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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1 '추노' 송태하, 언년이와 의리 지킬 수 있을까? (15)
2010.03.11 10:05




추노의 무대가 호기심 만빵 월악산 짝귀의 산채로 옮겨가면서 결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저잣거리에서 시작된 쫓고 쫓기는 관계가 결국은 이곳 월악산에 집결시키기 위한 과정들이었다고 봐야겠지요. 꿈과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원손 석견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들면서 모두가 쫓기는 자, 혹은 쫓는 자의 입장이 돼 버렸습니다. 대길이 쫓던 언년이와 도망노비 송태하는 더 이상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닌 서로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돼버렸고, 좌의정과 황철웅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돼 버렸지요.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정인 대길이의 세상을 이야기 해줍니다.
"그 남자는 높은 벼슬을 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양반, 상놈 구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여자를 위해 세상을 바꿀 용기를 가졌던 분입니다. 죽은 줄 알고도 그 분을 잊지 못했고, 나리를 만나고 혼례를 올렸지요. 나리와 혼례를 올린 것은 양반이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리가 양반이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든다 하셨지요. 그 세상은 신분이 다르다 하여 사람의 정마저 비참하게 잘라내는 세상은 아니겠지요. 다시는 저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해 주세요"
언년이의 입에서 언년이라는 여자는 예전에 죽었고, 김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대길이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어요. 그토록 찾아 해매였던 언년이가 자신 앞에서 스스로 죽었다고 말하는 순간 대길이의 마음이 무너집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언년이가 자신이 사랑하는 언년이가 아니라고 하는 말을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나와버리지요.
마당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써보는 낯선 이름 김혜원... 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스스로 부질없음을 새겨보려 하지만 허사가 돼 버립니다. 송태하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온 언년이를 보는 순간 말이지요. 언년이라 부르며 붙잡아야 하는지 혜원이라 부르며 붙들어야 하는지 대길이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송태하가 뛰어나와 언년이를 붙들었지요. "백성의 고충을 깨닫고자 했지만, 반상의 경계가 없고 노비가 없는 세상은 그려보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올은 생각을 세울 때까지 기다려 달라" 며 언년이를 붙잡았어요. 의리를 지키자고요. 
원손을 데리고 길을 떠난 세 사람은 기찰에 걸리고 맙니다. 송태하가 포졸들과 싸우는 동안 대길이 언년에게서 원손을 빼앗아 들고 가버렸지요. 대길이 원손을 빼앗아 든 것은 봉림대군을 만나려고 하는 송태하를 막기 위함이었어요. 송태하와의 의리때문에 혜원이 송태하 곁에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원손과 동행한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대길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언년이를 위험하게 할 것이라는 것도요.
언년에게 월악산 영봉에서 짝귀를 찾으라며 신신당부를 하는데 언년이 입에서 10년동안 듣고 싶었던 말이 나옵니다. "도련님..." 돌아서서 언년을 향해 "넌 반드시 살아야 된다"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핑글 돌았어요. 드라마지만 대길이라는 남자, 사랑하는 여자에게 꼭 살아야 한다고 명령하는 모습, 반하지 않을 수 없네요. 
송태하는 대길에게 무술에서 이길 수는 있다하더라도, 세상을 바꾸고 하는 대의명분과 힘이 있다하더라도, 사랑에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송태하도 언년이가 대길이 사람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손을 데리고 간 대길을 따라 월악산 영봉을 향해 달려가면서 언년이 걱정하지 말라며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지요. 송태하는 대길이 딴 마음(관아에 원손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겠죠)을 품지 않을 것을 안다며, 부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송태하는 대길이 언년이를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굳이 사랑의 승자와 패자라는 말로 송태하와 대길이의 사랑을 논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송태하의 언년에 대한 사랑 역시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지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상과 사랑의 양자택일이라는 순간에 두 사람이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송태하는 세상을, 대길이는 사랑을 택할 것이라는 것을 송태하도 대길이도 알고 있어요. 대길이 송태하 곁에 있는 언년이를 지키고자 하는 이유가 송태하가 세상을 택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고, 원손을 데리고 있는 대길을 송태하가 믿는 것 역시 언년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추노 19회를 보면서 과연 송태하가 새로운 생각을 세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언년이가 바라는 그런 세상과 부합되는 것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 제목으로 송태하가 의리를 지킬수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졌는데요, 이는 부인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한 것이 아닌 언년이가 바라는 세상을 꿈꿀 것인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저는 의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인으로 인정하더라도 언년이가 바라는 세상까지는 꿈꿀 수 없다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비천한 노비로 떨어졌으면서도, 한번도 노비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던 송태하는 언년의 말에 크게 깨우친 것이 있었어요. 언년에게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신의 말의 뜻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은 그 구체성이 없었어요, 소현세자의 혈육인 석견을 보위에 올린다는 명분, 그리하여 썩은 정치를 쇄신하겠다는 것이 송태하가 이루려는 세상이었어요. 그러나 송태하의 세상은 자신도 한때 노비로 살았던 노비계층, 자신의 부인이 된 언년이로 대변되는 피지배계층을 위한 세상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지배계층을 위한 개혁이었고, 임금을 바꾸려는 혁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송태하의 각성이 송태하를 지지하는 사대부들의 각성까지 끌어낼지는 의문이에요. 송태하의 지지기반의 한계이자 현실이며, 송태하의 딜레마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송태하가 항상 대길이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그대와 나는 갈길이 다르다.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라".
저는 송태하의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송태하와 대길이는 같은 길을 갈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송태하의 길은 세상을 바꾸는 길이고, 대길이는 사랑을 찾는 길이라는 묘한 경계선이 있음을 느끼거든요. 송태하는 결코 세상을 포기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대길이는 사랑, 즉 언년이를 포기할 수 없음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길이가 송태하에게 감옥에서, 나같이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는 지랄 같은 세상이나 한번 바꿔 보라" 고 하면서 "그것도 아니면 꽁꽁 숨어 살던가..." 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송태하는 꽁꽁 숨어살 수 없는 인물이에요. 그가 목숨을 걸고 가고자 하는 길이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원손을 보위에 올리고, 부패한 조선의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송태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자 목숨을 걸 대의입니다. 마방관노로 떨어져 절름발이 행세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며 녹슨 칼을 꺼내 들었을 때, 송태하는 역사를 바꾸기 위한 장부의 길을 달렸습니다. 언년이를 만나면서 송태하는 세상에 눈을 떴다고 볼 수 있어요. 단단한 껍질 속에 갇혀있던 송태하의 혁명에 대한 당위성,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누구를 위한 혁명이냐, 어떤 세상이냐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따라서 송태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를 향해서 달려가야 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이지요. 언년이와의 첫만남에서 송태하는 쫓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찾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는 그 대상이 원손이었지만, 이제는 사람을 위해 달려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비라는 말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했던 언년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 언년이를 위해서 말이지요. 송태하와 대길이의 같고도 다른 길인 셈이지요. 송태하는 언년이를 위한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대길이는 언년이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니 언년이가 대단한 인물일 수 밖에 없네요. 두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걸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송태하가 결국 언년이를 대길이에게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태하는 역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언년이가 바라는 세상은 이상적이지만, 송태하와 함께하는 세력들이 추구하는 세상과는 아직은 한참 멀리 있는 세상이지요. 송태하도 가슴으로는 언년이가 바라는 세상을 깨닫지만, 머리는 현실에 발을 딛어야 함을 모르지 않습니다. 조선이라는 봉건사회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수많은 송태하는 신분해방을 기치로 내걸 수는 없는 것이 당시의 현실이기 때문이에요. 비록 송태하가 혁명가 개인으로서 각성을 했다하더라도, 송태하로 대변되는 사대부들의 각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한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송태하가 마지막 결전에서 이런 이유로 대길이와 언년이를 살리려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자신은 앙반 상놈없는 평등세상, 종도 사람으로 인정받고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혁명의 기치로 내세우지 못했다 할지라도 "이대길, 그대는 조선의 미래를 위한 희망으로 살아 남아라. 그리하여 그대와 같은 사람이 없는 세상, 노비라는 말을 무서워 하는 언년이라는 여인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라 " 이런 당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요.
결국 언년이와의 의리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되겠지만, 송태하라는 인물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지금 추노 속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조선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혁명가이기 때문이에요. 노비당이 꿈꾸는 세상, 대길이가 꿈꾸는 세상은 그로부터 몇백년이 더 필요하지요. "자신이 변화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지식인 송태하의 각성은 비단 조선이라는 봉건사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2010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이기도 합니다.
대길이와 송태하가 감옥에서 나눴던 대화 중에 송태하가 그랬지요. "누구나 죽으니 죽는 것이 억울할 것은 없다. 다만 죽을 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송태하의 각성은 그 때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고, 멈출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태하는 실패가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언년이를 대길에게 보낼 것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비록 신분적인, 세계관에서의 한계를 다 깨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송태하의 각성이 중요한 이유이자, 그가 언년이와의 의리를 지키지 못할 이유이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송태하가 언년이에게 의리를 지키는 송태하식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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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5
  1.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3.11 10: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대길이님 같은 사랑 받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하구요.
    스토커는 사절이에요 ㅋㅋㅋㅋ ( ㅠ)

  2. 샤방한MJ♥ 2010.03.11 10:45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보고 원손이 울기도 하는구나...하고 느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기대되요 >_<

  3. ♡ 아로마 ♡ 2010.03.11 11: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한동안 조금..맥이 빠졌는데
    다시 재밌어 질것 같아요~
    어제 보면서 오늘밤을 무진장 기둘리고 있다는 ㅎㅎ;;

  4. 2010.03.11 11:5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카라의 꽃말 2010.03.11 12: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재방송으로만 봐서... 뒤늦게 봐용.. ㅋㅋㅋ
    그래도 잼나게 보고 있다는...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파이팅!

  6. 할말은 한다 2010.03.11 12: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글 재밌게 잘읽고 가네요^^

  7. 감자꿈 2010.03.11 13:02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직 추노를 못 봤어요.
    추노 보고 나면 초록누리님 글 다시 읽어야겠어요. ^^

  8. Uplus 공식 블로그 2010.03.11 13: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 드라마에서 항상 등장하는 두 축인 것 같아요
    대의명분에 죽고 사는 남자, 사랑 때문에 죽고 사는 남자.
    어떤 길이 더 멋진 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네요; 잘 읽고 갑니다^^

  9. 핑구야 날자 2010.03.11 13:14 address edit & del reply

    러브라인으로 압축이 되어 볼만해요..언년이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듯

  10. KEN.C 2010.03.11 13:25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역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전 꼭 다음날 초록누리님방에서 보고 가네요. ㅋㅋㅋ
    덕분에 전 더 TV를 끊을까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히~~ ^^

  11. 달려라꼴찌 2010.03.11 13:48 address edit & del reply

    결국 지조와 절개를 목숨처럼 아는 양반다운 행보를 걸을 것 같습니다. ^^

  12. 타라 2010.03.11 20: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 무엇보다 크고 깊은 대길이의 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미 혼인해서 부부 사이가 된
    태하와 언년이 사이에 낀 대길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간 못한 얘기도 많은데 언년과 대길, 둘이 속시원하게
    대화라도 좀 나눴으면 좋겠어요...

  13. 털보아찌 2010.03.11 21: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언년이와의 의리는 지키지 않을까요?
    잠시후 추노 나올텐데 언른 확인해 봐야겠네요.

  14. 걸어서 하늘까지 2010.03.12 01: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가끔씩 보곤 했는데 요즘 좀 바쁘다 보니 영 짬을 내지 못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5. 새라새 2010.03.12 06: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 잘 보았어요 ㅎㅎ
    오늘은 어제것 볼 수 있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