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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16 '더킹 투하츠' 화장품을 통해 본 패러독스, 블랙코미디의 진수 (3)
2012.04.16 07:05




더킹 투하츠는 볼수록 물건입니다. 이 드라마를 입헌군주제라는 가정하에 하지원, 이승기라는 톱스타의 이름을 건 가상 멜로드라마라고만 평가하기에는, 그 속에 깔려있는 날카로운 독설이 심상치 않습니다. 마치 자아성찰, 자기비판의 드라마같아서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남북한의 다른 이데올로기를 통해, 계급, 자본, 이율배반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시도는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익숙한 구도였습니다. 드라마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실험일 수 있습니다.
국왕부부의 죽음으로 졸지에 원치않은 왕위를 계승하게 된 이재하, 철딱서니 없는 망나니에게 국정을 맡기려다 보니 주위의 시선은 불안스럽기만 합니다. 그동안 봐왔던 이재하라는 캐릭터가 신뢰를 얻지못했음도 이유가 되었지만, 왕과 왕제의 다른 책임감을 그가 수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컸겠지요. 아이큐 187이라는 수치적인 우월함은 이재하가 왕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에 보탬이 될 뿐이지, 아이큐 187이기에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왕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 가는 과정이 이재하가 앞으로 풀어야 할 몫이겠지요.
사랑하는 형의 죽음을 보고서도 울 수 없는 동생, 왕이라는 자리는 눈물 한줄기를 흘리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산적해 있는 서류들과 각국의 조문사절단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숨쉴 틈도 없는 이재하였습니다. 왕족으로 약물중독 교통사로 수치스럽게 죽느니 추락사를 택해 절벽으로 뛰어내렸던 이재신(이윤지), 아들보다는 왕의 죽음이었기에 의연하게 눈물을 참아야 했던 대비 방영선(윤여정), 그들은 그렇게 왕족으로서의 품위와 체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부둥켜 울지도 못하고, 홀로 오열하는 세 사람의 모습은 비통함을 더해줬지요. 오빠의 사진을 보며 오열하는 이재신, 자동차에서 아들 재강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어머니, 항아에게 기대 우는 재하의 눈물은 슬픔의 절정을 찍는 장면이었습니다.
형의 죽음 앞에서 마음놓고 울지도 못하는 재하를 위해 "오빠"라는 닭살애교를 보이기도 하고 보핍보핍 댄스로 재하를 위로해 준 하지원의 극강애교 댄스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원이라는 배우는 드라마의 보석입니다. 나이가 무색한 하지원의 귀여운 표정은 신이 내린 선물처럼 상큼하기 그지없었으니까요. 전천후 연기자 하지원,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원을 보면 캐릭터와의 혼연일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 말이죠. 왜 하지원인가?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여기에 원숙함까지 더해지고 있는 이승기의 물오른 연기는 이재하라는 캐릭터의 성숙만큼이나 멋져지고 있어서, 드라마의 깊이도 더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형의 마지막 통화를 생각하며 항아에게 기대어 울음을 터뜨리고 만 재하, 까불대던 왕제 이재하와 스스로도 이별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뒤의 장면은 보기 불편하더군요. 뒷날 좋지않은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잠잠해서 제가 보수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나, 지금까지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네요. 상 중에 상주가 잠자리를 했다는 것이 영 깨림칙해서 베드신을 위한 제작진의 무리수라고 보였거든요. 상중에 잠자리를 하는 것은 부부지간에도 당연히 금기하는 것인데, 하물며 왕실에서 그것도 아직 정식 혼례를 치르지 않은 재하와 항아의 동침은, 혼전동침때문이 아니라 상중이었다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은규태의 지적에 김항아가 본인이 원했다고 재하를 두둔하기도 했지만, 남들이 알까 무서운 치부였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임신이라도 했다면, "무슨 저런 호로 삐리리 자식들이 있느냐"고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게 일반적인 우리네 정서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좋은 작품이라 리뷰를 멈추고 싶지 않았는데, 이부분에서 걸려서 혼자 씩씩 거리다가 글을 정리하기가 힘들어 여태 7,8회 리뷰글 올리기를 머뭇거리고 있었네요;;

서두에 이 드라마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날카로은 독설이 있다고 썼는데,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장면이 김항아와 이재신의 신이었습니다. 하반신마비로 옷에 실수를 한 재신, 대비는 출타중이었고 근위대 은시경이 있었기에, 재신은 더더구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지요.
여자로서 배변을 가리지 못한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공감가는 장면이었습니다. 하반신 마비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준 이윤지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였습니다. 막 수술을 했는데도 복대를 하지 않은 연출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말이죠.
등짝을 때려가며 재신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항아의 "똥"발언은 목욕신을 감동으로 만든 대사였지요. "누구나 쌉니다. 국왕전하도 싸고 장동건이도 쌉니다. 나도 오기 전에 한덩어리 싸고 왔습니다".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장면은 김항아가 재신을 목욕시키고 로션을 발라주는 장면에서 였어요. 제가 제작진에게 감탄하는 소품이 화장품이었는데요, 세계장교대회 훈련을 가서도 화장품은 재하와 항아라는 캐릭터의 이념적, 문화적, 편의상 자본으로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계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소품으로 등장했었지요. 화이트닝 라인, 에센스 라인 등으로 고급취향의 화장품을 늘어놓으며 우쭐거리는 재하를 항아가 신기해 하기도 했지요.
재신을 목욕시키고 바디로션을 발라주면서 발에는 풋로션을 바르라는 재신의 대사가 있었는데, 항아는 문화적 생경함에 이런 말을 하지요. 대충 요약하면 "뭔놈의 화장품을 눈 따로 몸 따로 발따로 그리 복잡하게 바릅니까? 대한민국은 아주 돈을 몸에 쳐 바르는구만요. 기왕 바를 꺼 눈깔도 따로 바르고 혓바닥도 따로 바르지요", 기가막힌 패러독스에 무릎을 쳤던 대사였습니다.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고요.
이 장면을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과 0.001% VVIP 상류층의 구도에서 봤다면, 시청자는 있는 놈들 돈지랄을 떤다고 그들의 문화 혹은 생활의 단면을 고운 시선으로 보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평범한 다수의 시청자에게 상위 몇 %의 생활패턴은 있는자의 거드름으로 보이기 십상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더킹 투하츠에서 라인별로 늘어놓은 재하의 화장품과 재신의 화장품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합니다. 상대가 못사는 북한 여자였기 때문이지요. 이런 심리죠. "후진국이니 이런 것을 알리가 있나, 우리 수준은 이만큼이라고". 마치 나도 재신처럼 부위별로 다른 화장품을 사용하고, 재하처럼 라인별로 기능성 화장품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죠. 똑같은 상황인데도 길라임과 김항아를 보면서 느껴지는 차이가 확연하지요.
길라임은 나였지만 김항아는 타인입니다. 자본과 계급의 속성을 우리끼리의 이야기로 봤을 때는 내가 약자였는데, 김항아라는 인물을 통해서는 내가 강자도 아니면서 강자가 되는 우쭐한 심리,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심리를 적나라하게 까집고 있는 것이지요. 블랙코미디죠.
또 하나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불편한 자화상과 마주합니다. 예단으로 재하측에서 보낸 냉장고 100대와 항아가 가져온 인삼이 그것이죠. 냉장고 100대와 북한의 인삼(추정하기로 개성인삼인듯)을 가격으로 치면 냉장고 100대 값이 월등히 높았겠죠. 돈도 없을텐데 이런 것을 보냈느냐며 항아의 자존심을 상하게도 했지만, 개성인삼은 인삼 중의 최고로 치는 상품입니다. 흔히 고려인삼이라고 하는데, 이 고려인삼이라는 말은 고려의 무역 주거래품이었던 개성인삼이었음을 상기해 보면, 냉장고와 비교해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되는 예단입니다.
부잣집 아들집에서 돈으로 바리바리 보낸 이바지와 가난한 집 딸의 어머니가 정성스레 손수 준비한 이바지 음식이 비교당할 때, 시청자들은 돈과 정성의 배반적인 모습을 느끼며, 가난한 여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더킹 투하츠에서는 북한여자라는 이유로 묘한 경제적 우월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웃기죠. 단지 대상이 북한여자일 뿐인데 길라임으로 대변되는 서민층이었던 우리네 정서가, 타인으로 들어온 북한여자 김항아를 통해서는 우월감으로 느끼고, 심지어는 자부심으로 까지 확대하는 우리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말이죠.
이율배반적인 우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혹자는 드라마를 보기가 불편하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통일을 바란다고 하지만, 막상 통일이 되면 감수해야 할 불편함들, 상대적으로 우월하고 많이 가진 우리에게 후진문화가 섞여드는 것을 불편해 하는 심리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상류층 가진자들이 나눠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내가 조금이라도 더 가진자 상류문화를 알고 있는 층에 뭉뚱그려 편승하면, 다른 시선으로 그들과 선을 긋는 이중성, 이 드라마에 흐르는 적나라한 패러독스입니다.

천방지축 안하무인 이재하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하라는 캐릭터의 자기성찰, 자아성숙은 우리들이 함께 성숙해야 할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타인에 대해 깨야할 편견과 아집, 그 다름을 대하는 성숙하지 못한 사고는 우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전하는 패러독스, 이 드라마가 가진 깊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자아성숙의 대상이 이재하가 아닌 '나'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기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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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2012.04.16 07:2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리퀸 2012.04.26 19:33 address edit & del reply

    침대에서 휴지 잡으려고하는 모습이 참 눈물 글썽이더라구요ㅜㅜ 복대 안한건 이재신이 자존심 강한 공주 역이여서 그런 거 같기도해요~ 싸는게 더 챙피할꺼같지만요ㅋ

  3. 2012.08.01 01:34 address edit & del reply

    나 정말 너의 블로그를 즐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