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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2 '신데렐라 언니' 발라당 이미숙, 촌스럽게 코믹한 작업녀 (8)
2010.04.02 12:34




신데렐라 언니 송강숙(이미숙)과 은조(문근영)을 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 모녀는 살면서 험한꼴이란 꼴은 다 당해봤을 듯 싶은데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요. 이제 2회분밖에 방송이 되지 않았지만, 이들 모녀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는 점이에요. 
신데렐라 언니 2회는 강숙이 정식으로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는 과정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은조로 인해 효선(서우)에게 새로운 갈등이 시작됨이 예고되었어요. 대성도가에서 일하고 있는 홍기훈(천정명)의 출생비밀도 보여 주었는데요, 재벌의 숨겨진 아들이었나 봐요. 기훈의 의붓형이 "왜 하필 대성도가냐?" 고 말하는 장면을 보니, 기훈의 집과 대성도가가 악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성도가 고래등같은 집에 전 부치는 냄새와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합니다. 구대성과 송강숙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일가 대소친척들이 인사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었지요. 족히 몇 십명은 넘어 보이는 일가친척에게 큰절을 하는 송강숙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잠깐 20년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저도 종가집 맏며느리로 폐백드리면서 층층 시댁 식구들에게 큰절하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 와중에 눈꼬리 치켜뜨고 송강숙의 관상을 훑어보는 이가 있었지요. 구대성의 재당숙모(김지영)라는데, 강숙과 은조를 보는 눈매가 무섭습니다. 강숙의 사주를 물어보고, 효선아버지 대성에게도 남자 잡는 상이라며 살을 풀어내기 전까지는 혼인신고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하지만 이미 송강숙에게 사랑의 포로가 돼버린 구대성의 귀에 당숙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데 벌써부터 강숙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구대성이지요. 이번회 구대성 김갑수와 송강숙 이미숙의 재미있는 달달한 장면때문에 보다 웃기도 했네요. 진지하고 순박해 보이는 중년남자와 코맹맹이 애교나 엉덩이 살랑거리는 교태가 아니어도 남자 홀리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잠깐 송강숙의 남자 홀리기 비법 하나 볼까요? 지난회 자전거 뒤에서 고의적으로 바퀴를 차면서 스킨십을 유도하더니, 이번회는 코믹한 작업녀를 보는 듯했답니다. 과장되지도 않게 웃겨주는 이미숙과 김갑수가 극을 한층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시댁 어른들께 수십번 절을 하고 방에 돌아 온 송강숙이 "팔자도 드러운 년, 팔자 고치려고 들어 온 집에서 뒤로 나자빠지겠다"며 버선을 벗다 뒤로 발라당 넘어가 버렸어요. 에고 삭신이 다 쑤시는데 치마가 올라가든 속치마가 뒤집어져 속곳이 드러나든 꼼짝도 하기 싫은 송강숙이지요. 품위고 고상이고 다 버리고, 속치마 뒤집고 발라당 누워있는 송강숙을 보고 구대성도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어요.
태연하게 웃으며 일어나서 송강숙이 하는 말은 " 발이 부어서..."였어요. 당황해 하며 무슨 핑계를 댈 것 같았는데, 역시 선수급 꽃뱀이었어요. 구대성에게 은근슬쩍 발을 주물러 달라는 것에 성공한 강숙이 넋두리를 늘어 놓습니다. 강숙의 넋두리는 사실 은근히 까탈스러워 보이는 제당숙모때문이었어요. 사주를 물어보는 폼새가 영 뒤가 개운치가 않았거든요.
산전수전 다 겪고 말끝마다 팔자 드러운 년이라고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강숙이 아마도 자신의 사주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들었을 듯 싶어요. 고단수 여우 강숙은 미리 선수를 쳐버리지요.
"은조랑 저, 하늘아래 둘밖에 없었어요. 어느 집안의 누구였던 적이 없었어요. 고마워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씀하세요" 그리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지요. 남자가 여자들의 눈물에 약하다는 것을 철저히 이용하는 송강숙, 정말 영악한 여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귀엽기도 해요. 미우면서도 밉지가 않다고 해야할까요?
강숙은 울면서 신세한탄을 하지요. "사람들이 절 보고 그래요. 운수가 사나워 보인다고, 빼어난 절색이면 뭐해요. 남편 잡아먹을 상인데..." 자화자찬에 자기비하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하는 송강숙은 꼬리 아홉개가 달려있기는 한데, 자뻑스타일의 4차원 세계 여우같아요.
당연히 강숙의 치마폭에 막 휘감기기 시작한 구대성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펄쩍 뛰겠지요. '옳다구나!' 싶은 강숙은 제당숙모가 사주를 왜 물었겠느냐며 다시 구대성의 마음을 흔들지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하라고요. 그리고는 서류상으로도 완벽하게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혼인신고도 안돼 있다는 말을 흘립니다. 결혼식 백번 올려도 호적신고가 없으면 말짱 '꽝'이거든요. 
자신을 믿으라는 말에 강숙이 다소곳이 "네"하고 대답하더니, 옷고름으로 눈물 콧물 닦고는, "이쪽 발도 아파요" 하며 다른 한 발을 내밉니다. 그 장면을 보며 어찌나 웃었던지... 애드립이었는지 대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강숙이라는 여자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숙이라는 인물은 그렇게 내숭이면서도 영악하고, 적당한 선에서 교태도 부립니다. 순진한 구대성을 손에서 가지고 노는데도, 이상하게 밉지 않은 꽃뱀같아요.
군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주민등록등본 사본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구대성의 처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강숙은 쾌재를 부르지요. 그런데 그 기쁨을 잠사라도 참기 어려웠나봐요.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강숙이 간 곳은 군청 뒷편이었어요. 주민등록등본 사본을 꺼내 보며 감격에 겨워 "드러운 년의 팔자, 나이 사십이 이제 어느 집 며느리가 되는 구나, 어느 놈 마누라가 되는구나, 송강숙 축하한다 이년아, 축하한다, 이 드러운 년아" 라며 육두문자에 가까운 자축인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송강숙이라는 여자의 인생이 가여워서 짠했고, 너무 무식스럽게 솔직해서 웃었네요. 마누라가 죽자 화장실 가서 웃었다는 우스개 농담도 생각났고 말이에요. 송강숙이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은 '저는 바람만 불어도 쓰러지는 여자랍니다' 식의 남자의 보호본능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처지를 무식스럽게 솔직히 말해 버리는 점같아 보여요.   
그런 솔직함은 딸 은조에게서도 보였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다보니 학교공부를 띄엄띄엄했다는 은조는 이해가지 않는 수학조차 풀이과정까지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보여줍니다. 은조는 본인이 외우지 않은 문제는 풀지 못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던 이유도 아마 외우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장래 꿈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겠다는 새아버지 대성에게 수학과외를 시켜달라고 했지요. 은조의 수학과외 선생은 홍기훈이에요. 홍기훈은 명문대 휴학생이라는데, 까칠한 은조와 기훈이 수업을 기분좋게 시작할 리가 없지요. 무턱대고 반말하는 은조에게 경어를 쓰라고 하니,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그러겠다며 꼬리를 내리고 기훈에게 경어를 씁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기훈이 묻자 "이 집에서 오래 오래 학교 다닐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르니, 언제 쫓겨나거나 도망쳐야 될지 몰라서 기회있을 때 해둘려고 그런다" 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립니다.
술항아리 광에 숨은 은조를 찾은 기훈은 구대성 사장은 좋은 사람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마음을 토닥여 주지요. 그리고 도망가려던 은조를 잡아온 것은 그냥 심부름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고요. "나도 너 같았는데 여기서 지내다가 나 같아진 거야. 여기서 멋져진 거야. 넌 나보다 더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와 기훈은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내보이고, 또한 서로의 상처를 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은조는 표현에 서툴러서 감정표현도 솔직하게 못하고, 둘러댈 줄도 모르는 아이같아 보여요. 그게 깊은 상처에서 나오는 경계심이고, 세상이 싫다는 반항의 한 표현방법이지만, 그런 은조의 속을 기훈이 들여다 보기 시작합니다. 강숙이 구대성에게 은조가 효선이와 성이 다른 것때문에 학교에서 놀림받고 속상해 한다는 말하는 거짓말을 엿듣고, 술 찌게미를 먹고 효선이가 학교친구들에게 술주정을 하는 것을 보고도 엄마가 거짓말을 한 거라고 차갑게 비웃어 줄 뿐이에요. 은조는 엄마 강숙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에요. 
늘 도망다니며 살았기에 은조는 공격과 방어기제가 본능적으로 동시에 작동하는 아이에요. 언제 쫓겨나야 할 지 몰라서, 언제 도망치게 될 지 모르니 기회있을 때 해두려고 한다는 말은 은조같은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흔히 보여지는 방어기제에요.
털보장씨 집의 뚱보 정우에게도 은조와 같은 방어기제 모습이 보입니다. 뚱보 정우가 입이 미어 터지게 밥을 먹는 것도 언제 버려질 지 몰라서, 언제 또 밥을 먹게 될지 몰라서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심리에요. 눈치밥 먹는 아이들이 먹을 것을 유독 밝히는 것도 이런 심리라고 하더군요.
은조가 기훈에게 할 수 있을 때 하겠다는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은 은조의 마음에 내재된 불안심리가 반응한 거지요. 그럼에도 은조는 그런 불안심리를 숨기지 않습니다. 강숙이 영악한 듯 진솔한 듯 솔직하게 자신을 방어한다면, 은조는 공격적이고 반항적으로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런데도 묘한 것은 강숙이나 은조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이에요.
강숙은 강숙대로 영악하게 솔직하고, 은조는 은조대로 까칠하게 솔직해요. 은조는 왜 기훈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지 은조 자신도 지금 모르고 있어요. 홍기훈이라는 남자에게 자신의 치부를, 상처를 왜 까보이고 있는지를요. 아마 기훈에게 붙들려 오며 "이 남자가 달이 네모라고 하면 네모일 것 같다. 귀신에 홀린 것 같다" 라고 방백했던 것이 답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매회 웃음 한방씩 날려주는 이미숙이 연기하는 송강숙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연구대상인 것 같아요. 황신혜보다는 정윤희를 닮았다고 하고, 절세미인이면 뭐하냐며 자화자찬도 서슴지 않고, 남편잡는 년 상이라며 자폭하지를 않나, 우는 효선을 안아 토닥여 줄 때는 정말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구대성이 발을 내밀고 분위기가 물이 올랐는데(?), 무드 깨버린 효선을 보며 어린 애처럼 삐치기도 하고, 은조나 자기에게 이년 저년 험한 말도 쉽게 하지요. 게다가 7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작업방식으로 구대성을 홀리는 것을 보면, 마치 4차원의 어우동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고상하고 다정하면서도, 무식하고 천박스럽고, 촌스러운데도 감칠맛나면서 매력적이에요.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악역임에도, 자뻑자폭의 작업녀로서도 혼신을 다해 망가져 주는 이미숙의 열연도 신데렐라 언니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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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4 Comment 8
  1. 2010.04.02 12:3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Phoebe Chung 2010.04.02 13: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이드라마 대박 예감인데요. 이미숙 역할이 아주 흥미롭네요.ㅎㅎㅎ

  3. 샤방한MJ♥ 2010.04.02 14:11 address edit & del reply

    아깐 트래픽과부하로 안열렸는데 이제 열리네요 ㅎㅎㅎㅎ

  4. 머미 2010.04.02 14:51 address edit & del reply

    '제당숙'이 아니라 '재당숙'이겠죠.^^ 7촌 아저씨. 아무튼 문근영보단 이미숙이 핵심 전력입니다.

  5. 2010.04.02 15:34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신데렐라 언니 정말 정감 가는 드라마에요. 잘됐음 좋겠네요.

  6. 2010.04.02 17:5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고고 2010.04.02 17:57 address edit & del reply

    이미숙씨 연기 가장 기대되는데요? ㅎㅎ

  8. 핑구야 날자 2010.04.03 01: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미숙씨의 연기가 양념노릇을 단단히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