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01 '나쁜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은 누구를 보고 있을까? (19)
  2. 2010.06.11 '나쁜남자' 뿌리를 잃은 남자 심건욱, 진실한 사랑 시작하다 (17)
  3. 2010.05.29 '나쁜남자' 심건욱(김남길)이 종이학을 접는 이유는 뭘까? (23)
2010.07.01 14:14




오랜 결방으로 마치 필름이 끊어진 것처럼 스토리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뚝 끊긴 듯한 느낌을 연결해 가느라 조금은 힘들었던 나쁜남자, 심건욱의 우수에 찬 눈빛으로 겨우 그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유리가면을 구하러 간 재인과 홍태성을 데리러 간 건욱,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비틀거리는 진짜 홍태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애정결핍의 만신창이 홍태성이 늘상 일본으로 날아간 이유를 이번 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우동집을 하는 생모가 일본에 있었던 이유였더군요. 한 때 해신그룹의 아들이었다가 파양된 심건욱이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조차 모호한 홍태성은 해신그룹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날개가 부러져 버린 가련한 영혼들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찢겨진 상처를 보듬어 줄 운명의 여자가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라는 것이 두 사람의 악연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세 사람은 마치 돌고도는 순환열차처럼 감정의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요한 스토리의 하나로 유리가면이 등장했는데요, 나쁜남자 스토리의 한 복선이 되는 유리가면은 세 사람의 감정 술래잡기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고 보여집니다. 신여사의 갤러리 오픈 기념전시회의 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류선생과 건욱의 대화를 들으면서 유리가면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심건욱의 감정을 대변하는 소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류선생이 건욱과 함께 간 곳은 일본의 한 공원묘지였지요. 류선생이 건욱에게 유리가면을 건네 준 것은 건욱이 유리가면을 만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유리가면을 사기 위해 나타난 두 사람 재인과 태성, 두 사람 중 누구에게 팔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류선생이 건욱에게 반문합니다. "유리가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가면은 얼굴을 가려야 하는데 유리가면은 투명하잖아"
건욱은 재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풍경화를 그리고 싶은 것은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서라고요. 유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간직하고 싶은 것을 유리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게 가면이라면 누군가의 얼굴?" 건욱의 말에 류선생은 건욱에게 유리가면을 내어주기로 하고, 그 가면의 주인에게 먼저 작품을 보여주러 갔지요. 일본의 한 공원묘지로 말이지요. 류선생에게 숨겨진 사연은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겠더군요. 류선생이 유리가면을 꺼내 쓰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남자, 그리고 묘지에 안치된 주인공, 이들의 삼각관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류선생의 유리가면은 공원묘지에 안치된 어느 여인의 얼굴이었고, 그 여자를 짝사랑했던 류선생은 심혈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서라도 그 여자가 보았던 세상을 가지려 했지만, 그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보고 말더군요. 류선생이 유리가면을 쓰자 귀신처럼 등장한 꽃다발을 든 남자를 향했으니 말이지요.
이번 회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나쁜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이었어요. 심건욱을 둘러싼 세 여자 중 심건욱이 보고 싶은 세상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말이지요. 류선생으로부터 유리가면을 받은 가면을 보며 건욱이 떠올리는 얼굴은 문재인이었지요. 
재인을 바라보는 건욱의 마음이 사랑인지, 홍태성에 대한 복수를 위한 희생양인지 건욱에게도 시청자에게도 혼란스럽습니다. 어렴풋이 건욱이 재인을 다른 감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에요. 일본 악팔이 양아치와 싸우면서 상처를 입고 호텔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고 재인이 태성을 부축했지요. 물론 태성이 티나게 다리를 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교차되는 심건욱의 눈빛은 알 수 없는 허탈과 질투같은 감정에 씁쓸하게 슬픈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지요. 홀로 상처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건욱의 방에 온 재인은 건욱의 상처를 또 보지 못했고요. 일본에서 만난 홍태성이 진짜 해신그룹의 아들임을 알게 된 재인이 왜 말 안했느냐며 따질 뿐이었지요. 
해신그룹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홍태성이라고 착각하고 어설프게 작업을 걸었던 재인, 그래서 재인에게 건욱은 오히려 편한 존재입니다. 한 번 팔린 쪽팔림에 무장해제돼 버린 듯한 편안함은 건욱을 쉽게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요. 또한 우연처럼 이어졌던 제주도에서의 인질촬영과 되돌아 온 만년필은 재인에게 건욱은 우연일 수만은 없는 남자입니다.
재인 앞에 운명처럼 던져진 진짜 홍태성은 사실 심건욱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배에서의 사고, 류선생의 유리가면을 사기 위한 과정들은 심건욱에 의해 만들어진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지요. 홍태성 앞에 재인을 던져 둔 심건욱의 심리에 처음으로 질투의 감정이 묻어나오기 시작합니다.
건욱의 인생은 그가 해신그룹에 의해 버려지고 복수를 준비하면서 모든 것이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자신을 홍태성으로 착각하고 들이대던 재인에게서 건욱은 자신의 시나리오의 위험성을 감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욱의 시나리오에는 진짜 사랑이 없었지요. 그런데 재인에게서는 그것이 진짜 감정이 되어 심장을 쿡쿡 찔러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재인의 걱정없는 미소를 보면 이대로 '컷'을 외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건욱은 어차피 재인도 홍태성을 알게 되었겠지만, 자신이 작업하려 했던 일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가버리자 복부에 입은 상처가 욱신거려옴을 느낍니다. 건욱은 재인에게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맙니다. 어쩌면 건욱도 재인에게 자기의 상처를 봐달라고 한번쯤은 기대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문재인, 가진 것은 없지만 똑똑하고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는 반쯤 속물인 여자의 진짜 모습은 건욱에게나 태성에게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온천에서 동생 원인과의 전화통화를 듣는 두 남자는 재인의 소탈함에 미소를 짓지요. 습기차면 핸드폰 바꿔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 여자는 지치고 고단한 영혼들에게는 한줄기 햇살처럼 따사롭습니다. 
건욱의 유리가면은 재인을 향하고 있지만, 건욱은 자신의 유리가면에 색칠을 덧입히겠지요.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어린시절의 상처, 해신그룹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을 듯 보이니 말입니다. 재인을 바라보는 건욱의 눈빛은 그래서 늘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류선생이 했던 대사 중에 영화같은 대사가 있었는데요, 저는 그 대사가 나쁜남자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밖에 안보여. 그 사람의 세상엔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거지... 가면조차도... 결국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신열처럼 들끓는 첫사랑에 빠진 모네, 위험한 사랑에 치명적으로 중독되어 가고 있는 태라, 다초점렌즈처럼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재인이 눈에 들어오는 건욱, 사랑의 상처 자리에 새롭게 들어 온 사람에 눈뜨는 태성, 건욱과 함께 있으면 무장해제된 듯 다 보여주고 싶은 재인, 이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유리가면을 쓰고 사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한 사람만 보는... 건욱의 시나리오에 의해서든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되었든 말이지요. 
*드라마 나쁜남자는 스토리의 난해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스토리가 조각이 나있다는 느낌입니다. 퍼즐맞추기라는 독특한 형식때문이기는 하지만, 저는 솔직히 스토리보다는 김남길의 화보같은 매력이 더 멋있습니다. 동시간대의 로드넘버원과 제빵왕김탁구 모두 매력적인 드라마라 어느 하나 외면하기가 힘든데요, 심리 퍼즐드라마 나쁜남자가 받는 사랑은 김남길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쁜남자에서의 김남길은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든요.
대사가 없더라도 표정 하나만으로도 심리를 읽게 하는 김남길은 표정과 눈빛 자체만으로도 대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까지 합니다. 스토리가 좀더 탄탄하고 편집의 난해함이 없다면, 더 매력적인 드라마로 완성도도 높을 것 같은데, 드라마가 지나치게 난해함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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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1 10:51




나쁜남자 5회는 일본을 배경으로 건욱과 재인, 그리고 홍태성이 치밀하게 엮여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일본에서 세 사람의 우연같은 만남은 드라마 나쁜남자의 일본진출을 위한 촬영분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재인과 건욱, 태성의 유창한 일어에 시청자는 일본드라마를 자막으로 이해하며 보는 느낌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이리스의 촬영장소도 나와서 낯설지 않았고, 6월에 보는 설경이라 더 아름다웠어요.
건욱이 자신의 복수극에 재인을 끌어들이고 싶었든 아니든, 건욱의 복수와 인생에 재인이 운명처럼 얽히고 설켜 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 묘하게 건욱의 복수 프로젝트에서 뺄 수 없는 인물 홍태성과 함께 삼각관계로 엮이게 되네요. 재인이 지난 회에서 건욱에게 "내 인생에서 빠져달라"라고 날카롭게 쏘아붙일 때 피식 웃던 건욱은 이미 이런 상황까지 예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재인이 건욱의 인생에 끼어든 것이 건욱의 시나리오인지, 정말 필연적인 우연인지, 이것마저도 미궁 속에 빠진 듯합니다. 제주도에서 건욱의 찰영용 소품이었던 칼이 재인의 손에 들어가게 된 사연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건욱을 둘러싸고 모네와 태라의 가슴떨림이 시작되었다면, 이제 새롭게 관계가 만들어질 건욱과 태성은 재인이라는 여자를 두고 진실한 사랑을 할 듯 싶습니다. 건욱의 재인에 대한 마음은 죽은 최선영을 걱정했던 마음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를 볼 때마다 건욱의 심리와 생각들을 파헤쳐 보고 싶어지는데요, 건욱의 비밀의 방은 너무 많은 복선들과 상처가 숨어 있어서, 하나씩 끄집어 내서 이리저리 퍼즐조각들처럼 꿰맞춰야 합니다. 제가 이번 방송을 보며 맞추고 싶은 퍼즐조각은 건욱이 찾고 싶다는 가족에 대한 부분이에요. 
20년만에 다시 만난, 한때는 아빠라고 불렀던 홍회장을 본 건욱은 잠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늘 '우리 태성이' 하며 안아주던 아버지, 어느 날 자신이 너의 아버지라고 했다가, 또 어느날 내 자식이 아니라며 거리로 내쫓았던 사람, 건욱은 여전히 홍회장이 자신이 찾는 아버지인지,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한 원수인지 갈등 속에 갇혀 있습니다.
홍회장을 바라보는 건욱의 눈빛이 흔들리며 촉촉히 젖는 것을 보고, 저는 다시 이 드라마의 혼란스런 장치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건욱의 홍회장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투명하지가 않거든요. 홍회장에게 가족을 찾으러 왔다는 심건욱의 말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건욱이 찾으려는 가족이 누굴까? 새로운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결국은 건욱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님이라고 믿었던 장애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는 최태성이 아니라 홍태성"이라며 홍회장의 집에 보냈다는 것은 그분들 역시 자신의 친부모가 아니었다는 것이었겠지요. 홍회장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며 행복한 시간도 잠시, 어느날 진짜 홍태성이라며 다른 아이를 아버지가 감싸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라면서요.
어린 나이, 건욱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예전 엄마 아빠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다 좋아하는 강아지를 잃고, 자신을 데리러 오던 부모님도 죽고 말았지요. 그 이후에는 천사원에서 자라게 되고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 단편적인 건욱의 성장비밀 한가지만을 알았을 뿐입니다.

건욱은 자라면서 자신이 버려진 이유가 궁금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의 친부모의 비밀은 홍회장에게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장애부모와 함께 살던 건욱을 찾아낸 것이 홍회장이었고, 어떻게 건욱을 찾아냈는지, 건욱의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자신의 아들이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건욱 자신의 뿌리도 찾아질테니까요. 그가 찾고 싶은 가족까지도요.
최태성이었든, 홍태성이었든, 태성이라는 이름으로 자랐던 어린 시절, 태성이라는 이름은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건욱의 트라우마였고, 건욱의 출생의 비밀을 풀어 줄 유일한 단서입니다. 그가 심건욱이라는 이름을 택한 사연은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건욱에게 상처와 분노의 이름이 돼버린 과거 이름 태성은 적어도 두 사람에게 버려졌습니다. 홍회장과 자신의 친아버지입니다. 그 친아버지가 홍회장일 가능성도 1%의 여지는 있을 것 같고요. 유전자 감식의 정확성과 제가 의심하고 있는 제 3의 인물에 대한 의혹때문입니다.
건욱이 찾으려 한다는 가족은 그런 의미에서 복잡합니다. 우리는 건욱이 홍회장에게 가족을 찾으러 왔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세 가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한때 가족으로 알았던 해신그룹의 아들로 들어가겠다는 의미, 둘째, 죽은 장애 부모를 찾겠다(건욱이 사고 당일 부모님의 사고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요. 다만 죽은 강아지에게 보청기를 끼워주며 우는 어린 태성이만 비춰줬을 뿐이에요), 혹은 부모님이 죽은 것을 알았다고 하면 죽은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 셋째, 자신의 진짜 부모를 찾겠다. 이 답을 건욱과 함께 시청자도 찾아야 겠지요.

그런데 이번회 또 건욱에 대한 수수께끼 하나가 늘어났는데요, 과연 건욱이 독단으로 이 모든 복수극을 준비하고 있을까 였어요. 곽반장이 건욱이 죽은 최선영과 어릴 적 함께 있었던 천사원을 찾아 건욱에 대한 기록을 찾았지만, 건욱에 대한 기록이 찢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꽤 오래전에 찢어진 것 같다고 했는데, 건욱에 대한 기록을 누가 없앴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건욱이 천사원에 있을 때는 어린 나이였는데, 과연 건욱이 그때부터 이렇게 치밀하게 기록을 없애면서까지 복수극을 준비해왔나 싶어지더라고요. 건욱에게 태라의 정보를 건네던 남자도 그저 흥신소 직원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말이지요.
그래서 건욱의 친부모와 관련해서 누군가 건욱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제 3의 인물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건욱이 자신이 무슨 이유로 해신그룹의 홍태성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는지 알고 있는지는 드라마에서 나오지는 않았어요. 당시 어린 건욱이 유전자 DNA감식결과에 대해서 알았을 리도 만무하고요.
건욱은 여전히 자신이 해신그룹의 홍태성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욱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려면, 현재의 홍회장과 홍태성의 DNA를 판별할 수 있는 머리카락 혹은 혈액을 체취해야 하는데, 드라마상에서 보면 홍회장과도 홍태성과도 20년만에 만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여전히 건욱은 왜 자신이 버려졌는지 의문이겠지요. 그 때문에 여전히 건욱의 심리 밑바닥에는 자신을 안아주던 홍회장이 아버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을 거고요.
건욱이 모네와 태라, 그리고 홍회장을 볼 때 가끔씩 흔들리는 눈빛이 나오는데, 그 애틋한 눈빛때문에 건욱이 찾으려는 가족이 어떤 의미일까? 라는 물음표를 던지게 됩니다. 아마 최태성, 홍태성, 그리고 심건욱이라는 세 이름 중 건욱이 진정 불려지고 싶은 이름이 정답일테죠. 건욱도, 건욱을 관찰하고 있는 시청자도 건욱의 진짜 이름을 찾기 위해 이 오밀조밀 치밀하게 엮어가는 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는 거겠지요. 드라마 속 건욱은 정답에 근접한 것 같습니다. "건욱아"라고 불러주는 여자, 문재인...
건욱의 과거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유일한 여자, 자신의 버려진 이름 홍태성을 불나방처럼 쫓는 여자 앞에서, 건욱은 자신이 홍태성이 아닌 것이 잠시 슬퍼집니다. 문재인,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도 진해로 벚꽃나들이를 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건욱에게도 설레이는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심건욱과 재인의 사랑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입니다. 사랑을 빼앗긴 처절한 슬픔을 홍태성이 느끼게 하려는 복수와 재인에 대한 사랑이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무게로 심건욱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복수를 위한 덫과 사랑 사이에서 심건욱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이 고독한 남자의 사랑을 더 지켜봐야 겠네요. 찾고자 하는 가족과 이름까지도요.  
* 드라마 나쁜남자를 보고 있다 보면 저도 곽반장(김응수) 못지않게 수사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드라마의 색다른 매력이기도 하고, 팔색조같은 김남길의 눈빛과 표정 자체가 수사를 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변화무쌍하거든요. 탐정 동이가 있으면 비밀이 잘 풀릴 것 같은데 말이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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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9 07:01




김남길의 마초적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나쁜남자는 첫회부터 스토리 진행만큼이나 치밀하게 심건욱의 비밀들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는 사랑, 심리, 서스펜스, 그리고 추리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종합장르적인 성격을 띕니다. 모든 우연적인 일들이 철저한 계획과 계산에 의해 심건욱(김남길)이라는 재단사가 재단하고, 조율하는 심건욱이라는 인물이 연출하는 특별한 복수극입니다.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는 듯 사랑은 복수와 야망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악몽신은 왜?에 대한 질문을 단지 화면만으로도 복수의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낡은 흑백사진같은 심건욱의 어린시절의 상처는 악몽같은 기억과 함께 그의 등에 길게 나 있는 흉터처럼, 잔인할 정도로 슬픈 감정이 분노로 살아 꿈틀대며, 그의 복수에 시청자들도 서서히 공감하게 하는 치밀한 심리적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첫회를 보고 저는 나쁜남자의 연출과 영상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주인공들에게 딱 들어맞는 배역이 주어진 듯 몰입되어 봤습니다. 초간지남 김남길의 매장면마다 품어 나오는 매력은 아찔할 정도입니다. 극중 홍태라(오연수)가 심건욱을 바라보는 눈빛처럼, 경계하고 싶으면서도 곁눈질로라도 자꾸 훔쳐보고 싶게 합니다. 심건욱이 자신의 방에 비밀회전문을 만들고, 해신그룹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스크랩해 두는 모습은 영화속의 연쇄살인범의 모습이 엿보여, 그의 정체를 알기 겁이 날 정도에요.
드라마를 보며 나쁜남자임에도 늪처럼 빠져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거부하기가 힘들 때가 있지요. 김남길이 분한 심건욱이라는 남자가 그렇고, 이번회 홍태성으로 등장한 김재욱에서 풍겨오는 매력이 두 남자를 놓고 저울질까지 하게 합니다. 홍태성과 문재인(한가인), 그리고 심건욱과 문재인 사이에서 벌써부터 오락가락 하게 될 것 같은 예감까지 들었거든요. 남자배우들이 왜 이렇게 다 멋진지;;

모네의 순수한 사랑
스카이다이빙을 하다 요트에 떨어진 심건욱을 보고 한눈에 반한 이제 스무살의 홍모네, 모네의 사랑은 순수의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순수해서 그 상처는 깊은 슬픔을 내재하고 있겠지요. 심건욱은 모네를 보며 그 순수한 아이에게는 상처를 주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듯 보입니다. "모네야, 좋은 사람 만나. 너만 봐 주는 그런 사람 만나라구..."라고 진심이 들어있는 눈빛을 보입니다.
그런데도 심건욱이라는 남자는 그 캐릭터가 확연하게 선과 악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진심과 계획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있습니다. 깨진 유리잔에 베여 피가 나는 모네의 손가락을 보고는 입으로 피를 닦아주려다 "이러면 안되지, 미안. 그 사람한테 밴드 붙여달라고 해" 라며 슬쩍 밀어 놓습니다.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는 건욱(이는 제생각.ㅎ작업남들이 그러더군요), 예상대로 모네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오빠, 가지마요" 라며 건욱에게 안기지요. 다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그 속에 태라가 타고 있음을 건욱은 알고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태라에게 모네와의 포옹신을 보여 주며, 건욱은 태라의 질투심을 살짝 건드려 줄 뿐입니다. 그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눈빛을 태라에게 고정시킨채 말이지요.
이렇게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계산인지, 모호한 경계선을 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심건욱은 태라의 말대로 위험한 남자입니다. 한 번 빠지면 치명적으로 중독되고 말 것같은....

태라의 위험한 사랑
무용연습실에 심건욱이 있던 것을 들킨 모네가 약혼자 엄상무에게는 하모니카 선생님이라 둘러대지만, 태라는 육감적으로 모네가 심건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어린 동생이기에 걱정도 앞서지만, 그를 처음 만났던 요트에서, 가슴께에서 머리카락을 떼어 주던 심건욱의 손길에 가슴이 두근거려 버렸던 홍태라는 그 이중적인 감정을 싸늘한 시선으로 감춥니다.
경계하고 싶지만 쏘는 듯한 강렬한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훔쳐 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남자, 심건욱의 눈빛을 볼때마다 자석처럼 끌려가는 듯한 자신의 모습에 불안하고 긴장됩니다. 홍태라가 심건욱을 볼 때마다 가슴을 여미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것도 이런 경계와 방어심리의 무의식적인 행동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네의 드레스룸에서 나즈막히 "보고싶었어요"라고 작업을 거는 심건욱의 말에 심장에서 쿵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상처준 사람 잊기 쉬운 게 아니니까" 라며 소담이를 납치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따귀를 때려 얼굴에 상처를 낸 것을 상기시키지만, 심건욱의 말에는 과거에 대한 짙은 복선이 깔려있었지요. 다시 따귀를 때리려는 홍태라의 손목을 잡고 "따뜻해..."라는 영화같은 대사, 와! 드라마지만 제가 홍태라라고 해도 '이거 왠 또라이같은 자식이야!' 이러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려 버릴 것 같더라고요. 이지적이고 차가운 성격처럼 보이는 홍태라는 언뜻보기에 부부금슬은 썩 좋아보이지 않고, 사랑보다는 조건에 맞춰 정략결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도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사회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지위, 귀엽고 예쁜 딸 소담이, 그녀에게 심건욱은 이 모든 것을 버리고도 가지고 싶은 위험한 도박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홍태라는 공격적이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강렬하게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눈빛을 거부하기가 힘이 듭니다. 독처럼 온몸에 퍼지면 중독되어 헤어 나오기 힘든 치명적인 사랑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이지요.

재인의 우연같은 운명적 사랑
사실 문재인과 건욱은 시작된 것은 없지만, 작은 에피소드 조각들로 그 관계를 치밀하게 엮고 있는 중입니다. 우연히 모네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남자를 본 재인은 모네로부터 그 남자가 작은오빠 홍태성이라는 말을 듣게 되지요. 모네가 둘러댄 거짓말이었지만, 건욱에게 또 다른 사랑을 예고하는 만남이에요. 일부러 커피를 쏟고는 홍태성씨냐고 묻는 여자, 뻔히 작업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심건욱입니다. 프로의 눈에 아마추어 풋내기 수작이었던 셈이지요. 건욱의 눈에 벌써부터 재인이라는 여자는 돈많은 재벌 2세 하나 잡아보자는 심산이라는 것까지 다 읽어 버립니다.
아직은 두 사람 사이에 감정적으로 진행된 것은 많지 않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 같은 운명적 사랑이라고 하고 싶네요.
심건욱이 홍태라와 홍모네, 그리고 홍태성의 주변에서 꾸미고 우연을 가장한 스침, 혹은 만남을 가지는 것은 모두가 심건욱이 1초의 시간까지 계산하고 마치 옷감 재단사처럼 감정까지 재단한 계획이었지만, 문재인과의 만남은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문재인이 커피를 쏟으며 얼굴을 맞대면 하기전까지는 말이지요. 재인의 차에 치이고, 제주도에서 재인을 인질범으로 오인하고 촬영을 했던 일, 재인의 만년필을 심건욱이 주운 것, 심건욱이 대본을 찢어 날린 종이학을 재인이 우연히 집어 든 것 까지도 말이에요.
그런데 심건욱이 해신그룹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도 과연 우연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우연적인 일들이 더 많았다고 보여집니다. 만년필과 바뀐 촬영용 칼은 여전히 미스테리지만요.  

학접는 남자 심건욱, 종이학의 의미
각기 다른 세 가지 색깔의 사랑을 시작한, 그리고 시작될 나쁜남자를 보면서 저는 특히 종이학 접는 남자 심건욱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종이학을 접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심건욱의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단계별로 하나씩 블록쌓기 하듯이 복수의 밑그림을 그려주는데, 그가 왜 종이학을 접는 지를 유추할 수 있는 복선은 없었어요. 하지만 종이학은 드라마 나쁜남자 심건우의 캐릭터에서 중요한 장치이고, 사건을 푸는 단서가 될 것 같기도 하고, 흥미로운 소품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첫회 최선영이 실족사(의문실족사) 하면서 나쁜남자에서 종이학이 처음 등장했는데, 건물 아래로 떨어지며 피묻은 종이학에 화면에 잡혔었어요. 최선영이 들고 있던 종이학을 심건욱이 보냈다는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선영이 실족사한 당일 밤, 계단을 올라가는 의문의 발은 심건욱처럼 보였습니다. 문재인이 심건욱이 접어 날린 종이학을 우연히 접어든 장면도 있었고, 배우 최혜주에게도 천만원짜리 수표를 학으로 접어 보내기도 합니다.
종이학 접는 남자 심건욱, 그는 왜 종이학을 접을까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영록이 부른 종이학도 불러보면서 나름 종이학과 심건욱의 복수극 상관관계를 추리해 보고 싶어지더군요. 혹시 살인예고장같은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런데 심건욱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흉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여요. 최선영이 죽은 현장에 심건욱이 있었다 해도 그가 최선영을 밀친 것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최선영을 구하려고 했을 것 같더군요. 형사반장(김응수)이 부검결과를 말할 때, 손목에 상처가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말이지요. 손목을 잡았는데 끌어 올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농후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문재인의 차에 치일 때도 비틀비틀했던 허탈한 걸음걸이도 연결이 되고 말이지요. 그럼에도 최선영이 홍태성의 애인임을 알았을테니, 홍태성에게 고통을 주고자 하는 심건욱의 경고성 복수로도 보입니다.   
학 접는 남자 심건욱, 그는 왜 종이학을 접을까? 자신을 짓뭉개고 지옥같은 불행으로 처절하게 내동댕이 쳐버린 사람들을 밟고 올라서 날고 싶었던 것일까... 복수만을 향해 가는 철저히 나쁜남자지만, 천 번을 접으면 진짜 학이 된다고 믿는 순수함 한조각은  간직하고 싶지 않았을까... 혹시 복수를 위한 살인 예고장은 아닐까... 불행을 암시하는 경고장은 아닐까...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해신그룹을 둘러 산 인물들이 하나 둘씩 공개되면서, 심건욱의 비밀방 벽에도 해신그룹 인물들에 대한 자료도 늘어나겠지만, 아직 등장하지 않은 해신그룹의 장남, 그리고 홍태라의 남편인 박재훈 검사 등등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의 변수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제 스타트한 드라마 나쁜남자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는 배우진도 매력적입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직은 물들지 않은 순수한 여자 홍모네 역의 정소민이라는 배우, 신인배우라는데 연기도 좋고, 순수의 사랑에 어울리더라고요. 오연수의 연기력, 차가운 듯 이지적이고 예민한 육감을 작은 표정 하나하나에 실어내는 것을 보고 역시! 하고 놀랬답니다. 김남길의 눈빛은 나쁜남자에서는 선덕여왕 비담과는 또 다르게 더욱 깊고 다채로워졌고요. 두번의 방송만으로도 비담의 모습을 다 털어버린 듯까지 해서 역설적으로는 섭섭할 정도였어요. 비담이라는 수식어는 김남길의 연기경력에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겠지만, 몇회 방송이 더 진행되면 나쁜남자, 혹은 심건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것 같을 정도로 김남길이 품어내는 강렬한 포스는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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