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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8 08:04




무한도전 바캉스 특집을 보면서 아마 1박2일이 연상되었다는 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맷도, 게임방식도, 1박2일의 여행이라는 방식이 흡사했기 때문이죠. 거의 빠짐없이 무한도전을 봐왔고, 무한도전 관련글을 올리면서 한 번도 1박2일과 같은 진행이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여행은 제가 보기에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며 방송을 지켜봤고, 무한도전답게 전한 메시지에 감동받았습니다. 이번 시크릿 바캉스 특집에는 말 그대로 시크릿, 무한도전다운 날카로운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현재 파업중인 KBS에 대한 소리없는 응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방송을 보고 난 소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겠지만, 제 느낌은 즉흥적인 그들의 여행을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쏟아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년만에 처음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주어진 휴가, 그들에게 주어진 1박2일은 자유였습니다. 목적지, 교통편, 숙박 등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채 무작정 떠나는 것입니다. 목적지는 춘천, 유재석의 제안으로 드레스코드는 정형돈의 은갈치 양복에 크로스 백, 거기에 신발 뒷축을 꺾어 신고 모이자는 겁니다. 1명의 오리지날 정형돈과 짝퉁 정형돈 6명으로 이루어진 일곱명의 도니여행단입니다. 멤버들이 비슷하게는 흉내냈지만, 오리지날 정형돈의 등장으로 모두 꽁지를 내릴 수 밖에 없었지요. 자막의 센스가 돋보였던 형돈이의 미친존재감, 게다가 가방에 낀 곰팡이까지 멤버들이 흉내낼 수 없는 형돈의 오리지널 지저분함이었습니다. 나쁜 뜻은 아니고요.
그런데 출발 전일 '놀러와' 녹화 대기실을 찾은 제작진이 집결지를 결정하라고 카메라를 들이댔지요. 여기서 길이 무리수를 던집니다. 집결지는 KBS(허걱, 역시 대단한 무한도전!!!) 앞 여의도 공원 8시랍니다. 한 술 더 떠 가장 늦은 사람이 1인당 회비 5만원씩에 벌금까지 40만원을 부담하자는 제의를 하지요. 벌금 부담과 지각이 걱정된 길이 KBS 간판이 보이는 마당에 새벽부터 도착해 텐트를 치고, 라면 끓여먹고 자버리는 모습이 오히려 웃겼습니다. 본인은 웃겨주지 못하고 실종된 예능감이었지만, 자막으로 나온, "번지점프 감동 그대로... 예능, 여기에 잠들다" 라는 자막은 센스만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사실 감동을 받았었는데, 뒷부분에서 언급할게요.

가장 늦게 도착한 재석과 준하의 벌금레이스는 길의 활약 덕분으로 재석의 승리로 돌아갔고, 경비 40만원은 정준하가 쿨하게 내기로 합니다. 준하가 나타나고 바로 등장한 재석의 차로 쏜살같이 달려가 "빨리 뛰라"고 한 길, 충성맨으로 거듭났다는 느낌.ㅎ. 길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는데, 본인이 활약했다기 보다는 두 번에 걸쳐 멤버들이 길을 낚는 방법으로 배신때리기 명수인 길을 잘도 응징해 주더라고요.
길이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여러번 배신을 하다보니 이번 낚시는 조금 통쾌하기도 했어요. 낙오되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듯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전날 텐트를 치고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고 잠든 모습을 떠올리니, 열차에 태워서 제작진과 같이 가는게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네요. 새벽부터 제작진들 출동시켜놓고 생고생만 시킨 길이라서 말이지요. 2차 길 속이기에는 제작진까지 80명 모두 동참하는 것을 보니 보복성 낚시였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춘천으로 가는 기차에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여사님'의 행운의 카트였습니다. 기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식, 배고프다고 아우성하는 멤버들, 마음대로 여행이니 간식을 먹는 룰도 즉흥적으로 정해집니다. '간식비는 후불, 게임에 진 사람이 모두 낸다'. 제작진들이 앉아있는 자리부터 카트가 오니 당연히 멤버들 앞에 선 카트에는 텅 비어 있습니다. 달랑 스낵 하나 먹고 145,000원을 기부한 박명수, 기부천사로 으쓱해지는 것도 좋은데 무한도전만 찍으면 적자라는 말도 웃음 빵터졌네요.
2차로 희망카트를 밀고 오는 그분, 이 와중에 명수 신발 한짝이 없어지고, 멤버들과 공모해서 길이 명수옹의 신 한 짝을 안전한 곳에 꽁꽁 숨겨둡니다. 이 일로 춘천에 도착한 명수옹, 빈 상자를 이용해 새 패션리더가 되어 웃음도 선사했지요. 춘천에 도착한 멤버들과 제작진이 명수 낙오시키기를 시도했지만, 눈치 빠른 박명수 걸려들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는데, 낙오되어서 기차에 뎅그라니 남아 자고 있는 모습도 큰 웃음 주었을텐데, 진짜 월척을 놓친 느낌이었네요. 
열차라는 공간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사실 큰 재미보다는 기차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서두에서 1박2일과 흡사했지만, 하고 싶은 말들을 날카롭게 던졌다는 말을 했었는데요, 저는 두가지의 메시지를 전달 받았어요.
우선은 저도 느끼지만 많은 분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조차 광적인 팬덤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계실 겁니다. 저 역시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즐겨 보고 있기에, 거의 빠짐없이 방송리뷰글을 올리고 있는데, 가끔은 언짢은 댓글때문에 기분이 나빠질 때도 많았어요. 소위 누가 누구를 배꼈느니, 아이디어가 어느 프로그램의 것이었느니 하는 글들입니다. 저는 이번 기차여행에서 그런 팬덤문화에 대해 무한도전이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명수가 악플러가 되어 게시판에 댓글(여기서는 악플) 다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는데, 그 이면에는 이런 극단적인 비교성 악플러들, 혹은 광적인 팬덤문화의 폐단에 대해 지적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차 안에서의 게임이나 방송에서 '1박2일, 복불복, 입수, 주세요' 등등의 1박2일을 상징하는 듯한 멘트들이 나왔는데, 제 나름대로는 의미있었다고 생각해요. 파업중인 1박2일 제작진에 대한 응원을 보냄과 동시에, 비교 악플러들에게 프로그램에서 중복되기도 하는 소재들로 "제발 비교하고 편가르기 좀 하지말라"고 하는 것같이 들렸습니다. 소재는 같아도 각각의 프로에 맞는 차별성이 있기때문이죠.
이번 기차여행에서의 간식을 건 복불복 게임, 낙오 등을 보고 혹자는 1박2일 것이다, 혹자는 무한도전이 오리지널이다 라고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진행방식을 꼼꼼히 분석하면 전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정확한 예로 무한도전은 간식이 걸린 복불복 게임에서 기부라는 예능속의 무한도전 특성을 이끌어 냈던 것을 보면 알겁니다.
KBS앞에 모인 무도멤버들이 정형돈의 코스프레로 나타났지만, 아무도 정형돈의 오리지널 미친존재감을 그대로 흉내냈던 멤버는 없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 바캉스편도 1박2일 비슷했지만, 1박2일과는 소재들만 비슷했지 변할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색깔이 넘쳤지요. 1박2일을 보면서도 저는 같은 느낌을 가집니다. 소재나 게임방식이 비슷할 지는 모르지만, 흉내내지 못하는 1박2일만의 코드가 있거든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정형돈의 코스프레를 흉내냈지만 아무도 정형돈이 되지 못한 것 처럼 말이지요.
제작진이나 멤버들이 매주 방송 후 게시판에 쏟아지는 글들을 보고 그들이 원하지 않는 편가르기식 악플들, 도를 지나친 팬덤문화에, 방송을 통해서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여행을 떠나기 전 오프닝을 위한 집결지로 타 방송사 앞에서 모인 것, 단순히 길의 무리수라고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글 서두에서던 제가 텐트에서 자는 길을 두고 "예능, 여기에 잠들다"라는 제작진의 자막을 보며 놀라면서도 웃었던 이유는 제 나름대로의 속의미를 파악했기 때문이었어요.
길이 새벽에 텐트를 치고 잔 날이 공교롭게도 7월 1일, KBS의 파업이 시작된 날이었거든요. 그 이전부터 파업결의로 K본부는 술렁이고 있었고요. 한 때 MBC의 파업으로 MBC의 모든 예능프로들이 잠들어 버렸던 것을 상기하면서, 역쉬! 무한도전의 대단한 센스였고, 마음으로부터의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경쟁 예능프로를 제작하는 입장이겠지만(물론 방영 시간대가 다르니 엄밀하게 경쟁프로는 아니지요), 누구보다 해피선데이 제작진, 그리고 파업을 하고 있는 KBS노조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의의 경쟁, 서로의 색깔과 특색을 인정해 주는 방송, 그리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같은 일을 하는 타방송 제작진과 멤버들까지 응원하는 마음을 저는 보았는데, 이를 두고 1박2일 표절이라느니, 베꼈다느니, 짝퉁이었다느니 하는 말을 한다면, 제작진으로서 더 난감하고 섭섭해 할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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