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넘버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01 '나쁜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은 누구를 보고 있을까? (19)
  2. 2010.06.26 '로드넘버원' 최민수의 절제된 카리스마, 드라마의 진짜 넘버원 (10)
  3. 2010.06.25 '제빵왕 김탁구' 윤시윤이 보여 준 3분의 카리스마 (13)
2010.07.01 14:14




오랜 결방으로 마치 필름이 끊어진 것처럼 스토리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뚝 끊긴 듯한 느낌을 연결해 가느라 조금은 힘들었던 나쁜남자, 심건욱의 우수에 찬 눈빛으로 겨우 그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유리가면을 구하러 간 재인과 홍태성을 데리러 간 건욱,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비틀거리는 진짜 홍태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애정결핍의 만신창이 홍태성이 늘상 일본으로 날아간 이유를 이번 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우동집을 하는 생모가 일본에 있었던 이유였더군요. 한 때 해신그룹의 아들이었다가 파양된 심건욱이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조차 모호한 홍태성은 해신그룹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날개가 부러져 버린 가련한 영혼들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찢겨진 상처를 보듬어 줄 운명의 여자가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라는 것이 두 사람의 악연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세 사람은 마치 돌고도는 순환열차처럼 감정의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요한 스토리의 하나로 유리가면이 등장했는데요, 나쁜남자 스토리의 한 복선이 되는 유리가면은 세 사람의 감정 술래잡기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고 보여집니다. 신여사의 갤러리 오픈 기념전시회의 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류선생과 건욱의 대화를 들으면서 유리가면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심건욱의 감정을 대변하는 소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류선생이 건욱과 함께 간 곳은 일본의 한 공원묘지였지요. 류선생이 건욱에게 유리가면을 건네 준 것은 건욱이 유리가면을 만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유리가면을 사기 위해 나타난 두 사람 재인과 태성, 두 사람 중 누구에게 팔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류선생이 건욱에게 반문합니다. "유리가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가면은 얼굴을 가려야 하는데 유리가면은 투명하잖아"
건욱은 재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풍경화를 그리고 싶은 것은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서라고요. 유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간직하고 싶은 것을 유리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게 가면이라면 누군가의 얼굴?" 건욱의 말에 류선생은 건욱에게 유리가면을 내어주기로 하고, 그 가면의 주인에게 먼저 작품을 보여주러 갔지요. 일본의 한 공원묘지로 말이지요. 류선생에게 숨겨진 사연은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겠더군요. 류선생이 유리가면을 꺼내 쓰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남자, 그리고 묘지에 안치된 주인공, 이들의 삼각관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류선생의 유리가면은 공원묘지에 안치된 어느 여인의 얼굴이었고, 그 여자를 짝사랑했던 류선생은 심혈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서라도 그 여자가 보았던 세상을 가지려 했지만, 그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보고 말더군요. 류선생이 유리가면을 쓰자 귀신처럼 등장한 꽃다발을 든 남자를 향했으니 말이지요.
이번 회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나쁜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이었어요. 심건욱을 둘러싼 세 여자 중 심건욱이 보고 싶은 세상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말이지요. 류선생으로부터 유리가면을 받은 가면을 보며 건욱이 떠올리는 얼굴은 문재인이었지요. 
재인을 바라보는 건욱의 마음이 사랑인지, 홍태성에 대한 복수를 위한 희생양인지 건욱에게도 시청자에게도 혼란스럽습니다. 어렴풋이 건욱이 재인을 다른 감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에요. 일본 악팔이 양아치와 싸우면서 상처를 입고 호텔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고 재인이 태성을 부축했지요. 물론 태성이 티나게 다리를 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교차되는 심건욱의 눈빛은 알 수 없는 허탈과 질투같은 감정에 씁쓸하게 슬픈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지요. 홀로 상처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건욱의 방에 온 재인은 건욱의 상처를 또 보지 못했고요. 일본에서 만난 홍태성이 진짜 해신그룹의 아들임을 알게 된 재인이 왜 말 안했느냐며 따질 뿐이었지요. 
해신그룹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홍태성이라고 착각하고 어설프게 작업을 걸었던 재인, 그래서 재인에게 건욱은 오히려 편한 존재입니다. 한 번 팔린 쪽팔림에 무장해제돼 버린 듯한 편안함은 건욱을 쉽게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요. 또한 우연처럼 이어졌던 제주도에서의 인질촬영과 되돌아 온 만년필은 재인에게 건욱은 우연일 수만은 없는 남자입니다.
재인 앞에 운명처럼 던져진 진짜 홍태성은 사실 심건욱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배에서의 사고, 류선생의 유리가면을 사기 위한 과정들은 심건욱에 의해 만들어진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지요. 홍태성 앞에 재인을 던져 둔 심건욱의 심리에 처음으로 질투의 감정이 묻어나오기 시작합니다.
건욱의 인생은 그가 해신그룹에 의해 버려지고 복수를 준비하면서 모든 것이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자신을 홍태성으로 착각하고 들이대던 재인에게서 건욱은 자신의 시나리오의 위험성을 감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욱의 시나리오에는 진짜 사랑이 없었지요. 그런데 재인에게서는 그것이 진짜 감정이 되어 심장을 쿡쿡 찔러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재인의 걱정없는 미소를 보면 이대로 '컷'을 외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건욱은 어차피 재인도 홍태성을 알게 되었겠지만, 자신이 작업하려 했던 일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가버리자 복부에 입은 상처가 욱신거려옴을 느낍니다. 건욱은 재인에게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맙니다. 어쩌면 건욱도 재인에게 자기의 상처를 봐달라고 한번쯤은 기대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문재인, 가진 것은 없지만 똑똑하고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는 반쯤 속물인 여자의 진짜 모습은 건욱에게나 태성에게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온천에서 동생 원인과의 전화통화를 듣는 두 남자는 재인의 소탈함에 미소를 짓지요. 습기차면 핸드폰 바꿔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 여자는 지치고 고단한 영혼들에게는 한줄기 햇살처럼 따사롭습니다. 
건욱의 유리가면은 재인을 향하고 있지만, 건욱은 자신의 유리가면에 색칠을 덧입히겠지요.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어린시절의 상처, 해신그룹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을 듯 보이니 말입니다. 재인을 바라보는 건욱의 눈빛은 그래서 늘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류선생이 했던 대사 중에 영화같은 대사가 있었는데요, 저는 그 대사가 나쁜남자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밖에 안보여. 그 사람의 세상엔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거지... 가면조차도... 결국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신열처럼 들끓는 첫사랑에 빠진 모네, 위험한 사랑에 치명적으로 중독되어 가고 있는 태라, 다초점렌즈처럼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재인이 눈에 들어오는 건욱, 사랑의 상처 자리에 새롭게 들어 온 사람에 눈뜨는 태성, 건욱과 함께 있으면 무장해제된 듯 다 보여주고 싶은 재인, 이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유리가면을 쓰고 사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한 사람만 보는... 건욱의 시나리오에 의해서든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되었든 말이지요. 
*드라마 나쁜남자는 스토리의 난해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스토리가 조각이 나있다는 느낌입니다. 퍼즐맞추기라는 독특한 형식때문이기는 하지만, 저는 솔직히 스토리보다는 김남길의 화보같은 매력이 더 멋있습니다. 동시간대의 로드넘버원과 제빵왕김탁구 모두 매력적인 드라마라 어느 하나 외면하기가 힘든데요, 심리 퍼즐드라마 나쁜남자가 받는 사랑은 김남길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쁜남자에서의 김남길은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든요.
대사가 없더라도 표정 하나만으로도 심리를 읽게 하는 김남길은 표정과 눈빛 자체만으로도 대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까지 합니다. 스토리가 좀더 탄탄하고 편집의 난해함이 없다면, 더 매력적인 드라마로 완성도도 높을 것 같은데, 드라마가 지나치게 난해함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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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9
  1. 김지철 2010.07.01 07: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를 보진 못하지만 김남길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에서 매우 많이 듣는답니다.
    대단한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를 끝으로 한동안 볼 수 없다니 안타깝지만 더욱 멋있어져 돌아오겠죠.^^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 신비한 데니 2010.07.01 07: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멋지긴 멋지네요.. ㅠㅠ
    부러워요 ㅠㅠ

  3. 최정 2010.07.01 08:41 address edit & del reply

    내가 김남길이 반만 닮아서도 미국진출인데...ㅎㅎㅎ잘보고가요~

  4. 펨께 2010.07.01 09:41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요즘 수고 많이시지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5. 카타리나^^ 2010.07.01 09: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드라마를 안봐서 뭔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ㅜㅡ

  6. 2010.07.01 12: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2010.07.01 13:0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근이 2010.07.01 13:46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잘읽었습니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편집의 난해함만 없다면... 이말 정말 공감..너무나 매력적인 드라마인데.. 조금만 보완하면 더 좋을것 같아요.. 김남길의 심건욱.. 그냥 존재만으로도 빛이나더군요..

  9. sksks 2010.07.01 13:53 address edit & del reply

    님 글을 읽으니 뭔가 훨씬 명확한 하늘을 보는 느낌입니다. 만약 이 드라마를 김남길이 하지 않았다면,,,심건욱이란 다층적인 인물을 표현해내기 쉽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일단 김남길의 눈빛 연기를 유심히 보면서 드라마를 쫒아가고 있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10. ^^ 2010.07.01 13:5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이 드라마를 봅니다.
    조금만 더 매끄럽게 다듬으면 훨씬 더 재밌을거 같은데 말이죠.

  11. 2010.07.01 13:5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김남길 때문에 보고 있는데..
    김남길의 눈빛 연기는 배우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것 같네요.

    이 리뷰 읽으니 이 드라마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된 듯해요 ㅠㅠ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좀 더 친절해졌으면하는 바람이...

  12. 2010.07.01 14:03 address edit & del reply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김남길씨의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연기력에 저도 중독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을 자신에게 중독시키는 매력이 있는 배우인것 같아요.

  13. 나쁜남자 2010.07.01 14:17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덕분에 드라마가 더 잘 이해되네요 ^^
    드라마가 앞으로는 리뷰가 아닌 드라마 자체 힘만으로도 시청자를 이해시켜야 할텐데..
    그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김남길의 심건욱을 보는 것만으도 충분히 나쁜남자는 볼만한 드라마 인듯 해요 ㅎ

  14. 하늘 2010.07.01 14:21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감사합니다 6회는 저같이 드라마 많이보는 사람도 도통 이해안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바쁘게 다음 다음 장면이 이어지는데 왜저러나 싶을 정도로 많은 장면 보여주기 시합하나? 이런생각,,근데 초록님 글 읽으면 그제서야 아하 그렇구나 싶네요,,김재욱 , 한가인 씬은 솔직히 지루합니다,, 김남길 씬에서 그나마 정신차리고 좀 집중하라하면 쏜쌀같이 다음 장면으로 이동,,,에휴,, 좀 느긋하게 길게 잡아주면 시청자들이 좋아할텐데,, 김남길의 눈빛연기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위에 호텔에서 저장면,, 두사람 바라보는 저장면 .......등등,,,

  15. 하늘 2010.07.01 14:25 address edit & del reply

    그리고 초록 누리님 언제나 좋은 리뷰 드라마 보고 이해못한 부분 이해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여기저기 훝어봤더니 따님 사진도 있던데 참 이쁘더군요 ,, 우리딸이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항상 행복하세요,,,

  16. @@ 2010.07.01 14:5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조금만 줄거리가 탄탄하면 대박쳤을 듯 해요. 결방이 너무 아쉽지만(시청률도--;;) 김남길쌔씨 매력 때문에 끝까지 볼거랍니다

  17. 냥아냐옹 2010.07.01 15:14 address edit & del reply

    "남길은 표정과 눈빛 자체만으로도 대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까지 합니다" ←완전 공감입니다!!!

  18. 손가락 어딨어요? 2010.07.02 01:59 address edit & del reply

    추천을 100개라도 해드리고 싶은데...손가락이 안보이네요..
    나쁜남자 너무 재밌고....배우 김남길...대단해요.
    벌써 2년후가 기대됩니다.

  19. 친구세라 2010.07.02 16:56 address edit & del reply

    네 굉장히 난해한 편인것 같아요.
    그래서 매력적이었다가 또 아니었다가
    오락가락하게 되곤 말죠.

    그래도 초록누리님의 글 덕분에
    6회의 난해함은 많이 해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얼른 7회도 보고 리뷰 봐야져~♡ㅎㅎ

2010.06.26 09:11




민족의 비극 6.25전쟁 60주년 대작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 로드넘버원은 1, 2회만으로는 섣불리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표현은 심하고 수레가 반쯤만 채워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최민수, 손창민 등 이름만으로도 충무로의 모든 스타들은 총 출동했다 싶을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은 내용을 떠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고는 어디서부터 줄기를 잡아야 할 지, 드라마의 전개가 다소 산만스럽고 깊이있는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쟁? 사랑? 휴머니즘? 이 세가지의 질문을 써 두고 답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1,2회에서 그나마 건진 것은 휴머니즘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명불허전 최민수가 중심을 잡아주었고요. 솔직히 소지섭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김하늘과의 애정신을 중심으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감정몰입이 되지 않았어요. 제 첫 느낌은 여주인공에 대한 환상은 첫회에서부터 무참히 깨지더니 2회에서는 더욱 심하게 망가지기 시작하더군요. 소지섭과 윤계상의 삼각관계마저 공감을 주기 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설득을 시키려한다는 느낌이 강했고요. 집안 종의 아들 이장우와 주인집 아가씨 김수연의 사랑, 6.70년대 드라마의 단골 테마이기에 신선함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과정 역시도 다분히 억지스러웠고, 논두렁에서 "사랑해" "뭐라고?"라며 고래 고래 소리만 지르는 두 주인공들에게서 달콤하고 환상적인 로맨스는 깨지고 말았네요. 40년대 말 당시에 어느 과년한 처녀가 "사랑해"라는 말을 했었을 것이며, 아무리 시골이라고 하지만 사람들 눈을 피해야 할 신분적인 한계에 있는 두 사람이 거리낌없이 애정행각을 한다는 자체가, 2000년대 두 남녀를 1940년대 어느 시기에 옷만 촌스럽게 입혀서 둔 느낌이더군요. 제가 고지식해서인지 당시로서 아무리 신여성이라 할지라도 뭔가 어색했다는 느낌이었어요. 드라마 속 여주인공, 특히 이루어지기 힘든 사이일수록 애틋함과 환상같은것이 있어야 하는데 남자시청자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수연을 세상에 오직 하나인 사람으로 보는 장우의 감정에 몰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처녀 의사가 주민이 맡긴 아이에게 빈젖꼭지를 물리는 장면을 보고는 솔직히 허걱 싶었습니다. 어떤 의도로 김수연이라는 인물을 그리려 했는지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김하늘의 가슴노출에 시선을 끌고자 했다는 얄팍한 생각을 먼저 읽어서인지 크게 공감되지는 않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 신태호(윤계상)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여하튼 삼각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극적인 계기는 마련했어야 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겠지만, 기마전을 치루는 부대 장병들 옆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의사 김수연(김하늘)의 허벅지가 보일락말락 치마가 펄럭거리는 모습 역시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고요.
더욱 아쉬운 것은 담배창고로 수연을 찾아 간 소지섭의 오버연기입니다. 전쟁이라는 상황은 인간을 극도의 공포와 흥분상태, 혹은 긴장상태로 이끌겠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앞에서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것은 전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애닯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곧 죽어갈 듯한 동지를 붙들고 죽지말라고 시종일관 절규하는 모습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감정선은 읽히지 않고, 흥분상태의 소지섭의 동그랗게 뜬 눈만 남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 장면이 마치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드라마라는 틀에 맞지 않게 감정표현이나 몸짓이 과장되고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지섭보다는 심하지 않지만 이 부분에서는 윤계상 역시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두 배우 모두 내면연기를 지나치게 보여주려다 보니 그 욕심이 티가 나고 과장스러워 보였어요.
로드넘버원을 보면서 제가 특히 기대를 걸었던 인물이 소지섭이었는데, 소지섭이 연기에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마디로 소지섭은 감정의 과잉상태에요. 포탄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한적한 산속 창고에서조차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고, 감정을 있는대로 끌어내느라, 목소리는 입안에서 윙윙 한바퀴를 돌리다 시원스럽게 터지지 못하고 웅얼거리듯 뱉어지고 맙니다. 지리산에서 빨치산을 토벌하며 살기 위해 치뤘던 살인에 대한 무서운 기억이 공포라기 보다는 분노의 표정으로 김하늘의 가슴팍에 안겨 울 때는 지리산 빨치산 토벌대에 참가했었다는 것을 억지로 세뇌시켜 가며 이해해야 했습니다. 이장우의 인간적인 고뇌와 김수연 하나를 그리며 2년을 버텨왔다는 것이 가슴 절절하게 와닿아야 하는데, 마치 이해해 달라고 설득을 시키려는 듯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노래로 표현하자면 한시간을 소프라노 솔로 독창만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소간지 소지섭의 부드러운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로드넘버원에서 소지섭은 전쟁물이라는 것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인간의 말초적인 감정만을 보여주려고 과욕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포탄이 터지는 전쟁신에서야 마초적인 매력을 폭발시켜야 겠지만, 김수연과의 애정신에서조차 마치 전쟁에 나간 용사같아 보이니, 두 사람의 사랑에 감정몰입을 하기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력없는 캐릭터는 소지섭과 사랑의 라이벌인 신태호 소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김수연과 결혼을 약속하기 까지 신태호가 김수연에게 미치도록 빠져들만한 추억들이 생략돼 버려서, 신태호의 김수연에 대한 감정은 사랑인지, 집착인지, 남로당원이라는 배신감에 대한 적개심인지조차 모호합니다. 거의 풀숲으로 뒹굴기 일보직전의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있던 김수연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행동도 썩 쿨하지 않았지만, 김수연이 자신에게 했던 약속들이 진심이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심리는, 신태호의 김수연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진심이었는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서인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오히려 편집증적이라는 생각까지 들게합니다. 세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감정선들이 토막나서 비약적인 전개를 하다보니 '사랑'이야기는 아직 매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로드넘버원에서 빛나는 존재가 있어서 즐거웠고, 이 드라마가 끝나때까지 이 인물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할 것 같은 캐릭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터프가이 최민수입니다. 최민수라는 이름이 가진 대명사 터프함은 극도로 절제하면서 무장해제된 듯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윤삼수 중대장 최민수의 존재는 단연 로드넘버원의 주인공입니다. 
인간이 극한의 공포를 느낄 때 중 하나가 참호 속에서 총소리를 들을 때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곁에 있던 동료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에서는 공포와 분노로 극도의 흥분상태와 같은 감정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이런 인간의 극한적인 감정들속에서 전우애와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기록하게 될 것이고, 다시는 어떤 이유로도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게 되겠지요. 이 함축적인 메시지는 전쟁의 포화속에 흐르는 가장 큰 감동인 휴머니즘을 통해서 전달될 것이고요. 그 휴머니즘을 최민수가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민수가 연기하는 윤삼수 중대장은 이 드라마의 핵심인 휴머니즘의 결정체라고 단언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빛납니다. 그 눈빛, 말투, 표정, 목소리톤까지 전쟁에 직면한 군인과 전장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이 하나로 합체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리더로서 존경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최민수의 깊이있는 연기력때문에 그 진가가 더욱 빛나고 있고요.
제가 가장 감동적으로 봤던 것은 영천면 주민을 피난시키며 최전방에서 아군과 주민의 피난 시간을 벌기 위해 2중대가 남겠다고 자원한 후, 마을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장면이었어요.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라며 반발하는 중대원에게 전방을 사수하기 위해 남을 것인지, 후퇴하는 본대를 따를 것인지 선택권을 주는 중대장, 그의 진심에 중대원들은 하나가 되어 영천교를 최대한 사수하겠다는 투지를 보이지요. 탱크를 밀고 내려 온 북한군에 대치하겠다는 것은 곧 죽음과 싸우겠다는 의지였지요. 
마을 주민들을 향해 "우리가 제일 북쪽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군인으로서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동안 이장님과 여러분이 베풀어 주신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며 최민수가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뭉클해져서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 봤던 것은 최민수가 잠시 목이 매여 쉰 목소리가 튀어 나오는 부분이었어요. 그 장면은 결코 만들어 낸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고향산천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 농번기에는 논두렁에서 함께 막걸리에 새참을 먹으며 함께 농사를 짓고, 동고동락했던 가족같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 장면이었고, 군인으로서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같은 것까지 포함되어 있던 목매임이었고, 윤삼수 중대장에게 흐르는 휴머니즘이 가슴으로 전달되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최민수는 연기변신을 하지 않는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는 변신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어요. 최민수는 어떤 작품이 되었든 그 작품 인물에 캐스팅된 순간 바로 그 인물이 되어 버립니다. 제가 연기자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단어가 빙의입니다. 딱 한번 쓰고 싶었던 적이 추노에서 대길 역할의 장혁이었는데, 쓸 기회가 없었어요. 장혁 이후 요 근래 드라마에서 캐릭터에 빙의되었다는 말을 쓰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윤삼수 중대장 역할의 최민수입니다.
그래서 글 제목으로 빙의라는 말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수는 윤삼수에 빙의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습니다. 소지섭과 윤계상이 이장우와 신태호에게 빙의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면, 최민수는 그냥 윤삼수 중대장 같았거든요.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인간적인 웃음. 웃을 때마다 그 사람의 모든 발자취가 드러나 보이는 눈가의 주름들, 그리고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따발총 소리의 공포속에서도 사람을 진정시켜 주는, 거칠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목소리는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삶의 연륜이 묻어 나오기에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카리스마가 빛나는 배우 최민수, 그는 130억의 대작임에도 곳곳에 부실함이 눈에 띄는 로드넘버원의 퀄리티를 높여주고 있는 드라마의 진짜 넘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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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6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0.06.26 10:3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0.06.26 11:0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탁발 2010.06.26 11: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연기도 농사같은 것 같습니다.
    배우가 얼마나 땀과 눈물을 흘리냐에 따라
    열매가 잘 영글기고 하고, 누가 보기에도 좋은 결과가 나타나네요.
    최민수에 대한 초록누리님의 이야기 참 좋습니다. ^^

  5. 옥이(김진옥) 2010.06.26 12: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최민수씨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하지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화이팅!! 2010.06.26 18:58 address edit & del

      최민수씨 지난번 나왔던 특집드라마..
      정말 보는내내 그 아버지역할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납니다.

      글쎄요..같은 전쟁드라마 전우는 그닥 보고싶지않은데..
      그래도 로드넘버원은 최민수씨 나오길래 본방은 못보더라도 재방은 챙겨봤습니다.

      최민수하면 어쩌면...잔머리하고는 거리가 먼..
      그래서 볼때마다 안타깝고 한편으론 걸맞지않게 귀엽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ㅎㅎ

      암튼 욱하는 면도 있지만 꾸밈없는 모습이 좋아요...
      화이팅입니다...

  6. 2010.06.26 14:0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랑 똑같이 보신듯. 소지섭은 표정과 목소리가 거북하다싶을정도였고 윤계상은 좋았구요 최민수씨는 정말 그냥 편하게 진짜군인아저씨를 보듯이 봤습니다.

  7. 민들레의자세 2010.06.26 17:57 address edit & del reply

    최민수가 이 드라마로 재기에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고현정이 말하길 최민수는 세상을 너무 어렵게 산다고 했지요
    "오빠 쉽게 가자" 이 말이 머릿속에 맴도네요.

    그동안의 좋지 않은 일들은 잊고 이 드라마로 보기 좋게 홈런을 날리기 바랍니다.

  8. 줌(Zoom) 2010.06.26 18: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시간이 없어서 이 드라마는 아직 못보고 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느낌이 팍팍 오는걸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9. 혼자밥먹는여자 2010.06.27 15:50 address edit & del reply

    담배창고에서의 소지섭의 연기, 저도 처음에는 너무 과장되다고 생각하며 보았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빨치산토벌을 위해 2년이상 단지 살기위해서 피아의 구별없이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방금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다시 전쟁이라는 상황을 생각하니 이해 못할바도 아니더군요. 또한 사전제작이다보니 클라이막스 장면들을 다 촬영한 후 이미 감정이 100% 잡혀있는 상황에서의 초반 장면이어서 그랬나도 싶습니다.

2010.06.25 10:03




제빵왕 김탁구에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어른스러운 대사와 생각때문에 아이 옷을 입은 어른들이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나이에 맞지 않은 조숙한 생각들까지 설득력있게 다가왔던 것은 아역들의 훌륭한 연기력때문이었어요. 6회 엔딩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인들의 이야기가 전개될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인 윤시윤의 거친 카리스마는 탁구에게 닥친 시련들을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3분정도의 등장이었지만, 눈빛이 어린 김탁구의 눈빛처럼 살아 있었고, 무엇보다 윤시윤에게서 보여지던 발음 뭉개짐을 많이 고친 듯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탁구가 한승재 실장에 의해 거성가를 나간 후 12년 후의 이야기로 새롭게 전개될 제빵왕은 그 기본 설정은 어린시절의 악연들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탁구가 구일중이 아들이라는 이유와 탁구의 엄마 미순의 행방불명이 한승재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탁구와 마준의 보호막인 한승재와의 악연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유경의 아버지에게 겁탈을 당할 뻔 했던 미순을 구한 것은 구일중의 지시였지요. 바람개비 문신을 한 정체불명의 사내에 의해 어디론가 실려가던 미순은 도망치다 절벽아래로 추락해 아직까지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12년이 흐른 후에 탁구가 어머니를 찾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마준이와 서인숙의 그림자가 되어 두 사람을 지켜주겠다는 한승재의 악행은 미순을 욕보이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린 마준이에게도 검은 마수를 서슴지 않고 드러냅니다. 탁구가 자신이 유경의 아버지를 시켜 저지른 일까지 알아 버리자 한승재는 탁구를 밀항선에 태워 외국으로 보내 버리려고 합니다. 선원들을 피해 도망친 탁구는 우연히 장항선 할아버지를 만나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이후에도 인연이 이어질 듯 싶습니다. 장항선은 탁구 아버지 구일중의 빵스승으로 한 번 나온 적이 있었는데, 탁구와의 인연으로 탁구의 특출난 후각과 빵만드는 기술을 전수하는 거성가의 대를 이은 스승이 될 듯 싶네요.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마준이의 선택이었어요.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탁구를 따라 나선 마준이가 상당히 흥미로웠거든요. 할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극심한 혼란을 일으킨 마준이 내면에서 겪는 갈등과 어른들 세계의 역겨움에 심하게 앓는 것을 보고, 마준이의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어요. 예상은 했지만 마준이는 서인숙과 한승재의 보호막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마준이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정신적인 아버지 구일중임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청산에서 돌아 온 탁구와 마준이를 본 구일중의 반응은 어린 마준이에게는 또 다시 버림받는 듯한 좌절감을 겪게 하지요. 탁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서인숙의 발악에 구일중은 탁구를 돌아보며, "밥은 먹었니?" 라는 부모의 사랑이 담긴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리고 맙니다. 마준이에게도 그렇게 물어 봤더라면, 마준이는 엄마 서인숙에게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번도 감싸준 적이 없었던 아버지에게 대항할 방법은 거성가를 잇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마준이의 충족받지 못한 부성애에 대한 복수 방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해질 거에요. 탁구보다 강해져서 아버지 뒤를 이을 거에요"
마준의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이 지점에서 이뤄진 듯 싶습니다. 탁구가 미순이 남겨 준 말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모토로 삼는 것과는 대조적인 선택이었지요. 마준이가 비밀과 음모에 눈을 감아 버리고, 강한 마준이를 선택한 것은 그 출발이 서인숙과 한승재의 야욕과 같은 궤에서 출발하기에 비틀거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마준이의 캐릭터가 비열하고 악한 인물이라고만은 단정짓고 싶지 않아요. 쓰러진 할머니를 보고 측은지심을 일으킨 것도 그렇고, 물론 어린 아이답지 않게 엄마의 부정을 용서해 달라는 거래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요. 또한 탁구의 엄마를 찾아 함께 동행한 것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엿봤거든요.
무엇보다 유경이가 탁구를 따라 가출한 것이 너의 마음을 탁구가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말을 할 때 움찔하는 것에서도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어요. 매맞는 유경을 보고 뒷걸음쳐 버린 자신의 행동에 두고두고 자신이 겁쟁이라는 컴플렉스를 가지게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요. 12년전 충격적인 비밀들로 겁에 떨던 어린 마준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지 기대됩니다.
탁구나 마준이는 어른들의 불륜이 낳은 불쌍한 인물들일 겁니다. 드라마의 혈통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로 탁구는 어린 시절부터 그 성품이 완성형인 캐릭터이기에 탁구보다는 미완성형인 마준이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르겠어요. 이 미완성된 마준이의 인간성을 절름발이 인물로 자라게 한 인물들은 서인숙이나 한승재, 그리고 구일중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사람들이 마준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좋은 방향은 아닌 듯 싶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탁구와의 앞으로 관계가 더 흥미롭습니다. 결국은 마준이를 보듬을 사람은 탁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탁구가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두려움으로 토하는 마준의 등을 두드리면서 "니는 내 동생 아이가?"라고 했단 말이 강렬하게 와닿았어요. 
탁구는 핏줄이니 거성가니 하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에요. 어머니의 아들로 언젠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엄마를 떳떳하게 찾아서 살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로 거성가에 들어왔었지요. 엄마가 평생 소원이라고 했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아버지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어무이가 말했기에,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던 아이였어요. 살갑게 대해주지 않은 누나들과 마준이에게 탁구는 남같은 형제였지만, 탁구에게는 특별한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 구일중의 가족들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기간 함께 살지 않았던 구일중의 아이들과 미순의 아들이고만 싶은 탁구가 어떤 식으로 12년 후 격동의 시간속에 맞닥뜨리게 될 지 모르겠지만, 탁구를 버린 구일중의 가족을 탁구가 감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탁구의 선택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건데 거성가의 주인자리를 마지막에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탁구는 빵 만드는 것이 좋을 뿐이지 회사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는 인물로 자랄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어른들의 얽히고 설킨 악연들과 악행이 빚은 불행의 기억들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 온전히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는 않은 남녀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의 상처와 비밀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았을 지는, 이제 등장하게 될 성인 연기자들의 캐릭터에서 드러나 보이겠지만, 탁구와 마준이, 그리고 자경이는 자신의 삶을 선택한 듯 보입니다. 경영인을 꿈꾸며 거성가의 진짜 주인이 되겠다는 자경(가장 흥미로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엄마 서인숙과 한승재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거성가를 탁구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며 강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준, 그리고 엄마를 선택하면서 거성가를 나와 버린 탁구를 통해 어른이 된 모습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년후 각기 다른 야망과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성인들이 되었을 때, 유경이 탁구에게 보냈던 편지처럼 웃는 얼굴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린 시절 풀지 못했던 갈등은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고, 어쩌면 어린시절의 단순했던 일들보다 더 복잡한 갈등을 겪어가며 얽혀 들겠지만, 드라마가 파국적인 결말만을 위해 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경이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는 탁구의 존재때문이에요.
가파르게 시간을 뛰어 넘은 드라마에서 탁구가 어떤 생활을 했을 거라는 것은 시장 양아치를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되었어요. 탁구를 탁구로 살아가게 하는 힘인 '어무이'를 찾기 위해 시장통 구석구석을 누비고, 팔뚝에 바람개비 문신을 한 정체모를 남자를 찾기 위해 몸을 날리는 탁구, 어린 시절의 반듯한 이미지보다는 주먹쓰는 탁구의 모습이기는 했지만, 시장통 힘없는 사람들에게 돈 뜯는 양아치들을 혼내주는 모습을 보니, 반듯한 성품은 버리지 않고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 
뒷골목 주먹왕이 된 이유가 엄마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터프한 윤시윤의 변신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하이킥의 종영이후 오랜만에 다시 본 윤시윤이 반가운데, 미소도 남성미를 보여주려는 듯 익살스럽게 변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귀여운 미소는 여전하네요. 양아치들을 한 방에 때려 눕히는 윤시윤의 남성적인 터프함이 수목드라마의 매력적인 남자들 김남길, 김재욱, 소지섭, 최민수 등과의 전쟁에서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수목드라마 정말 너무합니다. 제빵왕 김탁구, 나쁜남자, 그리고 새로 시작한 로드넘버원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네요. 가능하면 드라마 리뷰를 다 올리고 싶은 욕심까지 생길 정도로 전혀 다른 스토리와 매력적인 배우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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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3
  1. ♡ 아로마 ♡ 2010.06.25 10: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윤시윤이 터프하게 나오나봐요.
    목소리 들어보면 아직 앳띤 느낌이 있잖아요 ^^

    요즘 보면 갈등의 시작은 늘...사랑 받지 못한게 그 원인인것 같더라구요
    이 드라마 역시 그렇네요 ^^

  2. 옥이(김진옥) 2010.06.25 11: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윤시윤이 은근히...카리스마짱이지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3. 카타리나 2010.06.25 13:00 address edit & del reply

    아...윤시윤이 나왔군요
    요즘 이 드라마를 안보고 있어서
    성인들 나왔으니 다시 봐줘야겠어요 ㅎㅎㅎ

  4. 2010.06.25 14:2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pennpenn 2010.06.25 15: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터프한 윤시윤의 연기가 짱입니다.
    나이프 든 사나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까요?

  6. 1212 2010.06.25 16:38 address edit & del reply

    윤시윤씨가 이렇게 뜰줄은 몰랐어요 ^^ 하이킥 멤버중 제일 먼저 드라마 잘 고르고 캐릭터를 잘 선택한것같아요 ^^ 예전에 하이킥1 멤버 박민영씨, 정일우씨, 혜성씨 중 유일하게 잘나가는것이 김범씨였는데, ㅠ 참 안타깝, ㅠㅠ 하이킥 멤버들 다 성공하길 바래요, 세경이는 언제 나오나?

  7. 2010.06.25 17:0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친구세라 2010.06.25 17:24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게요 다음주 내용이 기대가 되네요^^ㅎ
    탁구는 예상 외로 매력이 있는 들마인것 같아요.
    몰입도도 좋구요 ㅎ

    전 로넘은 내용이 널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네요.
    배우들이야 기대되는데..
    흠.. 고민중입니당~

    리뷰 잘 보고 갑니당^^

  9. 리키프 2010.06.25 19:41 address edit & del reply

    제빵왕 김탁구 거의 처음에는 빠트리지 않고 보았는데
    제가 아직 초등학생이라서 시험 때문에 한동안 못 봤거든요 ㅜ
    인터넷으로 앞부분도 찾아보고 이제는 계속 봐야겠어요 ㅋ

  10. 엘프 2010.06.25 22:22 address edit & del reply

    엄마가 요즘 김탁구를 즐겨 보셨는데.. 끝나고 나서 한마디 하셨죠..
    주인공이 아역이랑 좀 다른데.. 재미 없을 것 같아..

  11. 걸어서 하늘까지 2010.06.26 01: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역들의 연기가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12년 후의 삶이 시작이 될텐데 참 궁금함을 자아냅니다^^

  12. 윤시윤 2010.06.26 02:10 address edit & del reply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깜짝놀랬다는...
    사실 시트콤이 아닌 드라마에는 별로 안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준혁이 이상으로 멋있더라구요

  13. ㅇㅇ 2010.06.26 06:07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 3분의 발연기,,
    그 가녀린팔로 지몸 두배인놈들을 날린다는게...
    말투도 너무 오그라들고,, 앞으로 3분에 끝나지 않을거인데.. 발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