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9.10.21 '선덕여왕' 설원공이 미실에게 준 빨간서첩의 비밀은? (94)
  2. 2009.10.20 '선덕여왕' 춘추의 굵은 눈물, "어머니, 나의 어머니" (28)
  3. 2009.10.17 선덕여왕' 미실의 초심, 그 진심은? (25)
  4. 2009.10.14 '선덕여왕' 최후를 향해 가는 미실, 권력욕의 화신인가? (66)
  5. 2009.10.13 '선덕여왕' 미실은 덕만공주를 왕으로 만들 것이다! (68)
2009.10.21 06:58




다음주 미실의 난을 예고하며 선덕여왕은 그 정점을 찍게 될 8부능선에 접어들었습니다. 미실의 죽음으로 이어질 다음주가 덕만공주의 여왕 즉위를 위한 최대 고비가 되겠네요. 마지막을 향한 미실의 최후 선택은 정변, 즉 난이었지요. 그런데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간 미실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지고 싶다는 미실의 생애 마지막 불꽃놀이에, 미실은 무엇을 감춰두고 떠나려고 하는 걸까? 미실이 마지막으로 그려둔 지도는 무엇일까? 아마 비담에 관한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일까요? 저는 그 힌트를 이번 44회 설원랑이 전달해 준 빨간 서첩보에서 찾아 봤습니다. 이는 물론 제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요.
미실이 준비한 계획을 말하기 앞서 간단한 선덕여왕 44회 리뷰부터 하겠습니다. 화백회의 의결과정을 다수결로 하자는 덕만공주의 발의는 보기좋게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예상한 일이었지만요. 한 수씩 건네 받았다는 미실의 말에도 덕만공주는 의기양양해 하지요. 왜냐면 표면상으로는 덕만공주에게 지지가 몰표로 이어올 것으로 내다봤거든요. 안건은 부결되었지만, 조세감면안과 화백회의 만장일치제의 폐해를 여론화시키면서 군소귀족들과 백성들의 마음이야 덕만공주에게로 기울 것은 자명한 일이거든요. 미실은 덕만공주의 이런 계산까지 앞서 내다봅니다. 미실의 지지기반이 이탈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결국 형국은 미실이 쥐구멍으로 몰린 양상이 되버렸지요.
하지만 미실은 크게 당황하지 않아요. 덕만이 군소 귀족세력과 백성의 지지를 얻었다면, 미실은 올가미를 얻었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미실이 덕만에게 한 수씩 주고 받았다고 했을 거에요. 그리고 미실은 덕만공주를 옭아 맬 확실한 덫을 준비합니다. 덕만공주도 보통내기가 아닌데 유인을 하려면 강한 것이어야 겠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아주 좋은 힌트를 던져줬지요. 바로 미실이 쥐고 있는 화백회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화백회의 구멍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었지요. 미실은 덕만공주에게 미리 언질도 해줍니다. 덕만공주의 정무참여 거부안을 화백회의에 안건으로 발의할 수도 있다고요. 그리고 미실은 한번 뱉으면 반드시 시행한다는 듯 진짜로 발의를 해버리지요.
그런데 덕만공주의 정무권 박탈 안건을 관철하기 위해 미실은 교묘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덕만공주 편인 김서현공과 용춘공에게 몽혼약을 먹여 깊은 수면에 빠지게 한 다음,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미실측 대등들만이 단독처리하겠다는 심산이었지요. 물론 이 계획은 성공한 듯 보였지만, 알천랑과 유신랑이 이끄는 시위부(공주근위대)의 무력진입으로 무사히 김서현공과 용춘공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고 덕만공주의 정무박탈 안건은 일단 부결이 됩니다.
덕만공주나 춘추, 알천랑, 유신랑은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겠지만, 한 사람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람이 바로 미실이었지요. 이 모든것이 미실의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것이었으니까요. 미실은 거사를 앞두고 설원공에게 은밀히 지시를 합니다. "비천하고 비열하고, 누구나 알면 그 천박함에 치를 떨 수 있는 것을 꾸미라"는 것이었지요.
44회를 보면서 다시 한번 선덕여왕 드라마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네요. 미실이 설원공에게 지시한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는 말이에요. 미실이 의도한 것은 칼의 명분이에요. 그런데 대의명분 없이 무턱대고 칼을 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너무 좋은 힌트를 주었지요. 바로 화백회의 만장일치제의 문제였지요. 영리한 미실은 덕만공주에게 그대로 반사~하며 한방 먹여버린 것이지요. 상대가 칼을 빼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미끼가 덕만공주의 정무권한 박탈 안건이었고, 비열한 방법으로 김서현공과 용춘공의 발을 의도적으로 묶어 버린 것이지요. 또한 미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일, 상대가 먼저 칼을 빼도록 유도하는 일까지 성공을 합니다. 공주호위대인 시위부가 무장을 하고 화백회의장에 들어왔다는 것은 덕만에게 역모의 누명을 씌울 수도 있는 올가미였던 거지요. 방식은 3류였지만 미실 머리는 인정. 

알천랑과 유신랑이 이끄는 시위부가 화백회의장에 무장진입을 했다는 것은 병부에게 병사를 동원하는 대의명분을 실어줍니다. 물론 다 의도한 것이었지만요. 설원공은 유신랑과 알천랑이 "죽여주십사"고 나올 것도 다 계산을 해 두고 궁수를 배치해서 활을 쏘게 한 치밀한 준비를 했지요. 결국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드라마에서는 석품랑이 먼저 칼을 빼들기는 했지만 미실의 마지막이 될 '미실의 난' 그 서막을 알리는 북이 울렸습니다. 둥~둥~
그리고 군사를 대동한 불나방 미실이 불꽃을 향해 덤벼드는 것으로, 선덕여왕은 질풍노도의 항해길에 올랐습니다. 다음주에 치열한 미실의 마지막 불꽃놀이가 진행될텐데 한 주가 몹시도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이글의 제목으로 잡은 빨간 서첩보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로 돌아가서 제 개인적인 추측을 덧붙여 볼까해요.요즘 들어 누각에 앉아있는 미실의 평화로운 모습이 유독 많이 나오고 있는데, 참으로 자태가 아름답고 고혹적이십니다. 미실의 상념을 깨고 동생 미생랑이 다가와 묻지요.
"누님, 꼭 하셔야 겠습니까? 누님답지 않아 보여요. 당대의 평가가 욕은 들을지라도 역사 속에서는 빛날거에요. 헌데 이 일은 그 모든 것을 허물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누님은 이치에 맞지않은 일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미실은 불현듯 사다함의 얘기를 꺼냅니다. 딱 한번 이에 맞지 않은 일을 했다고요. "사다함과 연모를 했고,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가려 했었습니다.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일이었어요. 그 이후로는이에 맞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비슷한 마음입니다. 이 미실도 이를 버리고 꿈을 쫓아갈 겁니다. 부서지더라도,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질 것입니다" 에휴,,,너무나 멋진 명대사였답니다. 미실은 죽기전에 너무 멋진 대사를 남기고 가네요.

미실의 이 말속에서는 저는 두가지 속 뜻을 찾았어요. 비담에 대한 모정과 끝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위해 마지막으로 불사르고 싶은 집착...다 가진 미실이었지만 그녀는 사랑을 갖지 못한 여인이었어요. 사다함의 죽음으로 그녀에게 순수한 사랑은 끝이었지요. 권력과 야심을 위한 사랑을 했을 뿐이에요. 사다함과의 사랑 역시 이루지 못했듯이,버린 아들 비담에 대한 사랑도 그녀에게는 질긴 미련으로 남아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다함을 쫓아 이득을 버리고 도망쳤던 그때처럼, 한번도 사랑을 베풀어주지 못했던 아들 비담을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던져주고 가고 싶은 모성,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미실과 미생의 대화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다음 장면에서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설원공이 내민 빨간서첩보였어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뭐길래 설원공이 "왜 지금 이것을 가져오라고 했냐"고 물었고 "새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혼자서 추측을 해봤답니다. 미실이 그랬지요. "그것을 남긴 것은 애초에 설원공을 얻고 설원공의 불안을 달래려 함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불안을 달래려 합니다.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설원공이 "허면..?."하고 물으니 난데없이 미실이 "네, 비담입니다. 오늘 밤은 밤은 참으로 깁니다. 그날 밤처럼요"라며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났지요.
첫번째로 문제의 빨간서첩보에 대해 추측한 것은 사다함이 미실에게 남겼을 연서는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사다함의 마음이 담긴 연서를 그 동생 설원공에게 넘겨 주면서 설원공의 마음을 잡고, 한편으로는 "사다함을 잊겠습니다" 하고 설원공에게 미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왠지 약해요. 또한 '그날 밤처럼 오늘 밤도 길다'는 말을 생각해 보니 확률은 적어보여요.
그러면 그날 밤은 언제를 말하는 것이었을까요??? 저는 진흥제의 승하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봤어요. 진흥제가 승하할 때, 미실이 빼돌린 것이 바로 진흥제의 유언장이었지요. 미실이 유언장을 감추고 진지제를 옹립했고, 진지제는 비담, 즉 형종을 낳아줬는데도 배은망덕하게도 애초의 약속을 저버리고 황후에 올려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미실이 유언장이 조작이었음을 밝히며, 화랑들의 낭장결의로 진지제를 폐위시켜 버렸지요. 그리고 즉위한 인물이 동륜태자의 아들 진평왕(백정) 이에요. 물론 진지왕 사이에 낳은 비담은 버려졌고요. 
진흥제가 남겼다는 유언장의 진위를 아는 사람은 미실과 이일에 깊숙이 관련된 설원랑이었을텐데 갑자기 궁금해지는 거에요. 과연 진흥제가 후사로 지목한 왕자가 동륜태자였을까? 금륜왕자였을까? 혹시 진흥제가 진지왕(금륜태자)을 후사로 책봉한다는 유언장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에 그랬다면 정말 금륜태자(진지제)만 불쌍하게 된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 진지왕의 아들이 바로 미실과 사이에 낳은 비담이잖아요.
미실은 난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죽기전에 한가지 꼭 아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겠지요. 그것이 비담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지왕을 후계로 삼으라는 유언이 공개가 된다면, 폐위된 진지왕은 성골신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 혈육인 비담은 황실의 일원으로 인정이 되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가장 정통성있는 후계자 순위에 설 수 있을 것이기도 하고요.
황후가 되겠다는 야욕으로 버려 버린 아들 비담, 자신을 너무나도 쏙 빼닮은 비담, 큰 꿈을 가지고 덕만공주를 택했다는 비담을 위해 찬란히 부서지고 싶어하지 않았을까요? 오래된 유언장의 진실을 밝히면서요. 이는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 정말 빨간서첩보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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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 07:31




선덕여왕 43회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밤을 보낸 느낌입니다. 선덕여왕 시청자들 아마 이번회 보시고 눈물의 쓰나미가 한차례 지나갔을텐데, 저도 울었답니다. 춘추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어찌나 가슴이 울컥해지던지요. 춘추역의 유승호가 지난밤 많은 분들 눈시울을 적셨을 것 같네요.
이번 43회의 큰 줄거리는 춘추와 덕만공주의 화해, 그리고 미실에게 선제 공격에 나선 덕만공주의 조세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춘추의 눈물은 글 뒷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43회 리뷰 들어가겠습니다.

미실을 만나고 온 덕만공주는 미실이 황후보다 큰 것, 즉 황실의 심장을 움켜쥐려고 할 것임을 직감합니다. 사실 그동안 미실과의 싸움은 기싸움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싸움은 느낌이 쎄한게 미실이 뭔가 큰 것을 터뜨릴 것 같아 불안하지요. 미실의 의중을 읽은 덕만공주가 깊은 생각끝에 내린 결론은, 귀족을 분열시키고 한사람이라도 내편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미실의 기반이 귀족세력이니 미실이 딛고 서있는 기반을 기초부터 흔들어 버리겠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동안 죽어라고 미실의 발바닥 아래 눌려있던 귀족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 환심을 사자니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을 내놓아야 하는데, 금은보화를 만들어 싸다줄수는 없는 일이고, 땅을 뚝 떼어서 줄 수도 없는 일이지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조세감면책이었지요. 세금을 파격할인해 주겠다니 얼씨구나! 감지덕지겠지요. 덕만공주는 부지런히 장적(토지대장) 조사작업에 착수합니다. 
한편 청유에서 돌아 온 미실은 이제 '다른 사람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지 않고 직접 황실 심장부에 앉겠다'며, 세종공과 설원랑, 그리고 자식들 앞에서 도와달라며 무릎까지 꿇었어요.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이지요. 평생을 미실이라는 여인의 마음 하나에 매달려 온 설원공이나 세종공도 처음에는 당황하지요. 하지만 이내 자기들 그릇이 작았음을 인정하며 "그래, 시대의 여걸 미실을 한번 밀어줘보자"며 의기투합했지요. 미실이 오기전까지 큰 싸움이 될 일촉즉발의 위기에 까지 갔던 두사람이었지만 말이에요.
미실은 의외로 조용히 누각에 홀로 앉아 유유히 흐르는 구름이나 감상하며 여유자적한 모습이에요. 생각해보면 미실은 지금 정말 편안한 마음일 것 같아요. 한가지 뜻을 세웠으니 그동안 덕만공주와 싸워왔던 문제들은 차라리 자잘했다고 생각할 거에요. 일단 덕만공주에게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해놨으니 덕만공주가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지켜보겠다는 심산이겠지요. 먼저 설쳐봐야 의심만 할테고... 그런데도 저는 미실의 평화로운 얼굴을 생각하니 여전히 다른 속마음이 있어 보이는데 이것도 병입니다. 저는 지금도 미실이 덕만공주를 왕으로 만들어 주려는 대의적인 희생에 한가닥 미련을 버리고 있지 못하고 있거든요.ㅎ
덕만공주 드디어 큰 사건 하나를 터뜨렸지요. 바로 조세감면안을 화백회의 안건으로 채택해 달라고 올렸는데, 내용이 정말 이상적인 꿈의 조세책입니다. 우리나라 세금정책 세우시는 분들도 참조 많이 했으면 좋겠는데, 1400여년 전에도 그토록 훌륭한 정책을 생각했는데, 좋은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시행했으면 싶네요. 안건으로 내 놓은 조세감면책은 쉽게 말하자면 재산 정도에 따라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백성들이나 중소 귀족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세금을 적게 내게한다는 그런 내용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가난한 백성들과 귀족축에도 못끼었던 중소 귀족세력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손해가 심할 대 귀족들은 이런 날벼락이 있나 싶지요.
이제부터는 신라 돌아가는 모양새가 각자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으로 흘러갑니다. 하다못해 미실측의 화랑들 사이에도 동요가 읽고 있으니까요. 누구 편에 줄을 선다는 게 이런 거겠지요. 손익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덕만은 기막힌 수를 내 놓은 거겠지요. 다수의 중소 토호 귀족도 내 편으로 잡고, 민심도 잡겠다는 거지요. 사실 이 민심이라는게 총칼의 힘 보다 무서운 거잖아요.
미실도 이런 덕만공주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지요. 미실이 현재 상황에서 잃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귀족 지지세력과 민심이에요. 공포정치의 화신 미실이 언제 민심의 지지를 얻었을까 싶겠지만, 미실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몇점은 얻어 가는 게 있지요. 진흥왕과 함께 신라를 고구려, 백제로 부터 지켜내 온 공적들도 있을 것이고, 미실에게 떡고물 얻어먹은 귀족들도 쉽사리 등을 돌리지는 못할 테니까요.
미실도 민첩하게 움직이지요. 미실이 쥐고 있는 것은 화백회의 대등들의 지지였지요. 전원 만장일치 제도라는 화백회의의 장단점을 다 알고 있는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맞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한명만 제외시키고 덕만공주에게 손을 들어주면서 안건은 부결시키고, 미실 측의 대귀족들은 욕도 안 먹고... 결국 화백회의에서 덕만공주의 안건은 부결되면서 미실이 일단 승리를 했네요.
그런데 덕만공주는 예전의 덕만공주가 아니에요. 미실이 세 수를 생각해 놓으면, 덕만공주는 아마 다섯수는 준비하거든요. 조세감면책이 부결되자 다시 덕만공주는 새 발의안을 내놓는데 이것은 아마 미실이 생각하지 못한 수 같아보여요. 여성으로 왕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엉뚱공주임을 상기했더라면, 덕만공주가 다시 기발한 공격을 해 올 거라는 것도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덕만공주가 다시 제의하는 것은 만장일치제의 화백회의를 다수결제도로 바꾸자는 거에요. 띠웅~

덕만공주는 조세감면책이 화백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을 미리 내다봤지요. 대등들이 대부분 미실편이고, 아니 미실편임을 떠나서 자신들 목을 죄어오는 일인데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지요. 덕만공주가 의도한 것은 최종적으로 대귀족이 잡고 있는 화백회의를 박살내는 거였어요. 그래서 미리 포석으로 조세감면책을 깔아 두고 간 것이엇지요. 통과가 되든 말든 민심도 얻고 귀족들 지지도 얻고 일석이조지요. 그리고 다음 수로 화백회의, 즉 대귀족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화백회의를 와해시켜 귀족들을 흔들 심산이었겠지요. 그런데 미실이 둔 수는 악수가 되고 말았어요. 9:1의 결과가 나왔는데 김서현공과 용춘공을 제외한 나머지 미실측의 7표는 앞으로 다시 같은 안건이 나오면 찬성표를 던져야 할텐데, 빼도 박도 못하게 생기게 된 거지요.

그런데 여기 아프고 지칠대로 지친 어린 영혼, 춘추공이 드디어 스스로 고름을 짜내고 새살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덕만공주를 무던히도 애를 먹이더니 드디어 덕만공주 품에 안겼지요. 일단은 다행이에요. 방황을 일찍 끝내줘서 말이에요. 덕만공주와 춘추공은 이번회 감정적인 분열은 끝내고 손을 잡은 것으로 보여요. 물론 정치적인 생각까지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미실의 강력한 반기에 춘추가 덕만공주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지요. 혼자 싸우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투항할 수는 없고,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일단 손은 잡아야지요. 
미실을 얕잡아 보고 한 수를 날린다는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기가 맞아버렸으니, 이번에 춘추공 크게 놀랐지요.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던 춘추는 덕만공주가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춘추는 마음을 굳히기 전에 무던히도 덕만공주 속을 떠봅니다. 어리지만 덕만공주가 진정 군주의 자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겠지요. 그래서 덕만공주에게 차라리 미실에게 신국을 넘기라고 제의도 해봅니다. 덕만공주는 미실을 신국에 넘길 수 없는 이유를 미실의 지지기반인 귀족들 때문이라고 말해주지요. 덕만공주는 강한 신국, 백성에게 희망을 주는 신라를 만들어가고 싶어하니 귀족들 손에 넘길 수는 없다고 합니다. 덕만이 만들고자 하는 신라는 백성이 지지기반인 나라거든요.
미실에게 당한 것을 안 춘추는 미실을 찾아갑니다. 덕만공주가 조세감면책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아무 동요가 없는 미실이 궁금해서 였지요. 미실은 자신을 찾아 온 춘추의 간담을 서늘케 해 버리지요. 마치 어린 천명공주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너 때문이다"라고 했던 그 모습과 같은 식으로 말이지요. 어찌나 무섭던지 춘추뿐만이 아니라 저도 놀랐답니다." 공의 부친 용수공, 공의 모친 천명공주님... 제가 다 죽였습니다"라면서요. 그리고 차분했던 목소리를 바꿔 춘추를 향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지요. "나한테 머리로 덤벼들려 하지마. 목숨을 걸거나 그냥 죽거나 양자택일 해. 나, 미실은 황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온몸으로 온 가슴으로 모략을 펼치며 목숨을 던져왔어. 그런데 머리로만 날 상대하겠다니 우습구나. 덕만공주처럼 너도 목숨을 던져 싸워야 할게야. 황족이라는 이름으로 거들먹 거리지 말란 말이다"
이렇게 무서운 말을 들으니 춘추공 바들바들 떨리기도 하고, 미실을 앝봤던 게 실수였음을 알게 된거지요. 그리고 어머니 천명공주의 사당에서 제를 올리는 덕만공주를 마주하며 춘추는 결심을 세우지요.

덕만공주가 내미는 손을 잡는 춘추의 마음은 두가지에요. 우선은 현실적 타협을 하겠다는 것이고, 하나는 그 동안 억눌러 왔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었어요. 춘추가 덕만에게 말했지요. "저를 품는다는 것은 제가 가진 모든 것, 저의 독까지 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춘추의 마음에 있는 독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복수와 야망이겠지요.
어머니를 죽게 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 그리고 신라를 가지겠다고 하는 야망. 이런 두가지 마음을 품고 춘추는 현실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덕만공주의 손을 잡은 것이지요. 생각없이 기루나 들락거리고 잡기에 빠진 춘추에게 신라는 어떤 나라였을까요. 물론 드라마 상이지만 춘추에게 신라는 어머니와 같은 나라에요. 이국타향 수나라에서 춘추를 잡아주었던 것은 '곧 데려오겠다'는 어머니의 편지였지요. 한 해 두 해 그렇게 수년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춘추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돌아 온 신라, 자신의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신라는 복수하고 싶은 나라였을지도 몰라요. 덕만공주처럼요.

그런데 덕만공주 역시 같은 마음이었었음을 알고 춘추도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되었지요. "누구도 믿지 못하였더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라며 같이 시작하자는 덕만공주의 말은 춘추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를 눈 앞에 두고도 복수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의 마음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지닌 이모 덕만공주의 품에서 그렇게 무너졌지요. "미실을 이기실 수 있습니까?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제가 운 것 만큼 공주님께서도 우셨습니까?"라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데 한 순간 온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춘추의 감정을 끌어내는 유승호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복수 그 모든 감정을 실어 "어머니"라는 가슴 시린 그 한 단어에 다 실어 말을 하는데 벌써 제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화백회의를 잡고 있는 대귀족들을 향해 싸움을 건 덕만공주, 동요하는 여론, 덕만공주와 춘추의 연합 등등 상황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이제 이판사판 큰판이 벌어질 모양입니다. 덕만공주는 미실과 대귀족들을 상대로 직빵으로 선공을 해버렸으니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했나요? 누가 쥐고 고양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곪기 시작한 황실과 귀족들간의 혼란과 분열은 고름으로 터져 나와야 겠지요. 물론 역사는 덕만공주의 편이니 미실과의 싸움에서 썩은 고름을 짤 주인공은 덕만공주가 되겠지만요. 모든 상처는 곪아들기 시작했을 때가 가장 아픈 법이지요. 지금 신라의 모습이 그렇게 곪아들기 시작하는 형국이에요. 덕만공주도 미실도 힘들고 아프지요. 모든 것을 걸어야 하니까요. 폭풍전야의 신라, 덕만공주, 춘추, 미실 앞에 과연 신라의 아침은 어떻게 밝아올까요? 선덕여왕 시대의 서막을 열 사건이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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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07:22




잠에서 깨어난 미실의 행보가 드라마 선덕여왕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미실의 진의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오고 있었어요. 저는 미실이 덕만공주를 왕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작가의 생각과  비교해 보고 싶은 치기도 발동되고, 아무튼 여러면에서 선덕여왕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음 주는 서라벌로 돌아 온 미실이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후를 향해 다가가는 미실의 반전이 전개되겠지요. 
저는 여전히 미실의 초심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합니다. 과연 신라역사에서 미실이라는 인물을 어떤 식으로 되새김질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에요. 그동안 선덕여왕 양대산맥의 한축이었던 미실이었기에 그 한축이 무너져가는 허탈함도 있고, 역사책에서 이름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미실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크게 그려준 작가가 존경스럽습니다. 사족이지만 저는 작가님에게서 미실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 황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식도 버린 비정한 미실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미실의 대인배 정치기질과 담대함을 잘 녹여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애정도 한몫 하고 있겠고요.
그럼 드라마에서 보여 준 미실의 정치인생과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미실의 초심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실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여왕선언과 춘추공의 골품제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인해서요. 그리고 자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미실의 시대는 진흥제와 궤를 같이합니다. 진흥제의 죽음은 미실의 시대를 가져왔고,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미실에게는 치명적인 컴플렉스가 있어요. 황후가 되지 못한 것과 성골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미실이 성골이었더라면 황후가 되기가 쉬웠겠지요. 경국지색의 미모와 지략을 가진 그녀였으니까요. 황후가 되기 위해 했던 일이 진지왕에게 색공을 바친 일이었지요. 그리고 비련의 아들 비담을 낳았고, 진지왕은 결국 미실을 황후자리에 앉히지 않았지요. 비담은 버려졌고, 그녀는 다시 진평왕을 옹립해 다시 황후가 되기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회임한 마야부인이 나타났지요. 뱃속에 자신을 대적하고 신라의 하늘을 밝게 할 개양자 둘(천명, 덕만)을 품고서요. 

이때부터 미실의 목표는 달라지게 됩니다. 자신을 대적할 개양자를 없애는 일이 과제가 되었지요. 어린 천명공주에게 황실에 성골남자가 없는 이유가 "너 때문이다", "도망치거라"라며 공포에 떨게 한 말들은, 자신을 대적할 개양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었지요. 그런데 천명공주는 의문의 죽음을 당해버립니다. 미실에게 위기였지요. 천명공주의 죽음 배후에 미실이 있음을 세상이 다 아는데, 미실이 무너질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요. 그런데 미실에게는 황실을 한방에 무너뜨릴 열쇠를 가지고 있었어요. 바로 황실에 있었던 쌍생의 비밀이었지요. 결국 황실과 미실은 천명의 죽음과 쌍생을 두고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미실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미실은 또다시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일식과 사라진 예시록의 비문을 가지고, 어출쌍생의 비밀을 폭로하며 진짜 개양자 덕만공주가 나타났지요. 공주 추인식을 치르고 덕만공주는 직방으로 미실의 컴플렉스를 건드려 버립니다. 29회 방송에서 덕만과 마주쳤을 때 "아직도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십니까"라며 미실이 덕만공주의 손을 잡자, 덕만공주가 했던 말 기억하시지요? "무엄하구나, 어디 감히 성골의 몸에 손을 대느냐!"라고 했던 말 말입니다. 나아가 여왕이 되겠다는 선언까지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춘추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진골의 신분으로 왕이 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왼뺨, 오른 쪽 뺨까지 내줬는데 이번에는 뒷통수까지 친 격이지요. 평생 극복하지 못했던 컴플렉스를 치고 들어오는 덕만공주와 춘추를 보며, 미실은 자신의 중대한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여자라는 신분과 진골이라는 혈통을 부정해 버리는 두 사람을 보고 미실은 정신이 든 거지요. 컴플렉스를 황후자리와 권력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겠지요. 답은 스스로 왕이 되면 모든 게 게임오버였는데 그걸 몰랐던 뒤늦은 각성을 통탄했겠지요. 

미실은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방백이 흘러 나왔지요.
"여인이기에 상상하지 못했던 왕으로의 길, 주인의 길...한 시대가 가는 것인가?"
미실의 방백이 중요한 것은 무엇이 포인트였는가 입니다. 저는 미실의 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왕, 혹은 주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미실의 생각 포인트는 바로 '길'이에요. 그리고 설원랑이 "무얼하고 계셨느냐"에 대한 미실의 방백 또한 그 '길'에 대한 것이었지요. "난 그 오랜 세월을 뭘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미실은 길고 달콤한 잠을 잡니다. 버겁게 움켜쥐고 왔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본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이었지요. 그리고 비담과 소풍을 갑니다.
비담과의 짧은 소풍은 마지막을 위한 주변정리라고 보여집니다. 한번도 사랑으로 품어주지 못했던 아들 비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간 미실은 행복해 보였어요. 아들의 손에 몸을 기대보기도 하고, 문노와 설원랑, 그리고 자신의 낭도시절 즐거웠던 기억, 진흥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실은 웃고 있었거든요. 소소한 일상에서 나오는 그런 웃음 말이에요. 초라한 황후의 꿈을 위해 아들도 버리고, 시대도 거슬렀다며 미실다운 변명을 하는데, 어찌 미실이라고 버린 자식에게 울며 속죄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주워담을 수 없는 일인 것을...
미실에게 비담은 한가지 청을 하였지요. "천년에 이름을 얻을 원대한 꿈을 가진 이 아들을 위해, 초라한 꿈따위는 버리는게 어떻겠느냐"고요. 하지만 미실은 안되겠다며 "다시 시작을 하는 게 나 미실이다"라며 새로운 꿈을 향해 야심을 드러내지요. 그리고 이후 찾아온 덕만공주에게 새로운 결심이 섰음을 말해줍니다. 마치 "모든 것을 엎어버리겠다"는 반역의 의미를 담아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대입니다. 염치없이 공짜로 달라고 하지는 마세요.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에 저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했던 이 말 속에는 함정이 하나 숨어있어요.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이라는 말뜻이에요.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나를 넘어서라고 했던 것은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을 할 사람이 자신은 아님을 인정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미실은 청유를 나선 이유를 초심이 필요해서 라고 고백합니다.
그럼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미실의 초심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벌집이 돼버린 상황에서 초심을 찾아 온 나들이 길에서 미실은 진흥제와 어린 낭도 시절을 떠올립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지요. 고구려, 백제와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 진흥제와 함께 이루려고 했던 일, 그것은 바로 신라의 대업을 위한 길이었어요. 신라의 대업은 삼한일통이었고, 그 길을 가는 자가 시대의 이름을 얻는 자가 되겠지요. 그래서 미실은 덕만에게 나를 넘어서 시대의 이름을 가지라고 주문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미실이 직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두가지 이유에서 에요. 작은 이유 하나는, 미실은 자신이 저승길과 멀지 않은 나이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다른 큰 이유는, 덕만공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미실은 덕만공주에게 숱하게 대업과 삼한일통에 대한 덕만공주의 꿈을 들어왔습니다. 그때마다 덕만공주를 무시했던 것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거에요. 물론 속으로 질투와 욕심도 있었겠지요. '왕후장상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면 너와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었는데, 넌 참 쉽게 가는구나"라고 이를 바득바득 갈기도 했겠지요. 미실이 찾은 초심은 오랫동안 잊어왔던, 낭도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불가능한 꿈, 대업의 꿈이었어요. 그리고 꿈을 꾸는 또 다른 자신, 덕만공주와 마주했습니다.
그런데 미실은 덕만공주를 바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미실은 덕만공주가 넘어야 할 산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어요. 그것은 정통성과 세력화합이에요. 여왕이 되겠다고 했을 때 황실과 신라 귀족들은 덕만공주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지요. 춘추공이 골품제를 부정하고 나왔을 때는 귀족들이 춘추와 줄을 대기 위해 서로 반목하는 상황이 벌어졌고요. 그런데 이 힘의 구심점을 만들어 줄 사람이 바로 미실 자신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황실과 귀족세력 사이의 반목의 중심에는 미실 자신이 있었고, 덕만공주나 춘추가 대업의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는 반목과 대립의 중심에 있는 자신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요.
그러나 백기투항의 방법은 그녀의 방법도 못되고, 덕만공주가 궁극적으로 귀족들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겠지요. 그래서 미실은 스스로 나서서 덕만이 딛고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되기로 나섰다는 생각입니다. 스스로 희생양이 되는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설원랑, 세종공, 덕만 등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방법으로 말이지요.
미실이 비담에게 문노, 미실, 설원 세사람이면 천하를 통째로 삼킬 것이라 했던 진흥제의 말을 들려 준 것은 화합의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천하를 삼킬 수도 있었던 세 사람이었으나 진흥제 죽음이후 문노와 결별했고, 사랑에 눈이 먼 설원공은 대업보다는 사랑의 포로가 되었고, 오직 자신은 황후가 되겠다는 욕심으로 잊어버렸던 대업의 길이 미실이 찾은 초심이었지요. 그 길을 걷겠다고 나선 덕만공주, 유신랑, 그리고 비담을 위해 자신이 해 줄 일은 황실과 귀족세력의 분열과 대립을 끝내 줄 교두보가 되는 것이었지요. 자신을 이길 때 덕만공주의 여왕 즉위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명분을 세워줍니다. 또한 황실을 견제하는 귀족들의 지지도 얻게 되겠지요.
92년 대선에서 고 정주영회장이 "눈이 내리고 있을 때는 마당을 쓸지 않는 것이다"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미실은 혼란스러운 문제들이 오히려 수면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려 주고 있었지요. 주인이 한꺼번에 쓸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그 속에 함께 쓸려갈 자신 또한 내다봤을 테지요. 미실의 초심을 생각하면서 새삼 상기한 사실은 미실은 진흥대제와 함께 시대의 꿈을 꾸었던 신라인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자신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대가 그 꿈을 이어가고, 이루어 주길 진정 바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온몸을 던져 희생하고 가는 것이 시대의 주인들을 위한 마지막 선택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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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07:39




선덕여왕 42회를 보고, 드라마 속 신라 정국이야 어찌되었든 지난회에 이어 지루한 전개로 스토리를 제대로 만들어 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느낌도 들었고, 자극적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번회 줄거리는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지요. 비담을 데리고 풍유를 떠난 미실의 새로운 수와, 춘추공의 골품제 부정발언과 부군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빚은, 설원공과 세종공의 대립이지요.

우선 설원공과 세종의 무력 대치와 납치사건은 글쎄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미실을 보좌하면서 정치를 해왔다는 양반들이 춘추와 보량의 비밀혼인으로 무력대치까지 해야하는 상황인가 하는 점입니다. 자, 처음으로 거슬러 가보자구요. 미실측의 덕만공주를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가 뭡니까? 자기 사람 만들기 잖아요. 가야민을 볼모로 김유신을 하종의 여식 영모와 혼인을 시킨 것도 자기편 만들기 작전이었지요. 춘추공이 수나라에서 돌아왔을 때 역시 미실측에서 나선 첫 수가 춘추공을 미실가의 여식과 연결시키려 한 것이었고요. 풍류가 미생공이 춘추를 기루로 끌고 다닌 것도 춘추의 여성 취향을 알아보기 위함이었고, 보종랑의 여식 보량을 춘추와 연결시키려 했지요.
춘추를 이용해 앞으로 황실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미실새주의 뜻에 동의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제와서 춘추의 골품제 발언으로 보량과의 혼사를 가지고 설원랑과 세종이 대립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어보입니다.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물론 이의 배경에는 덕만공주 다음 왕위 순위가 세종공이 되기 때문에, 세종이 미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그럴 듯하게 명분은 만들었지만요.
세종공은 귀족들 가운데 최고 진골 지위에 있는 상대등이며 설원공은 신라의 병권을 쥐고 있는 병부령입니다. 그런데 화랑들을 포섭해 낭도들을 무장시켜 가택연금을 시키고, 상대등과 병부령이라는 지위에 있는 양측 수장들을 납치해서, 까마득한 화랑들이 칼을 겨누고 포승줄에 묶는 하극상이 가능했을까 싶네요.  이런 상황을 만든 의도가 춘추가 계획했던 귀족세력의 분열에 대한 설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해를 풀고 미실을 중심으로 더욱 강하게 똘똘 뭉친다는 것을 의도했는지 모르지만요.

그리고 드라마는 미실의 최후를 준비합니다. 비담과 미실의 대화는 극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지만, 미실이 비담을 데리고 소풍을 나간 이유는 아마도 어머니와 아들의 오붓한 데이트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또 다시 멀어져가는 모자 사이를 확인시켜 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실은 신라 조정과 자신을 소용돌이로 몰아갈 해답을 찾게 되었지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아니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꿈을 말입니다.
미실은 비담에게 화랑시절 문노와 설원공, 그리고 미실 삼총사에 대한 추억담을 들려주었지요. 마치 어린 아들에게 옛날얘기를 들려주는 어머니와 턱을 받치고 흥미진진하게 다음얘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아들을 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미실은 옛날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진흥왕이 지어 준 별칭이 경국지색(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빼어난 미인)이었다며, 당시 화랑들에게는 자신의 색공이 언젠가는 나라를 기울게 할 거라는 비아냥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이 초라한 황후의 꿈을 꾸게 되었을 거라고 말해주었지요. 초라한 황후의 꿈이라는 말은 그동안 미실이 세종공과 설원공이 칼을 들이대며 쌈박질을 하든말든, 잠만 자다가 비담을 데리고 소풍을 나오기까지 미실의 생각이 정리되었음을 내포하는 말이었지요.
"미안하다. 너를 버려서 내 아들, 비담아"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초라한 황후의 꿈을 위해 시대를 거스르고 아들도 가차없이 버렸다고 하는데, 비담은 미실에게 "멋있으십니다. 초라하든, 원대하든 꿈이란게 모든 걸 버리게 하지요" 라며 애써 표정을 감추었지요. "이해해 주니 고맙구나"라고 미실의 목소리가 잠기는데, 두사람 모두 울컥한 감정을 삼키는 모습이 가슴을 애잔하게 하더라고요.
두사람이 어머니와 아들로서 그나마 오손도손 나누는 대화는 여기서 끝나버립니다. 미실이 비담에게 왜 덕만을 따르느냐며 물으면서 대화는 야심가 비담과 비정한 정치인 미실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비담은 처음으로 자신의 야심을 어머니 미실에게 드러내지요.
"스승님께서는 삼한일통의 대업을 위해 삼한지세를 쓰셨어요. 그런데 새주께서는 삼한일통에 관심이 없고, 공주께서는 관심이 많아요. 공주는 나를 얻어 대업을 이루고, 나는 공주를 얻어 신라 천 년에 이름을 얻을겁니다. 어때요. 황후의 초라한 꿈보다는 원대하지요? 그러니 새주의 초라한 꿈은 버리시지요."
그런데 미실은 아들이 그렇게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는데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부드러웠던 표정을 한순간에 싹 바꾸고 "이제 내 마음은 새로운 야망으로 차 있어"라고 말하는 듯 웃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역시 무서운 미실)

이 때 덕만공주와 유신랑이 미실을 찾아 정자까지 왔는데 대체 덕만공주 왜 이러신대요? 여왕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이 들어서 차라리 미실에게 여왕을 하라고 싶어지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를 화나게 했던 대사 인용하지요.
"새주, 이러시면 안됩니다, 새주다운 수를 내놓으시고 새주답지 않은 행동을 하시면 저는 어쩝니까?" - 당췌 이게 무슨 말인지... 일국의 왕이 되겠다고 그동안 첨성대를 짓겠다, 귀족들의 매점매석을 금지하겠다 배포 크게 대적해 온 덕만공주가 미실의 침묵이 불안하다고 궁 밖 행차까지 해서 "전 이제 어쩌면 좋아요?" 하고 묻다니요. 그 동안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쪼르르 미실에게 달려가서 정답을 알아오더니, 이제는 과외 선생님 없으면 생각조차 못한 학원생이 돼버렸나요? 미실이 퇴장하면 이제는 춘추를 새로운 과외선생님으로 모실 것 같네요.
먼길마다 않고 달려온 수제자 덕만에게 미실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지요. 그러자 덕만공주는 아예 대놓고 바보가 돼버립니다.
"제가 얼마나 새주처럼 생각하고 새주처럼 행동하려 노력하는지 모르시겠습니까? 새주는 제게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한 적입니다, 헌데 왜 갑자기 파악이 안되는 행동을 하십니까? - 뭐야! 믿음직한 적이라는 말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태컷 미실을 따라했다고? 그럼 그동안 덕만공주의 지략에 감동하려고 무지 노력해왔던 시청자들은 어쩌라고요. 덕만공주의 정치 롤모델이 미실이었다니 이게 어처구니가 없네요. 물론 미실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역지사지, 즉 입장바꿔 생각해서 덕만공주가 미실의 뒷통수를 쳐왔다는 것은 알겠는데, 덕만공주는 그럼 한번도 혼자만의 수를 내놓지 못해왔다는 말인가요?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강하게 단련된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표류하는 미래의 여왕 모습이 조금 뜬금없어 보였습니다.

미실은 말하지요. "제가 지고, 공주가 이길 수도 있습니다. 허나 그냥 달라고는 하지 마세요. 그건 염치가 없는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천금가는 재물이나 천 명의 인재라면 그냥 드릴 수도 있겠지요. 허나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대입니다. 시대의 이름을 갖는 일에 저를 피해갈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제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부딪쳐 상대하겠습니다. 주인이 되기 위해서요"라고요.
미실의 말은 역모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시대의 주인이 되겠다는 것은 왕이 되겠다는 선언이겠지요. 덕만공주가 여왕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춘추는 진골귀족으로 왕위를 선언했는데 이 두가지 수를 미실이 쓰겠다는 겁니다. 이런.. 따라쟁이 미실.
1
미실의 말은 한마디로 쿠테타를 일으키겠다는 것과 다름 없어요. 덕만공주가 여왕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도 황실이 발칵 뒤집혔고, 한 술 더 떠 춘추는 골품제도는 천한 것이라며 진골 신분으로 왕권에 도전하고 나서서 다시 신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심지어 세종공과 설원공이 무력충돌 일보직전에 이르렀는데, 미실까지 나섰으니 왕관이 길거리에서 파는 머리띠랍니까? 사실 덕만공주의 왕위선언은 성골이기 때문에 전혀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지요. 어차피 성골남진이니. 춘추공 역시 할아버지가 족강되지 않았다면 성골혈통이었고요.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함께 지고 불섶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은 역성쿠테타 성격을 띄는 것이지요. 미실이 잠자고 있었던 용이라고 하는데, 미실의 정치 지략은 용이지만 혈통이나 골품은 이무기 밖에는 안된다 이겁니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쪽박인데 과연 귀족들이 미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갑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당시 신라에서 상상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어요.
덕만공주는 하루 아침에 신라의 꿈을 세우고 계획한 게 아니지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왔을 때, 그리고 자신이 공주임을 알게 되고 왜 궁 밖으로 버려졌는지 알면서부터 덕만공주는 꿈을 키워왔습니다. 신라를 삼켜버리겠다는 꿈을요. 그리고 천신황녀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백성을 현혹하고 공포정치를 하는 미실을 보며 희망정치를 하는 군주의 모습을 키워갔고, 유신랑의 풍월주 비재를 통해 신라의 국호가 가진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신라의 대업 삼한일통을 준비하는 왕이 되고자 했지요.

그런데 미실은 무엇을 위해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일까요? 단지 왕이 되려고? 결국은 미실이 왕이 되고자 한다면 덕만공주를 비롯한 황실측과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직접적인 대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바보가 "나 쿠테타 일으킬거야"하고 주위에 다 까발리고 할까 싶네요. 쿠테타가 되었든 반란이 되었든 가장 기본은 비밀유지와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민첩하게 제압하는게 생명인데, 적에게 "나 총 쏠테니 가슴팍을 내밀어 줘"하고 달려드는 바보가 어디 있는지, 미실이 너무 쉽게 속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대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줄 만큼 어리석은 미실이 아닌데 말이지요. 그러니 정말 미실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궁금한 미실의 속내는 뭘까요? 정말 왕이 되려고 하는 걸까요? 혹은 비담을 위한 준비작업일까요? 아마도 이것이 미실의 최후로 이어지는 사건이 되겠지요. 미실이 초라한 황후의 꿈에서 시대의 주인으로 꿈을 바꿨다 할지라도, 분명한 것은 꿈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후를 향해 가는 권력욕의 화신, 미실의 마지막 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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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07:28




선덕여왕 41회는 또다시 시청자들에게 수수께끼 게임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만공주와 김유신의 독대에서 김유신이 예측한 두번째 경우가 무엇인지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회로 넘어가지 않고 정답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춘추공(유승호)의 양동작전을 이리도 애타하며 들어야 하는지 싶더군요. 지난주 선덕여왕 글 <어머니, 이제 제가 어머니를 버리겠습니다>을 올리면서 다음 글은 춘추의 골품제 부정 발언은 신라 귀족계급의 세력 재편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씀드리면서 이와 관련된 글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드라마에서 자세히 정리를 해주었네요. 
글을 올리기전에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김춘추의 골품제발언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퍼뜩 예고편이 스치더라고요. 덕만공주(이요원)가 춘추와 만나는 장면에서 "춘추 너의 계획은 실패했어. 우리가 자고 있던 미실을 깨운 거야"라는 대사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결국은 이 모든 것을 다 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소 글이 길어질 수도 있겠네요.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재미있는 상상이 나오니 기대하고 읽어주세요. 선덕여왕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위해서 매번 떡밥을 던지듯이 이번에는 제가 떡밥 하나를 던질테니까요.

오늘 글은 아주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는 글입니다. 제 글의 핵심은 신라 조정은 춘추의 발언으로 쑥대밭이 돼버렸는데 왜 미실(고현정)은 잠만 자고 있었을까? 그리고 잠자는 용 미실이 던질 다음수는 무엇일까에 대한 짧은 소견입니다. 미실이 자고 있었다는 의미는 생리적인 수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아시지요?
그럼 미실을 길게 잠으로 이끈 춘추의 발언 그 진의와 신라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역설적 떡밥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접어두기로 숨겨놓았습니다. 더 보고 싶은 분은 아래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춘추의 골품제발언이 가지고 올 신라 귀족계급의 재편성에 대한 정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춘추공의 발언으로 인한 귀족계습의 재편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잠자는 신라의 미녀 고현정에게로 화제를 돌리기로 하겠습니다. 미실은 지금 혼자만의 세계에 있습니다. 설원공이나 세종등 최측근들을 거부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거나 잠만 자고 있는 미실이에요. 그동안 시청자들이 봐왔던 미실과는 생소한 모습이에요. 그런데 힘이 빠져있는 미실을 보다보니 과연 미실이 힘이 빠져있는 것인지, 깊은 성찰의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가 애매모호해 지더라고요. 여기서 부터는 저의 예측이지만 혹시라도 제작진이 복선으로 깔아놓은 미실의 반전이 아닌가 성급한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구요.
이번회, 지난회를 통해 보여준 미실의 생각은 온통 덕만공주와 춘추의 말이에요. "골품제는 천한 제도입니다", "저는 스스로 부군이 되어 신국의 왕이 되고자 합니다" 춘추와 덕만공주 두사람의 말은 미실에게는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요. 한번도 넘어서려는 상상조차 못했던 골품이라는 벽을 깨는 말이 어린 춘추의 입에서 그리 쉽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고, 또한 자신이 여인이었기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왕으로의 길을 선언한 덕만공주 역시 충격이었지요. 미실은 여기서 무너집니다. 골품과 여인 이 두가지는 미실이 신라를 가지지 못했던 미실의 아킬레스건이었는데, 감히 덕만공주와 춘추는 미실의 취약점 두가지를 동시에 전면으로 승부수로 띄워버린 것이지요. 미실은 직감을 합니다. 자신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자신의 다음 시대는 덕만공주와 춘추가 시대의 주인이 될 것임을 알게 됩니다.
사찰을 찾은 미실을 찾아 온 설원공이 물었지요. "새주께서 여기서 뭘 하셨습니까?"라고요. 미실은 설원공의 질문에 혼자 다시 방백을 하였지요. "난 뭘하고 있었던 것일까...그 오랜 세월을..." 그리고는 몸이 좋지 않다며 쉬겠다는데 그 후부터는 죽은 듯이 머리를 풀고 잠만 자고 있지요. 밖에서는 설원공측과 세종측이 춘추라는 줄을 잡기 위해 멱살잡이까지 하고 싸우고 있는데 말이에요. 미실이라고 모르겠어요. 정치 9단인데 춘추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그리고 덕만공주측은 미실 자신의 수를 파악하느라 머리 쥐어뜯고 있을텐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미실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도 미실은 침묵을 지킵니다. 미실은 자신이 춘추에게 당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춘추가 골품제 발언을 한 순간 말이지요.
비담(김남길)도 미실이 잠잠한 이유가 궁금해지지요. 비담이 미실을 찾아간 이유, 그 속이 참으로 궁금하지요. 저는 비담이 미실을 찾아간 이유는 미실의 심중을 떠보기 위해서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담은 미실이 강하게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강한 공격으로 상대가 무너질 때 더 쾌감도 크거든요. 처소에서 기다린 비담을 들인 미실이 묻지요. 무슨 할말이 있어서 왔느냐고요. 이에 대해 비담은 새주의 이번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덕만공주와 춘추공이 싸울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주지요. 덕만공주의 도량과 지략이 미실보다 뛰어나다면서요.
미실은 비담이 밖의 정황을 얘기해주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아요. 그리고는 재차 왜 왔느냐고만 묻지요. 여기서 비담과 미실은 각자 뜬금없는 질문과 대답을 합니다. 비담이 미실에게 물었지요. "어찌하여 계속 주무시고 계십니까?" 그런데 미실은 너무 단순한 말로 비담을 당황하게 하지요. 그냥 졸려서 잤다고... 한술 더떠 비담에게 놀러가지 않겠느냐며 소풍을 나섭니다.
비담과 소풍을 나간 미실은 처음이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어머니로서 비담을 대하더군요. 힘들다면서 비담에게 부축해 달라고 비담 팔을 잡고는 손을 가벼이 어루만져 주는데, 그 순간은 비담에게도 미실에게도 뗄 수 없는 피의 전류가 흐르더군요. 비정하고 냉정한 미실이라고 해도 자식인데 애틋한 모성애가 왜 없었겠어요. 제가 일전에 올렸던 <내 아들 비담아, 잘 싸웠느니라> 라는 글에서도 미실의 모성애를 언급했듯이 미실도 어머니니까요. 아기 때 버리고는 처음으로 만져보는 아들의 손,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길.. 하지만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강을 건넌 두 사람이기에 애처로웠던 장면이었어요.
앞에서 제가 떡밥하나 던지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이 바로 미실의 심중이에요. 과연 미실은 덕만을 부수려고 할까요? 분명한 것은 덕만공주는 넘어야 할 적이 미실입니다. 그런데 이번회를 보면서 저는 미실은 덕만공주를 무너뜨릴 상대로 더 이상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적하고 권력을 빼앗으려는 상대라기 보다는, 미실이 죽기전에 키우고 싶은 시대의 주인이라고 마음을 정리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미실이 오랜 시간 잠을 잤던 이유는 자신의 몰락을 이미 알았고, 덕만공주와 춘추가 시대의 주인이 될 것임을 예견했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음을 알았겠지요. 미실이 독백했던 것, "난 뭘 하고 있었을까? 그 오랜 세월을.." 미실 스스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은 것이기도 하고요. 미실은 덕만공주와 춘추를 통해 자신을 돌아봅니다. 자신이 그토록 갈구했던 권력이라는 것이 너무 작은 꿈이었고, 신분과 여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자신을 넘어선 진정한 시대의 주인이 될 자들이 나타났다는 것을요. 눈 앞에 앉아있는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취하고 싶었던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상하고, 그리고 자신이 잡고 싶었던 권력은 덕만공주가 꿈꾸는 강한 신라를 위한 희망정치는 아니었음을 깨닫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앞으로 미실의 수는 무엇일까? 과연 덕만에게 끝까지 칼을 겨눌까? 네, 끝까지 칼을 겨누겠지요. 그게 미실이니까요. 하지만 미실의 칼은 색깔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습니다. 과연 국가별, 정당별 정치적 관계에서 모든 것을 적 아니면 동지의 개념으로 양분할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특히 정치적인 관계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어요. 절대적 우호관계 혹은 동지관계(현재로서는 유신, 알천랑, 일단 비담까지 넣어두기로 하지요), 상호보완적 우호관계(춘추공과 덕만공주의 관계이지요), 이 두 관계는 일단 한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럼 덕만공주와 미실과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덕만공주의 부군선언, 춘추공의 골품제 부정발언이 있기 전까지는 미실과 덕만공주는 적대적 대립관계였지요. 그런데 미실은 이번 일을 통해, 그리고 자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실은 덕만공주를 적대적 우호관계, 즉 표면적으로는 적이지만 마음으로는 지지를 해주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했을 거라고요.
미실은 정치인이며 신라인입니다. 비록 자신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미실은 덕만공주가 꾸고 있는 꿈, 즉 강한 신라, 삼한일통을 마음으로 응원하지 않을 수 없지요. 물론 "덕만공주님! 네 꿈이 갸륵하고 훌륭하구나, 나도 너를 적극 밀어줄게" 라고 표면적으로는 나설 수는 없지요. 자신의 기반이기도 하지만 황실측과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는 귀족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문제로 이어지니까요.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왜 미실 자신의 측근을 권력의 후임자로 내세우려 하지 않을까? 그것이 미실의 사람 보는 눈이지요. 미실은 덕만공주의 그릇을 보았고, 춘추의 그릇 또한 보게 된 것입니다.
권력을 손에 쥐어도 봤지만, 결국은 골품과 여성이라는 벽에 갇혀있던 한계때문에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정치인 미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그것은 신라의 내일이 아니었을까요? 미실은 압니다.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르게 되리라는 것을요. 비록 표면적으로 지지는 못하지만, 미실 가슴 속에는 덕만공주의 꿈이 실현되기를 지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실이 덧없이 생각하는 듯 했지만 "난 뭘하고 있었을까..."라며 회한에 잠겼던 것은 신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해왔을까?에 대한 자기성찰이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미실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비록 악독한 조련사라는 이름을 달게 될지라도 덕만공주를 호랑이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요. 마치 새끼호랑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어미호랑이처럼 말이지요. 물론 미실이 덕만공주를 향해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겠지요. 미실 혼자만 가슴 속에 묻어두고 최후를 맞이할 지라도, 덕만공주가 꾸는 신라의 꿈은 꺾어버리기에는 너무 황홀한 꿈이거든요. 잠에서 깨어난 미실이라는 용이 덕만공주를 위해 준비할 최후의 불길이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또한 비담에 대한 한가닥의 모성애는 비담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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