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2.09.13 '차칸남자' 송중기-문채원, 이미지 변신 성공한 강렬한 첫회 (2)
  2. 2011.07.30 '공주의 남자' 문채원-박시후, 비운을 넘는 사랑의 대서사시를 쓰다 (40)
  3. 2010.12.31 'SBS연예대상' 예능장사 강호동, 수상소감도 대상감이었다 (51)
  4. 2010.07.19 '인생은 아름다워' 김해숙,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기적 (9)
  5. 2010.07.18 '인생은 아름다워' 공처가 이수일의 이유있는 반항 (16)
2012. 9. 13. 09:03




이경희 작가의 작품특색은 무채색에 가까운 주인공들의 내면에서 파스텔톤의 감정들을 끌어낸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동물적인 본능에 가까운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경희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들 대부분을 깊은 상처로 세상 어느곳에서도 정박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돛단배처럼, 상처받은 영혼들을 내세우죠. 그리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상처를 어루만지게 합니다. 그래서 이경희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이 제게는 늘 괴로웠습니다. 주인공들 못지않게 힘들어야 하니까 말이죠. 때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의 무게에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차칸남자도 감정소모를 많이 할 작품이 될 것같습니다.

 

상처를 보듬어 보라는 작가의 잔인함이 고통스럽더군요.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를 대신해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가는 강마루, 그에게 그의 꿈보다 소중한 이유가 된 그의 등불 한재희라는 여자가 어떤 존재이기에 싶어서 말입니다.

 

언어파괴의 우려로 드라마 제목수정 요청과 함께, 한글단체로부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기도 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 첫회, 빠른 전개로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는데요, 이경희 작가 작품 특유의 매력이 첫회 한 꺼번에 쏟아 져 나온 느낌입니다.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3년생인 강마루(송중기), 석민혁(조성하) 교수의 회진시간에 늦어 바쁘게 뛰어가다 TV에서 나오는 낯익은 소리에 발길을 멈추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강마루의 발을 멈추게 한 것은 한재희(박시연) 기자였지요.

 

회진중 본과생들에게 한 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은 석민혁 교수에게 따지다가 무시만 받은 강마루, 퇴원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찬영이라는 어린 환자의 소동을 보게 되죠. 석교수는 찬영의 병명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고, 마루는 구토하는 찬영을 뇌동맥류가 의심된다는 보고를 합니다. 혈관조영 촬영에 뇌동맥류 소견은 없었다는 결과에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고개 숙여야 했던 마루였지요.

그러나 다음날 찬영은 심한 구토와 함께 병원에 실려왔고, 강마루의 소견대로 뇌동맥류였다는 것이 드러났지요. 석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전 강마루에게 연락하라며, 강마루의 판단이 맞았었다고 알려줘야 겠다고 하죠. "선생으로서 몹시 쪽팔리다고 말해줘야지...".

2년후에는 천재의사를 가지게 될 거라며 강마루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석교수였습니다. 석민혁 교수와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 것이죠. 진중하면서도 아집없어 보이는 석민혁(조성하) 교수 캐릭터 호감이더라고요.

그러나 촉망받는 천재의사가 될 수도 있었던 의사로서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나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강마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건, 한재희를 대신해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간 것이죠. 동생 초코가 아픈데도 재희누나의 전화를 받고 뛰어나갔던 마루, 모텔에는 한 남자가 죽어있었고, 자기가 죽인 것이 아니라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한재희를 보게 돼죠. 한재희를 현장에서 내보내고,  초코에게 미안하다고, 오빠가 못갈 것같다는 전화 한 통을 끝으로 6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13년간 끝도 모를 시궁창에서 한재희가 켜 준 등불 하나만 보고 따라왔는데, 나같은 놈은 한재희씨가 살아야 할 이유가 안돼요?", 자수하려는 한재희를 막으면서 강마루의 인생은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초코가, 진짜 아프다고 가지말라며 바짓가랑이를 붙들며 우는데도, 열이 펄펄 끓는 초코에게 500개 셀 동안 다녀오겠다고 한재희에게 뛰어간 강마루, 신은 그런 강마루를 벌하려 했던 것일까?***

 

강마루의 인생이 한재희로 인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해 버린 그날밤, 한재희는 아버지뻘 되는 서회장(김영철)의 품에 안겨 울며,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서회장에게 건넨 서류봉투가 무엇인지, 모텔에서 죽은 남자와 서회장과의 관계, 서회장과 한재희의 관계에 의문스러운 복선을 깔면서 말이죠.

***구질구질한 시궁창같았던 과거, 쓰레기더미 지옥에서도 꿈을 이루겠다고, 희망이 있다고 버텨왔던 한재희에게, 살인죄도 강마루에게 덮어쓰게 하고, 서회장의 넓은 저택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구질구질한 시궁창을 살아온 것에 대한 신의 보상이었을까?***

 

까칠하고 성질 더러운 서회장의 딸 서은기(문채원)가 이 장면을 목도하고, 시간은 빠르게 6년후로 건너뜁니다. 일본의 한 호텔에서 제비로 변신한 강마루는 꽃뱀과 밀어를 나누고 있었고, 서은기는 과로누적으로 늦잠을 자고 있었죠. 일본은 왜 갔는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는 했지만, 일본수출을 위한 서비스였나 봅니다. 하긴 첫회는 팬서비스가 여기저기 많이 나오더군요. 송중기의 훌러덩 벗은 근육질 몸매도 덕분에 감상했고, 꽃뱀과 문채원도 타월만 두르고 나오기도 했죠.

 

서은기는 화장품의 중금속으로 피부부작용이 일어났다는 사기꾼 여자를 해결하러 갔던 것이고, 강마루는 친구 재길(이광수)이 당한 꽃뱀에게 복수했던 것인데, 돈도 돌려받을 정도로 능력있는(?) 제비였습니다. 송중기같은 제비라면 저도 넘어가고 싶더라는ㅎ;; 강마루의 친구로 나온 재길역의 이광수때문에 우울함이 많이 희석될 듯해서 좋더군요. 런님맨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와 이광수 두 사람의 조합이 어울리더라고요. 특히 이광수의 어눌한 구석이 있지만, 착하면서도 코믹한 재길 캐릭터에 딱이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강마루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고, 동시에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여인과 재회합니다. 기내 화장실에서 강마루의 가슴팍에 푹 쓰러져 버린 서은기, 폐에 물과 공기가 차서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죠.

의대에서 제적당하고 의사의 길을 포기했던 강마루는 의사를 찾는 기내방송을 외면하지만, 재길이의 한 마디에 일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루의 아킬레스건 초코때문이었지요. 걸핏하면 길에서 쓰러지는 초코를 누군가가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재길의 말이 마음을 돌리게 했지요.

은기의 새엄마라는 여자는 한재희였습니다. 강마루의 등불이었던 한재희, 그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의사도 포기할 수 있었고, 살인죄로 대신 감옥에도 갈 수 있었던 그 여자가, 동갑내기로 보이는 환자의 엄마라고 합니다. 충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지요. 네살배기 아이가 한재희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강마루에게 한재희는 등불일까요?

수목드라마 최강자였던 각시탈의 후속작이라는 점이 차칸남자(전 개인적으로 착한 남자라고 표현해도 작품이 말하고 싶은 요지가 퇴색될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에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작품 자체로도 좋더군요. 드라마 캐릭터를 그려가는 능력만큼은 이경희 작가의 최고의 강점이기에, 차칸남자 송중기와 문채원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첫회를 보고 송중기와 문채원의 변신에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송중기보다는 여주인공 문채원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는 했습니다. 작년은 문채원의 해라고 해도 좋을만큼 상복이 터지기도 했지만, '공주의 남자'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문채원에게 단점이라면(사견입니다) 표정연기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과 답답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차칸남자 첫회에서 과거의 문채원이 맞나 싶게 발음교정을 했더군요. 사탕 한 두개는 입에 넣고 또박또박 말하려는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많이 없어졌더라고요. 표정의 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더군요. 문채원의 연기를 보면서 신경질을 내거나 감정에 몰입하면, 가끔 '왜 저 예쁜 여배우는 양미간 주름으로만 감정을 표현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차칸남자에서는 양미간 주름대신 이마와 눈주위의 근육을 움직이는 등의 변화가 보였고, 무엇보다 목소리톤만으로도 차가움, 냉소, 비난을 표현하더라는 겁니다. 화면에 잡히는 표정에 신경을 쓰다보면 대사톤은 부자연스럽고, 표정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채원도 그런 점에서는 한 때 책읽는 배우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고요. 어눌스러운 대사톤이 한 몫했고 말이죠. 모르긴 몰라도 문채원 개인적으로는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매번 새 드라마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에게는 연기변신으로 돌아온 배우들을 보는 것이 가장 반가운 일입니다. 스토리의 엉망으로 연기자의 연기력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화나고 속상하고 말이죠(개인적으로는 타방송 드라마지만, 아랑사또전 이준기 캐릭터를 살려주지 못하는 것때문에 속상해 하고 있답니다ㅜㅜ).

귀티나는 외모와 순한 인상의 송중기가 차칸남자의 우울하고 어두운 강마루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도 되었지만, 송중기는 이미 뿌리깊은 나무에서 젊은 세종 이도역할로, 짧은 분량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요. 사극과는 다른 현대물에서는 어떨까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첫회인데도 흔히 보이는 긴장된 모습도 보이지가 않더군요. 개성강한 캐릭터를 맡으면 곱상한 외모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그래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으로 커버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얼굴에 흉터를 만들기도 합니다. 개성강하다는 것이 꼭 액션을 많이 하거나, 마초적이고 거친 성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과거의 큰 트라우마도 다른 의미에서의 개성이 될 수도 있지요. 아직 강마루라는 캐릭터의 모습이 10%로도 안나왔는데도, 중저음의 목소리와 웃음기없는 무표정은 강마루라는 인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게 만듭니다. 주인공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드는 것, 시청자와의 교감에 성공했다는 말이겠죠.

 

특히 송중기의 눈빛연기는 소름돋게 좋더군요. 표정의 변화없이도 눈빛 하나로 분노와 절망, 상처와 냉소까지 다양한 감정을 뿜어내더군요. 꽃뱀을 안을 때는 감정없는 냉소를,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창문을 열고 보여준 종류를 알 수 없는 슬픈 눈빛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었습니다. 귓볼까지 빨개지는 울컥함의 종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6년후에 재회한 한재희가 나이든 남자랑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에 절망과 분노가 교차되는 눈빛은, 심장이 푹 하고 찔리는 것처럼 강렬했습니다. 그런데 왜 가슴 저 밑바닥이 더 아파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차칸남자가 끝날 때까지 상처투성이 강마루의 분노와 아픈 사랑에 가슴앓이를 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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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2012.09.13 09:2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2.09.13 11:0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1. 7. 30. 08:33




공주의 남자는 흥미로운 접근방식의 퓨전사극입니다. 역사라는 시선에서 보자면, 속된 말로 까일 것이 너무나 많은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을 발라 놓은 듯 달달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빼어난 영상미만으로도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형형색색 깨끼한복이 눈길을 사로잡고, 연기력을 떠나 한복이 어울리는 문채원의 고운 자태와 건들거리는 자유분방한 박시후의 조선한량같은 모습이 샤방샤방 빛이 납니다. 경혜공주역 홍수현의 까칠한듯 도도하고 외강내유형의 캐릭터는, 그녀의 비운의 삶이 투영되어 애잔하지요.
선남선녀의 핏빛로맨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점수를 따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소재의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수양대군과 단종의 피로 물들인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 재구성해도 극적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 소재지요. 공주의 시선으로 옮겨간 피의 역사는, 저잣거리로 시선을 돌려가는 사극트랜드에 비춰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그간 궁중사극의 대개가 왕가의 암투나 권력장악 싸움에 관한 소재가 대부분이었기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는 늘 그들의 시선에서 권력을 선과 악의 축으로 양분해서 보고는 했지요. 공주의 남자는 핏빛로맨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와 권력싸움은 군더더기로 딸려오는 고명같은 역할이라고 분명한 선을 긋습니다. 철저하게 정통 역사사극이라는 시선에서 한발 비켜서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묵직한 중견배우 이순재, 김영철, 정동환의 출연만으로도 드라마는 사극의 무게감과 궁중사극으로서의 위엄을 잡아줍니다. 특히 수양대군역의 김영철은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던 파란만장한 세조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없는 캐스팅입니다. 강한 카리스마와 명철한 두뇌, 리더십을 겸비한 수양대군(세조)이었지만,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된 인물이죠. 역사는 왕좌를 찬탈한 수양의 야심과 강력한 왕권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로 세조를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지만, 특히 드라마에서는 누구의 시선에서 수양대군을 보느냐에 따라, 인간적인 평가와 야심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합니다.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아들 김승유를 죽이려는 수양의 왕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놓고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단종의 편에서 보는 악의 축인 셈이지요. 저는 감정적으로 수양대군(세조)을 보는 것과 조선왕조라는 정치체제에서의 수양대군을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구분해서 봅니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찬탈을 한 것은 정치사적 사건으로는 쿠테타였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강한 왕조를 위한 상황적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양대군의 권력욕과 정치적 야심이 우선이었지만 말입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는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싸움의 공방전이었습니다. 강한 군주가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신권이 약화되었고, 신권이 강하면 무능한 군주로 비춰지기 십상인 허수아비 왕이 등장하기를 반복해 왔지요.
병약한 문종의 짧은 재위는 어린 단종의 수명을 재촉하는 불운이었습니다. 문종이 의지했던 인물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우상 김종서였고, 강한 왕권과 권력을 잡기 위해 수양대군이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김종서를 견제하지 않고서는 왕권을 잡기는 힘든 상황이었죠. 그만큼 김종서가 조정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왕을 능가하는 권력중심부였다는 의미입니다. 김종서는 수양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종친의 정치참여를 강하게 금지했고, 왕좌에 야심을 가진 수양에게는 자기 사람으로 취하느냐 버리느냐만이 있었습니다. 유약한 왕은 수양대군에게 강한 왕실이 필요하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주었고, 한명회, 신숙주 등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기반을 다져가기 시작합니다. 병약한 문종과 어린 세자는 수양의 야심을 돕는 천우신조였습니다. 수양의 왕좌에 대한 야심은 김종서에게는 불사이군 신조를 모래 한알만큼도 덜어내지 못할 불충이었기에, 김종서와 수양대군은 물과 기름일 수 밖에 없었지요.
드라마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한 1단계로 양가집안의 정략결혼 계획으로, 그 의기투합할 수 없는 비극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김종서의 셋째아들(실제 김승유는 김종서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였지만,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설정을 위해 아들로 만든 듯 보입니다만)과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의 혼사를 추진하죠. 수양대군의 흑심을 간파한 문종은 경혜공주의 부마로 김승유를 낙점하고, 김종서에게 공주와 세자의 안위를 부탁합니다. 문종의 청을 수락하는 김종서로 인해 수양대군과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아니 위험한 적이 돼버립니다. 비극의 시작은 자녀들의 틀어진 혼사때문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무게중심추를 엇갈린 인연에서 피로 물든 비운의 역사로 시선을 확대해 갑니다. 
이 리뷰는 차떼고 포떼고, 역사떼고,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고증떼고, 드라마로만 보는 입장을 견지할 예정입니다. 간간히 심하다 싶은 것은 태클을 걸기도 하겠지만요. 역사를 전공해서 특히 사극을 볼 때는 제 개인적인 오지랖의 쓴소리가 들어가기도 한답니다^^;;
공주의 남자가 4회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우선 의문점이 들었던 것은 드라마 제목의 공주가 누구를 지칭하느냐?였습니다. 보기에 따라 공주는 경혜공주이기도 하고, 훗날 공주가 될 세령이 되기도 해서 말이지요. 첫회 계유정난(1453년)으로 피의 서막을 열었는데, 이 계유정난의 시기가 드라마 어느 부분인지에 따라, 드라마 제목에서 말하는 공주가 달라질 것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의 말미라면,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가 계유정난 1년 전의 김승유와 세령의 로맨스라면, 공주는 세령이 아니라 경혜공주지요. 그러므로 세령은 경혜공주의 남자를 마음에 품은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이고요. 아시다시피 계유정난 이후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즉위한 이후에랴야 세령이 공주가 되는 것이기에 말이지요.
가파르게 시간이 흘러 계유정난 이후, 세조가 왕권을 찬탈하고, 단종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수양대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된 것을 알게 된 김승유가 복수의 칼을 품는 것으로 전개된다면, 공주는 세령을 지칭하겠지요. 문제는 계유정난 이후라면 김승유가 역모의 집안으로 몰려, 드러내놓고 활보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주가 된 세령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일테고 말이지요. 엎어치나 매치나 경혜공주나 세령 모두 김승유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만으로도 공주의 남자라는 구색에는 맞지만 말입니다.
공주와 황음을 했다는 이유로 간택청이 아닌 사헌부로 끌려간 김승유, 모든 것은 수양대군의 계략에 의해서 였지요. 관상감을 협박해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궁합수를 최악수로 조작한 수양대군, 공주의 궁합수는 공주뿐만이 아니라, 세자(단종)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것이었기에, 문종을 위시한 김종서측은 경악을 금치못하지요. 여기에 세령에게 정표로 옥쌍가락지와 함께 보낸 편지가 나와, 김승유는 빠져나오기 힘든 곤경에 처합니다.
공주인줄 알았으나 궁녀였었다는 묘령의 여인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김승유는, 세령을 지키기 위해 끝내 자신이 만난 여인을 밝히지 않지요. 김승유를 참하라는 종친과 수양대군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쪽같은 강직한 성품으로 믿었던 신숙주마저 궁합수가 사실이라고, 수양의 편으로 변절을 하는 것을 본 문종과 김종서는 참담할 뿐입니다.
김승유를 죽음에서 구한 이는 경혜공주였지요. 숙부 수양의 야심을 알게 된 경혜공주, 더구나 문종의 악화된 병세를 알자 경혜공주는, 자신과 세자의 목숨을 김종서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와 혼사를 치르는 것이 세자의 안위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유일한 길이었지요. 공주를 사칭한 여인이 세령이었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세령이 걱정된 경혜공주의 인간적인 정때문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수양숙부에게 한방 먹일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덮어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아직은 정에 약한 경혜공주의 실수이기도 했습니다.
세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직간 김승유는 경혜공주가 보기에도 탐나는 인물이었습니다. 동시에 한남자를 마음에 품게 된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되지요. 왕실가에서는 마음을 터놓는 사촌간이었던 세령과 경혜공주가 아버지 수양대군과 김승유로 인해 틀어지게 된 것이지요.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자식들의 사랑으로 보는 색다른 드라마적 설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가슴아리고, 간절하고, 아름답게 채색되어 갑니다. 핏빛이라는 잔인한 아름다움이지만 말입니다. 마음으로 품은 사내 대신 정종(이민우)과 사랑없는 혼인을 해야 하는 경혜공주의 비극적 사랑마저 가슴저리게 하지요. 여기에 조선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당차고 천진난만한 세령에게 첫눈에 반한 신숙주의 아들 신면(송종호)의 짝사랑은, 야망보다는 사랑과 질투로 친구를 배신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 정치사극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사극으로 절충선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세령과 김승유의 사랑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누구 말대로 서로 그렇고 그런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호사가들이 다 부러워할 좋은 조건임에도 정치적 숙적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이 돼버리고 말지요.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고,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더욱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은 깊어갈 뿐입니다. 
공주를 사칭했다는 것이 들통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목숨을 걸고 세령을 지키려는 김승유,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라도 스승님(김승유)를 구하겠다며 옥사를 찾은 세령은, 서로 사랑의 감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요.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사랑이 깊어졌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설정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마약같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운명적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으로 세상을 안은 것처럼,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남자, 이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세령입니다. 세령이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시대를 풍미할 호탕한 사내로 세상을 누볐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규중반가, 왕실가문 여식이라는 제약은 세령에게는 족쇄였지요. 여인이기에 안되는 것이 많았고, 여인이기에 목소리를 높여서도, 학식들 드러내서도 안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 세령에게 미래의 지아비가 될 김승유의 호탕하고 넓은 가슴은, 세령의 답답함을 처음으로 풀어 준 돌파구였습니다.
지아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낭군님,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공주님의 부마로 간택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더구나 아버지가 왕좌를 넘보고 있다는 경혜공주의 말은 세령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올곧고, 어진 분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반역을 꿈꾸고 있다는 말은, 세령을 아득한 절벽으로 몰아부칩니다.
정치나 세상사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가끔 문밖출입으로 답답함을 달랬던 호기심많은 세령은 처음으로 정치라는 무서운 세상에 귀를 엽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두 얼굴을 보게 되겠지요. 야심을 위해서, 왕좌를 찬탈하기 위해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두얼굴을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끊어낼 수 없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 버린 사내 김승유는, 아버지의 야심에 가장 큰 걸림돌인 김종서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용인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무릎을 꿇고 김승유의 목숨을 구명해 달라고 청하는 세령, 딸아이의 간청에 김승유를 살려주게 될(그럴 것같다고요) 수양대군은,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 이전에 비정한 아버지가 될 듯합니다. 야망을 위해 딸아이의 사랑마저 짓밟아야 하는 비정한 아버지, 이 또한 수양대군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김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요? 저는 핏빛 로맨스를 비극이라고 단정짓고 보지는 않게 되네요.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던 세기의 로맨스 영국의 애드워드 8세와 심슨부인의 사랑처럼, 공주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세령의 모습이 먼저 다가오니 말입니다.
첫회 김승유와 세령의 첫만남에서 나왔던 효경 강론은,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결말복선이 아닐까 싶은 섣부른 추측도 해봅니다. 김승유가 세령에게 첫날 강론을 했던 부분은, 의미심장하게도 삼종지도(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결혼을 해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의 뜻을 따른다)였지요. 가슴 속에 이미 지아비로 삼고 싶었던 님을 품어버린 세령, 세령이 삼종지도의 길을 그녀 방식으로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좌를 꿈꾸기에,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는 수양대군에게는 도려낼 수 없는 아픈 손가락, 눈물이 되겠지만요.
왕권을 향해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수양대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세령의 사랑이 김승유와 세령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는지, 피의 정치마저도 이들의 사랑에 손을 들고 눈을 감아줘 버렸는지, 숨가쁘게 돌아가는 정국 속에 피어나는 운명적 사랑을 끝까지 가슴졸여 가며 지켜보고 싶습니다. 올여름 최고로 감동적인 로맨스로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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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ostanci 2011.08.07 01:58 address edit & del reply

    대표적 공신이었던 한명회와 홍윤성이 한 짓거리만 봐도 수양대군의 수준을 알수 있습니다. 태종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후반기에는 이들 공신들이 세조의 통제조차 받지 않을 정도죠. 예를 들면 땅을 빼앗기 위해 홍윤성이 노파를 돌로 때려죽였을때나 자신의 숙부를 살해해서 암매장했을때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했습니다. 깡패쉑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최초의 정치인중 하나 인것같아요.

  3. business logo design 2011.08.07 21:16 address edit & del reply

    이상기온으로 앞으로 더 많은 태풍이 우려됩니다.
    덥고 습하고 불쾌지수 또한 장난이 아니죠.
    태풍의 이름에 대한 좋은 글입니다.
    이번 한주도 화이팅하는 한주 되시길....^^

  4. tax attorney 2011.08.11 06:25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추천했어요!

  5. tires 2011.08.11 06:28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추천했어요!

  6. goodyear tires 2011.08.11 06:29 address edit & del reply

    능력이 되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후반기에는 이들 공신들이 세조의 통제조차 받지 않을 정도죠. 예를 들면 땅을 빼앗기 위해 홍윤성이 노파를 돌로 때려죽였을때나 자신의 숙부를 살해해서 암매장했을때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했습니다. 깡패쉑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최초의 정치인중 하나 인것같아요.

  7. michelin tires 2011.08.11 06:29 address edit & del reply

    능력이 되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후반기에는 이들 공신들이 세조의 통제조차 받지 않을 정도죠. 예를 들면 땅을 빼앗기 위해 홍윤성이 노파를 돌로 때려죽였을때나 자신의 숙부를 살해해서 암매장했을때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했습니다. 깡패쉑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최초의 정치인중 하나 인것같아요.

  8. company logo design 2011.08.13 20:33 address edit & del reply

    전이성 유방암 환자, 뇌에 전이도 오고 급성 뇌졸중도 같이 찾아왔다.
    재활치료를 위해 집근처 병원으로 다니실 수 있게, 마침 아는 선생님이 계셔서 의뢰를 드렸다.
    선생님께 편지가 왔다.

  9. tax relief 2011.08.16 04:36 address edit & del reply

    재활치료를 위해 집근처 병원으로 다니실 수 있게, 마침 아는 선생님이 계셔서 의뢰를 드렸다.

  10. goodwell 2011.08.16 10: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 몇번 놓쳤는데...한방에 정리가 되네요.^^

  11. business logo design 2011.08.21 03:47 address edit & del reply

    워 언제까지 부재중이신가요..ㅜㅜ

  12. 국토지킴이 2011.09.06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잘읽었습니다. ^^ 추천하고 갑니다.

  13. replica mont blanc watches 2011.09.09 12:53 address edit & del reply

    수양대군 역 맡은 김영철의 카리스마가 멋지더군요, 예전 궁예 역할 이후 모처럼 보는 듯..

  14. gucci hangbags 2011.09.09 12:53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추천했어요!

  15. company logo design 2011.09.11 20:50 address edit & del reply

    방학과 여름휴가철을 맞이해서 인텔에서 이벤트를 해요~
    전문가가 원하는데로 pc를 구성해 주니 이기회에 정품도 쓰고 경품

  16. 희망FEEL하모닉 2011.09.14 10:55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17. 화사함 2011.09.21 17:00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
    요즘 날씨 쌀쌀해지는데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18. 샬롬 2011.09.22 13:02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잘 계시죠?? 궁금하고..바쁘신지..어디 안좋으신지..걱정도 되기도 하네요..누리님 글 읽고파..클릭하면..안계시고..^^빨랑 돌아오셔요~~~~~

  19. business logo design 2011.09.22 23:41 address edit & del reply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러한 끝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김병만씨가 있었군요 ㅎㅎ

  20. wheels rims tires 2011.09.29 08:48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날씨 쌀쌀해지는데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21. business logo design 2011.10.03 23:09 address edit & del reply

    의 경우는 참으로 조선 전기 최고의 인재중의 한 사람이지만 저 한 번의 배신이 그 후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항상 부끄러워

2010. 12. 31. 07:55




SBS연예대상 대상은 강호동에게 돌아갔습니다. 후보에 오른 이승기로 인해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강호동이 치고 올라오는 이승기에게 무서운 친구라는 말도 했지요. 이승기에 대한 강호동의 평도 멋졌고,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승기도 한해 정말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되어, 이래저래 가장 기분 좋은 시상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 MBC연예대상의 한편의 블랙코미디에 비하면 SBS연예대상은 진행도, 무대도 모든게 비교가 되더군요. 이승기는 네티즌이 뽑은 최고 인기상까지 수상하면서 2관왕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요. 네티즌이 뽑은 최고 프로그램상은 스타킹이 선정되었고, 올해의 프로그램상은 유재석의 런닝맨이 뽑혀 강호동과 유재석에게 큰 기쁨이 되었을 듯 합니다.  
KBS연예대상에서는 이경규가, MBC연예대상 대상은 유재석이 거머쥐면서 자연스럽게 SBS연예대상 대상은 강호동으로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만, 상이라는 게 늘 이변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고, 운도 함께 하는 것이기에 SBS연예대상은 방송3사 통틀어 가장 긴장감으로 지켜 봤습니다. 시상식을 준비한 SBS의 무대 연출은 개인적으로 방송3사 중 가장 볼거리가 풍부했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브로드웨이 공연을 연상하게 하는 시상식장과 많은 연습으로 무대의 흥을 불어 넣어준 특별 게스트들이 만든 무대도 재미있었지요. 김영철과 김효진의 무대는 시상식의 분위기를 더욱 업시키기도 했고요. 김효진의 퍼포먼스에 함께 호응해 주는 날유 유재석과 뻣뻣댄스 강호동의 멋진 매너도 수상감이었습니다.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던 이승기가 최우수상과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인기상을 받았는데요, 예능황태자로 급부상중인 이승기에 대한 축하를 꼭 해주고 싶네요. 이승기의 팬클럽 아이렌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자, 저랑 우리딸이 두 손을 꼭 잡고 꺄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사실 저는 회원이 아니지만(제 나이가 몇인데.ㅎㅎ그렇지만 승기팬은 분명함), 우리딸은 아이렌 팬클럽 회원이라서 눈물까지 글썽이더군요.
이승기의 최우수상 수상소감도 정말 대상감이었어요. "본인이 돋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 후배를 위해 한 발 물러서서 잘한다, 대단하다라고 응원해 주는 강호동 선배님"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요. 그리고 역시 국민황제 이승기, 겸손한 이승기, 성실한 이승기라는 수식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소감을 덧붙였습니다. "재능있는 사람, 천부적인 천재를 동경했는데, 이 상을 주는 의미가 재능을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감사합니다"라며, 앞으로도 부족한 모습을 채워가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지요. 저는 이번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특히 유재석, 강호동, 이승기가 상을 받은 공통점은 노력과 겸손함, 그리고 성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값진 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예대상의 하이라이트, 대상발표와 수상소감은 강호동이 될 거라는 예상은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드라마처럼 멋진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5번째 대상의 영광을 안은 강호동의 수상소감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느 수상소감보다 멋졌고, 가슴찡한 울림을 전달했습니다. 수상소감을 마친 강호동이 마지막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진심으로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강호동의 멋진 무대매너는 수상소감과 함께 진정 대상감이었어요.
수상자 발표가 있자 곁에 있던 유재석을 번쩍 안아주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무대위로 올라간 강호동, 많은 수상 소감을 들었지만, 지금까지의 대상소감 중에 이렇게 시청자의 마음을 흐뭇하고, 대견하고, 기쁨으로 가득차게 하는 수상소감도 드물었던 것 같네요. 몰론 KBS연예대상에서 수상을 한 이경규와 MBC연예대상 유재석의 수상소감도 멋졌지만요.
"대한민국 당대 최고의 스타분들이 이 자리에 계시는데, 부족한 제가 가장 마지막에 상을 받은 이순간 만큼은 호동이가 스타킹된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정말 과분한 넘치는 사랑을 주셔서, 제가 진짜 하루하루 강심장이 돼가는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이 진행하는 스타킹과 강심장을 언급하는 강호동이었지요. 
강호동의 수상소감은 그의 겸손과 진정성,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진심으로 전해지는 말이었기에 더욱 가슴을 찡하게 만들더군요. 타방송 연예대상식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천하장사급 웃음과 축하를 해주었던 진정한 대인배였기에, 그의 이번 수상은 더욱더 빛났습니다. 
"호동이는 운이 좋은 사람같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연출진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며, 국민이 주인이고 시청자가 주인공이 되는 스타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배성우 피디에 대한 인사를 전하며, 강호동은 그의 환상의 파트너 이승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지요. "처음에 이 친구를 볼 때 잘생겼다, 참 성실하다, 잘한다, 대단하다. 최근에는 이친구를 보면서 이제는 좀 무섭다 생각이 든다". 강심장의 파트너이기도 하면서, 1박2일의 멤버인 이승기에게 무섭다는 표현을 해 주는 강호동, 이승기에게는 최고의 응원과 감사인사가 되었을 듯싶더군요. 
그리고 강호동을 모래판에서 방송계로 이끌어 준 예능선배 이경규에 대한 인사는 시청자의 가슴을 훈훈함으로 꽉 차게 하더군요. 이경규를 번쩍 들어서 최고의 예우를 표한 강호동은 선배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마음도 대상감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이경규 선배님이 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그때 이경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눈내리는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 딛으면서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고싶다'. 호동이는 시계를 보지 않았습니다. 이경규 선배님을 봤습니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경규 선배님 한테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라며, 선배인 이경규한테 감사의 마음과 존경의 뜻을 전했지요. 그리고 천하장사의 포효가 이어졌습니다. "이 호동이 역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쏘의 뿔처럼 따라 가겠습니다!".
노장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경규씨에게도 타방송이었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재기에 성공한 큰 형님 이경규를 필두로, 강호동과 유재석 등 예능인들이 내년에도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 주시리라 시청자도 믿습니다. 
수상 소감이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한마디 더하겠다는 양해를 구하고는 강호동은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라이벌 유재석에 대한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멋진 수상소감이던지 눈물이 다 글썽이게 만들더군요. "제가 방송을 하면서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들었던 찬사 중에 가장 큰 찬사가 뭔지 아십니까? 유재석의 라이벌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갑니다. 재석아 함께 가자! 대한민국 예능인 여러분 함께 갑시다. 으라차차! 시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김병만, 유재석에 이어 강호동도 예능인들에 대한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무대를 감동으로 꽉차게 만든 천하장사 강호동, 예능장사 강호동의 포효가 밝아오는 신묘년을 더욱 따뜻하고, 에너지 넘치게 할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얼마나 마음이 든든해 지던지요.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강호동의 말에 저도 모르게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정말 멋진 멘트지 않습니까? 인터넷을 하다보면 유재석과 강호동을 시청자와 팬들은 경쟁자라고만 생각하고, 소위 편가르기까지 하는 양상을 보이는데요, 강호동과 유재석은 진정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예능이라는 마차를 모는 최고의 프로 마부들입니다. 강호동의 인사에 객석에서 깍듯하게 인사로 화답하는 유재석, 두 사람은 역시 대한민국 최고 국민MC들입니다. 강호동-유재석, 으라차차 화이팅입니다!
강호동씨의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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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ennpenn 2010.12.31 13: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와우~ 강호동 열혈 팬이시군요~

    이곳 서울은 한파가 몰아칩니다.

    초록누리님,
    금년 한해 고생하셨습니다.
    2010년 마지막 날을 뜻깊게 보내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3. Boan 2010.12.31 13: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예상했든 강호동이 받았네요. 강호동이 그랬든 이승기도 강호동의 길을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초록누리님의 블로그도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4. 강호동의 최고 소감 2010.12.31 13:18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가슴 뭉클한 소감이었습니다.

    강호동이여 영원하라!!!

    좋은 글 잘봤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건필하세요^^

  5. 하결사랑 2010.12.31 13: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잠 때문에 이 감동적인 말들을 직접 못 들었네요 ㅠㅠ
    나중에라도 마지막 장면이라도 봐야겠네요.

    초록누리님 덕분에 참 많은 방송들 직접 안 보아도 않아도 보고 듣지 않아도 듣고
    또 보고 들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기대할게요.

    금칙어때문에 댓글을 못 단다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ㅠㅠ

    건강하시고 아주아주 많이 행복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

  6. 칼스버그 2010.12.31 13:45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올해는 작은 만남이였지만 내년에는 더 큰 만남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건강하시고.
    2011년에도 좋은글들이 많은 사랑 받길 기원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7. 끝없는 수다 2010.12.31 13: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보면서 참 정말 mc는 mc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리 준비한게 아닐까? 싶을만큼 정말 멋진 소감이었죠^^
    초록누리님~ 한해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

    즐거운 새해 되세요. 복 많이 받으시길~

  8. 2010.12.31 14:0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9. 티딩 2010.12.31 14: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 2010.12.31 14:4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햇살가득한날 2010.12.31 16: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강호동 멋졌지요^^ 올 한해 멋진 글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 서율이아빠 2010.12.31 16: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강호동씨 그냥 그랬는데 시상식때 보면 참 좋은 사람 같아요

  13. 문단 2010.12.31 16:57 address edit & del reply

    강호동 대단한 것 같아요. 방송을 보지 않았는데, 초록누리님 글을 읽으니
    방송을 본 것처럼 생생해지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리고 강호동 언변이
    점점 대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공의 자연스러운 도출인가요.ㅎ

  14. 욕 실 에 서 두 명 의 노 예 와~ 집이나 모델로 직접 보내드립니다. 3시간-3만원 긴밤-5만원 횟수는 2010.12.31 17:00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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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HS다비드 2010.12.31 17: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정말 승기랑 강호동씨 이야기가 많네요^^

    초록누리님~

    한해동안 잘지냈죠?^^

    저는 초록누리님을 올해 알게 되어서 정말 즐거운 블로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더 초록누리님과 가까워지길 바라면서..

    내년에 더욱 자주 찾아오겠습니다+_+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6. 파리아줌마 2010.12.31 19:43 address edit & del reply

    SBS연예대상을 강호동씨가 받았군요.
    진정성이 담긴 가슴뭉클한 수상소감이었네요,

    2010년도 몇시간 안남았네요.
    남은 시간 잘마무리하시고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초록누리님^^

  17. 루비™ 2010.12.31 19: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강호동의 대상 수상...저도 함꼐 기뻐했답니다.
    역시 강호동~!!

    초록누리님....이제 2010년 마지막이 몇시간도 남지 않았네요.
    한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2011년 새해에는 더 멋진 글로 만나뵙길 소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8. 2010.12.31 21:1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9. Phoebe Chung 2010.12.31 21: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도 감동이네요.
    강호동 좋아하는데 상타서 너무 좋아요.
    새해에도 즐거운 나날로 가득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20. 2011.01.01 06:2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1. 두 마리의 고양이 2011.01.01 11:43 address edit & del reply

    예전에는 강호동=비호감 이었는데
    요즘은 강호동=대인배 라는 생각을 합니다.

2010. 7. 19. 14:39




경수엄마가 불란지 팬션으로 들이닥치면서 일어난 불똥은 태섭과 경수에게로 튀어 버렸습니다. 이번회 태섭이 경수에게 토해내는 것을 보고,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서 보여지는 질투와 시작부터 내가 처음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면서, 그들도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고 이렇게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독점욕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인생은 아름다워 31회에서는 태섭과 경수의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졌는데요,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은 동성애자 아들을 둔 두 엄마 민재와 경수엄마의 자식에 대한 같으면서도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어느 한편이 옳다 그르다라고 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극중 민재처럼 소주 한 잔을 하고 싶었네요. 술을 못해서 물만 한 잔 들이켰지만요.

경수엄마는 불란지 팬션의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그 문제를 넘겼느냐고, 그리고 결혼한다는 경수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하나만 생각했어요. 태섭이가 이미 혼자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 왔는데 우리까지 괴롭히지 말자" 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고 충격도 컸다는 민재의 말에 경수엄마는 "우리는 평범한 집안이 아니라"며 집안 자랑인지, 위세를 떠는 것인지 집안 족보를 들먹이지요. 이런 사람들 정말 꼴불견인데 암튼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세있는 집안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치고 인품 높은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말이에요. 
결국 경수 집안 식구들이 경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시선과 체면때문입니다. 차기 대학총장 자리 후보에 오른 경수아버지가 자식이 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따가운 시선과 비아냥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을테니까요. 한 번 뒤집어 생각하면, 그 정도의 집안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식의 행복보다는 사회적 체면과 성공을 중요시하는 부류들일 거예요. 그런 점에서는 경수엄마의 심정도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고 말이지요. 
경수엄마에게 "우리는 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에 간섭할 생각이 없습니다. 둘이 같이 있으면 둘 다 편안해 하고 서로 많이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민재에게, 비록 "절대로 우리 아이 포기하지 못한다"고, "우리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를 갈며 자리를 뜨지만, 속으로는 민재의 말에 조금은 흔들렸을 것 같기도 했어요. 부모는 같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있거든요.  
밖으로 나온 경수엄마는 태섭에게 한 번 더 다짐을 받고자 합니다. "우리 경수는 너하고 달라. 제 아이 위하면서, 처가집에도 그렇게 잘할 수 없었어. 정말 그림같이 살던 녀석이야". 태섭이 때문에 누구보다 효자인 경수가 흔들렸다고 태섭을 다그치는 광경을 보고 "일곱살짜리 애들이에요? 누가 누구 때문이 어디 있어요?" 라며 쏘아붙이는 민재입니다. 경수가 전 부인과 재결합하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태섭이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수엄마는 태섭에게 그만 만나라며 약속을 해달라고 합니다. 태섭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못을 박고는 뒤돌아서 집안으로 걸음을 옮기지요. 
그런 태섭을 기다리며 손을 꼭 잡고 들어가는 민재, 그 장면을 보니 울컥해 지더라고요. 경수엄마가 찾아왔다는 말에 태섭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민재였지요. 태섭이가 두 번 아플까봐서요. 경수집에서 경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민재는 경수엄마가 어떤 말들을 뱉을 지를 알고 있었을 거에요. 우리 자식 발가벗겨서 찬바람 맞게 하지 말자라며 병태와 부둥켜 안고 울던 민재였어요. 발가벗겨서 내보내지 않으려고, 그렇게 태섭에 힘이 돼주고 안아주고 방패가 돼주는 민재입니다.  
엄마가 태섭의 집을 찾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경수는 태섭이를 만나기 위해 오고, 태섭 역시 태섭의 원룸으로 돌아가 경수와 만나는데요, 태섭이 재벌아들과 사랑에 빠진 서민집안 아가씨가 된 기분이라며 기분이 더럽다고 불쾌해 하지요. 그리고 태섭의 감정이 폭발했는데,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는 태섭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와닿았어요. "넌 왜 그렇게 잘하고 살았니? 와이프랑 처가에도 잘하고, 그림같이 살았다더라". 그러면서 원하면 지금이라도 그림같이 살라며, 언제까지 떨어져 나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결국은 있는대로 감정을 폭발해 버리는 태섭입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태섭을 보니 경수엄마에게 받은 모욕감도 컸지만, 첫사랑이었고 싶은 감정, 전부인에 대한 질투심까지 느껴지더군요. 과거까지 질투하는 태섭역할을 하는 송창의가 곱상한 얼굴로 화를 내는 모습도 매력적이더군요. 동성애라는 까다로울 수 있는 감정선을 무리하지 않게 보여주고 있는 송창의와 이상우, 연기가 끈적이지 않고 담백해서 제가 요즘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지켜보는 연기자들입니다ㅎ.
경수가 다음날 공항에 경수 엄마를 배웅하면서, 경수 엄마에게 못을 박아 버렸지요. 부모의 아킬레스건, 자식이 부모 앞에서 죽겠다는 말처럼 억장이 무너지는 말도 없을 겁니다. 경수엄마가 차안에서 경수를 치며 우는 장면을 보면서, 경수엄마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경수가 '없는 자식치라'고 했지만, 설마 죽겠다는 말을 할 것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협박도 해보고, 멸시도 해보고, 괴물이라고 욕도 했던 경수엄마였지요. 하지만 막상 자식의 입에서 죽겠다는 말이 나오자, 경수엄마도 오열을 터트리고 말더라고요. 제가 경수엄마 입장이 되어 보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섭에 비해 일찍 커밍아웃한 경수로 인해 경수엄마는 수없이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러면서도 며느리랑 손녀딸과 알콩달콩 살던 때를 생각하면 미련과 희망을 버리지 못했을 거고요. 드라마에서 너무 표독스럽게 나와서 정은 잘 주지 못했지만, 경수엄마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아요. 자식이 손가락질과 비아냥을 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테니까요.
집안의 체면도 물론 중요한 문제였지만, 경수엄마 역시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였고, 경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졌었어요. 자식이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픈... 앞으로 태섭이가 겪어야 할 북풍한설 모진바람을 대신 맞아 주지 못해 더 마음이 아픈 민재와 병태처럼요. 누구 하나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민재의 생각에 동의해요.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라고 말할 권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민재에게도, 병태에게도 표현은 하지 않지만 경수엄마처럼 미련과 희망이 가슴 밑바닥에는 앙금처럼 한덩어리 정도는 남아있을 거에요. 
무거운 마음으로 원룸으로 돌아가는 태섭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민재와 병태부부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미더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사람 모두 다음날까지 뒤숭숭한 마음에 잠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서로 "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앞으로도 이 부부에게 태섭 때문에 몇번이나 속이 뒤집어질 일이 일어날 것이며, 그때마다 태섭이 받아야 할 상처들로 민재부부가 걱정을 하는 것이 느껴져서요. 차라리 해 줄 수만 있다면 태섭이가 받을 서러움, 멸시를 대신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속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내가 대신 태섭이에게 던져지는 돌을 다 맞을 수만 있다면...' 그런 마음이 지금도 왜 없겠어요. 속마음을 뱉지도 못하고, "운전 조심해야 하는데..." 라는 병태, 말은 그렇게 했는데, 저는 "태섭이 마음 다치지 않았으면..."라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는 민재가 주방에 나와 소주로 속을 달래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이 절절하게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동성애자를 둔 두 엄마의 눈물을 보며, 비록 자식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시선은 너무나 대조적이고 다르지만, 이번회를 보면서 조금은 화해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는데요, "태섭의 부모는 자식 이상 중요한 것은 없는 사람들이에요" 라는 경수의 말때문이었어요. 아들의 행복만을 바라는 민재의 마음, 그리고 자신에게 모욕을 받고 돌아서는 아들의 손을 꼭 쥐고 들어가는 민재는 경수엄마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 같았어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수엄마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기적처럼요. '어머니'라는 가장 위대한 이름, 동성애자를 자식으로 둔 엄마 역할을 맡은 김해숙이 보여주는 깊이있는 연기를,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만났다는 것은 정말 큰 선물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다 이해하고 인정할 수 없겠지만, 삽십 넘은 자식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경수엄마 역시 언젠가는 받아들일 것 같은 희망도 느꼈어요. 꼭 받아 주었으면 싶고요. 행복한 자식을 보면 부모도 행복하잖아요. 자식의 행복을 담보로 얻은 체면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잔인한 것인지, 그 모순되는 행복관에 대해서 경수엄마도 깨닫게 되는 날이 왔으면 싶어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다뤄지는 태섭과 경수의 문제는 동성애라는 시선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데서, 이 드라마의 정직성과 날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경수엄마가 경수의 희생을 담보로 얻고 싶은 외면적인 행복은, 자식에게는 빈껍데기 허울의 가식적인 삶을 살게 할 뿐이에요. 결국 그 가족 누구도 진심으로 행복하지는 않은 보기좋은 그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라는 문제에 앞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누구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하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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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9
  1. 둔필승총 2010.07.19 15:37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갑자기 마눌이 울 애들 중에 동성애하는 녀석 생기면 어쩔까? 묻기에
    정신이 사나워서 아, 저리 가 더워 하고 말았는데 직접 닥치면 정말 복잡할 것 같아요. ^^;;;

    • 초록누리 2010.07.19 15:44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ㅎ정신 사나워...ㅋㅋㅋ
      우리 남편한테도 물어봐야 겠어요. 어떤반응이 나오는지. 생각난 김에 지금 국제전화 해봐야겠어요.ㅎㅎ

    • 초록누리 2010.07.19 16:40 신고 address edit & del

      전화해봤더니 처음 반응은 뭐!!!
      다음에 진지하게 얘기해봤더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약에 그렇다면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하니 진짜 당황스러웠다고 하네요. 전화끝에 아니지? 라고 또 묻더라고요.
      많이들 이런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 같아요.

    • 둔필승총 2010.07.19 17:00 address edit & del

      ㅋㅋㅋ 납량특집이었겠어요.^^
      "아니지???" ^^

  2. 2010.07.19 19:3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마른 장작 2010.07.19 19:38 address edit & del reply

    맞아요^^ 어짜피 한 번 태어나 사는 인생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일 것 같습니다. 물론 윤회설을 믿든 안 믿든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자신의 전생이 남자는 여자기이기도 하고 여자는 남자였기도 하더군요. 이를 보면 결국 이 생에서 우리가 입은 육체라는 것은 영혼을 담는 그릇에 불과...어휴 안되겠네요. 이런 식으로 객적은 소리 하면 한 없겠습니다.^^ 하하하
    결론은 역시 못 이해해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4. 정말.. 2010.07.20 01:45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배우들의 연기가 다 정말 뛰어나고 흠잡을때도 없어 몰입하기 쉬워요~
    너무 감동적이구요!

  5. rabbit 2010.07.24 03:54 address edit & del reply

    김해숙 엄마 연기 좋긴 한데요, 직접 낳지 않은 큰아들 대하는 태도와 직접 낳은 작은 아들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서 좀 그렇더라구요. 만남도 강요하고, 신부감에게 빨리 애 낳아야 한다고 말하고... 어쩐지 직접 낳은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그랬더라면 태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6. 에구궁 2010.07.24 19:0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작은 아들이 연주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을때 민재의 그 내키지않아 하던 그 모습은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무척 좋아라할 줄 알았거든요. 왜냐하면 예전에 경수가 동성애자인줄 모르고 경수와 연주를 짝으로 맺어주면 좋겠다고 말하던 때와 대비되서 말입니다. 아무리 깊이 생각안하고 했던 말이라도말입니다. 좋은느낌이건 나쁜 느낌이건 그런것들은 그냥 생각없이 나오는 반응이거든요.
    민재씨는 과연 경수가 친자여도 저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었을지..
    사실 저도 머리로는 동성애를 보는 시각이 드라마를 통헤서 많이 바뀌었지만
    실제로 내 아들이 그렇다면 ??? 머리로는 이해가 되도 진정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참으로 힘들것 같거든요..
    어째 저는 지난회를 보면서 오히려 경수모친이 참으로 안되보이더군요.

2010. 7. 18. 14:42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커플들을 보면, 태섭과 경수커플을 제외하고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부관계 혹은 연인관계에서 하나같이 여성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일 겁니다. 김수현 작가 작품이 여성들의 목소리나 위상을 높게 표현하는 것이 많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극중 가장 합리적인고 모범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민재와 병태 커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여자에게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팔십 넘어 바람만 피우다 돌아 온 할아버지도 고집불통에다 독불장군처럼 자기 밖에 모르는듯 보이지만, 과거 행실때문에 할머니에게 이빨빠진 호랑이에 불과하고요.
특히 여자에게 잡혀있는 커플이 지혜와 수일커플인데요, 커플이 예감되는 호섭(이상윤)과 부연주(남상미), 양초롱(남규리)과 정동건, 양병준(김상중)과 조아라(장미희) 커플도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호섭이나 동건을 보며 상대방을 공주님 떠받들 듯 벌써부터 기 하나 펴지 못하는 모습이고, 술 취한 조아라 뒷치닥거리를 하는 병준의 모습도 과히 목에 힘을 주는 모습은 아닌 듯 싶고요. 하긴 연애할 때나 그렇게 콧대 높여보지 언제 부려보나 싶어서 귀엽기도 해요. 수자부부의 경우는 수자 남편이 손찌검으로 수자를 잡는 편이라(이제는 안 그러겠다고는 했지만) 예외입니다.
엄밀하게 보면 민재와 병태커플도 병태가 민재의 의견을 99% 떠받들어 주는 관계이지만, 이들부부는 민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기 보다는 서로 믿어주는 관계라고 보여집니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민재이기에 병태와 어떤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일은 별로 없지요. 30년을 함께 살아 오면서 다듬어지고 양보하고 이해하다보니 '당신 뜻이 내뜻이고 내뜻이 당신 뜻'이 된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저는 같은 여자이면서도 상당히 보기 불편한 관계가 지혜(우희진)와 수일(이민우) 부부입니다. 이번에 수일이 여직원과 영화를 보다 들통난 일을 외도로까지 확대시켜 흥분하는 지혜를 보며, 사실 여자로서 심적으로는 그 배신감을 이해는 하지만, 행동은 어른스럽지 못했고, 더구나 처가살이를 하는 남편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을 보고 언짢아지더군요.
전형적인 공처가면서 딸 지나가 있고, 지혜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인데, 지혜를 속이고 여직원과 영화를 보러 간 것을 물론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그런데 지혜에게 그 광경을 들킨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치 대역죄라도 지은 죄인처럼 자라목처럼 움추러드는 수일을 보니, "남자 망신 혼자 다 시키고 있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입도 뻥긋 못하고 처가 식구들 앞에서 좌불안석하고 앉아있는 수일을 보니, 남의 집 머슴살이는 해도 처가살이는 하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아들이었다면 왜 그렇게 바보같이 부인한테 잡혀 사느냐고 호통을 치고 싶어지더군요. 
수일과 지혜의 부부는 젊은 부부는 오늘을 사는 젊은 부부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공처가 수일의 모습이 극중에서 한심하고 우습게도 보였지만,  여직원과 영화관 갔다는 이유로 결혼의 순결이 깨졌느니 하면서 그만 살자는 말을 하는 지혜를 보고는 참 무책임하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물론 지혜가 진짜 이혼할 생각은 없었고, 수일에 대한 배신감으로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그런 말을 뱉은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요. 
지혜는 무결점주의자에 결벽적인 성격의 병준과 많이 닮았지만, 병준은 집안정리나 위생에 대해서 결벽적일 뿐, 사람에 대해서는 다행히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지혜는 병적으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지혜를 보면 똑 부러지게 야무지고, 사리분별력있고, 매사가 자로 잰듯 빈틈 없는 여자에요. 좋게 보자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고 내가 피해받는 것도 싫은 매사에 빈틈없는 여자같지만, 나쁘게는 몹시 피곤한 여자에요. 모든 일이 자기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극히 이기적인 여자에요. 처음 임신을 했을 때도 지나의 교육비와 몸 망가지는 것, 경제적 자립, 육아 등의 문제로 아이를 지우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던 인물이에요. 
이번 수일의 영화관 사건으로 칼자루를 쥐었던 지혜가 오히려 당하게 생겼는데요, 저는 역공을 하고 나오는 수일을 응원하고 싶어지더군요. 강하게 밀어부치는 수일때문에 불리해져 버린 지혜의 상황이 고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시대착오적이고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젊은 시절에는 여권신장, 여성운동에도 뜨겁게 관심을 가졌는데, 지혜의 문제는 여성의 가정에서의 위상이라는 문제라기 보다는 지혜 성격을 좀 뜯어 고쳤으면 싶더라고요.
지혜를 보면 자기가 최고라는 공주병이 있어 보여요. 그런데 그 공주병이라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컴플렉스에 기인한 자기최면식의 공주병이라는 것이 문제에요. 엄마의 재혼으로 지혜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라는 생각이 강했던 여자에요. 불란지 팬션에서 가장 불완전한 존재였지요. 엄마 민재는 새아버지 병태와의 결혼으로 아내라는 떳떳한 자격을 받았지만, 지혜는 민재에게 딸려온 혹이라는 컴플렉스 속에서 자랐지요. 다행히 제주 넓은 바다와도 같은 새아버지 병태가 진심으로 딸로서 품었기에, 지혜가 그만큼 비뚤어지지 않고 자랐을 겁니다. 태섭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봐 온 민재가 있었기에, 태섭이 지금의 반듯함을 잃지 않았듯이 말이지요.
수일에게 "우리의 결혼이 흠없이 순결한 것이라고 믿었다"는 말을 하는 지혜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지혜의 결벽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엄마의 재혼으로 딸려 온 '혹 컴플렉스'(사실 이런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신이 혹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자기에게 흠이나 결점을 보이지 말자라는 강박관념을 키웠고, 지혜를 둘러싼 모든 것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키워왔다고 생각해요. 지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은 모두 자신의 말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니다. 자신이 정해 둔 규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합니다. 지나에게 저녁마다 엄마 아빠 순번 정해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일요일이면 온가족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올레길을 가야하고 말이지요. 어길시에는 반항으로 간주되고 심지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트집까지 잡습니다. 그런데 전 진짜 이런 젊은 여자 무서워요.
그래서 이번 회 수일이 반항하는 것을 보고는 꽁생원같고 못난 남자의 표본이라 수일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지만, 수일을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좀 더 거세게 반항하라고 말이지요. 지혜에게는 사람 위에 사람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 위에 사람있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다듬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말로는 사실 수일이 지혜를 당할 수는 없어요. 많은 경우 여자들과 말싸움해서 이기는 남자들 못봤어요. 그래서 더 지혜가 기고만장하는 것 같기도 해요. 
지혜에게 민재나 병태와 같은 어른이 곁에 있어서 훈수를 두고, 보듬어 주고, 때로는 꾸짖어 주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저는 지혜를 보면서 지혜가 친정살이를 하는 것이 지혜에게는 참 행운이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혹이라도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다면, 지혜같은 성격의 며느리를 시부모입장에서는 고운 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수현 작가가 젊은 지혜와 수일 부부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무너지고 있는 젊은 가장들의 권위를 살리고자 하는 작가의 숨은 의도를 읽습니다. 요즘 여자들 학력 높아지고 경제적 활동으로 남자들 못지않은 파워를 가진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똑똑한 젊은 세대들에게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 부부존중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지혜를 보면 자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병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하면서도, 남편 수일에 대해서는 마치 아들 대하는 태도에요. 물론 수일이 무게가 없어서 우습게도 보이지만, 이 부부의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수일을 보면 도살장에 끌려 온 소처럼 보이니 말이지요.
수일과 지혜 부부의 문제는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서 고쳐야 하기도 하지만, 또 하나 심각한 것은 어린 지나에게 미치는 영향일 겁니다. 어린 지나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늘 엄마 앞에서 쩔쩔매고 눈치보는 모습이에요. 지혜처럼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어린 딸의 눈에 비친 아빠가 엄마 앞에서 기죽은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문제이고, 썩 좋은 태도같지는 않아요. 어린 아이들 가정환경이라는 것, 굉장히 크게 작용해요. 극중 지나의 똑똑스런 모습을 보면 나중에 커서 지혜 판박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부부가 서로 존중해주고 평등한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인간관계가 안에서도 밖에서도 생각과 문화가 다를 때 충돌이 일고, 때로는 싸워가며, 때로는 이해를 시키면서 합일점을 찾아가고, 매일 조금씩 다듬어지는 게 우리 인생사이고 부부의 모습일 것입니다. 지혜를 보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이번 수일의 반항(?)으로 지혜의 안하무인 성격을 고치는 계기가 되면서, 동시에 수일도 조금 어른스러워졌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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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erish TIP 2010.07.18 15: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1번으로 댓글을 다는 영광을 누렸네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글로 잘 표현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초록누리님 남은 주말 행복하세요~~

  2. 탐진강 2010.07.18 16: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아내도 즐겨 보는데요.
    저는 어떤 부분은 상식과 어긋나 불편하기도 하더군요

  3. pennpenn 2010.07.18 17: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본듯 합니다.

  4. 2010.07.18 18:2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티비의 세상구경 2010.07.18 19: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인생은 아름다워때문에
    주말저녁이 너무 기다려지더라구요 ^^

  6. 마른 장작 2010.07.18 20:29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저녁 되세요.^^ 음~ 죄송. '인생은 아름다워' 사실은 못 보고 있네요. 하지만 글은 잘 읽었습니다.^^

  7. 글쎄요 2010.07.19 00:1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님과 생각이 좀 다릅니다.
    물론 그동안 지혜의 행동이 좀 과한 면이 있었지만
    부인에게 회사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여직원과 영화를 보러 간 것은
    여자입장에서는 분명히 화가 나는 겁니다.
    더군다나 지혜의 성격이라면 그 일은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을테고요.
    그래서 지혜의 행동이 그렇게 나온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이혼하자고 나오는 수일의 행동이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게 안좋은건가요?
    왜 꼭 남자가 주도권을 잡고 기를 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여자들이 기를 죽이고 사는 건 당연하다는 건가요?

    이렇게 화를 내려던건 아니었는데
    그만 님의 글을 보고 저도 모르게 욱했네요.
    보시고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_^

  8. 모과 2010.07.19 00:13 address edit & del reply

    해도 너무 할 정도로 남편을 달달 볶아요. 숨막히는 여자지요. 남편이 집에 와도 쉴곳이 없어요.

  9. 구름 2010.07.19 02:10 address edit & del reply

    지혜의 평소 성격이 편안한 성격이 아닌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일이 거짓말하고 여직원과 영화보러 간 것에 대한 지혜의 반응이 너무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무엇보다도 수일은 그 사건에 대해 자기가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변명이나 늘어놓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던데요.
    굳이 아내가 영화 보러 가자는 거 거절하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다른 여자랑 영화를 보러가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되나요.
    이걸 외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 생각엔 외도가 시작되는 초기단계로 보입니다.
    첨부터 모텔 가는 불륜남녀가 얼마나 되겠나 싶네요.
    첨에는 가볍게 불필요한 만남을 갖다가 점점 더 깊어져서 모텔까지 가는 거죠.
    처가살이하는 남편 얼굴에 먹칠했다고 하시는데
    그 먹칠은 지혜가 한 게 아닙니다. 수일이 자신이 먹칠한 거죠.
    지혜에게 들킨후 죄인처럼 행동하는 게 남자망신 시키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그 상황에 떳떳하면 그건 뻔뻔한 놈인 거죠.
    임신한 아내보다 다른 여자랑 영화보는 게 더 좋아서 거짓말하고 나왔는데 당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10. 우잉 2010.07.19 06:37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초록누리님과 반대되는 생각이에요.
    평소에 인생은~를 볼때엔 항상 기죽어사는 수일이 목소리를 내보길 응원했지만
    이번 상황은 이래서는 안되는거죠.
    잘못은 수일이 해놓고 이혼하자고 강하게 나가는 수일을 보면서 뻔뻔스럽다는 생각밖에
    들 지 않았습니다.
    물론 수일이 평소에 쌓인게 많다는 것은 드라마를 쭉 보아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식을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죠.
    이러면 평소에 독불장군이었던 지혜와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둘째를 낳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심란해진 지혜일텐데
    그런 지혜를 놔두고 여자후배와 단둘이 영화를 본다는 자체가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만큼은 지혜를 응원합니다.ㅎㅎ

  11. 네? 2010.07.19 08:49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람위에 사람있는걸 알아야한다니.
    평등하게 가정을 이끌어나가야할 부부인데 사람위에 사람이 있나요?
    거기다가, 뭐 어떻게 둘이 모텔가서 자야만 바람입니까?
    이미 단둘이 영화보러간 자체가 바람인겁니다.
    성적인 접촉은 없었어도 분명 바람이지요. 아내에게 불만이 있으면 아내와 풀어야지,
    여자와 영화보러가는게 무슨 지혜에게서의 일탈이나 되는건가요?

  12. 마른 장작 2010.07.19 12:18 address edit & del reply

    아침엔 시간 없어서 급히 들어왔다가 누르고 나갔는데. 지금도 시간없기는 마찬가지. 점심 이용해 잠깐 짬을 내서 들어왔습니다.^^

  13. ㅎㅎ 2010.07.19 12:24 address edit & del reply

    수일이 쑈하며 사는것부터가 잘못이지 않을까요? 쑈않하고 살았다면 저렇게 잡혀살 이유도 없겠죠..결혼전에 사귀었던 여자에게도 질투를 느끼는게 여자랍니다. 수일이 그동안 당당하지 못한것도 항상 쑈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쑈하지 맙시다. 정말 진심이 아니라면 아무리 화내고 싸우더라고 진심으로 얘기하고 서로 이해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저도 처음엔 그냥 내가 져주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쑈하곤 했었는데 이게 더 서로를 화나게 하고 결국 큰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결과가 되더군요.. 솔직히 드라마에 나오는 수일은 정말... 남자망신 다시키는 진상이더군요.. 다 들키고 나니 이제는 배째라? 정말 쪼잔해서원..ㅎㅎ 같은 맥락의 민들레가족의 둘째 사위가 더 낮아 보이는건 정말...ㅎㅎ

  14. 인디고 2010.07.19 14:10 address edit & del reply

    임신한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직장 동료와 영화보러 가는게 별것 아니라고 말씀 하시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부부간에 사소한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지만 이건 아니죠 그게 그냥 넘어갈 정도로 간단하지 않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는 굳이 같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거죠 부인이 싫어한다는걸 알고서 굳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에 여직원의 개인적인 하소연을 들어 주고 도와 주는걸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아내의 입장을 알고 있는 남편이라면 도와줬더라도 그냥 인사를 듣고 마는 걸로 마무리 해야 할 껍니다 평소 드라마에서 지혜의 행동에 같은 여자로서 불만이 많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지혜의 반응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거짓말은 부부의 믿음에 치명적이니까요 이전의 지혜에 바르지 못한 행동들이 수일의 잘못을 덮어 줄 수는 없는 거죠 같이 살기 힘들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풀어 가려고 노력했어야죠 그래도 안돼면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들다고 하면 헤어지던지요 자신이 수세에 몰리자 모든걸 남 탓으로만 돌리고 배짱부리는 남편의 모습은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듭니다 매사 아내를 대할 때 가식적으로 언행과 속마음을 다르게 행동한 수일이 행동들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참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건 그냥 가식이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죠 이해가 안돼면 서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그 상황만 넘겨버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일이 잘못되자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하필.... 이런 생각과 함께 그냥 넘어가려고 행동했죠 그게 정말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15. rmsk 2010.07.20 16: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허걱.. 본인과 생각이 다른 댓글을 일방적으로 잘라버리시는군요..ㄷㄷㄷ
    제가 구독하는 블로거글에서 님의 이 글이 언급되면서 댓글 지웠다길래 설마했는데 제가 쓴 글도 없어졌네요.
    참으로..명박스러우시다는..

    다시는 안 오겠습니다.

    • 초록누리 2010.07.20 16:37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오지 마세요.
      안 오시겠지만 위 댓글들 보시면 반대 의견들도 다 그대로 뒀습니다. 지운 것은 다른 분 언급하시는 댓글들만 지웠습니다.생각을 말씀 하시려면 본인 생각을 말씀하세요. 다른 분 쓴 글로 비교해서 말씀하시지 마시고요. 그게 예의아닐까요?
      저 역시 남의 방에 와서 다른 분 글과 비교하는 댓글 다는 분 싫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