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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대본처럼 부산스럽게 흘러버린 마지막회는 수애의 치매과정을 고속으로 필름을 돌리듯 정신없이 보여주기에 바빴고, 바쁘게 바뀌는 화면을 따라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시청자는 기저귀를 차려고 낑낑대던 수애를 안고 우는 지형과 함께 잠시 울다가, 느닷없이 나와버린 공동묘지 장면에서 허걱하고, 정신수습할 사이도 없이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엔딩자막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네요.
빵터진 수애의 발차기
드라마가 끝나고 들었던 생각을 한줄요약을 하면, 배우들이 작품 살리느라 고생많았네 정도? 한줄보태기를 한다면, 서연이라는 치매환자는 공주처럼 살다간 행복한(?) 치매환자라는 것, 또 한줄을 더 보탠다면 '혹이라도 나에게도 그 병이 온다면 저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지형이처럼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굳이 더 한마디를 하자면, 치매보험에 드는 것이 좋겠다는 보험광고는 성공적이었다는 점ㅎㅎ. 고모님이 치매보험 6개나 팔았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말입니다.
하긴 뒷치닥거리 그렇게 열심히 해주고, 엉덩이까지 별안간 걷어 차였는데, 재민이 실적 올리게 보험이라도 많이 팔았으니 그게 어딘가 싶고 말이지요. 경찰서에서 서연을 찾은 장면에 이은 수애의 발차기,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과장은 아니지만 황당한 편집에 웃음보가 터져버렸네요. 급한 마무리와 함께 수애의 병세 진행과정만을 나열하다 보니, 웃을 상황이 아님에도 우스운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야 치매시설이 있었던 시절도 아니고, 다들 집에서 마지막까지 모시는 경우가 많았지요. 수애처럼 예전 살던 곳으로 가서 온 가족들이 찾으러 다닌 일도 많았고, 경찰서에서 모시고 온 적도 많았어요. 특히 오래전에 사시던 시골동네를 하루종일 걸어가서 논두렁에서 잠든 할아버지를 동네 어르신이 알려줘서 모시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보다는 치매수애의 명연기와 마지막까지 보릿자루가 돼 버린 김래원이 불친절한 작가를 만나 작품운이 없었다는 찜찜함이 많이 남네요. 드라마를 통해 치매로 죽어가는 여자를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고 싶었지만, 결국은 수애를 위한 수애의 드라마, 치매수애만이 남았군요. 치매를 앓아가는 한 여인을 지켜보는 박지형이라는 인물을 감정을 절제하고 묵묵히 보여준 김래원의 연기는 좋았지만, 여주인공 하나를 위해 모든 배우들이 들러리가 돼버린 것은,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연의 마지막 인사, "안녕, 잘있어"
뒤죽박죽된 서연의 기억들,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정신이 돌아왔다, 서연의 치매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고모부도 고모도, 재민이도, 지형이마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진행되지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고 말을 걸고, 행동도 난폭해지기도 하지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것에 서연은 더 지쳐가기만 합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서연의 기억들이 스르르 소리없이 빠져나가, 빈껍데기 호두알처럼 쪼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는 지형과 고모,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몰래 울었을지, 그저 대신 아파주지 못함에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지요.
예은이와의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하기만 한 서연,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던 서연이 잠깐 예은이의 볼을 만지는 순간은 자신이 예은이 엄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안녕, 잘있어". 자신이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서연의 마지막 인사, 그리고 한참이나 예은이와 눈을 마주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예은의 눈을 좇는 서연의 눈에는, 곧 잊혀져 버리겠지만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서연의 짧은 희망도 같이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서연에게서 아이가 일찍 지워져 버렸는지, 시청자도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치매라는 것이 이토록 잔인한 것인지, 지켜보는 이만 답답할 뿐이지요.
한밤중에 기저귀를 차려고 버둥대는 서연을 보며 우는 지형, 그렇게 똑똑하고, 분명한 것 좋아하고, 깔끔했던 서연이 망가지는 것을 지형도 볼 수가 없었는지, 하지말라고 괜찮다고 우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지형이 왜 우는지조차 모르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고 텅비어 버린 세상을 힘없이 바라보는 서연의 초점없는 눈빛은 또 얼마나 아려오던지요. 그리고 짧은 시간, 흑백으로 화면이 바뀌면서 서연은 차디찬 땅에 쉬고 있었습니다. 서연의 잃어버린 기억을 그곳에서 다시 찾았을지,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남기고, 짧지만 행복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서연의 죽음, 해피엔딩인 이유
저는 서연의 죽음을 새드엔딩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죽음이 반드시 새드엔딩인 것만은 아니지요. 서연에게는 삶이 고통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더 오랜 시간 서연을 붙잡고 있는 것은 서연에게도 비극이고, 지형에게도 힘듦이었습니다. 불치의 병 치매, 서연의 죽음은 예정된 일이었고, 서연은 누구보다 공주처럼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갔으니, 서연이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쁜 삶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지켜주고 보살펴줬다는 것만으로도, 서연은 두려움 속에서 마지막을 마감하지는 않았으니 말이지요.
서연의 죽음은 지형에게는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래 끌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자연사였으니 도덕적 지탄에서도 빗겨간 김수현 작가였고 말이지요.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산 사람마저 죽은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치매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형과 고모네 식구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도, 서연의 죽음은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닐 듯싶군요. 기억을 잃어가면서 자존심이 송두리째 내팽겨지는 고통을 내려놓은 서연이게도 말입니다. 매정한 말이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치매환자는 드물기 때문에 말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겠지요. 행복했던 순간, 사랑스러웠던 순간, 아프고 망가져가는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지형의 사랑, 지형의 사랑이 어떤 색깔이었는지 쉽게 말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뜨거운 사랑도 아니었고, 운명같은 사랑도 아니었고, 가슴 저리는 시린 사랑도 아니었고, 두근두근 설레이는 달달한 사랑도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솔직히 서연의 지형에 대한 사랑은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지형의 서연에 대한 사랑은 느꼈어요. 지형의 사랑은 초반에 그토록 욕을 먹었던 책임지는 사랑이었습니다. 향기를 버린 것에 대한 도덕적 지탄을 가장 많이 받았고, 약혼자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와 놀아났다고 비난 속에 있었던 캐릭터였지요. 서연도 그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는 부분이었고요.
서연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공룡화석처럼 깊이 남겠지만, 서연에 대한 사랑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게 했으면 싶군요. 지형이같은 남자라면 예은이가 딸려있어도 좋은 여자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할 기회 또한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치매라는 병이 찾아 온 서연에게는 비극이지만, 그래도 그만한 사랑을 받았으니 행복했노라고, 사랑하는 여자를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지형의 사랑도, 끝까지 책임졌으니 비겁했다는 미안함도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네요. 무엇보다 서연과 지형이 치매의 고통에서 벗어났으니,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다행일 듯싶고요.
자신의 늪으로 지형을 끌어들이기 싫어했던 서연, 그 늪이 자기의 몫이라고 걸어 들어갔던 지형,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수도 없이 반복했던 천일 동안의 약속, 늪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시간이 행복했노라고, 그들은 오랜 시간 후에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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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론 2011.12.21 10:19
웃음이 나올만한 장면이 아닌데;; 왜 웃죠? 가족들이 그 장면에서 웃는데 이상하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하게 몰입을 안 하고 모두 다른 사람 얘기라고 치부해서 그런거라고요.
치매라는 병에 한번쯤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천일의 약속은 그런 두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죠 마지막편이라 치매환자의 행동들을 폭풍처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요 오히려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지형이 이서연을 끌어안고 기저귀 안 차도 돼 하지마라고 오열하는 부분은 아직도 찡하네요 -
호빗 2011.12.21 10:36
주인공이 망가져가는것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지막회가 너무 지나친 속도로 흘러가서 정신 없었어요.
허무한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향기 라는 캐릭터가 큰 짐 다 떠안으면서 끝나진 않았군, 하는 안도가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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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11.12.21 18:08
저 역시 수애의 발차기 장면이 가슴아팠는데 윗분들도 그러시군요.
원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다 말하지 못해 한이 맺힌 것마냥 쏟아내고 읊어대고...것도 자연스런 대화체가 아니라 무슨 문장의 마침표 찍는것마냥 말예요.
이 드라마도 뻔하려니...하며 지나가면서 봤고 역시 뻔했죠.
그런데...치매를 그려내는 방식이 참 좋다 싶었습니다. 구태의연하게 끌고가지 않은 점도 좋구요.
아무래도 여자주인공을 한계상황까지 몰고가는것은 드라마의 분위기나 전체 색깔과는 어울리지 않았을테고 딱 적절하게 드라마의 색에 맞게 풀어냈다고 봅니다.
질질 끌다가 한편에 몰아붙인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수애의 변화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현실적으로도 치매는 하루하루가 다를테니까요.
계속 불만으로 어디보자...이런 어줍잖은 생각으로 봤는데 마지막회는 역시 김수현작가의 내공이 있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저귀 장면이나 문건이 예은을 안고 우는 장면에선 같이 눈물짓기도 했네요.
아마도...제가 느끼기엔 애초에 예은이한테 정을 안준 것 같습니다. 자신은 어차피 떠나가야, 것도 언제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니 무덤덤하게 눈도 제대로 안마주치고 그랬겠지요. 그러나 더는 버팅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와 처음으로 정식으로 눈을 마주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지요...그리고 지형의 독백처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는데 전 그웃음이 왠지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딸에 대한 애절함이 담긴 웃음이다...생각이 들더군요. 차마 정을 줄수도 없고 이미 자신의 마음까지 모르게 된 수애가 지을 수 있는 감정표현. 그렇게 낳고자 자신의 병을 악화시키면서까지 낳은 아이에 대한 사랑...
뭐,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
cheat mw3 2012.05.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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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of ra 2012.05.09 21:24
질질 끌다가 한편에 몰아붙인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수애의 변화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현실적으로도 치매는 하루하루가 다를테니까요.
자신이 치매라는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똑똑한 서연은 여전히 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읊어대는 고상한 치매환자입니다.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문학적 과시욕은 아닌가, 혹은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에게 시 하나는 읊고 외우고 살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충고인지, 그 진심을 읽기가 힘들군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하필 치매환자가 매회 한 두편씩은 읊어내는 시구절은 서연이 치매환자가 맞기는 하나 싶게 만듭니다. 치매환자이니 젖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눕고, 카레를 부어 손으로 밥을 집어 먹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냥 안고 있으면 된다는 문권의 말에 잔소리하지 말라며, "나도 다 생각이 있단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방을 나가버리는 서연을 보며, 향기를 만나고자 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했습니다. 아이에게 정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서연, 아기를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 손에 아기를 주고 싶지 않는 마음이 들까봐, 애써 아기에게 무심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갑자기 베란다에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천길 낭떠러지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은 역시 자살낚시였지만, 서연이 자살을 하려고 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떤 상태인지를 인지하고 있을 때 행하는 행동이기에, 처참하게 으깨져 죽은 모습을 남길 서연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서연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은이에게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려는 서연의 모습에서도 엿보이기는 했지만, 짐작이 틀리지 않아서 당황스럽더군요.
향기가 내미는 꽃바구니를 받아들며 뜬금없이 김용택님의 봄날은 간다 중 서리편을 읊는 서연,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서연의 죽음에 대한 자기정리적인 시였지만, 향기를 앞에 두고 그 어색하고 뜬금없는 장면이 섬뜩스럽게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서연의 표정이어서 향기가 누군지 모르고, 자기만의 치매 세계로 들어가 버린 서연으로 착각하게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서연이 문학했던 사람이었던 지라 치매에 걸려도 참 우아하고 고상하군요ㅎ;;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는 서연, 향기를 부른 이유를 말하지요. "나는....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때까지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지 않거든, 내가 없어졌을 때 향기씨가 옆에 있어 줬으면...뻔뻔스럽지만 어쩌면 더 박지형이라는 남자를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일 지도 모르니까...". 지형을 향기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두통을 호소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서연, "나는 정말 한심하고 비열해, 말도 안돼, 나 어떡해...".
향기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서연이 떠난 후에도 지형과 아이를 택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향기의 사랑이지, 서연이의 지형에 대한 사랑이나 진심으로 향기에게 하는 사과는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여전히 지형을 모습만을 좇고 있는 향기의 눈에서 향기가 여전히 지형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읽었겠지만, 마치 유언처럼 향기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조금은 뻔뻔한 이기심같아 보입니다. 지형이 향기를 끝까지 여자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혹이나 두 사람이 훗날 결혼을 한다해도 향기는 지형의 껍데기만을 안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 말이지요.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뎌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연이 그것이 향기에게 하는 사과였고, 지형에 대한 사랑이었는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다 이해하기는 힘들더군요. 지형이 서연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그 추억만으로 살아간다면, 향기는 처녀귀신으로 늙으라는 말인지 뭔지...착한 향기는 그저 서연이 안됐고 지형이 안쓰럽지만, 서연의 부탁은 내내 향기에게는 짐이 되지 않겠냐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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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걸작 2011.12.20 08:44 신고
저는 저번 주부터 브레인으로 갈아탔는데 갈아타길 잘했다 싶습니다.
보는 내내 스트레스가 쌓여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안 그래도 감정이입이 잘 되는 성격인데 드라마 보며 스트레스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시나리오네요.
딸을 낳을 것 같았고, 분명 김수현 작가라면 서연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쓸 것 같았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여자 주인공을 굉장히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자주 그려냅니다.
스스로 글을 쓰며 여자 주인공을 통해 못다한 자기 만족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저는 같은 여자로서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
서연에게 초점을 맞춰 완전한 사랑을 그리면서 서연 한사람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그런 모습은 보기 불편합니다.
여자 주인공을 너무 비호감으로 만든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재방송으로도 보고 싶지가 않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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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2011.12.20 09:21
김수현 작가는 치매 환자를 잘못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이혼녀라서 남자의 순애보를 그릴때 가장 이상적인 자기
소망을 드라마에 풀어 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매환자를 지켜보고 있는 가족으로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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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마마 2011.12.20 09:26
현실은 저리 아름답기만할 수 없겠지요~
치매에 대한 환상을 갖게끔 만드는~ ^^;;;
허나 드라마라는 사실을 감안하고 생각했을 때
정말 가슴시리도록 미어지는 연기력들인것 만은 확실하더라구요~ ^^
울 누리님~
따뜻~한 하루 되셔요~ ^^ -
샘이깊은물 2011.12.20 10:41
치매환자를 저도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왜 환상적으로 그렸을까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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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께 2011.12.20 17:12
천일의 약속 다 본 건 아니지만 어제 우연히 19회 봤는데
마지막 수애 카레먹는 장면에 섬뜩했습니다.
아 이게 치매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지요.
초록누리님 말씀처럼 저도 마지막회는 치매에만 치중하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로 끝내길 바랍니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기에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 알츠하이머의 병증에 치중해, 지형의 순애보가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요. 이번회 지형의 지형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한 장면만으로 지형의 존재감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천일의 약속을 보면서 수애의 오열신보다, 지형의 오열에서 더 많이 울었네요. 눈물조차 보일 수 없는 지켜보기만 하는 남자의 숨죽인 오열이 너무나 가슴아파서 말입니다.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서연과 지형은 아버지의 용서와 응원에 감사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박창주의 한마디에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서연을 향해, 너무나 따뜻한 음성으로 "서연아..."라고 불러주는 장면이었어요.
"너한테 허락된 시간을 헛되이 쓰지말고, 할 수 있는 노력 필사적으로 다해서 너를 지켜. 포기하면 안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지요. 경제적으로 힘들면 어머니한테 도움청하라고 지형을 응원하고, 서연에게는 "네 어머니는 부처가 현신한 사람이니 의지하라"며, 서연을 편하게 해주려는 박창주였지요. 서연과 지형을 보내고 지형엄마 강수정과 나눈 대화는 더욱 감동적이고, 묵직한 남자의 책임감이 느껴지게 하더군요. "지가 선택한 길이니 마지막까지 비겁해지지 말라고 해".
시아버지를 보고 돌아온 서연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집안일도 다시 의욕적으로 하려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말이지요. 동생 문권에게는 어머니를 책임져 달라며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지난 글에서도 서연이 어머니를 용서하고 화해했다고 어머니와의 재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용서를 하고 내려놓는 서연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세상에 용서못할 부모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자식도 없는 것이 천륜아니겠어요. 독거노인 만들지 말라는 말이 참으로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김수현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은 어머니를 독거노인이라고 표현하는 과감성에서도 보여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연의 자살은 제작진의 낚시라는데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말라며 필사적으로 노력하라는 시아버지 박창주의 응원을 서연이 설마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김수현 작가가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순애보를 완성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김작가의 전작 완전한 사랑에서 차인표를 심장마비로 죽여버린 예는 있었지만, 서연의 선택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그녀의 사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과 진배없는 무책임한 결말로 낸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을 작가가 모를리도 없을 거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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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박유천(미키유천)의 동생 박유환도 형제 사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박유천은 성균관스캔들로 연기자로서도 성공한 케이스로 인기를 얻었지요. 비슷한 용모에 해사한 이목구비의 박유환, 그를 처음 본 것은 종영한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애늙은이 어린 삼촌 한서우라는 역할을 통해서 였습니다.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데, 첫연기치고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입니다. 발성상 발음이 새는 문제와 혀짧은 소리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요. 박유환의 발음이 거슬림에도 그를 눈여겨 보았던 것은, 연기를 참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진정성있게 전달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연은,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정상인 자신을 확인하려 하지요. 컵라면이 퉁퉁 불어터진 것을 보고는, 원고에 집중하느라 그랬다고 부정을 합니다. 세면대의 물을 잠그지 않고 나간 서연,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며, 애써 엿같은 알츠하이머와 연관짓지 않으려고 하지요. 서연이 애쓰는 모습이 강박증처럼 되어가는 것이 안쓰럽더군요. 점점 더 심해지겠지요.
매일매일 떠오르는 지형과의 추억은 그녀를 더 힘들고 아프게 할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고 한번만 만나자고 했다는 지형의 말에도, '마음 불편할 필요없다고, 미안해 할 필요없다고 전해달라'고 했을 뿐이지요. 서서히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마음으로는 지형을 붙잡고, 또 붙들고 싶은 서연입니다.
친구 누나의 부음에 조문을 가려던 문권은 자동차키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서연의 서랍에서 메모지를 발견하게 되지요. 요즘들어 깜빡증이 심해진 누나가 별걸 다 유치하게 하고 있구나 라는듯 피식 웃던 문권은, 서연의 약처방전을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지요. 그리고 그 약이 알츠하이머와 우울증 약이라는 것을 알고는 경악합니다.
지난 회(3회)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도, 너무나 침착했던 서연때문에 사실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이라는 느낌은 생략돼 버렸지요. 혼자 병소주를 마시며 오열하는 서연, 분노의 양치질로 치매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서연을 통해, 그 아픔이 전달되기는 했지만, 서연의 지나친 담담함에 알츠하이머는 서연의 병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4회에서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문권을 보면서, 치매가 순간 '내 일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일이기도 하고, 또 내 부모님의 일이기도 하구나' 라는, 그런 먹먹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유환은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도 큰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조카 한상원의 무식함을 지적해 주는 장면에서는 어린 나이지만, 조선시대 선비가 나왔나 싶게 고지식하고 박학다식하다가도, 엉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도 사려깊은 애늙은이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였지요. 아마 박유환의 마스크에서 나오는 절절함이 배인 진정성때문이었던 듯합니다. 연기를 하는데도 연기같지 않은, 뭔가 부자연스러우면서도 또 진짜같은 그런 느낌말입니다. 한마디로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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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마마 2011.10.26 12:00
오~ 요분 연기 잘하던데요~ ^^;;;
여태는 그냥 연예인 가족~ 쯤으로만 여겼었는데~
이거 대충볼 친구가 아닌듯싶습니다~ ^^
울 누리님~
기분 좋~은 하루 되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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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2011.10.26 17:54
위에 미키유천이라고 쓰셨는데 믹키유천이 맞습니다 ^^.. 솔직히 처음에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고 혀짧은 소리가 너무 거슬려서 좀 피하는 면이 있었는데요, 본인이 '형 덕에 성공한 배우'라는 수식어를 원하지 않아서 그런지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박유천과 연기력을 비교하기에는 여지껏 박유천이 맡은 역할이 성스나 리플리에서 말도 조곤조곤, 조용하고 정말 모범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캐릭터라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기에는 어려운 캐릭터들이였던 것 같아요. 반면에 박유환은 좀 더 생동감있고, 현실적인 인물이다보니 연기의 몰입도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구요. 무튼 형제 모두 연기에 뛰어난 소질이 있다고 봅니다.
남자들 열 여자 마다않는다고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시아버지가 못마땅하네요. 숯검댕이 빈가슴으로 한평생을 살아 온 시어머니의 원통한 심정도 이해가 되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서는 바람 피우다 쫓겨 온 갈데 없는 아버지를 거리로 내모는 행동은 용납하기가 힘들겠지요. 파렴치한 아버지라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을 끊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죽어도 한 울타리에서 못살겠다는 시어머니에게 둘째 아들(김상중)이 타협안을 제시했지요. 눈 감고 참고 받아들이든지, 아파트를 따로 얻어 주고 매끼 식사 나르고 봉양하게 하던지, 마당있는 집 준비해서 모실테니 몇 개월 참고 지내는 세가지 안 중에 택일하라고 합니다. 이에 시어머니(김용림)는 기어이 분통을 참지 못하고 본인이 끌어내겠다며 안채로 들어가지요. 이충에서 내려오던 시아버지가 뛰어들어 온 본처를 보고 놀라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엉켜 넘어지는 것으로, 이번회 다음 라운드를 예고 하며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 취급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드라마에 나왔으니 깊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졌네요. 양로원에다 모실 수도 없고, 따로 거처를 마련해서 홀로 살아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 말이지요. 한 집 걸르면 누구네집 강아지가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지 까지 알 수 있는 제주 작은 동네(제주도가 작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에서, 체면을 유지한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집 속사정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번듯한 아들이 셋인데, 게다가 다른 첩들에게서 난 자식까지 합하면 열 다섯이나 된다는 노인네를 길거리에 내몰았다는 것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밑반찬이 돼버리는 게 세상 인심이고, 불효막심한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사회에 흐르는 효에 대한 정서일 것입니다.
궁금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아빠라면? 이라고 물으니 머리 빠개지게 고민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되묻는 겁니다. 엄마가 아빠가 그랬다면 받아들이겠느냐고요. 저야 당연히 노땡큐입니다.ㅜㅜ
그런데 남편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고, 아니 때려서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인데, 드라마 속 민재처럼 며느리 입장에서는 선뜻 나가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심정이 도리인지, 의무인지, 체면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받은 부모님에 대한 효의 의무감때문에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발대발하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고, 자식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식들 입장도 십분이해됩니다. 할아버지 문제로 집 분위기가 쑥대밭인데 3세대들 민재의 자식들이 우중충한 마음에 와인을 마시는 장면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 3세대들은 우선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니, '모셔야 한다', '아니다'로 왈가왈부할 문제들은 아니지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모두들 연기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이라 말과 표정이 너무나 일치하는 것에 놀라는데요, 며느리 민재역의 김해숙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고, 이번회 시어머니 김용림의 분통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팔순에도 여자임을 보여주면서도, 젊어서 받았던 상처를 울컥 토했다가 다시 집어 삼키는 듯하는 모습은 그만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표현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에서 할아버지를 매몰차게 거리로 내쫓지는 않을 것이고, 이래저래 팔순넘은 정없는 노부부가 부딪치며 살아야 할텐데, 이들 노부부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 할머니가 경대앞에서 화장품도 찍어 바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여자는 백발성성해도 여자인가 봐요.
경로당 과부랑 눈 맞아서 쫓겨난 할아버지가 갈데없어 본처집으로 들어왔는데, 그간 행적을 보니 정말 혈압돋우는 진상인데, 정신 차릴지 기대되네요. 생과부로 살아 온 시어머니 인생이 가여워서라도 쉽게 용서가 안되기는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제목처럼 팔십 넘은 노부부의 모습도 아름답게 귀결되었으면 싶네요. 평생 본부인 가슴에 못 박은 것 만큼 조금 더 당했으면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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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2010.04.05 08:13 신고
어제는 하루종일 티비를 안보기로 해서 못봤습니다만,
할아버지의 존재가 다소 작위적이란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뭐 그런 것이 드라마 작법의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효도고 뭐고 전 우선 반감부터 생겨서 보기 참 불편한 할배입니다.ㅎㅎ -
모과 2010.04.05 09:11
마누라 6명 ..우리 나라 재벌들중에 도 더러 있었습니다. 실제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때 좀 사는 집안의 남자는 대부분 첩이 있었어요.
5,60대 시청자들은 공감을 느끼지요. 저도 잘보고 잇습니다. 할머니가 어떻게 받아 들일지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
건강천사 2010.04.05 09:56
저 김용림씨 너무 좋아합니다.
'세여자 세남자' 시트콤에서 완전 팬이지요.
내공있는 연기자들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초록누리님의 말씀만 기다릴레요~ :) -
왜 2010.04.05 12:46
양로원에 모시면 안될지요.
남의 일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이라면
그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알텐데
자기 같으면 지성으로 모시겠답니까?
다섯째 첩인지 마누라한테는
오래 살고 재산도 많이 뜯긴 모양이던데
책임을 지려면 그쪽이 져야지
여기 저기 뿌려놓은 씨도 많으니
십시일반 돈모아 실버타운 보내도 되겠네요.
할머니 실컷 동정하고 분통 터져 하며 봤더니
웬걸 할머니가 생각보다 무르실 모양이네요.
여자로서 대접 못받고 살아온 세월
할머니도 여자인 점은 인정하지만
이제와서 할아버지와의 로맨스 같은건
좀...윽 그냥 내보낼것이지 속 울렁거립니다.
경로당에서 할머니한테 집적대다가 쫒겨나
큰소리 치다가 불쌍한척 하는 꼴이라니아무리 드라마 속 할아버님 이시지만
재수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