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04 '추노' 옷고름에 담긴 혜원의 두 마음 (42)
  2. 2009.11.02 '선덕여왕' 비담에게 남기는 미실의 유언 (55)
2010.02.04 08:01




추노 9회는 그야말로 숨돌릴 틈도 없는 긴장감 속에서 빠르게 전개되었습니다. 한장면 한장면이 그림같았고, 의미 또한 심오하게 담아냈는데요, 저는 언년이(김혜원)과 송태하의 장면을 인상깊게 봤어요. 특히 언년이가 자신의 쓰개치마에서 옷고름을 뜯어 송태하에게 준 것은 그 의미가 컸었지요.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추노 9회 줄거리 요약하고, 혜원의 옷고름에 담긴 혜원의 마음에 대해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객 윤지에 의해 머리띠가 잘려 나가 송태하가 도망노비임을 알게 된 혜원은 송태하를 뿌리치지만, 송태하는 언년을 데리고 함께 배를 타고 제주로 향합니다. 송태하를 쫓던 대길은 호위무사 백호의 저지로 칼을 겨루게 되지요. 이유없이 달려 든 백호에게 연유를 물으니 백호의 가슴에서 뜻밖에도 언년의 몽타쥬가 나옵니다. "이 여인을 알고 있나?" 백호는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고요. 언년의 몽타쥬를 보고 넋이 나가 버린 대길을 향해 언년의 그림을 날리면서 백호가 언년의 몽타쥬를 두 동강이를 내버렸지요.
잠깐 옆길로 새는 얘기지만 언년의 몽타쥬를 두동강이를 내버린 백호는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이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네요. 감히 자신이 사모하는 아가씨 얼굴을 반토막을 내다니 참 어이없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상만은 훌륭했으니 웃으며 넘어가지요. 이렇게 어이없는 행동을 한 백호는 날아오는 창에 관통돼서 죽고 말았지요. 허망한 죽음이었네요. 갖은 폼은 다 잡더니 말이지요. 하긴 칠흑같은 머리카락 흩날리며 혜원을 노리던 자객 윤지처럼 허무하게 죽어버린 사람도 있으니 과히 억울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백호의 호패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달려 간 대길이를 쫓아 설화마저 말을 타고 가버리고, 낙동강 오리알된 최장군과 왕손이 대길을 뒤따라가지요. 설화를 통해 백호가 고용된 양반집을 알아낸 대길은 김성환이라는 양반이 집안을 몰락시킨 철천지 원수 큰놈임을 알아 버렸습니다. 큰놈이를 향해 칼을 빼들고 달려간 대길은 언년이가 이미 훈련원 군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0년간 언년이 하나 찾겠다고 추노꾼의 험한 길을 살아왔는데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대길이에요. 송태하와 언년이를 지구끝까지 쫓아가서도 찾아야 할 이유가 또 생겼네요. 물론 대길이 두 사람을 죽이려고 찾지는 않겠지요. 송태하의 과거 전력을 알고 있으니 연유라도 알고 싶을 겁니다. 사실 여부도 확인해야 할테고요. 대길이와 언년이는 이렇게 엇갈려만 가는데, 설화는 세상남자 다 안 믿어도 오라버니는 믿는다며, "여자가 믿는다는게 무슨 뜻인지 알아?"라고 진심을 고백하니 대길이 머리가 깨질판이겠네요.
한편 억지로 언년을 끌고 함께 동행한 송태하에게 언년은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어찌 노비가 되었는지, 도망노비도 아니면서 왜 쫓기는지, 또 어디를 가려는 것인지, 무슨 일을 하려는지에 대해서요. 송태하는 혜원에게 과거 소현세자와 청에 볼모로 갔었던 일부터, 친한 친구 황철웅의 배신으로 군량미를 횡령한 누명을 쓰고 관노로 떨어졌던 일까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 주었지요. 노비신분을 벗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제주에 간다는 사실까지도요.
노비신분을 벗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느냐며 "노비보다 더 못한 것은 없답니다" 라며 혜원이 쓰개치마에서 옷고름을 한짝 찢어서 송태하에게 전해주었지요. 혜원에게 노비라는 신분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어요. 노비였기에 양반도련님과 사랑이 허락되지 않았고, 오라비 큰놈이가 대길을 죽인 이유도 노비로 팔려가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였으니까요. 도련님이 자기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지옥보다 더 큰 고통속에서 10년을 살아왔겠지요. 그만큼 혜원에게는 노비라는 굴레가 세상 어떤 것보다 큰 무게였지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언년은 송태하에게 옷고름을 뜯어 주었지요. 인두로 가슴을 지지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혜원 역시 가리고, 아니 지우고 싶은 이름 '노비 언년'이었을테니까요. 
제주로 가는 배에서 잠든 송태하의 이마에 새겨진 낙인을 옷고름 머리띠로 가려 주자, 송태하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도포를 벗어 언년이에게 덮어 주었지요. 잠든 척한 언년이었지만, 언년이를 내려다 보는 송태하의 눈이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눈빛이었지요. 이렇게 뜻하지 않은 동행으로 사랑 역시 뜻하지 않게 피어나는 모양입니다.
다음날 갑판에 서있는 송태하에게 도포를 얌전히 개켜 돌려주는데, 송태하의 도포 위에는 허리띠가 정갈하게 매듭지어져 놓여 있었어요. 혜원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언년이가 송태하에게 물었지요. "이 뜻하지 않은 동행길에 나리의 무엇을 믿고 함께 해야 하냐?" 고요.
혜원이 뜯어준 옷고름은 노비신분을 벗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송태하를 믿고 함께 하겠다는 답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송태하에게 새로이 피어나는 사랑도 담겼을 겁니다. 
저는 혜원의 옷고름을 보면서 혜원의 마음에 대해 두가지를 생각해 봤어요.
하나는 혜원이 송태하에게 일종의 호신용 부적, 혹은 뜻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주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아이를 길러보신 분이라면 아이의 첫배냇저고리를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첫배냇저고리를 간직하고 있다가 중요한 시험일에 저고리 고름을 떼서 안주머니에 꿰매주면, 시험을 잘 치른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저 역시 두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데요, 아이들 첫 물건이라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지만, 왠지 어른들의 말씀을 허투루 들리지는 않아 보여요. 물론 옷고름을 떼서 넣어줘 보지는 않았지만요.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아니 노비가 아니라 그 보다 더 못한 것이 됐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제주까지 온 송태하였지요. 혜원은 그런 송태하의 진심을 읽었지요. 그래서인지 큰 일을 하려는 송태하의 앞길에 무운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또 하나는 혜원이 송태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전설의 고향류 사극에서 나왔던 옷고름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를 시어머니가 광에 가두고는 가위를 가져와서 옷고름을 자르고는 내쫓아 버리는 내용이었어요. 옷고름이 잘린 여자는 소박맞은 여인이라는 표식이었어요. 옷고름이 잘려 나간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길거리에 있으면, 데려가서 혼례를 치뤄도 되는 일종의 재혼을 허락해 주는 관습이 있었어요. 물론 목을 매고 죽거나 자진해서 열녀문을 하사받은 집안도 있었지만,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며느리를 딱히 여겨서 그런 관습을 이용해 며느리에게 새 인생을 살게 한 집안도 있었지요. 혜원의 뜯겨진 옷고름은 그런 의미가 내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를 소박시키면서 송태하에게 마음을 주겠다는 의미로 말이지요.
조선의 한복은 색깔로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호패와 같은 역할도 했어요. 왕족과 관료, 양반과 평민, 그리고 천민의 복색이 신분에 따라 엄격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혜원이 소복을 벗고 갈아 입은 옷은 기혼여성을 의미하는 남색치마에 옥색 저고리였지요. 언년이 머리를 올린 연유 또한 그 복색에 따른 결혼한 여성임을 말한 것이었고요. 
여자가 아무데서나 옷고름을 풀면 안된다느니, 첫날 밤 옷고름을 풀어 준 낭군님이라는 표현을 하는데요, 조선 여인에게 있어 옷고름은 정절과 사랑을 상징합니다. 설화가 왕손이에게 옷고름으로 헛물을 켜게 장난을 치고, 주막의 큰 주모나 작은 주모 역시도 최장군이 옷고름을 풀어 줄 날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듯이, 옷고름은 여인의 사랑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것이지요. 혜원이 옷고름을 준 것은 송태하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큽니다.   
이렇게 송태하와 혜원에게는 사랑인지 믿음인지 아리송한 감정들이 피어오르고 있는데, 혼례를 올렸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을 쫓는 대길의 마음에는 어떤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을까요? 애증? 그리움? 분노? 저는 슬픔이라고 생각됩니다. 삶의 의미까지 목적까지 상실하게 하는 깊은 슬픔같은 것 말이에요. 대길과 혜원의 엇갈린 사랑, 쫓기듯 위태로운 송태하와 혜원의 사랑, 그리고 해바라기 사랑을 하는 설화까지 드라마 추노는 혜원의 뜯긴 옷고름처럼 시청자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휘젓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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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8 Comment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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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illerich 2010.02.04 12: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좀 전에 봤습니다^^..급진전 모드로 돌변했는데..
    그전까지도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여줬는데..얼마나 달릴려고 이러나요^^;;
    대길이만 불쌍해지는건 아닌지..;;

  3. 달려라꼴찌 2010.02.04 13:01 address edit & del reply

    헛....송태하와 언년이가 혼례 올렸었어요?
    이런 잠깐 제가 한눈판 사이 번개불에 콩볶아먹듯이 둘이서만 혼례 올렸다 봅니다.....ㅠㅜ

  4. 핫초코 2010.02.04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님 글읽으니 옷고림 부분에 대한 이해가 되네요 ㅎㅎ. 전 태하허리띠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태하의 표정이 의미심장해서 참으로 오랫만에 아녀자의 챙김을 받아서 해원을 여자로 더욱 느끼게 되는건가 생각햇었는데...ㅎㅎ

  5. blue paper 2010.02.04 1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
    정말 완소 드라마~

  6. 둔필승총 2010.02.04 13:36 address edit & del reply

    오, 어제 저런 이야기가 진행됐군요.
    아, 추노 계속 놓치고 있슴다.^^
    초록누리님 늘 건강하세요~~

  7. 뽀글 2010.02.04 13:42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정말 반전이 많았어요^^;; 너무 재밋는데..너무 사람들이 순식간에 많이 죽었어요..
    나름감초역활들을 했었는데..ㅠ
    오늘이야기 너무 기대되요^^

  8. 하얀 비 2010.02.04 13: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다, 본다하면서도 못 보고 있어요. 실상 텔레비전 자체를 잘 안 보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여기도 애틋한 러브라인이 존재하는군요. 하긴 드라마에선 빠질 수 없는 요소죠.
    추노의 옷고름과 하이킥의 목도리? ㅋㅋ

  9. 베짱이세실 2010.02.04 14: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옷고름을 자르는 거, 그 시대엔 다양한 상징이 있었군요.
    저도 어제 추노, 봤어요. 재방송으로 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서. :)

  10.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2.04 14: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일이 있어 '추노'를 못 봤어요.
    오늘 퇴근 후에 볼 생각이라는,,
    초록누리님의 친절한 설명에 '추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추노'에 대한 다음 포스팅 기대할게요. ^^

  11. Reignman 2010.02.04 14: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댓글을 보니 데니 안도 이 드라마에 나오나봐요. ㅎㅎ
    첫 드라마인 거 같은데...연기는 잘 하는지 궁금합니다.
    손호영보다는 잘하겠죠?;;;

    • .. 2010.02.04 15:38 address edit & del

      생각보다 잘해요 ㅋㅋ 저도 완전 발연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노력 많이 한듯...사극톤 힘든걸로 알고 있는데 어색하지 않아요

  12. 날아라뽀 2010.02.04 14: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옷고름 하나로 이렇게 많이 풀어내시다니 대단해요^^

  13. 압구정쩜장 2010.02.04 16:05 address edit & del reply

    똑같은 드라마를 보고 이렇게 풀어내시니 작가양성학교 교장선생님 같네요^^

  14. 몸짱의사 2010.02.04 16: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외출하느라 보질 못했습니다...ㅜㅜ;;; 오늘은 꼭 본방을 사수해야 겠네요!!! ^^

  15. 빨간來福 2010.02.04 16: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읽으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다가 또 읽게 됩니다. ㅠㅠ

  16. 아ㅠㅠ 2010.02.04 16:3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대길이랑 언년이가 됬음 하는데 ㅠㅠ 둘다 죽더라도.. 좋으니까...
    대길이랑 언년이가 계속 서로 좋아하게 해주세요 ㅠㅠ 작가님들아 ㅠㅠ
    이루어지지않더라도 서로 계속 좋아하다가 죽으면
    나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데...
    차라리 기억속에서라도 아름더웠던 커플로 남게 도와주세요 ㅠㅠ

  17. pennpenn 2010.02.04 16: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혜원의 옷고름에 그토록 중요한 의미가 있군요~
    오늘이 기다려 집니다.

  18. kgyjg 2010.02.04 16:54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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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skagns 2010.02.04 18: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에공.. 저의 마음도 싱숭생숭하게 휘젓고 있네요. ㅎㅎ
    정말 공감 추천 빵빵빵하고 갑니다. ㅋㅋ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20. gemlove 2010.02.04 21: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의외로 두명이나 죽어서 ㄷㄷㄷ 생각보다 빨리 ㅠㅜ

  21. 못된준코 2010.02.05 03: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순간 대길이 생각나서....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2009.11.02 12:52




궁금증을 더하고 있는 빨간 서찰은 미실의 비밀의 지하를 빠져나와 소화의 품안에 불안하게 감춰져 있는데요, 칠칠맞은 소화가 흘릴 것 같은데 왠지 비담이 서찰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서찰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진흥대제의 밀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작가의 또 다른 생각이 아니라면 선덕여왕 1회에서 진흥제가 설원랑에게 직접 내린 조칙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진흥제가 직접 써서 내린 조칙은 "신라의 적인 미실을 척살하고 대의를 세우라"는 내용이었지요. 그 빨간 서첩속의 밀지가 진흥제의 조칙이라면 왜 미실이 마지막 거사를 앞두고 설원공에게 밀지를 가져오라고 했을까요? 그 밀지가 진흥제의 조칙이 맞다면, 이유는 비담에게 전하고 싶은 미실의 유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원공이 서찰을 가져다 주면서 왜 지금 이것을 가져오라고 했는지 물었지요.  미실은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했고요. 그리고 미실은 "우리가 하려는 일이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비담을 언급합니다. 그 서찰과 비담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비담과의 청유에서 돌아온 미실은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마지막을 불사르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말이지요. 스스로 왕이 되려는 미실은 많은 변수들을 생각했을 겁니다. 특히 실패를 했을 경우의 수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겠지요. 미실이 정변에 실패한다면 다치는 사람이 많지요. 설원공을 비롯해 세종공, 미생공, 그리고 금쪽같은 자식들, 그중에서 마음에 걸리는 인물이 비담입니다. 보종랑이나 하종은 뜻을 품은 큰 그릇은 아니고, 버린 비담은 자신을 너무도 빼다 닮은 아들이지요. 야망도 배포도 그릇도 커 보이니까요.
그런데 비담에게는 어미로서 뭐하나 해준게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요. 무엇보다 비담이 품고 있는 꿈이 미실은 아깝습니다. 여인으로서 꾸지 못했던 왕, 왕이 될 수 없었기에 신라를 위한 꿈도 꿔보지 못했고, 그저 황후가 되겠다는 초라한 꿈속에 날개를 펴보지도 못했는데, 비담은 천년의 이름을 걸고 싶은 대업으로 가는 꿈을 꾸고 있음을 미실은 보았습니다. 그런 아들을 위해 미실은 무언가를 남기려 합니다. 그것이 설원랑에게 가져오라고 한 진흥왕의 조칙, 즉 황제의 명령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빨간 서첩이 미실이 비담에게 남기는 유언이라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빨간서첩이 등장했던 설원공과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하지요. 설원공이 서첩을 건네면서 미실에게 말합니다. "새주, 저는 지금까지 새주께서 하신 모든 것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허나 이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지금 이것을 가져오라 하셨습니까?"
그러자 미실은 애초에 그것을 남긴 것은 설원공을 얻고 설원공의 불안을 달래주기 위해서 였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미실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 한다고요.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예, 비담입니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지요. 그리고 오늘 밤은 그날 밤처럼 참으로 길다고 하는 장면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납니다.
분석에 들어가기로 하지요. 우선 그 서찰은 무엇일까? 일단 여기서는 '미실을 죽이라'는 진흥제의 조칙이었다는 가정하에 분석을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실은 그 서찰을 어떤 이유로 가져오라고 했느냐? 입니다. 단지 미실의 요동치는 불안감을 달래는 부적같은 의미의 종이쪼가리 수호품으로 가져오라고 한 것은 아닐테지요.
미실이 그 서찰을 가져오게 한 것은 정변이 실패로 끝날 경우 서찰을 공개하기 위해서 입니다. 설원공이 이해할 수 없다며 놀랐던 이유는 미실이 족히 30년은 넘었을 그 케케묵은 서찰을 공개하려고 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전하려고 하는 미실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공개하려고 했을까? 이에 대한 경우의 수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덕만공주를 비롯한 신라 전체에 공개되는 일, 두번째는 비담에게만 은밀히 전하는 것이지요. 첫째의 방법은 큰 의미는 없어보여요. 30여년전에 미실을 죽이는 것이나 정변의 수괴로 처형당하나 업어치나 메치나지요. 그러므로 진짜 목적은 비담에게 공개하려고 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더 있겠지요.

그럼 왜 미실이 비담에게 그 서찰을 비담에게 남기려고 했을까요? 미실이 비담에게 "진흥제의 명령으로 죽어야 했던 이 기구한 목숨을 네 손으로 끊어다오" 혹은 "30 여년 전에 내가 죽었더라면 비담 너라는 불쌍한 아이를 낳는 일은 없었을텐데 미안하구나. 그러니,너를 버린 비정한 에미이니 네 손에 죽고 싶다" 이런 말이나 전하려고 했을까요? 그것은 아니었겠지요. 만일, "신라의 적 미실을 죽인 댓가로 비담 너는 호국영웅이 되어 훗날 에미가 못이룬 꿈을 이뤄다오"라는 의미였다면 설득력은 있어 보입니다. 이 또한 미실이 비담에게 밀지를 공개하려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요.
미실은 지독한 혈통, 골품이라는 벽에 갇힌 부화되지 못한 알처럼 불쌍한 용이에요. 미실은 비담에게 그 벽을 깨주고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실이 진평왕에게 위국령에 대한 재가를 받으면서 옥새를 찍을 때 진평왕이 했던 말을 기억하실 거에요. 진평왕이 그랬지요. "이제와서 왕을 노리느냐? 진작에 네가 왕이 되었다면 천명도 잃지 않았을 것이고, 덕만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미실 너 또한 아들을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거야, 헌데 이제와서 남의 꿈을 빼앗겠다는 게냐?"라고요. 이에 미실은 그 꿈, 여왕이라는 꿈이 가장 탐난다며 편전회의장을 향합니다. 진평왕의 말을 듣고 열 받은 미실은 그 꿈의 자리 옥좌에 앉아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선덕여왕 1회에서 진지왕을 폐위시키던 날 "미안하다 아가야, 이제는 네가 필요없다"며 우는 비담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가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던 곳이 바로 미실이 앉았던 그 옥좌였습니다. 그때 그 옥좌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지만 않았더라도, 그 옥좌에 스스로 앉겠다는 꿈만 꾸었었더라도 늦지 않았을 것을... 미실의 마음은 회한으로 가득차 있었지요. 그리고 조정의 대소신료들을 향해 앙칼진 변론을 합니다. 미실이 편전회의에서 했던 말은 미실이 난을 일으킨 이유이자, 신라에 대한 배신감에 대한 분노였어요. 저는 미실이 했던 말이 자신을 위한 분노의 변론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니놈들은 무엇을 하였느냐? 니놈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기득권을 지키는 동안 나는 진흥제, 진지제, 지금의 폐하를 보필하며 신국을 책임져 왔다. 폐하의 유일한 혈손, 고귀한 성골? 그것이 신국을 지켜왔느냐? 아니 이 미실이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신국을 지켜왔다. 오늘 이후로 혈통에 대해 성골에 대해 다시는 말을 하지말라" 

저는 바로 이 말속에 비담에게 서찰을 보여주려고 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실은 비담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지켜온 신라, 그러나 진흥제는 자신의 야망을 한 눈에 보고 죽이려 했고, 평생을 다해 지켜온 신라는 혈통이라는 골품제를 빌미로 자신을 인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을요. 진흥제와 함께 목숨을 다해 지켜온 신라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었지요.
"비담아, 덕만공주를 왕위에 올리고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룬다 한들 너는 결코 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너의 야욕을 보이는 순간 황실은, 아니 신라는 너를 토사구팽할 것이다. 이 어미처럼... 그러니 너(야욕)를 철저히 숨기고 훗날을 준비해라.. 나는 성골이라는 골품제 벽속에서 알을 깨지 못하고 황후의 꿈만 꾸었지만, 너는 골품이라는 벽을 깨고 꿈을 이루거라. 내 몫까지. 명심하거라. 목숨을 다해 지켜 온 신라(진흥제)가 나를 죽이려 했음을... 온 마음과 온 몸을 다 해 지켜온 신라였건만, 성골이라는 혈통으로 그들은 나를 버리려 했다," 이런 말을 해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소화의 품속에 있던 빨간 서찰을 눈 여겨 보았던 비담이 그 서찰을 읽게 될 것은 분명해 보여요. 만약 미실을 척살하라는 명령이 담긴 진흥제의 조칙이 맞다면 비담은 그것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미실이 전하고자 했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요?
언젠가 설원공에게 미실이 울먹이며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그랬더라면 저도 다른 꿈을 꿔 볼 수 있었을텐데요"
미실은 비담에게 서찰은 남기면서 "네가 목숨을 다해 지킨 덕만공주라 할지라도 널 버릴 수 있을 것임을 기억해라. 나처럼...이 어미는 성골이라는 골품의 벽을 깨지 못하고 어린 너를 버려야 했지만, 너는 그 벽을 깨고 용이 되거라" 고 유언을 남기려 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담이 미실이 전하고자 했던 말을 이심전심으로 알았다면 훗날 비담이 난을 일으키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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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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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코리안블로거 2009.11.02 17: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의 포스트를 읽으니 오늘밤에 더욱 궁금해집니다.
    날이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초록누리 2009.11.03 01:15 신고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님도 건강유의하시고 늘 편안한 시간되세요^^*

  3. 핑구야 날자 2009.11.02 17:36 address edit & del reply

    자질과 관계없이 신분때문이었기에 미실 정말 억울 할꺼예요...

    • 초록누리 2009.11.03 01:17 신고 address edit & del

      미실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요..
      신라라는 시대에 태어난 게 불행일지도요..

  4. costrama 2009.11.02 17:51 address edit & del reply

    서찰 한자를 해석하신분은 없으신가요???? 가장 이해가 빠를 것 같은데 ㅠ

    • 초록누리 2009.11.03 01:18 신고 address edit & del

      한자 본문에 해석해서 올렸는데...
      신라의 적 미실을 척살하고 대의를 세우라가 한자 해석이에요.ㅎㅎ

  5. 오옷! 2009.11.02 17:53 address edit & del reply

    설득력 있는 주장이세요!^^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선덕여왕입니다ㅠㅠ

    • 초록누리 2009.11.03 01:18 신고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궁금해서 상상을 조금 해봤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6. dd 2009.11.02 17:56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군요... 근데 이거라면 비담과 덕만의 관계는 앞으로 더 나올 가망이 없네요. 차라리 이걸로 빠르게 다크비담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초록누리 2009.11.03 01:19 신고 address edit & del

      비담과 덕만은 아마 가능은 없어보여요.
      극적인 재미를 위해 연막은 계속 뿌려주겠지만...
      비담인물이 이중적이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7. ^^ 2009.11.02 18:06 address edit & del reply

    설사 이것이 꿈보다 해몽이였다고 해도
    참말 멋진 해몽이였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사실 지난주 화요일꺼는 지루하게 봤었는데
    오늘은 열심히 봐야 할꺼 같네요^^*

    • 초록누리 2009.11.03 01:20 신고 address edit & del

      맞아요..꿈보다 해몽일 거에요.
      그저 제가 상상해서 써본 거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도 감사드립니다^^*

  8. 털보아찌 2009.11.02 21: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빨리 돌아보고 선덕여왕 오늘은 꼭 봐야겠네요.

    • 초록누리 2009.11.03 01:21 신고 address edit & del

      털보님,,이번회 보셨어요?
      전 아직 못봐서 궁금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9. 지나가다 2009.11.02 21:53 address edit & del reply

    자료화면을 보니...
    新羅之敵 美室刺殺 修正立大義인것 같아보입니다.
    즉 신라의 적 미실을 제거하고 정의를 지키고 대의를 세우라...인가요...

    • 초록누리 2009.11.03 01:21 신고 address edit & del

      네...정확하게 해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주셔서. 댓글도요^^*

  10. 빨간來福 2009.11.02 22: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월요일이군요. 이젠 누리님 블로그에서 자동으로 압니다. 무한에서 선덕으로 이어지는....ㅋㅋ

    • 초록누리 2009.11.03 01:22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ㅎ

      미국도 지금 월요일 오전이지요?
      전 아직 동여상이 안올라와서 그거 기다리고만 있답니다.
      써머타임이 어제부로 해제되었는데 동영상도 이제는 늦어지네요.ㅜㅜ

  11. 베짱이세실 2009.11.02 23: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앗. 비담이 나중에 난을 일으키는군요...
    그런데 서찰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거에요? ㅜㅜ

    • 초록누리 2009.11.03 01:25 신고 address edit & del

      비담이 선덕여왕 말기에 난을 일으켜요. 역사적으로요.
      드라마에서 그 부분까지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세실님..지난번 글에 답글 다 못해드렸는데 우리딸이 세실님 칭찬 읽고 몸둘바를 몰라 하더라고요..
      칭찬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시간되세요^^*

  12. 홍콩달팽맘 2009.11.02 23: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와... 멋진 해석인데요.
    오늘 방송했겠네요. 인터넷에 올라올때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ㅠ, ㅠ

    • 초록누리 2009.11.03 01:23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인터넷 동영상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달팽맘님은 지금은 보셨을라나?
      오늘도 행복한 시간되세요^^*

  13. 보링보링 2009.11.02 23: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공개되었을까요?ㅎㅎ궁금하군요~

  14. 김유진 2009.11.03 04:24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저랑 생각이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15. ЁрЙ 2009.11.03 10: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햐...분석력이 뛰어나십니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제 생각만 그런거 같아서 그럴리가...했었는데 ㅎㅎ

  16. 지나가다 2009.11.03 10:53 address edit & del reply

    말씀하신 내용의 밀지는 설원랑이 받았던 것인데 그게 왜 유신집에 있을까요?..제가 생각하기엔 문노가 절에 두었던 비담의 신분에 관한 밀지를 문노가 유신 집에 맡겨 둔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그냥 제 생각에요..

  17. 근데염.. 2009.11.03 11:1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담도 사실 성골 아닌가요??? 진지제 아들인데????

  18. 태아는 소우주 2009.11.03 11:26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마마, 아직 취침 전이시죠?
    와 긴 글 읽느라고 시간이 걸렸답니다. 음.. 우선 너무 부지런하시구요..
    저는 어제 무엇보다 소하의 죽음에
    너무 맘이 아팠었어요. 같이 눈물이 쪼르륵..
    비담의 난이 드디어 일어난다니 기대해 볼꼐요

  19. 빛이드는창 2009.11.03 11:36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티비를 켜곤 10시때 바로 앉았지요~ 근데... 너무 오랜만에 보는 선덕여왕이라 앞뒤가 잘ㅜ
    이제야~ 아하! 하고 있답니다ㅋㅋㅋㅋㅋ

  20. 어신려울 2009.11.03 12:2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정말 재미있게 보았구요. 오늘도 기대됩니다.

  21. dddd 2009.11.03 14:46 address edit & del reply

    차라리 덕만과 비담이 인연이 없더라면 비담이 이렇게 아파하지 않고 자기 인생살텐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