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3.02 '짝패' 강포수의 통쾌한 일갈, "누가 난적의 수괴인가?" (16)
2011.03.02 13:11




길거리 사극 추노가 저잣거리를 배경으로 삼았다면, 민중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짝패는 거지소굴과 백정마을이라는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조선의 가장 천한 계층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궁과 양반들의 고래등 기와집을 넘나들며 위로부터의 개혁을 부르짖었다면, 저잣거리, 거지움막에서는 혁명을 외칩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변혁에 대한 필요성은 절박합니다. 그네들의 삶이 말 그대로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산 입에 거미줄이 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이겠지요. 드라마 짝패에 등장하는 비천한 민초들의 삶처럼 말이지요. 동냥 바가지에 희멀건 죽 한 방울 담기지 않는 인심은, 저자의 민심과 시대상황을 대변합니다. 폭정과 수탈에 산송장들이 되어가는 가난한 백성들의 삶은 동병상련의 인심마저 줄 수 없는 절대빈곤의 시대를 상징합니다.
시기적으로 조선 철종시대, 강화도령으로 더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철종시기는 하루 걸러 민란이 일어났던 시기였고, 고종 즉위 초 고부군수 조병갑의 폭정에 곡괭이와 죽창을 들었던 동학농민전쟁으로 정점에 치닫게 한 역동의 시기였고, 암울한 시대입니다.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는 왕권을 능가했고,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세를 누리던 시대였죠. 민심은 흉흉했고, 삼정(전정, 군정, 환곡)의 문란이 극에 달했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분노는 끓는 가마솥과도 같았습니다. 드라마 짝패의 뒤바뀐 운명의 주인공 천둥과 귀동이가 살고 있는 시기입니다.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이 있지요. 관아를 습격한 강포수의 외침은, 그래서 더 가슴 깊은 울림을 주고, 영웅의 탄생에 환호하게 합니다. 전설로 전해지는 아기장수의 신화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시대적 요구였던 셈이지요. 비단 하늘의 계시를 받은 탄생설화가 아니어도, 아기장수는 전국 팔도에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아기장수가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아기장수를 만들 수밖에 없는 시대였습니다. 불의와 학정에 저항하고, 수탈당하는 참담한 백성들의 모습을 맞닥뜨리며, 신분과 세상에 눈 떠가는 천둥과 귀동이처럼 말입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한 체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대는 기구한 천둥의 운명, 친아버지로 알고 있는 김진사에게 실망하여 창피한 가문이라며 등을 돌리고 나오는 귀동은, 썩은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누고 달려가는 아기장수들입니다. "신분에는 귀천이 있지만, 우정에는 귀천이 없다"며, "네가 가는 곳이면 함께 가겠다"며 공동운명체임을 다짐하는 두 사람은 같은 운명,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한 아이는 민초를 이끌고 나오는 이로, 한 아이는 민초 속으로 들어가는 이로, 뜨거운 용화로 민초들의 삶의 격전지 광장(廣場)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광장에서의 처절하고 뜨거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려 하고 있습니다.
아역들의 열연이 성인들의 등장을 더 염려스럽게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짝패, 다음주는 본격적으로 천둥, 귀동, 동녀, 달이가 천정명, 이상윤, 한지혜, 서현진으로 바뀌면서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날텐데요, 저 역시 워낙 아역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주인공 천정명의 연기는 극에서의 큰 비중때문에 기대반 우려반이라서 말이지요. 천정명의 옹알거리는 발음과 호흡의 부자연스러운 대사가 사극과 잘 어울릴지, 천정명의 입장에서는 연기에 분수령을 그을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아무쪼록 좋은 연기로 짝패의 인기도 이어갔으면 싶습니다. 요근래 MBC사극 중에서는 짝패가 완성도, 작가의 필력, 담아내는 메시지 면에서나 MBC사극의 명성을 이어줄 작품으로 보여서 말이지요. 
한민족의 역사를 흔히 저항의 역사라고 합니다. 외세에 저항했고, 지배자의 폭정에 저항했고, 반민주 독재에 저항했고, 국민을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 정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재벌정책에 저항해 온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0.001%의 재벌가들, 서민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돈을 주무르는 사람들의 공허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짝패의 외침은 그래서 더 피부에 와닿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시간대 경쟁작 마이더스에서 1억의 수표가 광고 전단지처럼 쉽게 손에 쥐어지고, 몇만평의 땅덩어리의 값 수천억원, 작전 하나로 수백억원을 잃게 한다는 주식 이야기보다, 갖바치가 만든 3냥짜리 가죽신과 소를 잡는데도 세금을 물리는 우마세의 부당함에 저항하다 곤장을 맞고 죽어간 붓들아범의 싸늘한 시신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들의 삶이 90%의 서민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누가 오늘 이 관아에 난입하여 관장을 능욕하라 했소, 누가 어명을 거역하고 옥문을 깨부수라 시켰소, 누가 착한 백성이길 포기하고 난적에 가담하라고 시켰소, 누가 사발통문을 돌려 사람들을 모이게 했소. 나는 난적의 수괴가 아니올시다. 난적의 수괴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먹고 달아난 본관 사또올시다. 그리고 종범은 사또에게 빌붙어 탐학을 일삼아 온 6방 관속들이올시다. 탐학에 뜯겨 굶어 죽어도 좋겠다는 사람은 가시오. 죽어도 좋으니 죽창이라도 들겠다는 사람은 남으시오"
강포수의 대사를 들으며 성균관 스캔들에서 잘금 4인방이 성균관에 들어온 도둑을 잡으라는 어명을 수행하며 진범을 잡는 장면이 생각났는데요, 그때 이선준이 비밀장부를 정조 앞에 내보이며, "진범은 이 장부 안에 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이 난전을 열어 살길을 찾고자 하지만, 이는 금난전권을 어기게 되니 죄인이 되는 길입니다. 이것이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백성에게 도적이 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가진 자의 편을 드는 금난전권의 법, 백성이 아닌 돈을 섬기는 관원, 그리고 그들의 뒷배인 더 큰 정치인들이 바로 진범입니다" 라던 멋진 대사였습니다. 강포수의 말이나 성균관 스캔들 이선준의 말은 다르지 않습니다. 백성을 난적이 되게 하고, 도적질을 하게 한 썩은 관원들과 정치세력이 수괴이자, 대도라는 말은 드라마의 핵심이자 민심을 대변하는 메시지입니다.  

아기를 위해 분유를 훔친 가장이 있었고, 가난에 굶주린 한 여자작가의 죽음, 생활고에 어린 자식들과 동반자살했다는 슬픈 뉴스들은, 우리 사회에 최소한 보장되어야 하는 삶의 질,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말하는 단면들입니다. 강포수가 던진 "누가 난적의 수괴인가?"에 대한 질문에 잠시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난적의 수괴로 백성을 수탈한 현감을 세우는 작가의 직접화법에 놀라웠습니다. 
거지들의 동냥바가지까지 수탈하는 탐욕이 빚은 참담함은 선비가 붓을 던지게 하고, 농부에게 쟁기 대신 죽창을, 포수의 화승총을 사냥감이 아닌 관아를 향하게 합니다. 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 불순한 선동가 혹은 의적이 되게 한 것이 누구인가?에 대한 일갈, 부패한 지배층을 겨냥한 강포수의 서슬퍼런 외침은, '배고파서 못참겠다'라는 말보다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집니다. 지배자들은 항상 말하지요. 불순한 선동가들이 무지한 백성들을 현혹하고 반란을 꾀한다고요. 수백년이 흐른 오늘도 의적이라는 말에 가슴이 떨려오고, 누가 백성을 도적으로, 난적으로 만들고 있느냐?는 강포수의 말은, 시대를 떠나 지금도 유효한 울림으로 전해옵니다. 그리고 가슴 밑바닥에서 정체모를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지배계급이 탐욕과 수탈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