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10.03.24 '동이' 무거운 분위기, 감칠맛이 부족하다 (24)
  2. 2010.03.23 '추노' 상반된 세상, 진정한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16)
  3. 2010.03.23 '동이' 초반부터 너무 서둘러 김빠진 악의 축 (35)
2010.03.24 07:56




화제작 동이 2회까지 보고 드라마가 초반부터 무겁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굳이 동이를 분류하자면 정통사극으로 구분지을 수 있겠지만, 1,2회를 보면서 숨통을 틔워주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이가 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고아가 되는 과정을 단시간에 보여주려는 의도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2회 역시 무거움과 비장감만이 흘러 드라마를 보는 내내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결전 연설로 동이 2회가 시작되었지요. "지금 누군가 양반들을 주살하고 그 죄를 검계에 씌우려 하고 있다. 동지들을 빼앗겼고 죄없는 천민들이 끌려갔다..... 우리가 처음 검을 들었던 날을 기억하는가? 다시는 짓밟히지 않을 것을 맹세하며, 천인이라는 이유로 죄없이 죄인이 될 수 없다. 천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최효원(천호진)의 결전문에는 검계조직의 핵심 강령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천민이라는 이유로 죄 없이 죄인이 될 수 없다" 는 대목입니다. 검계 조직에 대한 사료에는 주인 양반을 살해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살주계와 비슷한 단체로 반사회적이고 반체제적인 조직이라고 쓰여 있지만, 동이에서의 검계는 차별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의 검계는 역사자료에서의 검계조직과는 다른 천민들의 보호조직이라는 시각을 깔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검계수장 최효원은 각 접에 명령을 내려 검계를 음해하려는 세력에 대한 조사를 합니다. 남인 양반을 살해한 사건들에 같은 남인인 한성부 좌윤 오태석이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단서를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에게 비밀리에 전달하였지요.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의 부친은 부제학을 지낸 서정호로, 서용기는 부친에게 임금을 알현에 진상을 규명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정초 숭릉으로 원행을 나선 숙종을 알현하러 가는 길에 서정호는 괴한들의 습격으로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검계의 조직원 한명이 발각되어 기밀을 누설했던 것이지요.
최효원은 오태석 일파가 서정호 대감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을 보고 받고 서정호를 구하러 갔지만 한발 늦고, 관군들에게 포위되어 의금부로 압송당하게 됩니다. 최효원의 제보로 양반살인에 같은 남인인 오태석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 서용기는 의금부 오윤(최철호)에게 이 사건에 조정인사가 연루되어 있다고 강변하지만, 오윤의 무시만 받고 돌아오고 말았지요. 
그런 서용기에게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자신이 부탁으로 숭릉으로 향하던 아버지가 검계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에요. 서용기는 자신만큼 믿었던 마음 속 스승이자 친구인 최효원이 아버지를 죽인 검계의 수장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맙니다.
이번 회 의문이었던 최효원과 서용기 사이의 실마리 하나가 풀렸지요. 5년 전 말 없이 떠나버린 최효원을 서용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했지요. 서용기는 그때부터 검계색출에 나섰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털어 놓았던 사이인지라 서용기가 검계에 대한 이야기를 최효원에게 했을 것이고, 최효원은 검계 조직원으로서 서용기를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한편 검계에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는 음모를 눈치챈 최효원이 검계집결령을 내리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던 날, 행방이 묘연했던 동이가 누구를 따라 나섰는지가 밝혀졌는데요, 동이는 오태석 대감집안과 혼사가 이뤄진 대감집 아씨를 대신해 문안비에 발탁되었던 것이었어요. 
평생 한 번 입어볼까 말까한 고운 비단옷을 입고 오태석 대감집에 갔던 동이는 뛰어난 기억력과 총명함으로 오태석의 관심을 받습니다. 동이의 영특함에 오태석 대감이 동이의 신분을 파악하는 중 자신이 찾고 있는 최효원의 딸임을 알게 되었지요. 포청에 끌려갈 뻔 한 동이는 차천수(배수빈)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깁니다. 강나루에서 만나기로 한 동이 오빠 최동주가 보이지 않자 차천수는 동이를 나루에 숨겨 두고 친구 동주를 찾으러 나섰다가, 최효원과 동주가 포박되어 끌려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칼을 빼려는 차천수와 이를 말리는 최효원과의 말없는 대화는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최효원은 눈빛으로 말했지요. "이제 네가 검계의 수장이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훗날을 도모하라" 는 뜻을 전하고, 차천수는 눈물을 머금고 칼을 넣고 맙니다. 수장과 친구가 끌려가는 모습을 힘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차천수였지요. 
동이는 강나루에서 오빠를 기다리며 뼈저리게 후회를 하며 울지요. 문안비를 잘하면 비단옷을 준다는 말에 비단옷이 입고 싶었던 어린 마음에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거든요.
차천수와 오빠를 기다리던 동이의 눈에 관군들의 행렬이 보이고, 얼핏 사이로 아버지와 오빠가 보이는 듯 합니다. 몸을 숨기고 있던 강나루를 벗어나 사람들 속에 서서 보던 동이의 눈에 믿기지 아버지와 오빠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고 있는...
아버지와 오빠를 부르는 동이의 외마디 비명이 동이를 어떤 운명으로 내치게 될 지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비단옷은 동이에게 슬픔의 옷이 되고 말았습니다. 동이가 처음으로 입은 비단치마 저고리는 그녀의 인생이 비단 옷처럼 화려하게 펼쳐질 것임을 암시하면서도, 하필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슬픈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번 회를 보면서 동이 아버지 최효원을 연기하는 천호진의 딸을 보는 슬픈 눈빛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단 한번이라도 고운 옷 입고 귀한 아씨처럼 보이고 싶다" 며 문안비로 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동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싶더군요.
늘 얼기설기 기운 누더기 치마저고리를 입은 딸이지만 아버지 최효원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이에요. 위험한 상황이기에 절대로 안된다며 못을 박고 나오지만, 어린 딸 동이의 울음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최효원은 동이를 데리고 한양에서 몸을 피하기 전에 동이를 위해 설빔을 장만했지요.
멀리 나들이 나와 연날리기를 하는 색동비단옷을 입은 양반집 아이들을 보며, 최효원은 천민이라는 신분과 가난이라는 벽을 함께 느꼈을 것 같습니다. 동이의 설빔을 가슴에 꼭 움켜 안는 최효원의 눈빛에는 "언젠가는 새 세상이 오면 동이에게 비단치마저고리를 꼭 사줘야겠다" 고 다지는 듯한 아비의 마음이 보였어요. 과묵한 성격에 말수도 적지만, 연민과 사랑을 담아 동이를 바라보는 최효원(천호진)의 애처로운 표정의 아버지 눈빛은 일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주 사형과 함께 천호진을 몇 번 못본다는게 아쉽네요.  
그런데 동이 1, 2회를 보면서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 2회만으로 섣불리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드라마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겁고 딱딱하고 답답한 듯 합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동이가 천애고아가 되는 과정을 그린 탓이기도 하지만, 초반부 드라마를 띄우는 감초들의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장금에서의 임현식이나 선덕여왕의 죽방 이문식, 추노의 이한위 등등 사극을 감칠맛나게 버무려 주며,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 웃음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1,2회를 보는 동안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었네요. 물론 동이가 시트콤도 아니고, 코믹사극도 아니기에 희극적인 요소를 넣어야 하느냐는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답답한 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최효원, 차천수, 최동주, 최동이 그리고 동이를 둘러싼 반촌 사람들이 너무 먹물 냄새가 나서 천민들 같지가 않은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회 등장한 게둬라 아버지 역시 검계조직원이다 보니 조직원의 냄새만 났을 뿐이었어요. 천민들이 글을 깨우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는데도, 동이를 둘러 싼 주변인물들이 천민들이라 하기에는 반듯한 말투에 학식과 무술이 뛰어난 사람들만 있다보니, 동이가 천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가난한 양반집 여식같았다고 할까요. 
또한 포도청이나 의금부, 장악원의 등장인물들 중 임팩트가 강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동이를 밋밋하고 지루하게 끌고 가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연기파 배우 정진영을 보면 갑자기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금방이라도 익살스런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싶고, 오윤 역의 최철호도 갑자기 코믹한 표정을 지을 것 같아 얼굴 표정을 뜷어지게 쳐다보게 됩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두 사람 캐릭터가 코믹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극 특유의 감칠맛 나는 조연이 없다보니, 임현식씨나 이문식씨 같은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연기자가 보고 싶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1,2회가 답답하고 무겁고 팽팽한 긴장감만 유지한 느낌이 강하다보니, 사극적인 재미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부 긴장감을 늘였다 조였다 하는 사극의 묘미는 감칠맛 나는 조연들인데, 조연들이 하나같이 진지일색이라서 말이죠.
아역 동이에서 성인 동이 한효주로 옮겨 가며 조연들도 대거 등장하겠지만, 지금처럼 맹자왈 공자왈만 읊어댈 것 같은 조연들은 극을 조금 답답하게 하네요. 더구나 동이의 무대가 궁궐과 의금부, 포도청, 장악원, 그리고 양반님 안방이다 보니 하나같이 분위기가 정형적이고 무겁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드라마 초반이라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천민이라고 정해진 천민 말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잣거리 특유의 쫄깃하고 감칠맛나는 대사의 묘미가 없이 한결같이 한양 표준말씨들만 나와서 그것도 밋밋한 것 같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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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3:33




숨가쁘게 달려 달려 한양까지 온 대길과 송태하, 이들이 먼거리를 돌아와 다시 한양으로 온 이유는 봉림대군을 만나 원손의 안위를 부탁하고자 였어요. "역모를 꾀하려고 하느냐" 며 차갑게 돌아섰지만, 봉림대군이 발걸음도 무거울 것입니다. 자신의 자리에 가장 위협적인 조카를 살릴 수도 인정상 죽일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지요. 너무나 당연한 권력의 논리이고, 왕가의 인정일 것입니다. 훗날을 위해 왕위를 넘볼 수 있는 여지는 그 싹을 제거해 버리는 게 피바람을 막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번 글은 저잣거리와 궁궐의 인정에 대한 추노 속 다른 세상이야기를 말해 볼까 합니다. 봉림대군과 인조, 그리고 짝귀와 용골대의 대화를 들으면서, 궁궐과 저잣거리의 인정이 그 우두머리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왕실의 피, 가장 잔인한 가족
조정 대신들사이에서 원손 석견의 일로 왈가왈부하자 인조는 엄포를 놓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원손의 일을 입에 담지 말라고요. 그리고 인조는 봉림대군의 처소를 찾았지요. 역모가 발각되어 다행이라는 봉림대군이 말에 인조는 자신에 대한 역모가 아닌 세자, 즉 봉림에 대한 역모였다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네 자리 네가 지켜라" 라는 뜻이였겠지요. 조정에서 더 이상 원손의 일을 거론하지 말라고 했던 인조는 봉림에게 정통성에 관한 논란은 없을 것이라며 봉림을 후사에 세우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합니다, 앞으로 석견이 어떻게 될 것 이냐는 말에도 그의 휘(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역모라고 일축해 버립니다. 그 아이를 가엾게 여기는 것은 인정이 과한 것이라며 "사가의 인정은 평온함을 부르지만 왕가의 인정은 피를 부르는 경우가 과반이다" 라고 말하지요.
우리 역사에서 왕실의 피를 불렀던 일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조선 건국과 함께 왕자의 난으로 이어진 피바람은 끊임없이 있어왔고, 인조 역시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니, 용상이라는 자리가 단순히 선왕의 유지로 받들어지는 약속의 자리가 아님을 잘 알고 있겠지요.
원손 석견의 안위를 부탁하려는 송태하를 만난 자리에서도 봉림은 그 뜻을 분명히 전합니다. 원손으로 왕위에 올리고자함이 아니라, 원손과 함께 새 세상을 이루겠다는 것 자체가 역모라고 일축해 버렸지요. 원손의 사면은 어명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고, 세자로서 석견의 안위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해 줄 수 없다고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봉림대군으로서도 어린 석견의 목숨을 취하는 것은 인정상 힘들기에 청으로 가는 것이 어떠하느냐는 제안을 하지만, 이는 어린 석견에 대한 동정심으로서의 제안이지 복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요. 원손의 복권은 세자 책봉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왕위라는 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혈통의 자리도 아니고, 생명의 위협과 수틀리면 왕도 바꿔버리는 무서운 신하들의 감시대상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리지만 한순간에 독살을 당할 수도 있고, 폐위될 수도 있는 불안한 자리지요.
자식도 죽여버리고, 손자도 죽이려는 무서운 곳이 궁궐이라는 곳이지요. 대길이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랏님네들은 백성을 자식처럼 떠받드네 하면서도 신경 안 써", 혈통도 왕좌를 위해서는 칼을 들이대는데 하물며 백성이라고 별반 차이는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백성의 힘이 가장 무서운 것인데도, 이 힘이 결집되어 있지 않은 개개인의 것일 경우에는 권력 앞에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광장을 싫어하고 백성들이 모이는 것을 늘 경계하나 봅니다. 뭉치면 왕권보다 강한 힘이 백성의 뜻이니까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성군은 금과옥조로 폭군은 불온사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탐욕의 세상, 도구일 뿐인 자식
죄의정 이경식은 자신의 곳간을 위해 사위를 살인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추노 속 또 하나의 권력의 실체 우두머리입니다. 그는 탐욕을 위해서 왕마저도 그의 손아귀에 놓고 저울질하는 무서운 인물이지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소현세자를 이용하기도 하고, 전쟁을 도발하여 이익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좌의정 이경식은 단순한 권력의 주구 역할이 아닌 조선의 경제권을 장악하려는 실리주의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목적은 용상도 아니고 한 정파를 이루고자 함에 있지도 않습니다. 부가 곧 권력임을 깨우친 현대판 독점재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좌의정의 개가 되어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수하 박종수나 황철웅에게 좌의정이 가지는 자기 사람에 대한 애정은 이용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합니다. 

저잣거리,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갚는다
저잣거리 패거리들은 크게 세부류입니다. 천지호 패거리, 대길패거리,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한 월악산 짝귀패거리지요. 대길패거리에서 나이상으로는 최장군이 어른이지만,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대길이라고 봐야 겠지요. 각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대길이, 천지호, 짝귀는 비록 거느리는 무리는 적지만, 그네들 야차의 세상에서는 왕들이라고 편의상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소그룹의 왕들이 자기 수하를 챙기는 모습은 왕가의 피를 넘어선 끈끈함이 넘쳐 납니다. 추노에서 가장 악랄하고 인정사정 없는 개차반으로 묘사되었던 인물을 꼽는다면, 엽전 두냥을 입에 넣고 이승을 하직한 천지호였지요. 제주에서 수하 만득이와 한양으로 올려 보낸 수하들이 죽은 것을 보고는 눈이 뒤집혀 버린 천지호는 황철웅에 대한 복수로 추노질과 삶의 욕구까지 끊어 버립니다. 어찌보면 가장 목숨에 대해 질길 것 같았던 인물이 천지호였어요. 그런 천지호도 수하를 잃고서는 동생들을 죽인 황철웅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대길이를 구하려 들었다가 화살을 맞고 비명에 가버렸습니다.
대길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송태하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인 것으로 알았을 때 그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형제같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달걀을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마치 달걀이 목에 걸려 숨을 못쉬고 죽어 버리길 바라는 것같은 심정으로 먹는 장면이 있었어요.
송태하와 결투를 하면서, 그리고 송태하를 붙잡아 좌의정 이경식의 손에 넘겨주면서까지 대길이가 송태하에게 물엇던 것은 최장군과 왕손이를 어떻게 했느냐 였어요. 감옥에 붙잡혀 들어가 황철웅이 "네놈이나 네놈 동패들이나 하나같이 눈빛이 불량하구나" 라고 말했지요. 모든 것을 꾸민 것이 황철웅임을 알았을 때 대길이 이를 갈며 말했지요. "네놈 죽는 날 나 거기 서 있을 거다" 라고요. 그 분노는 황철웅의 손에 들린 달군 인두보다 뜨겁고 강렬했어요.
이번회 짝귀의 대사에서도 천지호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것과 같은 복수심이 끓어 넘칠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어요. 산채 주위를 경계하던 수하들이 죽어 나간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아직 황철웅이 죽인 것은 모르지만, 원손을 납치하기 위해 잡입한 용골대를 붙들어 처음 질문한 것이 "밑에 있던 우리 애들 니가 죽였냐?" 였어요. 용골대는 우린 아니라고 대답했고, 짝귀가 그럼 누구냐고 물었는데 황철웅이 수하들을 죽인 것을 알게 될 날도 머지 않았겠지요.

현실과 마음 속 유토피아
천지호나 대길이처럼 짝귀 역시 자기 수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호자로서의 우두머리가 지녀야 할 마음을 잃지 않습니다. 거느린 식솔이 많든 적든, 피가 섞였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켜줄 사람들, 내가 거둔 가족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에 반해 인조, 봉림대군, 소현세자, 석견은 같은 피가 흐르는 혈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거느리는 가족은 의미가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살점을 내줘도 아깝지 않고, 목숨을 내놓고도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 반면, 왕가라는 가족은 견제의 대상이고 정치적인 대상이며, 왕좌를 위해서라면 자식이고 손자고 죽여버리는 냉혹한 가족일 뿐입니다. 자신의 훗날을 위협하는 조카에게도 마찬가지지요. 봉림대군이 석견을 두고 떠올렸던 것은 세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종을 폐위하고 유배시킨 비정한 숙부였지요. 봉림으로서는 원손에 대한 사사로운 인정은 있겠지만, 세조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조선 궁궐에서는 먼나라 속담일 뿐이고, 저자에서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통하는 세상이에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같아요.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며 표밭을 누비고 다닐 때는 간이며 쓸개까지 다 빼줄 듯하다, 번쩍거리는 뱃지를 달고 난 후에는 난 모르쇠로 돌아서는 모습과 닮아 있어 씁쓸합니다. 
왕가의 피나 좌의정 이경식이라는 인물의 탐욕을 보면서 역사라는 이름 앞에 일개 이름없는 백성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희미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그에 비하면 대길이 패거리나 짝귀패거리에 둥지를 튼 인생들은 세상의 눈에서는 하찮고 천대받은 인생들이지만, 그 작은 세상안에서는 귀한 존재들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천지호가 동생들을 죽인 황철웅에 대한 복수심에 눈에 광기를 띠는 것이나, 대길이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였다고 생각한 황철웅에게 쌍심지를 켜는 모습에서 우두머리의 진정성을 읽게 됩니다. 정작 살펴야 할 백성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용상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조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권모술수를 쓰는 좌의정의 사람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누구의 사람일까요? 선거철 한표 행사로 금뱃지를 달게 해 주는 정치인들, 보다 높은 곳에 있는 분... 대길이나 짝귀 산채의 사람 중 누구의 사람이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들의 우두머리가 대길이나 짝귀처럼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지켜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것이겠지요. 

추노 속에 보여지는 가장 작은 세상이 가장 든든해 보이고, 그 속에 깃들어 살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버림받고 궁핍하고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세상인데도 가장 따뜻해 보이니 말입니다. 아마 힘들고 고된 우리 현실을 보며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개개인 한 사람이 귀하게 여겨지고, 희망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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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07:59




이병훈 감독의 동이가 드디어 첫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스케일과 영상미, 긴박감 넘친 전개는 무난한 첫 출발을 했지만, 추노의 액션과 영상미에 눈이 높아진 탓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찬란한 유산의 신데렐라 한효주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또한 궁중사극에서 한번도 주인공으로 다루지 않았던 숙빈최씨의 일대기라는 점에서 동이 자체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
그간 숙종 시대 여인의 일대기는 동시대를 산 쟁쟁한 인물들 장희빈과 인현왕후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조선 21대 임금 영조의 생모인 숙빈최씨는 천한 무수리 궁녀가 숙종의 눈에 들어 성은을 입고 왕자를 출산한 인물정도의 묘사에만 그쳤었지요. 이병훈 감독의 손에서 숙빈 최씨 동이가 어떤 여성으로 탄생할지, 사서에 기록된 의녀 대장금이라는 이름 하나로 한국 드라마사에 대장금이라는 전무후무한 인물을 부활시킨 이병훈 감독이기에 기대 또한 큽니다.
동이(아역 김유정) 첫회는 동이를 둘러 싼 인물들의 소개편이었습니다.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은 시신을 검시하는 오작인이며 검계조직의 수장, 동이의 오빠 최동주는 장악원의 악사로 역시 검계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동주의 친구이자 같은 검계조직 일원으로 훗날 동이의 곁에서 수호천사가 될 차천수(배수빈), 최효원과 과거 인연이 있었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정진영)가 동이를 둘러 싼 인물로 소개되었습니다.
새벽 강에서 낚시를 하던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살해로부터 드라마 동이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지요. 같은 시각 도망노비를 추쇄하는 관군을 공격하며, 홀연히 나타난 검계 일원 차천수(배수빈)가 도망노비를 구하고, 강나루에서 기다리던 배를 띄워 보내는 장면이 교차되었지요. 한양에서는 연일 남인양반들이 살해당하는 의문의 사건이 이어지고,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정진영)는 이 사건이 천민들의 비밀결사 조직인 검계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수사에 들어갑니다. 

아버지와 오빠의 극진한 사랑 속에 근심걱정없이 천진난만하게 자라고 있던 동이는 약과가 걸린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고도 약과를 받지 못하자, 약과와 돌멩이를 바꿔치기 하고는 도망쳐 버립니다. 경주에서 이기고도 졌다고 판가름나는 것을 동이는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이웃 동네 아이들이 쫓아오자 도망치다가 다리밑에 숨었다가 떠내려 온 장익헌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데, 장익헌이 죽기 전 동이의 망태기에 넣어 둔 패찰이 동이의 운명을 가르게 돼 버리지요.
의금부 군관 강정혁이라는 이름이 쓰인 패찰은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서용기와 동이가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서용기는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과 과거에 인연이 있던 인물로, 비록 최효원이 천민출신인 오작인(시체 부검하는 사람)이지만, 최효원의 비상한 머리와 추리력에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서용기는 남인양반들의 연이은 살해에 검계가 연루되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대대적인 색출에 나서고 곳곳에 숨어있는 천민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동이가 전해 준 패찰에 쓰인 인물이 의금부 군관임을 보고, 사헌부 영감과 남인 양반들의 살해사건이 단순히 검계가 연결된 사건이 아니라고 의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밀을 알고 있는 강정혁마저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맙니다.
검계조직의 수장 최효원(동이 아버지)은 서용기의 부탁으로 살해된 시신을 부검하는 과정에서, 서용기가 검계를 의심하고 있음을 우려합니다. 검계를 끌어들인 모든 일의 배후는 남인 소장파 한성부 좌윤 오태석(정동환) 일파의 소행이었어요.
시체 부검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던 최효원은 공격을 받고, 위기의 순간에 차천수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벗어납니다. 최효원은 양반들의 의문이 죽음이 검계의 소행으로 뒤집어 씌우기 위한 다른 세력의 음모임을 감지하고, 검계 총집결령을 내립니다.최효원은 자신의 신분이 발각된 것을 알아차리게 되고, 먼저 집으로 돌아간 동이가 걱정되어 달려오지만 동이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정체를 드러내는 최효원, 그의 입에서 꽃을 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요. 비밀조직인 검계의 일원이며, 최효원이 검계의 수장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의금부 군관 강정혁을 살해 한 인물로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과 동이의 용모파기가 붙여지고 수배령이 내려지고, 집결한 지하조직 검계가 실체를 드러내며 결전이 예고되면서 첫회 끝이 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검계조직이 와해되고 동이 아버지 최효원과 동이의 오빠 최동주가 사형에 처해지면서, 동이의 험난한 인생이 시작될 것입니다.
대장금에서 요리와 의학을 다뤘던 이병훈 감독이 동이에서는 궁중음악을 심도있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동이가 장악원 악사로 들어가는 과정, 궁중무수리 나인으로 발탁되는 과정, 숙종의 총애를 입어 숙빈까지 오르게 되는 숙빈 최씨 동이의 일대기가 대장금을 뛰어넘을 명품사극이 될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지는 두고 봐야 겠지만, 우선은 긍정적인 느낌입니다.
액션과 영상은 추노에 미치지 못했다는 첫회 소감이었지만, 천호진의 강렬함이 일단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고, 볼거리 즐비한 액션과 영상, 그리고 다채로운 의상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동이가 기대되는 여러가지 요인들 중 숙종 역의 지진희, 정동환, 정진영을 비롯한 내공있는 연기자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숙종 시대의 장희빈, 인현왕후를 둘러싼 궁중암투는 반복되어도 늘 흥미로운 이야기기 때문이지요. 저는 동이 한효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동이에서의 장희빈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몇 년을 주기로 역대 장희빈들이 탄생했는데, 이소연의 장희빈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기대 또한 큽니다.
그런데 첫방송을 보고 난 소감은 첫회부터 너무 서둘렀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극의 긴장감을 위해서는 음모와 비밀의 진실에 대해 의문스럽게 남겨야 하는데, 초반부터 그 세력들과 의도까지 밝혀 버림으로써, 극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려 버린 감이 있습니다. 남인 핵심인물을 죽인 배후는 같은 남인인 오태석(정동환)과 조카인 오윤(최철호)의 음모라는 것을 너무 일찍 밝혀버린 것입니다. 
지나치게 설쳐대는 탓에 전체 남인이 경계대상이 될 것임을 미리 내다 본 한성부 좌윤 오태석이 이를 방어를 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이를 검계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 했다는 것을 알려 버림으로써 서둘러 대립구도를 짜 버린 것 같습니다.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이 검계의 수장이라는 것도 드라마 소개와 함께 알려진 사실이라 긴장감이 떨어졌는데, 첫방송에서 한꺼번에 모든 대립각과 선과 악의 판을 짜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인 비밀과 음모를 너무 서둘러 벗겨 버리고 시작했다는 느낌입니다. 극 초반부의 긴장감에 과도하게 힘을 쏟아, 자칫 길게 가야 할 인물들의 감정선이 소홀해질까 우려되기도 했고요. 악의 축을 담당할 인물들의 꿍꿍이를 한꺼번에 다 알아 버려서, 동이의 적이 될 인물들이 확연하게 드러나니 맥이 풀린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회 방송을 이끈 인물은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을 연기한 천호진의 묵직하고 안정된 연기력은  동이 첫회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동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동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꽃을 띄우라며 검계의 집결을 명령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의 교차는 명품 조연 천호진의 내공이 빛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동이가 만들어 준 주머니를 꺼내 보며 자는 딸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내려다 보는 따뜻한 시선은 동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음을 한 장면에 압축해서 보여준 표정이었어요. 달리기 시합에서 가져 온 약과를 동이가 자는 머리맡에 두는 아버지와 오빠 최동주의 모습 또한 동이와 동이 가족들의 성품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지요.  
천민의 딸로 태어나 따뜻한 성품을 잃지 않고 성장해 가는 동이를 지켜주는 힘을 아버지 최효원의 인품과 여동생을 극진히 아끼는 오빠의 모습으로 담아냈습니다. 3회인가 4회분에서인가 천호진이 사형을 당하면서 하차한다고 하는데요, 하차까지 검계의 수장으로 검계 마지막 결전을 이끌 모습에서도 천호진의 넘치는 카리스마가 동이의 초반 시청률을 잡아줄 것 같습니다. 동이의 아역을 연기한 김유정 양을 보니 장금이의 야무지고 당찬 모습이 오버랩되는 모습도 있었지만, 차세대 기대되는 아역배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효주의 동이가 아역 김유정을 이어받아 드라마 동이를 잘 완성해야 할텐데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천민의 신분에서 숙빈이라는 지위까지 올라 간 동이,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이병훈 감독이 그려낼 동이라는 여인에 대한 따뜻하고 능동적인 시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영조라는 걸출한 왕을 낳은 숙빈 최씨로서의 동이보다는, 천민이라는 신분과 숱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지혜롭고 총명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는 역동적인 여인의 성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신분을 뛰어넘어 운명을 개척해 가는 여인 동이의 성장을 우리는 꽤 긴 시간 함께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병훈 감독이 만들어 낼 동이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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