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12.09.20 '착한남자' 송중기, 이 남자에게 관심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 (1)
  2. 2012.09.14 '차칸남자' 송중기, 공포의 전율 느낀 섬뜩한 눈빛연기 (2)
  3. 2012.09.13 '차칸남자' 송중기-문채원, 이미지 변신 성공한 강렬한 첫회 (2)
  4. 2011.07.30 '공주의 남자' 문채원-박시후, 비운을 넘는 사랑의 대서사시를 쓰다 (40)
  5. 2010.01.01 'KBS연기대상' 가장 아름다웠던 여배우의 수상 (64)
2012.09.20 13:52




이음새가 거칩니다. 투박하기 까지 한 상황의 연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에게 시선이 꽂히는 순간 잊게 합니다. 강마루, 이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은 까칠하고, 도도하고, 오직 태산그룹을 지켜야 한다는 것밖에 모르는 생명없는 바비인형마저 눈길을 돌리게 합니다.

10억 갈취협박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간 강마루, 증거부족으로 나왔다는 설명도 없이 그는 모터싸이클을 타죠. 여기서 시간의 간극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 강마루가 오프로드 모터싸이클을 타는지가 중요할 뿐이죠. 태산그룹 후계자 1순위 서은기의 유일한 여가활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싶어졌다, 한재희 그 여자가 사는 세상에 대해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사모님께서 사는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이기에 멀쩡한 사람을 굽신거리게 하고, 주눅들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하고, 사람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겁니까?".

경찰서에서 마루의 질문에 한재희는 답했다.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겠어요? 얼마나 눈부시고, 꿈을 꾸는 듯 화려하고, 숨이 막히게 근사한지? 내가 설명하면 상상조차 할 수 있겠어요, 당신같은 사람이?".

그래서 궁금해졌다. 가보고 싶어졌다. 당신이 가르쳐 주지 않겠다면 직접 올라가는 수밖에...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사다리. 서은기 그녀라면 내 사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관심, 그 치명적인 덫

 

숨이 막힌다.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달걀을 던지고 침을 뺕었다. 하나를 주면 둘을 내놓으라 하고, 둘을 주면 열을 내놓으라는 양심없는 사람들, 그러고도 그들은 태산의 가족이라고 한다.

숨을 곳이 없다. 소리 지를 곳이 없다. 아버지는 소리내 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니 울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몰래 우는 법을 혼자서 배웠다. 그리고 몰래 웃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동안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핼맷 속에서 울고 웃고, 그런 나를 들키지 않는 법을 배웠다.  

 

한 남자를 만났다.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가르쳐 준 사람, 그 사람은 세상에서 처음보는 세계 속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버린 배다른 동생을 20년을 키웠다는 남자, 순간 이 사람이 내 오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도 나를 버리고 혼자 떠났다. 숨도 쉴 수 없는 태산,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해 보라고...

지기 싫다고 엄마가 내미는 손을 거절한 것은 나, 서은기였지만 엄마가 나를 버렸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엄마는 바비인형 하나 달랑 손에 쥐어주고 가버렸다. 인형처럼 예쁜 옷입고, 예쁜 신 신고, 나만 위해주는 착한 남자 만나서 살길 바랐다는, 말같지도 않은 말을 변명처럼 남기고 가버렸다. 그리고 엄마는 죽어버렸다. 함께 떠날 수도 없이 선택의 기회조차 다시 주지 않고... 바비인형 하나만 달랑 남겨두고.  

오토바이와 추락하고 나뭇가지에 간신히 몸을 의지하고 있던 내게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벼랑에 매달려 바비인형과 함께 떨어져 버렸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처음보는 사람을 구해주고, 인형을 가지러 목숨을 내 건 사람,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겐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왜? 

"니네 부모는 그렇게 가르치니? 고맙거나 미안한 일 생기면 더 화내고 성질부리고 덤탱이 씌우라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고". 나 서은기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많이 아파보였다. 늑골에 금이가 붕대를 칭칭감고도 동생을 데리러 달려간다. 아버지가 같다는 이유로... 내게도 그런 동생이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지... 난 그 아이가 싫다. 그 어머니는 더 싫다.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엄마를 내쫓고 죽게 만든 여자, 그 속에 감춰진 야욕을 나는 혐오한다. 내가 또래의 평범한 여자가 되기를 포기하게 만든 그 모든 것을 그 여자가 가지려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주고 그깟 인형때문에 목숨을 거는 남자, 나만 위해주는 착한 남자, 엄마가 말했던 그런 착한 남자가 이런 사람일까? 이 남자를 알고 싶어졌다. 계속 만나고 싶어졌다. 궁금해졌다, 엄마가 말하는 착한 남자가 세상이 존재하는지...

 

강마루, 이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은 계산일까? 진심일까? 그 무엇이든...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강마루가 언제 계획했는지 말이죠.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 비행기에서의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헝클어져 버린 느낌입니다. 작가가 사건들을 나열해 가는 방식이 너무 빨라서 말입니다. 그래서 매회 시계가 등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체감시간을 위해서 말이죠. 

경찰서에서 나온 강마루가 한재희의 세상이 궁금하다고 했죠.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그는 모터사이클의 귀재가 되어 산악싸이클을 즐깁니다. 언제 배웠는지는 과감히 생략돼죠. 대신 서은기에 대한 뒷조사만 간략하게 나올 뿐입니다. 즉 의도적인 접근이었다는 것이었죠.

벼랑으로 추락해 늑골에 금이 간 강마루는 한 이틀 정도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아 보이는데도 퇴원을 해버리죠. 가벼운 타박상이었다고 해도 몸을 움직이기가 상당히 불편했을텐데, 장거리 운전으로 강원도의 한 항구도시까지 미친듯이 질주합니다. 그 뿐이 아니었지요. 초코의 생모인 조은숙의 남편을 두들겨 패기도 하더군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급하다 보니 개연성은 조금 생략하고 가자는 의도겠지요.   

그런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요, 강마루에게 왜 서은기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서은기의 오토바이 사고는 강마루의 계산된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오토바이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보이던데, 그것이 강마루가 했는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한재희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한때는 의사를 꿈꿨던 인물이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한 것 같지는 않지만, 서은기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필요했을 못된 짓이었음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듯 합니다. 그만큼 강마루라는 인물의 복수심이 크다는 것일테고 말이죠. 

강마루의 접근방식은 철저한 무관심과 무시였습니다. 바텐더라는 공식 직업은 있지만, 강마루는 제비이기도 하죠. 즉 여자들의 심리에 도통해 있다는 것입니다. 재길(이광수)이 당한 꽃뱀에게서 돈을 돌려받을 정도로 여자를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강마루가 서은기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은 철저한 무관심이었습니다. 명품시계를 답례로 보내도 거절해 버리고, 빚지고는 못산다는 서은기에게 그 빚을 바로 탕감해주겠다고 얼굴을 바짝 들이대기도 합니다. 아무리 심장에 촘촘히 철심을 박았다고 해도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다가오면, 덜컹하겠다 싶더랍니다. 이 장면에서 도둑 키스 한 번으로 빚 탕감하겠다는 말이 나올 법했는데, 예상 외의 행동에 더 덜컹거리더군요. "퉁!"이라니, 이경희 작가의 놀라운 센스! 

생명의 은인인데, 큰 것을 바라도 다 들어주고도 남을 태산그룹 이사 서은기는 적잖이 당황스럽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말이죠.

서은기, 그녀는 비행기에서 응급처치를 해 준 의대 자퇴생에게도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인물이었습니다. 한재희와 짜고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몰아가기도 했었지요. 갈취협박 혐의로 마루를 경찰에 신고한 인물도 서은기였습니다. 물론 마루가 아닌 한재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일이 어떻게 되었든 생명의 은인이었는데도, 서은기는 강마루에 대한 관심이 없더군요. 강마루가 두 번이나 생명을 구했는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필연적인 운명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은기가 강마루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바비인형을 돌려받고서 였지요. 판자촌을 직접 찾아갈 정도였으니 말이죠. 강마루가 건드린 것은 서은기의 상처였습니다. 엄마에 대한 상처였죠. 마루가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고 로프를 타고 내려간 것은 절망스럽게 울부짖는 서은기의 '엄마' 라는 말때문이었지요.

 

그리고 서은기는 자기의 상처보다 더 절망적이고 깊은 한 남자의 상처를 목도합니다. 배다른 동생, 아픈 여동생을 20년을 책임지며, 등골빠지게 동생 병원비를 벌어왔다는 것에 놀랍니다. 저런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친엄마도 버리는 이복동생을 데리고 오는 강마루, 처음으로 서은기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끝까지 책임져주는 오빠, 동생을 위해서 무슨 험한 고생도 감수하겠다는 착한 남자였습니다. 엄마가 말했던 너만을 위해주는 착한 남자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은수였습니다. 늘 신경이 곤두서있는 은수는 처음으로 남의 차에서 잠이 들죠. 

 

한재희가 안변호사에게 강마루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요. "등불을 켜두고 자기를 기다려주는 집이었다"고 말이죠. "아랫목에 따뜻하게 불을 지펴놓고, 세상의 모든 험하고 무서운 것으로부터 한재희를 지켜주는 집, 세상에 유일한 내 편".

 

은기가 느꼈던 것은 한재희가 말했던 그 집의 편안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서은기에게 집이란 아버지 서회장의 눈밖에 나면 안되는 곳이었지요. 자신은 서회장의 태산그룹을 지키는 훈련된 인형과도 같은 존재였고요.

그런데 강마루에게서는 집냄새가 납니다. 따뜻하고 편하고 안전한 곳, 세상 위험으로부터 유일하게 나를 지켜주는 안식처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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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08:21




아직 드라마 제목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은 강경한 모양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차칸남자가 어색해서 볼 때마다 거부감이 느껴지기는 하네요.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 생경함이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자를 오래 접하다 보면 맞는 맞춤법처럼 느껴지는 단어들이 꽤 있습니다. 그렇지야 않겠지만 차칸남자가 착한남자의 다른 표현이라고 인식될까 조금은 우려스러워서 말이죠. 여튼...

 

마루의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긴 서은기, 참 매정스럽고 인정머리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정신을 차린 후에는 누가 자기를 살렸는지 물어라도 봐야 정상이 아닌가 싶은데, 한재희의 약점을 잡기 위해 역이용하는 서은기(문채원)였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훗날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아직은 모르고 있는 서은기지만 말입니다. 

 

서은기가 한재희를 협박해 마루를 공갈협박범으로 고발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들은 영원히 단절된 세계의 사람들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강마루는 더이상 한재희의 주변을 맴돌지 않았을 것이고, 서은기는 한 여자로 인해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진 한 남자의 질기고도 무서운 사랑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겠죠.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을 말입니다.

 

너무도 닮은 그들의 사랑, 끝! 터널 속 긴 그리움, 이제... 끝났다

 

강마루의 목숨과도 같았던 등불, 꺼졌다

경찰서에 붙들려간 마루를 찾겠다고 비를 맞으며 헤매다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초코, 두 번 죽일 뻔 했습니다. 6년전 재희누나의 전화를 받고 아픈 동생을 두고 나가버렸던 그날밤의 악몽이 마루를 괴롭힙니다. 한재희, 한 때는 시궁창과도 같았던 곳에서 유일한 등불이 되었던 여자, 그 여자때문에 말이죠.

13년전 어느날 신발 한짝만 신고 입이 터져 들어온 재희, 숨겨달라고 했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이쁜 재희누나가 말입니다. "제 장래 꿈은 의사에요. 이름은 강마루", 그렇게 마루의 사랑은 시작되었지요. 13년간을 오직 한 사람을 향해서....

태산그룹의 세컨드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재길(이광수)에게 화만 냈습니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사랑이니까. 그래서 몇년이 되어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었던 마루였습니다. 이사를 가버리면 재희누나가 찾지 못할까봐 산동네 허름한 집을 떠나지 못했던 마루였습니다.

"의사도 아닌게 그만하라고, 강마루", 6년의 시간은 많을 것을 다르게 만들었지요. 의사도 아니었던 본과 3학년 마루에게, "의사니까, 사람 살리는 것 배우는 의사니까 살려보라"고 했던 재희누나는, "의사도 아니면서 환자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만하자, 이제 아닌 걸 어떡해... 마음이 변한 걸 어떡해... 나도 이제 예전의 강마루가 아닌데... 끝! 여기서 끝". 그렇게 오랜 시간 놓아주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한재희, 그의 등불 재희누나와 이별하는 마루였습니다. 한 줄기 눈물과 함께...  

 

인생과도 바꿀 수 있었던 서은기의 사랑, 이제 안녕

병원에서 나와버린 서은기가 한재희를 기다리고 있었급니다. 한재희가 강마루에게 전한 10억이라는 큰 돈에 대해 묻기 위해서 말이지요. 사례금이라고 하기에는 구린 냄새가 나는 액수였지요. "비행기에서 응급처치로 위장하고 내 정부의 전처 딸 서은기를 죽여달라, 그럼 10억을 주겠다"는 거래댓가였냐고 묻지요.

한재희의 강한 반격에 서은기도 흠칫했지요. 강마루가 7년전에 서은기가 마약소지혐의로 구속됐던 것을 알고, 협박해서 무마하기 위해 준 것이었다는 말에 아득해져 오는 은기였습니다. "언론이나 주주들이 그 사실을 알면 네가 어떤 치명타를 입을 지는 잘 알거고...".

7년전, 은기가 사랑했던 그 남자 김정훈은 은기의 마약이라고 진술해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회사도 도와줄 수 있고, 크게 보면 손해보는 딜이 아닐 거라면서 말이죠. 아이 아빠가 된 과거의 남자 김정훈에게 전화를 거는 서은기, 한 번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을 말해주었지요.

"내가 널 사랑해서, 서은기가 김정훈을 그만큼 사랑해서... 그래서 기꺼이 뒤집어 써준 거였다고 말해주면 너 믿을래?". 어항에 넣어버린 휴대폰과 함께 서은기의 지독한 사랑도 그렇게 끝을 냈습니다. 

강마루와 서은기는 이렇게 닮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마약소지 혐의를 대신 뒤집어 쓰기도 했던, 사랑하기에 자신들의 인생까지 걸었던, 너무 착해서 바보같았던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한재희씨, 당신 이제 내가 가질 거야 

"이해해 줄 생각이었어요. 누나가 가지기에 난 더이상 자격이 안된다는 것, 누나하고 난 이제 서로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이 돼 버렸다는 것...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까지 안해도 깨끗이 누나 잊어드릴 생각이었다고요, 내가... 이렇게 까지 안해도 기꺼이 한재희씨가 원하는 그 사람한테로 보내줄 생각이었다고요, 내가...".

그래서 평생 갚겠다는 한재희식의 빚갚음도 돌려주고 왔는데, 마루를 끌어들인 것은 한재희 그녀였습니다. 협박 공갈로 10억을 갈취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마루, 고소인은 한재희... 마루의 머리가 텅 비어 버린 듯했습니다.

경찰서에서 강마루가 10억을 갈취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하는 한재희에게 시선을 고정한 강마루, 그의 방백이 흐릅니다. 도대체 왜 또?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강마루, 6년전에는 아픈 동생 초코를 팽개쳐 두고 재희누나에게 달려갔지만, 이젠 그럴 수 없습니다. 초코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야하는 마루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가져야 겠습니다. 그래서 마루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지옥같은 곳을 한재희도 살게 할 것입니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마루, 초코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말에 병원으로 달려가지요. 감사합니다, 초코를 살려줘서... 초코의 손을 잡고 감사와 미안함에 고개숙인 마루가 고개를 든 순간, 공포영화를 보는 듯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헉 놀래라, 정말 무서운 눈빛이었습니다. 꽃미남 송중기에게 어두운 시크남의 모습이 이리 잘 어울릴 것이라 상상을 못했는데요, 캐릭터 장악력은 물론 대사장악력까지, 놀라운 연기성장입니다.  

 

어디선가 장미에 가시가 많은 이유는 너무 아름다워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보호본능때문이라는 것을 읽은 것 같은데요, 송중기의 독기품은 눈빛이 마치 날카로운 가시같더랍니다. 복수, 증오, 살기가 느껴지는 송중기의 섬뜩한 눈빛연기에 전율이 일 정도였네요. 오로지 눈빛 하나로 그렇게 무서운 독기와 살기를 뿜어내다니, 연기 스펙트럼의 무한가능성을 연 순둥이 송중기의 재발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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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09:03




이경희 작가의 작품특색은 무채색에 가까운 주인공들의 내면에서 파스텔톤의 감정들을 끌어낸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동물적인 본능에 가까운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경희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들 대부분을 깊은 상처로 세상 어느곳에서도 정박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돛단배처럼, 상처받은 영혼들을 내세우죠. 그리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상처를 어루만지게 합니다. 그래서 이경희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이 제게는 늘 괴로웠습니다. 주인공들 못지않게 힘들어야 하니까 말이죠. 때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의 무게에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차칸남자도 감정소모를 많이 할 작품이 될 것같습니다.

 

상처를 보듬어 보라는 작가의 잔인함이 고통스럽더군요.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를 대신해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가는 강마루, 그에게 그의 꿈보다 소중한 이유가 된 그의 등불 한재희라는 여자가 어떤 존재이기에 싶어서 말입니다.

 

언어파괴의 우려로 드라마 제목수정 요청과 함께, 한글단체로부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기도 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 첫회, 빠른 전개로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는데요, 이경희 작가 작품 특유의 매력이 첫회 한 꺼번에 쏟아 져 나온 느낌입니다.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3년생인 강마루(송중기), 석민혁(조성하) 교수의 회진시간에 늦어 바쁘게 뛰어가다 TV에서 나오는 낯익은 소리에 발길을 멈추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강마루의 발을 멈추게 한 것은 한재희(박시연) 기자였지요.

 

회진중 본과생들에게 한 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은 석민혁 교수에게 따지다가 무시만 받은 강마루, 퇴원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찬영이라는 어린 환자의 소동을 보게 되죠. 석교수는 찬영의 병명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고, 마루는 구토하는 찬영을 뇌동맥류가 의심된다는 보고를 합니다. 혈관조영 촬영에 뇌동맥류 소견은 없었다는 결과에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고개 숙여야 했던 마루였지요.

그러나 다음날 찬영은 심한 구토와 함께 병원에 실려왔고, 강마루의 소견대로 뇌동맥류였다는 것이 드러났지요. 석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전 강마루에게 연락하라며, 강마루의 판단이 맞았었다고 알려줘야 겠다고 하죠. "선생으로서 몹시 쪽팔리다고 말해줘야지...".

2년후에는 천재의사를 가지게 될 거라며 강마루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석교수였습니다. 석민혁 교수와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 것이죠. 진중하면서도 아집없어 보이는 석민혁(조성하) 교수 캐릭터 호감이더라고요.

그러나 촉망받는 천재의사가 될 수도 있었던 의사로서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나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강마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건, 한재희를 대신해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간 것이죠. 동생 초코가 아픈데도 재희누나의 전화를 받고 뛰어나갔던 마루, 모텔에는 한 남자가 죽어있었고, 자기가 죽인 것이 아니라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한재희를 보게 돼죠. 한재희를 현장에서 내보내고,  초코에게 미안하다고, 오빠가 못갈 것같다는 전화 한 통을 끝으로 6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13년간 끝도 모를 시궁창에서 한재희가 켜 준 등불 하나만 보고 따라왔는데, 나같은 놈은 한재희씨가 살아야 할 이유가 안돼요?", 자수하려는 한재희를 막으면서 강마루의 인생은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초코가, 진짜 아프다고 가지말라며 바짓가랑이를 붙들며 우는데도, 열이 펄펄 끓는 초코에게 500개 셀 동안 다녀오겠다고 한재희에게 뛰어간 강마루, 신은 그런 강마루를 벌하려 했던 것일까?***

 

강마루의 인생이 한재희로 인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해 버린 그날밤, 한재희는 아버지뻘 되는 서회장(김영철)의 품에 안겨 울며,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서회장에게 건넨 서류봉투가 무엇인지, 모텔에서 죽은 남자와 서회장과의 관계, 서회장과 한재희의 관계에 의문스러운 복선을 깔면서 말이죠.

***구질구질한 시궁창같았던 과거, 쓰레기더미 지옥에서도 꿈을 이루겠다고, 희망이 있다고 버텨왔던 한재희에게, 살인죄도 강마루에게 덮어쓰게 하고, 서회장의 넓은 저택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구질구질한 시궁창을 살아온 것에 대한 신의 보상이었을까?***

 

까칠하고 성질 더러운 서회장의 딸 서은기(문채원)가 이 장면을 목도하고, 시간은 빠르게 6년후로 건너뜁니다. 일본의 한 호텔에서 제비로 변신한 강마루는 꽃뱀과 밀어를 나누고 있었고, 서은기는 과로누적으로 늦잠을 자고 있었죠. 일본은 왜 갔는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는 했지만, 일본수출을 위한 서비스였나 봅니다. 하긴 첫회는 팬서비스가 여기저기 많이 나오더군요. 송중기의 훌러덩 벗은 근육질 몸매도 덕분에 감상했고, 꽃뱀과 문채원도 타월만 두르고 나오기도 했죠.

 

서은기는 화장품의 중금속으로 피부부작용이 일어났다는 사기꾼 여자를 해결하러 갔던 것이고, 강마루는 친구 재길(이광수)이 당한 꽃뱀에게 복수했던 것인데, 돈도 돌려받을 정도로 능력있는(?) 제비였습니다. 송중기같은 제비라면 저도 넘어가고 싶더라는ㅎ;; 강마루의 친구로 나온 재길역의 이광수때문에 우울함이 많이 희석될 듯해서 좋더군요. 런님맨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와 이광수 두 사람의 조합이 어울리더라고요. 특히 이광수의 어눌한 구석이 있지만, 착하면서도 코믹한 재길 캐릭터에 딱이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강마루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고, 동시에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여인과 재회합니다. 기내 화장실에서 강마루의 가슴팍에 푹 쓰러져 버린 서은기, 폐에 물과 공기가 차서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죠.

의대에서 제적당하고 의사의 길을 포기했던 강마루는 의사를 찾는 기내방송을 외면하지만, 재길이의 한 마디에 일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루의 아킬레스건 초코때문이었지요. 걸핏하면 길에서 쓰러지는 초코를 누군가가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재길의 말이 마음을 돌리게 했지요.

은기의 새엄마라는 여자는 한재희였습니다. 강마루의 등불이었던 한재희, 그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의사도 포기할 수 있었고, 살인죄로 대신 감옥에도 갈 수 있었던 그 여자가, 동갑내기로 보이는 환자의 엄마라고 합니다. 충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지요. 네살배기 아이가 한재희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강마루에게 한재희는 등불일까요?

수목드라마 최강자였던 각시탈의 후속작이라는 점이 차칸남자(전 개인적으로 착한 남자라고 표현해도 작품이 말하고 싶은 요지가 퇴색될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에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작품 자체로도 좋더군요. 드라마 캐릭터를 그려가는 능력만큼은 이경희 작가의 최고의 강점이기에, 차칸남자 송중기와 문채원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첫회를 보고 송중기와 문채원의 변신에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송중기보다는 여주인공 문채원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는 했습니다. 작년은 문채원의 해라고 해도 좋을만큼 상복이 터지기도 했지만, '공주의 남자'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문채원에게 단점이라면(사견입니다) 표정연기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과 답답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차칸남자 첫회에서 과거의 문채원이 맞나 싶게 발음교정을 했더군요. 사탕 한 두개는 입에 넣고 또박또박 말하려는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많이 없어졌더라고요. 표정의 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더군요. 문채원의 연기를 보면서 신경질을 내거나 감정에 몰입하면, 가끔 '왜 저 예쁜 여배우는 양미간 주름으로만 감정을 표현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차칸남자에서는 양미간 주름대신 이마와 눈주위의 근육을 움직이는 등의 변화가 보였고, 무엇보다 목소리톤만으로도 차가움, 냉소, 비난을 표현하더라는 겁니다. 화면에 잡히는 표정에 신경을 쓰다보면 대사톤은 부자연스럽고, 표정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채원도 그런 점에서는 한 때 책읽는 배우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고요. 어눌스러운 대사톤이 한 몫했고 말이죠. 모르긴 몰라도 문채원 개인적으로는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매번 새 드라마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에게는 연기변신으로 돌아온 배우들을 보는 것이 가장 반가운 일입니다. 스토리의 엉망으로 연기자의 연기력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화나고 속상하고 말이죠(개인적으로는 타방송 드라마지만, 아랑사또전 이준기 캐릭터를 살려주지 못하는 것때문에 속상해 하고 있답니다ㅜㅜ).

귀티나는 외모와 순한 인상의 송중기가 차칸남자의 우울하고 어두운 강마루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도 되었지만, 송중기는 이미 뿌리깊은 나무에서 젊은 세종 이도역할로, 짧은 분량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요. 사극과는 다른 현대물에서는 어떨까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첫회인데도 흔히 보이는 긴장된 모습도 보이지가 않더군요. 개성강한 캐릭터를 맡으면 곱상한 외모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그래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으로 커버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얼굴에 흉터를 만들기도 합니다. 개성강하다는 것이 꼭 액션을 많이 하거나, 마초적이고 거친 성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과거의 큰 트라우마도 다른 의미에서의 개성이 될 수도 있지요. 아직 강마루라는 캐릭터의 모습이 10%로도 안나왔는데도, 중저음의 목소리와 웃음기없는 무표정은 강마루라는 인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게 만듭니다. 주인공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드는 것, 시청자와의 교감에 성공했다는 말이겠죠.

 

특히 송중기의 눈빛연기는 소름돋게 좋더군요. 표정의 변화없이도 눈빛 하나로 분노와 절망, 상처와 냉소까지 다양한 감정을 뿜어내더군요. 꽃뱀을 안을 때는 감정없는 냉소를,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창문을 열고 보여준 종류를 알 수 없는 슬픈 눈빛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었습니다. 귓볼까지 빨개지는 울컥함의 종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6년후에 재회한 한재희가 나이든 남자랑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에 절망과 분노가 교차되는 눈빛은, 심장이 푹 하고 찔리는 것처럼 강렬했습니다. 그런데 왜 가슴 저 밑바닥이 더 아파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차칸남자가 끝날 때까지 상처투성이 강마루의 분노와 아픈 사랑에 가슴앓이를 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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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0 08:33




공주의 남자는 흥미로운 접근방식의 퓨전사극입니다. 역사라는 시선에서 보자면, 속된 말로 까일 것이 너무나 많은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을 발라 놓은 듯 달달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빼어난 영상미만으로도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형형색색 깨끼한복이 눈길을 사로잡고, 연기력을 떠나 한복이 어울리는 문채원의 고운 자태와 건들거리는 자유분방한 박시후의 조선한량같은 모습이 샤방샤방 빛이 납니다. 경혜공주역 홍수현의 까칠한듯 도도하고 외강내유형의 캐릭터는, 그녀의 비운의 삶이 투영되어 애잔하지요.
선남선녀의 핏빛로맨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점수를 따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소재의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수양대군과 단종의 피로 물들인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 재구성해도 극적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 소재지요. 공주의 시선으로 옮겨간 피의 역사는, 저잣거리로 시선을 돌려가는 사극트랜드에 비춰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그간 궁중사극의 대개가 왕가의 암투나 권력장악 싸움에 관한 소재가 대부분이었기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는 늘 그들의 시선에서 권력을 선과 악의 축으로 양분해서 보고는 했지요. 공주의 남자는 핏빛로맨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와 권력싸움은 군더더기로 딸려오는 고명같은 역할이라고 분명한 선을 긋습니다. 철저하게 정통 역사사극이라는 시선에서 한발 비켜서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묵직한 중견배우 이순재, 김영철, 정동환의 출연만으로도 드라마는 사극의 무게감과 궁중사극으로서의 위엄을 잡아줍니다. 특히 수양대군역의 김영철은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던 파란만장한 세조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없는 캐스팅입니다. 강한 카리스마와 명철한 두뇌, 리더십을 겸비한 수양대군(세조)이었지만,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된 인물이죠. 역사는 왕좌를 찬탈한 수양의 야심과 강력한 왕권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로 세조를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지만, 특히 드라마에서는 누구의 시선에서 수양대군을 보느냐에 따라, 인간적인 평가와 야심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합니다.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아들 김승유를 죽이려는 수양의 왕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놓고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단종의 편에서 보는 악의 축인 셈이지요. 저는 감정적으로 수양대군(세조)을 보는 것과 조선왕조라는 정치체제에서의 수양대군을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구분해서 봅니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찬탈을 한 것은 정치사적 사건으로는 쿠테타였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강한 왕조를 위한 상황적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양대군의 권력욕과 정치적 야심이 우선이었지만 말입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는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싸움의 공방전이었습니다. 강한 군주가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신권이 약화되었고, 신권이 강하면 무능한 군주로 비춰지기 십상인 허수아비 왕이 등장하기를 반복해 왔지요.
병약한 문종의 짧은 재위는 어린 단종의 수명을 재촉하는 불운이었습니다. 문종이 의지했던 인물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우상 김종서였고, 강한 왕권과 권력을 잡기 위해 수양대군이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김종서를 견제하지 않고서는 왕권을 잡기는 힘든 상황이었죠. 그만큼 김종서가 조정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왕을 능가하는 권력중심부였다는 의미입니다. 김종서는 수양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종친의 정치참여를 강하게 금지했고, 왕좌에 야심을 가진 수양에게는 자기 사람으로 취하느냐 버리느냐만이 있었습니다. 유약한 왕은 수양대군에게 강한 왕실이 필요하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주었고, 한명회, 신숙주 등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기반을 다져가기 시작합니다. 병약한 문종과 어린 세자는 수양의 야심을 돕는 천우신조였습니다. 수양의 왕좌에 대한 야심은 김종서에게는 불사이군 신조를 모래 한알만큼도 덜어내지 못할 불충이었기에, 김종서와 수양대군은 물과 기름일 수 밖에 없었지요.
드라마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한 1단계로 양가집안의 정략결혼 계획으로, 그 의기투합할 수 없는 비극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김종서의 셋째아들(실제 김승유는 김종서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였지만,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설정을 위해 아들로 만든 듯 보입니다만)과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의 혼사를 추진하죠. 수양대군의 흑심을 간파한 문종은 경혜공주의 부마로 김승유를 낙점하고, 김종서에게 공주와 세자의 안위를 부탁합니다. 문종의 청을 수락하는 김종서로 인해 수양대군과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아니 위험한 적이 돼버립니다. 비극의 시작은 자녀들의 틀어진 혼사때문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무게중심추를 엇갈린 인연에서 피로 물든 비운의 역사로 시선을 확대해 갑니다. 
이 리뷰는 차떼고 포떼고, 역사떼고,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고증떼고, 드라마로만 보는 입장을 견지할 예정입니다. 간간히 심하다 싶은 것은 태클을 걸기도 하겠지만요. 역사를 전공해서 특히 사극을 볼 때는 제 개인적인 오지랖의 쓴소리가 들어가기도 한답니다^^;;
공주의 남자가 4회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우선 의문점이 들었던 것은 드라마 제목의 공주가 누구를 지칭하느냐?였습니다. 보기에 따라 공주는 경혜공주이기도 하고, 훗날 공주가 될 세령이 되기도 해서 말이지요. 첫회 계유정난(1453년)으로 피의 서막을 열었는데, 이 계유정난의 시기가 드라마 어느 부분인지에 따라, 드라마 제목에서 말하는 공주가 달라질 것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의 말미라면,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가 계유정난 1년 전의 김승유와 세령의 로맨스라면, 공주는 세령이 아니라 경혜공주지요. 그러므로 세령은 경혜공주의 남자를 마음에 품은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이고요. 아시다시피 계유정난 이후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즉위한 이후에랴야 세령이 공주가 되는 것이기에 말이지요.
가파르게 시간이 흘러 계유정난 이후, 세조가 왕권을 찬탈하고, 단종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수양대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된 것을 알게 된 김승유가 복수의 칼을 품는 것으로 전개된다면, 공주는 세령을 지칭하겠지요. 문제는 계유정난 이후라면 김승유가 역모의 집안으로 몰려, 드러내놓고 활보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주가 된 세령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일테고 말이지요. 엎어치나 매치나 경혜공주나 세령 모두 김승유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만으로도 공주의 남자라는 구색에는 맞지만 말입니다.
공주와 황음을 했다는 이유로 간택청이 아닌 사헌부로 끌려간 김승유, 모든 것은 수양대군의 계략에 의해서 였지요. 관상감을 협박해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궁합수를 최악수로 조작한 수양대군, 공주의 궁합수는 공주뿐만이 아니라, 세자(단종)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것이었기에, 문종을 위시한 김종서측은 경악을 금치못하지요. 여기에 세령에게 정표로 옥쌍가락지와 함께 보낸 편지가 나와, 김승유는 빠져나오기 힘든 곤경에 처합니다.
공주인줄 알았으나 궁녀였었다는 묘령의 여인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김승유는, 세령을 지키기 위해 끝내 자신이 만난 여인을 밝히지 않지요. 김승유를 참하라는 종친과 수양대군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쪽같은 강직한 성품으로 믿었던 신숙주마저 궁합수가 사실이라고, 수양의 편으로 변절을 하는 것을 본 문종과 김종서는 참담할 뿐입니다.
김승유를 죽음에서 구한 이는 경혜공주였지요. 숙부 수양의 야심을 알게 된 경혜공주, 더구나 문종의 악화된 병세를 알자 경혜공주는, 자신과 세자의 목숨을 김종서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와 혼사를 치르는 것이 세자의 안위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유일한 길이었지요. 공주를 사칭한 여인이 세령이었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세령이 걱정된 경혜공주의 인간적인 정때문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수양숙부에게 한방 먹일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덮어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아직은 정에 약한 경혜공주의 실수이기도 했습니다.
세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직간 김승유는 경혜공주가 보기에도 탐나는 인물이었습니다. 동시에 한남자를 마음에 품게 된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되지요. 왕실가에서는 마음을 터놓는 사촌간이었던 세령과 경혜공주가 아버지 수양대군과 김승유로 인해 틀어지게 된 것이지요.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자식들의 사랑으로 보는 색다른 드라마적 설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가슴아리고, 간절하고, 아름답게 채색되어 갑니다. 핏빛이라는 잔인한 아름다움이지만 말입니다. 마음으로 품은 사내 대신 정종(이민우)과 사랑없는 혼인을 해야 하는 경혜공주의 비극적 사랑마저 가슴저리게 하지요. 여기에 조선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당차고 천진난만한 세령에게 첫눈에 반한 신숙주의 아들 신면(송종호)의 짝사랑은, 야망보다는 사랑과 질투로 친구를 배신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 정치사극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사극으로 절충선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세령과 김승유의 사랑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누구 말대로 서로 그렇고 그런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호사가들이 다 부러워할 좋은 조건임에도 정치적 숙적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이 돼버리고 말지요.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고,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더욱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은 깊어갈 뿐입니다. 
공주를 사칭했다는 것이 들통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목숨을 걸고 세령을 지키려는 김승유,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라도 스승님(김승유)를 구하겠다며 옥사를 찾은 세령은, 서로 사랑의 감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요.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사랑이 깊어졌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설정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마약같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운명적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으로 세상을 안은 것처럼,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남자, 이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세령입니다. 세령이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시대를 풍미할 호탕한 사내로 세상을 누볐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규중반가, 왕실가문 여식이라는 제약은 세령에게는 족쇄였지요. 여인이기에 안되는 것이 많았고, 여인이기에 목소리를 높여서도, 학식들 드러내서도 안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 세령에게 미래의 지아비가 될 김승유의 호탕하고 넓은 가슴은, 세령의 답답함을 처음으로 풀어 준 돌파구였습니다.
지아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낭군님,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공주님의 부마로 간택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더구나 아버지가 왕좌를 넘보고 있다는 경혜공주의 말은 세령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올곧고, 어진 분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반역을 꿈꾸고 있다는 말은, 세령을 아득한 절벽으로 몰아부칩니다.
정치나 세상사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가끔 문밖출입으로 답답함을 달랬던 호기심많은 세령은 처음으로 정치라는 무서운 세상에 귀를 엽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두 얼굴을 보게 되겠지요. 야심을 위해서, 왕좌를 찬탈하기 위해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두얼굴을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끊어낼 수 없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 버린 사내 김승유는, 아버지의 야심에 가장 큰 걸림돌인 김종서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용인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무릎을 꿇고 김승유의 목숨을 구명해 달라고 청하는 세령, 딸아이의 간청에 김승유를 살려주게 될(그럴 것같다고요) 수양대군은,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 이전에 비정한 아버지가 될 듯합니다. 야망을 위해 딸아이의 사랑마저 짓밟아야 하는 비정한 아버지, 이 또한 수양대군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김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요? 저는 핏빛 로맨스를 비극이라고 단정짓고 보지는 않게 되네요.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던 세기의 로맨스 영국의 애드워드 8세와 심슨부인의 사랑처럼, 공주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세령의 모습이 먼저 다가오니 말입니다.
첫회 김승유와 세령의 첫만남에서 나왔던 효경 강론은,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결말복선이 아닐까 싶은 섣부른 추측도 해봅니다. 김승유가 세령에게 첫날 강론을 했던 부분은, 의미심장하게도 삼종지도(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결혼을 해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의 뜻을 따른다)였지요. 가슴 속에 이미 지아비로 삼고 싶었던 님을 품어버린 세령, 세령이 삼종지도의 길을 그녀 방식으로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좌를 꿈꾸기에,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는 수양대군에게는 도려낼 수 없는 아픈 손가락, 눈물이 되겠지만요.
왕권을 향해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수양대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세령의 사랑이 김승유와 세령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는지, 피의 정치마저도 이들의 사랑에 손을 들고 눈을 감아줘 버렸는지, 숨가쁘게 돌아가는 정국 속에 피어나는 운명적 사랑을 끝까지 가슴졸여 가며 지켜보고 싶습니다. 올여름 최고로 감동적인 로맨스로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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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1 06:32




2009년 KBS연기대상은 마치 잘 짜여진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듯 했습니다. 총 3부로 나뉘어 탁재훈, 이다해, 김소연이 진행을 했는데요, 7개 부문에서 상을 휩쓴 '아이리스'와 4개부문에서 수상한 '솔약국집 아들들'이 수상 주인공들이었지요. 예상했던 대로 연기대상의 영예의 대상은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수상했고, 김태희, 김소연, 김승우, 정준호 네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수상하는 경사가 겹쳤습니다.
특히 이병헌은 네티즌이 뽑은 인기상과 베스트 커플상, 그리고 대상의 3관왕을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남자배우 지존의 자리에 등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류스타로 우뚝 선 이병헌이 한국드라마에서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습니다.
첩보액션물 아이리스는 200억이라는 제작비와 화려한 연기진들의 캐스팅으로 시작부터 화제가 되었는데요. 종방까지 높은 시청률로 하반기 안방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사탕키스등의 풍성한 화제들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지요. 시즌 2를 위한 복선과 마지막 방송분의 황당한 결말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도 했지만, 한국 드라마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인정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리스의 시청률을 끌고 간 힘은 배우 이병헌에게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액션과 멜로, 그리고 내면연기까지 아이리스에서 보여주었던 이병헌의 연기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었어요.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병현이 보여 준 연기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연기대상을 수상한 것도 당연한 결과였고요. 아이리스 마지막에 사생활 문제로 시끄러운 오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연기대상과 사생활의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아이리스로 최고 인기상으로 뽑힌 김소연과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김태희는 그 감회가 남달라 보였어요. 시상식 진행을 맡고 있다가 수상소식을 접하고, 속사포로 수상소감을 한 김소연의 수상소감 장면이 화제가 될 것도 같습니다. 예상하고 있지 못해 준비를 못한 김소연씨가 버벅대면서도 긴 소감을 마치는 장면에서 동료들의 웃음도 자아냈는데, 김소연씨 순진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태희는 누구보다 의미있는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테희는 꽃보다 남자 구혜선과 중편드라마 우수연기상 여자부문에서 공동 수상을 했는데요, 아름다운 무대화장만큼 눈물도 예뻐 보이더라고요. 연기력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많이 받았던 만큼 김태희로서는 의미있는 상이 될 것 같은데,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구원해준 작품이었다"며 수상 소감을 발표했지요.
아이리스 작품에서 솔직히 김태희는 이름만큼의 연기를 보여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김태희는 전작들에 비해 연기력이 나아졌고,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태희를 아끼는 만큼 좋은 연기를 보고 싶은 바램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기대상을 보며 김태희와 같이 무대에 섰던 구혜선을 보고 옥에 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구혜선씨의 프레피(교복)룩을 보고 좀 의아했습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을 보는 것도 연말 시상식의 즐거움 중 하나지요. 그런데 꽃보다 남자가 끝난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극중 의상 컨셉으로 나온 것은 시상식이라는 자리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말 시상식에서의 여배우들의 의상은 팬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일종의 팬서비스이자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상식과 동떨어져 보이는 구혜선의 교복의상은 과히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이런 딴지 거는 것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이쯤해서 패스합니다)
연기대상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대상 수상자겠지요. 이병헌이 올해의 대상수상자로 호명되자, 주위의 아이리스 연기자들이 열렬한 축하를 해주는 모습이 비춰졌는데요, 김승우, 정준호, 그리고 김태희의 축하해 주는 표정이 마치 본인들의 기쁨인 것 같은 진실함이 보여 훈훈했습니다. 이병헌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떄 계단에 앉아서 연기대상을 보고 꼭 저 자리에 올라가고 싶었다는 꿈을 가졌는데 같은 무대에서 대상까지 받았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지요. 아이리스에서 200% 잠재력을 보여주며 혼신을 다한 이병헌은 대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고, 훌륭한 배우이며, 대한민국의 보배라고 감히 말해 주고 싶습니다. 한류스타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주는 공헌까지 높이 사고 싶네요.

<가장 아름다웠던 여배우의 수상>
그리고 이번 연기대상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장면이 있었어요. 故 여운계씨의 특별공로상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생전의 절친이었던 전원주씨가 나와서 고인을 추모하는 장면에서 좌중이 숙연해지기도 했었습니다. 투병 중에도 연기의 투혼을 보여주었던 여운계님은 그녀의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생전 여운계님이 2000년에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수상소감으로 '다시 또 이런 영광이 있겠습니까?"라던 수상소감 장면이 나왔는데, 고인이 되어 다시 그 공로상을 받게 되었네요. 대리 수상을 하러 나온 따님 차가현씨가 고인이 되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수상 소감을 밝혀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여운계님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여운계님의 생전 말씀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여운계라고 한다면 끝까지 연기하는 사람이었다고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게 또 있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강해지더라고요"
덧붙여 따님이 대리 수상자로 나와 생전의 어머니 여운계님이 하셨다는 말씀도 옮깁니다.
"나는 죽을 각오로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죽는 순간까지도 죽음이라는 연기를 하고 싶다"
죽음마저도 연기를 하고 싶었던 배우 故여운계님은 연기대상 시상식에 나온 많은 배우들과 시청자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것 같아요. 자기 일을 목숨처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 같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혼신을 다해 연기해 주었던 최고의 배우 故 여운계님, 당신은 가장 뜨겁게 삶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배우였습니다. KBS연기대상 공로상은 연기자로 뜨겁게 살다간, 죽음까지도 연기하고 싶었다는 가장 아름다운 배우에게 드리는 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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