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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9 '동이' 존재감 잃어가는 차천수(배수빈), 달리기 그만 시키시죠 (15)
2010.06.09 13:22




드라마 동이를 보면서 사실 차천수(배수빈)에 대한 역할에 대해 한 번쯤은 쓰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동이에서 고생은 가장 많이 하면서, 폼은 있는 대로 잡는데도 이상하게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가 배수빈의 차천수라는 인물입니다. 처음 동이라는 드라마가 시작되었을 때,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이 검계라는 비밀조직이었어요.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 역의 천호진의 연기도 좋았지만, 노비들의 비밀 암살조직이며, 천민결사조직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이었어요. 동이가 검계 수장의 여식이라는 것과 동이가 숙빈최씨로 훗날 영조의 어머니가 되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김환이라는 도사의 예언 중 "천민들의 왕은 저 아이가 될 것이야"라는 말에서 검계조직과 동이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질까, 작가의 생각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가 절반이 되도록 꿩 구워 먹은 소식이 되고 만 것 같습니다. 검계라는 흥미있던 부분은 아예 잊혀져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차기 검계의 수장이 되어야 할 차천수는 날마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뜀박질만 하며, 동이 찾아 "동이야"를 외치며, 눈물 그렁그렁해져서 때로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산이며 들이며, 으슥한 한밤중 골목에서는 자객들과 폼나게 싸우는 동이의 경호원 역할로 축소돼 버린 듯합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최효원을 구하기 위해 칼을 빼든 차천수에게 "천수야, 너만은 꼭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 검계의 수장은 너다" 라는 말이 제게는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벼랑절벽에서 발견한 검계 머리띠를 본 차천수는 동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되고, 동이를 찾기 위해 포청에 들어오고, 동이를 만난 이후에는 호기심 많은 동이때문에 동이 뒷치닥거리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자고나면 사고치고, 사건을 물어오는 동이다 보니, 동이 걱정으로 다른 것에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작인으로 좌포청에 일자리를 얻더니,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이제는 포청의 무관으로까지 턱 하니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얻은 후로는 아예 동이 일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파직된 서용기를 따라 숙종의 비밀명, 동이를 찾는 일을 수행하느라 바쁘고요. 서종사관의 심복 중의 심복이 된 듯도 하니, 차천수와 서용기의 관계도 최효원과 서용기의 관계처럼 애매모호한 관계일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물론 차천수가 검계를 재조직한다면 말이지요.    
동이의 포스터를 보면 배수빈은 지진희와 함께 남자 주인공의 위세를 떨치며 멋지게 서있는데, 처음에는 동이와 숙종, 그리고 차천수가 삼각관계로 설정되었겠지만, 깨방정 숙종과 탐정동이 사이에 차천수가 낄 자리는 없어진 게 사실이죠. 삼각관계를 형성한다고 해도 차천수는 애정보다는 든든한 오라버니 역할이 더 어울릴 듯도 싶습니다. 숙종과 동이 커플이 너무 재미있다 보니 동이에게 차천수가 남자로서 들이대면 자칫 분위기가 어두워 질 수도 있고, 혼자 짝사랑의 열병만 앓다가 정리해야지 깔끔할 것도 싶습니다.

동이와의 러브라인은 물건너 갔다고 치더라도, 차천수의 정체성 자체는 찾아야 할 듯 싶은데, 솔직히 차기 검계 수장으로서의 차천수에 대한 드라마의 방향에 대해서는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검계라는 조직이 일종의 반 양반단체이고, 반 사회적, 반 신분단체인데 지금의 차천수의 모습은 오히려 양반이 된 듯 하니 말입니다. 차천수가 반 남인단체를 결성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반남인단체야 그보다 강력한 서인들이 있으니 이 또한 큰 해결책은 없어 보입니다.
또한 최효원에게 누명을 씌우고, 결과적으로 검계를  박살내 버린 오태석 일당에게 칼을 겨냥하기도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복수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검계라는 매력적인 단체도 드라마에서 서서히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차천수의 갈고 닦은 무술은 장희재 똘마니들을 혼내주거나, 장희재를 위협하는 것으로 드라마의 액션신이란 액션신은 모두 차천수가 감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동이가 표창에 맞고 의식을 잃어 평안도 의주 변가 집에 의탁할 때 차천수가 어찌어찌 동행했더라면, 차천수와 이뤄지지는 못하겠지만 러브라인도 살짝 만들어 줄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안되고 동이 곁에는 새로운 인물이 또 등장해서 차천수의 입지는 좁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심운택(김동윤)이라는 다소 괴이한 귀양선비가 등장했는데, 이 분 보니 동이와의 인연도 꽤 깊을 것 같고, 캐릭터도 숙종 못지 않게 허당기질도 있고, 유머감각마저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밀스런 구석도 많고요.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이라는 이름을 숙종이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니 그 손자되는 김춘택이라는 인물은 아닌 것 같지만, 김춘택의 비슷한 인물로 묘사될 것 같네요. 김춘택은 사실 숙빈최씨와의 염문설이 나돌았던 인물로, 드라마에서 동이와 러브라인을 형성시키는 것은 동이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것이기에 그쪽으로 연결지을 것 같지는 않겠지만요. 
드라마 동이는 코믹 애정사극으로서의 재미는 있지만, 깊이는 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장희빈과 동이의 대결구도가 밋밋해서 이기도 하지만, 천민의 왕 동이에 대한 깊이있는 재해석이 조금 부족한 듯 싶습니다. 저는 이부분을 차천수가 이끄는 검계가 해 줄 것이라 생각했고, 동이 역시 차천수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의 가르침도 되새기고, 훗날 영조를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인물로 교육시키는 어머니 상을 그려나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사람의 귀함은 그 신분에 있지 않고 귀한 마음에 있다는 최효원의 가르침을 동이가 영조에게도 가르치고, 그 귀함을 실천하는 사람이 차천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차천수는 검계에 대한 것을 홀라당 잊저 버리고, 오로지 우리 동이만을 외치며, 밤이나 낮이나 주야장창 달리기만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천수가 검계를 새로 조직하든, 검계를 포기하고 동이의 경호원으로 평생 동이 곁을 지키겠다고 하든 뭔가 정리는 해야할 듯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차천수가 새롭게 인현왕후 복위를 위한 결사조직이나 꾸렸으면 싶네요. 인현왕후는 당시 득세를 부리던 남인에 대한 정치적인 저항의 상징이었고, 억압과 불의에 대항하는 민심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어요. 물론 작가의 몫이겠지만, 검계의 차기 수장으로서 차천수와 저항의 상징이었던 인현왕후, 그리고 천인의 왕 동이의 연결고리도 꽤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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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5
  1. 2010.06.09 14:2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0.06.09 22:36 신고 address edit & del

      님도 꼭 써주시길 바랍니다. 시각이 날카로우시고, 분석하는 방향도 저랑 비슷하면서 전문적인 것들을 많이 알고 계시니까 훨씬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아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2. 2010.06.09 16:0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0.06.09 22:37 신고 address edit & del

      정말 매회 정신없이 뛰는 듯 싶어요.
      야외신은 차천수가 가장 많은 듯 싶은데 말이죠.ㅎ
      요즘은 액션담당만 하고 있는 듯해서 차천수의 생각이 궁금할 때가 많답니다.

  3. Tvian 2010.06.09 17:09 address edit & del reply

    iMBC <동이>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해당 포스트가 소개되었습니다.^^
    http://www.imbc.com/broad/tv/drama/dongyi/tvfun/

  4. 친구세라 2010.06.09 18:49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게요.. 천수도 무언가 역할을 주어야 할듯해요.
    포스트에 공감하며 갑니당^^

    • 초록누리 2010.06.09 22:33 신고 address edit & del

      그죠? 차천수가 처음에는 기대 많이 됐는데, 지금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조금 정체성이 사라진듯 아쉬워요.
      차천수가 동이 드라마에 흐르는 동이의 신분적 문제도 건드려주고 동이를 성장시킬 거라 생각했는데 워낙 동이가 똑똑하다 보니 혼자 다 깨우쳐 가는 듯해요.ㅎ

  5. ^^ 2010.06.09 19:54 address edit & del reply

    동감입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

  6. 너돌양 2010.06.09 22: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제목에서 빵 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초록누리 2010.06.09 22:34 신고 address edit & de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제목 써놓고도 웃어요.ㅎ

  7. 셀레나 2010.06.09 23:05 address edit & del reply

    맨 처음 시작할때 등장인물 보면서
    제일 기대했던 인물이 차천수였던
    저 역시 지금은 동이에서 차천수는 나오기는 하니
    이정도입니다
    사실 전 숙종은 아주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라
    차천수가 아주 매력적인 인물로 나와서
    비록 숙종이랑 연결되는 동이지만
    조금은 갈등하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후~~~
    지금은 왜 나오니
    이런 생각만 들더군요
    적재적소에 참 제대로 된 캐스팅이기는 한데
    이소연씨 장희빈도 좋고
    인현황후도 참 잘 맞는 배우다 싶은데
    숙종과 동이라는 두 주인공이 저에게는 그닥 매력적이 아니라서 보기가...
    그래서 기대했는데
    배수빈씨가 연기할 차천수를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이번 역은 정말 잘못 선택한 듯 합니다
    사용때도 그렇고 정조역도 이분의 연기에 참 좋게 보았는데
    아무래도 이 감독님
    작품은 저랑은 취향이 아닌듯 싶었는데 역시네요
    혹시했는데 말이죠
    포스트에 무지 동감하면서 한마디 적고 갑니다

    • 초록누리 2010.06.09 23:07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랑 같은 생각하셨네요. 저도 배수빈의 연기도 좋고, 무엇보다 차천수라는 인물의 배경이 흥미로운데 묻히는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8. 누리님 글에 중독 ^^ 2010.06.10 03:21 address edit & del reply

    보는게 비슷한가봐요.
    어제 남편이랑 드라마 보면서
    근데 쟤는 검계는 언제 만들꺼랴? 모르지?
    만들긴 만들어? 모르겠는데?
    저누미 수장어르신이 희생하신 검계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엄한짓만 하고 돌아댕기네..
    하면서 괜히 딴지를 걸었었는데요.
    오늘 이 포스팅이 딱 올라오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