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2.07 '천일의 약속' 이미숙, 물세례 맞고도 아름다웠던 그녀는 배우다 (11)
  2. 2011.12.06 '천일의 약속' 섬뜩했던 수애의 신경질, 가장 애처로운 김래원 (7)
2011.12.07 10:02




중년여배우들의 연기대결이라고 부를 정도로 김해숙, 이미숙, 오미연, 그리고 문정희(이분은 중년대열에서는 제외)의 열연이 돋보였지요. 한 시간이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났던 천일의 약속 16회였습니다. 서연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고모네는 슬픔의 도가니에 빠졌고, 김해숙과 이미숙이 독설과 물세례로 눌렀던 감정들을 토해내며, 미뤄두었던 한 판 전쟁을 치른 느낌입니다.
오미연의 오열이 시청자를 울게 했다면, 김해숙과 이미숙의 전쟁은 뭐랄까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했지요. 강수정의 입장에서도 통쾌했고, 오현아의 입장에서도 시원한 속풀이를 해준 듯하더군요. 누가 옳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솔직한 심정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내뱉는 바람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설마 오현아가 서연이 있는 자리에서 치매 운운했을까 싶었는데, 그 몰상식과 무경우, 비인간적인 모습에 기겁해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현아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옹호하게도 하니, 그저 이미숙의 연기에 감탄하게 합니다.
서연의 치매증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요. 이제는 집에서의 공간개념도 잃어가는 서연입니다. 문권의 방을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가서는 멍해져서 나오기도 하고, 감각도 무뎌지기 시작합니다. 서연은 사직서를 내고 오는 길에 재민을 만나, 치매를 감추지 않겠다며 고모에게도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지요.
고모의 그 망연자실할 슬픔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서연은, 미친 사람처럼 웃고 또 웃다가 결국에는 제풀에 쓰러져 울고 맙니다. "서연이는, 아내는 '뇌는 바보라 가짜 웃음도 진짜로 착각하기 때문에 웃다보면 행복해 진다'고 헛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다. 서럽게 운다. 괜찮아 서연아, 괜찮아...내가 고작 할 수 있는 건 이 공허한 말...아내는 괜찮지 않다. 서연이는 좌절하고 있다", 지형의 나레이션에 드러나는 감정이 읽혀져 더슬프게 했지요. 문득문득 서연을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 담긴 서글픔, 절망감, 안타까움이 전달되어서 말이지요.
늘 괜찮다고 웃어주던 지형이 서연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형은 괜찮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서연이 행복해 할 때 함께 웃어주고, 서연이 아파할 때 안아주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지형, 하루하루 빈껍데기가 되어가는 서연에게 할 수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구해주고 싶지만, 지형의 손은 늘 빈손입니다. 가는 시간을 붙들지도 못하고, 오는 시간을 막을 수도 없는 힘없는 손....
서연이 치매라는 것에 까무라치고 만 고모, 문권을 붙들고 우는 고모와 함께 엉엉 울고 말았네요. 명희(문정희)의 미안함과 후회, 그리고 서연에 대한 속정이 담긴 오열도 이어졌지요. 탈진해 버린 고모, 서연에게 고모는, 아니 고모에게 서연은 친딸 이상의 아픈 손가락이었기에, 고모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고, 방바닥에 넋놓고 철퍼덕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는 그녀는 모든 가족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오미연이 문권(박유환)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도 슬펐지만, 며칠 후 도루묵을 사서 서연의 집에 찾아가서 보여준 모습은, 오열보다 더 가슴을 찢어지게 하더군요. 죄송하다는 서연에게 "암만 그래야지"라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생선을 손질하는 오미연을 보며, 헛손질로 칼에 손이 베이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게 쳐다보게 만듭니다. 무슨 정신으로 칼을 들 수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뒤에 서있는 서연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때, 고모는 나오는 울음을 참고 있었지요. 서연을 붙들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무슨 죄가 있다고 하늘도 무심하게 너한테 그런 끔찍한 병을 주었느냐"고 대성통곡할 듯했는데, 입술을 꼭 다물고 울음을 참는 오미연, 심장이 찢어져 나가는 아픔이 절절하게 전달되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꾸역꾸역 울음을 밀어넣는 고모이자 어머니는, 자식같은 서연을 더 아프게 할 수 없었으니까요.  

서연에게 조금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시아버지 박창주(임채무)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날이 추워 바깥운동이 힘들어질 서연을 위해 런닝머신을 보내달라며, 강수정에게 온 지형의 문자를 확인하고는, 시치미를 떼고 강수정에게 문자가 왔다고 알려주더군요. 얼른 런닝머신을 보내주라는 그런 무언의 속정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회사도 그만두고 하루가 무료한 서연은 문권과 산책을 나가지요. 문권에게 하는 "끝까지 잘 살라"는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하더군요. 정해진 시간은 없다지만 그래도 평균수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마저 못채우고 가야하는 서연이기에 동생에게 꽉채워서 살라는 말을 했던 것이지요. 때마침 걸려온 지형의 전화, 지형의 어머니가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를 했다고 하지요. 좋아하는 척하는 서연, 이제는 시어머니가 된 강수정, 그 분에게는 늘 죄스러운 서연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알면서도 지형을 떠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지형의 발목을 잡아버린 못된 자신이기에 죄송스럽지요.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자리에서 향기의 엄마 오현아와 맞닥뜨리고 말았네요. 언젠가는 한번 부딪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오현아의 분노는 체면이고 매너고 상식이고 예의고 없었지요. 거침없는 막말을 다 받아내고 있는 강수정과 서연, "니가 우리 향기 물먹인 애냐? 니가 우리집 쑥대밭 만든 장본인이냐?" 헉, 오현아의 거침없는 막말에 정신이 띵해져 오는데, 미처 수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오현아의 속사포 감정폭발이 이어졌지요. 
뒤따라 온 영수에게는 품위있는 모습에 속지말라며 이중 삼중 오중 다중인격자라고 까지 퍼부어 대지요. 분이 풀리지 않은 오현아, "겉으로는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척하고는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고 있었냐?"고 강수정에게 대놓고 삿대질입니다. 오현아, 그 성질 죽이고 있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꼬...

강수정이 "내 며느리랑 밥먹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느냐"며 일침을 가하지만, 물러설 오현아가 아니었지요. 해서는 안될 말까지 뱉어버리고 말지요. "백배사죄가 멤버스 클럽으로 치매며느리 불러들여 밥먹이고 있는거야?". 끙,,,오현아의 입을 어쩌면 좋을까 싶었네요. 아무리 터진 입이라고 해도 할말 못할말 있는데 말이지요.
보다못한 지형이 "향기가 어떻게 어머니한테서 태어났는지 쭉 의문이었다"고, 휘발유통을 짊어지고 불섶으로 뛰어들었지요. 곡해하는 오현아와 노영수, 어머니를 모욕한다고 노영수는 지형의 멱살을 잡고, 오현아는 치매하고 바람나, 우리 집에 침뱉고 결혼까지 한 니놈이 정상이냐고 눈 뒤집어 까고, 이런 막장된장 젠장 아수라장이 따로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치매라는 말 한 번만 더해"라는 강수정, 김해숙의 눈에 불길이 이는 것같더군요. 자신의 말실수를 파악못한 오현아가, "치매에게 치매라는데 법에 걸리냐?"고 쏘아보는데, 강수정은 물컵을 들더니 오현아의 얼굴에 그대로 쫙~ 시원하게 부어버렸지요.

순식간에 룸에 있던 사람들 놀라버리고, 강수정 마지막 불꽃째림 들어가지요. "감히? 너 뭔데...". 아무튼 이런 난리전쟁통이 따로 없었네요. 서연 앞에서 치매 치매 하는데 정말 저러다 뭐가 터져도 터지겠다 싶었는데, 그것을 보는 강수정의 눈에 실핏줄이 터져버린 듯하더군요. 그동안 감정절제를 잘해 오던 강수정이 그런 막말 앞에 분노한 것은 당연했고, 친구 아니라 친구 할애비래도 욕먹을 감이었죠.
그렇다고 오현아도 틀린 말 한 것은 아니었지요. 결혼날짜 잡아두고 결혼한다고 청첩장 다 돌렸는데, 하루아침에 버림받은 딸래미가 돼버렸으니, 체면을 떠나 향기가 받은 상처를 어떻게 보상받겠냐고요. 딸 가진 엄마입장에서야 게거품 물고 지형의 머리채를 끌고 다녔대도 받을 만한 벌이었고 말이지요.

상식이나 인간미, 경우를 따지자면 오현아의 행동은 정말 몰상식의 결정판이었는데도, 희안하게 오현아를 또 두둔하게 합니다. 극중 오현아는 딸 향기보다 철없는 엄마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외모가꾸기가 세상관심사인 듯한 인물이죠. 전형적인 졸부 상류층의 모습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싶을 정도로 40년지기 친구 강수정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죠.
그런데 오현아는 얄밉지가 않죠. 오히려 속을 시원하게 합니다. 오죽했으면 드라마에서 정상인 인물은 오현아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올까 싶을 정도로, 가장 현실감있는 캐릭터입니다. 김해숙이 닮고 싶은 지성인의 모습으로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잡는다면, 이미숙은 시청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속시원하게 뱉어주며 대리만족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요?
이미숙의 연기를 평하자면 팔색조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맡은 역이 비슷해도 이미숙은 매작품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가죠. 이번회 이미숙의 물세례장면을 보면서, 이미숙의 프로의식이 또 놀라게 하더군요. 외모관리에 주력하는 인물 오현아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망가지는 것, 그게 이번회 이미숙이 보여준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오현아의 긴 생머리에 물이 젖는다면 추한(?)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터이고, 이미숙은 제대로 물벼락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듯 보였습니다. 이미숙이 선택한 것은 오드리 햅번의 헤어스타일이었지요. 김해숙, 정말 컵에 담긴 물을 통째로 얼굴에 다 부어버렸고요. 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이미숙은 여전히 아름답더군요.

오현아라는 캐릭터는 자칫 오버하면 푼수가 돼버리고, 천하의 몹쓸 인간이 될 수도 있고, 무식하면 용감한 무식녀가 될 수도 있을 캐릭터죠. 허영기 많은 사모님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도 이미숙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한 선에서 오현아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게 합니다. 
물세례를 받은 이미숙의 표정을 보면서 마지막 한 장면에서 놀랐습니다. 독기가 오를대로 올라있었던 오현아였기에, 멤버스 클럽에서 서연과 함께 있는 수정을 보고는 배신감에 정신줄을 출장보냈을 겁니다. 그녀의 성격상 당연한 흥분이었고요. 물 세례를 받고 이미숙이 정신을 차렸느냐? 당연히 아니죠. 천하의 오현아가 그런 것에 잘못했다고 읊조리면 안될 말이죠. 그런데 한 장면에서 이미숙의 연기에 감탄한 표정이 있었습니다.
오현아의 "감히 니가 나한테...." 말을 다 채우기도 전에 강수정의 눈에서 백만볼트 전류가 흘러나왔던 장면입니다. "감히" 너 뭔데!", 짧고 매서운 강수정의 표정을 보고는 이미숙은 아주 짧은 시간, 공포 내지는 두려움, 후회같은 것을 보여주더군요.
오현아가 예전에 강수정에게 이런 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지요. 항상 너한테 졌다고요. 그리고 지형이 서연과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지형아버지에게 당장 사표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던 오현아였고요. 사과하러 온 오현아에게 강수정이 최후통첩과 같은 말을 했는데, "사표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더이상 안본다 생각했었다"며 노기를 풀지 않았지요. 오현아는 모르겠지만, 노홍길이 강수정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해서 겨우 강수정의 마음을 풀었었지요.
그런데 이미숙의 순간 겁먹은 듯한 표정을 보니, '강수정 얘 나랑 끝내겠구나' 하는 그런 두려움 비슷한 감정과 치매환자에게 '아차'하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더군요. 많은 분량의 출연이 아님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현아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듯한 이미숙, 잘난 자존심을 쉽게 굽히지는 않겠지만, 친구를 잃는다는 순간의 감정과 실수까지, 프로는 단 1초의 순간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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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6 11:14




향기 오빠 노영수(송창의)의 등장으로 드라마 분위기가 조금은 밝아진 듯합니다. 서연을 볼 때마다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천길 물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무거움이 짓눌렀는데, 그나마 중간에 숨통을 트여주는 캐릭터들 때문에 잠시 잠깐 웃기도 했네요. 노홍길(박영규)과의 감칠 연기가 제대로더군요. 점잖은 신사분위기 송창의가 퍼머머리에 능청스러운 한량같은 캐릭터로 나와 놀랐네요. 향기네 집 분량을 늘려서라도 분위기를 업시켰으면 생각이 들기까지 하니, 이 드라마가 정말 버겁기는 한 가 봅니다. 
서연의 치매증세와 부작용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냉장고에 넣어둔 서연때문에, 문권이 아무 생각없이 던진 농담에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요. 신경질, 우울증도 치매의 병증 중 하나라며, 조용히 문권을 달래주는 지형을 보면서, 향기도 불쌍하고 서연도 불쌍하지만, 가장 불쌍한 인물이 박지형같더군요.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지형이 감당해야 할 사랑이지만, 지형을 보면서 긴 병에 효자없다는데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까, 아니 서연의 심해지는 증상을 보며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갈까를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정나미 떨어지는 서연의 신경질, 미운 것은 서연 자신
"웃지마, 아무도 웃지마. 비웃지마", 자신을 바보 취합하지 말라며, 서연은 참았던 감정을 폭발하고 말았는데요, 지형과의 행복한 시간도 어느 날에는 아득히 먼 과거, 아니 기억도 하지 못할 추억들이 될 뿐이고, 자신은 부정할 수 없는 치매환자라는 사실에, 서연은 극도의 신경과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게지요. 날마다 행복하다고, 억지로 강요하고 있던 것들이 제어되지 못하고 나와 버린 것이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냐"라는 노래가사가 있지요. 서연의 상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억지로 살아내는 것, 이미 알고 있는 끝을 향해, 마치 알지 못한 듯, 보지 못한 듯 기를 쓰고 살아가는 것말입니다.
고모와 목욕탕에 가기로 약속한 것을 또 잊어버린 서연, 혹이나 길을 잃을까봐 몰래 따라나온 지형을 모른척해주고, 동생이 마중나온 것도 애써 본 본척했는데, 그만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냉장고에 넣은 자신에게 서연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지요. 자신을 우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것에 서연은 못마땅합니다. 신경써주는  지형과 문권때문에 자신이 치매환자라는, 뗄 수없는 껌딱지가 엉겨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것같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맙니다.
"왜 감시해?"라며, 화를 내는 서연은 급기야 해서는 안되는 막말까지 퍼부어 버리지요. "다 보여. 느껴. 잘난 척 그쯤하고 가". 자신의 병이 재미있는 오락거리냐며, 자격지심까지 느끼는 서연은 "이건 내 누나가 아니야"라는 문권의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리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지요. 화가 나는 것은 서연 자신인데, 공연히 동생과 지형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하고 창피한 서연입니다.
서연의 신경질에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문권을 다독이는 지형이었지요. "당황해서 그래, 한 번씩 거칠어 지는 것도 증세 중 하나래. 이해해". 서연의 신경질과 우울증이 아기를 낳겠다고 약을 끊어서 심해진 것이라는 말에도, "덕분에 뭐든 열심히 먹어주니까 고마운 일 아니냐"고 위로하는 지형이었습니다. 울고 있는 서연, 눈에 띄게 심해가는 사연의 증세에 미소로 괜찮다고 말해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지형입니다.  
서연의 심정과 병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연의 버럭질과 신경질이 심해질 때마 가슴이 조마조마해 죽겠네요. 서연이 자신의 병때문에 화도 많이 내고, 울기도 하고, 신경질도 많이 냈지만, 이번처럼 섬뜩하게 다가왔던 적은 없었어요. 눈을 뒤집고 악을 써대는 수애의 표정이 무섭기 까지 했습니다.

박지형의 바라만 보는 사랑, 그래서 애처롭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비일비재해 질텐데 지형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저는 아픈 서연보다는 서연을 참아내는 지형이 더 안쓰럽고 불쌍해서 미치겠습니다. 지형의 어머니 강수정이 어떻게 허락할 수 있었는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지성이 감탄스럽고 존경스러웠는데, 그런 길을 가려는 지형이 이제보니 가장 강한 사람이었더군요.
놀라웠던 것은 지형의 태도였습니다. 흥분하지 않는 놀라운 감정절제력이었습니다. 지형이 순간적인 감정으로, 혹은 초인간적인 사랑의 힘으로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는 여자의 곁에 머물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사랑이 맹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지형의 차분한 표정으로 표현해 주더군요.
극중 박지형이라는 남자는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향기에 대한 미안함, 양가 집안의 문제, 그러나 무엇을 가장 고민했을까요? 아마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을 겁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환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단순히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지형의 흔들릴 수도 있을 감정에 대한 주문같은 것입니다. 지형도 치매가 어떤 질병인지는 대충 알았을 터이고, 서연때문에 더많은 자료들을 찾아 봤겠지요. 예를 들면 치매에 좋은 음식을 비롯해서 좋은 운동, 끝말잇기 등등 말입니다. 지형이 치매환자의 병증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형은 보다 중요한 참아주는 것을 잘하더군요. 그리고 모른척 해주는 것을 잘한다는 겁니다. 환자를 흥분시키지 않는 것, 지형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겠지요. 버럭 서연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는데, 지형이 같이 버럭대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서연은 자신이 아픈 환자니까, 이런 응석정도는 이해해 달라는 듯 내키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형은 좀처럼 감정을 폭발하는 일이 드물었지요.
개인적으로 서연이라는 캐릭터보다 지형의 캐릭터가 점점 더 안쓰럽고 눈에 밟혀옵니다. 서연이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할 때마다 허공을 향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하는데, 그 감정을 잘 추스려서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캐릭터가 지형입니다. 서연은 드라마 속에서도 혼자만의 방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지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도 과장된 웃음소리는 극 몰입을 오히려 방해해 버리고요.
진짜 즐거운 표정이라기 보다는 부자연스러워 보였는데, 작가도 이런 것을 느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모의 입을 통해 변명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목욕탕에서 고모의 신을 신으려는 서연에게 퉁을 주니 서연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부러 크게 깔깔 웃더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서연의 웃음은 지형과의 과거 시절 회상씬에서도 유독 부자연스러워서, 되도록이면 수애는 웃음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미소짓는 모습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아마 수애가 가진 분위기때문인 듯도 합니다. 
사실 서연이라는 인물이 수애의 연기력을 떠나, 가끔 그 캐릭터에 갸우뚱하게 하는 면도 없지않지요. 극 초반 베드신의 영향도 있었고요. 강수정이 남편 박창주에게 그애를 한 번 만나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거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연의 성격은 강수정이 받은 인상과는 좀 거리가 있는 모습들도 많지요. 그래서 가끔 시청자에게는 이중인격적인 내숭 서연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약혼자있는 남자와 사랑했다는 점을 굳이 들지 않아도 말입니다.
모든 치매환자가 서연과 같은 유사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지극히 얌전해 지거나 사람을 겁내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포악해지기도 하고, 케이스마다 다르다고 하더군요. 말이 어눌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는 것은 비슷하지만 말입니다. 서연의 경우는 거칠어지는 케이스인 듯 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터지는 서연의 신경질이 이해는 되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굳이 버럭 화를 내거나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더 아리게 전할 수도 있는데, 분노폭발만이 다는 아닌 듯해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알츠하이머 환자라며, 편집장에게 사표를 내고 돌아서서 눈물이 고였던 장면은, 오히려 다 많은 감정들을 전달했던 것 같습니다.
서연의 심정이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있다고 백번천번 마음을 다독이지만 서연이 지형을 사랑한다면, 또한 고맙다면, 그리고 미안하다면, 자신을 몰래 바라보는 지형의 감정도 생각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삶을 통째로 들고 온 지형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아프니 이해해 달라고 하기보다는, 지형의 아픔도 서연이 봐줬으면 합니다. 서연이 아픈 환자라는 것에 동정과 연민이 크지만, 고통은 더 오래 살 지형의 몫이 더 크지 않겠어요. 그동안 지형과 서연의 사랑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에 공감했다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강요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두 사람의 사랑에 애절하고 절절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서연의 치매에 힘을 너무 쏟은 이유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형의 사랑이 외사랑같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때문이지 싶기도 하고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김수현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이 서연의 사랑이 아닌 듯하더군요. 박지형과 노향기의 사랑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서연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만, 서연은 자기고통이 버거워 지형의 사랑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어 보이지요.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뜨거운 법이니까요. 그런데도 서연에게 조금 욕심을 내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서연 자신의 고통 못지않게, 지켜보는 지형의 고통 또한 크다는 것을 서연도 봐줬으면 하는 것이랍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은 더 가슴으로 전해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 다음 Life On Award 2011 커뮤니티 '티스토리'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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