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난'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9.11.11 '선덕여왕' 아름다운 최후, 죽음으로 왕이 된 미실 (33)
  2. 2009.11.10 '선덕여왕' 내 아들 비담아, 널 두번 버리지 않겠다. (42)
  3. 2009.11.08 '선덕여왕' 미실과 덕만이 나눈 마지막 대화, 내용은? (15)
  4. 2009.11.06 '선덕여왕' 못다한 이야기, 비담의 순애보 (45)
  5. 2009.11.04 '선덕여왕' 미실이 쏜 화살, 비담에게로? (38)
2009.11.11 08:15




선덕여왕 50회는 미실의 죽음을 위한 특별방송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미 예고되었던 미실의 최후라 미실을 보내야 하는 준비는 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수 없었네요. 그 동안 선덕여왕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실, 악녀였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그녀를 보내기가 쉽지 않네요. 비담도, 덕만공주도, 시청자도, 드라마 속 미실도, 그리고 고현정까지도 울게 했던 미실의 최후 장면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습니다.
덕만공주는 대치상태가 길어질 수록 전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지요. 덕만공주측이 생각해낸 묘책은 미실이 주둔하고 있는 대야성으로 향하는 수로를 끊고, 작은 지류에 독을 풀겠다는 위장협박 전술입니다. 덕만공주는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비담을 보내 미실에게 연합을 위한 회동을 제의하지요. 덕만공주가 수로를 끊고 독을 풀겠다는 계책은 삽시간에 소문이 나고 미실측 군사들은 동요하고 탈영하는 군사들도 늘어납니다.
비담을 밀사로 파견한 효과인지 독을 풀겠다는 협박때문이었는지 미실과 덕만공주의 평화회동은 성사됩니다.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연합을 제의했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덕만공주에게 또 실망을 했네요. 수많은 대야성 백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미실에게 항복을 요구하러 왔다면 이해가 가지만, 미실같은 인재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화친을 제의한 것은 어불성설로 보여요. 미실의 야망, 왕이 되겠다는 꿈, 결코 포기하지 않을 미실의 성정을 모르지 않는 덕만공주일진데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지...
자타가 공인하는 신라 최고의 인재 미실이,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왕이 되겠다고 나선 것인데, 미실에게 엎드리고 들어오라고 제의를 하러 간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더구나 미실의 세력을 축출하는 것만도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했던 공주가 미실이 궁으로 돌아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임을 모른다는 것인지 한심스럽네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살포시 제손을 잡고 궁에 들어와 다음 일을 도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신국의 주인이 되지도 못할건데 후계자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저를 밀어주세요" 라고 미실 자존심을 뭉개버립니다. 미실은 아마 옆에 칼이 있었다면 칼이라도 빼들었을거에요. 활도 쐈는데 칼이라고 못들겠어요. 치미는 울화통을 침 한번 꿀꺽 삼키며 미실은 묻습니다. 신라 국경의 지명들을 대며 이 곳이 어딘지 아느냐고요. 그곳은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 진흥대제와 피흘려 지키고 넓혀 온 신라의 국경'이라고요. "사다함을 연모했던 그 뜨거움으로 지키고 사랑했던 신라,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왜 자신은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고 물은 것이지요. 결국 혐상을 결렬되었고, 덕만공주는 미실을 공격하게 위해 출병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속함성의 병력이 미실을 지원하기 위해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날아듭니다. 속함성은 백제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이지요. 미실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신라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막고자 회군명령을 내리고, 결국 덕만공주에게 백기 투항하게 합니다. 피로 지켜온 신라, 미실의 모든 것이었던 신라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미실에게는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신라는 사다함 이후 그녀의 사랑이었고,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여왕의 꿈보다 컸던 그녀의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설원공이 미실에게 왜 약해지신 것이냐고 물었지요. 미실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며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웠고,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미실의 마지막 단계, 그것은 비담을 위한 것이었어요. 덕만공주와 회동이 결렬되고 돌아가는 마차를 붙잡았던 비담에게 진흥제의 밀지를 빼돌린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요. "어머니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니까, 당신의 모든 인생이 부정당하는 거니까" 라고 말하는 비담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려고 내밀었던 손 마저도 미실은 거두고 말지요. 다만 어깨를 한번 잡아주고 맙니다.
강한 척 하지 말라는 비담의 말에, 어머니라는 한마디에 미실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해 하는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미실의 약한 모습이었어요. 눈물 주르룩 흘리는 비담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미실은 아마 피눈물을 흘렸겠지요. 미안함, 안쓰러움, 어머니로서 한번도 주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회한을 안고 돌아서는 미실의 뒷모습은 그녀의 죽음 만큼이나 애처롭게 보였어요.
 
미실이 선택한 죽음은 음독자살이었어요. 죽어가는 미실에게 달려 온 사람은 비담이었지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비담은 미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합니다. "어머니라고 불러드릴까요? 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시려고요? 아니면 그래도 마음 속으로 사랑했다". 미실은 정말로 비담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거에요. 비담도 미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고 있었겠지요. 미안해서 차마 자신의 얼굴도 쓰다듬어 주지 못하고, 지푸라기만 떼어주던 미실이었으니까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미실은 비담의 야망을 걱정합니다. 비담은 미실이 남기고 가는 자신의 꿈이지요.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아라" 미실은 죽어가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설원공에게 말했던 마지막 단계가 바로 비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한점 흐트러짐없이 그림처럼, 그렇게 미실은 떠났습니다. 
저는 미실의 죽음을 보면서 미실의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랑에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목숨을 바쳐 지켜온 자기의 사랑이기에 덕만공주를 이길 수 있었음에도 신라를 택했고, 그 신라를 남의 손에도 주려 하지 않은, 처절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랑 말이에요.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사랑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거라"  라며 비담에게 말하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미실의 사랑은, 못이룬 꿈은 비담에게로 이어지겠지만, 미실은 죽는 순간에도 그 이기적인 사랑이 독이 되었고, 자신을 부숴버렸다는 것을 모르고 간 것 같아요.

처음 선덕여왕이 방송되었을 때, 신라사 어디에도 없었던 미실이라는 여인이 1400년간의 긴 세월을 달려 2009년 우리 앞에 나왔을 때 궁금했어요. 미실이 누구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에게 매료되었지요. 미실이라는 인물은 세상 남자들이 품고 싶어하는 절세미녀, 권력욕의 화신, 뛰어난 정치가, 아들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장장 6개월을 함께 살다 선덕여왕 50회를 끝으로 돌아갔습니다. 옥처럼 찬란히 부숴져 버린 비련한 영웅으로, 이루지 못한 여왕의 꿈을 한처럼 품고서요. 목숨과도 바꾸지 않았던 미실의 자존심, 신라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간 그녀를 위해 한 가지 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하에서라도 한이라도 풀게 해주고 싶어서요. 미실, 당신은 진정한 신라의 여왕이었다고요. (물론 드라마 속에서지만요).
최후까지 신라를 품고 지키고 간 미실은 어쩌면 진정한 시대의 영웅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에는 한줄 없는 미실이지만, 드라마사에는 너무도 큰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왕국 신라를 너무나 뜨겁게 사랑했기에, 죽음으로서 자신을 불태워버린 또 다른 신라의 여왕, 미실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미실이 되어주었던 고현정씨,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미실, 미실의 시대 안녕히..." 덕만공주는 이렇게 말했지만 저는 여전히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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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08:07




"어머니와 애인이 물에 빠졌다면 누굴 구하겠느냐?" 참으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지요. 선덕여왕 49회는 이 어려운 질문을 비담에게 던진 것 같아요. 비담에게 어머니 미실이 어떤 존재인지, 연모하는 덕만공주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드라마를 통해 알고 있었던 시청자들에게도 이 질문은 결정하기가 힘이 듭니다. 하지만 미실의 화살처럼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고, 비담은 숙명처럼 주어진 비극과 맞딱뜨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회 많은 복선이 깔렸던 미실과 비담의 대화는 미실의 죽음만큼 무게감이 큽니다. 앞으로 비담의 행보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미실의 화살은 많은 분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덕만공주의 가슴을 향했네요. 하지만 화살은 덕만공주의 가슴을 뚫지는 못했지요. 미실의 화살을 막은 것은 다름아닌 덕만공주를 오늘에 이르게 한 소엽도였어요. 마야황후의 태중에서부터 미실의 화살까지 막아냈으니 덕만공주를 하늘이 돕는다고 해야할 밖에요.
주진공이 이끌고 온 군사들은 연무장의 미실측 군사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고 궁을 다시 찾은 덕만공주는 전열을 정비합니다. 대야성으로 피신한 미실 역시 요새를 구축하였고요. 어느 한편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대규모 유혈사태에 이르게 되겠지요. 신국의 상황은 내전으로 치닫기 일보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한 국가안에 두개의 정부가 들어선 형국이 되겠지요.

미실이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호랑이는 호랑이지요. 미실이 40년간을 장기집권해 오면서 다져놓은 호랑이 굴을 덕만공주가 일시에 청소하기는 힘이 듭니다. 관청도 분열되고, 다량의 무기를 미실이 확보했다는 보고까지 들어 오니, 전세는 덕만공주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갑니다. 위기에 처한 덕만공주에게는 늘 비장의 히든카드가 마련되어 있나봐요. 소엽도에 이어 진흥제의 밀지가 위기에 처한 덕만공주의 수호천사가 돼 줄 것 같으니까요.
천우신조의 사주팔자를 타고 났는지 지금까지 덕만공주가 미실에게 크게 한 방 먹인 것들이 개양자에 대한 예시록, 확률 50%였던 월천대사로 부터 받은 일식날짜, 진흥제의 호랑이 잡은 무용담, 소엽도, 이제는 진흥제의 밀지까지... 이 신령스런(?) 무기들이 덕만공주를 여왕으로 만들어 가는 카드들로 극진히(?) 대접받는다는 것은 조금 못마땅하네요. 미래 여왕으로서의 자질과 지략, 책략을 보여주기 보다는 신령스런 물건들을 100% 활용하는 작은 그릇같아 보여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덕만공주는 미실을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쓸 생각입니다. 덕만공주의 카드란 소화가 미실의 비밀방에서 가지고 나온 진흥제의 칙서, 즉 미실을 척살하라는 밀지였지요. 이 밀지가 공개되면 덕만공주는 지방귀족들과 궁의 모든 부서에서의 실권을 장악할 수 있는 명분과 대의를 가지게 되고, 미실은 정권을 찬탈하려한 대역죄인으로 몰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덕만공주는 이 밀지를 비담에게 가져오게 합니다. "너에게 어떤 은밀한 일도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덕만공주의 말에 아이처럼 좋아하며 달려갔던 비담은 밀지를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스승 문노에게 어린 시절 저질렀던 일로 마음에서 내쳐졌고, 삼한지세의 주인으로 선택 받지 못했던 이유는 문노로 부터 믿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누구도 믿지 못했고, 누구에게서도 믿음을 받지 못했던 비담은 덕만공주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말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합니다. 그런데 비담의 행복은 너무도 짧게 무참히 깨지고 맙니다. 미실을 죽이라는 진흥제의 칙서를 읽고 경악하는 비담은 어쩌면 미실보다 더 가련한 운명 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왜 진흥제는 미실을 죽이려 했을까? 미실은 왜 이 밀지를 없애지 않았을까? 거사를 앞두고 왜 자신을 청유를 보내려고 했을까?' 혼란에 빠진 비담은 대야성에 잠입해 미실을 만나러 갔지요. 목에 칼을 들이 댄 비담을 향해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며 미실이 묻지요. "어찌왔느냐? 덕만이 나를 암살하라 보낸 것이냐? 아니면 연모하는 이를 위해 공을 세우러 온 것이냐?"
비담은 가슴에서 밀지를 꺼낼 듯 말듯 하며 미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고 합니다. "어찌 그날.... 그날 왜 염종에게 청유를 보내라 하신 것입니까?" 비담이 "그날" 하며 말을 삼킨 것은 그날 진흥제가 죽은 날, 설원공으로 받았던 진흥제의 밀지를 없애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밀지를 꺼내기를 주저하였기에 청유를 보낸 이유에 대해서만 묻고 맙니다. "방해가 되니까"라며 태연하게 웃는 미실에게 비담은 분노폭발 일보직전입니다. "방해? 그 초라하지 않은 당신 꿈을 이루는데..?"
그런 비담에게 미실은 알 듯 모를듯 묘하게 대답을 하였지요. "그렇게 되는 건가?" 비담은 그동안 꾹꾹 참았던 말을 기어이 뱉어내고 맙니다. "난 항상 방해가 되는군. 당신 꿈을 이루는데... 그러면 또 버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죽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분노와 서러움에 목이 메인 비담의 울먹임에 미실은 자신의 실수였다고, 그 실수때문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비담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실수였다는 말에 비담은 가슴에서 서첩을 꺼내며, 어째서 이걸 가지고 있었느냐고 물으려는 찰나에 보종랑과 미생랑이 들어오는 바람에 진흥제의 밀지는 비담 가슴팍에 쏘옥 들어가 버렸지요. 아마 제 추측이지만 미실이 반쯤 나온 빨간 서첩을 봤을 것 같아요.
미실은 실수였다며 비담 가슴에 대못을 쾅쾅 박았으면서도 비담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미생공과 보종랑이 칼을 들었을때 미실은 멈추라며 미생공과 보종랑의 칼을 거두게 합니다. 물을 것이 있어 온 손님이라며 비담에게 "가거라, 어서" 라며 비담을 보내준 것이지요. 이런 돌발적인 행동에 비담도, 미생공도 보종랑도 놀랐지요. 비담을 보내고 미실은 세종공과 하종공, 그리고 보종랑에게 비담이 아들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길었던 세월 한번도 아들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비담을 미실 스스로 아들이라고 말을 한 것이지요. 이는 미실에게나 비담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에요.

설원공에게조차 버린 자식이라며 소용없다고 했던 미실이 이제와서 왜 아들로 공식적으로 인정했을까요? 미실은 난이 실패로 끝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거사를 일으키려고 마음 먹었던 때부터 이미 알았을 지도 몰라요. 우리가 하려는 일이 실패한다면 하면서 비담을 언급했었던 것은 미실이 이루지 못한 꿈을 물려줄 후계자로 비담을 지목했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주 예고편에 미실과 설원공이 끝말잇기를 하는 듯한 대사가 있었어요. "지킬 수 없는 날에는 후퇴하면 되고, 후퇴할 수 없는 날에는 항복하면 되고, 항복할 수 없는 날에는 그날 죽으면 그만이네" 라는 대사가 나왔는데요, 이 대사는 설원공에게는 항복을, 그리고 자신은 죽음을 택해야 한다는 함축적인 말이겠지요. 설원공은 미실을 따라 죽을 수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데도 항복하라고 합니다. 누구를 위해서요? 네, 비담을 위해서 입니다.
설원공에게는 목숨을 구걸할 이유가 없지요. 미실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이니까요. 그런 설원공이 소복을 입고 백기투항한 것은 덕민공주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충성을 맹세하기 위함은 아니었을 겁니다. 미실이 설원공에게 비담의 후견인이 돼 줄 것을 당부했겠지요. 그게 미실이 설원공에게 내린 마지막 명령이었을 거구요. 세종공, 하종공, 보종랑에게 비담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밝힌 것 역시 비담의 세력이 되어주라는 의미겠지요.
비담은 자신을 살려 보내는 미실을 보며 다시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청유를 보내려 했고, 잠입했던 자신을 살려보내려 했던 미실의 마음, 그것은 한 번은 버렸지만 두 번은 버리지 않겠다는 미실의 강한 모정이었음을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실의 입을 통하지 않더라도 비담은 미실이 왜 그 밀지를 보관해 왔고, 그것을 자신에게 전하려 했던 마음을 읽게 되겠지요. 목숨을 바쳐 지켜온 신국이 미실을 버린 것, 권력의 비정함을 자신에게 가르쳐 주려 했음을요. 그리고 미실의 목숨이었고, 모든 것이었으며, 인생이었던 신라를 주고 싶어한다는 것을요.
"어떤 때는 아이같아. 그리도 좋으냐?"라고 덕만공주가 말했지요. "예, 공주님께서 절 믿어주시니까요" 라고 해맑게 웃음을 지었던 비담은 더 이상 예전의 비담이 될 수 없겠지요. 버림받아야 했던 미실의 분노를 가장 잘 이해하고, 또한 미실이 자신을 그토록 살리려 했던 이유를 알았을 테니까요. 두 번 버리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 미실의 마음을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미실의 못 이룬 꿈이 자신의 꿈이 돼 버렸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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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8 15:27




선덕여왕 48회에서 덕만공주가 공개추국을 받기 전날 미실과 덕만공주가 독대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두 사람이 입도 뻥긋하지 않고 마주하는 장면만 보여주고 말았지요. 공개추국을 요구하며 제발로 미실을 찾아 온 덕만공주와 미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던 걸까요? 이 장면은 후일 덕만공주나 미실의 회상장면으로 나오겠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추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마 미실과 덕만공주와의 마지막이 될 정치논쟁 혹은 탐색전이 되겠지요. 이미 미실의 최후가 예견된 상황이니 화살을 날린 미실과 덕만공주가 이렇게 비공개 대화를 할 일은 없어 보이니까요.
덕만공주와 미실이 독대하는 장면은 비록 짧게 지나가버렸지만, 그 장면은 두 사람이 매우 의미심장한 정치적 논쟁 혹은 협상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실이나 덕만공주가 독대를 나누눈 싯점은 누가 승기를 잡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지요. 
미실의 입장에서는 덕만공주를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이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더구나 공개추국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정국은 혼란에 빠지는 불리한 상황에 처했지요. 또한 귀족들의 입장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덕만공주가 가진 군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덕만공주의 입장 역시 모 아니면 도의 입장이지요. 거사를 위해 유신랑과 세운 작전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미실의 힘이 월등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덕만공주는 자신이 주사위가 되어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왔습니다. 장기판의 말로서요.
덕만공주나 미실이나 둘 중 한 사람은 죽어야 이 전쟁이 끝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미실새주에게는 덕만공주가 궁에 나타난 바람에 명분이 춘추에게 기울어질 거라는 정치적 부담도 가지게 되었지만, 그것은 차후의 문제겠지요. 두 사람 중 누군가는 끝이 날거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덕만공주나 미실은 공개추국전에 분명 정치적 협상을 했을 것입니다.
미실은 정변이 실패할 경우 세종공을 비롯해서 설원공, 하종, 미생공, 그리고 자신을 따른 화랑들과 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덕만공주 역시 연금상태에 있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춘추, 유신랑, 비담, 알천랑, 용춘공, 서현공과 자신을 지지한 화랑들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요. 미실역시 반란에 실패할 경우 반란의 주모자와 그 수하들은 참수당하고 9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것임을 모를 턱이 없겠지요. 덕만공주 역시 같은 입장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미실과 덕만공주는 모종의 정치적 협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덕만공주의 공개추국일 전날 두사람이 가진 회동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을까요? 저는 크게 두가지 주제가 오고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정치에 관한 논쟁이었을 것이고, 두번째는 자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덕만공주는 미실새주에게 이렇게 따졌을 것입니다.
"미실새주답지 않은 방법이었습니다" 미실 새주는 코웃음을 치며 물었겠지요.
"저답지 않았다?"
"미실새주는 대의를 거스리지 않았습니다. 헌데 이 방법은 미실새주 답지 않았습니다". 
"예, 인정합니다. 이 미실답지 않은 방법이었어요. 허나 이 미실도 공주님 덕분에 깨우쳤습니다. 시대는,, 대의는 기다린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저는 황후가 되겠다는 작은 꿈을 깨지 못해 큰 꿈을 꿀 기회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헌데 공주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미실새주는 신국을 위한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그런 새주에게 대의가 있겠습니까?"
"허허, 대의라... 이 미실은 대의를 알았으나 여인이었기에... 성골이라는 혈통에 가로막혀 대의를 품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허나 공주님께서, 그리고 춘추공께서 가르쳐주지 않으셨습니까? 이 미실은 꽃다운 나이에 궁에 들어와 진흥제를 보필하며 무수한 전쟁을 치뤘고, 전장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신국을 지켜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목숨을 바쳐 지켜온 신국은 저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습니까? 그깟 황후자리가 뭐라고 황후자리에도 앉혀주지 않았습니다."
"허나, 미실새주 뜻대로 쉽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미실새주와 싸울 것입니다"
"그러셔야지요. 저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누가 죽을지는 내일이면 알겠지요"
"하여, 미실새주께 청이 있습니다. 미실새주께서 들어주셔야 겠습니다. 이 싸움은 저와 미실새주의 싸움입니다. 해서 미실새주가 이기고 제가 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기고 미실새주가 질 수도 있겠고요. 하여 희생자는 미실새주와 저 둘중에 한 사람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진흥대제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을 얻는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호기만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미실도 진정 사람을 얻고 싶어졌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공주님께서도 혹여라도 이기신다면 제 사람들을 거둬 주시겠다고 약조해 주시지요"
"네, 약조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긴다면요"
이런 대화를 한 후 덕만공주는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고 하겠지요. 이때 미실새주가 "공주님, 이기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을테지요. 그러면 덕만공주 뒤돌아서서 90도 각도로 올려준 속눈썹이 강조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정 미실새주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라며 나가지 않았을까요?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처소에서 실로 길고 긴 밤을 보냅니다. 덕만공주는 천명공주가 남겨준 두동강난 옥빗을 꺼내 보며 "언니, 내일이야. 지켜봐줄거지" 라며 앞으로 다가올 운명을 결연히 맞이하겠다는 장면이 이어졌고, 미실도 깊은 생각으로 뜬눈을 지샙니다. 그리고 운명의 날이 다가왔지요. 공개추국일.
대의는 덕만공주의 편이었고 계획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음을 알게 된 미실은 결국 실패를 인정하며 활을 들었는데요, 활시위를 떠난 화살의 행방에 여전히 짐작하기 힘듭니다. 덕만공주를 향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지만, 아무튼 화살의 행방과 미실의 최후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깁니다. 미실이 진흥제를 독살하려 했던 그날 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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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6 12:59




선덕여왕 44회 방송분부터 지금까지 위기에 처한 덕만공주를 구하기 위해 가장 애타했던 사람은 저는 단연 비담이었다고 생각해요. 비담의 마음도 몰라주고 덕만공주는 이루지 못한 사랑 유신랑을 여전히 마음 속의 정인으로 품고 있지만요. 오늘은 늘 상처받고 외면받는 덕만공주를 향한 비담의 연정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비담의 마음을 중간정리하고, 미실의 죽음 이후 비담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에요.
미실은 염종을 찾아와 비담을 데리고 청유를 떠나라고 부탁했지요. 미실이 거사를 앞두고 비담을 묶어두려는 이유는 두가지겠지요. 비담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과 비담의 출중한 무예를 아는 미실이 비담을 거사에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미실이 자신을 묶어두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비담은 미실이 정변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과 덕만공주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직감합니다. 염종에게 포박을 풀어달라며 으르렁대는 비담에게 염종이 자기를 설득시켜보라 하지만 비담은 차마 말을 못합니다. 자신이 미실의 아들이라는 것을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담은 "공주님이 위험하다.지금 이 상황을 꿰뚫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가야해" 라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합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면 염종은 벌써 죽었을 거에요. 살기가 폴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비담이 염종에게 묶여있을때 궁궐에서는 열성각 화백회의장 무장난입과 상대등 시해 배후로 덕만공주 추포령이 내려졌지요. 염종은 궁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상대등이 칼에 찔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담을 풀어주었지요. 아마 '에에,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싶었겠지요. 상대등이 칼에 찔렸다는 말을 들은 비담의 첫마디는 "공주님은 어찌되셨어?" 였어요.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구해야 겠다" 하며 자리를 박차고 궁으로 달려갑니다. 한 여인만이 눈에 보이는 비담의 마음을 어찌할까요? 저는 비담이 너무 가여운 마음이 드네요. 

궁에서는 유신랑과 춘추, 그리고 덕만공주가 궁을 막 빠져 나오려는 순간 춘추가 잡혀버리고 궁문은 닫혀버렸지요. 칼을 내려놓는 유신랑과 덕만공주를 포박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들고, 줄을 타고 멋지게 등장해 준 흑기사가 바로 비담이었지요. 그 멋진 장면에서는 꺄아악~하고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비담이 덕만공주와 춘추를 데리고 빠져나오는데 유신랑은 덕만공주가 도망가는 시간을 벌어주겠다며 궁문을 안에서 잠궈버렸지요. 
덕만공주와 유신랑이 궁문을 사이에 두고, 애절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덕만공주가 "유신랑, 유신랑"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생뚱맞고 옥의 티라 생각되지만, 그렇게 비담의 덕만공주 구출기는 성공을 했지요. 안타깝게도 이 장면에서 비담은 낙마로 부상을 입었고, 지금도 후유증이 있다고 하네요. 빨리 회복해서 휙휙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물론 선덕여왕 제작진에서 더 걱정이 크겠지만요.
알천랑과 서현공, 용춘공을 구출하기 위해 덕만공주는 결사대를 조직해 궁에 직접 가겠다고 하는데 비담은 결사적으로 덕만공주를 말립니다. 어쩌 그 위험한 곳에 직접 가려 하느냐고요. 그런 비담에게 덕만공주는 "네가 날 목숨 걸고 지키라"고 명을 내리지요. 아주 비담에게 책임감은 다 지워주네요. 목숨까지 걸고 지키라니 그럼 덕만공주는 뭘 줄건데요? 마음이나 조금 알아주지...(그저 제 푸념입니다)
그런데 상황은 덕만공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유신랑의 뒤를 밟은 칠숙에 의해 은신처가 발각돼 버린 거지요. 이때 비담은 춘추와 함께 염종의 비밀기지에 있었고요. (아마도 비담 김남길의 낙마로 인한 부상으로 비담이 없는 설정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보여집니다만)
소화의 희생으로 덕만공주는 무사히 탈출하게 되었지요. 소화의 죽음으로 우는 덕만공주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비담이 위로해 주려고 다가가는데, 유신랑이 혼자 있게 하라고 만류를 해버립니다. 비담은 어찌보면 덕만공주에게 남자로 다가가는 기회를 유신랑으로 인해 막히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저는 그 장면에서는 막는 유신랑이 밉더라고요.

덕만공주와 비담은 예전에 반말을 주고 받던, 어찌보면 덕만공주의 입장에서는 친구같은 사이였어요. 비담이 비록 덕만공주를 주군으로 모시겠다는 충성서약을 했지만, 예전 천명공주가 공주임을 몰랐을 시절, 천명을 여승으로 알고 편하게 마음을 터놓았듯이 비담 역시 가끔은 덕만공주에게 친구같은 어찌보면 가장 편할 수 있는 사이였어요.
촌장을 죽이고 돌아왔을 때도 비담이 덕만공주를 기디리고 있다가 "공주님은 미실처럼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입꼬리를 안 올려도 더 강해보여요. 저한테는 그냥 공주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래야 설레요" 하며 수줍게 고백했던 비담이었어요. 덕만공주가 비담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저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럼 혹시 알아요, 나도 변하게 될지"라고 이어졌던 비담의 방백처럼 비담은 덕만공주에 대한 연모의 마음과 야망 사이에 흔들리고 있는 갈대같았어요.
그런데도 덕만공주는 늘 중요한 일은 유신랑과 상의를 하면서 비담을 서운하게 합니다. 염종의 비밀기지에 합류한 후 닥만공주는 포로를 구출하러 가려던 계획을 수정합니다. 자신때문에 희생당하는 것을 못보겠다며, 더이상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겠다며 제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버린 것이지요. 공개추국을 요구하면서요.
이번에 궁에 들어갔을 때 역시 유신랑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급기야 비담은 유신랑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유신랑 얼굴을 한대 치기까지 했지요. 비담의 그 때 표정은 마치 애인을 사지로 보낸 듯한 불안과 분노처럼 보였어요. 염종에게 밧줄로 묶여있을 때 역시 덕만공주의 안위에 몸달아 하던 비담이었는데, 유신랑이 궁으로 들어가겠다는 덕만공주를 막지 못한 것에 분노를 터뜨렸지요. 그때 비담의 표정은 덕만공주의 신하로서 비담이 아니라 한 여인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져 오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신에 대한 자책같아 보이기도 했고요. 
"죽는다구, 궁에 들어가면 죽는다구, 미실이 공주님을 살려둘 것 같아?"라며 비담은 공주가 아닌 사랑하는 정인을 걱정했고, 아들마저도 버렸던 미실의 잔인한 성정에 불안해 하고 떠는 모습이었어요.
비담의 흥분에 유신랑은 덕만공주를 그리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춘추를 언급하였지요. 유신랑의 말은 이치는 맞는 말이지만, 비담은 그런 유신랑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급기야 주먹으로 유신랑을 쳐버립니다. "네가 뭔데 감히 공주님을 장기판의 말로 삼는다는 말이냐?" 라며요. 그 순간 쬐금 통쾌했던 저의 마음은 또 뭐래요?  
장기판의 말로 보느냐는 말은 덕만공주가 궁으로 떠나기 전에 유신랑도 덕만공주에게 했던 말이었어요. 덕만공주가 우리 모두 역사 앞에서는 장기판의 말일 뿐이라며 유신랑의 말을 막았는데, 유신랑은 덕만공주가 했던 말을 똑같이 옮기지요. 모두가 역사앞에서는 말일 뿐이라고요. 비담이 유신랑에게 했던 말처럼 잘난척은 혼자 다하는 유신랑이에요.
힘없이 주저 앉으며 비담이 유신랑에게 한마디를 하는데 저는 그말이 덕만공주에 대한 마음을 다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신랑 네 머리 속에는 이제 공주님은 없고 신라만 있어? 공주님이 어찌되든 신라만 잘되면 되냐?" 라고 하는데 그 순간은 대의도, 대업도, 야망도 모두 버리고 오로지 한 여인을 향하는 마음같아 비담이 측은했고, 몰라주는 덕만공주가 야속하기도 했답니다.
비담에게 지금 덕만공주는 어떤 존재일까요? 저는 비담이 유일하게 마음을 기대는 어머니이자 정인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담이 미실과의 청유에서 미실이 왜 덕만을 따르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이 오리이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한 것이 떠오르네요, "오리는 알에서 깨어나 자기를 처음 봐준 자를 무조건 따른다" 며 세상에서 나와 처음 본 사람이 덕만공주였음을 미실에게 고백하던 장면이 있었지요. 그리고 문노가 죽어가면서 덕만공주님은 너에게 측은지심을 끌어냈다는 말을 떠올리며 비담은 피식 웃었었지요. 
사지로 들어간 덕만공주는 비담에게는 신라의 왕이 될 사람도, 공주도 아니었어요. 자신을 세상에서 처음 봐 준 사람, 어머니였고, 정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인생 스승이었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대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길러준 어머니 소화의 주검앞에 하염없이 통곡하던 연약한 여자였고, 촌장의 목을 베고 손을 바르르 떨던 여리디 여린 여자일 뿐이었지요. 
그런데 그런 비담의 마음은 번번히 유신랑에 의해, 미실에 의해 표현도 못하고 꺾이고 맙니다. 유신랑을 정인으로 품고 있는 덕만공주에 마음 속에 비담이 들어갈 자리는 없고, 미실은 덕만공주를 강한 여전사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게 계속적으로 공격을 해왔으니, 덕만공주의 마음을 하루도 편할 날이 없도록 만들었을지도요.
태평한 시대였다면 예전에 불쑥 생일 꽃다발이라며 내밀었듯이, 후원을 거닐며 들꽃이라도 한다발 꺾어 수줍게 고백도 해볼 수 있었을텐데, 늘 덕만공주의 주위만 배회하는 비담의 눈빛이 슬퍼보이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가 비담을 어떤 식으로 그려갈 지 모르지만 덕만공주가 비담을 향해 웃어주었다면 드라마는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요. 상처받고 외면받는 바라보기만 하는 사랑이 훗날 덕만공주와의 정치적 결별을 위한 극적인 설정일지라도 비담의 순애보는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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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06:48




어제 글에 <덕만공주가 호랑이 굴로 들어간 이유>에 대한 분석글을 올렸었는데요, 작가님 생각과 같았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선덕여왕을 분석하는 재미도 크네요. 진흥제가 호랑이 잡은 무용담과 덕만공주가 호랑이 굴을 제발로 찾아 간 것을 보고 피는 못 속이나보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손에 땀을 쥐었던 이번 48회는 아쉽게도 예고편이 없어서 미실이 쏜 화살의 행방은 귀띔도 없이 궁금증만 더해가고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겠네요. 재미삼아 미실이 쏜 화살이 어디에 가서 꽂혔을까 추측해 볼까해요. 잠깐 화살이 꽂힌 곳으로 가기전에 미실이 비장한 각오로 활을 들기 전까지 어떤 일들이 진행되었는지 드라마 줄거리 간추리고 가도록 하지요.
홀홀단신으로 얼굴에 웃음까지 띄며 등장한 덕만공주를 본 미실은 당황합니다. "네가 어쩐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덕만공주는 어서 잡으라며 대신 공개적인 추국을 해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이제는 덕만공주를 쉽게 죽이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 이르렀지요. 추포 중에 죽였다면 사고사로 위장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미실은 더 바빠집니다. 덕만공주가 제발로 궁에 들어왔다는 것은 덕만공주가 은밀히 진행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인데, 이는 무력충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더구나 황실혈통 춘추공이 남아 있으니 덕만공주 하나 쳐낸다고 성공할 수는 없으니 미실 역시 군사를 움직이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지요. 

화랑들까지 진평왕이 있는 인강전 앞에 몰려가 공개추국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는 사태까지 이르자 미실은 공개추국을 결심합니다. 그리고 귀족들과 군사들 점검에 나섭니다. 이제는 덕만공주를 죽이고 살리고의 문제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어요. 덕만공주측과 전쟁밖에는 길이 없습니다. 미실의 2차난이라 할 수있는 군사정변이 시작된 것이지요. 덕만공주나 미실에게나 가장 중요한 인물이 상주정 당주 주진공입니다. 춘추공과 미실이 주진공에게 물밑교섭을 하지만, 역시 하늘의 뜻은 미실에게 있지 않았나 봅니다. 주진공은 춘추와 염종, 그리고 훈련된 사병을 이끌고 서라벌로 진격해 오고 있으니까요.
미실은 서라벌 일대와 공개추국이 열릴 연무장에 군사를 배치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도 불사한다는 화랑들은 멀찌감치 황제 처소의 외곽 경비를 맡게 하는 등 덕만공주의 발을 묶어버리지만, 덕만공주도 앉아서 당하고 있지는 않았지요. 춘추공이 주진공을 끌어들이는 동안 유신은 화랑들과 긴밀히 접촉을 하며 화랑들의 대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화랑들이나 귀족들 모두 왜들 그렇게 뜸을 들이면서 결심을 안세우는지, 물론 극의 긴장감을 위해서 였겠지만 한대 쥐어패주고 싶더군요.ㅎ 
드디어 덕만공주의 공개 추국일. 귀족들이 속속 등장하고 추국장에는 덕만공주를 비롯하여 알천랑, 서현공, 용춘공 그리고 화랑들까지 끌려나와 공개재판을 받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설원공과 보종랑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는 귀족들도 있었지요. 사병을 병부에 귀속시키겠다는 각서에 도장을 안찍은 귀족들이에요. 그러고 보니 보종랑은 지난 편전회의장과 공개추국일에 귀족들 목을 서슴없이 베어버리는데 김유신 다음으로 풍월주에 오를 인물인데, 너무 생각없이 칼에 피를 묻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드라마니까 그냥 넘어가야 겠지만요.
미실새주도 위풍당당하게 공개추국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자리에 앉아 국문을 시작하려 하는데, 보종랑이 허겁지겁 들어옵니다. 귀족들의 참석률이 너무 적다는 보고였지요. 참석해야 할 귀족들이 200여명인데 과반수는 커녕 40~50명 밖에 오지 않았다 하니 미실은 당황하기 시작하지요. 엎친데 덥친격으로 주진공의 암살까지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지요. 주진공의 암살이 실패했다는 것은 주진공이 덕만공주편으로 돌아섰다는 것이고, 또한 군사를 이끌고 궁으로 진격해 오고 있다는 의미지요. 당황한 미실은 궁문을 잠그라며 병사들을 배치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그런데 또 일이 터져버립니다. 황제를 연금하고 있던 인강전이 화랑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설원공의 보고가 들어왔지요. 풍월주 유신랑과 문노로 분장한 비담이 화랑들에게 "화랑들은 의를 따르라" 라는 국선 문노의 이름으로 하달된 명에 화랑들이 의를 위하여 칼을 빼들었지요. 죽은 제갈량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물리친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문노로 변장한 분 비담이 맞나요? 전 비담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리고 공중에서 또다시 삐라(유인물)살포가 이어졌지요. 지난회 당사신 행렬에 등장했던 방패연이 이번회에는 "폐하를 구했다" 라는 유인물을 대량 살포하면서 상황은 덕만공주의 승리로 돌아가나 봅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안 미실새주는 활을 들어 덕만공주를 겨냥하고 활시위를 당기는데요, 덕만공주는 일어나 "활아 어서 오너라" 라며 앙팔까지 벌여주었습니다. 활을 떠난 화살은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화살의 향방을 예측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지만 저는 두가지만 생각해 보려구요.

첫째, "그래, 덕만 네가 이겼다" 미실새주의 마지막 꿈을 향한 불꽃은 꺼져버리고, 미실의 손에서 떠난 화살은 "텅 슈르르"소리를 내며 닫힌 궁문에 꽂힙니다. 폐하를 구했다는 유인물 한장과 함께 꽂히면 더할나위 없이 보기좋겠지요. 미실이 쏜 화살은 결국 덕만공주를 향하지 못합니다. 덕만이 이겼다고 인정하면서 "나 혼자 갈 수는 없어, 덕만공주, 나랑 저승길을 함께 가자꾸나" 하면서 덕만공주를 쏘았다면 그것은 미실새주답지 않은 일이지요. 이런 물귀신 작전을 쓸만큼 미실은 치졸스럽지는 않았을 거에요. 덕만공주를 죽인다한들 얻을 게 하나도 없는 미실이지요. 마지막 활시위를 놓는 장면에서 미실의 손을 흔들렸어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갈 것임을 안 미실은 허망한 자신을 향해 활을 당긴 것이지요. 
"이것으로 끝이구나. 하늘은 이 미실을 택하지 않는구나. 정녕 대의가 이 미실에게는 없었다는 말이던가... 이 미실의 시대는 결국 끝났구나" 라는 독백을 하며 미실은 활을 툭하고 떨어뜨리겠지요.
이후 설원공과 칠숙이 날렵하게 움직여 미실을 피신시키는 장면으로 이어지겠지요. 아마도 궁문 앞에는 춘추공과 주진공이 이끄는 군대가 도착을 할 것이고 유신랑이 이끄는 화랑들도 연무장을 향해 돌진해 올 것이고요.
둘째, 이 상상은 좀더 드라마틱한 상상인데요. 미실이 쏜 화살을 문노로 분장한 비담이 궁궐 담 위에서 화살로 미실의 화살을 쏴버리거나, 혹은 공중제비로 날아와 칼로 쳐내거나 손으로 턱 잡아버린다는 거에요. 신출귀몰한 비담이니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축지법으로 날아와서 화살을 막고 나선 삿갓 비담을 보고, 미실을 비롯해 모든 연무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겠지요.
"저건 국선 문노??" 라며 미생공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공작깃털 부채까지 떨어뜨리고, 미실도 의아하게 삿갓을 쳐다보지요. 비담은 멋지게 활을 쳐내고 폼나게 착지한 다음 미실을 올려다 봅니다. 이 때 비담은 삿갓 한귀퉁이만을 살짝 올려주는 센스도 보여주겠지요. 미실은 비담을 한눈에 알아보고 동공이 확대되고, 비담은 입 한쪽꼬리만 올려주는 썩소를 날리면서 서로 말없이 응시를 하지요. 그리고 
"비담, 너로구나. 활을 쏘는 순간 후회했다. 소용없는 짓임을.. 네가 막아줘서 다행이다"
"어머니, 이제 끝났습니다. 그만 꿈을 버리시지요"
라는 말을 눈빛으로 주고 받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상상으로 한 생각이에요. 너무 궁금해서 말이지요. 여러분은 어느 경우 같으신가요? 어떤 재미있는 상상을 하셨는지 댓글로 달아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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