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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26 '더킹 투하츠' 윤제문,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캐릭터의 실체 (5)
사실 지금도 이 캐릭터는 단순히 사이코 패스라거나, 열등감에 찌든 과격분자라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유는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때문입니다. 국적이 뭐든 간에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는 그가 대한민국의 전쟁을 선택한다는 것이, 이재하에 대한 열등감과 무기거래로 이득을 챙기기 위한 군산복합체 클럽M의 대표로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민족주의 감정을 우선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한 개인으로서와 조직원이었을 때 전혀 다른 야누스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5년이면 끝나는 최고통치자의 권력과 밤의 황제를 지칭하는 대기업 총수의 권력을 비교하면서 김봉구라는 인물을 치환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죠. 개인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기도 하고, 정치를 등에 업기도 하는 정경유착의 관계때문에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봉구는 그 얼굴이 파악이 안되더군요. 그림자 정부라는 말처럼, 그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정부를 대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행동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지극히 우발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그를 무서운 존재라기 보다는 우스운 광대처럼 보이게 했죠. 테러리스트로 대치해 보기도 하고, 무정부주의자로 놓고 보기도 했지만, 결국 김봉구의 본모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애국심도 없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죠. 입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이재강 부부를 암살하고, 이재하에게 당한 열등감과 모멸감에 전쟁을 획책하는 그 정신세계는 한마디로 난해!
가상의 적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존마이어에게서 벗어나, 한국인의 이름 김봉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혹시 이 사람이 '나'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앞에 큰 양심의 가책없이 개인의 이익을 택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 말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에 배아파 하고, 세금으로 내주머니 털려나가는 것에 아까워하고, 전체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적인 모습의 우리들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적은 사실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행동이 보이니까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적,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김봉구라는 인물은 그런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 내부의 적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 우리 사회에 기생하는 보이지 않는 적을 김봉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꼬집은 것은 아닌가 하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두 학생이 한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두 학생의 태도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한 학생은 가방을 싸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고, 다른 학생은 고국의 부모 형제들에게 비행기를 얼른 타고 탈출하라고 하더라죠. 나는 어느 쪽일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그런 이중적인 의미를 가졌던 것이지요. 김봉구라는 인물처럼 돈과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조국을 위해 그 힘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힘없는 대한민국에게 얼마나 의지가 될까?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을 해 본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속에서 당연 빛나는 것은 이승기의 연기성장이었습니다. 이승기의 연기는 세포분열을 거듭했다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상황에 따라 깊어지는 감정선과 캐릭터의 진중함을 이승기는 충혈되는 눈빛연기로, 폭풍오열로, 거침없는 일갈과 분노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고무줄처럼 늘여가기 시작했죠. 무서운 연기폭발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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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 2012.05.26 10:58
전적으로 공감합니다.저두 김봉구라는 캐릭터를 왜 저렇게 표현할까가 의문이었는데 초록누리님 글을 읽어보니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되네요. 이기적인 나 자신이라... 정말 그랬던건 아닌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것 같네요^^; 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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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커 2012.05.31 13:13
납득하기 어려운 해석이네요.
저는 단순하게 싸이코패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싸이코패스에게 애국심 혹은 애향심, 민족주의 이런 것들이 있을 리가 없지요.
가까운 사람들의 감정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인데.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서 모두다 한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중에는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