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26 '바보엄마' 김태우, 참을 수 없는 캐릭터의 가벼움이 짜증난다 (8)
  2. 2010.04.09 '신데렐라 언니' 은조에게 전해지지 못한 편지 내용은? (53)
2012.03.26 14:21




바보엄마는 신현준과 집사처럼 엉뚱하면서도 코믹하기도 한 일부 캐릭터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드라마에 흐르는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여주인공 김영주(김현주)에게 벌어지는 상황들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우울과 불행의 연속들이지요. 바람난 남편, 성격 예민한 천재딸, 차압당한 친정집 과수원, 유치장에 갇힌 오빠, 그리고 돌볼 사람없는 바보언니에 안하무인 시댁식구들까지, 이보다 고단한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들더군요. 도대체 왜 똑똑한 여자가 야비하기 그지없는 못된 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버팅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에요. 물론 닻별이때문에 이혼만은 하지 않으려 했었죠. 남편의 내연녀에게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는, 닻별이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만이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해 달라고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요.
처음에는 남편 박정도에게 애정이 남아서 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글쎄요, 꼭 그런것 같지만은 않더군요. 박정도와의 애정보다는 결혼에 실패했다는 불명예스런 딱지를 달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닻별이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말이에요. 그만큼 박정도는 닻별이에게도 최악의 아빠였으니까요. 이중인격자, 도덕적 양심파탄자, 성공과 부를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던 아내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겨치는 아빠, 닻별이의 아빠로서 좋은 것일까요? 오히려 부끄러운 아빠일 것같은데 말이죠.
박정도라는 인물은 야비하고 못된 남자에 지극히 이기적인 남자입니다. 김영주가 왜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김영주의 안목이 한심스러울 정도에요. 박정도는 김영주가 과수원이 있는 시골의 대단한 갑부딸쯤으로 여기고 꼬셔서 혼전임신이 되어 결혼을 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결혼날짜를 잡고는 과수원 친정집에 가서 가족들을 보고는 파혼하자는 말까지 했었다는 것을 보면 말이죠.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결혼전날 김선영(하희라)과 모종의 일이 있어 울며겨자 먹기로 결혼했던 것처럼, 박정도는 김영주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영주의 친정이 생각보다 가난하다는 것에 실망했고, 무지랭이 오빠와 바보언니는 김영주를 무시하고 모욕하고 군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죠. 바보언니가 있다는 것을 자신의 집에 알리지 않을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는 막말까지 할 정도였으면, 박정도가 얼마나 김영주의 친정가족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물론 김영주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고는 했지만, 영주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체면을 유지하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커보이더군요. 영주가 바보언니 김선영을 버리고 싶은 치부로 여겼듯이 말이지요.
정신병원에 김선영을 입원시키고, 영주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선영은 가볍게 버릴 수 있는 낡은 브래지어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말이지요. 피붙이,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이기에 말이지요. 병원 벽에 활짝 핀 배꽃을 그려놓은 선영을 보고 영주는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대학에 들어가 서울로 떠나면서 영주가 했던 약속, 선영에게 배꽃피는 날은 영주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병원에 두고 온 날도 차마 데려가 달라는 말도 못하고, "또 보러 올거지, 내동생 김영주"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던 언니, 그렇게 선영은 영주가 오기를 병원에서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영을 집으로 데리고 간 영주, 오빠 대영의 합의금을 마련할 때까지만 함께 있기로 하지요. 하지만 명품백을 가지러 온 시누이를 도둑으로 오인하고, 코뼈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언니의 존재가 시댁에 알려지고야 맙니다. 가난한 친정집이라고 무시당했던 시어머니와 시누이,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가 있었다는 것에 거품을 물고, 기세등등 영주를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니 똥물을 퍼다가 퍼부어주고 싶더군요. 
시어머니(김청)는 임신을 핑계로 아들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고, 누구 씨인지 모르니 닻별이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는 막말까지 하죠. 10년동안 참았던 영주도 눈에 불이 일더군요. 닻별이에게 머리카락 한 올 손대면 평생 며느리로 봐야 할거라며, 병원을 나가려는 영주의 따귀를 때리는 박정도. 자기 엄마를 협박했다고 "니네 집구석핏줄이 그렇게 뻔뻔하다"며, 싸갈통머리 없게 구는 박정도를 보니, 정말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고 싶더랍니다. 
시청자와 마음이 통했는지 귀싸대기 두 대를 시원하게 올려주는 영주였지요. "우리집이 아무리 후져도 우리 엄마 너같은 자식한테 맞고 살라고 낳아준 것 아니거든. 이혼하자, 원하는 대로 해줄게", 결국 영주도 이혼하자며 법원에서 만나자고 병원을 나가버리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차안에서 우는 김영주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되더군요. 박정도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했던 말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요. 세상 사람들이 언니를 바보라고 놀릴 때 아무런 방패막이가 돼주지 못했던 영주, 바보언니를 부끄러워 했던 자기 자신이 미워서 말이지요. 김선영은 김영주 밖에 모르는 바보인데, 정작 영주는 자기밖에 몰랐으니까요. 가족이라는 핏줄들이 거추장스럽고, 부끄러워 늘 도망치고 싶어했던 자기자신을, 박정도를 통해 돌아보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박정도라는 캐릭터가 회가 갈수록 불편해지더군요. 참을 수 없는 캐릭터의 가벼움 같은 것이 느껴져서 말이지요. 김현주는 김영주라는 인물을 정극으로 연기하고 있는데, 상대배우 김태우는 정극과 코믹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정선은 진지함보다는 장난스러운 가벼움이 더 느껴집니다. 깐족거림이 심하다 보니 박정도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지요. 인디언 텐트를 만들고는 닻별인줄 알고 엉덩이 춤을 추는 모습, 내연녀 오채린 앞에서,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 비굴이 너무 가벼워 보여서 캐릭터의 비호감을 떠나, 김영주라는 캐릭터와 조화롭지가 않아요. 남편이라기 보다는 철딱서니없는 남동생같아서, 복잡한 내면을 가진 김영주가 이런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도대체 왜 김영주가 그런 반푼이 팔랑개비같은 남자를 좋아했었는지, 최연소 편집장이라는 김영주의 똑똑함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김태우의 연기가 물론 나쁘지 않습니다. 천하의 왕재수 나쁜남자, 못된남자라는, 욕이라는 욕은 다 들어도 쌀 정도로 나쁜 짓을 하고는 있지만, 박정도라는 인물의 감정증폭이 하도 어수선해서, 싸이코처럼 보인다는 점이 문제지요.
드라마는 캐릭터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김태우의 야비하고 비열함은 심각했다가, 가벼웠다가, 코믹했다가 온도차가 심하게 느껴져서, 김영주에게 이혼해 달라는 것이 장난스러워 보일 정도에요. 계산적이고 치밀하게 오채린(유인영)에게 꼬리를 살랑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부와 성공에 대한 야망도 가벼워 보이고 말이지요. 김태우가 박정도라는 캐릭터를 너무 가볍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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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7:48




8년이 지난 2010년 현재의 시점으로 빠르게 진전한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과 서우의 변신이 놀랍네요.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해 대성참도가의 막걸리의 세계화에 대한 사업계획을 프리젠테이션 하는 은조의 모습, 아름답게 찰랑거리는 긴 머리의 문근영 대신 단발머리의 도회적인 은조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문근영 개인에게는 국민여동생에서 성숙한 여배우로의 시험대에 올랐다고도 보여지는 변신입니다. 효선 역의 서우는 여성미를 강조한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그 대비적인 모습으로도 건너 뛴 8년의 시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회초리를 맞고 끝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독한 은조가 술항아리 창고에서 들은 술 익는 뽀글소리는 은조의 오늘을 만들어 주었어요. 술 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항아리가 있다는 말로 대성과 은조의 화해, 혹은 거리감을 좁히는 것으로 은조는 구대성의 딸이 된 듯합니다. 밤중에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는 구대성에게 은조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아버지의 손길을 느낍니다. 잘못했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은조는 새아버지에게 은조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열지요. "술항아리 하나에서 술 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며 하나는 망쳤다고 말해주는 은조였지요. 이 말은 은조와 새아버지 구대성의 거리를 좁힌 계기가 되기도 했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가업을 이어가는 구대성의 후계자라는 구도까지 함축적으로 보여준 말이기도 합니다.
예고편에 구대성이나 송강숙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 특히 구대성이 살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대부분의 동화에서 나쁜 계모가 들어온 이후 부자 영감이 졸지에 급사해버리는 일들이 많아서 괜히 걱정이 돼서 말이지요. 은조와 효선의 바람직한 성장에 아버지 구대성의 존재감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성도가에서 그나마 올곧은 사람은 구대성 한 사람밖에 없는 듯 보여서 말이에요.
은조야, 은조야…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신데렐라 4회에서 말없이 군대를 가버린 기훈의 뒤를 쫓아 가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은조야"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함께 울고 말았어요. 기훈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은조는 버스터미널을 찾아 헤매는데, 이렇게 엇갈린 두 사람은 그로부터 긴 시간을 만나지 못하게 되나 봅니다.
기차를 타기 전 뒤를 돌아보며 은조에게 말하는 기훈의 방백은 기훈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날 잡아 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 우는 바보 홍기훈같은 은조야, 네가 잡아주면 여기서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하지만 은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기훈은 전혀 다른 인생을 향해 발을 올리고 맙니다. 기훈이 전혀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암시는 새어머니의 재산상속 포기 각서의 협박을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걸었던 한통의 전화에서 암시되었지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느냐?"는 말은 홍주가의 더러운 집안싸움에 기훈이 발을 담구겠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다음회 기훈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여전히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일지, 비열하고 냉혹한 차기 기업가가 되어있을지 말이에요.
기훈을 만나지 못한 은조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나와 앉아 바라보던 강가로 와서 무너지며 울고 맙니다. 그곳은 은조가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어할 때, 기훈이 와서 자신을 잡아주던 자리였어요. 구질구질한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무릎에 생채기가 나면서도 도망치고 싶었던 그 곳, 찢어진 무릎을 보며 놀라 병원에 데리고 가 주고, 걱정해 주던 기훈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은조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에 마음 속에서 그 사람으로 대치했던 이름, "은조야"만 되풀이 하면서요.
가녀린 새 한마리처럼 자신의 이름만 부르며 우는 은조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근영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은조의 닫힌 마음을 비집고 들어 온 기훈을 보내는 아픔이 절절하게 나왔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 듯이,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 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한 구절 시처럼 슬펐던 은조의 눈물이고, 아픔이어서 함께 울어 버렸습니다. 은조는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준 기훈의 만년필을 받아들고도, "은조야"라고 하얀 백지위에 써둘 뿐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은조야"는 은조의 닫힌 마음을 누군가 처음으로 열었던 소리였고, 새로 시작된 은조의 사랑이었어요. 한번도 기훈의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던 은조에게 기훈의 이름은 '은조야'입니다.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 그래서 은조는 기훈을 '은조야' 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속으로 수십번 수백번을 되뇌이며 시작한 사랑은 한마디 말없이 떠나 버렸고, 그렇게 8년이 지난 시간에 이르러 다시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기훈이 은조에게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집이라고 말했던 <시들지 않는 꽃>, 유명한 요절화가 손상기 화가의 작품은 은조와 기훈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배치시킨 드라마적 장치입니다. 작가에게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대목이기도 했어요. 은조와 홍주가 재벌의 숨겨진 아들 기훈은 故 손상기 화가처럼 상처라는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에요. 순간 왜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에 고 손상기 화가의 시화집 <시들지 않는 꽃>을 소재로 썼나 이해가 되었어요. 손상기 화가는 대부분이 알고 계시다시피 곱추화가에요. 신체적 결함을 딛고 화폭에 그려 낸 천재적인 화가의 세상에 대한 시각은 생전에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하고, 사후에 주목받은 요절화가입니다. 곱추라는 신체적 장애를 통해 본 세상과 상처를 가진 은조와 기훈의 시선을 예술적으로 연결시킨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선이가 기훈이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작품은 <영원한 퇴원>이라는 작품이고, 은조가 처음에 봤던 작품은 <따스한 빛>이라는 작품이에요. 두 작품 앞에 서있는 효선과 은조의 대비적인 모습이 8년후의 캐릭터에 대한 함축적인 상징을 의도한 것이라면, 효선은 노인이 죽고 없어진 빈침대에 덩그라니 놓인 지팡이처럼 쓸쓸하고 황량해져 가는 캐릭터를, 은조가 보고 있던 따스한 빛은 가난한 동네의 담벼락에 환하게 들어 오는 햇살같은, 즉 상처받아 세상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던 은조에게 따스함 혹은 사랑이 깃든다는 것을 상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8년의 시간, 은조와 효선의 생활은 표면적인 평화를 가장한 동거였으리라는 복선은 효선의 말에 함축되어 있었지요. 효선은 끝내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은 은조에게 제의를 했지요. "사이 좋은 척해. 엄마 아빠 앞에서." 이렇게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더 이상 물고 할퀴고 싸우지 않으면서도, 마음으로는 화해하지 못한 위선적인 의붓자매를 선택해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효선이가 은조를 향해 내민 손을 은조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종아리에 붉은 선혈자국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본 효선이 스타킹을 주었지만, 은조는 그것마저 던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효선도 마음을 닫아걸어 버렸어요. 기훈이 은조에게 만년필을 주는 것을 보고, 효선은 자기 것이었던 기훈을 은조에게 절대 주지 않겠다고 다짐해 버립니다. 기훈이 군대에 가면서 은조에게 전해 달라고 했던 편지를 효선은 전해주지 않았어요. 효선이 뜯어 봐버렸지요. 이 대목은 효선이 더 이상 은조의 터진 입을 보고 걱정해 주는 과거의 착한 효선도 아니고, 스타킹을 주었던 은조에 대한 한가닥 애정도 끊어 버리겠다는 의미와도 같아요.
은조야, 도망가지마, 데리러 올게
기훈이 떠났다는 말에 은조가 효선을 따라와 어디 갔느냐고 물었을 때 효선의 대답은 두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뒤따라 온 것을 본 효선이 "언니... 사랑해... 기훈 오빠 군대 갔어" 라고 한 말은 효선의 마음에 대한 이중적인 복선이었어요. 하나는 아버지에게 '은조 언니 사랑해' 라고 들리게 해 아버지를 걱정하지 않게 하려는 말이었고, 은조에게는 "나 기훈 오빠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효선이는 고사를 지내는 중 은조와 기훈이 야릇하게 주고 받는 눈빛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음을 눈치챘지요. 이에 대해 효선은 은조에게 자기가 기훈오빠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효선이 은조와 기훈 사이에 방해 공작을 했던 것은 편지를 감춘 것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겁니다. 제가 하도 궁금해서 스페인어로 쓰인 기훈의 편지를 번역해 봤어요. 효선이 손으로 편지를 상당부분 가려서 다 해독하기는 불가능했지만, 잠깐 비춰진 내용만 번역해 봤습니다. 스페인어를 잘 하시는 분들은 금방 아셨겠지만, 저는 번역기를 사용해서 해독해 봤는데요,
 
me voy porque creo que no podré irme viendo tu cara tan seria
얼굴 보면 떠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간다.
ahora me voy solo luego te llevaré a Ushivara, a la luna y a las estrellas
지금은 혼자 가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너를 우시바라로, 달로, 별로 데려가줄게
no huyas, no te _____ a ningún lado y espérame en casa.
도망가지마, .....집에서 날 기다려줘.
eres tan tan _____ como ______________ te hayas herido las _____....... que no vaya,
너는 정말 정말........... 상처를 입혔잖아.....
antes de ____..... que no me vaya _____
전에........ 도망가지마(???)

특히 뒷부분에 중요한 내용이 써져 있을 것같았는데, 효선이 손에 가려져서 도저히 읽어보기는 힘들겠더라고요. 영어로 번역한 후 한국말로 옮겨보니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이 이 정도로 깊을 줄은 상상을 못했네요.
기훈의 편지에 살을 붙이자면,
"은조야, 너의 심란해 하는 얼굴을 보면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널 보지 못하고 떠난다. 지금은 은조 너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만, 나중에 돌아오면 네가 가고 싶다면 우시바라로든 달나라든 별나라든 어디로든지 널 데려가줄게. 그러니 은조야, 절대 도망가지 말고 이 집에서 날 기다려줘. 내가 돌아오기 전가지는 절대로 도망가지마.
내가 그랬지. 맞지 말라고, 맞기 전에 도망가라고. 그런데 그러지마. 너 도망선수인 것 알지만, 내가 가기 전까지는 도망가지마. 그러니 아프더라도 참아. 상처받지마, 네 자신에게 상처내가며 살고 있다는 것 알고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그게 힘들어서 도망가고 숨는 것이 날 덜 힘들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더라. 그래서 나도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고 해. 싸워보려고. 날 상처입히고 싶은 사람들과 싸워보려고..."

이런 마음을 적고 기훈은 기차를 타려는 순간 은조가 잡아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훈이가 떠나는 것은 기훈을 몰아 세웠던 사람들에게서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뜻일테고, 그곳은 진흙탕일 것임을 알기에 기훈은 은조가 자신을 붙들어주기 바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두가지였어요. 천년만년 나오는 만년필과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소재는 기훈의 은조에 대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복선인 게지요. 과연 상처투성이 은조와 기훈의 운명같은 만남에 신데렐라 효선이 어떤 훼방을 놓을지, 뒤틀린 동화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새로운 신데렐라에 대한 관전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아마 효선이는 스페인어를 번역해서 이 편지 내용을 다 알았을 거예요. 효선이 손에 가려진 부분은 기훈이 돌아왔을 때 은조를 찾아 오겠다, 혹은 어디서 보자는 약속이 쓰여있었을 것도 같았는데 효선이 중간에서 기훈이의 모든 연락을 차단해 버리지 않았을까 추측도 됩니다. 군대에서 은조에게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었을텐데 기훈의 소식을 은조도 처음 듣는 듯한 것을 보면 말이지요. 효선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중간에서 가로채 달라고 애교(?)를 부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효선이 동수를 팔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은조랑 동수랑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을 거고요. 건너 뛴 8년간의 효선이는 분명 은조가 대성도가에 들어오기 전의 효선이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을 벗은 은조와 효선이, 그리고 먹보 뚱보 정우가 옥택연으로 변해서 나온 장면도 예고편에 얼핏 보였는데요,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선과 악을 떠나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예기지 못한 낯선 충격으로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였던 효선이와 계모가 데리고 들어 온 의붓언니 은조,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왕자님, 8년간의 시간동안 이들은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요? 그 변화된 모습이 새롭게 펼쳐질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더욱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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