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도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29 '신데렐라 언니' 서우, 제대로 변신해야 드라마 살린다 (9)
  2. 2010.04.29 '신데렐라 언니' 구대성의 죽음, 공주들의 동화는 끝났다 (18)
2010.04.29 15:09




구대성의 죽음은 신데렐라 언니로서는 큰 희생입니다. 구대성은 유일하게 신데렐라 언니의 밝음을 담당하던 축이었어요. 은조와 효선, 그리고 송강숙을 변화시키는 가장 건강한 효모였으니 그의 죽음은 대성도가의 대들보가 무너진 것과 같은 큰일이지요. 극중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와 효선의 갈등을 위한 장치였지만, 탄탄한 중견연기자로 더구나 인기급상승이었던 구대성 역의 김갑수의 하차는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김갑수의 극중 무게감이 컸기 때문이에요. 이제 송강숙 역의 이미숙과 문근영, 그리고 서우가 김갑수가 담당하던 부분까지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클 것고요.
구대성의 죽음은 애초부터 예정된 일이지만 제작진으로서는 구대성이라는 인물의 무게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유는 아쉽게도 시청자에게 기훈왕자님 신드롬에 빠지게 했어야 할 천정명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왕자캐릭터와 서우의 제자리 걸음때문일 겁니다. 기훈 역의 천정명에 대한 부분은 이미 글로 쓴 적이 있어서 여기서는 별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고, 극 중 성숙하지 못한 서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번 글은 은조와 효선. 그리고 은조와 기훈의 감정정리에 한 방점이 찍힌 이야기가 전개되어 세사람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한 리뷰글을 올리려 했는데, 드라마에 대한 걱정으로 서우의 캐릭터변화와 엮어서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서우의 변신이 신데렐라 언니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서우는 드라마 초반 어리광이 심하다, 앵앵거린다, 오버한다 등으로 소위 연기력 논란에 휩쓸렸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엄마의 사랑의 부재에서 온 성장하지 못한 효선이라는 캐릭터는 이해되었고, 8년이 지난 후 서우는 한차례 변신을 했습니다. "거지꺼져"라는 말로 시작된 반격은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거"라는 감정신으로 그 내면적인 이중성을 드러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처음 신데렐라 언니에서 서우의 고등학생 연기가 오버스럽지만 캐릭터와 맞다는 분석을 했었어요. 연기력에 대한 것은 차후의 문제였고, 캐릭터자체는 어리광에 미성숙한 효선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8년이 지난 후 서우는 변화는 했지만 성숙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서우는 목소리와 모양만 바뀐 고등학생 효선같아 보입니다. 천정명의 건조한 감정신때문에 사실 서우가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뿐, 솔직히 서우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 걸음 가까워진 은조와 효선, 그러나 두 걸음 멀어지다
이번 회 은조와 효선의 대화신이 유독 길었지요. 기훈이 준 편지를 전해주지 않았다는 것도 은조가 알게 되었고, 효선에게 유치하고 끔찍하다는 말을 하며, 은조가 기훈에 대해 가졌던 마음을 효선에게 눈물로 전했어요. "세상에서 처음으로..." 뒷말조차 잇지 못할 정도로 은조에게는 절실한 감정이었고, 효선에게 그 독한 은조가 눈물을 보일 정도였으니, 효선은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는 자책감에 빠질 수도 있게 한 대목이었지요. 잡았던 은조의 팔을 놓는 효선의 감정이 그것이었어요 .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조차 못할정도로, 그래서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은조의 눈물은 효선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이에요.
그 미안함에 효선은 은조에게 널 보는 것이 끔찍스럽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술에 취해 "너 우리집에서 나가주지 않을래? 정말 널 죽일 것같아. 니가 싫어 죽겠어. 집에서 공장에서 도가에서 매일 너 얼굴 보는 것 끔찍해"" 라는 말은 효선의 미안함에 대한 반어적 고백이며 사과였던 것이지요.
"싫어. 해 보자며?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며? 왜, 질게 뻔해서 갑자기 싸움 걸기가 싫어졌지? 너 자꾸 이러면, 나 니것 다 뺏어 버린다. 대성도가도 네 아버지도,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내가 다 가져 버릴거야"라며 반어적으로 되받아치는 은조의 말은 두 소녀에게 일종의 화해를 위해 비밀번호 한자리를 풀어준 것이었어요. 술의 긍정적인 기능은 진실을 말하게 하고 사람을 가깝게 한다는 것입니다. 효선은 은조가 절대로 그런 마음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효선은 은조가 더 싫은 거예요. 차라리 대놓고 욕심을 부린다면 "거 봐, 너 그런 애잖아"라고 욕해줄 수도 있겠지만, 은조라는 아이는 제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르고 대성도가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을 효선이 모르지 않습니다. 은조가 코피를 쏟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 효선의 나레이션은 그런 은조에 대해 미움과 사랑에 혼란스러워 하는 효선의 감정을 보여주었던 것이었고요.
"처음부터 그게 진심이었잖아, 나중에 떼어갈 몫이 많아져야 하니까 회사 살리려고 발버둥치고 있잖아?" 라고 비아냥 거려도 은조는 이제 대놓고 "그래볼까" 라고 말하지요. 이러니 효선으로서는 이길 수가 없는 아이입니다. 효선이 아는 은조는 그렇게 겉다르고 속다른 말을 하는 아이에요. 처음으로...라며 은조가 삼켜 버린 말 "마음을 주었던 사람"은 어느 날 CF광고를 찍으며 "너 꽤 예쁘다"라고 말해준 것에 이어 두번째로 들었던 은조의 진심이었어요.
그렇게 비밀번호 하나가 풀렸는데 구대성이 죽어버렸습니다. 효선에게는 아빠, 은조에게는 부르고 싶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어져 버린 것이지요. 그간 은조와 효선의 끈은 구대성이었어요. 강숙이 효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면 구대성의 죽음이 은조와 효선의 끈은 어쩌면 더 견고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불행히도 강숙에게는 구대성과 같은 마음이 없었어요.
구대성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은 은조와 효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큽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금전적인 압박은 두 아이를 극단으로 치닫게 할 것입니다. 우선 대성도가는 유령회사의 주문으로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제2금융에서 대출받은 돈은 대성도가를 인수하려는 홍주가 홍회장의 돈이니, 홍회장의 수중에 대성도가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터. 이쯤해서 대개의 드라마에서는 왕자님의 눈부신 활약이 이루어지지요.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의붓자매가 되었든 이복형제가 되었든 주인공들은 일단은 합심하고 살리고 보자로 나가고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여기서부터 더 이상 잔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비틀고 꼬기 시작한다는 것에서 상식적인 스타일에서 과감히 벗어나 버립니다. 이 예측불허의 긴장감이 신데렐라 언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일 테지요. 
이 비상식적인 드라마의 일탈은 송강숙의 행보와 효선의 감정이에요. 사실 은조의 경우는 다 보여 주었기에 은조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다만 은조가 겪는 감정의 풍파가 안스러워 함께 아파할 수 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은조에게 구대성의 존재가 어떤 사람이었고, 구대성이 "나를 버리지 마라"는 말은 은조의 금과옥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천지가 개벽한다해도 변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다시말해 은조는 사건처리 반장직을 맡았고, 우직한 형사반장 역할을 박봉에도, 잠복근무도 마다않고 할 인물이라는 것이에요.


효선의 성숙으로 극 중 긴장감을 높여야 한다
송강숙의 변화 역시 너무 기대되는 부분이라 가슴이 떨릴 지경이지만, 송강숙은 어떤 변신 혹은 변심을 한다해도 믿는 구석이 생깁니다. 이미숙의 연기력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고, 제아무리 상식밖의 선으로 튕겨져 나간하고 해도 송강숙이니까 그럴 수 있다로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미숙의 거침없는 막가파 연기가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서우에요. 그동안 서우의 모든 연기를 꼼꼼하게 모니터를 해봤는데 1회를 빼고는 매일같이 틀면 수도꼭지 우는 역할에 천진난만하게 보이려는 눈 동그랗게 뜨기, 그리고 어려서의 애교보다는 조금 덜 닭살인 애정연기가 대부분입니다. 기훈과의 감정신도 받아주는 기훈이 너무 뚱해있으니 서우의 들이댐이 무색해져 버리고 마치 고등학생이 헌병초소 앞을 지나다 멋진 군인아저씨에게 홀랑 반했다며 사랑고백하는 듯한 어색함이 연출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받아주는 상대방과의 연기교감도 중요하지만, 서우의 변화되지 않은 미성숙도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도 지적했듯이 서우는 목소리만 바뀐 고등학생 효선의 모습에서 한달 정도 성숙한 모습입니다.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은 20대인데 표정과 대사 수준은 고등학생의 모습이니 서우는 여전히 미성숙 단계일 수 밖에 없고, 은조와 기훈에게 칭얼대는 무늬만 어른인 아이같아요.
솔직히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효선의 유아기적 사고방식과 대사는 서우의 변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아버지의 죽음으로 계모 송강숙의 구박을 받게 된다면 서우의 수도꼭지는 잠기지 않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착하고 동정받아야 할 신데렐라의 눈물은 가슴이 아프지 않고, 독하디 독한 은조의 눈물에 가슴이 아픈 걸까요? 그것은 문근영이 감정을 있는 힘껏 압축했다 순간에 빵하고 터트리는 것을 적시에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서우의 경우는 모든 감정을 산만하게 뿌려댑니다. 그래서 효선의 웃음도 효선의 눈물도 별 감정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와 효선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사건입니다. 8년의 시간이 흐른 후의 변화 그 이상의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지점에 왔다는 뜻이에요. 이 감정의 도화선은 송강숙과 효선이 담당할 부분이고, 기훈은 원인제공자로 처단해야 할 범인이라고 볼 수 있을 테고요. 그런데 걱정이 앞서는 것은 효선이 여전히 유치찬란한 아이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예고편이었어요. 효선이는 이제 좀 성숙해져도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제작진에게 드리는 말씀이지만요. 또한 서우는 표정에서부터, 분위기 또한 아버지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제2의 변신을 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여전히 어리아이같은 조금은 유치한 대사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시청자는 애늙은이 은조의 골치덩어리 의붓동생을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애정라인을 포기하다 보니 저는 솔직히 은조와 효선의 감정대립이 더 흥미롭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내적 갈등의 한 축인 기훈이라는 왕자님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기훈의 스페인어 편지, 왜 바뀌었을까
이런 점은 제작진에서도 어느 정도 염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회를 보니 기훈의 스페인어 편지가 바뀌어 버렸더군요. 그 이전의 내용을 번역도 했었는데, 효선의 손가락에 가렸던 부분은 아마 초본과는 다른 내용으로 다시 쓴 것으로 짐작됩니다. 기훈이 기차에 타기전의 방백이 편지 내용이라고 공개가 되었는데, 제 추측이라면 초본은 기훈이 제대 후 은조를 데리러 올테니 어디서 기다려 달라는 말이 쓰여있었을 듯 싶더군요. 그래서 기훈이 은조에게 8년만에 나타나서 "내가 널 얼마나..."하고 말을 했었던 것이고요. 물론 은조가 입닥치라며 말을 막아버렸지만요.
왜 제작진이 편지를 바꿨을까 생각하니 은조와 기훈을 아예 틀어 버리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대신 정우의 비중을 늘일 것 같기도 했어요. 구대성의 죽음 앞에 은조가 다가서지도 못하고 넋이 나간듯 멍하니 있을 때, 놀랍게도 구대성이 은조의 어깨를 감싸주었던 것처럼 정우가 은조에게 다가서더라고요. 이런 장면 하나로 애정라인까지 섣부르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은조의 빈가슴에 정우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 보였어요. 구대성의 죽음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은조가 알게 된다면 은조가 기훈에게 남아있는 감정마저 분노로 바꿔버리겠지만, 은조와 기훈의 애절한 애정신보다는 효선과의 갈등을 비중있게 다루겠다는 의도처럼 보였습니다. 이말은 효선, 즉 서우가 구대성의 자리를 대신할 만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은조와의 팽팽한 대립이 긴장감있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서우의 변신과 극중 성숙함이 은조와의 갈등에서 중요한 이유이고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준비되지 않은 슬픔은 은조와 효선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재미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것을 꼽으라 한다면 시간과 저울인 것 같아요. 1초의 속도와 1그램의 무게는 계산단위상 한치의 가감도 없이 정해진 규칙으로 계산되니까요.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  견디는 시간과 아픔의 무게만큼은 이 두 공주들에게는 예외처럼 느껴집니다. 은조와 효선에게는 1초가 1시간처럼, 1그램이 천근은 되보입니다. 두 아이의 성장통 시간이 그리고 깊은 상처의 무게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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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07:36




예감은 했지만 대성참도가 구대성의 죽음이 너무 급작스러워서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많이 울었어요. 사람을 떠나 보낸다는 것이, 더구나 마음 든든하게 의지하던 사람과의 이별은 감당하기 힘들어지네요. 그 이별이 드라마 속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은조와 효선, 그리고 강숙의 마음과 동화되어 버린 구대성에 대한 사랑도 제 사랑이 돼 버렸나 봅니다. 사실 이번회를 보고 글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제게도 이별할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아마 이 글을 쓰는 동안 저는 또 많은 눈물을 흘려가며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기훈의 나레이션이 등장하면서 어쩐지 은조와 효선에게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결과가 구대성의 죽음이었네요.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와 효선, 송강숙의 시선에서 담아내기에는 그 감정의 기폭이 너무 크기에 기훈의 시선에서 볼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구대성의 죽음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해 버린 기훈, 그리고 구대성의 죽음을 받아 들여야 하는 송강숙, 효선, 은조의 나레이션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번 신데렐라 언니 9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글을 두개로 나눠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은조와 효선, 은조와 기훈의 파트가 신데렐라 언니 스토리에 하나의 방점을 찍으며 정리가 되었기에 이 부분도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괘종시계의 묵직한 시계추, 구대성의 죽음
대성도가에 닥친 위기는 이웃 친척들의 도움으로 해결된 듯싶었는데, 더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지요. 대성도가에 쌀을 대주던 도매상들이 구성도가에 쌀을 공급하지 않으려 하고, 은조는 은행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홍주가 홍회장을 찾아 간 기훈은 아버지로부터 큰 돈을 대성도가에 빌려주게 하고 다행히 대성도가는 비싼 값으로라도 쌀을 사서 탁주를 만들어 일본으로 가는 배에 선적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기훈은 수주를 넣었던 일본회사가 유령회사였다는 것과, 이 모든일이 이복형 기정이 꾸민 짓임을 알게 됩니다. 기정과의 전화통화를 듣게 된 구대성은 쌀을 사기 위해 차용한 돈이 홍회장 돈이었고, 홍회장과 대성이 대성도가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지요. 홍주가로부터 내쳐진 기훈을 자신의 그늘에 품어 주고 아들처럼 믿었던 기훈의 배신에 대성은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어요. 
아내 송강숙의 진심어린 사랑을 이제서야 비로소 느끼며 행복했는데, 은조와 효선이 따로 술을 마시겠다며 응어리진 마음을 터놓고 좋은 사이가 될 것도 같았는데, 아버지라고 불러주지 않았지만 자기의 건강을 염려해 술잔을 받아들이는 은조마음이 기특하고 든든했는데, 그래서 집 한귀퉁이 글처럼 "가화만사성"을 이룰 것도 같았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한채 다 버리고 간듯 편안하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어요. 작지만 천천히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왔던 그의 삶의 철학처럼 욕심없이 말이지요. 남은 사람들의 가슴 미어지는 통곡소리를 들으며 구대성이 가는 걸음도 가볍지는 않았을텐데, 인생사가 그렇듯이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기훈의 비밀도 알려주지 못하고 떠나 버렸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대성참도가 탁주만 남겨둔 채 말입니다. 

기훈, "내가 하루아침에 저 예쁜 여자애들의 아버지를 빼앗았다"
병원 응급실 한 귀퉁이, 감히 다가서지도 못하고 바로 볼 수도 없는 기훈은 구대성 아저씨의 죽음이 자신때문이었기에 울지도 못합니다. 아니 울 자격도 없습니다. 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자신을 버린 홍주가에 대한 원망이 왜 구성참도가 구대성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기훈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자기때문에 구대성이 죽었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에요. 구대성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열하는 효선과 송강숙, 넋이 나간채 바르르 떨고 있는 은조, 두 아이들의 아버지를 빼앗아 버린 자신과 홍주가는 죄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만이 서서히 기훈의 마음을 조여옵니다. 아주 오래전 은조가 기차역에 나와주었다면 이 더러운 진흙탕 속에 발을 담그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과 원망만을 간직한 채 말이지요.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지만 이제는 사랑할 수 없는 여자 은조, 기훈은 이제 더이상 기차역에서 은조를 기다리는 풋풋한 청년이 될 수가 없게 된 것이지요.
아저씨에게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던 했던 기훈이지만, 그 넉넉한 아저씨는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신때문에 죽어 버렸습니다. 기훈의 마음을 드라마 속에서 아직 다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기훈이 예전의 기훈이 될 수 없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정과 홍회장 그 어른들의 추한 싸움 속으로 기훈이 진짜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것이 은조와 효선 두공주를 위한 일이든 홍주가에 대한 자신의 원한을 되갚아주는 일이든지 말이지요. 

송강숙,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과 맞짱떠서 이긴 나를 가지고 놀아? 이제 내가 너희를 가지고 놀아주겠어!"
은조에게 털보장씨와의 그간 밀회를 들켜버린 강숙은 은조가 믿든 안믿든 진심이었어요. 송강숙은 정말 개처럼 구대성에게 충성합니다. 약 먹을 시간을 알람까지 맞춰두고 지극정성으로 구대성을 간호하고 책에서나 읽었던 현모양처가 따로 없을 정도에요. 구대성이 없는 송강숙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구대성이 쓰러지고 난 후 깨달은 송강숙이었어요. 구대성은 송강숙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었던 남자였고, 진심으로 좋아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신의 마지막 남자라고 생각했던 구대성이 눈앞에 누워 있습니다. 사망하셨다는 의사의 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죽어 버렸습니다. 효선이가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깜깜해져 옵니다. 효선이 아빠를 부르며 우는 소리가 낮잠자는데 왱왱거리며 들리는 야채 장수 마이크 소리같습니다. 낮잠에서 깨났는데도 그 소리가 잦아들지 않습니다. 잠결에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꿈이 아닙니다. 바로 얼마전에 휴대폰으로 사진찍고 큼직한 알타리김치를 받아 먹으며 웃어 주던 남편이 "나 진짜 죽었소" 라며 누워 있습니다.  
효선을 붙들며 조용히 해보라고, 울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보라며 반 정신 나간 여자처럼 울부짓는 송강숙 이미숙의 그 짧은 장면은 너무 생생스러워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그 순간 송강숙에게는 악 밖에 남아 있진 않아 보였어요. "나,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하고 맞짱떠서 이긴년이야. 그런데 운수 사납다는 팔자 네까짓게 감히 날 가지고 놀아? 이거야? 내 드러운 팔자라는 게? 나, 안져. 팔자? 그래 이제 나랑 맞짱 떠보자. 이제 내가 내 팔자랑 맞짱 떠 보겠어!"
송강숙은 정말 자신의 팔자라는 년과 맞짱을 뜰 것같아 보입니다. 마음 잡고 잘 살아 보겠다는 데도 허락되지 않는 더러운 팔자라면, 그 보다 더 더럽게 살아봐 줄게 하는 듯이 보였거든요. 인간의 감정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송강숙은 신데렐라 언니의 핵폭탄 같아요. 은조와 효선이 어른이 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기 까지 합니다.
괘종시계의 묵직한 시계추같았던 구대성의 자리를 대신할 송강숙은 마치 살풀이라도 하려듯 달려들 것 같습니다. 송강숙의 불안한 시계추는 은조와 효선을 어른의 세계로 이끌 수 밖에 없을 테지요. 은조가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은조가 잡고 있는 효선 역시 따라 올 수 밖에 없겠지요. 구대성이 "나를 버리지 마라" 고 한 그 말이 은조에게는 효선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할테니까요. 효선 역시 이제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고 빚이라고 생각할 은조이니까요. 아버지의 딸이라는 무게로 말이지요.

효선, "아빠! 이제 나는 누가 지켜줘요?"
구대성의 죽음이 가장 슬플 사람은 효선일 거예요. 세상에 단 한사람, 자신의 편이고 유일하게 효선이 꺼였는데, 그런 아빠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애교를 떨어봐도 아빠는 눈을 뜨지 않습니다. "효선이 왔따아~~~" 아무리 말해도 아빠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무섭습니다. 
어렸을 때는 효선은 죽음이 뭔지 몰랐어요. 엄마가 죽었다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잠시 집을 비운 걸로만 알았어요. 하루 이틀 몇년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고, 비로소 엄마가 죽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주 천천히 알았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알았어요. 다시는 효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다시는 효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요. 아빠의 까칠한 수염을 만질 수도 없고, 도가에서 집에서 불호령을 하던 아버지의 걸걸한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을요. 더 이상 아빠 어깨에 기대어 은조에게 "용용 죽겠지, 우리 아빠야" 라고 응석받이처럼 유치하게 은조 약을 올려줄 수도 없다는 것을요.
이제는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효선인데, 그 빈자리가 얼마나 아프고 그리운 자리라는 것을 알아 버렸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효선이 꺼' 아빠가 죽었다고 합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침대밑 효선의 물건 상자에 넣어 둔 엄마 사진처럼, 아빠는 그렇게 꺼내 보고 그리워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어른되서 아빠 힘들지 않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효선이 어른이 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효선이 시집가는 것도 못보고 아빠 혼자 엄마한테 가버렸다고 합니다. 겉으로만 좋아해 주는 새엄마와 미워서 아니 효선을 너무 잘 알아서 얄미운 은조 모녀 속에다 효선이 혼자 던져버리고 가버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우리집에 새엄마와 새언니가 온 게 아니라 효선이가 새엄마와 새언니 집에 남겨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아빠, "아빠! 효선이 혼자 두고 어떻게 가실 수가 있어요. 이제 나는 누가 지켜 줘요?" 비명처럼 아빠를 부르는 효선, 효선이에게 더이상 아빠는 없습니다. 지켜줄 든든한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뭉텅 잘려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너 혼자 힘으로 어른이 되라"면서요.
아버지의 죽음은 이제 효선이 더 이상 어린아이의 시간 속에 머물 수 없음을 말합니다.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요. 그렇게 효선은 다른 시계로 발을 디뎌야 합니다. 어른이 되는 시계추로 말이지요.

은조,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단 1초라도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은조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처음으로 은조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구대성, 쓰레기같았던 이름 송은조를 구은조로 바꿔 준 사람, 은조에게 구대성은 다른 세상이었어요. 따뜻하고 기대고 싶고, 엄마의 가식적인 사랑때문에 자신이 빚처럼 여겨졌던... 은조의 인생에는 영영 없을 줄 알았던 존재가 아버지였어요. 백만번쯤 바뀐 엄마의 남자들은 그저 엄마가 스쳐 간, 이름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런 은조에게 구대성은 처음으로 손을 얹어 주었어요. 기훈이 떠나던 날, 은조의 상처를 처음으로 보듬어 주고, 대성도가에 남아있을 이유가 되어 주겠다던 구대성, 그 때부터였는지 몰라요. 구대성은 은조에게는 하나의 의미가 돼버렸어요. 반듯하게 살아야 하고, 구대성이 사랑하는 일까지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미생물학과에 진학해서 효모를 연구하고, 그것이 대성도가를, 아니 구대성을 웃게 하는 일이라면 은조는 쓰러져도 좋았어요. 은조의 하늘이었고, 숨쉬는 숲이었던 구대성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언젠가 효모연구가 성공하면 은조는 구대성에게 주고 떠날 생각이었어요. 구대성이 아니라 대성도가를 말이지요. 
뜯어먹을 게 많아서 좋다는 엄마의 말에 어깨를 떨어뜨리고 가는 쓸쓸한 구대성의 뒷모습은 은조의 모습과도 같았어요. 어느 날 새벽 가방을 챙기고 떠나려던 자신의 모습을 닮아 있었으니까요. 그런 자신을 붙잡아 주었던 구대성의 묵직한 손을 은조는 기억합니다. 효선처럼 팔짱을 끼어주지도 못하고 구대성의 뒤만 마치 오리새끼처럼 따라다닐 뿐이었어요. 어떻게 붙잡아 줘야 할지도 몰랐던 은조는 어린아이였거든요. 감정표현에 서투르기만 한...
그런 은조에게 구대성은 "나를 버리지 마라. 그래주면 고맙겠다"며 더 큰 팔로 안아주었어요. 엄마와 자기가 운수사나운 모녀가 아니었느냐는 말에 "날 아버지라고 한번 안해줄래?" 라며, 네 엄마와 너는 내 가족이야. 가족에게 어떻게 운수사나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니? 라고 돌려 말해주었어요.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에 입만 달싹이고 말았는데, 나가는 구대성에게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는데, 마음 속에서는 수만번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제 영영 그 소리를 해드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니, 은조가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라는 소리를 한 번 듣고 싶다고 했는데, 은조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 영영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계단에서 무너지는 은조에게 아픔이 가슴을 찢고 나오려 합니다. 가슴을 누르고 눌러도 그 아픔이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혼자 불러보는 아버지, 그 말조차 목구멍에서 찢어져 버립니다. 숨을 쉴 수 조차 없습니다. 너무 아파서 소리를 내면 심장이 터져 죽어버릴 것 같아서 소리조차 지를 수 없습니다. 소리를 내면 가슴이 터져 산산이 부숴져버릴 것 같습니다. 너무 아파서 "아버지"라고 소리내어 불러보지만 "아..."하고 다음 말도 찢겨져 버립니다.
은조는 이게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건 분명 악몽이고 나는 대성도가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거야. 아버지가 모주를 들고와서 쉬엄쉬엄 공부하라며 효모 이야기를 해줍니다. "바람이 물이 공기가 해 준 일이야. 은조 너희모녀가 좋은 효모를 가지고 왔어" 아버지가 은조를 향해 웃어줍니다. 아버지라고 한 번 불러주지 않으련? 하면서요. 머뭇거렸지만 은조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세상에 한 분밖에 없는 은조의 아버지인데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아무도 은조를 욕할 사람이 없습니다. "아..."하고 아버지를 부르려 하는데 12시 종소리가 들립니다.  
되돌아오니 은조는 병원 비상계단에 쪼그리고 울고 있습니다. 조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그 병원입니다. 시계바늘을 돌릴 수만 있다면, 딱 1초만이라도 아버지라고 불러달라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백만번 천만번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야속한 시계는 거꾸로 돌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슴이 짓눌러지듯 아프고 터질 것 같은 걸 보면 이건 악몽이 아닙니다.
은조도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대성도가, 그곳을 지키던 어른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에요. 은조의 아버지 구대성이 말이지요. 세상이 싫어 도망가겠다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습니다. 은조도 이제는 아버지를 대신할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아버지를 버리지 않는 일이 대성도가를 지키는 일일테니까요. 
"아.." 소리 밖에 내지 못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우는 은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빠를 잃은 효선,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은조와 효선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두 아이의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가슴을 후벼팝니다. 아버지를 잃은 은조와 효선은 이제는 영영 동화속 공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하거든요. 버팀목 없는, 아버지의 든든한 두 팔이 없는 무서운 어른들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동화를 마무리해야 겠지요. 그래서 아버지를 부르는 이 아이들의 소리가 더 아파오고 구대성의 죽음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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