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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4 '추노' 사람을 쫓는 자 vs 꿈을 쫓는 자, 갈대밭 명승부 (31)
2010.01.14 08:19




바람마저도 숨 죽이고 지켜봤던 이대길과 송태하의 갈대밭에서의 승부는 천지호(성동일) 추노패거리에 의해 일단 무승부로 끝났어요. 장혁과 오지호의 실감나는 액션신은 눈을 깜빡이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는데요, 근육으로 다져진 두 짐승남도 멋있었지만, 유려하고 힘이 넘쳤던 진검승부 대결신이 마치 잘 짜여진 안무에 칼춤을 추는 듯 했어요. 
이대길과 송태하의 대결은 사람을 쫓는 자와 꿈을 쫓는 자의 대결이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지요. 천지호(성동일) 패거리의 화살 공격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송태하(오지호)의 칼에 스친 이대길이 한점 정도 내줬다고 생각되네요.
추노 3회는 송태하에 대한 이야기와 업복이(공형진)와 초복이(민지아)가 양반세상을 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노비들의 당에 가담하는 과정, 송태하와 언년이의 운명적인 만남 등이 전개되었는데요, 이번 회에서 주목된 인물이 송태하(오지호)였습니다. 송태하의 행보가 드라마 추노의 방향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길과 송태하의 갈대밭 승부는 서로의 출중한 무예만 확인한 채 끝이 나고 말았어요. 대길을 죽이려는 천지호 패거리의 습격때문이었지요. 첫 수에 대길은 송태하의 칼에 복부에 자상을 입고, 송태하는 천지호패거리가 쏜 화살에 맞습니다. 최장군의 도움으로 주막에 온 대길은 속이 부글부글 끓지요.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라 불리며,  칼에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대길의 자존심에 크게 금이 갔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오포교(이한위)는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지요. 똥싼 놈을 놓치고 방귀 뀐 놈들만 잡아들였대나요 뭐래나요.ㅎ "나랏돈이 그렇게 원칙없이 풀리지 않는다" 라는 오포교 대사가 어찌나 감칠맛 나는지 한참 웃었네요. 대길은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존심에 구멍을 낸 송태하를 반드시 잡겠다고 벼르는데요, 승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고수와 검을 겨루고 싶은 것이 칼잡이들의 본능같은 것이니까요.  
대길패거리가 송태하를 잡으러 나서려는데, 골치 아픈 혹이 하나 들어 옵니다. 사당패에서 도망나온 설화(김하은)가 대길패가 머무는 주막으로 숨어든 거에요. 설화를 품어 보려던 손님으로 개그콘서트 남보원의 황현희가 깜짝 등장해 웃음이 터졌네요. 능청스러운 연기도 잘하더라고요.
설화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바람둥이 호색한 왕손이에요. 벌써부터 엽전키스까지 주고 받은 사이인데, 어째 설화가 호락호락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설화는 벌써부터 대길에게 눈길이 꽂힌 것 같은데 말이지요. 설화의 당돌하고 무대책인 캐릭터와 대길패의 귀염둥이 왕손이의 티격태격도 앞으로 재미일 것 같지요? 
그런데 대길은 송태하를 잡으로 떠나려다 업복이의 화승총을 맞고 말에서 떨어지고 맙니다. 양반사냥이라는 화두를 던진 업복이 역시 송태하와 함께 주목해야 할 인물이지요. 대길이와 업복이는 인간을 사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 인물이에요. 도망친 노비를 잡아들이는 대길은 양반의 입장에 있는 노비사냥꾼이라 할 수 있다면, 업복은 그들을 잡으라는 양반사냥꾼인 거지요.  

사람을 쫓는 자, 사랑을 쫓는 자, 꿈을 쫓는 자
한편 화살을 맞은 송태하는 소현세자의 무덤을 찾아 이제서야 온 자신을 용서하라며 굵은 눈물을 떨어 뜨리는데요, 송태하가 소현세자가 함께 청으로 함께 가자는 청을 거절했던 이유가 나왔었지요. 소현세자를 볼모로 끌고 가는 청의 용골대를 습격해 구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어요. 부하들과 의기투합해 적진으로 뛰어들었지만, 소현세자는 이를 빌미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우려해 청 적장을 향한 송태하의 칼을 막았지요. 이 때 동참하지 않고 발길을 돌린 이가 훈련원 판관으로 있는 황철웅이었고요. 황철웅이 송태하를 추노하라는 명을 직접 내린 인물이기도 한데요, 두 사람의 관계와 정치적 이해관계 또한 추노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같습니다. 

8년간의 볼모생활에서 돌아 온 소현세자의 눈에 비친 조선은 두명의 왕자를 적국에 볼모로 보내야 했고, 인조는 삼고구고례로 아홉번 머리를 땅바닥에 찧어 충성을 맹세했던 치욕을 당해야 했던 약하고 부패해가는 모습이었어요. 백성은 정치 권력다툼에서 피폐해 가고, 임금의 눈과 귀는 막혀 있는 절망스런 조선이었지요. 하지만 소현세자는 자신을 옥죄어 오는 임금과 양반들의 권력에 저항할 힘이 없음을 알고 있었어요.
꿈을 꾸었으나 힘이 없었던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전 자신의 뜻을 이어주길 바라는 편지를 송태하에게 남깁니다. 소현세자 송태하에게 쓴 편지 말미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어요. "긴 세월을 각오하고 조선에 돌아왔으나 희망은 심연처럼 어둡고, 절망은 태산보다 무겁네. 그대에게 내 못다한 뜻을 걸어도 되겠는가?" 송태하에게 넘긴 짐, 못다한 뜻은 바로 새로운 조선이었지요.  

소현세자의 무덤을 떠나 송태하는 급히 말을 몰아 갑니다. 아마 소현세자의 셋째 아들 석견을 구하기 위해서 일거에요.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던 자신의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것처럼, 소현세자의 아들마저 잃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말을 달리던 송태하는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한 언년이(이다해, 김혜원)이를 구하고 정신을 잃고 맙니다. 송태하와 언년이, 그리고 두 사람을 쫓는 추노꾼 이대길, 세 사람은 운명이든 필연이든 얽히게 된 것이지요. 쫓고 쫓기는 이유가 새로운 세상인지, 사랑인지 물음표를 던지면서요.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 송태하, 사랑하는 여인을 찾는 이대길, 양반이 되기를 거부하고 양반의 추격을 받는 언년이. 양반사냥꾼 업복이, 이들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바로 변혁이라는 점이지요. 드라마 추노는 사람을 쫓는 자, 사랑을 쫓는 자, 꿈을 쫓는 자, 이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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