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12.03.01 '해를 품은 달' 책읽는 한가인과 허망한 재회, 시청자는 더 허망해! (33)
  2. 2012.02.25 '해를 품은 달' 장녹영과 상선 형선, 해와 달의 명품그림자 (5)
  3. 2012.02.18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의 돌아온 기억, 왜 은월각이었을까? (4)
  4. 2012.02.04 '해를 품은 달' 한가인(연우)의 기억 돌아오게 할 결정적 단서 (15)
  5. 2012.01.25 '샐러리맨 초한지' 정겨운, 미워할 수없는 귀여운 항우장사 (7)
2012.03.01 09:08




"연우야" 절규하는 김수현의 오열장면으로 간신히 연우에 대한 감정을 되돌려 놨는데, 이게 뭡니까! 진심 화나는 해품달 17회였습니다. 한가인의 분량과 대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몰입도가 형편없이 곤두박질 치는 로맨스라니, 꽁냥꽁냥 달달신을 기대해 달라는 제작진에게 화를 담아 살을 날리고 싶더군요. 어떻게 한가인의 연기에 오케이 사인을 하는지 감독의 연출역량마저 심히 의심스럽네요.
배우의 연기력은 연기자 본인도 노력해야 느는 것이지만,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의 몫도 일정분량 있는 것이거늘, 한가인은 연기를 지도해 주는 감독 복도 없나 봅니다. 배우와 감독이 생각하는 컨셉이 맞지않아 배우와 감독 간에 작은 언쟁도 있는 곳이 촬영현장일텐데, 감독이 생각하는 연우라는 캐릭터는 어떤 것인지가 새삼스럽게 궁금해지기 까지 합니다.
"혹 홀연히 사라지지는 않겠지? 네가 죄인이고 무녀라서 좋다", 지치지도 않고 고백하는 집착남 양명군을 보내고, 연우는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죠. 꿈결인듯 환청인듯 연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하이십니까? 환영이 아니라 정말 전하이십니까?", 연우를 와락 끌어안는 훤, 8년만의 재회입니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룬다고 해도 모자랄 훤과 연우의 재회, 그런데 스토커 양명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더라지요. 수상한 남자들의 살기를 보고 온 것이지만, 두 사람의 재회까지 이렇게 초를 쳐야 하는지 양명군 심히 밉더랍니다.
양명군보다 더 미운 사람들이 있었으니, 윤대형이 보낸 자객들이었죠. 그리고 자객들보다 더 미운 사람은 연출진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재회씬이었고, 지난회 하늘을 울렸던 훤의 감정선과 연결되는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었는지, 시쳇말로 안습입니다. 연우와 훤에게 절절한 감정의 교감을 나눌 단 몇분의 틈도 주지 않은 이 형편없는 연출, 진정 살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감독님!!!
훤과 연우의 8년간의 긴 기다림을 이토록 허망하게 쫑 내버리다니, 시청자는 이 장면을 향해 여지껏 가슴졸이며 달려왔는데, 어떻게 이런 배신을 때릴 수가 있는지 참으로 원망스럽더이다.

윤대형이 보낸 자객의 칼을 맞고 쓰러진 양명, 연우를 데리고 빠져 나가라는 훤의 신호를 받고 연우구출에 무사히 성공을 했지만, 약속장소로 가지 않고 정업원을 향해 뛰었지요. 철인 3종경기에 나가도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산소탱크 연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대감, 대감", 정일우 혼자 뛰고 한가인은 축지법으로 날아온 듯;;

실종된 연우를 찾아 헤매는 훤, 윤대형과 양명군에 대한 분노에 버럭 훤 다시 등장입니다. 연우가 정업원에 있음을 알고 있었던 운, 양명의 연심과 훤의 충심 사이에서 거짓을 고하는 운이었지요. 흔들리는 운의 눈빛을 읽어내는 훤, "목욕재계하고 나온나. 목욕하고도 양명형님의 연심편을 든다면, 죽을 줄 알아.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칼로 협박까지 해가며 옥탕에 운을 밀어넣는 훤이었지요.
운을 아끼는 훤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진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운아... 내 비록 너에게 높은 품계를 내리지는 못하나 누구보다 너를 아끼고 있다. 허니 아프지 말거라, 너의 고뇌가 내게도 전해지는구나", 멋진 남자 훤, 운에게 칼을 겨누는 훤을 보는 상선의 쪼그라드는 심장, 보는 시청자도 심장 오그라들었다오.
크라이막스에서도 밍숭맹숭한 연우와 훤의 캐미 0%에 지루해질 뻔한 17회를 그나마 깨알 웃음으로 살려 준 상선 형선 정은표, 그대가 일등공신이었소이다. 연우를 만난 훤이 입이 헤 벌어져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자, 그 마음 잘 안다는 듯 귀여운 웃음 날려주시는 상선이었지요. 대비가 쳐들어오자 대궐이 떠나가도록 "주상전하~~~대왕대비마마 납시었사옵니다아아아~~~", 센스넘치는 형선, 격하게 아낍니다^^. 연우의 밀실에서 책상을 들고 나오다 대왕대비에게 딱 걸린 훤, 운동 중이었습니다도 오랜만에 나온 훤의 허당기ㅎ.
목욕을 시켜놨더니 정신차린 운, 순순히 연우가 있는 정업원으로 훤을 안내했지요. 충심을 선택한 운, 이 캐릭터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우째 이리 캐릭터를 살려주지 않는지, 비운의 운입니다. 아, 잠깐 생각난 것이 있는데, 송재림 이분을 어디선가 본 듯했는데, 2NE1 뮤직비디오 'GO AWAY'에 나왔던 그분이더군요. 머리 묶은 모습을 보고 계속 어디선가 봤는데 싶더라니만, 궁금한 분들은 유투브에서 찾아보면 지금의 운과 똑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연우에게 "나는 안되겠느냐"고 허구헌날 같은 멘트 날리는 양명,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같은 대사뿐입니다. 귀가 막혔는지 몇번을 싫다고, '아니올시다'라고 퇴짜를 놓는데도, 정말 끈덕진 녀석, 현실에서도 이런 남자는 진짜 조심해야 할 듯...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현실이 암담할 때마다, 양명군께서 제게 밝은 빛이 돼 주셨습니다. 무녀 월일 때도, 허연우였을 때도 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늘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대감은 제 스타일이 아니외다. 허니 제발 이제 다른 여자만나서 행복해지라고요!!! 그럼 이만 총총...
그렇게 아니라고 하는데도 연우의 손을 잡고, "지난 생에서 전하의 사람이었으니,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곁에 있어주면 안되는 것이냐?"고 또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양명군, 말귀 못알아 듣고 연우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지죠. 방금전까지 안된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너의 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
안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훤이 냉기 폴폴 풍기며 나타났습니다. 피튀기게 한 판 붙을테니, 운에게 연우를 데리고 가라는 훤, 양명에게 칼을 던져주지요. 진검이니 베어보라고 말입니다. "형님이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것인지 아십니까? 왕의 여자와 도주를 한 것은 역모입니다".
양명에게 칼을 던지는 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글쎄 양명이 부상당한 왼손을 척 펼쳐서 날아오는 칼을 잡더라지 뭡니까? 아무리 엄마 손은 약손이라지만, 어머니 희빈박씨의 치료술은 말 그대로 신통방통이었다죠. 밤새 혼절까지 한 몸으로 다음 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친 손으로 검을 받지를 않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사위, 한마디로 어이상실.
정일우의 안습연기는 칼잡는 것뿐이 아니었네요. 다음에 이어진 대사는 참으로 듣기 민망스럽더이다. "돼역제를 처단하려 하십입니까?", 돼역제가 아니라 대역죄겠지...;; 정일우 표정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부정확한 발음은 노력해서 고쳐야 할 듯합니다. 양명군의 캐릭터가 요상스럽게 변해가는 것이 더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훤의 목에 칼을 겨눈 양명군, 결국은 칼을 내려놓고 말지요. "오늘 기회를 놓치신 것은 형님이십니다. 허니 다시는 기회를 탐하지 마십시오". 여자때문에 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동생도 보통 동생입니까? 왕인데, 양명군 연우때문에 인생도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듯싶네요.
연우는 분단장 꽃단장해서 훤의 침소 안 밀실로 들어왔지요. 노랑저고리 분홍치마, 살짝 유아틱한 색감이었지만, 동네 아낙들도 안입을 듯한 너저분한 옷을 벗기니 한결 낫더군요. 그런데 훤을 보니 아주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더라지요. 궁궐 담벼락에도 눈과 귀가 있다는데, 궁녀들 앞에서 포옹을 하지를 않나, 밤중에는 유유자적 산책을 다니지 않나, 암튼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더니, "내 방에 여자있다!"고 대놓고 광고중이더군요. 훤이 판단력까지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우가 왕의 밀실에 숨어있다는 것을 훤의 침소에 심어둔 지밀나인이 윤보경에게 고자질할 것은 뻔한 일, 무서운 피바람이 예상되고 있지요. 중전 윤보경은 이번회 혼자 호러물만 찍고 있더군요. 짧은 장면이었는데도 연기력이 돋보이더군요.
이젠 대왕대비까지 허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연우와 장녹영의 목숨은 바람앞의 등불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훤이 궁궐에 연우를 숨긴 것은 굿 아이디어였지만, 그럴수록 조심을 해야 하는데 훤이 지금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보니 걱정입니다.
병풍을 보고 말을 거는 훤, "좀 쉬었소", "예". 병풍 뒤의 밀실에서 들려오는 한가인의 대사, 한가인씨 정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책은 집에 가서 읽으셔야죠, 싶더랍니다. "원치 않았다 하면 돌려보내실 것이옵니까?(돌려보내고 싶어, 정말ㅠㅠ). 제 마음이 이미 전하의 것이온데 무엇이 그리도 불안하신 것이옵니까?(그대의 연기가 불안하오)".
문을 열고 나온 연우, 딴 사람이 되어 있었지요. 달라진 모습처럼 한가인의 연기도 좀 달라졌으면 좋으련만, 대사에 감정은 없고, 훤의 감정선마저 잡아 먹어 버리더군요. 고상한 연우도 포기, 귀여운 연우도 뭔가 어색, 도대체 이 좋은 드라마를 보면서 왜 화가 나는지 속상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상호교류를 해야 하는데, 애정없는 중전과의 씬보다 콩닥거리지 않게 하다니... 예쁜 인형안고 혼자 좋아하는 훤 김수현이 불쌍하기 까지 하더랍니다.
병풍 뒤 밀실에 자꾸 눈이 가는 훤, 정신집중이 안되지요. 상소문은 눈에 안들어오고 연우만 아른 거립니다. 아예 책상을 들고 밀실로 들어가는 훤이었지요.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연우, 한비자를 읽느라 훤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답니다. 8년만에 만난 것 맞니?
제작진이 말하는 꽁냥꽁냥 장면이 이 장면인가 봅니다. 월을 질투하는 연우의 귀여운 모습에 훤이 기습뽀뽀를 하며, 연우가 아주 예뻐 죽는 훤을 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한가인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눈으로도 책을 읽고, 입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김수현이 아주 시원스럽게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더군요. 책에만 빠져있는 연우에게 삐친 훤이 말하지요. "8년만에 만난 내가 한비자만도 못하오? 투기는 무슨... 허망해서 그럴 뿐이다". 전하도 허망했습니까? 시청자는 더 허망했사옵니다!
다만 훤의 깨알웃음 준 대사가 달달장면을 살렸지요. "과인은 지난 8년간 단 한차례의 곁눈을 허락하지 않았소. 구중궁궐 꽃밭에 살면서 순정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인지 아시요? 피끓는 사내의 불면의 밤을 그대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소? 운동은 필수! 매우 필수요!!", 그나마 이 대사와 훤의 살인미소, 그리고 기습뽀뽀가 없었더라면, 꽁냥꽁냥 달달은 커녕, 책읽는 한가인과 정신연령 후퇴한 듯한 연우때문에 궁시렁궁시렁 덜덜이 되었을 겁니다.
대왕대비의 방문을 받고 심각해진 훤, 연우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지요. 은월각 앞에서 멈춰 선 두 사람, 훤은 연우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게 한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발본색원하여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 놓을 것이라고, 연우에 대한 미안함을 씻어주려 하지요. 허나 연우는 안된다고, 그냥 덮으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오라버니 염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전하 곁에 머물게 된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사옵니다. 태양 곁에 있으니 빛이 따로 필요치 않사옵니다", 캬~ 이 좋은 대사를 이렇게 밍숭하게 날려버리다니....
연우의 손을 잡고 냅다 뛰는 훤, 양명군과의 뜀박질에서 보여준 연우의 명대사 또 터졌습니다. "어디로 가시옵니까, 전하". 그냥 말없이 따라 가주면 안되겠니?;;
연우를 데리고 간 곳은 일월오악도가 있는 곳이었지요. 연우에게 봉잠을 건네는 훤, 봉잠을 만든 이유를 말해주지요. "저 일월오악도에 담긴 해와 달의 의미를 여인의 비녀로 만들어달라 조작장에게 명을 내린 적이 있었소. 그대에게 나의 달이 되어달라는 청혼의 징표로 줄 생각으로.... 이 봉잠은 본디 한쌍으로 만들어졌소. 그대가 나의 정빈이 되는 날 이곳에서 나머지 하나를 주려했소. 이제야 둘이 하나가 되는군".
봉잠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리는 연우, 눈물을 닦아주며 훤은 연우에게 키스를 하는데, 기다렸던(?) 키스씬인데도 설레임도, 감정의 동요도 없었던 키스신이라니.... 꺄악 비명 터지거나, 눈물이 흐르거나, 심장이 콩콩거리거나  했어야 했는데, 무뎌진 제 감정을 탓해야지 누굴 붙들고 하소연을 하겠습니까? 더구나 이 어여쁜 장면에서 왜 화면을 빙빙 돌려대는지 멀미날 뻔했습니다.
17회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설레임과 절절함의 방점을 찍어야 하는 회였습니다. 눈물이 홍수를 이뤄도 모자랄만큼, 격정적인 감정이 흘러야 했었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8년만의 재회가 이렇게 감정선 뭉뚱뭉뚱 잘려버리고, 달달신 나온다더니 훤 혼자 일방통행 사랑을 하고 있고, 참으로 허망했던 17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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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33
2012.02.25 11:50




월의 정체를 알게 된 훤과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연우의 행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왕대비 윤씨와 윤대형의 움직임입니다. 중전 윤보경이 "그 아이가 살아있다"며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고, 윤대형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딸자식이 실성해 가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같이 미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교태전의 주인자리가 뭐라고 딸자식이 고통에 미쳐가는 모습을 봤다면, 목을 끌어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겠지요.

가례를 올리고 8년동안이나 딸을 닭 쳐다 보듯 무심하고 냉랭한 사위 훤, 제가 친정부모였더라면 당장 끌고 와버렸을 겁니다. 세상에 남자가 훤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딸을 처녀귀신으로 늙게 놔두지는 못할 것이기에 말이죠.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교태전 주인자리는 다르지요. 중전이 되고 싶다고 이력서 한 통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도,  내놓고 싶다고 사표를 던지고 나올 수 있는 자리도 아니지요. 더구나 윤대형에게 딸자식의 중전자리는 가문의 영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윤보경의 행복과는 다른 의미로 교태전을 사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한 번 맛들이면 치명적인 중독증상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권력의 독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윤보경보다는 윤보경의 몸에서 나올 원자가 더 관심사항이었죠.
그런데 윤보경은 회임은 커녕 합방조차 치르지 못하고, 호적만 유부녀이지 몸은 처녀귀신으로 늙어 죽을 판입니다.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늙어죽을 팔자도 못되나 봅니다. 귀신들린 듯 반 미쳐가고 있으니 말이죠. 열 여자 마다않는 것이 남정네라지만, 합법적인 부인은 거들떠 보기는 커녕 외도조차 하지 않으려 드니, 뭐 저런 놈이 다있나 싶고 답답하겠죠ㅎ;;  궁궐에 떠도는 해괴한 소문이 사실인가 망측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운을 좋아한다는 소문까지 비밀리에 돌기도 했으니....  

중전의 정신이상 상태까지 이르고, 허연우가 살아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극의 막바지, 윤대형의 행보가 중요해 졌지요. 물론 이에 대응하는 훤의 한 수 또한 궁금한 사항이지만, 지금은 연우와의 재회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판이니, 니들은 당분간은 둘만의 만남에 더 신경써!!!
여튼 윤대형과 외척세력은 이제 이판사판 공사판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데요, 8년전의 일을 파헤치고 다니는 훤의 움직임이 수상쩍고, 세자빈을 무고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 민화공주와 의빈 허염이 그들이 쥐고 있는 패라고는 하나, 훤이 훼까닥 돌아서 패륜의 끝판을 보여주겠어! 라고 싹쓸이를 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더군다나 윤보경의 몸에서 원자를 생산할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 될 터, 이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온듯 합니다.

윤대형과 대왕대비 윤씨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1)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고 다같이 죽자. 2) 깔끔하게 죄를 자복하고 자폭한다. 3) 너죽고 나살자, '이 참에 갈아엎는 거야'. 4)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그냥 눈감고 넘어가주라 제발~~, 등이 되겠습니다. 윤대형과 대왕대비의 입장에서는 4번이 가장 좋겠지만, 훤의 성정상 불가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그들이죠. 1번의 경우는 득실이 없기에 가능성이 희박하고, 2번의 경우는 가장 옳은 방법이나 권력과는 영영 이별하게 되는 길이기에 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럴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겠죠.
가장 가능성이 큰 선택이 역시 3번 '너죽고 나살자' 되겠네요. 표면적으로는 딸을 버리고, 권력을 사수하는 방법입니다. 말 잘듣는 허수아비 왕을 세우고 '네가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알지?'로 족쇄를 채워버리면 될 일. 훤에게 후사가 없는 경우, 차기대권 후보 1순위 삐딱선 탄 양명군은 그야말로 제격이지요. 달타령에 분기탱천한 양명군이 반역의 서늘한 눈빛을 발사중이니, 그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저는 양명군을 끝까지 믿고 싶지만요.

그런데 드라마가 몇회 남지 않은 상황이라 반역의 스케일이 얼마나 클 지, 그냥 세자빈 살해에 가담한 무리들을 머리 풀어 줄줄이 포승줄에 묶어 귀양을 보내거나, 사약을 내리는 것으로 뚝딱 해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것은 모양새가 좀 빠지죠. 우찌되었든 반역의 움직임 시늉이라도 내야 할 터, 윤대형이 움직여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겠죠. 병력을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요.
민화공주와 염, 할마마마를 표적판에 세우고 "쏠 테면 쏴보시죠, 주상!", 할 수도 없고, 한 판 벌이기는 할 듯한데 문제는 훤이 어떻게 저지할까입니다. 운검이 곁에 있다고는 하나 혼자 싸울 수도 없을테고, 가장 큰 문제는 병권을 쥐고 있지않은 훤이 병력을 동원하기는 힘들 일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윤대형이 모반을 하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궁의 금위군으로 수성을 할 수 있을까랍니다. 별걸 다 걱정하고 있네요;;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가 다 훤이 월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때문입니다. 더구나 연우가 의문사를 당했고 그 일에 음모가 있었다는 것을 그냥 덮을 수는 없을 일이기에, 장녹영의 예언대로 피바람이 불 때가 되었기에 말이죠. 피바람을 앞에 두고 또하나의 달 윤보경의 존재감이 대단했던 16회였지요. 공포에 휩싸인 김민서의 반미친 연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고 마음마저 얻고 있으니 말입니다. 훤의 마음은 얻지 못했으나, 시청자의 마음을 얻은 김민서되겠습니다.

사실 16회는 김민서와 김수현의 연기가 뛰어나서 묻힌 감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녹영 역의 전미선과 상선형선 정은표의 짧지만 강한 여운을 준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 글에 언급을 미쳐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해를 품은 달은 주인공 김수현과 김민서의 연기가 눈에 띌 뿐, 주연급이라고 하는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는 주목받지 못함에도, 젊은 연기자들을 품고 가는 중견배우들의 존재감이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대왕대비 김영애, 윤대형역의 김응수, 장녹영 역의 전미선, 상선 형선 정은표, 윤대형의 꼬봉 호판까지 비중이 적음에도 존재감을 스스로 살리고 있는 배우들이죠.
장녹영을 만나 월이 8년전에 죽은 허연우가 맞느냐고 확인하는 훤, 연우를 부르며 오열하는 김수현이 시청자를 울렸지요. 그런데 눈에 띄지 않게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이가 있었으니, 훤의 그림자 중의 한사람 형선이었습니다. 월이 연우임을 알고 나오는 길, 언제나처럼 상선형선과 운이 훤의 뒤를 따르고 있었지요.
훤의 뒤를 따르는 상선 형선은 그냥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슬픔인듯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의 모습으로 훤의 뒤를 따르더군요. 주저앉는 훤의 뒤에서 그 역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는데, 안봐도 비디오였습니다. 카메라는 김수현의 얼굴을 풀샷으로 잡았지만, 카메라 밖에서도 형선이 눈물을 흘리며 같이 통곡하고 있었으리라 짐작이 되더군요. 카메라 안에서도 연기연습 중인지,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배우들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전미선 역시 이번회 대사없이 표정만으로 시청자를 뭉클하게 했지요. 자신을 죽게하고, 또 살리기도 한 장녹영에게 한가지 용서할 수 없는 것과 의문점에 대해 묻는 연우, 장녹영을 금방이라도 후려칠 기세였더라죠. 민화공주가 흑주술의 제물로 바쳐졌다는 말에 경악하는 연우, 결국 연우는 오라버니 염과 훤을 위해 모든 것을 덮겠다는 결심을 하고 말지요.
활인서 숙소로 돌아와 꺼이꺼이 우는 연우, 전하앞에 나타날 수 없는 그 참담함을 안타깝게 바라본 이가 전미선이었지요. 시청자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삭이는 연우를 장녹영의 시선으로 보게 했지요. 큰 슬픔을 겪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가서 등이라도 토닥해 주고 싶은 그런 안타까움을 먼발치에서도 표현하고 있었지요. 

해품달에서 가장 캐미가 사는 커플을 꼽으라면 훤의 경우는 상선형선입니다. 한가인은 전미선과 있을때 그러하고요. 상선형선과 장녹영은 두 주인공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지요. 그래서 두 사람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읽고 이해하는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의 감정선에 함께 보조를 가장 잘 맞추는 이들도 장녹영과 형선입니다. 훤에게는 운도 있지만 운의 경우는 묵직함이 생명이라, 쉽게 감정을 보이면 신비감이 사라지는 캐릭터지요. 연우에게는 설이 있지만, 그닥 도움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두 사람을 붙여두면 심히 안습인지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법, 조금은 다른 의미의 그림자지만, 태양 훤과 달 연우를 그림자처럼 지켜주는 상선형선과 장녹영, 해품달의 명품그림자들입니다. 정은표와 전미선,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지 않더라도 작지만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로 자기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나아가 드라마의 스토리까지 얹어주는 모습, 시청자들에게는 해품달에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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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8 08:40




이제 7부능선쯤 넘은 듯싶습니다. 연우의 기억이 돌아왔으니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으로 나머지 마무리를 해야 겠지만, 연기자 한가인에게도 드라마 캐릭터 연우에게도 가장 힘든 코스가 남았습니다. 산을 오를 때도 대개가 정상을 눈앞에 둔 지점에서 숨도 가쁘고, 몸도 힘들어지듯이 말이지요. 
한가인은 돌아온 기억과 함께 보여준 호평받은 연기의 흐름을 이어가길 바라는 기대치에 부응해야 할 것이고, 연우는 과거보다 더 혹독할 수 있을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 남았지요. 장녹영의 예언을 통해 연우에게는 과거 죽음보다 더 힘들 시련이 닥쳐오고 있음이 암시되었으니 말이지요.
연우를 향해 오는 위기 중 가장 큰 위험은 윤대형이 연우의 정체를 알아내는 일 듯한데요, 아직 윤대형은 연우를 저자에서 마주친 무녀, 액받이 무녀로 들어온 장녹영의 신딸정도로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연우에 대한 찜찜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연우가 과거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그 허연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은 시간문제, 아마도 훤과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가올 시련, 능동적이고 강한 연우를 기대하는 이유
연우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대왕대비 윤씨, 대비, 중전 윤보경, 그리고 윤대형입니다. 대왕대비 윤씨가 연우를 마주할 기회가 한 번 있었지만, 긴장된 순간에 도무녀 장씨가 가로막아 위기의 순간을 넘기기도 했지요. 훤과 양명, 그리고 상선 형선도 연우의 얼굴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연우를 닮은 무녀 월로 알고 있을 뿐이지요.
의금부에서 고문을 받던 연우의 당당한 눈빛과 마주한 윤대형은 그냥 넘어갈 리는 없을 듯합니다. 예동시절 궁궐의 온실수에 대해 한나라 공강의 고사를 인용해 성조대왕을 흡족하게 했던 모습을 기억해 낼 것은 시간문제, 당시 함께 있던 윤보경은 학문의 깊이가 깊지 않다며, 쪽팔림을 당했던 일이 있었으니 좋지않은 기억은 오래가는 법이니 말입니다.
혼령받이 무녀로 은월각에 들여 보냈으나 살아있었던 연우, 예정대로 서활인서로 다시 내쫓길 듯한데 연우가 어떻게 궁으로 들어오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왕친을 미혹했다는 이유로 음탕할 음(淫)자를 새겨 죄인된 몸으로 내쫓겼으니, 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궁으로 불러들이기는 힘들 일이지요. 보쌈이라도 해야 할 듯싶은데, 그 계기가 윤대형이 연우의 정체를 눈치챔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봅니다. 물론 이때는 훤도 월이 연우라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일이겠고요. 괴짜 수사관 홍규태가 열심히 연우의 의문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고, 훤이 연우를 흑주술로 죽였으리라는 눈치도 챈 상황이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흑주술이라면, 죽은 듯 보이는 주술 또한 있음을, 통밥으로도 알아채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인의 오열과 함께 기억을 잃어버린 연우가 돌아왔는데요, 한가인이 그동안 연우에 대한 끊어진 감정선을 잘 연결시켜 줄 지에 대한 기대감 증폭과 함께, 연우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나올지 또한 궁금한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련하고 애틋한 연우의 이미지를 한가인이 굳이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연우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한가인의 감정연기에 대한 불안감때문도 있지만, 연우라는 캐릭터가 단지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기억상실증으로 얼빵한 연우에 질리다 보니, 이제는 수동적인 연우보다는 능동적이고, 지혜를 겸비한 연우가 되었으면 싶네요.
연우의 운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혜각도사와 장녹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혜각도사보다는 장녹영의 캐릭터가 제게는 마음에 더 와닿습니다. 혜각도사의 경우는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운명론적인 주장을 펼치는 일이 많이 하지만, 신을 모시는 장녹영은 무녀임에도, 인간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믿음 또한 견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툭 까놓고 훤과 연우가 맺어져야 하는 것이 하늘이 정한 뜻이라면, 인간이 어그러놓은 잘못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일 겁니다. 하늘의 뜻을 어긴 사람들에게 싸그리 벼락을 내려버리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운명을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막겠는가?"라는 혜각도사의 말에서 작은 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못할 듯한 철저한 운명론을 엿보게 한다면, 장녹영은 하늘의 뜻과 함께 인간의 의지 또한 항상 덧붙였던 인물입니다. 연우를 무덤에서 꺼낸 후 배를 타고 떠나면서도 연우를 보며 이런 방백을 했었지요. "국모의 자리를 되찾든 무녀로 살아가든 이제 저 아이의 몫이다".
장녹영이 옥사에서 연우에게 전했던 말도 같은 맥락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장녹영이 연우에게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말을 했지요. "아가씨께서는 또다른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그 답을 알고 있는 분은 아가씨뿐입니다. 어떠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시든 한가지만 명심해 주십시오. 아가씨는 누구보다 강한 분이십니다. 아가씨의 지혜가 옳은 선택으로 이끌 것입니다. 아가씨의 강한 의지가 이겨내게 할 것입니다. 허니 아가씨 자신만 믿고 따르십시오". 
장녹영이 옥사에서 연우에게 당부했던 말은 연우가 기억을 찾은 후의 대사에서도 앞으로 어떤 캐릭터로 거듭날 지를 보여 주었지요. "그 소녀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관상감 나대길에게는 은월각에게서 들리는 여인의 흐느낌이 멈출 것이며, 그 혼령을 받아냈다는 무녀의 말로 들렸을 터이지만, 연우에게는 다른 의미였습니다. 자신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함축된 말이었으니 말이죠. 수동적이었던 과거 월과는 다른, 능동적이고 의지가 강한 연우로 돌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가인(연우)의 돌아온 기억, 왜 은월각이었을까? 은월각의 비밀
그런데 왜 연우의 기억이 돌아온 곳이 하필 은월각이었을까요? 연우의 기억이 돌아올 것이라는 복선으로 여겨졌던 봉잠, 그리고 악몽들을 제쳐두고 말입니다. 봉잠이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게 할 열쇠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작가에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는데, 여러가지들을 종합해보니 그 의미가 감탄스럽더군요. 
은월각에서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의 정체는 장녹영이나 혜각도사의 주술일 수도 있고, 죽어서도 뱃속의 아기씨만큼은 지켜주겠다고 했던 아리의 혼령일 수도 있지만, 그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하고요, 중요한 것은 혼령받이라는 무속적인 장치를 통해 은월각에서 연우의 기억을 찾게 한 것은, 은월각에 작가가 숨겨둔 비밀과도 관계가 있었습니다.

은월각은 연우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기거하던 곳입니다. 연우에게는 행복과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었고, 훤에게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은월각에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난 훤이 운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간 곳이 은월각이었는데, 그때 훤이 운에게 은월각에 대해 물었지요. 운이 "숨을 은(隱) 달 월(月), 숨은 달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하자, "비슷하지만 완전히 맞추지는 못하였다"며 훤이 말을 이었지요. 
"아바마마가 연못위에 비친 달이 너무 아름다워 영원히 간직하고 싶으셨다 한다.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언제든 꺼내 보고 싶으셨다고 하셨지. 해서 이곳을 은월각이라 이름 하셨다. '연못 위에 비친 달을 몰래 숨겨두었다가, 달이 뜨지 않은 밤에 가만히 연못 위로 꺼내어 놓는다'. 그것이 정확한 은월각의 뜻이다. 나 또한 오래전 이곳에 달 하나를 숨겨놓았다. 그리워지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말이지. 보거라, 해와 달이 한 하늘에 담길 수는 없어도, 이 연못에서 만큼은 함께 있지 않느냐?".
연우의 죽음과 함께 은월각은 폐쇄되었고, 조선의 달이 숨어버렸듯 연우의 기억도 봉인되어 버렸지요. 연우가 무녀 월로 궁에 들어오지 은월각에서는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은월각 앞에 선 연우에게는 어렴풋 봉인된 기억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연우는 훤의 아픈 기억이라고 신기로만 생각해 버렸지만 말이죠.

은월각에 감금된 연우, 이는 은월각의 주인이 돌아온 것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두 사람에게 은월각은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연우와 훤의 추억과 기억이 있는 곳이면서, 훤이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숨겨둔 장소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혜각도사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강한 그리움만큼 강한 주술은 없다는 말입니다.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은월각에 숨겨둔 훤, 그 그리움은 강한 주술이 되어 오래 잠들어 있던 연우를 깨어나게 합니다. 같은 하늘에 해와 달이 떴던 그 시각에 말이지요. 해를 품은 달인지, 달을 품은 해인지, 해와 달이 만나는 그 순간, 봉인된 연우의 기억이 풀렸지요. 은월각에 숨겨둔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해와 달이 함께 들어있는 연못이라는 은월각의 숨은 뜻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연우의 기억을 회복한 곳이 은월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연우가 머물렀던 행복과 아픔의 장소 이상의 의미가 숨어있었던 것이에요.
사방천지가 암흑일지라도 그 안에 달이 차면 그 밝음을 가릴 수 없듯이, 훤이 월에게서 연우를 본 것은 그저 닮아서가 아니었어요. 아픈 연우를 보러 왔던 세자 훤이 말했지요. "나를 알아 보겠느냐? 상관없다. 내가 알아보면 그 뿐이니...", 비록 기억을 잃어버린 무녀였지만, 연우를 알아 본 훤, "내가 알아보면 그 뿐이다"고 했던 그 말이,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냥 했던 말이 아니었어요.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다르듯이, 은월각의 주인 달빛을 알아 본 훤이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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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4 10:46




김수현의 눈물연기와 풍부한 감정연기가 시청자를 울게 했던 해를 품은 달 10회 하이라이트는, 훤이 연우의 마지막 편지를 읽는 장면이었지요. 월의 정체가 드러나려는 긴장감 팽배해 있던 순간, 시청자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양명군이었죠. 월을 불러오라는 훤의 명령에 침소를 향하던 연우를 낚아 채서 "나를 알아보겠느냐?"며, 깜짝등장한 양명군때문에 간이 콩알만 해졌네요. 예고편없는 해품달 미워욤!.
드라마의 흐름상 개인적으로는 무녀 월이 연우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 너무 빠른 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월과 연우의 서체가 같다는 것에 경악하는 훤때문에, 월의 정체를 드디어 훤이 알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상상의 나래를 펴다보니, 뭔가 부자연스러운 드라마의 흐름이 예상되더군요.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이 먼저여야, 액받이 무녀의 신분으로 정체를 감추고 훤을 바라만 봐야 하는 연우의 애틋한 감정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연우의 정체 누가누가 알았나?
잔실이가 양명군에게 월의 정체에 대해 발설을 했는지 까지는 모르지만, 양명군은 월의 정체를 알면서도, 액받이 무녀인 연우의 정체를 공개하는 것이 연우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감추고, 혼자 가슴앓이를 더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양명의 해바라기는 드라마 내내 시청자를 가슴아프게 할 것같네요.  
월의 정체를 눈치 챈 운 역시 마찬가지의 심정으로 연우를 보호하려 들것으로 생각되더군요. 염의 방에서 연우가 만들어 준 책깔피를 보고, 월의 서체와 같다는 것을 운 역시 알았고, 염의 집을 엿보고 있던 설과 검을 겨루는 과정에서 여인이었다는 것도 알아버렸지요. 성수청에서 월과 함께 지내는 설을 본다면, 운은 연우의 정체를 확신하게 될 듯하고요. 하지만 과묵한 운검답게 입은 굳게 닫을 듯싶더군요.
문제는 훤이 먼저 월의 정체를 아느냐, 연우가 기억을 먼저 찾느냐인데, 물론 동시에 이뤄진다면야 못다한 사랑을 이제부터 쭉~이러고 끝내버리면 되겠지만, 10회밖에 진행되지 않은 드라마에 벌써부터 엔딩모드가 나올리는 없겠죠. 또한 아직은 그럴 형편이 못되지요. 기세등등한 외척세력과 중전 윤보경의 존재, 그리고 이빠진 호랑이라고는 하나 대왕대비 윤씨가 자신들의 죄를 토설할 리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훤과 연우 모두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문제이기에, 연우의 정체를 드러내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입니다. 훤이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고 있다고는 하나, 조정에는 믿을 만한 훤의 사람도 많지 않기에, 더더구나 조심해야 하는 일이죠. 훤에게 강한 세력이 될 수는 있지만, 의빈이라는 이유로 정치활동이 금지당하고 반연금상태에 있는 염이 당장 사림을 규합해서 나설 수도 없는 문제이고 말이지요.
지금은 훤의 의심단계, 즉 세자빈 연우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가지는 것으로 드라마가 진행될 듯한데요, 그렇다고 연우를 언제까지 기억상실증으로 가둬둘 수는 없는 일, 이쯤해서 연우의 봉인된 기억이 풀어져야 한다고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단서들이 던져졌는데요, 연우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결정적 단서가 연우의 마지막 편지와 연우의 꿈, 즉 나례연에서 세자가 처용탈을 벗기 직전의 꿈입니다.

연우, 훤과 양명의 기억에서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연우가 훤과 양명군의 기억을 읽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실은 연우의 기억들이었죠. 물론 신기가 있었다면야 다른 이의 과거를 읽기도 했겠지만, 연우는 신기와는 거리가 먼 단순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처자일 뿐입니다. 연우의 회상씬을 보고 왜 자신의 얼굴을 기억못하느냐고 의문을 가진 분도 있겠지만,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연우는 자기가 봤던 울부짖는 세자와, 함께 떠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양명군의 얼굴을 기억했던 것이지, 그 장면을 통째로 기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았었다면야 가능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왜 연우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도 기억을 못하느냐고 반문할 수는 없는 일이죠.
연우와 함께 있는 장면은 시청자를 위한 회상씬이지 연우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무슨 초능력이 있어서 유체이탈로 궁에서 쫓겨나는 자신과 훤의 모습을 동시에 봤다가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며, 양명군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겠습니까? 당연히 회상씬에서의 소녀를 연우는 볼 수 없죠. 그러니 자신 얼굴을 기억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훤과 양명의 기억은 그 소녀가 되어 훤과 양명을 봤던 것이 아니고, 그저 기억속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만을 떠올렸기에,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소녀가 자신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인 것이지요.

연우의 기억을 돌아오게 할 연우의 꿈
반면 연우의 꿈은 온전히 연우만을 위한 기억입니다. 꿈을 대신 꿔줄 수는 없는 것이잖아요. 꿈 속의 소녀는 연우 자신이었고, 연우는 악몽을 꾸죠. 무서운 탈바가지가 자신을 어디론가 끌고 가고, 탈바가지를 벗으려는 순간에 꿈에서 깨버려, 번번히 얼굴을 보지 못했지요.
그리고 곧 연우가 그 꿈의 다음장면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 암시가 되었는데요, 처용탈을 벗은 세자의 얼굴을 보게 되리는 것입니다. 물론 세자를 보고 있는 이는 연우 자신이었고요. 연우꿈이니까요. 그리고 모르긴해도 뒷장면에서 이어졌던 이름이 무엇이냐?라는 기억까지 꿈에 나타날 수도 있겠죠. "허연우라 합니다. 보슬비라는 뜻도 되겠구나" 어쩌고 했던 장면으로 말이지요. 잠에서 깨어난 연우, 눈이 왕방울만큼 커지겠죠. 허연우, 연우, 훤이 그토록 그리워 하고 슬픔으로 간직하고 있는 연우라는 여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는 말이죠. 
어디까지나 다음회가 나오기 전에 상상해보는 것이지만, 연우가 꿈 완결편을 꾸게 되는 것이 훤이 보여준 편지를 본 이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훤의 침소에서 연우는 자신이 쓴 편지 세 통과 마주하게 되겠지요. 제가 예상하는 장면은 일단 '소스라치게 놀란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자신이 죽던 날의 기억과 마주한다', 그리고 '바르르 떨면서 기절한다'입니다. 기절해서 잠에 빠져든 연우는 땀범벅이 되면서 그 날밤 나례연 꿈을 꿀 것이고, 탈을 벗고 해맑게 웃어주는 세자의 살인미소와 마주하지 않을까요? "잊으라 하였느냐? 잊으려 했으나 내 너를 잊지 못하였다", 지금들어도 가슴벌렁거리는 짜릿한 대사를 날렸던 세자의 얼굴과 말이지요.

연우의 기억을 돌아오게 할 결정적인 단서, 세자 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기절을 하지 않더라도 연우가 기억을 찾을 것이라는 중요한 단서는 편지에서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훤의 오열에 함께 울다가 놓친 부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 부분이 퍼뜩 떠오르더군요. 결정적 단서가 바로 연우가 세자저하에게 쓴 마지막 편지에 있었다는 생각에 미치더군요. 아버지가 연우에게 잠드는 약을 먹인 것은 연우와 장녹영, 그리고 시청자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죠.
그런데 그 비밀을 연우가 세자에게 누설을 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편지에 쓰여진 이 대목입니다. "아버지께서 곧 약을 가져오실 것입니다. 허면 영영 세자저하를 뵙지 못하겠지요". 연우는 아버지가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탕약을 다리는 것을 알았고, 아파 누워있는 동안에 장녹영이 아버지와 한 얘기도 어렴풋이 들었고, 심지어 게슴츠레 눈을 떠서 장녹영의 얼굴을 보기도 했었지요. 아버지가 곧 약을 가져오실 것인데, 그 약을 먹으면 자신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연우는 실수(?)로 세자에게 남기는 편지에 쓰고 말았던 게지요.
같은 서체의 편지를 보고 연우 역시 같은 필체를 보고 놀라기는 하겠지만, 연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응을 보일 편지는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일 거라 생각됩니다. 연우가 봉인된 자신의 기억과 싸우고 있다는 것은 연우의 악몽, 그리고 훤과 양명군을 마주할 때 스치는 장면들입니다.
신기로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 연우지만, 이상한 점은 그들의 기억을 마주하는 사람(소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총명한 연우라면 그 소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남자들에게만 관심을 가지죠.ㅎㅎ 물론 무녀로서 다른 사람의 과거를 읽는 신기라고 생각했을 뿐이지만요.
훤의 산책길에 동행했던 연우는 은월각에서 연우라는 이름을 부르며 우는 훤의 세자시절 모습을 기억했지요. 어린 연우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세자의 오열씬을 회상시켜준 장면이었고, 연우의 얼굴을 뿌옇게 처리한 것은 연우 자신은 자기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상징적인 기법입니다. 우리가 꿈을 꿀 때 분명 그 자리에 있지만, 내 얼굴은 보지 못하듯이 말이죠. 
연우는 은월각에서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는 않았지요. 우는 세자 훤의 모습만을 기억했을 뿐입니다. "혹 이곳에 전하의 추억과 슬픔을 묻으셨습니까? 이곳에서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 전하이십니까?"라고 물었지요. 비록 화면에는 연우의 얼굴도 나왔지만, 연우(월)는 소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죠. 그것은 자신이 그날 본 세자에 대한 기억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던 거죠. 물론 신기라고 생각했을 뿐, 자신의 기억임을 알지 못하는 연우였지만 말이지요.
연우는 자신과 관계된 인물들과 마주할 때 봉인된 기억들이 하나씩 풀리고 있는 중인데, 특히 슬픈 인연들과 마주할 때 봉인이 풀리고 있는 중입니다. 장녹영과 설이의 경우는 연우의 슬픔속 인물들이 아니어서 인지, 아웃 오브 안중이지만 말이죠.

편지는 특히 연우에게는 마지막으로 전하는 세자에 대한 마음이자, 생을 정리하는 순간에 쓴 것이었기에, 연우에게는 잊혀질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연우의 꽃편지에서는 한 소녀의 수줍고 설레이는 마음을 읽을 것이나, 필체가 흐트러진 눈물범벅의 마지막 편지에서는 무엇을 읽을까요? 연우 자신과 연우를 안고 우는 아버지일 듯합니다.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죽는 약을 먹이는 아버지, 그것을 알면서도 약을 마시고는 아버지의 품에서 잠든 소녀, 연우가 아무리 기억을 상실했다고는 하나, 설마 아버지의 얼굴까지 잊었을 리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밤에 연우가 자면서 어머니를 부르는 장면도 있었는데, 어머니 신씨의 꿈에 나타난 연우를 교차로 보여주기도 했었지요. 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연우도 기억한다는 말과도 같은 장면이었죠. 저자에서 쓰개치마로 연우의 얼굴을 가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게 하지 못한 것도, 연우의 기억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음을 말하는 장면이기도 했고요. 고개 숙인 연우는 신씨의 얼굴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연출을 했으니 말이죠.

기억이 돌아왔으나 월로 살아가려는 연우, 왜?
연우가 죽기전에 자신이 쓴 편지를 보고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물론 제 생각이고 상상입니다만). 그리고 그동안 훤과 양명군과 마주하고 있었던 인물이 연우 자신이었고, 훤의 추억과 왕의 기억에 자리한 연우라는 소녀가 자신이었음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겠지요.
그런데 기억이 돌아온 연우는 오히려 더 강하게 자기는 연우가 아니라고 부정을 할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요, 물론 "제가 연우에요. 전하 그리웠습니다, 전하 전하 전하"라며, 닭똥같은 굵은 눈물 뚝뚝 흘리며 회포를 풀수도 있겠지만, 영민한 연우라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에요. 바로 '아버지가 가지고 올 약'이라고, 자신이 남긴 글귀때문에 말이지요.
연우는 지금 아버지가 죽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딸을 죽였다(죽이려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버지와 집안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구나 마성의 선비, 조선의 동량이 되어야 할 앞길이 창창한 염 오라버니의 인생도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고요.
비록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는 약을 먹였으나, 신병이 들었다는 도무녀 장녹영의 말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연우는 어린 나이에도 알고 있었지요. 그렇게 속깊고 배려심이 많은 연우였으니,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위해서도 자신이 그 연우라고 밝힐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럼 연우가 계속 무녀 월인 채로 살아야 하느냐? 그건 안될 말이지요. 조선의 달인데 말이지요. 푸는 것은 태양 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훤 역시 연우의 서찰에서 아버지가 약을 가져오면 죽게 된다는 연우의 말에 의문을 가질 것은 훤의 성격상 자명한 일이죠. 학식과 인품, 덕망이 높았던 대제학 허영재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딸아이를 아프다고 죽였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의문점이겠지요.
월이 자신은 그 연우가 아니라고 강하게 발뺌을 해서 월과 연우가 동일인물이라는 희망은 버린다 할지라도, 훤의 성격상 세자빈의 의문사를 그냥 넘어갈 리는 없겠죠. 죽어가면서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자신에게 남긴 말이 강녕을 비는 것이었는데, 가엾은 연우를 위해서라도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지 않을까 싶네요. 
연우 또한 훤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연우라는 것을 실수로 흘릴 가능성들이 많죠. 기억에서 돌아온 연우가 무녀 월 행세를 완벽하게 할 수만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기억이 돌아왔지만 감출 수 밖에 없는 연우, 그 복잡한 심경을 한가인이 연기로 쨍하고 빛을 발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고요. 완소드라마 해품달, 연우가 언제 기억이 돌아올까를 생각해 보다 이런 예측을 해 봤는데요, 제 상상이 마음에 드셨는지요.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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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12:15




애정라인의 윤곽과 함께 유방과 항우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는데요, 미워할 수 없는 남녀주인공의 코믹한 매력,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의 살벌한 전쟁터에서도 웃음은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드라마가 샐러리맨 초한지입니다. 정려원의 싸가지 재벌녀는 과한 힘을 빼고 나니, 백여치라는 캐릭터에 급속도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빈틈없어 보이는 항우(정겨운)는 이가 듬성듬성 빠진 칼을 폼잡고 빼서 휘두르는 모습이라 귀엽기까지 하죠.
일이 묘하게 꼬이다 보니 항우팀인 여치는 유방에게, 유방을 돕고 있는 차우희는 항우에게 도움을 받는 형국이 돼버렸는데요,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은 사랑의 짝대기에 혼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방이 신약 부작용때문에 성적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차우희를 끈적거리는 눈빛으로 보는 상황들이 몇번 나오기는 했지만, 우희는 유방에게 남자라기 보다는 든든한 오빠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여치가 우희를 대놓고 질투를 하고 있지만, 무딘 유방이 눈치를 채지 못할 뿐이고요. 

공백인 부사장 자리를 놓고 유방과 항우의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되었는데요, 천하그룹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라는 진시황의 미션에, 전략사업본부는 홍해가 갈리듯 두 개의 팀으로 갈리게 되었죠. 항우측에 쏠림현상이라는 결과로 나오기는 했지만, 장량과 항우의 대결은 실질적으로는 유방과 항우의 전투입니다.
천하그룹에서는 계륵으로 치는 인천의 의료기기 전문공장을 두고 벌어지는 전투에서, 두 사람은 상반되는 전략으로 맞서게 되었지요. 유방은 살리자, 항우는 폐쇄시키고 물류창고를 세우자는 입장입니다. 자율적 선택으로 장량과 항우의 편가르기를 했는데, 의외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지요. 오랜시간 천하그룹을 위해 몸바친 장량을 버리고, 신임본부장 항우 라인으로 우르르 몰려가 버린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홀로 남겨진 장량, 김칫국 마시다 처량하게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폐인연기가 압권이였죠. 깨알같은 웃음으로 한 컷 한 컷 소중한 웃음을 날려주는 장량역의 김일우, 이번 편에서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 고품격 깨알웃음을 주셨지요.
매화방에서 유방과 번쾌의 등장에 눈물 그렁그렁 감격해 하는 모습도 웃겼지만, 신임본부장 최항우의 견제에 허걱 놀라는 표정으로, 말없이 손을 치우는 모습 또한 기억남는 장면이었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천하그룹에서 없어져야 할 무능한 사람, 항명하는 사람으로 장량을 지목하는 최항우의 기습적인 칼(손)을 받아치는 모습, 재미있는 상황극이었죠.
사람 일 한치 앞을 모른다고 유방과 번쾌의 기막힌 학연때문에, 그동안 유방 위에 군림(?)했던 번쾌가 하루 아침에 모냥 빠진 졸개가 돼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름도 거시기한 동네 대갈리 대갈중학교 선후배로 밝혀져, 번쾌의 대갈(ㅎ머리)통이 남아나질 않는군요. 유방의 무릎팍에 멍꽤나 만들었던 번쾌,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쥐어터지고, 인생역전이 따로 없습니다.
알고보니 유방 대갈리에서 유명했던(?) 불량서클 영 일레븐 원년멤버이자 창단자였고, 주먹으로도 날렸던 조폭 비스무리한 과거를 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유방의 아버지가 그리도 유방을 걱정하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랐나 봅니다.
 
사촌형 항량의 자살로 복수심이 이글거리는 최항우가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왔는데요, 천하그룹 직원들의 두툼한 신망을 얻지요. 튼튼한 줄을 잡기 위한 라인업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최항우의 목표는 오직 하나입니다. 천하그룹을 손에 넣는 것이죠.
내부 협력자 범증(이기영)의 보이지 않는 조력을 받아가며, 일사천리로 천하그룹에서의 입지를 굳혀갈 판에 미꾸라지 한마리가 들어왔으니, 개차반 백여치입니다. 난초방에 들어온 백여치를 보고 놀라 술까지 뿜어버리며 경악하는 항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백여치때문에 급기야 비밀유지를 위해 집으로 피신까지 가버리죠.
물러설 백여치 또한 아니었죠. 짐보따리를 싸서 항우의 집을 기습한 백여치, 침대에서 옷 홀라당 벗은채로 쫓겨나는 수모까지 당하는 항우였죠. 백여치의 상상불가한 행동은 종잡을 수 없는 골치거리입니다. 한 집에서도 여치의 눈치를 보느라, 항우와 범증은 몰래 문자로 대화를 나누며, 철저히 백여치를 프로젝트에서 왕따를 시키려 합니다. 항우와 범증의 문자 뒷담화, 정말 빵빵 터집니다.
"백여치가 이 정도까지 진상일 줄은 몰랐어요"
"이건 약과야. 철면피에다가 걸레를 물어도 시원찮을 만큼 입이 걸어"
"이렇게 재수없고 밥맛 떨어지는 여자는 첨..."
남자들 문자메시지가 입에 담기 민망스럽게 거시기한데, 이를 몰래 보고 있던 백여치, "너는 뭐 입맛 돌게 생겼는 줄 알아!!!" 항우와 여치, 앙숙관계인데도 주고받는 설전은 직설적인 욕으로 범벅인데도, 귀엽죠, 잉!

하긴 더 귀여운 것은 가는 발길 오는 주먹에 코피 터져가며, 티격태격 사랑모드 발동걸리고 있는 항우와 우희 커플이지요. 체육관에서 은근히 신경쓰면서도 아닌척 하는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밀당에 코피까지 콸콸 쏟아지면서, 그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커플입니다. 샌드백대신 항우의 코에 강펀치를 날린 우희, 정겨운과 홍수현의 밀당도 진도가 진척될 만한 사건이 벌어졌지요.
항우와 우희의 관계가 빛의 속도로 진척될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되었는데, 연구소 팀장이 우희에게 찝적거리는 것을 항우가 목격하게 된 것이죠. 성추행을 하려는 팀장을 항우가 가만 놔둘리는 없을테고, 아마도 다음 주는 묵사발이 된 모습을 보게 될 듯합니다. 항우장사 힘을 보여줘, 저런 놈은 아주 반쯤 죽여놔야 돼!

모든 캐릭터들이 특징적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샐러리맨 초한지의 큰 매력중의 하나인데요. 이범수의 능청스러운 맛깔연기, 정려원의 개념을 물말아 잡수시는 싸가지 연기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한층 재미있고 찰지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정려원,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지금은 완전 물만난 몰고기처럼 백여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입니다. 백여치의 삐~~처리되는 욕이 가끔식 궁금하다는...무슨 욕설이길래 음성소거 처리를 당하는 걸까요?ㅎ
그리고 귀엽기까지 한 항우역의 정겨운은 편의상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네요. 항우의 과거 악연과 원한으로 캐릭터들중 감정연기가 가장 많을 수 밖에 없는데도, 과하지 않게 개그끼 발산연기까지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죠. 유방과 항우의 공통점은 상대가 누구냐를 가리지 않고, 곤경에 처하면 외면하지 않고 돕는,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에요', 성품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최항우 요녀석이 밉지않은 것은, 아마도 온갖 폼 다잡고 칼을 빼다가 칼집에 걸려 넘어지는 듯한, 인간적인 빈틈의 매력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백여치에게 알몸으로 쫓겨나고, 차우희의 펀치에 코피까지 터진 항우장사, '자존심 비틀'이었던 샐러리맨 초한지 8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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