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악역'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4.01 '신데렐라 언니' 늙은 여우 이미숙, 새끼 악녀 문근영 (31)
2010.04.01 07:57




수목드라마 뜨거운 전쟁이 시작되었는데요, 시청자 입장으로서는 어느 프로를 볼까 골라보는 즐거운 고민도 하게 되네요. 신데렐라 언니, 개인의 취향, 검사 프린세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드라마거든요. 제가 먼저 본 드라마는 말이 필요없는 배우,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악역으로 변신했다고 화제가 된 신데렐라 언니에요. 첫방송을 보는 내내 연기자들의 숨소리까지 집중하게 만들더라고요. 서늘하면서도 반항적인 눈매로 안방에 돌아 온 문근영, 순수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같은 서우, 미소 한 방에 주위 사람이 다 착해질 것 같은 천정명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캐릭터가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농익은 중견연기자 이미숙과 김갑수의 열연은 드라마 전체를 끌고가는 힘이 넘쳤습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가 모티브가 된 것도 흥미롭지만, 드라마에 흐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상황에 따라 물과 기름이 되기도 하는 것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두 여주인공 은조와 효선은 각각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 속에 갇혀있는 인물들입니다. 두 사람의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은조에게는 엄마의 존재, 효선에게는 엄마의 부재입니다.  

신데렐라 언니 첫회는 은조(문근영)와 송강숙(이미숙) 모녀가 대성도가 구효선(서우), 구대성(김갑수) 부녀와 한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어요. 이야기는 털보장씨의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김치를 써는 은조의 귀 너머로 엄마 강숙과 함께 사는 털보의 싸움소리가 들려오지요. 늘 듣는 싸움소리라는 듯 무심히 칼질을 하는 은조의 눈은 마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서늘하면서 냉소적이기까지 합니다.
은조를 부르는 엄마의 비명소리를 듣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던 털보장씨를 밀치고 무작정 도망나와 택시안에서 옥신각신하는 이들 모녀가 평범한 엄마와 딸이 아니라는 것을 한마디로 보여줍니다. "갈데도 없이 무작정 나오면 어떡하냐" 며 돌아가자는 엄마 강숙에게 "등짝이 보라색이 될때까지 얻어 맞으면서 왜 그 남자와 사느냐, 이것때문에 들어가려는 것이냐" 며, 털보집에서 훔쳐 나온 다이아몬드 반지에 금새 마음을 바꿔 버리는 강숙(이미숙)입니다. 속물적인 엄마 강숙과 그로인해 상처받고 세상이 싫은 딸 은조의 대조적인 모습이었지요.
은조가 장씨네 집에서 나오면서 들고 나온 다이아몬드 반지는 우여곡절끝에 대성도가 구대성과 효선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장씨가 부른 깡패들을 피해 기차 화장실에 들어갔던 은조가 혜선에게 반지를 맡기고, 반지를 찾으러 간 강숙에게 살갑게 대하는 은조를 이용해서 강숙은 구대성을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고래등같은 대성도가의 안주인의 자리가 강숙의 코 앞에 다가 옵니다. 구대성이 강숙의 마지막 남자가 될지, 그녀의 박복한 인생을 보니 그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엄마의 존재, 그 이질적인 상처
깡패들에게 붙들려 털보집으로 돌아온 은조는 반지를 찾으러 간 엄마 강숙과 연락이 되지않자, 엄마가 자신을 버리려 했다는 오해를 하게 되지요. 혼자 털보장씨의 집을 나갈 계획을 세운 은조가 김치를 담그며 뇌까렸던 "만세"는 소름끼칠 정도로 은조의 감정을 보여주는 반전이었어요.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동시에 교차되는, 엄마라는 존재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하는 희미한 미소로 변하는 순간은 은조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었어요.
은조는 그런 아이입니다. 엄마는 늘 자신을 아프게 하는 존재입니다. 엄마로 인해, 아니 엄마가 두들겨 맞아가며 이남자 저남자 품을 옮겨다니며 살아가는 쓰레기 같은 인생으로 상처받은 아이에요. 그래서 엄마를 벗어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믿는... 

반면 효선은 6살때 엄마를 잃었지만 착하고 고운 심성으로 아빠와 주위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만 맏고 자란 아이입니다.  좋아하는 기훈이 오빠에게 "오빠는 내꺼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면서 아무한테나 장가가지 말라고 말하는 소아기적 발달상태에 머물러 있는 아이에요. 세상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다 착해 보이는 동화 속 착한공주처럼요. 공주의 왕자는 기훈(천정명)이지요. 오빠의 말이라면 달이 네모라고 해도 맞다고 생각하는...
그런 효선에게 반지를 찾으러 나타난 아줌마는 효선의 안에 있는 상처를 아물게 하듯 엄마 자리에 들어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며 서우의 어리광스러운 말투와 행동이 고등학생이라 하기에는 오버스럽게 어린아이같다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요, 드라마 중간쯤 가니 서우가 효선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효선은 일종의 해리성 퇴행장애를 앓는 아이처럼 보였거든요.
강숙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해주세요" 라는 부분에서, 이 아이는 사랑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엄마가 그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어려서 엄마를 잃은 효선은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어린시절의 성장단계에서 멈춘 아이였던 거예요. "아, 그래서 효선이가 그렇게 마냥 착해보이는 동화속에서 살고 있는 신데렐라였구나" 싶더군요. 이 아이에게는 어른들의 세계가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엄마를 잃었던 그 나이에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멈춰있던 것이지요.
그런데 비슷한 또래의 은조는 너무나 일찍 세상에 눈을 떠 버린 애늙은이에요. 이 남자 저 남자 품을 떠돌아다니는 엄마 강숙의 거지같은 인생을 보며,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 세상이란 결코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강조하는 아이지요. 세상이 거지같고 쓰레기 같이 보였던 이유는 엄마때문이었고요. 엄마에게서 도망치고 싶지만, 은조의 발목을 붙드는 것은 어릴 때는 무서움이었고, 지금은 엄마가 자기때문에 그렇게 살고 있다는 엄마의 하소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제발 사람답지 않은 남자들한테 붙어서 밥먹지 말자" 라고 엄마에게 반항하는 은조는, "너 때문에 내 팔자 더럽게 꼬일 것 알면서도 버릴 생각은 단 한 번도 안했다"는 말에 또 다시 엄마를 떠나지 못합니다. "너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말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은조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족쇄입니다. 엄마라는 족쇄를 풀고 싶어 도망치고 싶은 은조, 엄마라는 족쇄에 묶이고 싶은 어리고 착한공주 구효선. 이렇듯 신데렐라 언니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너무 재미있는 드라마적인 장치입니다. 

여기에 두 여자를 동시에 관찰하듯 보는 인물, 홍기훈은 사랑이라는 또 다른 갈등구조를 예고하며 다가옵니다. 은조를 데리고 오는 길에 화장실에서 도망치는 은조를 쫓으면서 기훈은 은조의 슬픈 눈을 보게 되지요. 엄마에게 가지 않으려는 반항 속에 가슴을 시리게 하는 슬픔이 보였고, 세상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맞딱뜨리고는 전기충격을 받은 듯 놀라지요. 머리 뒤꽂이로 아무렇게나 찔러넣은 나무연필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문근영의 모습, 드라마를 떠나서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상처받은 영혼의 반항, 세상을 향한 경계, 그리고 내면의 슬픔까지 하나의 표정에서 버무려내는 문근영,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세상이 쉽지가 않아. 지금 어디 가봤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냐, 스무살만 넘으면 좀 달라지니까 스무살 되면 가출하는 것이 어때?" 라고 말하는 처음 본 남자에게서 은조는 이상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이 남자,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고 싶게 만든다. 귀신에 홀린 게 분명하다"
세상은 아름다운 동화나라였던 효선이와 세상은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했던 은조에게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남자 홍기훈(천정명)에 대한 사랑이, 의붓자매 은조와 효선의 세상을 어떻게 바뀌게 하는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일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첫방송을 보면서 문근영의 차갑고 냉소적 변신의 성공도 눈부셨지만, 드라마 속 은조와 효선에게 너무도 다른 색깔의 엄마를 연기하는 이미숙의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력은 말이 필요없었어요. 적당히 천박스럽고, 적당히 무식하면서, 적당히 우아한 모습이 하나의 캐릭터로 흐르는 이미숙의 연기는 자연스러움 자체였습니다. 천박함 속에서도 우아함이, 우아함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천박함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여배우가 많지 않은데 말이지요.
연기자 이미숙은 완벽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특히 세월까지도 얼굴에 고스란히 간직한 이미숙은 그녀가 왜 프로인지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여배우들이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보다 더 젊어지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미숙은 맡은 역할의 나이까지 연기의 범주에 넣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눈가에 자글한 잔주름마저도 캐릭터의 일부로 보여주니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게 만듭니다.
기존의 착한 여동생을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 까칠하고 반항적인 새끼 악녀로 돌아 온 문근영, 아홉개 꼬리를 감춘 간교하고 팔자 드센 어미 여우 이미숙, 이들 모녀의 팜므파탈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데렐라 언니 다음회가 기다려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4 Comment 31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셀러오 2010.04.01 09: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이 드라마가 대세인가봐요?
    문근영, 서우, 이미숙 등 발군의 연기자들!
    초록누리님 벌써 4월이네요. 즐건 나날 맞이하세요~^^/

  3. 둔필승총 2010.04.01 09:13 address edit & del reply

    요거 아직 못봤는데 문근영 악녀 변신으로 떠들썩하더라고요. 관심이 쏠리는 드라마입니다.
    초록누리님 행복한 4월 시작하세요~~

  4. 옥이 2010.04.01 09:37 address edit & del reply

    문근영이 악녀로 변신했다는데..나중에 재방송으로 한번 봐야겠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5. 트레이너"강" 2010.04.01 09: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봤는데 재밋더라구요~!! 오늘도 기대된다는.^^ 초록누리님 즐거운 4월되세요^^

  6. 리본 2010.04.01 10:53 address edit & del reply

    볼수록 문근영의 존재감에 감탄했습니다.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천에 얼굴을 가진 이미숙과 나란히 있어도 존재감에 있어서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그저 감탄~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화재와 주목을 받는 배우는 참 드물죠.

  7.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4.01 10: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 기대 됩니다.
    전 초록누리님이 말씀하시는 '동이'만 어째 시간 맞춰 볼까 했었는데..
    신데렐라 언니도 완전 흥미진진하네요.
    멋진 배우들과 스토리가 맘에 듭니다.
    많을 글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렸네요~
    ^^ 왔다 갑니다

  8. 흰소를타고 2010.04.01 11: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문근영이 악역이라니 정말 상상이 안되요
    좋은 배우들이 많지만 유난히 관심이 가네요 ㅎ

  9. 2010.04.01 12:0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0. 2010.04.01 12:13 address edit & del reply

    제목이 자극적이네요.ㅋㅋ

  11.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4.01 12: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대길이를 보내고 수,목요일 드라마는 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초록누리님 글을 읽고 나니 신데렐라언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 가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12. 베짱이세실 2010.04.01 12: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으앙. 전 어제 개인의 취향 봤는데 누리님은 신데렐라, 를. 읽어보니 근영 양의 연기가 대단했을 것 같아요. 대사도 좋은 것 같고. 정말 이미숙의 얼굴은 자연스러워 더 좋아요.

  13. 달려라꼴찌 2010.04.01 12:56 address edit & del reply

    대세는 신데렐라 언니군요...
    알겠습니다. 수목드라마는 이걸로 찜~!! ^^

  14. 힘내라 벼리 2010.04.01 13:19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고민끝에 신데렐라 언니 본방사수했는데....정말 이미숙씨의 농익은 연기가 최고였어요 문근영양도 절대 밀리지 않았구요 앞으로의 내용이 더 기대가 되요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과 신데렐라 서우의 대립이요

  15. 오! 2010.04.01 19:02 address edit & del reply

    신데렐라 언니는 좀무겁지 않을까 해서 그냥 가볍고 트렌디한 개인의취향을 봤는데 실망해서리 ; 신데렐라언니는 평이 좋네요 ㅎㅎㅎ 갈아타야겠습니다ㅋㅋ

  16. pass 2010.04.01 21:54 address edit & del reply

    3사드라마중 가장 마지막에 봤는데요. 정말 한 순간도 눈돌릴틈 없이 몰아친거같아요. 한적함속에 흐르는 묘한 공기가 ...주인공들의 대사 없이도 분위기파악이 될거같을 정도로 빠져들었어요. 앞으로의 전개가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였습니다.

  17. 탐진강 2010.04.01 22: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문근영이 등장한다니 한번 봐야 겠네요.

  18. 2010.04.02 08:4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9. 지운맘 2010.04.02 09:05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문근영이더군요~너무 착한얼굴이라 걱정했더니^^;; 연기력으로 커버하네요

    그런데 은조안에 감쳐둔 아픔..그런게 느껴졌어요. 결국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20. 라이너스™ 2010.04.02 11: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대단한 연기력^^
    잘보고갑니다. 오후에는 날이 많이 좋다던데
    화창한 하루되시길 빕니다.^^

  21. 호호 2010.04.04 08:42 address edit & del reply

    문근영이 또한번 연기대상을 타지않을까 기대됩니다.
    얼굴 좀 예쁘다고 까불대며 돈이나 벌러나온 딴따라가 아니라
    진짜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