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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6 '무릎팍도사' 강호동, 예능대제 주병진 만나 안절부절한 이유 (13)
2011.07.16 08:30




그동안 무릎팍도사를 보면서 강호동이 그렇게 긴장하고 어렵게 방송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주병진처럼 그렇게 긴장하는 게스트도 처음이었습니다. 말은 편하게 방송을 했다고, 강호동에게 감사하다는 멘트도 했고, 중간중간 녹슬지 않은 폭풍입담도 터졌지만, 제 눈에 비친 주병진은 방송내내 떨고 있었고, 천하장사 강호동은 시종일관 안절부절했습니다. 과도한 리액션으로 강호동이 긴장한 것을 티를 내지 않았지만, 방송을 보는 내내 외줄 곡예를 하는 듯 조심하고 긴장하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강호동과 눈가가 바르르 떨리는 주병진의 긴장된 표정이 불안해 보일 정도였던 방송이었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강호동이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를 알고는 진정성 넘치는 배려진행과, 주병진의 위대한 용기에 조용히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개그계의 신사, 예능대제 주병진의 14년만의 방송출연은 오랜 장맛비끝의 쨍한 날씨처럼 반가운 손님이었어요. 요즘 10대들이 주병진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는데, 그토록 오래동안 방송계를 떠나 있었다는 것을 들으니 비로소 이해가 되더군요. 고작 몇년정도 밖에 안된 것 같은데 14년이라니...당연히 10대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듯합니다. 방송을 보며 더 놀란 것은 14년을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야 했던 인간 주병진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었고, 그 12년을 주병진은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릎팍도사를 통해 14년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세상과의 교감을 타진한 주병진, 여전히 주병진에게 세상은 무서운 곳인가 봅니다. 방송을 통해 기회를 달라고, 시청자들에게 방송복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을 보며, 그가 굉장히 자존심이 센 남자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병진은 한마디로 뻔뻔하지 못했던 남자였습니다. 솔직히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마약범죄, 도박, 성범죄, 뺑소니, 폭행 등등 파렴치한 사고를 치고도,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1~2년 근신을 하고 방송에 아무렇지 않게 복귀해서, '과거는 잊어 주세요'하고 나오는 연예인들도 많습니다.
주병진은 2000년 불미한 사건으로, 무죄판결을 받고도 12년간 대중들이 만든 감옥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주병진은 무죄였지만, 대중들이 만든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아마 주병진이 뻔뻔했더라면 대중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법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음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명하고, 상대방이 조작한 증거들과 누명들에 대해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방송활동이나 사업을 더 왕성하게 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한 번 찍힌 주홍글씨의 낙인에 의해 주병진은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병진이라는 이름은 대중들에게서 잊혀져 갔습니다. 

주병진은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맨은 아니었습니다. 짧은 몇마디로 강렬하게 상대방을 제압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직접화법식의 공격형 진행과 개그와 절묘하게 섞은 세련된 진행에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의 강호동과 어투나 리액션의 방식은 다르지만, 질문방식이나 프로그램 진행방식이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차이라면 강호동은 토속적인 에너지가 넘친다면, 주병진은 도회적인 세련미가 강하게 풍긴다는 것이랄까요? 그래서인지 무릎팍도사 주병진편을 보면서 왠지 두사람이 참 닮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3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주병진,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더군다나 무릎팍도사를 찾은 고민내용이 "저 장가좀 보내주세요"여서 많이 놀랐습니다. 저 나이 든 것은 생각 못하고, 여전히 주병진은 나이가 조금 많은 노총각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주병진하면 떠오르는 프로가 물론 일밤이지만, 제게는 다른 일화가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주병진이 수입이 없던 무명시절에 남방 하나 단벌 신사로 다녔는데, 주위에서는 옷을 잘입는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지요. 알고보니 옷 하나를 매일 세탁해서 반듯하게 다림질을 하고 입고 다녔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늘 새옷을 갈아입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주병진의 단벌 남방 이야기 한토막을 들으면서 그때 생각했던 것은, '자기관리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었고,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지지 않은 한결같은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은 개그계의 신사라는 별명과도 일치되던 이미지였습니다. 주병진의 진행스타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리만큼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었어요. 개그계의 신사는 주병진을 지칭하는 대명사였습니다. 그런 그가 성폭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대중들에게는 충격이었죠. 
주병진은 방송에서 사건만 알지 결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말했지만, 주병진에게 관심있었던 많은 사람들은 판결결과를 보고, 더구나 돈을 노린 꽃뱀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주병진은 이후로 방송에서 얼굴을 감춰 버렸고, 제임스딘(제가 기억하기로는 회사 이름이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속옷 사업에만 몰두하며, 사업가로서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 본사 사무실이 성산대교 가기전 고가 옆 빌딩에 있었어요. 추석이나 설날에는 고향길 효도선물이라는 이벤트로 파격 세일을 그 빌딩에서 했었고, 저도 몇번 쇼핑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행사장 출입구에는 주병진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세워져 있었고요. 그래서 주병진이 사업에만 매진하고 있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방송을 보니 12년을 창살없는 감옥에서 살았더군요;;. 저역시 문화연예 관련글을 쓰는 블로거로서,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는 칼이 되는 글도 쓰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뭔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여행중이라 현재 방송을 다양하게 챙겨보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주병진이 무릎팍에 나온다는 기사를 보고는 이번 무릎팍도사만큼은 꼭 챙겨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고는 늦은 글이지만 꼭 쓰고 싶었습니다. 방송을 보지 못한 분들이 이 글을 통해서라도 주병진의 방송복귀를 응원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고, 과거의 사건이 새긴 주홍글씨를 함께 지워주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불미스런 일은 여대생이라 속인(휴학중이었다는 말도 있었는데) 술집 여종업원이 돈을 노리고 여러가지 증거들을 조작했고, 주병진이 1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 등 동료들의 도움으로 증거조작을 밝히고,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요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랬다 저랬다로 당시의 상황을 열거하고 싶지는 않아서, 글에서 언급은 되도록 자제하고 싶습니다. 또 한번 주병진에게 주홍글씨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료를 정리하기가 주저됩니다. 관련 기사 검색으로 많은 분들이 정황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도 되고요.
연매출 1600억원의 속옷 사업가 주병진, 저 역시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주병진의 속옷광고는 그야말로 대박이었고, 파격이었고, 최고의 광고개그였습니다. 그때는 재미있는 해프닝같은 느낌이었지만, 다시금 생각하니 그 광고 아이디어는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고, 앞서간 것 같습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정면으로 벗고 나오겠다는 주병진의 광고공약은 그야말로 핫이슈였고, 약속날 저 역시도 주병진의 올누드를 기대(?ㅎㅎ)하며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그 허를 찌르는 반전에 얼마나 재미있게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아침부터 파안대소했던 광고완결편이었습니다. 주병진의 돌사진ㅎㅎㅎ. 그런데 진실은 그 상큼하고 선정적(?)인 파격누드의 주인공이 주병진이 아니었다는군요. 이제와서 따질 수도 없고, 10여년이 지나서도 주병진이 제대로 한 건 터뜨려 주었네요. 이름하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주병진 누드의 진실편이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속옷사업, 당시 속옷업계는 세 개업체가 점유하고 있었고(쌍방울, 백양, 태창이라는 세개의 브랜드를 말하는 듯하네요), 주병진은 이 틈새시장을 노려 언더웨어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하지요. 아무리 못해도 업계 4위라는 주병진의 유머가 배꼽을 잡게 했습니다. 저도 소비자중 한 사람이었답니다. 얼마나 벌었는지를 몰랐다는, 말 그대로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듯했다는 시기, 주병진에게 찾아온 끔찍한 일은 주병진을 인생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합니다.
죽을 뻔했던 기억, 자살까지 생각했던 인생 최악의 위기를 주병진은 비교적 담담하게 고백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자신없게 만들고 있고, 12년을 악몽 속에서 살고 있는 주병진, 고통속의 악몽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고 싶다고 고백했지요. 세상을 다시 찾고 싶다는 주병진의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더군요. 
단도직입적으로 강호동이 묻겠다며 방송컴백에 대한 가능성을 묻자, 주병진은 "너 참 잘하는구나"라며, 강호동을 쓰러지게 했지만,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주병진에게서 입이 바짝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더군요. 질문을 받고 주병진의 머리에 주마등처럼 많은 것들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주병진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할 생각이다, 하겠다'가 아닌 "기회를 주십시오"였기 때문입니다. 가장 억울한 주병진인데 대중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을 듣고는, 그 긴 시간 주병진의 고통이 얼마나 컸었는지, 가슴 아프게 전해지더군요. 얼마나 자신감을 잃었기에,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기에, 얼마나 큰 고통속에 살았기에, 시청자들에게 피해자임에도 방송컴백을 공개적으로 물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어떤 연예인들은 엄청난 비난여론에도 뻔뻔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하고, 눈물로 사과하는 한마디로 끝내버리기도 하던데 말이지요.
장가 보내달라는 주병진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위대한 결혼이라는 가상프로를 내놓는 재치를 발휘한 무릎팍도사지만, 1,2편을 보면서 정말 위대한 것은 주병진의 방송출연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이 10년이 넘게 세상에서 소외되어 있으면, 그것도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에서 살지 못했으면 재기불능으로 스스로를 포기해 버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전히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스스로 할 정도로, 고통속에 살고 있다는 자존심 강한 주병진이기에 방송출연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결심이었고, 사회를 향해 다시 내디딘 첫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용기였습니다. 기회를 달라는 말에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주저없이 YES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저는 강력하게 "예"라는 답을 드립니다.
서두에 강호동이 그렇게 긴장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말을 썼는데요, 강호동을 보며 국민MC가 거저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병진은 강호동이 감히 상대하기 어려운 개그계의 대선배이자, MC계의 대부격인 인물입니다. 오늘의 강호동을 있게 한 이경규에게도 주병진은 어려운 선배였고, 메인MC로서 출연진을 쥐락펴락했던 전설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유난히 주병진을 게스트로 맞아 긴장하고 어려워 했던 것은 주병진의 기에 눌려서도 아니고, 주병진의 입담에 속수무책 당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강호동이 대선배를 모시고 보여 준 최선의 예우는 리액션과 조심이었습니다. 강호동의 진행에 힘이 없었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강호동이 주병진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취하는 모습과, 그의 고통을 건드릴까봐 조심하고 미안해 하는 모습이 더 들어오더군요. 녹화를 끝내고 강호동이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정신으로 방송을 했는지 모르겠다라고요.
혹자는 강호동의 진행방식을 몰아부치기 방식이라고 하지만, 말투의 차이일 뿐이지 강호동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심하는 진행을 저는 자주 보고 느낍니다. 주병진을 게스트로 맞아 강호동이 안절부절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불미스런 일을, 그것도 직계 대선배에게 묻고, 상처를 되씹게 하는 것이 죄송하고 미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어렵게 그 사건에 대해 말문을 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용기를 내겠습니다. 개인적인 만남이었다면 안 물어 봤을 겁니다. 개인적인 질문이 아니니 질문 드리겠습니다"라고요. 강호동은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주병진의 과거 불미한 일을 들춰야 하는 것때문에, 방송시작과 함께 계속 부담스러운 마음을 떨치지 못했던 것이지요. 무릎팍도사라는 토크쇼의 형식에서 그 일을 거론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었기에, 주저하며 말을 꺼냈고, 목소리와 얼굴근육이 떨릴 정도로 상기된 표정이었어요.
개인적인 만남이었다면 묻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양해를 구하는 강호동, 그 진정성있는 진심과 따뜻함에 뭉클해졌고, 강호동의 안절부절했던 모습이 방송말미에 와서야 이해가 되더군요. 말 꺼내기가 미안해서, 그 긴장감을 리액션으로 대신하는 것도 다시 보였고 말이지요. 녹화가 끝나고 "선배님 반갑습니다"라며 깎듯하게 인사하는 강호동, 강호동의 마음을 노장 주병진이 모를리가 없지요. 누구보다 어렵고 까다로운 유명게스트를 다양하게 만나봤던 주병진, 진행자로서의 고충을 이해했기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덕분에 14년의 고통을 잊을 정도로 편하게 방송했다"고, 최고라고 칭찬해 주기도 했지요. 강호동을 진심으로 격려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훈훈해 보였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고민해결 '팍팍'을 외치며 손바닥을 펼치는 액션을 하는 주병진과 강호동,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방송속의 긴장감이 해소된 듯 편해 보이더군요. 오랜 고통과 긴 망설임 끝에 방송에 나온 예능대제 주병진,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향해 나와 속풀이를 하고, 조금은 후련하고 홀가분한 마음이었을 듯합니다. 그 긴 악몽에서 벗어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며, 편한 얼굴의 주병진을 앞으로 쭉 자주 만났으면 합니다.

*두 달 예정 여행중이라 글을 들쑥날쑥 올리고 있습니다. 여건이 되는대로 이렇게 글로 독자님들과 이웃님들께 안부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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