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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16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얄밉지않은 고단수 여우짓 (3)
2012.04.16 15:25




층층시하 시집식구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차윤희는 신세대 젊은 새댁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겪고 득도한 며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리는 영악한 며느리도 아닙니다. 집안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는 똑부러진 능력을 발휘하는 커리어우먼도 아닌 보통 직장여성입니다.
자존심도 강하지만, 비위를 맞춰야 할 때는 간도 쓸개도 빼고 살살대기도 하다가도, 정말 아니다 싶을 때는 정의의 일갈을 날릴 줄아는 개념있는 여자이기도 하죠. 이 때문에 방귀남을 사로잡아 결정적으로 결혼에 골인하게된 억세게 운이 좋았던 여자였지요. 존스홉킨스 의대출신의 고아 테리강은 차윤희의 완벽한 이상형이었고, 차윤희에게 결혼이란 오색찬란한 봄날 따스함 자체였죠. 테리강이 방귀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30년만에 찾은 귀한 손주이고 아들이기에 장수빌라 식구들에게 방귀남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특수성때문에 차윤희의 시집살이가 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30년동안 해주지 못한 사랑을 한꺼번에 주고 싶은 마음에 방귀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는 없고 말이죠. 아들을 귀하게 여기는 집을 보면 며느리 마음고생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하거나, 작은 집안일을 시키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보는 시어머니도 많지요.
저희집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남편이 종가집의 장손이다보니 어려서부터 어른대접에 귀하게 큰 남편때문에 처음 시집가서 시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서, 그 때는 시어머니가 이상해 보이고도 그랬습니다. 일례를 들면 시댁에서는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자는데, 아침에 남편에게 이부자리를 개키라고 시켰다가 시어머니에게 혼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무슨 이부자리를 개키느냐고 시어머니가 한달음에 건너와서 이불을 개키시더군요. 친정에서는 허리가 좋지않은 친정어머니가 무거운 것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고, 무거운 요나 이불을 장농에 정리하는 것은 아버지나 오빠들이 했었거든요.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몰라했던 결혼 후 처음 겪은 난감함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 친정에서는 남자들이 개킨다고 말대꾸를 할 수도 없고, 괜스레 속이 상하더랍니다.
남편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는 일들도 살다보면 많이 벌어지는데, 저희 시어어니는 남자 부려먹는 여자를, 아니 당신의 아들을 부려먹는 며느리를 유독 못견뎌하셨고, 제가 남편을 부르면 당신이 먼저와서 왜그러느냐고 물어보시는 정도였으니,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지요. 남편이 방귀남처럼 전을 부쳤으면 귀남할머니 강부자보다 더한 반응을 보이셨을 겁니다ㅎ.
특히 저희 시어머니는 밥이 만사를 제치고 중요한 일이신 분입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가장 중요한 일로 치시는데, 저희가 시골에 내려가면 큰절을 올리자마자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이 "아범 시장하겠다. 얼른 밥차려줘라"랍니다. 처음에는 그말이 참 서운하고 야속하더군요. 숨돌릴 짬도 주지않고 밥부터 차리라는 말씀이 서운하기도 했고, 같이 힘들게 내려갔는데 아들 며느리 편애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물론 아들이 며느리보다야 백배 예쁘겠지만요.
그리고 나중에서야 왜 그렇게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를 알게 되었죠. 시어머니가 함몰유두라 남편을 낳고 젖을 먹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젖엄마를 두고 젖을 먹였으니, 늘 아이가 양껏 배를 채우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셨던 시어머니, 한 밤중에 아이(남편)가 배가 고파 울면 젖엄마를 찾아가지도 못하고, 나오지 않는 젖꽂지를 물고 우는 남편때문에 많이 우셨다고 해요. 그래서 밥때를 놓치면 큰일나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남편에게 못먹인 젖때문에 미안해 하시는 거였더군요. 이런 일들을 들으면서 시어머니와 거리를 많이 좁힐 수 있었지요. 
결혼한지 20년이 훨씬 넘었으니 지금은 서로 할말을 다하고 오해살 일을 만들지 않은 편이지만, 결혼하고 몇년간은 시댁과의 문화차라는 것이 없지 않았습니다. 차윤희를 보면서 난 왜 저렇게 여우같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어떤 면은 차윤희가 젊은 새댁이지만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고 보고 배우는 점들이 많네요. 물론 모든 것을 차윤희의 입장에서 보면 안되지만, 차윤희의 여우같은 행동이 밉지가 않더군요.
짝퉁가방을 대신 사다준 말숙이의 코를 비틀어 버린 것을 보면서는 너무했다 싶다가도, 시누이 올케관계를 떠나 버릇없이 행동하는 동생에게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제사에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냉랭한 시댁식구들, 며느리는 집안대소사에 늦은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싸늘한 눈초리는 여자들 입장에서 속터지고 화나는 일이죠. 아들이 늦으면 일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넘어가면서 며느리가 늦으면 꼭 한마디씩 들들어야 하는 것이 며느리입니다.
물론 정말 얄밉게 일하기 싫어서 늦는 얌체며느리들도 있지요. 그런 며느리들은 대개 보면 변명도 구질구질 가지가지인 경우가 많고 말이죠. 극중 차윤희는 그런 적어도 얌체며느리과는 아니지요. 늦은 것도 말숙이가 사온 짝퉁가방때문에 벌어진 일을 수습하느라 그랬던 것이고, 집안 일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작은 어머니에게 카드를 주기도 했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에 서운했던 엄청애는 말숙이 코를 비틀었다는 고자질을 듣고는 며느리를 기선제압해야 겠다고 벼르고 차윤희를 불렀는데요, 차윤희의 한수 위 여우짓에 본전도 못건지고 말았지요. 뛰는 말숙이, 나는 차윤희, 기는 엄청애의 결과가 나와버려,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고소해 했답니다.
짝퉁가방건부터 작은 어머니가 제사와는 관련없는 자기네 집 생필품까지 샀다는 말에 엄청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듯 하더군요. 더군다나 딸 말숙이에게 200만원이 넘는 가방값을 줬더니 20만원정도의 짝퉁을 사주고 먹고 튀었으니 며느리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죠.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은 것에 서운함을 말하려고 했지만, 윤희는 한 수 위 고단수로 엄청애의 기선을 제압해 버렸지요. "생각해 보니 어머님 말씀대로 어머님이 예고없이 드나드실 분도 아니고, 저희집 물건 막 치우거나 손댈분도 아니고, 그런 시어머니들하고는 그레이드가 다른 분인데, 제가 그동안 막장드라마를 많이 봐서 착오를 했던 것같아요. 지난번 물김치처럼 말씀 미리해주시고 들어가 놓고 가주세요".
들어가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고단수 능청여우짓이 따로 없었지요. '저희 집에 가서 물건 치우거나 만지지 마세요' 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무섭게 들려서, 괜히 잘못 들어갔다가 막장시어니가 될 수도 있는데 엄청애가 쉽게 드나들지는 못할 듯 하더군요.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말에 뼈가 있는데도 차윤희가 밉지가 않더군요. 괜히 속끓여가며 안가르쳐 주는 것보다는 막장드라마를 빗대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나을 듯하고 말이죠. 물론 살면서 있는 허물 없는 허물 다 보이면 비밀번호 아니라, 알몸도 자연스럽게 서로 보여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30년을 생판 남남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결혼관계라는 제도로 순식간에 딸처럼 허물없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맘이 이렇다고 상대방도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서 서두르다 보면, 오해와 갈등이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이 시집살이같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약자인 차윤희에게 화이팅!하게 되네요. 하는 짓이 여우인데도 이상하게 얄밉지가 않고 은근 귀엽고 현명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넝쿨당을 보면서 속풀이하고 싶은 분들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넝쿨당 리뷰 올리는 동안에는 제 결혼생활에 관련된 에피소드 시집살이(?) 비화들 가끔 하나씩 공개하겠습니다ㅎ. 전 시집살이를 하지않은 편이라 사실 큰 일은 별로 없고, 오히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답니다. 댓글에 며느리가 되었든, 시어머니가 되었든 시누이입장이 되었든, 속 시원하게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익명이니 마음에 맺혔던 이야기들 풀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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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라이너스™ 2012.04.16 16: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처음봤는데 유준상씨 은근 매력있는 캐릭터로 나오더군요.ㅎㅎ

  2. 유쾌통쾌 2012.04.16 23: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를 보니 반갑네요^^

  3. 며느리 입장으로 만 2012.04.17 14:22 address edit & del reply

    보며 환호 할일은 아닌듯
    드라마이니 그렇지 실제 상황이 되면 ....
    저런 타입의 며느리가 집안에 하나 있는데 얼마나 비슷한지 집안의 밉상입니다
    누군가 한마디 해줘야 하는데 모두 피합니다 드라마 속 시누이 꼴 날까봐
    (시 어머니 만 보면 쪼르르 달려가서 팔짱 꼭끼고 생글 생글)

    모두들 두손 두발 다들었죠
    한사람으로 인해 온 집안 분위기가 늘 아슬 아슬
    사랑 받기위해서는 자기자신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시집살이도 일종에 조직인데 지혜롭게 어울리도록 노력해야죠

    시어머니 입장으로 바뀌면 며느리 입장 만큼 어렵습니다
    그저 소원은 거짓없고 머리 안굴리고
    모두에게 사랑 받는 그런 며느리가 들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