와 감정을 일치시키지 못한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아무래도 감정몰입보다는 다음 대사에 더 집중을 해서였는지, 감정을 대사에 싣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저음인데다 톤의 높낮이가 거의 일정한 수애의 목소리 특징때문에 독백을 하는 것처럼도 들리더군요. 
수애의 목소리는 매력적인 색깔을 가졌지요. 특히 대사톤이 빠른 것보다는 느림 속에 그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된다는 것이 장점인데, 호흡조절을 좀 했으면 싶기도 했어요. 아직은 수애가 서연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수애가 잠재력도 크고 연기력이 있는 배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첫회는 결혼날짜가 잡힌 박지형의 이별선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향기(정유미)라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서연(수애)에게 향하는 감정을 멈추지 못했던 지형과, 고모에게 진 빚을 갚으면서 동생(박유환) 공부까지 시키는 억척이 서연은 서로가 시한부 사랑임을 알면서도 시작을 하지요. 첫장면의 정사신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장면이었고, 두 사람이 회상하는 부분에서 유독 드라마에 침대에서 누워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던 것은,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비밀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한부 사랑도 끝을 내야 할 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향기와의 결혼날짜가 잡혔다고 이별을 통고하는 지형, 그러나 서연은 그런 지형을 원망도, 붙잡지도 않습니다. 아니 붙잡지 못하지요. 울며 불며 매달리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되지 않겠다고, 그것이 내 자존심이라며 아무 감정없이 돌아서는 서연이었지요. 속에서는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부숴지고 있음에도, 쿨한척 돌아섰던 서연은 남자화장실에서 가슴을 치며 혼자 오열하고 맙니다. 수애가 대사할 때보다 간간히 보여지는 깊은 슬픔을 가득담은 표정과 오열연기가 서연의 감정을 한 번에 전해주더군요.  

화장실에서의 오열신은 지형과 뜬구름잡기같은 말싸움을 한 이유를 설명해 주고도 남았습니다. 이별을 통보받은 순간부터 서연은 이미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요. 강한 척, 쿨한 척, 자존심을 세웠지만 서연은 죽도록 아픕니다.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마음으로는 수백번 수천번 붙잡지만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아는 서연입니다.
언제나 마지막인 만남, 서연은 지형을 만나러 올 때마다 오늘이 그날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날이 올것을 알면서도, 오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안한 사랑을 이어왔지요.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 하루만 훔치자는 심정으로 말이지요. 늘 그날이 마지막이 될 수있었기에, 그와의 사랑도 마지막 불꽃처럼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격정적이고 불꽃같은 배드신이 필요했던 듯 싶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늘 이별의 순간을 준비해서 괜찮다고 돌아서는 서연을 생각하며, 지형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결혼을 깨겠다고 할 때마다 서연은 늘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진짜 도망가겠다고 하지요. 결혼날짜가 잡히자 그제서야 지형은 서연과의 이별을 실감합니다. 어머니에게 결혼을 그만두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지형, 너무나 힘들게, 그리고 간절하게 애걸하는 듯한 김래원의 눈빛이 두 사람의 힘들 앞날을 예고하며 1회가 끝났네요.

시작전부터 잡음이 일어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큰 감점을 받은 김래원이지만, 워낙 연기의 기초가 탄탄하고 캐릭터 소화를 잘하는 배우라 첫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아직은 박지형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다 나오기 전이라, 결혼할 여자를 두고 딴짓하는 나쁜놈(?)이지만,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여준다고 하니, 김래원이 여심을 꽤나 흔들 것도 같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은, 막연하게 다가오지 않은 추상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그 두려움이 클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가고, 나의 어제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공포로 밀어넣는지, 여주인공 서연을 통해 잔인하게 경험할 듯합니다. 김수현 작가가 얼마나 세심히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그녀의 직업을 대필작가로 한 대목에서도 보이더군요. 대필작가란 남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요. 다른 사람의  과거, 추억, 그리고 사랑을 써주고 돈을 버는 서연,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잊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이러니하기 까지 하니 말입니다.

서연이 잃어가는 것들, 서연이 잊어가는 것들은 가스불을 안잠그고, 휴대폰을 두고 나가고,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들만이 아니지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것이 기억을 잃어가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서연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동생을 몰라보고, 사랑하는 지형도 잊어버리고, 그래서 그를 그리워할 수조차 없는 것말입니다. 
지독한 순애보를 들고 온 김수현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이별의 시간이 되어서야 그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어머니에게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지형, 지형은 서연을 그렇게 떠나 보내고서야, 떠날 결심을 하고서야 깨닫습니다. 서연을 정말로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그 사랑을 너무 사랑해서 서연보다 더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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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온누리49 2011.10.18 19: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마도 초장부터 너무 긴장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좀 시간이 가면 본인다운 연기를 뿜어낼 듯 합니다
    수애친구는 처음엔 가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기에^^
    잘보고 갑니다

  2. Tires 2011.10.19 02:29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의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아요...

  3. 푸른소 2011.10.19 08:55 address edit & del reply

    세상에서 가장 슬픈건...잊혀진다는 것 아닐까요...
    추억으로 남아있어 기억하고 있는 한 이별은 아니라고 위로하면서 사는게 인생이니...
    남아있는 기억을 모두 잃어버려야 하는 서연은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여자일 것입니다...

    나쁜 남자 지형이 받아야 할 형벌처럼...
    이 연인들의 사랑이 참 지독할 것 같네요...
    글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이 가을을 더 스산하게 합니다...
    누리님의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아요...

  4. 김민정 2011.10.26 08:11 address edit & del reply

    수애연기잘만하더구만요~;;;
    난완전몰입하면서봣는데ㅡㅡ
    수애첫회폭풍오열하는데나도울컥햇음ㅋ
    암튼!나오는모두다연기력이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