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9.10.08 '선덕여왕' "어머니,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버리겠습니다" (80)
  2. 2009.10.06 '선덕여왕' 덕만공주, 호랑이발톱을 세우다. (28)
  3. 2009.10.01 '선덕여왕' 비담, 왜 염종을 죽이지 못했을까? (43)
  4. 2009.09.30 '선덕여왕' 미실, 호랑이를 키우고 있구나! (58)
  5. 2009.09.29 '선덕여왕' 문노의 유언, 통곡하는 비담 (69)
2009.10.08 06:04




선덕여왕 40회에서는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화두로 떠올랐지요. 진평제의 병세, 덕만공주의 혼인, 춘추의 혼인, 그리고 춘추공의 골품제 부정발언까지...뭐니해도 앞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은 춘추공의 "골품제는 천한 제도입니다"라는 경천동지할 만한 발언이겠지요.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춘추공(유승호)의 골품제 부정발언에 대한 진의에 대한 글을 올릴까 했는데, 그보다 앞서 미실에 대한 비담의 얘기부터 먼저 올리는게 순서겠다 싶네요. 춘추공의 발언에 대해 미리 한마디 하자면 골품제에 대한 발언은 귀족계급이 재편성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주 선덕여왕 리뷰글에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이번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비담이 어머니 미실에 대한 감정을 정리했다는 부분입니다. 시청자들에게는 상종가의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는 비담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비담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어요. 비담의 표정을 보노라면 요즘 다소 맥이 빠져 있는 느낌입니다. 비담의 강렬함에 환호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비담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드라마 속 비담의 표정은 보이지 않게 차이가 있어요. 요즘 들어 비담은 네가지의 표정을 보여줍니다. 덕만공주와 있을때는 공손함과 연모의 마음을 담은 눈빛, 춘추와 함께하고 있을 때는 탐색과 호기심 천국, 미실과 있을 때는 비난과 원망을 섞어 으르렁 대는 표정, 그리고 혼자있을 때는 야심을 도모하는 매와 같은 표정들로 바뀌고 있지요. 아, 새로 떠오른 캐릭터 복잡한 염종과 있을 때는 조직의 형님같은 모습도 보여주고 있기도 하네요. 미세한 차이지만 비담역할을 하고 있는 김남길은 나름대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비담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보게됩니다. 비담과 미실의 대화에서 나온 장면이었는데, 이에 대한 얘기를 하기 앞서 신라 황실의 중차대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지금 신라에는 핵폭탄이 떨어졌어요. 진평왕이 심장병에 걸려 목숨이 기약이 없고, 황실에는 아직 후계자도 세우지 못했으니, 황실후계자리를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진평왕이 대소신하를 모아 후계자를 위한 부마 선발을 하겠다는데, 성골 남자는 없으니 1순위 후보들인 진골귀족을 추천하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혼인을 하지 않고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선언을 해버립니다.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여왕이 되겠다고 했으니 조정은 이 해괴망측한 일을 두고 시끌법썩 난리가 나버렸지요. 그리고 이 문제를 화백회의에서 논의해 달라는데 진평왕을 비롯해 미실까지 뭐 이런 황당무계한 말이 있나 싶어 어안이 벙벙해져 버립니다. 특히 미실의 충격이 가장 크지요. 미실을 달래주기 위해 설원공이 함께 있어주고자 하는데도 혼자있고 싶다며 물리는 걸 보니 미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봅니다.

미실은 그제서야 덕만공주가 했던 말의 진의를 생각해 봅니다. 덕만공주가 나라의 꿈, 백성의 꿈, 부강한 신라의 희망을 노래하겠다는 허울좋은 말을 해대길래, 정치라는게 그런 환상을 꾸는 것이 아니라고 코웃음을 쳐주었는데, 정작 덕만공주가 되고자 하는 것이 왕이었다니 놀랍지요. 미실 자신은 한번도 나라의 주인이 될 생각을 못했기에, 아니 나라의 주인이 아니었기에 꿈조차 꾸지못하고, 그저 황후가 되고자 했고, 황후라는 위치에서 권력을 손에 쥐고 떡고물을 적당히 뿌려주면서 귀족들과 백성을 통치하려고 했는데, 덕만공주의 꿈은 자신의 꿈과는 한참이나 앞서 있음 알게 되지요. 미실은 성골로 태어나지 못해 꿈의 한계 속에 갇혀버린 자신의 팔자가 뼈에 사무치도록 또다시 원망스러워 졌겠지요.
"희망과 꿈을 꾸는 백성들은 신라를 부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그런 신라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또박또박 새겨준 덕만공주의 말을 상기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비담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를 하고 있지요.
 
예측불허 돌발행동을 일삼는 덕만공주도 버거운데, 요즘 버린 자식 비담까지 은근히 미실에게 깐죽대니 미실은 죽을 맛이에요. 더구나 설원공이 비담과 덕만공주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덕만공주의 배필로 비담이 어떻겠냐고 묻는데, 제대로 키웠으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겠지만 이제와 쏟아버린 물을 주워담을 수도 없고 아깝지요. 미실은 비담에게는 꽤 인간적인 모습 한가지는 있더군요. 진지왕의 피를 물려받은 진골이면서 자신의 아들이니 덕만공주와 맺어주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궁합이지만, 설원공이 미실에게 의중을 떠보자 안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버린 자식입니다. 이제와... 않겠습니다"라면서요.
미실이 이제와... 하면서 잠시 말을 삼키듯 뜸을 들이는데, 아마 미실은 "버렸는데 이제와 무슨 염치로 에미라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이런 말을 삼켰으리라 생각해요. 비담이 버린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도 있었겠지요. 정치라는게, 아햡이라는 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자식이다 보니, 그것도 핏덩이 어린 자식을 버렸는데 양심에 걸려, 차마 그렇게까지 몰염치하게 계산하지는 못하는구나 싶더라고요. 
미실을 기다리고 있던 비담이 미실 염장을 지르지요. 그러잖아도 덕만공주가 말했던 꿈이니 뭐니 하는 말을 생각하며 심기가 불편했는데 비담까지 가세를 하지요. "(어머니,)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꿈의 크기가 달랐으니..." 라고요. 이제는 머리에 쥐가 날 판인데 그놈의 꿈 크기가 달랐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비담은 잔뜩이나 비꼬는 표정을 짓는데 뜻밖의 행동을 하더군요. 비록 자기를 버린 어머니지만 새주라는 지위에 있는 미실을 대놓고 위아래로 흝으면서 대놓고 조소를 해버렸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신라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 중심에 있는 미실의 새주라는 지위를 고려하고서도 안될 행동이었지만, 아무리 버렸다지만 한번도 어머니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어머니에게 그런 행동은 너무 예상밖이었거든요. 비담의 분노가 저리도 가슴 모질게 컸던 것이었을까 싶어서 한편으로는 측은함도 있었지만, 비담이 무서워 지기도 했어요.

비담의 이와 같은 행동과 대사는 이제는 어머니 미실을 버리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담은 이전에 미실과 만났을 때는 주로 비난과 원망을 담은 말들을 던졌지요. 예를 들면 39회에서 황실서고에서 미실을 만났을 때, 미실이 비담에게 "공주의 명으로 춘추의 훈육을 맡았나 보구나"라고 관심을 보여주자 비담은 싸늘하게 미실을 원망하는 듯한 말을 남겼지요. " 제가 춘추공에게 오히려 배우고 있지요. 황실의 여러가지에 대해서 제겐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거든요. 태어나서 지금까지..."라고요.
이는 비담이 미실에게 왜 버리셨냐고 따지는 말보다 무서운 말이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담은 그때까지도 어머니 미실이 자기를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태어나자 마자 버려졌기에 배우지 못했는데, 장성해서 나타났는데 지금도 품어줄 생각이 없느냐'는 원망섞인 비난도 섞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 40회에서 비담과 미실이 주고 받은 대화를 통해, 비담이 어머니 미실을 버리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새주께서는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허나 저의 덕만공주께서는 궁에 들어오기 전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와서 왕을 선언하셨습니다."라고 하는데 미실은 순간 서운했나 봐요. 비담이 굳이 힘을 줘서 저의 덕만공주라 표현하니 말이에요. 이에 비담은 "제가 선택한 저의 덕만공주"라고 다시 확인시켜주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며 돌아서 버렸지요.   
돌아서 가는 비담과 미실의 표정은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담은 미실에게 덕만공주를 선택했다는 말로 미실, 어머니 당신을 버리겠다는 표현을 한 것이지요. 비담에게 미실은 자신의 야심을 펼칠 발판으로 삼을만한 강한 배경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에요. 비담을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임을 인정하고 공표하게 함으로써 진골신분도 되찾는다면, 비담 마음속에 움트는 야심에도 한발짝 쉽게 나갈 수 있었을 텐데, 그 길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만공주가 빈손으로 궁에 들어와 왕을 선언했다고 미실에게 한 말은 자신에 대한 말이지요. 어머니 당신이 버린 자식 역시 아무 것도 없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왔다고요. 그리고 야심을 키워가고 있다고요.
비담이 미실을 위아래로 훑는 표정행동은 미실의 골품과 황후집착증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섞여있는 것이에요. 골품과 황후 자리때문에 자신을 버린 어미였으니까요. "색공으로도 얻지 못한 황후자리, 색공의 실패작 이 비담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와 당신의 목을 어떤 식으로 조여갈지 이제 두고 보세요"라고 경고를 하는 듯한 비담이 그래서 무서워졌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당신이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상상이나 했었더라면 저를 버리셨겠어요? 어머니가 덕만공주의 그릇이었다면 저를 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의 그릇이 작은 것입니다. 저는 황후의 꿈밖에 꾸지 못했던 비정한 당신이 아닌, 덕만공주가 꾸는 큰 꿈을 같이 꾸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큰 꿈을 꾸겠습니다. 그 꿈을 함께 꿀 사람이 지금은 덕만공주입니다. 제 꿈을 위해 이제는 제가 당신을 버리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저의 덕만공주라는 말은 이런 말이 함축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춘추가 덕만과 미실사이에서 애애모호하게 줄타기를 하듯 비담은 이제 새로운 줄을 만났습니다. 춘추라는 의뭉스러운 천재를 말입니다. 비담은 덕만공주와 춘추 사이에서 분명히 정치적 성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덕만에게서는 애민정치와 신라 통치 이념의 방향을, 춘추에게서는 신라의 큰 지도를 꿰뚫는 깊이를 배우겠지요. 그럼에도 늘 비담을 예의주시하게 되는 이유는 비담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실때문인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비담이 변화해 가는지 지켜봐야 겠지만 비담이 선덕여왕 재임 당시 상대등의 지위에 올라갔다는 사실은 비담의 난에 묻혀버리기에는 공헌 또한 컸으리라는 짐작만 해봅니다.
덕만공주의 꿈과 비담의 꿈이 현재로서는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담이 어머니 미실과는 등을 졌다는 것이지요. 물론 자신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에게 등은 돌렸지만, 어머니를 향한 감정의 자리 한뼘쯤은 남아있겠지요. 미실도 그러하듯이요. 비담에게 어머니는 그리움이자 동시에 트라우마에요. 비담의 신분이 언제 공개적인 수면 위로 떠오를 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어머니와 아들로서의 두사람의 갈등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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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6 07:32




지난 주 귀족들의 매점매석으로 불이 붙은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립이 선덕여왕 39회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통치이념으로 드라마의 주제가 확대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엽적으로 벌여왔던 덕만공주와 미실의 싸움은 통치이념에 대한 큰 줄기를 위한 것들이었지요. 이번회에서 보여준 큰 줄기는 피지배자, 즉 백성에 대한 덕만공주와 미실의 지배논리의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덕만공주는 귀족들의 매점매석으로 인한 결과가 자영농의 몰락과 대다수의 소작농이 귀족들의 노비화로 귀결되었고, 그것이 귀족들의 세력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한발 나아가 생각을 하였지요. 바로 나라의 부강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세종과 하종이 덕만공주에 대한 공격으로 자신들의 농토에서 거두는 조세를 감하지 않음으로써 덕만공주에게 직격탄을 날리지요. 이 때문에 안강성에서는 농민들이 태수를 볼모로 잡고 폭동을 일으킵니다. 매점매석으로 손해를 본 귀족들이 백성들의 목숨을 담보로 덕만공주에게 싸움을 걸어 온 셈이지요.
미실과 귀족들이 조세를 통해 황실에 대한 견제를 해옴에도 덕만공주는 직접적으로 귀족들에 대해 숨통을 조이지 않지요. 안강성으로 직접 담판을 지으러 내려간 덕만공주는 황실의 조세를 저리로 빌려주겠으며 황무지와 농기구를 내주겠다는 농민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제의를 합니다. 덕만공주의 말을 믿지 않은 안강성의 농민들이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듯 도망을 쳐버린 결과가 나왔지만, 안강성의 농민폭동을 통해 우리는 덕만공주와 미실의 통치이념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확인하게 됩니다. 

군량미를 풀었다는 국가 중대사안을 두고 화백회의를 열어 귀족들은 덕만공주에게 정무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가했지요. 이에 대해 덕만공주는 매점매석을 안하겠다는 법령을 만들면 정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데 귀족들은 섣불리 동의하지를 못하지요.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매점매석으로 그동안의 부귀의 금자탑을 쌓아왔는데 하루아침에 그 달콤한 수입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거든요. 덕만공주의 뚝심에 미실도 한마디 하지요. 귀족들을 등지고 앞으로 어찌 정치를 하겠느냐고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엉뚱한 질문으로 순간 얼음땡을 만들어 버립니다. "미실새주 같은 현명하고 통찰력도 뛰어나고 지도력도 있는데 신라는 왜 발전을 안한 겁니까? 아직도 흉년이면 먹을 것이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냐"는 것이었어요. 나도 정치라면 한가락한다고 자부하던 미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말이었어요. 신라의 정치일번지라는 인물이 신라의 발전에는 전혀 기여를 못했다는 말처럼 자존심 구겨지는 말도 없었을 거에요. 
안강성에서 황실의 조세를 받은 농민들이 도망은 쳤다는 말에 다시 안강성으로 향하던 덕만은 미실의 조롱 섞인 질책을 받게 되지요. 더구나 폭동을 일으킨 주범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을 받게 됩니다, 처벌은 폭풍처럼 가혹하고 단호하게 해야하고, 보상은 조금씩 천천히 해주는게 지배의 기본이라고요. 미실의 말에 덕만공주는 오랜 과제물과 같았던 지배이념에 대한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었지요. 덕만공주가 그동안 고민하고 궁금해 왔던 점은 신라의 부강에 대한 것이었어요. 영토를 확장하고 주변국들에 위세를 떨었던 신라가 진흥제의 죽음이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답보하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였거든요.

덕만공주가 그동안 함수처럼 풀기 어려워했던 숙제가 신라의 발전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신라의 영토가 진흥왕 이후 늘었는데도 여전히 백성들은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문제였거든요. 덕만공주가 그동안 뻔질나게 황실대장간을 둘러 본 이유가 바로 그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었어요. 무기처럼 강한 농기구를 만드는 것, 팍팍한 황무지를 개간하기 위해서는 땅을 일굴 강한 농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차렸겠지요.
덕만공주는 신라가 왜 가난한 지에 대한 답을 찾아 미실을 또 보기좋게 한방 먹입니다. 이번에는 꽤 강한 한방이었어요.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농민들의 폭동 주범자들에 대해 용서한 것은 덕만의 실수라고 한마디 해주는데 덕만공주는 생각의 출발부터가 미실과 다름을 분명히 합니다. 농민들이 안강성을 쳐들어가 난동을 피운 것은 폭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요. 개간할 땅을 주고 농기구를 주었는데도 농민들이 도망을 친 이유는 지배자에 대한 불신때문이었으며 그것은 미실 너의 공포정치때문이었다고요. 그리고 그것이 신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요모양 요꼴이 되었던 것이라고 해버리지요.
연타로 홈런을 맞은 미실이 왜 그게 내 탓이내고 되묻자 이번에는 덕만공주 아예 만루 홈런을 날려버립니다. 한마디로 미실새주는 나라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나라의 주인이 아니었기에 나라를 위한 꿈도 꾸지 않았고, 백성을 위한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이 없으니 영웅이 되지도 못했고, 신라에 대한 꿈이 없었기에 발전도 하지 못한 것이다"라고요. 요약하자면 미실 너는 백성을 내 자식처럼 돌볼 생각은 안하고 그저 군기나 잡고 군림하려고 했었다는 것지요.
여기에서 우리는 미실과 다른 덕만공주의 통치이념을 볼 수 있어요. 미실이 백성의 통치수단으로 군림을 택했다면 덕만공주는 백성을 주인으로 여기는 애민의 이념을 택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덕만공주가 백성들에게 황무지를 개간하라고 한 것은 애민의 마음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지요. 귀족들에게 예속되지 않은 땅의 주인들이 많은 나라가  곧 부강한 신라임을 덕만공주는 알고 있는 것이지요. 백성이 주인이 나라를 꿈꾸는 덕만공주의 통치이념은 시대를 한참이나 많이 앞선 선구자적인 이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실과 다른 통치이념을 통해 마음 속에 시대의 주인 선덕여왕이 군주로서 호랑이의 발톱을 세워가는 모습을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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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1 06:56




선덕여왕을 보는 즐거움 하나는 드라마 곳곳에 시청자들에게 숙제를 내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흔히 깔아두는 복선이라는 장치가 시청자들에게는 풀어보고 싶은 궁금점을 유발하거든요. 미스테리같기도 하고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비밀창고 같기도 하고...저에게는 선덕여왕 38회 비담과 염종의 장면이 특히 비밀스럽더라구요. 스승 문노를 독살하고 삼한지세를 빼앗아 간 염종을 비담은 왜 죽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한가지 의구심이 드는 거에요. 죽이지 않은 걸까? 죽이지 못한 것일까? 그래서 비담과 염종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글을 쓸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국은 저의 수다병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아마 38회에 문노의 죽음과 비담의 감정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디선가 뭉뚱 잘려버린 듯한 느낌때문이었을 거에요. 비담을 화랑으로 인정해 달라는 문노의 서신에 대한 진위의 언급도 없이 문노의 필체가 맞다는 칠숙의 말로만 넘겨버리기는 것 역시 뭔가 석연치 않았거든요.
문노가 비담에게 남긴 편지는 글쎄, 선덕여왕에서 또 하나 비담에 대한 비밀장치로 쓰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그 편지가 거론되지 않는다면 아마 문노가 써 두었던 편지였을 거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노는 이미 비담이 자신을 따라 삼천리 금수강산을 떠돌아 다니며, 약초나 캐고 다니지는 않을거라 생각했거든요. 문노는 유신랑에게 완성한 삼한지세를 맡기고는 떠날 생각이 분명했지요. 그런데 비담은 안가겠다고 하니 문노로서도 비담의 앞길을 걱정했겠지요. 아무 연고도 없는 비담을 서라벌에 두고 가려면 비담에게 신분증 하나는 만들어 주고 싶었겠지요. 비담도 비빌 언덕은 있어야 했으니까요.
이제와서 미실에게 "네 아들이니 키워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마지막까지 비담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비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셈치고, 공개적으로 신분증을 만들어 주고자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엄청난 비밀 하나를 주고 갔을 수도 있겠지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비담은 왜 염종을 죽이지 않았을까요? 혹시 죽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요? "고구려와 백제, 수나라에 심어둔 정보력을 주겠다, 우리 새로 춘추를 왕으로 만들고 공신으로 출세해서 떵떵거리며 살아보자" 라고 제의했기 때문에 염종을 살려 준 것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비담은 염종을 죽일 생각을 접어버립니다.
문노의 죽음 이후 염종을 찾아간 비담은 염종의 비서들을 다 죽이고,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돌아다닐 정도로 눈이 팽글 돌아있었는데, 여유자적 종이접기나 하고 있는 춘추를 보고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풀렸을 리는 없지요. 춘추를 이불에 돌돌 말아 몽동이 찜질을 한 후 염종을 끌고 나온 비담이 한 첫마디는 "책은 회수했고, 너만 죽이면 마무리된다"는 말이었어요. 비담 눈에 살기가 천리까지 퍼지는데도 염종은 능청스럽게 "이런 법이 어디있냐며 우린 공범이잖아" 하는데 그 순간 비담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라고요.
이때 비담에게는 두가지 감정이 교차했을 겁니다. 스승에게 칼을 들이 댄 죄책감과 부정할 수 없는 스승의 죽음이었겠지요. 부르르 치를 떨며 다시 칼을 겨누자 염종이 한마디 더하지요. "나 죽이고 너도 자결하세요. 너도 나랑 같이 문노 죽였잖아요"  이 말에 비담은 칼 대신 발로 염종을 지근지근 밟아주는데 끝내 칼로 치지는 않았지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선덕여왕은 인간적인 범주에서 이탈하지 않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다시 했어요. 어제 인터넷 기사를 보다 보니 비담의 자결장면이 있었는데 편집이 되어버렸다는 걸 읽었어요. 문노가 끝내 책을 주지 않자 낙담한 비담이 풀밭에 앉아 있다가 날아가는 꿩을 돌멩이로 차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후에 나무가지로 자결하려는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이 돼버렸다더군요. 왜 편집했을까?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후 염종을 죽이지 못하는 비담의 감정선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승에게서 끝내 선택받지 못한 비담이 자결하려는 장면을 내보냈다면, 비담의 성격으로 보아 염종을 죽이고 자신도 자결을 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비담은 염종을 죽이지 않은게 아니라 못했구나 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지요. 염종을 죽이면 자신도 죽어야 하니까요. 비담의 죄의식이 복수심보다 컸던 것이지요. 비정한 야심가 비담에게 인간적인 성정을 깔아 두려는 이유로 비담의 자결장면을 편집했나 싶더라구요. 책 대신 스승을 업고 뛴 비담의 마음과도 연결을 지어야 했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과연 비담이 스승 문노를 죽이려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요. 저는 비담이 문노를 죽이려고 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사람 중 하나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대결이었지만, 비담이나 문노나 서로 목숨까지 취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치명상을 입히거나 흔히 무림에서 말하는 무공을 폐하는 정도에서 승부를 가리는 방법을 택했을 겁니다. 비담이 문노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염종에게 눈이 뒤집히지는 않았을테지요. 삼한지세 책에 대한 비밀때문에 염종을 죽일 수는 있었겠지만, 문노에 대한 복수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따라서 비담이 염종을 죽이려고 한 것은 책에 대한 비밀보다는 스승을 죽인 복수심에서 출발했다고 봐요. 하지만 칼을 거두고 만것은 복수보다는 공범이라는 죄책감의 크기가 더 컸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염종이 "너도 공범이잖아" 했을 때 비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표정 역시 복잡했지요. 그 때의 비담의 속마음은 아마 이랬지 않나 싶어요. "니가 내 속을 어찌 알아, 난 스승님을 죽이려고 까지는 하지않았어... 그래, 나도 공범 맞네... 결국은 스승님을 죽게 만들었으니까..."  버선목 뒤집듯 까보이지도 못하는 억울함, 염종에 대한 분노, 그리고 죄책감이 혼합된 듯한 비담의 표정은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이었어요.
그 이후에 염종에게 너를 살려줄 이유 세 가지만 말하라고 했던 것은 염종의 목슴을 두고 거래하는 질문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거처에서 끌려나오면서 책의 주인이 유신이 아니라 춘추라고 생각한다는 염종의 말을 상기했겠지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서도 광기마저 보이는 염종이 궁금했기도 했을 거고요. 염종이 가진 정보와 미실이 춘추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수적인 획득이었지만 말입니다. 결국 염종의 얼굴에 흉한 자상만 남기고 만 비담은 염종을 자신의 똘마니임을 확인시키며 한마디 하지요. "우리가 만들 다음 왕은 그 애가 아니야"라고요.
드라마 선덕여왕은 문노의 죽음을 통해 비담에게 아킬레스건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승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과 문노의 유언은 비담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비담은 다음에 만들 왕이 춘추가 아니라고 했고, 이제는 덕만공주와 자신 중에 시대의 주인을 선택할 기로에 서있는 것이겠지요. 미실이 춘추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담에게는 흥미로운 사실이에요. 드라마에서 춘추의 훈육스승으로 비담과 춘추를 엮은 것은 미실과 비담의 대립을 위한 구도라고 보여집니다. 비담은 미실과 덕만공주 사이에서 고독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춘추의 방패막이인 셈이지요. 비담이 미실편에 서지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암시이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춘추가 비담에게 왜 반말하느냐고 했지요? 삼촌이니까요. 계보를 따져보면 할머니는 다르지만 비담은 춘추의 삼촌이잖아요. 비담만이 알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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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07:09




선덕여왕 38회는 지난회와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노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의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문노의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비담, 염종, 그리고 그다지 문노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춘추공밖에는 없지만, 스승이자 아버지를 잃은 비담의 개인적인 고뇌와 상실감에 대한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던지라 실망이 큽니다. 코믹과 호러물스러운 장면으로 염종과 춘추, 그리고 비담이 엮이는 과정만을 보여줘서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차후 문노의 죽음이 황실과 신라에 알려지는 과정이 나온다면 비담의 감정선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성급히 정리해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선덕여왕 38회는 두가지 큰 흐름이에요. 춘추(유승호)의 숨은 능력과 비상한 식견을 흘려준 것, 그리고 곡물사재기를 통한 덕만공주와 미실새주의 힘겨루기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스승 문노를 죽인 배후가 춘추였다는 것은 드라마를 통해서는 찾기가 힘들었어요. 하긴 이제 열예닐곱된 소년의 머리에서 암살하라는 사주를 내렸다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지만, 춘추와 염종의 관계 외에 다른 세력이 연루되어 있을 거라는 조심스러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추측이지만 미생공이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삼한지세를 찾아 염종을 찾은 비담은 삼한지세를 찢어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춘추를 보게 되었지요. 춘추와 비담은 일면식이 있었던 사이에요. 이전에도 염종의 비밀노름방에서 투전을 하고 있던 춘추와 비담이 눈인사는 건넸거든요. 곱상한 어린 미소년이 스승을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삼한지세 책을 찢어 주렴구를 만들고 있으니, 비담은 어이상실이지요. 다짜고짜 멍석말이 찜질로 가볍게 분풀이를 하지요. 그간에 비담이 보여준 괴팍한 성격에 비하면 춘추공은 운도 좋지요. 다혈질 비담에게 춘추공의 코피 한방은 아주 가벼운 징계였고, 종이접기를 했던 책을 일일이 펴는 벌을 받았을 뿐이니 말이에요.
그런데 춘추 미령한 나이에도 춘추는 선덕여왕이 낳은 숨은 천재인가 봅니다. 찢은 책 순서까지 다 외워서 제대로 맞춰서 정리하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비담과 춘추의 운명적인 만남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지만, 미실 역시 춘추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비담이 춘추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겠지요. 게다가 춘추의 놀라운 기억력과 식견을 눈여겨 보고 있는 비담은 춘추를 끌어들이려는 미실의 의도까지 궁금하거든요. 비담이 춘추의 훈육 스승까지 되었는데 무뚝뚝한 유신랑보다는 복잡한 두 캐릭터의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도 클 것 같네요.
한편 신라는 지금 심각한 시장경제의 혼란에 빠져있어요. 극심한 가뭄과 흉년으로 백성들 뱃가죽이 등짝에 붙을 위기에 처해 있거든요. 이럴때마다 돈버는 귀신들이 나타나지요. 바로 사재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겁니다. 귀족들의 사재기로 곡물값은 치솟고, 그나마 세간살이에다, 한뼘 땅뙈기 마저 팔아 곡식을 사려해도 살 수가 없어요. 매점매석으로 귀족들이 곡물들은 죄다 싹쓸이 해가고 있거든요. 굶어죽는 자식을 보다못한 양민이 상인을 살해한 사건까지 이르니 황실에서도 민심의 동향 파악에 나서지요.
곡물값 파동을 위해 시장시찰을 나선 덕만공주는 곡물을 사재기 하는 배후가 미실을 중심으로 한 귀족들이었음을 알게 되고 미실을 찾아갑니다. 일단은 매점매석을 중지해 주십사고 찾아갔겠지요.
덕만공주는 "가뭄과 흉년이 있을 때마다 황실과 귀족들이 곳간을 열어 구휼미를 풀어야 하는 관행을 볼 때 귀족들이 왜 손해를 감수하고 사재기를 하냐"고 따지지요. 그런데 미실새주는 따지러 온 덕만공주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집니다. "굶주린 백성들, 그들 중에는 소작농, 자영농이 있는데 앞으로 그들이 어찌 할 것 같으냐?"고요.
덕만공주는 의미심장한 미실의 질문을 받고 토지대장 기록을 조사하지요. 그리고 흉년이 있던 해마다 귀족들의 토지는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자영농이 몰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입에 풀칠 하기 힘든 백성들이 먹을 것을 사기 위해 고리대를 빌려쓰고, 그것을 갚을 길이 없으니 농토를 내놓고 소작농이 되거나 귀족들의 노비가 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허나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어요. 내 돈 가지고 곡식을 사들인다는 데 뭔말이 많냐는 게지요.
그런데 참으로 영특한 덕만공주는 그 해답을 내놓습니다. 이런 것을 역발상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황실창고를 활짝 열어 비축한 곡식을 시장에 풀어버리지요. 시장에 곡식이 넘치자 치솟던 곡물가는 안정을 되찾고, 이제는 사재기를 했던 귀족들이 오히려 손해를 입게 생겼습니다. 황실은 오른 곡식값을 받고 곡식을 팔았으니 그만큼 이익이고, 곡물가가 안정되고 유통이 원활해지면 다시 싼값에 사들이겠다는 꿩먹고 알먹고 남는 장사를 한 셈이지요.
시장에 곡물이 대량으로 풀려 곡물가가 하락하니, 그동안 사재기를 했던 귀족들은 X줄이 타지요. 급기야 비상대책까지 열리는데 덕만공주는 미실을 중심으로 한 귀족들에게 한방 크게 먹입니다. 설마 상대등인 세종도 모르게 황실창고를 열었으리라 짐작은 못했는데, 덕만공주가 황실창고를 열었다니 세종을 비롯해서 미실까지 사시나무 떨듯 겁먹은 표정이 돼버립니다. 다급한 설원공이 황실에서 구휼미로 써야할 곡식으로 장사를 하느냐고 도덕성마저 걸고 따지지요. 덕만공주는 비싼 값으로 황실곡식을 팔았으니 황실도 이익이고, 숭어뛰듯 오르는 물가도 잡아 민생부담도 덜어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니냐고 비웃는데 설원공이랑 세종의 안색이 몹시 창백해 보이더군요.
속이야 바들바들 떨리지만 미실새주도 마지막 발악을 해봅니다. 황실창고에 있는 곡식도 한정되어 있는데, 우리 귀족들이 담합해서 곡식을 내다 팔지 않으면 어쩔거냐고요. 미실새주 부글거리는 마음에 덕만공주는 아예 기름을 들이부어 버립니다. "흥! 버틸수 있으면 끝까지 버텨보세요. 군량미까지 확 풀어버릴테니까" 라고요.
사실 군량미를 푼다는 것은 전시가 아니면 쉽사리 단행할 수 없는 문제지요. 국방에 관련된 일인데 그리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병부령 설원공의 말에 덕만공주는 "그것은 전시행정이에요. 일종의 심리전이지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내가 미쳤다고 군량미를 풀겠어요. 그냥 풀었다는 소문만 낼거라고요. 소문이 귀신도 잡는다는 말 못들었어요?  재산 몰빵한 귀족들은 어찌하겠어요. 한푼이라도 손해 안보려고 다들 미친듯이 내다팔겠지요. 그러니 버텨 보실테면 버텨 보시지요"라고요.
물론 덕만공주의 경제정책은 이론적으로는 맞으나 실제로는 모험일 수도 있어요. 시장경제의 혼란이 그렇게 단순하게, 그리고 단시간에 잡히지는 않겠지만, 시장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영향은 무시하기는 힘들지요. 아무튼 덕만공주는 이제 경제정책까지도 미실을 한 수 제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네요. 미실은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미실이 덕만공주에게 헐벗은 백성중에 자영농, 소작농들이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냐고 물어본 것은 덕만공주를 위협한 것이었어요.
"자영농, 소작농이 몰락하면 나같은 귀족들의 농토가 많아질테고, 그만큼 나 미실의 세력은 강해질 것이다. 그러니 덕만공주 너 이참에 당해봐라, 우리 귀족들이 어떤 식으로 강해지는지 지켜봐라. 약오르지?" 이런 식의 협박이었는데 덕만공주는 오히려 귀족들을 상대로 통 큰 장사를 해버렸으니, 귀족들이 사재기 하면서 풀었던 돈이 결국은 어디로 들어가게 될까요? 그렇지요. 황실이지요. 그리고 크게는 백성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질 것이고요. 일이 이런 상황에 이르렀으니 미실도 지금쯤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을 겁니다. "이 미실이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나!"라고 말이지요. 
미실은 덕만공주가 황실의 힘을 되찾으려 함을 알고 있습니다. 덕만공주를 중심으로 한 황실의 힘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목을 죄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실을 중심으로 귀족들이 매점매석에 나섰던 것은 귀족들에게는 경제적 이익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구실이 되기도 했지요. 황실 역시 흉년에 구휼미를 풀지만, 당시 경제를 쥐고 있었던 귀족들의 구휼미는 백성들에게는 단비와 같았겠지요. 미실이 노린 것은 바로 경제장악과 민심이었지요. 그런데 덕만공주를 애송이라 여기고 가르치려 들다 오히려 당해버렸으니, 미실은 다음에는 더 큰 수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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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9 06:51




국선 문노의 죽음과 함께 시대의 주인이 될 영웅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덕만공주와 유신랑은 유신랑이 미실새주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알을 깨고 나왔다고 볼 수 있겠고, 이번회는 비담의 각성에 대한 이야기가 초점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여전히 불투명 껍질 속에서 칼을 갈고 있는 김춘추(유승호)는 몇회 더 지난 후에 껍질을 벗겠지만, 껍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노는 김춘추의 엉뚱한 모습을 보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김춘추의 엉뚱함에 이유있는 복선을 깔아놓은 것도 후일 김춘추가 알에서 깨고 난 모습을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겠지만요.
선덕여왕 37회의 가장 큰 사건은 문노의 죽음이었지요. 그에 앞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김유신의 혼례얘기도 있었지만, 김유신과 덕만공주는 이제 각자의 길을 정한 듯 보입니다. 덕만공주는 정책가로서 군주의 길을, 김유신은 명장으로서 병법가로서의 길을 택했지요. 미실새주와 타협한 김유신이 하종의 여식 영모(티아라 큐리)와의 혼인으로 미실가문의 사람이 되었지만, 덕만공주와 뜻은 같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덕만공주 측과의 정치적 대립으로 오해와 의심도 예상되지만, 유신랑은 서로의 믿음에 흔들리지 말자는 다짐이 김유신의 행보가 덕만공주와 같음을 암시했지요.

선덕여왕 37회의 큰 사건 문노의 죽음은 신라황실과 정치세력 간에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건이지요. 문노는 정치적 이권이나 정치파벌의 밖에 있었던 인물이었지만, 그의 영향력은 황실, 화랑, 그리고 미실에게도 컸던 인물입니다. 그것은 문노가 앞을 내다보는 신통력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었지요. 바로 문노가 준비해 온 삼국통일에 대한 대업때문이지요. 문노는 그의 한마디가 곧 힘이 되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미실도 문노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문노의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는 선견지명의 혜안때문이었습니다.
문노는 덕만공주를 왕이 될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덕만공주는 문노의 검증선상에 있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문노가 비담에게 한 유언은 의미가 큰 것이었지요. 덕만공주를 왕으로 인정하는 말을 남겼거든요. 비담에게 한 문노의 유언을 보기전에 문노의 생애 마지막이 돼버린 비담과의 대결장면으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문노와 비담의 검술 대결은 제가 꼽고 싶은 이번회 명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문노와 염종과의 대화를 엿들은 비담은 스승 문노의 뒤를 밟았지요. 그리고 문노에게 무릎을 끓고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으며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문노의 대답은 싸늘함 자체입니다. "그래 네 주제를 잘 아는구나. 넌 노력이 필요해, 아니 이참에 내 너를 더 확실히 가르쳐주마. 그런데 이곳 서라벌에서는 아니고 어디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자꾸나"라면서요. 비담은 지금 야욕으로 불타있는데 스승의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지요. 보아하니 황실도 어수선하고 정세도 어지러운데 원래 이런 난세에 영웅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스승 문노는 이 난세의 영웅으로 유신을 점찍고 있으니, 심하게 마음 상한 비담은 십수년간 봐 온 정을 봐서라도 자기에게 영웅으로 가는 길, 즉 삼한지세의 책을 달라고 하지요. 비담 자신에게도 꿈이 있다면서요.
"책의 주인은 왕보다 높고 왕보다 더 오래 지속될 역사의 주인, 삼한역사의 주인이라 하셨잖아요. 그리고 그 책이 제 것이라 했기에, 또한 스승님께 인정받으려고 그 어린 나이에도 사람들 수십명을 죽이고 그 책을 지켰다"고요. 문노는 그런 비담에게 참으로 모질게 한마디를 해버리지요. "오로지 내 칭찬을 받으려 사람들을 죽였던 것이 너의 진심이었기때문에 줄 수 없어. 미실처럼" 이라고 말이지요. 문노는 어린 비담에게서 야욕을 위한 비정하고 비열한 미실의 성정을 봤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절대로 책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버립니다.
비담은 시대의 주인이고 싶은 야심을 놓지 못하지요. 어려서부터 스승이 말한 그 책의 주인이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살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꿈을 접을 수는 없지요. 그리고 다시 문노의 뒤를 밟습니다. 문노가 드디어 삼한지세를 완성해서 유신에게로 향하고 있었거든요. 비담은 문노의 길을 막고 자신을 베고 가라 합니다. 그 책은 자기 것이라면서요. 에고 그 책이 뭐라고 스승님께 칼을 겨눌까? 다음 글에 김춘추에 대한 글을 올릴 생각인데, 미리 한마디 하자면 비담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책을 종이접기를 해버리는 춘추는 비담과 참 대조적인 인물이에요. 김춘추가 비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 바로 삼한지세 책을 찢어 종이접기를 해버리는 모습이었거든요. 김춘추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 다시 문노와 비담에게로 화제를 돌리지요.
비담의 책 뺏기는 필사적이에요. 그 책은 자기 것이니 자신 아닌 누구도 그 책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요. 그렇게 주인이 아니라고 말을 해주도 알아듣지 못하는 비담에게 문노가 딱 잘라 말하지요. "네놈은 이 책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어"라고요. 그러니 비담 열 받지요. 스승이면 그 자격을 만들어줬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비켜서라는 스승에게 NO NO 고개를 젓고 말아요. 결국 두 사람 타협점이 보이지 않지요. 스승의 검술과 무예를 익히 알고 있을텐데도 겁대가리 상실한 것을 보면 비담에게 비밀 필살기가 있나 봅니다.

죽어도 가지겠다며 칼을 빼든 비담의 날 선 눈앞에 절대로 줄수 없다는 문노도 칼을 빼들고 맙니다. 비록 문노 자신은 잔인한 어린 비담을 보며 마음을 닫아버렸지만 비담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지요. 비담이 덕만공주 일에 가담한다고 했을때 문노가 덤덤히 비담을 보내 준 이유는, 비담이 세상에 나가 무엇인가를 보고 배우게 하고 싶어서 였거든요. 그런데도 비담은 자신의 뜻대로 변화하지 않았고, 문노의 눈에는 비담이 너무 위험해 보였기에 그 싹을 잘라내려 했던 것이지요. 이어지는 박빙의 검술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어요. 청출어람이라 했던가요? 비담이 검술에서 한 수 위를 보이는 순간 문노는 비밀리에 완성하고 있었던 권법을 선보이기 시작했지요. 비담도 문노의 새로운 권법에는 밀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공격을 하려는 찰나 문노에게 독침이 날아들었지요.
독침을 맞는 문노를 보는 짧은 순간 저는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문노는 비담을 보호하려는 듯 비담의 가슴을 치며 비담을 밀쳐냈거든요. 문노는 독침을 맞는 순간 누군가가 암살하려는 것을 알았던 게지요. 자식같았던 비담을 보호하려는 어버지의 모습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왜 비담에게 자신의 비법을 보였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문노는 풍월재 비재에서 비담의 무술이 어쩌면 자신의 수준을 능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본 것 같았어요. 비담이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눌때 그 이글거리는 눈빛의 의미를 이미 알았지요. 이 싸움으로 자신의 명이 다했다는 것을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문노가 마지막 가는 길에 비담에게 정식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던 비법을 전수하고자 했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독침을 맞고 쓰러진 문노는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맙니다. 죽어가는 스승을 지켜보는 제자 비담, 그 장면은 선덕여왕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문노는 죽음 앞에서야 비담을 보았지요. 비담에게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요. 너무 늦은 제자 비담의 모습이었지만 문노는 아마 죽으면서도 행복했을 거라는 감상적인 생각도 해봤어요. 비담의 피속에 흐르는 미실의  잔인한 성정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죽음 앞에 그 야욕도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이 있었음을 문노는 그제서야 보았지요. 책이 아니라 자신을 업고 뛰었던 비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독살사건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담을 쓰다듬어 주며 스승으로서 부족했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너의 성정을 배려하고 고쳐줄 생각을 못했구나. 넣어주려고만 했지... 미안하구나. 마지막에야 네 마음을 보았는데 너무 늦었구나... 허나 고맙구나" 라면서요. 저는 이 대목에서 문노는 대업을 위한 명분과 개인적인 일에서 할일을 다했구나, 그래서 문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행복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한지세가 누구 손에 들어갔든지 그는 책을 완성을 했고, 문노가 개인적으로는 그토록 바라던 비담의 변화 또한 지켜보고 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문노는 비담에게 한 마지막 유언을 남깁니다. 저는 이 문노의 마지막 유언이 앞으로 비담의 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노의 유언은 비담에게 서라벌에 돌아가 화랑이 되어 유신을 따르고 덕만공주를 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담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말을 하고 숨을 거둡니다. "누가 뭐라해도 넌 내 제자이니라" 스승 문노의 주검을 안고 우는 비담의 굵은 눈물은 예전 제가 올렸던 <두번 버림받았던 비담의 오열>에서 보여주었던 눈물과는 달랐어요. 문노는 비담에게는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요즘 말로 롤모델이었고, 비담에게 살아갈 인생의 목적과 꿈을 심어준 사람이었지요. 집이었고 하늘이었던 스승 문노의 죽음을 지켜 본 비담은 어미를 읽은 사자의 울음과도 같았고, 회한이 가득한 불효자의 눈물과도 같았어요. 비담은 한번도 스승 문노에게서 제자로 인정받지 못했지요. 풍월재 선발 비재에서 문노의 제자 자격으로 참가한 것은 우격다짐식의 상황이었어요. 이후에 비담은 수차례 문노에 자신이 제자냐고 물었지만 문노는 한번도 제자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스승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던 비담에게 문노는 마지막 죽음 앞에서 비담을 제자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듣고 비담은 통곡하였지요.
앞서 문노의 유언이 앞으로 비담의 행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사실 비담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테리에요. 스승의 주검을 안고 우는 비담의 통곡은 가벼이 넘길 수는 없는 장면이었어요. 스승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리고 자신을 제자로 인정해 주는 자신의 소원과도 같았던 그말을 듣고 비담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는 두고 볼일이겠지만, 문노를 죽게 한 배후가 김춘추였다는 다음회 예고는 갈피를 잡기 어렵게 하거든요.
문노의 유언, 즉 김유신을 따르고 덕만공주를 도우라는 말은 결국은 문노의 평생 대업 삼한일통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루라는 스승의 유언에 대한 비담의 선택이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닭도령 비담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 중의 하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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