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라'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2.03.02 '해를 품은 달' 간담 서늘케 한 여진구 vs 폭풍눈물 김수현 (23)
  2. 2012.02.24 '해를 품은 달' 김수현, 8년의 공백 메꿔버린 1분 오열 (36)
  3. 2012.02.19 '해를 품은 달' 윤보경 vs 양명군, 누가 더 불쌍한가요? (11)
  4. 2012.02.14 '해를 품은 달' 주인공 이름에 숨겨진 운명,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 (20)
  5. 2012.02.11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이 잃어버린 두 가지, 행방은? (28)
2012.03.02 12:09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은 대사뿐만이 아니라 눈물에도 녹아있는 법,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한가인때문인지, 김수현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 좋은 현상이 아님에도 쌍수들어 환영하고 싶게 만드네요.
18회는 지난 회에 비해 스토리의 전개도 빨랐고, 특히 한가인의 대사와 분량이 적으니 반대급부적으로 몰입도와 재미까지 확 높아지더군요. 오해는 없기 바랍니다. 한가인의 연기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것뿐이니까요. 좋은 작품을 아쉽게 만드는 점에서는 솔직히 화가 나기는 합니다;;

세자빈의 죽음에 관한 모든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민화공주가 흑주술의 제물로 바쳐졌으며, 대왕대비 윤씨를 위시로 한 윤대형 외척일파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살해사건이었음을 알게 된 훤, 훤의 눈물을 그치게 한 이는 누구도 아닌 훤 자신이었습니다. 어린 세자시절 아바마마와 할마마마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란 만물을, 모든 사람들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라고, 그런 조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어린 세자시절의 자신이었지요.
세자 훤 여진구와 성조대왕 안내상의 등장이 반가웠습니다. 여진구가 미래의 자신을 꾸짖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송중기의 씬이 생각나더군요. 요즘은 사극도 따라하기가 대세인가 봅니다.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그 때의 그 다짐을 잊은 것이냐! 바를 정(正), 둘 치(置). 그것이 너의 정치라는 것을 잊은 것이냐! 만물이, 또한 사람이 제 자리에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 자격없는 자가 차지한 자리를 자격있는 자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장차 군주로서 네가 가야 할 길이라 했던 것을 그새 잊은 것이냐!", 성인 훤 김수현을 서늘하게 쏘아보고는 툭치고 가는 여진구의 눈빛연기, 불꽃파 작렬이었습니다. 여진구, 훗날의 성장이 무서운 배우입니다.

대왕대비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었던 외유내강의 성조대왕, 어머니와 딸을 자신의 손으로 쳐낼 수 없었기에 세자빈 죽음을 덮어야 했고, 그것으로 허염과 허영재를 지키고자 했던 진심을 알 수도 있었지요. 성조대왕의 방백이 가슴 아프더군요. 차마 세자 훤에게는 말하지 못한, 아비로서, 왕으로서의, 아들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엿보게도 했지요. "충신을 잃은 대신 그의 안위를 얻었다. 양명을 잃은 대신... 너를 지켰다. 세자빈을 잃은 대신 너의 누이 민화를 지켰다".  

죄도 용서할 수 있게 만든 민화공주의 눈물, 그리고 사랑
세자빈을 죽인 흑주술에 민화공주가 참여한 것을 알게 된 훤, 민화공주를 향해 분노합니다. "네가 한 짓이 무슨 짓인지 아느냐", 어찌 눈물이 흐르지 않겠어요. 세자빈의 죽음에 할마마마와 동생 민화공주가 연루되었기에 혈육을 단죄하는 칼을 잡은 손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성조대왕이 덮어버린 이유가 혈육을 쳐낼 수 없기에, 그런 패륜을 저지를 수 없었기 때문임을 뒤늦게서야 알고 오열하는 훤. 김수현의 눈물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시청자를 울리더군요.
눈물을 흘리는 모습만으로도 그 짠함을 전하는 김수현, 대개가 여주인공이 시청자의 눈물을 끌어내는데, 해를 품은 달은 남자주인공이 시청자의 눈물을 전담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입니다. 과거 눈물연기의 대가였다는 한가인, 이젠 눈물연기마저 밀리나 봅니다. 사실 왕이 그렇게 목놓아 울고짜고 하는 것이 좋은 모습은 아니지요. 남자가 눈물이 헤픈 것이 흠으로 보는 일이 많은데, 더구나 조선시대에 그것도 왕이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 발연기로 뭇매를 맞았던 민화공주마저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드라마와 함께 연기력이 성장했음을 느끼게 한 오열장면, 민화공주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엿보여서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비록 대왕대비 윤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흑주술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연우를 진짜 죽일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지요. 모든 죄악이 밝혀졌음에도 서방님 허염에게만은 알리지 말아달라며, 염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민화공주, 사랑이 가장 큰 죄더군요.
 순간 민화공주를 다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더랍니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아니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자기 사랑만 지키면 다른 사람이 죽든 말든 불행해져도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사랑이기는 하지만, 허구헌날 '나는 안되겠느냐'고 사랑을 구걸하는 양명군의 집착사랑은 명함도 못내밀, 등장인물들 중 사랑 쟁취배틀을 벌인다면 1등을 차지할 인물입니다. 

염이 누이를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 우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며 우는 민화공주,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을 지켜주는 것, 소중한 사람일 수록 그 사람의 소중한 것들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싶네요. 회임까지 했으니 곧 어머니가 될 민화공주, 어떤 벌이 내려질 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사약을 내릴 훤은 아닐터이고, 철든 민화공주로 개과천선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수현의 폭풍눈물, "과인은 가엽지 않소?"
그러나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에도 결국 칼을 거두지 않은 훤이었죠. 민화공주의 회임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훤, 마음 같아서는 그자리에서 공주직을 박탈하고 쫓아 내버리고 싶었을 훤이지만, 아이를 가졌다는 말에 이도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훤이었지요.
훤과 민화공주의 대화를 병풍 뒤에서 들으면서 역시 눈물 흘리는 연우, 나오지 말라는데도 기어이 훤 앞에 마주하고 앉지요. 너무 미안했던 훤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생 민화공주와 할마마마가 연우를 죽였다니, 더구나 아바마마는 알고도 덮으라고 했다니, 연우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밉고,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공주와 할마마마가 미운 훤입니다.
"전하께서 상심하시고 저를 아니 보실까봐 두려웠사옵니다. 그만 덮으시옵소서. 오라버니가 이 일을 알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오라버니와 그 고통을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염만 걱정하는 연우의 말에 상처받은(?) 훤이 묻지요. "네 오라비만 가엽고 나는 가엽지 않느냐. 그대가 중전이 안되면 다른 여인을 안아야 하는데, 그런 나는 가엽지 않느냐? 그런 그대 자신은 가엽지 않은 것이오?".
연우의 죽음을 덮어버리면 연우는 평생 병풍 뒤의 여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연우마저 덮으라고 하니 훤의 가슴이 갈래갈래 만갈래로 찢어지지요. 연우를 산사 람으로 만들자니 할마마마와 민화공주, 염에게 까지 화가 미칠 것이고, 죽은 사람으로 병풍 뒤에서 평생을 그림자처럼 숨어지내게 할 수 없고, 미치겠는 훤입니다. 8년의 고통도 미안해 죽겠는데, 더 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연우, "전하의 곁이니, 태양의 곁에 있으니 다른 빛은 필요없다"고 했던 연우의 말뜻을 이제야 알게 된 훤이었지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두 사람, 아니 한사람이더군요. 김수현의 눈에선 눈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데, 감정몰입을 확 깨게 하는 소리가 들려서 놀랐네요. 눈물마른 한가인의 그 요상스런 으흐흐흐 흐느낌은 뭐래요.
앞에서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눈물이 흐를 것 같던데, 참 용케도 눈물을 참고(?) 있는 한가인이 놀라웠지만(일부러 울음을 참으려고 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렵니다), 울음소리는 완전 곡소리더구만요. 싱크로율 전혀 맞지 않은 음향효과(?)에 보다가 민망해서 웃어버렸네요. 김수현의 눈물보고 울다가, 한가인의 으으흑 요상한 울음소리에 깜놀하고, 오디오 감독님의 효과음 배려였는지, 실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배려는 사양하고 싶어요ㅜㅜ
시작되는 피의 단죄, 쓰러지는 늙은 호랑이 대왕대비
눈물은 이제 그만, 훤 눈물 뚝!!! 하고 달려간 곳이 대왕대비 처소였지요. 훤의 칼은 단순히 연우를 중전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외척세력을 축출하겠다는 개혁군주로서의 단호한 결심이기도 합니다. 훤의 첫 칼을 맞은 첫 상대는 대왕대비, 할마마마되겠습니다.
"정치는 이제 손에서 놓으시고 온양행궁으로 가서 편히 쉬십시오. 할마마마라 많이 봐드린 겁니다". 안가겠다고 버팅기는 대왕대비에게 훤이 친절하게 두 가지 선택사항을 알려주지요. "온양행궁으로 가고 싶지 않거든 추국장에 나와 조사를 받으세요. 죄명은 8년전 세자빈을 무로고 살해한 죄!".
증좌를 내놓으라는 대왕대비에게 훤 살벌하게 내뱉지요. "소손을 아바마마와 혼동하지 마십시요. 소손은 죄를 단죄함에 있어 혈육이라고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만 방 빼!!!".

쌩하니 대왕대비 처소를 나와버리는 훤, 훤의 등뒤에서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대왕대비의 마지막 발악이 들려옵니다. "누구때문에 주상이 옥좌에 앉아있는 것인지 아시오, 내 손에 피묻혀서 지킨 자리오. 그런데 자리를 내려 놓으라니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켁", 급기야 뒷목잡고 쓰러져 버린 대왕대비, 그러나 단호하게 대왕대비의 처소를 떠나 버리는 훤. 할 말 마치면 뒤도 안돌아 보고 쌩까기는 예나 지금이나 훤의 특기입니다. 잘했어! 궁디톡톡..
온양행궁으로 대왕대비를 내친 것에 놀란 윤대형 일파, 올 것이 왔음을 감지합니다. 피의 숙청이 시작되었음을 말이지요.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며, 역모를 꾀하는 윤대형, 양명군을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종묘제례의 제주자리와 허연우를 원한다는 말로 윤대형과 손을 잡은 양명군, 양명군의 반역 예상스토리는 내일 따로 올리겠습니다.
빵터진 악동상선과 김수현의 깜찍한 발연기
훤이 대왕대비를 친 것은 연우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이른바 정치(正置)를 위한 개혁의 신호탄입니다. 단지 연우에게 중전자리를 돌려주고, 꽁냥꽁냥 재미나게 청춘의 뜨거운 밤을 불사르고(부끄럽사와요^^) 싶어서만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연우와의 첫합방이 있기는 했지요. 팔팔 끓는 청춘을 어찌 참고 잤는지, 손만 꼭 잡고 자기는 했지만 깨알 웃음 가득했던 첫합방씬이었지요. 특히 우리의 귀요미 악동 상선영감때문에 미치게 웃었답니다. 훤과 연우 사이에 안대를 하고 앉아있던 상선, "전하의 어심은 믿지만, 오~랜 세월 옥체에 깊~~~숙이 숨겨진 사내의 본능은 믿지 못하겠사옵니다"ㅎㅎㅎㅎ
상선영감 못지않게 웃겨 준 김수현의 발연기에 또 한 번 빵 터졌네요. 떡하니 연우와의 사이에 형선이 앉아있으니 어찌 잠을 잘 수 있겠느냐고, 신경질 파바박 내며 이불을 차는 모습, 정말 귀여운 김수현의 발연기였답니다. 
훤이 홍규태에게 내린 밀지, 무슨 내용이?
아무튼 상선 형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청춘의 뜨거운 피를 바칠(ㅎㅎ) 합방을 하기 위해서는 연우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겠지요. 영리한 훤, 단순히 8년전 허연우 시살사건과 관련된 음모자들을 줄줄이 잡아 족치는 무모한 일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할마마마는 경로우대 차원에서, 그리고 최대한 베풀 수 있는 효심으로 온양행궁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문제는 진짜 호랑이 윤대형을 잡는 것입니다.
윤대형을 잡을 계책이 홍규태에게 건넨 밀지와 관련되어 있음이 암시되기도 했지만, 그 덫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요. 병풍 뒤 연우에게 "조만간 과인을 비방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하겠지. 허나 설마 과인이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요? 두고 보시오. 이제 곧 백성들 사이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퍼져 나갈 것이니..."라고, 훤도 무엇인가 계책을 세우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보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훤이 병력을 모으는 것 같다는 짐작을 하게는 하지요. 그런데 이 말이 신경이 쓰이더군요. 백성들 사이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퍼져나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중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왕이 무녀와 놀아나고 있다'는 것말고는 딱히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윤대형 측이 퍼뜨릴 소문일지, 훤이 스스로 밝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왕과 무녀의 스캔들이 백성들에게 퍼진다면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질테지요. '임금이 제정신인가에서 부터 요녀가 왕을 홀렸다, 나라가 망할 징조다, 그 무녀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래' 등등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겠죠. 이런 혼란은 반역을 꾀하는 무리에게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훤이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한 인물은 아니지요. 훤이 이 소문과 역모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죠. 윤대형과 대왕대비만 잡는다고 어그러진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는 없는 일, 외척들 모두를 일망타진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홍규태에게 밀지를 건네면서 사람들을 만나라는 명도 함께 내린 것을 보면, 훤 역시 사람들을 규합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고 말이지요.
훤은 연우를 교태전 주인자리에 돌려놓는 일과 외척에 의해 농단되고 있는 정치 바로잡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화공주를 단죄해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릴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말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역을 꾀하는 무리를 대역죄로 일망타진할 좋은 명분을 얻음과 동시에, 스캔들의 주인공 무녀가 죽은 줄 알았던 세자빈 허연우였음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 훤이 내린 밀지의 목적이 아닐까 싶네요. 백성들은 왕을 홀린 요괴무녀가 사실은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허연우였다는 사실에 옷고름으로 눈물 찍기에 바쁠 것이고, 연우는 백성들의 동정과 연민,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교태전의 주인자리에 당당하게 복귀하게 될테고 말입니다. 연우의 제자리 잡기 못지않게 중요한 정치개혁을 위한 싹쓸이 계획으로, 훤의 조선도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지요.
숨어버린 달, 먹구름에 뒤덮인 조선의 하늘, 그러고 보니 8년전 연우를 죽이려 한 것은 대왕대비와 윤대형 외척일파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일이었군요. 만일 연우가 무탈하게 세자빈의 자리에 오르고 중전자리에 올랐다면, 과연 외척세력을 한방에 쓸어버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의 순리는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훤은 비로소 그저 떠있는 태양이 아니라, 만물과 백성에게 빛을 주는 태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간담 서늘케 한 여진구의 눈빛연기-폭풍눈물 김수현
이번 18회의 백미는 김수현과 여진구, 두 연기자의 불꽃연기였습니다. 굳이 연기대결이라 칭하고 싶지않은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지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한 김수현, 여진구의 호통으로 흔들리는 중심을 잡는 드라마적인 장치였지만, 여진구의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눈빛에 간담이 서늘해 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린 나이에 저토록 강렬한 눈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호통을 치는 듯한 서늘함, 똑바로 하라고 다그치는 듯한 강렬한 눈빛, 그렇다고 흔들리는 자신을 향해 경멸하는 조소는 없었죠.
그 복잡한 심경을 어린 나이에 표현한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서늘하게 쏘아본다는 것, 사실 쉬울 듯하면서도 어려운 눈빛연기입니다. 단순히 쨰려보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닌 감정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말이지요. 여진구의 눈빛연기에는 그 감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연기자입니다. 진구야, 격하게 아낀다잉~.

김수현은 지난 16회에 이어 또다시 오열눈물 연기를 보여줬는데요, 왕이 눈물이 이리 헤퍼서 어떡하나 걱정이 들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았지요. 그런데 지난 회의 오열눈물과는 또 다른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김수현의 캐릭터 분석력에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지난회 월의 정체를 알고서는 자책감의 눈물을 흘렸다면, 이번 18회의 오열은 망연자실 허망한 눈물이었습니다. 뭐랄까 온몸의 기가 다 빠져버린 듯한 그런 표정으로 우는데, 두번의 감정 변화를 보이면서 울었지요. 민화공주가 주술에 참가했다는 것에 분노했다가, 회임했다는 사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해 버린 듯한 감정으로 울더군요. 눈물에도 색깔을 실을 줄 아는 배우 김수현, 지겨울 수도 있을 눈물씬을 매회 다른 감정으로 살리는 감정전달력, 김수현의 발견은 해품달의 가장 큰 행운입니다.
*글 너무 길어서 죄송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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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3
2012.02.24 08:22




드라마를 보면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일찍이 아역 전문배우(?)로 크게 될 싹이 보였던 김수현, 처음하는 성인연기였음에도 감정표현은 물론 그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배우입니다. 해를 품은 달은 어느 드라마와는 다르게 아역들과의 교감을 이어주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입니다.
8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그 감정선들과 연결을 해야 하기에, 아역들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어서도, 그렇다고 아역들에서 성장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배우들에게는 이중적인 부담일 수밖에 없겠지요. 명품아역들의 뒤를 이어 그 감정선과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어주면서도,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캐릭터가 훤, 중전 윤보경, 그리고 민화공주입니다.

운명을 바꿔버린 민화공주, 운명이 바꿔놓은 중전 윤보경
민화공주의 경우는 분량이 적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겠지만, 연우의 죽음에 관여한 죄책감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기에 마냥 밝을 수만은 없음에도, 늘 해맑은 모습이 철없는 공주로 비춰졌지요. 그런데 허영재의 무덤을 다녀와서, 그가 병사한 것이 아니라 자결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심하게 괴로워합니다. 그녀 앞에 닥쳐올 비극에 불안감과 죄책감을 감추지 못하고 오들오들 떠는 모습으로, 철없는 공주의 모습에서 한발짝 나아간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심을 저잣거리에 내놓지는 않은 듯 싶고 말이죠.
중전 윤보경 역시 불안과 공포에 반 미쳐가는 모습으로 캐릭터의 변화가 감지되었는데요, 중전 윤보경의 처리문제가 작가로서는 심히 고민스러웠을 터, 그 아비 윤대형이 세자빈의 죽음과 연루되었다고는 하나, 중전 윤보경에게 네 아비의 죄를 물어 사약을 내리겠다고 할 수도, 그렇다고 야박하게 머리를 깎아 절로 보내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고육지책으로 중전의 정신이상 상태를 통해 그녀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건널 수 없는 강을 앞에 둔 훤과 양명,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월을 사이에 두고 두 형제의 팽팽한 긴장감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 느낌입니다. 종친의 자리를 내려놓고서라도 무녀 월을 택할 각오가 돼 있다는 양명군, "전하의 자리를 내려놓을 실 수 있겠느냐"고 정면공격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자신이 월의 곁을 떠난다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겠느냐며, 아무 죄도 없는 월을 죄인으로 만들고 상처를 준 것외에 뭘 할 수 있느냐고, 눈에 핏발을 세우는 양명군이었지요. 양명군 내친김에 직격탄을 날려 버리지요.
"연우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까? 저는 그리할 수 있습니다. 허나 전하는 절대 그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8년전의 일인데 짜식 거참 뒤끝 꽤나 상당히 길구만... 여하튼 연우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스스로 말을 했으니, 게임 끝입니다. 서책을 좋아하는 연우, 결정적으로 스승님의 집에 함께 가자는 말에 당황해 하는 연우를 보며, 월이 연우라는 것을 양명군도 알아버렸으니, 더 이상 연우에 대한 연심을 고집할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요즘 양명이 하도 요상스럽게 변해가고 있어서 애정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2인자로서의 내면적 고뇌보다는, 여자때문에 소인배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말이죠. 여배우가 대신 욕을 먹고 있어서 정일우가 십자포화를 받지 않는 편이지만, 정일우의 발음교정 노력은 절실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죄인인지 재인인지, 주상인지 즈상인지, 대사가 조금만 길어지면 군데군데 뭉개지는 발음을 추워서 입이 언 때문이라고는 절대 말해주지 못하겠음;;
아무튼 훤에게 뭘 할 수 있느냐고 훤의 자책감에 불을 지피는 양명군, 다음날은 궁에 입궐해서 활인서의 구호물품을 호판같은 쥐새끼들이 빼먹었다고 쌍심지를 켜고 가기도 했지요. 월때문에 자꾸 양명군과 틀어지고 있는 훤, "왕이면 왕답게 정치를 똑바로 하란 말이야!"라는 비아냥으로 들었으니, 두 형제 어쩌다가 그 차돌같은 형제애가 깨지고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그런데 실은 훤은 양명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호판앞에서 위엄을 내세운 것이었지요. 양명군을 보호하려는 훤의 가상한 노력을 몰라주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더랍니다. 종친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선수를 쳐서 호통을 쳐버리는 훤, 어떻게든 눈엣가시인 양명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윤대형 일파에게서 그토록 양명형님을 지켜주고자 한 것이었지요.
양명은 연우에 대한 질투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훤에게 왕좌는 그렇게 지켜줘야 할 사람이 많은 고단스러운 자리랍니다. 형만한 아우 없다지만, 왕의 재목감에서는 2%부족한 양명군이 맞나 봅니다. 훤에게 눈 부라리는 양명의 모습을 호판이 보았으니, 윤대형이 양명을 먹잇감으로 이용할 것이 눈에 훤히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미쳐가는 중전, 그녀의 공포와 불안은 최후를 위한 준비일까?
한편 연우를 만난 중전은 정신이상증세가 심각해져 가고 있는데요, 이거 굿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연우를 만나더니 진짜로 귀신이 들렸나 봅니다. 오들오들 떠는 중전, 급기야 발작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하지요. 간밤에 연우의 협박 아닌 협박에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이더군요. 허연우가 전하더라는 말을 중전에게 미치라고 작정하고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연우와 똑닮은 무녀가 사근사근 웃다가는 표정 싹 바꾸고, "중전마마를 만나거든 그만 두려움을 떨쳐내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는데, 저도 귀신을 보는 듯했으니 중전은 얼마나 놀랐겠느냐고요.
중전 윤보경 역의 김민서, 정신줄 놓은 광기어린 연기를 실감나게 잘하더군요. 이번회 훤의 오열장면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 모습이, 거의 미친 사람 수준이었답니다. 그냥 미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공포와 불안까지 표현했기에 더 실감나는 장면이었고 말이죠. 훤에 대한 연심이 가여워서 동정지수 팍팍 상승중이었는데, 이런 히스테릭 발작증세가 지속되면, 처지는 딱하나 국모의 자리에 앉혀둘 수만은 없겠습니다. 지못미 중전ㅠㅠ

자신을 밝힐 수없는 연우, 눈물이 되어 흐르는 훤에 대한 사랑
중전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은월각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연우, 모든 게 기억납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무섭거나 슬프지는 않느냐며 손수건 편지를 전해 주었던 세자저하, 인형극으로 세자빈 교육의 힘듦도 잊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저하, 은월각에 자신과의 추억을 새겨두고 홀로 우는 전하, 전하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 가슴이 미어지는 연우입니다. 전하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진즉 알아봤더라면, 용안이라도 더 봐둘 걸, 몰라봐서 아니 기억을 못해서 죄송할 뿐인 연우입니다. 혹이라도 전하가 와있을까 뛰어나가 보는 연우였지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전하가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제가 연우라고 수천번을 말해보지만,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연우입니다. 자신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말이지요. 전하 손으로 자신의 혈육을 쳐내게 할 수도, 또한 염 오라버니를 죄인으로 만들 수도 없기에, '제가 연우입니다'고 튀어나오는 말을,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며 막는 연우입니다.
"주상전하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 죄를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사옵니까?", 훤에게 전하지 못하는 말이 눈물이 되어 흐를 뿐입니다. "가거라, 가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보면 괴롭고 안보면 그립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월에 대한 마음을 끊어내는 훤이었지요. 성큼성큼 가버리는 훤의 뒷모습에 눈물짓는 연우, 자기가 연우라고 달려가 보지만, 달려간 것은 전하를 향한 마음뿐, 쓸쓸한 달빛만이 연우를 보듬어 줍니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한가인의 방백, "그리되면 전하를 다시는 뵈올 수 없게 되질 않겠사옵니까", "주상전하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 죄를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사옵니까"는 사실 가장 중요한 연우의 감정선이었는데, 대사에 감정실음 하나 없이, 한치의 호흡 끊김도 없이 줄줄 읊어버린 한가인, 이런 뒷골땡기는 허망한 감정선이라니;;. 저도 솔직히 이런 지적하는 것 좋아하지 않고, 한가인에 대한 개인적 악감정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너무 합니다ㅠㅠ

8년의 공백 메꿔버린 김수현의 1분오열, 가슴울린 절규 "연우야"
셜록훤즈, 드디어 월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도무녀 장씨를 불러 8년전의 일을 추궁하는 훤, 장녹영의 말에서 실마리를 잡았지요. "주술로 사람을 죽일 수는 있으나, 그리하면 주술을 행한 자도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소인이 흑주술로 누군가를 죽였다면, 저 또한 이미 죽은 목숨일 것입니다. 소인이 이처럼 살아있다면, 소인의 주술로 죽은 사람 또한 없지 않겠사옵니까?". 알아서 추리를 해보시와요. 장녹영의 말은 연우가 살아있다는 힌트였지요. 장녹영이 살아있다는 것은 연우 또한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말이죠.
훤의 의구심에 확신을 준 것은 홍규태의 수사보고였지요. 연우의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청지기의 말과 수사현장마다 나타난 설이 무녀 월의 무노비였다는 말에 월이 연우임을 확신하는 훤, "월이 허연우가 맞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떨구는 장녹영. 대답보다 강한 긍정의 말이었습니다.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옵니다. 숨조차 쉴 수 없이 아려옵니다. 설마... 설마,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혹여... 혹여, 맞기를 바랐습니다. 연우를 알아보지 못했던 미안함에 아니기를 바랐고, 연우가 살아있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랐습니다. 땅인지 하늘인지 눈물이 앞을 가로막아 훤을 서있기 조차 힘들게 합니다. 털썩 쓰러지는 훤, '월 네가 정녕 나의 연우였더란 말이냐.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떠나라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너를 몰아세웠구나. 몰랐다, 몰라봐서 미안하다. 나란 놈은 너의 고통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살아있어 고맙다. 몰랐느니라, 몰랐느니라. 8년동안 내 가슴에 너를 묻고 살았다.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다시는 너의 웃음을 볼 수 없다고, 너의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너를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너를 보내지 못했다. 연우야'
훤의 마지막 오열에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 전달되더군요. 연우에 대한 미안함, 알아보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듯 가슴을 툭툭 치며 우는 훤, 오열의 종류에 따라 오열의 강도까지 조절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수현, 짱!
김수현이 그동안 눈물씬으로 시청자를 울린 일이 한 번이 아닌데도, 이전 연우의 마지막 편지를 보고 흘렸던 눈물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전해 주더군요. 같은 눈물이라도 그 전해지는 감정이 다 다른데, 김수현은 그 감정을 매번 다르게 표현을 합니다.
연우를 그리워할 때는 애틋한 연민으로, 연우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서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그리고 월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죄없이 죽어야 했던 세자빈을 지켜주지 못하고, 살아 온 연우를 알아보지 못한 자책감으로 울었습니다. 이번 오열신은 피를 토하는 듯한 최고조의 감정을 끌어냈는데요, 8년의 응어리를 토하듯 고개를 젖히고 괴성을 지를 때는, 목의 핏줄이 터질까 걱정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오장육부의 슬픔을 다 끌어내어 피를 토하듯 우는 남자 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찌 이 남자와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다 연우를 몰라 본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연우야", 훤이 연우를 부를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역 여진구의 목소리를 더빙했는지 착각했을 정도였어요. 8년전 은월각을 나가는 연우를 부르며 오열했던 세자와 너무도 같아서 말이지요. 연우야 라고 우는 훤의 모습은, 8년 전 연우를 떠나보낸 순간에서 멈춰있던 훤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복받쳐오르게 했습니다. 김수현이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하고, 분석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세자 훤과 왕 훤을 "연우야" 라는 이름에 실린 모든 감정선들을 이어주면서, 연우라는 이름만으로도 울컥하게 했던 감성을 끌어내 준 훤 김수현, 온몸을 던져 오열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눈물흘리는 얼굴마저 사랑스럽더군요. 우는 장면하나로도 8년을 거슬러가 감정선을 통째로 살려낼 줄 아는 배우 김수현, 향후 폭풍성장이 무서운 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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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9 11:18




해룰 품은 달 등장인물들은 불쌍한 사람들 천지입니다.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아있는 왕을 비롯해, 무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 설이까지 불쌍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연우가 가장 큰 원인제공자입니다. 물론 진짜 원인제공자는 하늘의 뜻을 거역한 대왕대비와 윤대형, 그리고 그들의 사주를 받은 장녹영입니다.
장녹영은 성수청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흑주술을 사용했지만, 그 또한 연우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그녀 나름의 변명을 가지고는 있지요. 허나 공범자 중의 한사람임에는 분명하지요.

연우로 인해 아파하는 훤을 비롯 양명군, 오라버니 허염, 자식을 죽여야 했다는 죄책감을 가슴에 묻고 죽은 허영재, 그리고 어머니 신씨까지 그들의 아픔과 상처의 근원에는 연우가 존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해서, 또는 잃어버려서 생긴 '상심(傷心), 해를 품은 달에 흐르는 아련함의 정서가 바로 마음의 상처, '상심(傷心)'입니다.
하지만 연우의 처지 또한, 산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비극을 겪었기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탓할 수만도 없지요. 양가집 규수에서 세자빈으로 간택되기 까지 했던 연우는, 원인모를 병으로 비극적 죽음을 맞아야 했고, 8년간이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천한 무녀가 돼버렸으니, 가장 불쌍한 사람이 연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연우가 가장 행복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조선 최고의 남자 왕을 비롯, 자유로운 영혼 왕친 양명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있으며, 호판까지 한눈에 반해 맛이 가게 만든 인기녀이니 말이죠.

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연우는 어떻게 되든 중전의 자리에 오를 것이고, 기억까지 찾았으니 닥쳐올 시련을 이겨내면 그녀의 앞길은 탄탄대로, 행복이라는 주단이 깔릴 것이기에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만, 훤바라기만 하는 8년 독수공방 중전 윤보경과, '이번에는 빼앗길 수 없어'라며 눈에 쌍심지를 켠 양명은, 그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극 초반에는 2인자라는 이유로 설움을 참아야 했던 양명이 눈에 밟히도록 불쌍했는데, 근래들어 집착 찌질남이 되어 가는 것에 동정심이 사리살짝 없어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가장 연민이 갈 수도 있는 인물인데 캐릭터가 달타령에 집착하다 보니, 돌연변이되고 있는 중;;.
제작진과 작가에게 불만이 생겨가고 있는 캐릭터가 양명군이기도 한데요, 원작과는 많이 달라진 캐릭터가 양명군이라고 하더군요. 드라마에서는 훤과 연우의 밀당에만 올인하다보니, 양명군은 그야말로 연심에 눈물만 짜는 쩌리가 되어 가는 중이죠. 하긴 양명군보다 심하게 구석으로 쳐박혀  날개가 꺾이다 못해, 짤리기 일보직전인 인물이 마성의 선비 허염도 있습니다만...

양명군이 극 초반에는 뭔가 그럴싸한 명분으로 일을 낼 것 같았는데, 그놈의 연심타령만 해대고 있으니 슬슬 그 캐릭터가 질려간다죠. 게다가 양명군 정일우의 대사는 외우고 자시고 할 것도 별로 없지요. 연우에게는 "나를 알아보겠느냐. 나는 안되겠느냐? 왕친이라는 직위도 다 버릴 수 있다, 도망가자"의 도돌이표 대사, 훤에게는 "다 가지신 전하가 아닙니까. 제게는 단 하나인데, 그 단 하나도 안되겠습니까?"의 도돌이표 대사만 주구장창 날리고 있으니 말이죠. 결론은 '월을 양보 안해 주면, 삐뚤어질테닷!' 반역을 꿈꾸는 듯한 서늘한 표정과 눈물 그렁그렁이 다입니다.
가끔 헛헛한 유머를 날리기도 하지만, 자주 들으니 호방함보다는 가벼움이 더 느껴져서, 아무튼 긴대사 소화하기 힘든 연기자들에게, 특히 사극은 연기력의 헛점을 보이기 십상인 치명적 무대입니다. 워낙 여주인공이 그 액받이를 혼자서 온몸으로 받은 덕분에 화제도 되지 못하고 있지만, 잘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못하지도 않는, 그저그런 연기임에도 방패 하나는 잘 만난 셈이죠.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이 주인공들에게만 몰빵이 되면, 좋은 드라마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다행히 해품달을 받쳐주고 있는 김영애, 김응수, 전미선 등 중견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그 갭을 메워주고는 있지만, 젊은 사극에서 젊은이들이 뒷방늙은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염에 대한 설의 짝사랑, 서자 운의 아픔, 염과 민화공주의 사랑 등, 젊은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전혀 엮어지지 못하거나, 몇초짜리 눈도장 정도만 찍히고 있으니 말이죠. 그저 여기도 달, 저기도 달뿐이니, 부제를 달타령이라고 해도 어울릴 듯... 
양명군의 캐릭터가 요상스럽게 월 집착남이 되어가다 보니 관심이 줄어드는 대신, 중전 윤보경이 참 안됐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어서 고민입니다. 훤과 윤보경의 캐미가 연우보다 뭉클하게 다가온다는 이유도 솔직히 부인은 못하겠고 말이죠. 아버지가 연우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것이라 욕심내었던, 궁궐의 안주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 날의 야망이 죄라면 죄겠지만, 비련의 교태전 주인 윤보경에게 하늘이 내리는 벌이 참 가혹합니다.
안아주는 훤에게 "동냥하는 거지도 소첩보다 비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며, 우는 윤보경에게 동정심이 가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었을 듯합니다. 남편사랑 여자하기 나름이라지만, 남편도 남편 나름이어야 말이지요. 한 번도 고운 눈길, 고운 손길을 주지 않는 훤에게, 중전이 무슨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보살같은 마음을 가지겠어요. 훤처럼 냉랭한 남편이라면, 돌부처도 돌아앉게 생겼는데 말입니다.  

비록 훤에게는 정치적 부담세력인 외척의 일원이며, 훤의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윤대형의 여식이라고는 하나, 윤보경은 대왕대비 윤씨처럼 정권을 손에 잡고 흔들어보겠다는 야망과는 거리가 먼 여자였습니다. 세자 훤의 연심을 받은 아이가 허연우였다는 사실에, 어린 나이에도 질투를 하기도 했고, 세자빈 간택에서 미끄러지고 나서는 자존심에 상처도 입기는 했지만, 윤보경의 사랑만은 순수했었지요. 격구를 하는 세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도 세자빈에 욕심을 냈기 때문은 아니었지요. 첫사랑, 윤보경에게도 훤은 첫사랑이었습니다. 비록 외사랑이기는 했지만, 그 첫마음을 8년이나 품어 온 윤보경이 어찌보면 가장 불쌍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아버지에게 세자빈이 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보경에게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윤대형과 대왕대비 윤씨는 윤보경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자빈을 윤보경으로 점지한 상태였죠. 그래서 하늘이 정한 운명을 거스른 댓가로 윤보경이 치르고 있는 독수공방의 형벌이 과연 윤보경의 몫일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애먼 사람잡는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윤보경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자잘한 악행마저 없었다면, 아마 가장 나쁜 놈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한 훤이 되지 않았을까 요런 생각도 든다지요. 궁녀들에게도 보여주는 미소, 남자인 운에게도 햇살같은 환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윤보경에게만은 차가운 냉소뿐이니, 윤보경이 악녀가 되어가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지요.
윤보경이 악녀가 아니라, 훤과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악녀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중전 윤보경 역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인물, 그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더 가엾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연우보다 중전 윤보경이 불쌍해지고 있네요.

**훤과 연우 외 조연들의 슬픔을 정리하면서 써둔 글인데, 다른 인물들의(설, 운, 염) 스토리가 뒷방으로 내쳐지다 보니, 그들의 슬픔 정리는 좀 어렵네요. 나중에 함께 정리하려고 했는데, 신들의 만찬 리뷰글을 올리는 중 컴의 오류로 다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열받아 있다가ㅜㅜ, 써둔 글을 묵혀두기가 아까워 아쉬운대로 두 사람만 정리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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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4 13:07




해를 품은 달 관련기사로 흥미로운 내용을 읽었는데요, 해를 품은 달의 주인공들 이름에 비밀이 있다는군요. 이미 원작을 읽은 분들은 아실 내용이었겠지만, 저는 원작을 접하지 못해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이름에 다 의미가 있었더라고요. 이름에 비밀을(?) 만들어, 드라마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번외 스토리까지 엮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훤이 이름없는 무녀에게 '월'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것을, 일종의 운명론과 같은 설정으로 만든 것으로만 생각하고는 지나쳤는데, 운과 설, 염, 양명이라는 이름도 드라마의 스토리가 함축된 것이었더라고요. 이름자에도 드라마틱한 운명들이 숨겨져 있어서 놀랐네요. 
이름에 숨어있는 비밀을 읽다보니, 더 자세히 스토리 구성을 하고 싶어지더랍니다. 설에 대해서 예상되는 스포일러도 하나 있었지만, 스포당하는 것을 저 역시 좋아하지 않고, 원작과는 다르게 드라마가 진행될 가능성도 크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할게요. 
너무 간략하게 이름 정리만 되어있어서, 지금까지의 드라마 내용을 토대로 나름대로 스토리를 얹어 봅니다. 원작을 읽어보신 분들은 원작과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으니 양해바라고, 다른 의견있으면 내용 스포일러는 빼고 알려주세요^^.

훤(暄)-월(月), 아무도 건들 수 없는 절대성역 "우린 하늘이 정한 운명이야!"
훤이라는 이름은 세자가 연우에게 보낸 서찰에서 한자까지 명시했는데, 따뜻할 훤(暄)자를 사용합니다. 이름에 대한 해석은 은월각 도령으로 알고 있던 연우에게 수수께끼를 통해 풀어주기도 했었죠. '그림을 그리면 둥글고, 글을 쓰면 각이 된다. 토끼는 살고 닭은 죽는다', 나례연에서 처용탈을 벗은 세자가 "나는 이 나라 조선의 왕세자 이훤이다", 성상(성조대왕)께서 태양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이름이라며, 그 휘에 담긴 뜻을 말해주기도 했지요.
훤이 무녀에게 내린 월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었지요. 시청자는 무녀가 누구인를 알고 있었기에, 월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보고는, 두 사람이 반드시 만날 인연이며, 이어져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지요.
무녀에게 월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은, 연우가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연우와 너무도 닮은 무녀를 본 훤은, 인연이 더이상 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의 달 연우를 그리는 마음에 무녀에게 월이라는 이름을 내리고는 사라져 버렸죠. 어차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무녀처럼, 훤의 마음에 연우 아닌 다른 정비는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이죠.
드라마 첫회부터 시청자는 태양 훤과 달 연우가 어떤 운명에 놓이는 지는 아리의 예언을 통해 알고 있었지요. "태양을 가까이하면 멸문지화를 당하나, 태양의 곁을 지켜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 아이". 

연우의 한자는 연기연(煙)과 비우(雨)자를 쓰는데, 드라마에서도 죽음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연우라는 이름과 운명이 같지요. 연우(煙雨)가 이름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에게 지워진 운명의 사슬 하나를 벗은 과정이기도 했죠. 멸문지화의 화를 그녀의 이름자 연우의 소멸과 함께 막은 것이죠. 죽음으로 말이지요.
달은 숨어 버렸고, 그 후로 8년간 조선은 먹구름에 뒤덮였지요. 이는 훤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못하고 종묘사직이 끊어질 판국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8년후 훤이 무녀가 된 연우를 만나 월이라는 이름을 내리면서, 천기의 흐름이 바꼈지요. 숨어버린 달이 나타난 것이죠. 화면이 미어터지게 휘영청 둥근 보름달에 헉! 놀라기는 했습니다. 너무 오래 숨어있던(?) 탓인지, 빛도 제대로 품어내지 못하고 무미건조 생명력없는 달이라, 시청자들에게 실망은 주었지만 말입니다.
태양을 상징하는 왕 훤과 왕비를 상징하는 달(월), 결국 훤과 연우는 운명론에서 한치도 발을 뺄 수 없는 인물들되겠습니다.

염(炎)-설(雪), 넘사벽의 사랑 "쳐다보지마, 다쳐!"
설이 염을 흠모하고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 운과 검술연습을 하는 것을 훔쳐보는 것에서, 또한 아직도 몰래 염을 훔쳐보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지요. 무신경한 염은 운을 좋아하나 보다고 헛다리를 짚었기도 했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마성의 선비 허염이 어떤 한자를 쓰는 지를 몰랐는데, 불꽃 염(炎)자를 쓴다네요. 설은 눈 설(雪)자를 쓰고요.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 잔실이 설의 운명을 예언했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잔실이가 설과 처음 만났던 날이었는데, 무덤에서 나온 연우가 정신을 차렸던 날이기도 합니다. 잔실이가 뜬금없이 설이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언니도 불쌍한 인생이다. 평생 저 언니 그림자로 살아가겠구나", 그리고 이상한 말을 하나 덧붙였지요. "눈꽃이 불꽃을 가까이 하면 녹아 없어져. 그러니까 절대 가까이 하면 안돼".
눈꽃과 불꽃이란 말은 이제보니 설이와 염을 두고 한 말이었군요. 불꽃 염을 가까이 하면 눈 설이 녹아 없어진다는 예언인 셈이죠. 의빈이 된 허염, 더구나 종으로서 감히 쳐다볼 수없는 양반을 사랑하는 넘어서는 안되는 사랑을 이야기했던 게지요. 물론 원작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분들은 재미없겠지만, 저는 새로운 것을 발견한듯 재미있네요. 겸사겸사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의 복선도 되집어 보기도 하고요ㅎ;;

운(雲), 태양과 달을 지키는 그림자 운명 "날 슬프게 하지마, 폭우쏟아져"
원작과 드라마에서 가장 캐릭터가 달라진 인물이 운검이라고 불리는 김제운, 운이라는데요, 원작에서는 월(연우)를 연모한다더군요. 음....드라마에서는 상상이 안되는 일이라, 운과 연우를 매치시키기는 좀 어렵네요. 그냥 훤을 지키는 훤의 그림자로서의 지금 그대로가 딱 좋아!!
여튼 운은 구름운(雲)자를 쓰는데, 개인적으로는 분위기도 있어 보이고 수많은 사연들을 품고 있는 듯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입니다. 원작에서는 태양도 지키고, 달도 지키는 구름이라는 의미가 있다는데, 달까지는 모르겠고 태양을 지키는 구름의 이미지와는 이름의 의미 또한 맞는 듯합니다.
태양이 만물의 생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너무 뜨거우면 농작물도 타버리고, 가뭄도 들어 위험할 때도 있죠. 태양이 너무 뜨거울 때는 구름이 그 빛을 조금 가려주었으면 싶기도 한데, 운의 존재가 그런 듯합니다. 다혈질에 욱하는 훤의 성격상 차가운 성질의 운을 가까이 두고 있다는 것은, 그 열기를 식히거나 제어한다는 의미일 터. 세자빈을 잃고 만사가 시들하고 분노를 폭발할 길이 없었던 훤이 평정심을 잃지 않을 때가 운과 함께 있을 때이기도 합니다. 훤에게 운은 이글이글 타는 뜨거운 열기(분노)와 광기를 식혀주었던 시원한 그늘이 아니었을까? 요런 생각.
월(연우)를 흠모하는 것은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지만, 그 이름에 들어있는 서늘하고 슬픈 운명은 그의 출신성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사연이 운에게 있기에 말이죠. 형선이 차궐남이라고 했던가요? 암튼 서자라는 이유때문에 평생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는 운, 구름이라는 이름자와도 참 어울리더라죠.

양명(陽明), 2인자의 설움 "빛이 온기를 잃으면 어찌되는지 보여줘, 말어?"
양명이라는 이름은 따뜻한 빛(볕)이라고 하는데, 2인자 양명에게 주어진 운명과 이름이 썩 걸맞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드라마 초반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이라는 말이 항상 마음에 걸려있었는데, 양명에게는 늘 반역의 그림자가 씌워지고 있기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원작에서는 운이 월을 짝사랑했다는데, 드라마에서는 양명이 연우를 짝사랑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조금 변색시킨 모양입니다만, 이러나 저러나 여튼 양명군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한 축이죠.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연우 앞에 불쑥 나타나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도망가지 않으련?하고 손을 내밀기도 하는데, 혹독한 2인자의 설움을 겪으며 자라왔기 때문인지, 이름과는 달리 늘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다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설움을 감추기 위해 헛소리도 잘하고, 농도 잘하는 낙천적인 모습도 많지만 말이죠.
사실 양명군은 이름처럼 따뜻한 심성을 가졌지요. 세자를 미워해 보려고 모질게 마음을 먹다가도, 두팔벌리고 다가오는 세자를 보면 이내 웃음을 지어버리고, 그 독하고 싶었던 마음이 눈처럼 녹아버리는 남자입니다. 그런 따뜻한 심성으로 어린 잔실이를 위험에서 구하기도 했고, 그 인연으로 월이 액받이무녀로 훤의 침소에 든다는 것도 알게 되어, 눈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조선 하늘에 떠 있어서는 안되는 또 다른 태양, 따뜻한 빛이라는 그의 이름에 나타난 성정처럼 반역의 깃발을 들지는 않을 듯하지만, 세상이 그를 가만 둘까 늘 불안초조하게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자 하나, 세상이 그를 흔들고 있으니 말이지요. 언젠가 훤이 운에게 이런 말을 했었지요. "양명 형님이 흔들리기도 전에 꺾여버릴까, 그게 두렵다". 그래서 양명의 슬픈 눈빛을 보면, 그에게 다가오는 바람이 비극이 될까 걱정스럽게 지켜보게 됩니다.

윤보경(寶鏡), 달을 담은 보배로운 거울 "전하, 한 번만 품어주소서"
사실 윤보경이라는 이름자는 설명이 나와있지 않아, 그냥 보배보(寶)자와 거울경(鏡)자를 임의로 써서 해석을 해봤는데요, 잘못 알고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기심으로 해석해 봤는데, 왠지 거울이라는 글자가 들어갈 듯해서 말이죠.
보배로운 거울, 교태전의 주인자리에 앉아있는 윤보경과 어울리는 이름같습니다. 윤보경도 두 개의 달 중 하나라고 했지요. 허나 조선의 하늘은 단 하나의 태양과 단 하나의 달만이 떠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서~
여튼 중전 윤보경을 거울에 보배로운 겨울에 비유를 해보니, 그녀의 운명과도 어울리더군요. 윤보경은 교태전의 주인이 되나 주인이 될 수 없는 몸, 그의 몸에서는 후사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장녹영의 예언도 있었듯이, 한마디로 무늬만 달인 인물입니다. 달을 담은 거울이라고 할까요. 달을 담은 거울이라는 의미를 두려보니, 이름이 월경이 돼버리더라고요. 한자는 다르지만 이름이 좀 그렇죠?ㅎ;; 그래서 보경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더랍니다.
거울은 사람이나 사물을 담을 수는 있으나,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아무리 진귀한 거울이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거울 속의 달일 뿐인 윤보경, 거울이 깨져 버리면 달도 함께 사라져 버리는 운명을 가졌습니다. 그녀의 이름에 담긴 운명처럼, 훤의 사랑을 받지못하고 투기로 눈이 뒤집혀 스스로 거울을 박살낼 것으로 보이니, 거울과 함께 하늘이 허락하지 않은 달의 운명도 사라져 버리겠죠. 연기처럼 훨훨~~~
'그게 정해진 팔자란다. 이 드라마의 모든 인연과 운명은 모두 하늘의 소관이라 어쩔 수가 없단다'라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좀 짠하죠?
드라마속 인물들의 이름에 이렇듯 운명까지 스토리로 만든 정은궐 작가의 치밀함이 엿보입니다. 진수완 작가의 손에서 조금 다르게 각색이 된 것도 같지만, 이름에 함축된 운명도 드라마 못지않게 재미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암울한 분위기때문에 결말이 예상되어 울적해진 부분도 있지만, 어떻게 전개되는지 계속 지켜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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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1 08:22




장안을 들썩이게 했던 훤의 대사,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 한 번 풀지", 터프한 짐승남의 매력까지 발산해 여심을 설레게 했던 해를 품은달 12회였지요. 죽기보다 싫은 표정으로 교태전을 향한 훤처럼, 그날 밤 살을 저미는 듯 아파오는 슬픔을 감추고, 우두커니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는 이가 있었지요. 
훤과 중전의 합방일, 밤하늘을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으로 서있던 연우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처음으로 훤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그동안 훤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보여주지 않았던 연우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그동안 한가인이 보여준 실망스런 감정연기때문에 절절함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연우의 감정변화를 보여 준 장면이라, 개인적으로는 의미를 두고 봤던 장면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연우 혼자 달을 보며 눈물을 흘리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뜬금없이 등장한 양명군의 사랑고백으로 연우의 감정이 흩어져 버렸지요. 하지만 연우의 감정선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솔직히 연우의 감정선을 잡아가는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대본의 지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어떤 감정으로 대사를 하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책읽는 대사를 해도 좋으니, 목소리에 힘이라도 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소리에 힘을 싣다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감정도 실리지 않겠냐 싶어서 말이죠.
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던 분은 전하이십니다"라며, 어금니 꽉 물고 감정을 전달했던 장면은 좋았습니다.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고, 감정도 묻어 있었지요. 나아지는 모습도 짚어줘야 한가인에게 자신감도 생길 것같아, 좋았던 부분은 굿!이라고 언급을 해주려고 노력중입니다. 물론 굿!이 더 많아지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한가인, 기억상실증과 함께 잃어버린 연기력?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은 연우라는 캐릭터에도 그렇고, 한가인의 이도저도 아닌 연기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 좋은 설정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연우의 기억은 오리무중으로 묘사되고 있기에, 한가인의 멍한 표정을 설명하는 좋은 도구가 되고 있기는 하죠. 문제는 기억상실증과 더불어 바보가 돼버린 듯한 한가인의 모습이 시청자를 열받게 하고, 짜증을 제대로 돋군다는 것입니다. 연우에게서 사서오경과 외모(?)만 남기고, 어떻게 사람들에 대한 기억만 통째로 도려낼 수 있었는지 불가사의할 밖에요.
"전 신내림은 받은 무녀니까요"라는 대사 한 마디로, 자신의 전생에 대한 기억과 과거를 궁금해 하지 않는 연우의 수동적인 모습은, 한가인의 매회 같은 표정의 반복과 함께, 연우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생매장까지 시키고 있죠.

문제는 한가인은 연우라는 캐릭터로서 기억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안타깝게도 연기력까지 잃어버린 것같아, 그게 더 심각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연기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보니, 겨우 한 두 장면에서 좋았던 것을 이렇게 굿! 해가며 까지 칭찬해야 하다니, 난감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함께 끌어안고 가야할 여주인공이기에, 아니 우리의 연우이기에, 사랑하려고 무작스럽게 노력하고 있답니다;;. 
현재 진행되는 주 스토리는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과 연우의 죽음에 관한 비밀이 관건인데요, 연우의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저는 부분적으로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가인의 어정쩡한 감정연기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말이죠. 드라마를 보면서 왜 이런 감정까지 분석하고 서야 이해를 하게 하는지 한가인의 연기가 섭섭합니다;;.
한가인이 기억을 되찾고 있다는 복선은, 지난 11회와 12회에서 군데군데 많이 깔아줬습니다. 물론 모든 기억이 통째로 돌아온 것은 아니고, 흩어진 퍼즐조작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수준이기는 합니다.

한가인(연우)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는 복선들
저잣거리에 나간 연우는 지전과 대장간을 지나치면서 설이와의 대화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에 놀라했죠. 대장간 앞에서는 축국장의 세자와 나례진연에서 도망치라는 국무 장녹영의 경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처용탈을 벗으며, "나를 알아보겠느냐?"는 세자의 말과 얼굴을 기억해 냈습니다. 분명 연우는 처용탈을 벗은 세자의 얼굴을 떠올렸고, 그 얼굴을 보자 심한 충격을 받은 듯 휘청였지요. 휘청이는 연우를 부축한 것은 잠행나온 훤이었고요. 그리고 그 장면은 스톱모션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정지장면으로 멈춰 있었습니다.
저자에서 우연히 만난 것에 대한 극적 연출의 기교적인 점도 있었지만, 연우의 기억의 일부가 돌아온 것에 대한 복선도 숨어있었죠. 탈을 벗은 세자의 얼굴과 빼다박은 왕 훤의 얼굴, 그래서 연우가 그렇게 놀랐던 거였어요. "어머나 임금님이 저자에는 왠일이세요?"의 놀람과는 다른 종류의 놀람이었다는 게지요.   
동공이 확대되어 훤을 응시하는 연우, 처용탈 속의 주인공과 훤이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기억은 찰나로 끝나버리고, 훤과의 담담한 대화로 연우의 기억들과는 연결시키지는 않았죠. 훤과의 데이트, 호판과의 한판, 그리고 인형극 관람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연우는 그 혼란스런 기억들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지요.
이후 연우는 훤을 지긋이 응시하는 일들이 많아졌는데요, 인형극을 보면서도 세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기도 하고, 훤이 대신 전해달라며, "아주 많이 좋아했다"는 고백을 듣고는 가슴저미는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눈은 젖어 있었지만, 연우의 입은 웃고 있었죠.
훤과 중전 윤보경의 합방일에 연우는 폭풍눈물을 쏟았습니다. 한 줄기가 아니라,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처럼 흘러 내렸지요. 나는 안되겠느냐며, 도망가자는 양명군의 말에 눈물은 더욱 흘렀지만, 한가인보다는 양명군 정일우의 감정선이 더 도드라져서, 연우가 왜 그렇게 폭풍눈물을 쏟았는지에 대해서는 화제가 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연우가 기억하나를 또 찾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까이 오지말라, 멀어지지도 말라"는 훤의 어명에, 감정없는 목석이 아닌 다음에야 찌리리 감정의 일렁임이 없을 수는 없었겠지요. 훤에 대한 연우의 가슴앓이, 쳐다봐서는 안되는 사람, 가까이 가고 싶으나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되는 사람, 그러나 그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훤에게 연우는 분명 설레이고 있었지요.
서책을 보는 훤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기도 하지요. "내가 잘생겼다는 것은 잘 안다만, 그만 쳐다보거라. 하긴 일하는 사내가 멋져 보이기는 하지. 게다가 일국의 왕이기까지 하니 오죽 멋지겠느냐?"는 자뻑 왕때문에 쿡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성수청으로 돌아와서는 훤의 말을 생각하며,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기도 합니다. 합방일이 정해졌다는 말이 그 설레임에 찬물을 끼얹기는 했지만 말이지요.

뭔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도려나가는 듯한 슬픔에, 연우는 밤하늘을 보며 아픔을 삭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타이밍에 양명군이 등장해서 연우의 기억 한자락을 들춰냅니다. 세자빈 간택을 앞두고 행장을 꾸려 나타난 양명군이 "나와 함께 가겠느냐"라는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 듯 싶더군요. 그게 과거 자신에게 했던 말이라는 것까지도 말이지요. 
연우의 기억은 분명 돌아오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과거의 모든 사건과 삶들이 일련의 기억으로 정리되어 돌아온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돌아왔지만 말입니다. 연우가 모든 기억을 찾고 눌렀던 감정을 폭발할 때의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만들기 위해 아끼고 있을 뿐인 것이고요. 
연우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찾을 열쇠는 봉잠인 듯한데요, 잔실이의 옷가지를 챙기면서 얼핏 보기는 했지만, 다 꺼내 보지는 않았지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넣어버리기는 했지만, 봉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이유때문에도 유심히 보지는 않았지요.
봉잠은 연우가 죽을 때 가지고 갔던 유일한 물건으로 연우에게는 특별한 의미였지요. 세자와 함께 나눈 연우의 행복과 슬픔이 함께 들어있는, 기억의 저장고와 같은 상징적인 물건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제작진이 특별하게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는 연출을 계획했다면, 봉잠으로 연우에게 그동안 떠올랐던 기억의 단편들을 하나로 완성시키지 않을까 싶더군요.
봉잠을 가슴에 품고 죽던 일, 아버지가 가져 온 약, 그리고 그 봉잠을 쥐어준 세자의 얼굴, 그 세자가 처용탈을 벗고 나를 알아보겠느냐고 물었던 세자와 동일인물이고, 또한 그 세자는 지금의 훤이라는 단편의 조각들이 하나의 퍼즐판을 완성하는 것이지요. 한가인의 절절한 눈물과 함께 시청자의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리게 될 듯하고요.

연우의 기억상실증은 현재진행형, 잃어버린 보따리(봉잠)의 행방은?
그런데 연우의 기억이 돌아올 결정적 단서가 될 봉잠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처음으로 봉잠이 등장해서 시청자를 긴장시키기도 했는데요, 연우가 아무 생각없이 싸버려서 지금 어디에 있는 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봉잠을 잔실이 옷보따리에 쌌는지 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지금으로서는 봉잠이 분실되었거나, 다시 궤짝에 넣어두었을 가능성, 두가지입니다. 처음 방송을 봤을 때는 보따리에 쌌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보기를 해보니 원래 봉잠을 쌌던 보자기에 싸는 장면만 나왔더라고요.

그런데 만일 봉잠을 보따리에 함께 넣었다면, 이건 좀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요. 분명 인형극을 볼 때 옆에 두고 앉았는데, 그만 그곳에 보따리를 두고 와버렸으니 말이죠. 
"전해줄 물건도 잃어버리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너를 붙잡았던 그 무엇이 있었던 게냐?", 양명의 원망섞인 질문에 연우는 비로소 자기 마음 속에 훤이 큰 자리를 차지해 버렸음을 깨달았던 연우였지요.
잔실이를 무사히 성수청으로 돌려보냈다는 말에 감사함을 전하는 연우, 양명과의 대화가 끝나고서도 연우는 보따리의 행방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지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훤의 침소에 마지막으로 들게 해달라고 간청을 하는가 하면, 설이랑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보따리를 싸면서도 잔실이 보따리는 신경쓰지 않았지요. 암튼 모든 것이 너무 간단명료하게 정리되고 잊혀져 버리는 연우, 너의 뇌구조가 궁금해!!! 연우의 기억상실증은 과거뿐만아니라, 현재도 계속 진행중인 듯합니다. 뇌구조 만드는 분들 연우의 뇌구조 좀 분석해 주세요^^.

그럼 연우가 잃어버린 보따리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봉잠이 들어있었다면 큰 문제이기에, 세 가지의 가능성에 대해 추측을 해봤는데요, 우선 하나는 양명군과 헤어진 후 인형극관람을 했던 곳에서 다시 찾아 성수청에서 잔실이에게 주었을 가능성입니다. 가능성은 5%에 불과합니다. 인형극이 영화처럼 다음회도 있었다면 모를까,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보따리가 그 자리에 있었을 리도 없고, 보따리를 임자에게 주겠다고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을 일도 만무하죠.

두번 째는 인형극 홍보맨이 가지고 갔을 가능성입니다. 호객행위를 했던 조연의 얼굴이 상당히 오래 잡히기도 했고, 대사도 많은 편이었죠. 이 사람이 장물로 저자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요. 물론 '해를 품은 달'이라 이름붙여준 그 봉잠은, 저자에 잠행나온 훤의 눈에 뜨일 것이고 말이지요. 
봉잠은 세자만이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봉잠이 저자에 나왔다는 것과 연우의 의문사, 그리고 그 봉잠의 출처를 캐는 과정에서 연우의 보따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훤이 월이 연우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결정적 단서로 스토리를 꾸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능성 상당히 큽니다.
세번 째는 운이 챙겼을 가능성입니다. 그림자처럼 숨어서 훤을 호위하고 있었으니, 연우가 보따리를 흘리고 간 것을 보고는 챙겨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요. 문제는 운이 보따리를 가져갔다고 하면, 봉잠이 누구의 손에 먼저 들어가느냐에 따라 스토리도 달라질텐데요, "보따리를 흘리고 가셨더군요", 라며 연우에게 아무 생각없이 전해줬다면, 연우는 잔실이에게 전했을 것이고, 봉잠은 잔실이 옷과 함께 있겠죠. 나중에 잔실이가 "이거 언니 꺼야. 언니 처음 만났을 때 언니가 품고 있었던 거야"라고 돌려줄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연우가 봉잠을 꺼내보고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며, 오열하는 장면이 만들어 지겠죠.
그런데 보따리를 전해줄 기회를 놓쳐 운이 가지고 있다면, 혹이라도 여인네의 물건에 호기심이 생겨 봉잠을 꺼내본다면, 그리고 그것이 일개 무녀가 지닐 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아시다 시피 봉황문양 비녀는 왕실에서만 사용하는 것이기에)을 알고 훤에게 보여준다면, 훤이 월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것이죠.

봉잠을 보따리에 쌌다면 큰문제가 될 듯해서 상상을 해봤는데요, 연우가 봉잠을 보따리에 싸지 않고 그냥 원래 있던 궤짝에 넣어 두었다면, 물론 보따리는 단순 분실사건으로 끝나고, 봉잠은 순전히 연우의 기억을 돌아오게 하는 단서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연우야, 봉잠은 어떻게 한 것이냐? 설마 잔실이 옷보따리에 싼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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