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10.02 '마의' 줄초상 첫 회, 기대감 높인 출생의 비밀 (1)
  2. 2011.11.11 '뿌리깊은 나무' 신세경-장혁, 가슴을 적신 감동연기 (23)
  3. 2010.02.11 '추노' 위험수위 넘나드는 귀여운 작업남 왕손이 (31)
2012.10.02 14:22




조승우의 드라마 출연으로 기대가 높은 마의가 그 베일을 벗었는데요, 등장인물들의 악연과 인연에 대해 거슬러가는 장면으로 그 포문을 열었습니다. 첫회는 볼거리는 많았지만 산만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습니다. 편집이 산만해서 전후의 사건을 꿰맞추는 것이 혼란스럽기도 했고 말이죠. 시간의 흐름도 빨라서 사실 정신이 없었네요.

 

"나는 오늘 사람을 죽였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쩌다 이렇게 돼버린 걸까? 언젠가 내 스승께서는 자신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아직 변하지 않은 곳으로 가보라 하셨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 하지만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었던 곳. 차라리 그 때 그곳을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그곳에서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강도준. 그토록 눈부시던 나의 벗 강도준". 이명환(손창민)의 나레이션과 함께 드라마는 과거의 한 지점으로 거슬러 갑니다. 

전의감 서고에서 몰래 의서들을 훔쳐읽으며 우정을 나누던 세 벗, 양반가의 출신으로 천시하는 전의감에 들어온 강도준(전노민), 천한 마의의 아들로 태어난 천재적인 의술로 의원의 양자가 되어 의생으로 입학한 이명환(손창민), 그리고 침술이라면 신기에 가깝다는 평이 자자한 의녀 장인주(유선), 이들에게 의술이란 꿈이었고, 열정이었고, 그 곳은 신분도 남녀 성별도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소현세자가 청에서 돌아오자 강도준은 전의감에서 나가 구휼진료의 길을 걷게 됩니다. 소현세자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현세자가 강한 조선을 만들고 이 나라 백성이 핍박받게 하지 않게 하는 것, 소현세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을 실천해 갈 것이기에, 강도준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의감을 떠나버리지요. 힘있는 자들을 위해 침을 드는 의원은 많지만, 돈이 없어 의원 한 번 못보고 죽는 백성이 없게 하는 것, 강도준의 오랜 꿈을 실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캐릭터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첫회에 죽여버리다니 ㅠㅠ 

강도준과 소현세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지요. 유생시절 빈궁 강씨를 침으로 소생시켰던 것을 인연으로 소현세자는 그가 의술에 재능과 관심이 있음을 한 눈에 읽었죠. 강도준에게 의술의 길을 걷게 한 이도 소현세자였습니다. 의술을 천하게 여기느냐는 소현세자의 질문은 강도준의 눈을 뜨게 했습니다. 의술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양반이라는 체면에 터부시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이었죠. "천한 것은 사람 목숨을 사리는 의술을 천하게 여기는 양반들입니다", 강도준이 각성을 하게 된 계기였죠.

 

소현세자의 귀국과 함께 그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백성들 속으로 들어갔던 강도준은 소현세자가 위중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한양행에 나섰지요. 함께 배를 타고 왔던 만삭의 촌부가 임신중독증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지만, 꼭 의원을 찾아가 보라는 당부만 하고 길을 재촉했지요. 그 부부는 관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중이었습니다. 남편은 김자점의 수하인 의원 이형익이 동굴로 납치해 번침과 독침을 실험하던 중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던 남자였습니다.  

의원이 동굴에서 침으로 사람을 죽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관아에 발고를 했지만, 영문도 모른채 수배를 당해 관의 눈을 피해다니던 중이었지요. 남자는 부인을 데리고 의원을 찾아갔지만, 산모도 아이도 구하기 힘들다는 말에 아내를 업고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자는 저자에서 이형익(동굴에서 침을 놓던)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을 치고, 이 광경을 목도한 강도준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요즘말로 하면 제왕절개로 아이를 살리게 됩니다.

부인은 살리지 못하지만 아이만은 꼭 살리겠다는 장면이 묵직한 감동으로 전해져 오더군요. 산모와 아내가 죽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남편이 눈으로 전하는 이별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고요. 촌부는 딸아이를 낳고 숨을 거뒀고, 남자가 쫒기는 이유가 소현세자의 독침과 관련된 일임을 알게된 강도준은 남자와 아이에게 피신하라 이르고, 궁으로 달려갑니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과 태어날 아들의 운명을 바꿀 것임을 알지 못한채 말이죠 

모든 정황을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 이명환에게 말하지만, 이명환은 변해 있었습니다. 궁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모른 척 하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오랜 궁생활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명환을 정신들게 한 것은 강도준의 한마디였습니다. "우린 의원이네. 의원이 어찌 사람 목숨을 포기하는가?". 정치는 모릅니다. 어떤 계략과 음모가 진행되고 소현세자가 그 희생양이 되는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세자저하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의원된 도리임을 깨우쳐 준 것이죠.

뒤늦게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이명환이 소현세자 방에 들아갈 침구와 약재들을 조사하고, 독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지만, 이형익에게 들키고 말았지요. 김자점 대감 앞에 끌려간 이명환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를 버리느냐, 함께 죽느냐. 

 

그리고 모든 것이 깨져버렸습니다. 처음으로 사람으로 대해준 벗, 천한 마의출신 이명환을 벗으로 대해 준 빛났던 친구 강도준을 자기 손으로 죽게 한 이명환, 속수무책 끌려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던 장인주, 그들이 함께 나눈 우정도, 밤새 토론해도 지겹지 않았던 의술에 대한 열정도 말입니다. 

 

입신양명 출세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구휼하고 백성들 속으로 들어가고자 했던 강도준, 그의 꿈은 궁궐내의 암투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만삭인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지도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이명환(손창민)도 강도준을 도우려고 했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들 소현세자에 대한 의심과 정신병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인조의 폭정이 답이 될 듯하군요. 소현세자의 독침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후궁 조소용(서현진)의 계략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기에 말이죠.  

 

강도준의 서글서글한 친화력과 장난끼는 이후 그의 아들 백광현의 성품으로도 연결될 듯 하더군요. 피는 못속인다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바람앞에 등잔불이 된 강도준의 갓난아기(백광현)의 운명이 이제 펼쳐지려고 합니다. 천한 마의의 신분에서 훗날 어의가 되는 역사속 실존인물이기도 합니다.  

 

첫회는 주인공 백광현과 강지녕의 출생의 비밀을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강도준(전노민)이라는 인물이 시선을 끌었는데 첫회부터 참수형을 당하는 바람에 아쉽더군요. 부인 장영남도 아이를 낳고 죽은 것같았고 말이죠. 백광현을 키워줄 양아버지 남자의 부인까지, 줄초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죽음이 많았던 첫회였습니다. 죽음으로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소현세자와 동굴에서 인체실험을 당한 무명의 남자도 있군요. 

강도준이 뿌린 의술과 인술은 덕이 되어 그의 아들을 살리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동굴에서 도망나온 남자가 자신의 딸아이와 강도준의 아이를 바꿔치기 해서 목숨을 구할 듯 보이니 말입니다. 강도준의 부인 장영남이 낳은 아이와 장인주가 안고 나간 아이가 다른 것으로 봐서는 동굴남자가 아이를 바꿔치기 한 듯 보입니다.

사내 아이면 죽이고 계집 아이면 관비로 삼으라는 명에 백척간두에 놓인 강도준의 아들, 그를 살린 것은 아버지 강도준의 인술때문이었습니다. 가난한 도망자들에게 도움을 베풀고 뱃속의 딸아이를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 동굴남자가 자신의 딸아이를 내어주고 강도준의 아이를 살리려고 한 것이겠죠. 훗날 백광현으로 성장하게 될 강도준의 아들과 동굴남자의 딸(아마 훗날 이요원)의 출생의 비밀인 셈입니다.  

여담이지만 드라마 신의도 그렇고, 종영한 닥터진과 골든타임까지 의학드라마의 붐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아프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더군요. 사람을 살리는 참의원을 기다리듯, 우리사회도 어쩌면 그런 희망적인 의원(의사)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의의 백광현은 어떤 인물인지, 우리네 아픈 마음도 치유해 줄 의원이 될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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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02 14:4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1.11.11 08:46




뿌리깊은 나무 12회의 주인공은 강채윤과 소이였습니다. 신세경과 장혁의 연기가 심금을 울렸지요. 이렇게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었거늘, 그것도 궁안에서 심지어 만나기 까지 했음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도 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장면이 없어서 왠지 뒤가 찜찜한 이 기분은 뭔가 싶네요. 시청자 애간장을 태우며 질질 끄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외외로 너무 쉽게 만나버려 혹시 다음회에 무슨 변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혹이라도 담이(소이)가 똘복이가 겸사복 강채윤이라는 것을 알고는 몸을 숨겨버리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강채윤이 똘복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파옥을 한 역적노비 똘복이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영리한 소이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지엄한 국법이 있기에, 세종이 강채윤을 구명할 명분도 만들지 못할 것이고요. 심온대감이 복권되지 않은 마당에 그 일에 연루되었던 노비 똘복이를 구할 수 있을 명분이 없으니 말입니다.  아직은 강채윤이 똘복이라는 사실이 밀본에 알려져서는 안되기에, 더더구나 두 사람의 만남은 그 간절한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걱정 또한 앞섭니다.
담이와 똘복이는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되는 인물들이지요. 정기준이 가리온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똘복이는 강채윤으로, 담이는 소이로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세상의 눈을 피해 살 수 있었던 방편이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역적, 혹은 역모에 가담한 인물로 정체가 발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과연 똘복이 강채윤은 세종 이도를 용서할 수 있을지, 담이를 궁에 데려다 궁녀로 만든 것에 더 큰 살기를 품을 것같기도 해요(물론 소이를 궁에 데리고 온 이는 소헌왕후였지만). 한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채윤에게 아직은 말하지 않을 듯하니, 강채윤과 세종이 화해하기는 아직 멀었고 말이지요. 더구나 방에 지정된 장소에 밀본이 나타난 것을 알고는 강채윤을 밀본과 연결짓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세종은 주머니가 바뀐 내막까지는 모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행방불명된 소이때문에 세종은 밀본이 다음 타겟으로 소이로 잡았다는 것으로 짐작하지요. 소이의 안전에 입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세종, 소이가 똘복이를 만나기 위해 붙인 벽서, 계언산 마의에 담긴 의미를 풀기 위해 파자, 합자, 팔도지리지, 전 왕조의 고서까지 다 뒤지는 세종이었지요. 정인지에게 임금인 나도 이렇게 찾고 있는데 뭐하고 있느냐는 말에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지만, 세종이 소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세종에게 소이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보여 준 장면이었습니다.  
강채윤이 붙인 복주머니 벽서는 정기준과 소이를 경악하게 합니다. 복주머니가 똘복이와 관계있다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말이지요. 밀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정기준에게 사흘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시기에, 절묘하게 때맞춰 나타난 복주머니의 주인공, 이는 밀본지서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소이에게는 죽은 줄 알았던 똘복이 오라버니가 살아있다는 것에 죄책감의 일부를 덜어낼 수 있을 일이었고요.
말을 잃어버린 소이가 밀본이 보낸 꺽쇠에게 자신이 담이라고 처음으로 말을 하는 장면은, 그 간절함이 온몸으로 절절하게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말없이 필답만을 주고 받아야 했던 신세경은 그 캐릭터만큼이나 답답했을 겁니다. 신세경은 특히 소이라는 역을 하며 감정을 보인 일이 극히 드물었었지요. 세종에게 "전하의 잘못이 아니옵니다"라며, 쓰고 또 쓰며 세종을 위로했던 장면이 그나마 감정을 보여준 장면이었지요.
신세경이 극중 소이역을 하면서 무감정으로 일관한 듯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소이라는 인물은 살아있는 송장같은 인물입니다. 즉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트라우마가 소이를 감정마저도 죽어버리게 했고, 기쁜 일도 슬픈 일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신세경은 그런 소이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신세경이 드디어 변했지요. 똘복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의 일입니다.
벽서를 붙이고 처음으로 미소를 짓고, 꺽쇠아저씨에게 자신이 담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이쁜 표정도 다 버리고, 입을 쩍쩍 벌렸지요.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게 똘복이를 만나야 했기때문이에요. 신세경이 연기보다는 예쁜 이미지를 고려했다면, 그렇게 입을 쩍쩍 벌리지 않고 예쁜 입모양으로 '담...이"라는 입모양을 흉내낼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신세경은 목구멍에서 뭔가를 토해내듯이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입모양을 만들었지요. 정말 좋은 연기자의 모습입니다^^ . 말을 못하는 여인이 자식이 위험에 처하자 이름을 불렀다는 이야기처럼, 소이에게 똘복이는 그렇게 간절한 사람임이 신세경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으니 말이지요.
똘복이를 만나기 위해 가리온에게 말을 배우러 간다는 거짓말을 한 소이, 세종 이도의 마음에 쓸쓸한 가을 바람이 싸아~하고 지나갑니다. 세종의 허허로운 웃음 속에 드리워지던 진한 쓸쓸함이 지나가는 것이 보일 정도였네요. 인력으로 안되는 일, 그토록 그리워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찌 막을 수 있겠느냐고, 두 사람을 불러 모든 것을 말하리라 결심한 이도입니다. 
강채윤이 왜 궁에 들어왔는지를 모르지 않고, 말을 잃은 소이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모르지 않은 이도이기에, 완성된 한글을 반포하는 중대사를 앞두고 그 핵심일을 해야 하는 소이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올 지, 이도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지요.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지요.
말배우기에 적극성을 띈 소이를 보며 기뻐하던 세종은 그 연유가 똘복이때문이었음을 알고, 잠시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소이가 세종에게 여인이었던가? 여린 백성이었던가? 한글창제를 함께 한 동지였던가? 이거다 답을 내리기에는 세종의 감정을 읽기가 조금 복잡하지요;; 저도 잠시 보류해 두려고요. 지금 똘복이와 담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거든요.

소이가 붙인 벽서 계언산 마의에 대한 답을 푼 강채윤, 계언산은 어렸을 적 담이와 말잇기 놀이를 했던 뒷산이었고, 마의(馬醫)는 '니마'라는 말 의원의 우리 옛말이었나 봅니다. 말잇기 놀이를 하면 '주머니'로 끝내 버린 똘복이 오라버니를 어린 담이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요. 어린 담이는'니'자로 끝나는 말을 몰랐으니까요. 박포가 던져 준 힌트에 말잇기, 니마, 주머니, 그리고 담이를 생각해 낸 똘복이는 죽을 힘을 다해 미친놈처럼 뜁니다. '담이다, 담이가 살아있었다'.
밀본에 의해 납치된 소이 역시 달리고 또 달립니다.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어디로 끌려왔는지도 몰랐던 소이는, 바람냄새와 걸음으로 거리를 계산하고, 햇볕의 방향으로 동서남북 방위까지 계산한 천재소녀였습니다. 소이의 머릿속에는 팔도지리지가 통째로 들어있었고, 어느 곳에 무슨 산이, 무슨 강이 있는지 강폭과 수심까지 다 들어 있었지요. 한번 입력되면 모든 것을 암기해 버리는 특출난 인물. 소이가 한글창제의 핵심인물인 이유도 소이의 이런 재능과 관련되어 있지요.
똘복오빠가 살아있다는 것에 소이는 목숨을 걸고 윤평에게서 달아나지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오직 믿는 것은 머리 속에 들어있는 조선팔도지도. 세상에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소이였습니다. 물에서 나와 어린 시절 똘복이와 말잇기 놀이를 하던 뒷산을 향해 달리는 소이, 그런데 겸사복 강채윤이 그곳에 나타난 것을 보고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지요. ""저자가 왜...." . 그 순간 믿기지 않는 말이 들려옵니다. "담아!!!!". 
아,,,,담이를 부르는 강채윤(장혁)을 보고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겁에 질린 듯, 아기처럼 소이의 어린시절 이름 담이를 부르는 장혁의 감정연기는 최고였습니다. 장혁연기의 가장 강한 무기중의 하나가, 이런 감정을 절절하게 담아내 시청자들을 그 감정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입니다. 
추노에서 언년이의 초상화를 들고 세상 무너진 듯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던 대길이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뿌리깊은 나무에서 담이를 부르는 모습은 오버를 절제한 최고의 감정연기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장혁의 연기를 죽이는 어린 똘복이의 버럭질을 죽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 장혁에게서 요즘은 어린 똘복이의 과장된 표정이 나오지 않으니, 한결 보기가 좋고, 감정표현도 진지해진 것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담이를 부르는 장혁의 표정은 애절한 그리움과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그런 모습이었지요. 열 두어살 시절의 똘복이,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죽은 줄 알았던 어린 누이동생같은 담이를 부르는 모습이었죠. 사실 이 장면에서 추노의 대길이 표정이 나와버렸다면, 담이가 언년인 줄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오버를 하지 않은 장혁이었지요. 장혁의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 속에 담이를 향한 그리움과, 담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안도, 그리고 못만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까지, 너무나 많은 감정들을 담아 보여주더군요.
충혈되어 가는 장혁의 눈빛에 함께 애닯아 했고, "담아" 라고 부르는 떨리는 목소리와 표정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듯한 그런 모습까지 실어 심금을 울리더군요. 담이는 엄마가 없던 어린 똘복이에게는 엄마같았고, 누이동생이기도 했고, 색시삼고 싶은 여자이기도 했었지요. 허기가 져서 누워있으면 어느 틈엔가 다가와, 어른들 몰래 숨겨온 밤을 넣어주기도 했고, 반푼이라고 놀림받는 아버지때문에 화내고 성질부리던 똘복이를 이해하고, 감싸줬던 아이였지요. 어른들도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던 한짓골 똘복이, 아버지일이라면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똘복이를 유일하게 이해해 준 아이입니다.
담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강채윤은 기쁜 표정으로 달려가지 않았지요. 너무나 슬프게, 그리고 미친 듯 절박하게 달려갑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나인 소이의 일들, 담이도 자신처럼 그렇게 길고 오랜 시간을 고통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더 아픈 강채윤입니다. 담이를 부르는 장혁의 표정이 그렇게 절절하게 슬펐던 이유, 소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때죽나무와 산조인을 섞어가며 먹어왔던 그 고통의 밤들이 자신과 같았음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마님 몰래 자투리 비단천이며 색실을 훔쳐 오라버니에게 시집가겠다고 복주머니를 만들어 줬던 담이, 주인마님 연지단지를 훔쳐 담이에게 정표로 건넸던 똘복이. 소꿉장난하듯 아무 걱정없이 배부르고 등따시면 그걸로 좋았던 시절, 그 일이 아니었다면, 이도의 편지만 없었더라면, 그렇게 오순도순 신랑각시하고 함께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똘복이로도, 담이로도 살 수 없게 한 이도, 이도는 강채윤의 분노를 풀어줄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두 사람을 불러들이라는 세종을 강채윤은 어떤 얼굴로 마주할지, 다음회가 미치게 기다려지네요. 장혁과 신세경의 좋은 감정연기로, 똘복이와 담이의 만남이 더욱 눈물겨웠던 뿌리깊은 나무 12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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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1 09:0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모피우스 2011.11.11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가슴 뭉클했습니다.

  3. ♡ 아로마 ♡ 2011.11.11 09: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봤어요...
    보기전까지는 안봐도 무방하다...이러는데.
    보면 흡입력 장난 아니에용
    예고편 보면서 어찌나 아쉽던지 ㅜㅜ

  4. 2011.11.11 09:3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여왕의걸작 2011.11.11 09: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드라마 리뷰계의 1인자십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네요.
    마치 이 드라마의 작가가 쓴 글 같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이해와 감정선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글이네요.
    저도 어제 마지막 장면에서 강채윤의 연기에 눈물이 주루룩...
    초록누리님과 같은 드라마를 보는 건 언제나 행운인 것 같아요.^^
    지난 리뷰도 찬찬히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아직 5회까지밖에 보지 못했고 이번 주 수요일부터 본방사수했거든요.

    • 초록누리 2011.11.11 12:55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이 많이 블라인드 처리되어(사진때문에.ㅠㅠ) 몇회분량이 빠졌을 거에요.
      내일쯤 다시 찾은 글들 일부 복구할 생각이에요.
      복구하면 다시 와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6. c-one1 2011.11.11 10: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제가다 울먹울먹 거렸었어요ㅠㅠ
    너무 연기들이 사람을 쫙쫚 매료시키는..ㅎㅎ

  7. 박씨아저씨 2011.11.11 12:38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마지막 장면 보았는데~ 눈물이 핑~

  8. 정말... 2011.11.11 14:07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장혁의 연기는 일품이었어요... 잘 울지 않는 제가 울 정도 였으니...
    뭔가 가슴이 아려와서 엉엉하고 울었네요... 둘이 만나서 울었다면 목
    놓아 울었을 것 같은....ㅠ.ㅠ
    장혁이 정말 최고 연기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9. christian Louboutin sale 2011.11.11 14:57 address edit & del reply

    있었다면 이 어플을

  10. shs 2011.11.11 15:56 address edit & del reply

    근데 윤평(밀본)은 소이를 미행하면 될 것을 굳이 잡아다가 계언산, 마의가 어딘지 알아내려 할 필요가 있었나요? 여기서 몰입 깨짐.

    • 밍밍 2011.11.11 16:37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ㅋㅋ 극의 긴장을 위해서였나.. 그나저나 마지막장면은 장혁의 눈물에 뭉클..

    • 밍밍 2011.11.11 16:38 address edit & del

      제가 왜 차단? ;;

    • 음.. 그건 아마도..ㅎ 2011.11.11 22:51 address edit & del

      미행해서 따라가다보면, 소이가 똘복을 만나도 어떻게 처리못할수도 있으니...위ㅜㅏㅓㅣㅣㅊ 움....

      미리가서 매복도해놓고 그럴려구..처아너마ㅣ어니ㅢㅌㅋㅊ

      라는 그냥 제작진 변명해주기 답글...ㅋ.ㅎㅎ

  11. 밍밍 2011.11.11 16:40 address edit & del reply

    다른분들글에 리플하는건 차단됐네요 ㅜㅜ ㅎㅎ 위에 shs님 동감 ㅋㅋ 아마 극의 긴장감을 주기위해서? ㅋㅋ 정말 어제 장혁의 눈물연기는 찡했어요.. 죽은줄알았던 담이가 생각나니 얼마나 찡할까요 과연 채윤이 소이아 세종을 나중에 돕는역이될지 소이까지 반대의 설지 기대되네요..^^

    • 초록누리 2011.11.22 16:26 신고 address edit & del

      우연히 후지통에서 밍밍님 댓글보고 복원했습니다.
      그러게요. 전 차단한 적이 없는데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전 반말과 욕설 댓글, 인신공격적인 글, 그리고 음란 광고물외에는 삭제도 안하고 그대로 두거든요.

  12. VENUSWANNABE 2011.11.11 17:5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정말 뭉클하고 울컥하더라구요.
    장혁씨의 연기에 너무 몰입했나봐요. ^^;
    앞으로도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13. 사주카페 2011.11.11 21:16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블로그글 재미있게 잘 읽어보고 1106번째 오늘도 추천해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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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dd 2011.11.11 22:14 address edit & del reply

    장혁은 진짜 레알 저런 절절한연기 정말정말 잘하는듯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불안한 표정 까지 묘사하며 ㅜㅜ

  15. yo 2011.11.11 23:48 address edit & del reply

    원작을 차용한다면...이도가 소이를 마음에 품지만 똘복이와 함께 내보내줄텐데...원작에서 멀~리 와버려서 잘 모르겠네요ㅎㅎ
    세종대왕이 늙어 돌아가셨다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을테니 용서하지 않을까요?

  16. ss 2011.11.12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신세경 쫌 발연기........

  17. 우왕 2011.11.12 07:25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우연히 들어와서 봤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8. 5월23일 2011.11.12 09:15 address edit & del reply

    언제나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2010.02.11 08:57




추노가 11회를 분기점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 들었습니다. 모든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적인 연결선상에 놓여 있게 된 거지요. 목적지도 목표도 없었던 혜원까지도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면서 보다 입체적으로 드라마의 얼개가 짜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의 흐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면서 이번 회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쉬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봤어요. 특히 왕손이와 최장군의 여염집 아낙 홀리는 내용은 무거운 주제 속에서 웃음을 주었네요.
귀염둥이 왕손이의 카사노바 뺨치는 작업 못지않게, 한양구경 처음 나온 듯한 최장군의 촌뜨기 모습도 코믹했어요. 자칫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왕손이의 제비질은 유머와 해학으로 맛깔나게 그려서 이번회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같습니다.
큰주모와 작은 주모가 그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쳐도 넘어가지 않던 최장군의 목석같은 마음도 들썩이게 만들어 버린 왕손이의 여자꼬시기 실력은 조선팔도 최고이지 싶어요. 아마 왕손이가 마음만 먹으면 봉이 김선달처럼 대동강물도 팔아 넘길 것 같습니다. 도끼질마다 다 성공하는 왕손이의 매력은 왕손이에게 넘어간 여인들만 알겠지만, 실력 한 번 볼까요?
왕손이가 노리는 집은 대낮에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데도 대문이 꼭 닫혀있는 집이랍니다. 그런 집에서는 문도 계집종이 열어주고요. 집에 남정네가 없으니 문을 걸었다는 거지요. 이런 방면으로는 촌뜨기인 최장군을 데리고 한 집을 두드리니 정말로 계집종이 문을 열어 줍니다. 지나는 길손인데 밥 한 술 얻어먹겠다며 대신 밥값으로 장작을 패주겠다고 하지요. 허락도 안떨어진 집에 무작정 들어간 왕손이는 안방인 듯한 곳을 향해 1차 작업멘트를 날리지요. "백호가 음신의 궁에 있으니... 어허... 참..." 무슨 뜻인지는 최장군도 왕손이도 모른다지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암튼 '좋지않은 사기가 집안에 있다'라는 식의 뉘앙스를 흘리는 게지요. 이 집 안방마님은 가슴이 철렁해서 당장이라도 버선발로 뛰쳐 나와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겠지요. 
최장군 웃통을 벗고 복근 열심히 보여주는데, 엄동설한에 이게 무슨 짓이냐 싶은 최장군이에요. 꼭 옷을 벗고 장작을 패야 하느냐고요. 장작패는 남정네의 멋진 근육에 홀딱 반한 계집종은 벌써부터 최장군에게 눈길 고정이에요. 안방의 고고하신 마님이 왕손이를 보기를 청하지요. 왕손이 "얏호! 걸렸구나!"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손님께서 천기를 읽으시나요?" 라며 안방마님이 운을 떼니 왕손이 앞가림이나 하는 수준이라며 "천기와 지기를 살펴보니 바깥 양반이...." 하며 말꼬리를 흘리고는 혀를 차주지요. 일단 겁을 주는 것이겠지요.  

놀란 척하는 안방마님이 굿을 해야 합니까 부적을 써야 합니까 물으니 미신은 믿을 게 못된다며 손금을 봐주겠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손금봐주겠다는 것이 남자들 여자 꼬시는 수법인가 봅니다. 문 밖으로 고운 손을 내미는 안방마님이십니다. 이제 반은 넘어 온 거나 마찬가지에요. 왕손이 손을 덥썩 잡고 방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선수는 다르네요. 방문을 닫아 버리고는 손금만으로는 정확히 읽을 수가 없다고 뻥을 치지요. 족상을 봐야겠다면서요.
양반집 아녀자는 외간 남자에게 절대로 발을 보여줘서는 안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선수 중의 선수인 왕손이는 이런 것도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녀자가 어찌 발을 보여줄 수가 있겠느냐고 하니 할 수 없다며 "편안한 밤 되세요~" 하고는 쌩 가버리는 척하지요.
다급한 안방마님 "손님, 잠시만~" 하고 부릅니다. 게임 끝난거지요. 안방으로 들어간 왕손이 족상을 보겠다며 안방 마님을 홀라당 뒤집어 버리네요. 아랫배에 혈이 잔뜩 뭉쳐있다며 "배꼽밑에 부적 한 장 붙이시지요" 라고 느끼 야시시하게 다가섭니다. "부적은 미신이라고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는 안방마님의 질문에 왕손이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했는데, "상반신은 의술로 풀고, 하반신은 부적으로 달래주는 법" 이라네요. ㅎㅎㅎ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요.
양반마님 갑자기 계집종 쫑쫑이를 부르니 왕손이 식겁합니다. 이거 잘못하면 경을 치게 생겼거든요. 절개 곧은 마님이었다면 은장도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왠걸 안방마님 왈, "다른 손님 밥상은 따로 차려드려라"라고 하시네요... 뒷얘기는 뭐 알아서..ㅎㅎㅎㅎ
아무튼 왕손이 위험수위 넘나들며 여자 꼬시는 수법을 보며 한참 웃었어요.
사실 위험수위를 넘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음에도 해학과 풍자가 곁들여져서 인지 웃으며는 봤지만, 왕손이 여염집 담을 쉽게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 추노 속에 흐르는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준 것이에요. 두 번의 전쟁(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조선은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예요. 몰락한 양반가도 많았고 백성의 절반이 노비로 전락했던 시기였으니까요.
왕손이처럼 여염집 아낙과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았던 일들도 한 집 걸러 두 집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겠지만, 드문 일도 아니었지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며느리와 손자까지 죽이는 왕실에서 양반집 아낙에 이르기까지 절개와 법도가 무너지고 있었던 혼탁한 시대인 것이지요.   
극중에서는 귀염둥이 깨방정 왕손이가 여자 밝히는 작업쯤으로 유머와 해학으로 버무렸지만, 드라마 속에 흐르는 정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에요. 지체 높은 집 담장이 이렇게 낮아져 버린 조선사회의 부패상을 왕손이가 꼬시는 여인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양반집 담장이 이렇게 낮아졌는데 궁궐 담장인들 낮아지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낮아졌겠지요. 정신병적인 수준의 패도정치를 하고 있는 인조를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좌의정같은 인물이 많았던 시대였고, 충신과 간신의 구분이 없던 시대였지요. 제각각의 명분을 내세운 밥그릇싸움에 골몰하고 있었던 시대였으니까요. 
고래싸움에 새우등처럼 터져나간 이름없는 민초들의 죽음이 지천에 널렸던 그런 시대를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무질서하고 혼란한 시대에 혁명이라는 이름의 꽃들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이대길, 송태하, 업복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비록 열매를 맺지 못하고 꺾일지라도 그들이 피우는 꽃이 아름다운 이유, 그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꿨다는 이유때문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대길패의 귀염둥이 왕손이를 연기하는 김지석은 귀티가 흐르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대길패의 마스코트 같아요. 익살스럽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진지한 표정을 넘나들면서 웃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대길이나 최장군의 얼굴에 어두운 기운이 서려있는 있는데 반해, '인생 별거 있어, 즐기고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라고 말하는 듯한 왕손이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인 일에 연루될 수 밖에 없는 대길패거리의 불안함때문인지 세상 걱정 없는 듯한 왕손이가 그나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에요.
여자 홀리기 선수 왕손이는 여자를 가장 많이 알지만, 정작 한 여자도 사랑하지 못한 것 같아요. 왕손이에게도 진짜 사랑이 올까 싶네요. 얼른 철들어서 토끼같은 자식들이랑 여우같은 마누라랑, 밭갈고 쟁기질하면서 살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왕손이에게 그런 세상이 올지 드라마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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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4 Comment 31
  1. 이전 댓글 더보기
  2. 핑구야 날자 2010.02.11 12: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시청율이 뭔지....ㅜㅜ

  3. 루비™ 2010.02.11 12: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왕손이...너무 귀여워요..
    저렇게 작업하면 안 넘어갈 여자 없을 듯..

  4. 카타리나^^ 2010.02.11 13: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아무래도.....이 드라마 한번도 못보고 끝날듯해요 ㅡㅡ;;

  5. 홍천댁이윤영 2010.02.11 14:35 address edit & del reply

    왕손이 아주 웃겼더랬지요^^

  6. Phoebe Chung 2010.02.11 14: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재밌네요. 밥상 따로 차려주고 둘은 뭐했을까나... 하하하....

  7. 빨간來福 2010.02.11 15: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래도 이걸로 말은 많은것 같던데요. ㅎㅎ

  8. pennpenn 2010.02.11 15: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왕손이 작업을 거는 장면의 해설이 일품입니다.

  9. 2010.02.11 15:5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0.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2.11 16: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에서 왕손이만 나오면 웃기다는,,
    특히나 어제는 더 웃겼다지요. ㅋ
    잘 읽었어요. ^^

  11. 김삿갓이 아니라 2010.02.11 16:15 address edit & del reply

    작은 오류가 있네요.
    한강물 팔아먹을 김삿갓이 아니라,
    정확히는 대동강물 팔아먹은 사람은 봉이 김선달입니다.
    김삿갓은 떠돌이 시인(?)이고요.

  12. 알렉스 2010.02.11 16:58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여자 꼬시는데는 비주얼 보다 말빨이란 말인가..

  13. 듀레인 2010.02.11 18:43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좋은글 보고 갑니다.^^ 시대상황에 맟춰가면서 냉철하게 분석하셧군요!!!!

  14. 푸른별 2010.02.11 19:29 address edit & del reply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숨고르기 한 듯..
    어제 대길패 에피소드도 무척 재밌게 봤어요 ㅎㅎㅎ
    초록누리님은 글도 참 맛깔나게 잘 쓰십니다..^^

  15. 탐진강 2010.02.11 20: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전혀 못보지만 글만 읽어도 장면이 연상되는군요

  16. 남자들의 추노포장 2010.02.11 23:19 address edit & del reply

    귀여움을 가장한 더티한 쌍놈...

  17. 2010.02.12 06:12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여자는 왕손이같이 다뤄야 하죠. 진심으로 대하면 여자도 싫어하고 분위기만 나빠짐. 그리고, 한여자에 목숨거는것도 대길이를 보면 알겠지만 자기뿐 아니라 남까지 파멸시키는 무식한짓. 다다익선이 좋은거죠.

  18. 몽트르 2010.02.12 09:1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러다 한방에 훅- 감/

  19. 저러다 2010.02.12 09:3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런 캐릭터가 마지막에 불쌍하게 죽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번에 조연들 대량학살(?)시키는 걸로 봐서는...

  20. Uplus 공식 블로그 2010.02.12 11: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 저도 왕손이 김지석 님 너무 좋아해요~
    국가대표에서도 외모는 왕손이인데 캐릭터는 과묵했었죠

  21. PinkWink 2010.02.16 00: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왕손이... 큭 >.<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