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2.08.29 '신의' 도도한 노국공주, 공민왕 앞에서 눈물을 보인 이유 (9)
  2. 2012.08.28 '신의' 요물 김희선, 빵터진 죽음의 주문에 멘붕된 기철 (9)
  3. 2012.08.22 '신의' 삼천포로 빠지는 판타지, 김희선의 원맨쇼가 아깝다 (6)
  4. 2012.08.21 '신의' 허공에서 만난 눈빛, 두 남자 두 여자의 고백 (2)
  5. 2012.08.15 '신의'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 공민왕이 김희선을 못 가게 막은 이유 (8)
2012.08.29 14:17




기철이 가지고 있던 현대의 의료기구들을 통해 유은수 이전에 타임슬립한 이가 있었다는 암시가 나왔습니다. 기철의 스승이었다는 자가 누구였는지 궁금증이 증폭되었는데요, 덕분에 유은수는 하늘에서 온 의원이라는 것에 신빙성(?)이 더해지며 기철의 보호를 받을 듯 합니다. 물론 보호의 의미는 기철이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욕심을 말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우째 기철이 유은수에게 반한 모양입니다. 죽음의 주문을 외우지를 않나, 지랄들을 떤다고 욕을 하지 않나, 호기심 발동하는 여인입니다. 보도 듣도 못한 괴짜여의원의 톡톡 쏘는 모습이 매력적인가 봅니다. 느물거리는 기철의 표정을 보니, 상사병이라도 곧 걸릴 판이겠어요! 꿈 깨더라고, 최영 가슴 두근하는 듯 하던데, 그 쪽 커플이 곧 활활 타오를 듯 보이니 말이오.
은수와 최영을 제거하려고 했던 기철이 마음을 바꿔 강화로 출발했지만, 사전에 계획된 음모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요. 유은수를 강화로 데리고 가 폐위된 경창군을 치료하려 했다는 것을 빌미로, 최영에게 역모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했는데, 중지를 시키기에는 늦어버린 것이죠. 강화로 간 기철이 북치고 장고치고 일을 수습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문제는 의심병이 커지고 있는 공민왕의 심경일 겁니다.
공민왕을 찾아와 최영이 강화로 간 이유를 추측해주는 듯하면서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기철, 벗으로 대하고 싶은 최영, 세상 천지에 단 하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최영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창군에게 달려갔다는 말에 공민왕이 흔들리는 듯 한 모습이더군요.
경창군은 공민왕과 최영 사이에 처음부터 가로놓인 장벽이었습니다. 역사에서는 공민왕 즉위 1년후 경창군에게 사약을 내려 독살(?)하는데, 드라마 신의에서는 어떻게 그릴지 모르겠군요. 기철의 이간질로 경창군에 대한 최영의 충심 사이에서 공민왕이 고민을 하게 될 듯한데 말입니다.
경창군을 대하는 최영을 보니, 흐미~ 형님미소가 사람 녹이더라고요. 여태 은수에게는 피식 실웃음만 짓더니만, 최영장군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다정한 모습이더랍니다.
살인마 싸이코라고 위험한 발언을 하는 유은수도, 최영의 따스한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연모한다는 엉뚱고백을 단단히 오해한 여우같은 은수, 언제부터 연모했느냐고 짓궂은 질문으로 최영을 당황하게 하지요. 가슴팍을 툭 치고 놀리고 가버리는 장난에 최영의 심장이 벌렁거렸나 보더군요. 더벅머리 대만에게 왜 네 심장 벌렁거린 것을 탓하냐고!!

경창군(충정왕)은 원에서 개성으로 오는 길에 공민왕과 최영이 나눴던 첫 대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날 싫어했죠? 만나기도 전부터 날 싫어했죠? 어째서 내가 싫은 겁니까 그대의 왕인데..."
"선왕이신 경창군은 열 넷, 어린 나이셨습니다. 전하는 스물 하나, 둘 다 어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전하께서는 열 살에 원에 건너가 뼛속깊이 원의 물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분에게 우리 고려를 맡겨야 하다니, 우리 백성들은 참 재수가 없구나 그리도 생각했습니다"
"맘속의 말 고맙소"라며 돌아서는 공민왕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있었습니다. 쓸쓸하게 돌아서는 공민왕의 풀죽은 안색을 최영이 읽었지요. 그런 공민왕을 불러 "그러니까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여 줘 공민왕은 조금의 위로를 받기도 했었지요.
경창군에 대한 대화는 개성으로 돌아와서도 한 번 더 있었지요. 개성황궁으로 왕과 왕비마마를 호위하는 것으로 우달치로서의 임무를 끝내면 평민으로 살게 해주겠다는 허가서를 내밀었던 최영, 경창군의 낙관도 찍혀있다고 사직을 표했던 최영이었지요. 선혜궁의 중신들 암살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을 받들기 힘들겠다면서 말이죠.
선왕과 현왕 중 누구의 명을 받는 것이냐며 공민왕은 선혜정 독살사건에 대한 증거를 찾아오라는 임무를 마치면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공민왕은 최영의 일종의 사표를 반려했죠. 최영이 경창군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공민왕이기에, 기철의 이간질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부디 최영에 대한 믿음을 깨지 마시길...
공민왕을 보면 요즘 속이 씨름씨름하네요.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왕비에게 사랑을 표현도 못하고 전전긍긍, 벗으로 마음을 트고 싶은 최영은 형님 충혜왕에 의해 대장과 연인마저 잃었으니, 원한이 깊어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속만 끓고 있는 중이라 말입니다. 

노국공주가 최영과 의선을 구하기 위해 기철의 집을 향했다는 보고를 받은 공민왕이 사색이 되었지요. 원에서 고려로 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자객의 습격이 기철이 한 짓임을 알고 있는 공민왕이기에, 호랑이굴에 제발로 들어간 노국공주가 걱정이 되어 좌불안석이었지요. 우달치 부대장에게 직접 가서 구하라는 명을 내리는 공민왕의 모습에서 왕비에 대한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었지요. "가서 그 사람 반드시 살려서 데리고 와. 모든 권한을 줄테니 두 손 두 발을 묶어 질질 끌고 와도 좋으니까 당장 데려와".
겁없이 기철의 집을 향했던 노국공주는 처소에 심어져 있는 기철의 첩자의 보고로 길에서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했지요. 다행히 우달치 부대원이 구촐해 오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만은 못하겠다고 기철을 찾아갔던 노국공주, 공민왕의 입지를 굳혀줄 하늘의원과 공민왕이 유일하게 믿는 최영을 데리고 오는 것이 그녀가 공민왕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공민왕은 모르겠지만, 노국공주는 최영이 그러했듯이 그녀도 전하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자객들을 보낸 자들이 기철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노국공주, 설마 원의 공주를 기철이 공개적으로 죽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한가닥 믿음은 있었지만, 목숨을 내놓은 것과 다름없는 과감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워낙 오해의 골이 깊어 삐딱선만 타네요.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안위가 걱정되어 속이 시꺼멓게 탔음에도, 노국공주가 자신이 못 미더워 기철에게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 오해를 하고, 노국공주는 최영이 걱정되어 원의 공주라는 위세를 이용해 기철에게까지 대항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각자의 본심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생각으로 기싸움만 하고 있지요. 밀당도 아니고, 사랑확인하는게 왜 이리도 험난하다냐!
궁으로 돌아와서도 공민왕을 찾아가지 않는 도도한 노국공주, 왕비의 처소로 황급히 뛰어가다가(거의) 뭔 자존심인지 다시 발길을 돌려버리는 공민왕,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는 못하더군요. "궁금하면 찾아오겠지요", 걱정이 심했다는 말도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노국공주였고, 공민왕은 공민왕대로, "미안하다 고맙다", 빈말이라도 한마디가 없었다는 것에 기가 막히고 못내 서운합니다. 공민왕에게도 귀여운 모습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네요. 걱정했다고 생색내고 싶었는데 실망하는 모습이ㅎㅎ.  
그런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노국공주는 흥!이랍니다. 노국공주 딱 두마디만 했다지요. 돌아가시자니 '어째서?'라고 반문했고, 전하께서 기다리신다 했더니, '그럴리가 없다', 안봐도 비디오, 안들어도 오디오 공민왕, 허! 한숨만 나옵니다.

이것들을;; 아니 두분 마마를 뫼셔다가 사랑하기도 짧은 시간 축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유은수가 아니라 못가겠네요. 유은수가 냉랭한 두 사람 사이를 스포 좀 해줬으면 싶은데, 유은수가 좀체 바쁘게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보니,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부부문제 상담의는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최상궁이라도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잘 좀 연결시켜 줘봐요~. 공민왕 수행비서인 환관 안도치와도 의논해 가면서 말입니다. 생각난 김에 한 마디, 공민왕이 그림을 그리면서 안도치에게 속엣말을 했었던 장면이 나왔지요. 도치야 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공민왕을 피신시키고, 공민왕 옷을 입고 대신해 죽은 환관인 듯 싶더군요.
공민왕이 노국공주의 제안을 거절하는 모습에서 공민왕의 자주 고려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게 읽혔지요. 옥좌를 유지하는 것이 공민왕의 목표였다면, 공민왕은 기철에게 적당히 비위나 맞추고, 그도 아니면 왕비인 노국공주의 빽을 이용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공민왕이 노국공주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힘있는 고려 왕이고 싶은데 원 공주의 힘에 의지하는 졸장부 허울뿐인 왕이라도 되라는 말이 싫어서 였습니다. 기철과 나아가, 원에 대항하려는 공민왕으로서는 원의 힘을 등에 업는 왕이 되기 싫은 것이지요. 사랑하는 그녀가 왜 하필 원의 공주였는지, 그래서 더 원망스러운 공민왕입니다.
그런데 공민왕은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자신이 노국공주를 사랑하고 있는 이상으로, 노국공주가 자기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노국공주가 목숨을 걸고 궁을 나섰던 이유는 단 하나, 전하의 마음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철의 집을 찾아 간 것은 목숨을 내놓은 행동이었지요. 원 공주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음이 아니라,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민왕 앞에서 노국공주의 눈에 맺힌 눈물이 안타깝더군요. "저는 원의 공주입니다. 저를 이용하십시오",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지요. 불쾌해 하기 까지 합니다. "혹여 잊었나 본데 나는 이 나라 고려의 왕이오. 덕성부원군 기철이 아무리 흉폭하다고 하나 내 백성이고 신하입니다. 그런데 나보고 원나라에 청을 하라는 겁니까? 고려 왕비라면 그런 생각, 그런 말은 못합니다".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노국공주, 그녀의 눈물이 목에 목에 가시처럼 아프게 찔러옵니다. 
공민왕은 노국공주를 힐난하는 말때문에 눈물을 보인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노국공주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공민왕에게 자신은 여전히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원의 여인, 원의 계집따위"일 뿐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려왕비로 받아주지도, 인정도 하지도 않으려는 전하가 야속하고 서러운 노국공주입니다. 
"전하가 넘어지면 저도 넘어지고, 전하가 밟히면 저도 밟힙니다", 원의 계집 따위가 아니라, 고려왕비이고 싶은 노국공주, '목숨을 걸고 전하의 사람을 구해오면, 혹여라도 전하가 고려왕비로 받아들여 줄까, 전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전하를 지키고 싶은데, 전해지지 않는 노국공주의 마음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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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08:34




공민왕은 강하고 단호했습니다. 겉으로는 나약하고 비겁해 보이는 공민왕이었지만, 숨기고 있는 날카롭고 영민한 발톱까지 감추지는 못했습니다. 기철(유오성)을 빈정대며 한 방 먹이는 모습이 통쾌했지요.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도 그대 남매(기황후와 기철) 덕임을 알고 있습니다. 기황후께서 덕성부원군이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줄 것이니 심려할 것 없다고 말씀해 주셨죠. 그대가 왕에게 예를 취하지도 않고, 옥좌의 바로 앞까지 올라와도 너무 놀라지 마라. 행여나 그런 무례함에 고려의 중신들이 기겁하거든 잠잠케하라. 기황후의 오라비가 왕에 대한 충정이 모라자서 그런게 아니다. 오히려 충정이 넘쳐서 혈기를 다스리지 못한 것... 보세요, 과인이 걱정되어 노심초사 한달음에 달려온 저 충심!".
요약하자면 이런 무례한 놈아, 감히 나에게 예를 취하지도 않는 너의 오만방자함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편전에서 벌어진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유은수에게 장빈이 하늘에서 하던대로 하라고 말해주지요. 장빈과 유은수, 이 조합도 은근히 웃깁니다. 기철의 속내는 금방 드러났지요. 적월대였던 최영이 탐났던 것이었죠. 왕을 혹세무민하는 요망한 것(유은수)을 데려왔다는 이유로 최영을 그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던 술수였죠. 최영을 찾는 기철에게 유은수는 거절의사를 표하지요. 담당의사 허락없이는 누구도 데려가지 못한다면서 말이지요. 어라, 사람의 형상을 한 요물이 말도 해? "네 이년! 네 년이 감히 뉘 앞에서...".
기철의 거친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을 유은수가 아니었지요. 유은수, 성깔 장난아닙니다. "뭐요! 어따대고 반말에 쌍소리에요? 내가 어쩌다 이런 안드로메다 시궁창같은데 끌려왔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나이에 '년'자 소리까지... 당신 몇살이에요?" 헐! 기철은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옵니다. 이래뵈도 강남에서 성형외과 의사질하던 사람이라며, 한 달에 서너번은 진상짓 떨며 협박하던 환자떨거지를 상대해 왔던 사람이라고, 따다다 쏘아 붙이는 은수지요. "내가 이런 쌍소리를 못해서 우아떨고 있는 줄 아나? 임금님 앞이라서 참아주는 거니까 대충 여기까지 합시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입도 뻥긋못하는 기철의 우거지 상이라니!!
공민왕에게 돌보던 환자가 있어서 그만 가봐도 되겠냐고 공손하게 허락을 구하는 은수, 공민왕도 시원했던지 입가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지요. 삿대질에 눈을 부릅뜨고 버럭질을 하던 유은수가, 공민왕에게는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숙이는 등 예를 취하지요. 기철이 이 모습에 더 부글부글 끓었을테지요. 감히 나 기철에게!!이러면서 말이죠. 
기철이 기어이 매를 벌고 맙니다. "너 요물 죽고 싶은 거냐?". 열받은 은수의 이어지는 말에 컥! 한마디 말조차 뱉지못하고 의식 기절된 기철입니다. 욕까지 뱉는 은수때문에 빵터졌습니다. '기철, 기황후, 공민왕, 오호라!', 내신 1등급이었다며, 은수는 달달 외운 역사실력을 뽐냅니다. 등골이 송연해지는 미래예언까지 말이지요.
"어차피 원나라 얼마 못가서 망해요!", 원나라가 망하느니 어쩌느니 황당무계한 말에 멘붕된 기철에게 악담으로 쐐기를 박아버리죠. "기철씨! 댁이 어떻게 죽는 지도 다 기억났어요. 근데 안 가르쳐줘. 왜냐면 재수가 없으니까!!".
한 술 더 떠 재수뿡 기철에게 죽음의 주문(?)까지 내리고 가버립니다. "헤이 유! 에프 (유, 씨) 케이 고투헬(Fuck, Go To Hell)!" 이 XX놈아 엿먹어라(지옥에나 떨어져라)를 못알아 들었으니 망정이지, 영어로 안했더라면 유은수 그자리에서 목이 잘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유은수의 주문은 또 나왔지요. 자신을 잡으러 온 기철 일당에게 "전쟁중에도 의사는 죽이지 않는 것"이라며 "적십자! 레드크로스!" 라는데, 유은수 이 캐릭터, 정말 배꼽쥐게 만드는 요물입니다. 패기쩌는 유은수, 화이팅이당~
뭔 정신으로 욕을 해주고 나왔는지 모르는 유은수, 비틀비틀 다리가 후둘거려 장빈의 부축을 받고 걸음을 옮겼다는 후문!
씩씩거리며 돌아간 기철, 수근거리는 말이 신경쓰여 다시 궁으로 들어가 공민왕을 알현하지요. 예까지 갖추면서 말이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죽음의 주문이라는 말에 기철이 급했나 봅니다. 은수의 정체도 파악하고, 은수를 미끼로 최영을 불러들이려는 계략이기도 했죠.
기철의 꿍꿍이를 알면서도 의선(유은수)를 기철에게 내어주는 공민왕이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시간동안 마음을 얻어보라면서 말이죠. 공민왕과 기철의 살얼음판 같았던 독대, 류덕환의 절제된 카리스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조차 쉬지 못하게 하더군요. 기철에게 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기철을 요리하고 시험하는 공민왕이었지요.
선혜정에서 독살된 중신들을 죽인 것이 자신이었다는 고백까지, 기철은 참으로 뻔뻔하고 대범한 자였습니다. 모든 것이 전하를 위해서 였다는 말에, 공민왕은 너털웃음으로 연극까지 하지요.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는 류덕환의 감정연기는 정말 압권이더군요. 
"말장난은 여기까지!" 이때 깜짝 놀랐습니다. 절도있는 발음과 단호한 카리스마까지, 류덕환은 시청자를 끄는 마력이 있더군요. "전하를 제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하와 제 사이를 가르는 것은 하나씩 다 치울 생각입니다. 그게 의선이든 우달치든... 신이 원하는 것은 마음입니다. 갖고 싶은 자의 마음을 갖는 것, 갖기 어려운 마음일수록 더 탐이 나죠".
기철의 흑심에 공민왕은 우선 의선을 걸고 마음을 누가 먼저 갖게 되는지 해보자는 제안을 하죠. 일주일의 시간 안에 의선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털끝하나 다친 곳 없이 돌려보내라는 조건을 붙여서 말이죠. 공민왕이 유은수를 내어주는 도박을 감행하면서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공민왕이 대책없이 의선을 내어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심중을 아무도 헤아려 주지 않아 고독해 하는 공민왕의 눈가에 맺히는 눈물에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지요. 노국공주도 의선을 내어 준 공민왕을 비난하고 돌아가 버렸으니 말입니다. "누가 전하의 편이고, 누굴 지켜야 전하가 살 수 있는지 정녕 모르십니까? 의선을 내어주고 우달치 최영이 죽게 되면, 대체 전하 옆에 누가 남겠습니까?". 노국공주가 최영을 은밀히 불렀다는 사실에 질투를 했었다는 것을 보이기도 하더군요. 노국공주에게는 의심으로 비춰져서 오해의 골만 깊어지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진심을 전할 시간도 주지 않은채 말입니다.
"전하가 넘어지면 저도 넘어지고, 전하가 밟히면 저도 밟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전하가 걱정됩니다. 방안에 주저앉아 걱정만 하지 못하고 이렇게 달려와 버렸습니다". 노국공주의 진심을 읽은 공민왕,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예를 갖추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였는지, 왕비의 심정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노국공주의 비난이 못내 서운한 공민왕입니다.
노국공주를 향해 마음을 열려 발걸음을 옮기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만 얼어붙고 만 공민왕이었지요. 공주의 뒷모습을 쫓는 애닯은 눈빛, 못난 자기에게 화를 내는 듯한 공민왕의 감정을 표현하는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 
"잘못 찾아와 잘못 물었습니다. 다시는 찾지도, 묻지도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최영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인 유은수와 장빈(이필립)입니다. 최영이 사랑했던 적월대 여대원과의 슬픈 로맨스도 잠깐 나왔었지요. 충혜왕이 능욕을 보이려고 했던 여대원을 사랑했던 최영, 여대원은 목을 매 자결을 해버렸고, 여대원이 남기고 간 두건을 칼에 묶고 다녔던 최영이었습니다. 그랬었던 것이구나, 최영. 가여워서 어쩐대냐 ㅠㅠ
수술부위를 다시 가르고 고름을 다 짜냈는데도, 최영의 의식은 낚시터에서 돌아올 생각을 안하지요. 살려는 의지가 없었던 최영이었지요. 최영의 의식을 돌아오게 한 것은 유은수의 눈물이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인공호흡을 해도 돌아오지 않던 최영의 몸과 의식은, 은수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 한 방울로 돌아왔지요.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전적인 클리셰임에도 찌리리 하더이다. 
의선이 끌려갔다는 말에 성치않은 몸을 이끌고, 기철의 집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최영이었지요. 현대에서 가져온 경찰방패를 둘러매고 말입니다. 경찰방패 이번에 제역할을 톡톡히 하더군요. 칼도 피하고 천음자의 불완전한 음공은 물론, 화수인의 공격까지 막아냈지요. 기철측이 하늘에서 가져온 것을 알면, 신령스러운 물건으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며 그림을 그려보지만, 이내 최영이 의선 유은수를 구하러 갔다는 말에 붓을 쥔 공민왕의 손이 떨립니다. "정면돌파라... 나는 저를 믿고 있는데, 믿고 있다고 말도 해줬는데... 나를 믿지 못하는 구나. 공주는 날 믿지 못해 달려와 소리높여 비난하고, 최영은 나를 믿지 못해 저 혼자 죽을 각오로 가버렸고.. 나한테 한 마디 항의조차 안했다. 왕이란 이름의 이자리, 나를 믿고 기대는 이 하나 없을 때는 내 무엇을 낙으로 삼아 버텨야 하는 것이냐". 공민왕이 유은수를 내어주면서 나름으로는 대책을 세웠던 듯 한데, 그 의중을 물어보는 이는 없고 비난만 하니, 참으로 외로운 공민왕입니다. 독백같은 가슴 속 한탄도 슬픈 시로 만드는 류덕환입니다. 류덕환 연기 짱!
최영대장을 구하러 가겠다는 우달치 대원들의 읍소를 거절하는 공민왕, 어명을 거역했다는 죄를 묻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유은수를 구하러 간 최영에 대해서는 어명이었음을 모르는 일로 하라는 공민왕의 깊은 어심에, 최영부하들도 더 이상 행동에 옮기지 못합니다. 최영을 지키고자 하는 공민왕의 진심이 우달치 부원들을 울컥하게 했을 듯 싶습니다. 예고를 보니 노국공주가 최영과 의선을 구하겠다고 기철의 집을 향한 것이 나와, 노국공주를 구하고자 하는 공민왕의 사랑이 보여지기도 했지요. 이 부부, 대화가 더 필요해!!
자신을 구하러 적지에 들어온 최영을 본 유은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요. 얼굴에 손을 대어보니 열도 내리고 정상인가 봅니다. 최영이 이젠 유은수의 손을 피하지 않더라고요. "살아났구나, 싸이코", 졸지에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유은수가 믿을 사람은 최영밖에 없지요. 갇혀있다고 고자질하는 유은수, 귀엽기도 하여라~
최영의 무술실력과 외공까지 모으는 무공이 탐이 나는 기철입니다. 기철이 무공이 뛰어난 사람을 모으는 이유가 옥좌에 대한 욕심때문이기도 하지만, 갖은 약초로 몸공양을 하는 것을 보면 이 놈은 불로장생을 꿈꾸는 진시황을 롤모델로 삼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의선을 탐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 같고요. 진시황도 죽었잖냐? 꿈깨라.

단신으로 기철의 집에 쳐들어 온 최영, 이민호 왜 이렇게 잘생긴거니 ㅠㅠ 은수가 갇혀있는 방 앞에서 내상을 입어 흐르는 피를 닦는 최영, 축복받은 외모에 아줌마 가슴 설렌다~
최영은 기철과, 특히 뒤에서 최영과 기철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은수를 깜놀하게 만들었지요. 죽음의 주문을 외우고 눈 하나 깜짝않고 나이가 몇이냐고 묻지를 않나, 어명을 무릎 꿇고 받으라고 눈을 부라리지를 않나, 아무튼 유은수와 최영 두 사람때문에 머리 핑핑 돌고 있는 기철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연모하기 때문에 왔습니다. 연모하는 여인이 한밤중에 끌려가 낯선 곳에 갇혀 있다는데, 그 어느 사내가 손놓고 있겠습니까?", 흐억... 이게 무슨 말이래요? 연모를 한다니... 우째 유은수도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것도 최영장군이 자신을 연모한다니 듣고도 믿기지 않는 유은수였겠지요. 내가 쫌 이쁘기는 하지만, 빛나는 미모가 고려시대에도 통하는구나ㅎㅎㅎ
신의는 걸어다니는 화보 이민호와, 연기신이 내린 류덕환이 무게를 잡아준다면, 시시때때로 터져나오는 김희선의 시대부적응 대사때문에 빵빵 터집니다. 사실 타임슬립이라는 설정때문에 코믹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유은수라는 캐릭터는 드라마를 살리는 매력덩어리입니다. 김희선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매력으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네요. 어명을 거역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없었기에, 최영이 임기응변으로 연모라는 거짓말을 둘러대기는 했지만, 어째 연모의 기류가 진짜로 흘러가게 될 듯 합니다.
다음회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서로를 향한 진심은 물론, 기철의 집에서 탈출한 유은수와 최영이 야영을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릴 것같은데요, 김희선은 예고편만으로도 또 빵터지게 하더군요. "언제부터 날 연모한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사정이 있었다고 진지한 변명을 하는 최영에게, 못들은 걸로 해주겠다고 하면서도, 이미 들은 걸 어떡하냐고, 최영의 가슴팍을 툭 치며 장난을 치는 유은수, 이 대책없는 귀염둥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최영에게 내공이 아니라, 사랑이 쌓여갈 것만 같은데 말이죠. 유은수 김희선, 여자가 봐도 넘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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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2 11:50




김희선의 통통 튀는 원맨쇼 연기는 신의에 생기를 불어넣는 최고 재미입니다.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드라마에서 많이 차용해 왔지만, 김희선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엉뚱함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반감시키기 보다는 다음은 어떤 엉뚱함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까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은 물과 기름처럼 드라마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인데도, 궁을 휘젓고 다니는 김희선의 전천후 환경적응능력은 드라마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고 있죠. 의선이 되어달라는 공민왕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면서도, 챙길 것은 챙기는 딜을 하는 모습은 의외의 재미였습니다. 납치해 온 것 다 없던 일로 해줄테니, 청자나 그림 몇점 좀 챙겨주면 안되겠냐는 말을 듣는 순간, 맞아! 나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드라마 신의는 솔직히 김희선이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다거나, 흔히 말하는 미친존재감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푼수끼넘치는 김희선의 엉뚱발랄함이 현대에서 타임슬립해 온 속물여의사 유은수라는 캐릭터와 제대로 맞아떨어져, 김희선의 오랜 공백을 무색케 했고, 과거보다 나은 연기력으로 김희선의 로코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죠. 이렇게 귀여운 애엄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김희선은 철저하게 상대방과의 호흡을 무시하는 연기로 일관합니다. 아직은 극중 인물들은 물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유은수라를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예컨데 공민왕을 부름을 받고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 지모르겠다며, 어디서 본 것은 있었는지, 무도회에서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는 귀족아가씨의 흉내를 내기도 하죠. 사극에서 봤다고 큰절을 올렸더라면 장면의 재미를 오히려 살리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궁중예법과는 도통 거리가 먼 유은수의 태도였습니다. 공민왕이 의자에 좌정하기도 전에 먼저 자리에 앉지를 않나, 왕이 말을 하고 있는 중에도 탁탁 말을 끊기가 일쑤였죠. 현대에서의 유은수라는 캐릭터가 고려로 왔다고 급작스럽게 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감인 셈입니다.
몸에 배인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판은 시시때때로 나오는 손가락질입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이 아니었다면, 능지처참을 당해도 싼 태도였지요. 개인적으로는 유은수라는 캐릭터를 김희선이 잘 살렸다고 생각되는 소소한 장면들입니다.

유은수가 드디어 고려옷을 하사(ㅎ)받았는데요,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종알종알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는 김희선때문에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는 속옷만 입고 나와서, "사이즈가 좀 작은 것 아니냐"고 장빈(이필립)을 당황시키기도 하지요. 장빈은 면역이 되었는지, 유은수의 황당무계한 행동이나 말도 그러려니, 도를 닦는지 득도를 했는지, 초연한 척하는 모습도 웃기더라죠. "그거 속옷이에요. 남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옷"에 화들짝!
공민왕을 만나 자신이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유은수였죠. 그런데 다른 시대로 왔다는 것에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공민왕이라고 하자, 노국공주까지 언급하며, 대박이라고 신기해 하는 유은수입니다. "두 분 엄청 유명하세요"라며, 공민왕의 그림솜씨며, 공민왕 사당이 있다는 말까지 전해주지요. 일종의 천기누설인데도, 유은수라는 캐릭터이기에 앞 뒤 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리얼하기도 하고 빵 터지게도 했고 말이죠.
최영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경악을 하는 유은수였습니다. 칼에 찔린 최영장군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겁한 유은수였지요. 에고고,,, 혹이라도 최영, 그 사이코(아무리 드라마라도 최영을 사이코라고 부르면 안돼용, 은수씨!)가 죽어버리면, 고려 역사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잖아요. 역사를 바꾼 것은 유은수였고 말이죠. 등에 식은 땀이 줄줄 났을 겁니다, 아마도...
공민왕에게 기어이 고려청자를 하나 얻어서 돌아온 유은수, 고열로 쓰러진 최영을 보고 놀라 떨어뜨리는 바람에 와장창 깨져버리기는 했지만, 임금님 빽이 있다고 자랑하는 유은수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것은 저뿐이 아니었겠죠? 환경적응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유은수가 "최영씨!!"라고 부르는데, 하긴 아직 장군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난감할 것 같더랍니다. 
통통튀는 김희선과 대조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살리고 있는 배우가 노국공주역의 박세영입니다. 노국공주라는 캐릭터의 포인트는 품위와 자존심이죠. 김희선이 산발한 머리를 흔들며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푼수끼를 보여준다면, 박세영은 눈썹을 깜빡거리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동작과 표정변화를 절제합니다. 김희선과는 대조적인 왕비의 무게감입니다.
김희선과 박세영만큼이나 대조적인 인물이 이민호와 류덕환이 연기하는 최영과 공민왕입니다. 이민호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비실비실 무기력한 최영의 이미지로, 역사에서 배운 최영장군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캐릭터 파괴를 시도합니다.

4회에서는 최영이 왜 궁을 떠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속사정이 나오기도 했지요. 적월대 대원이었던 최영은 충혜왕(오현철)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었지요. 적월대 대장 최민수의 유언은 그나마 최영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적월대 대원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최영, 지켜야 할 적월대 대원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기에, 최영은 모든 것을 버리고 훌훌 떠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왕이 치하를 해준다는 말에 궁에 들어와 소년처럼 들떠하는 어린 최영과, 그동안 목숨을 바쳐 왜놈과 싸우고 충성헀던 왕에 대한 실망과 분노하는 최영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이민호의 연기가 뭉클했지요. 이민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내공이 뛰어난 정예무사답게 분노를 누르는 감정연기가 좋더군요. 그 날 흘린 최영의 눈물은 그가 만사에 의욕을 잃고, 잠에 빠져들어 세상을 잊고 싶어했던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충혜왕은 역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호색한이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단어 변태였습니다. 부왕의 여자까지 겁탈하고, 미색이 출중하다는 여자는 강간과 겁탈로, 물불 가리지 않고 취했던 희대의 호색한이었죠. 연산군은 명함도 못 내밀 인물입니다.
원에서 고려황실로 시집온 공주까지 겁탈한 사건으로 원으로 압송되던 중 암살당한, 공민왕의 친형이기도 하고요. 충혜왕을 원으로 압송시킨 인물은 당시 원에 있었던 기철입니다. 충혜왕의 사후 기철은 고려로 들어와 왕 위에 군림하는 실세가 됩니다. 
여자 대원의 옷을 벗기려는 충혜왕의 변태행각을 죽음으로 막은 최민수의 피눈물 앞에, 칼을 차마 빼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야 했던 어린 최영에게 고려는, 고려왕은 목숨으로 지켜야 할 나라가 아니었고, 왕이 아니었습니다. 공민왕에게 까칠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 이유이기도 했지요. "그대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며 신하의 예조차 받기를 거절했던 것은 공민왕이 보여준 사과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이 대전에 모인 신하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러 가는 길에 노국공주와 나눈 짧은 대화는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읽게 했지요. 원나라 기황후의 비호를 받는 실질적인 1인자 기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공민왕에게는 호기가 될 수도 있으나, 왕좌를 빼앗길 수도 있을 위험한 선택이었고, 기철에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은 왕좌를 유지할 수는 있으나 치욕과 수모를 감내하고 복종하겠다는 선택이었죠. 어떤 것이 낫겠냐는 물음에 노국공주의 대답은 단호하고 짧았지요. "둘 다 참기 싫습니다".
공민왕은 세번째 방도를 취하겠다는 말로 노국공주를 놀라게 합니다. 물론 노국공주도 그 의미를 알고 있었죠. 하늘의원을 이용하겠다는 말이라는 것을 말이죠. 공민왕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놀랐던 노국공주였습니다. "과인이 비웃음을 당해도, 죽음을 당해도, 함께 당해야 될 사람이니까요". 하늘아래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왕비라는 중의적인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는 노국공주이지만 말입니다. 

신하들과의 첫대면, 그리고 고려의 1인자 기철과의 첫만남은 유오성보다 류덕환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김 안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고 류덕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오만 건방을 떨며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야생마처럼 난동을 부린 유오성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더군요. 
첫회부터 류덕환의 연기에 매료되었는데,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폭발적인 힘이 느껴질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류덕환의 연기를 처음 접했던지라, 저런 보물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었지요. 냉정하게 말해 연기를 떠나 신의에서 대사전달력이 정확한 배우가 류덕환과 김희선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죠. 캐릭터를 가장 빠르게 각인시킨 배우도 김희선과 류덕환입니다.

최영의 경우는 각성을 거쳐야 하는 인물이기에 아직 10%밖에 보여주지 않은 단계지요. 삶의 목표가 없는 인물이라, 고려말 마지막 충신 최영장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요. 더군다나 개복수술까지 한 몸이라 푹푹 쓰러지기 일쑤인 비실비실 최영이라,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몸이 회복되고, 공민왕과 함께 고려중흥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면, 가장 크게 변화할 인물이 최영이라는 점은, 드라마의 남은 관전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유은수와의 사랑이야기도 기대되고, 기철일당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기에 액션연기까지, 시청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리라 믿습니다.
때문에 초반 신의를 살린 캐릭터는 천방지축 푼수여의사 유은수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 공민왕은 신의의 히든카드나 진배없었습니다. 공민왕이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나올 줄은 예상밖이었거든요. 류덕환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설득력있는 연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제작진의 무리수 판타지 연출은 배우들의 진가를 깎아버리는 자충수가 되는 것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리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CG효과에 맥이 끊기고, 4회는 지루한 애니메이션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적월대의 이야기가 20분 가까이 진행되었는데,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의 분량때문이었는지, 충혜왕의 엽기연회장면이 지나치게 길어 드라마가 샛길로 빠진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회상 장면이 끝나고 류덕환의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오히려 더 함축적인 이야기들을 전달한 느낌이었습니다. 류덕환의 연기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군요. 
최영의 화상장면을 위해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지루하게 전개된 애니매이션 무협드라마의 격을 높여주기도 했습니다. 김희선의 엉뚱함과는 차원이 다른 엉뚱한 무공들의 CG보다, 배우의 연기가 드라마를 살리는 기본이라는 것을 최민수의 연기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김종학 감독의 판타지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연기자들의 연기나 스토리 몰입에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드라마 신의가 점검해봐야 할 문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액션이 되는 이민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로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뜬금없이 나오는 CG와 판타지 무공이 연기자들의 연기까지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서 말입니다. 김희선의 통통 튀는 원맨쇼가 아까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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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14:01




"죽지마요"
여전히 현실과 꿈 사이에서 멘붕상태인 유은수입니다. 왕이라는 사람이 등장하지를 않나,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목의 자상을 치료해 준 여자가 원나라의 공주라니, 이런 퐝퐝 퐝당한 꿈은 두 번 다시 꾸고 싶지 않아!!입니다. 은수 머리가 돌고 있는지, 미친 사람들의 나라에 와있는지, 이 모든 일들이 그저 꿈이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악몽은 계속됩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입니다. 거칠게 벽으로 몰아세워 은수를 쏘아보는 이글이글 타는 눈빛, 생생한 눈동자는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패혈증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데 진찰조차 못하게 합니다. 이런 싸이코 또라이 환자는 처음입니다. 치료 좀 받으라고 의사가 환자에게 사정사정해야 하다니,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도 무시하면서 살고 싶은 의욕이 없는 환자는 보다보다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은수는 이 남자를 살리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뒷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터질 것같은 불안감에 휩싸이는 은수였지요. 2012년 서울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이 사람이 죽으면 안될 것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정체를, 아직은 모르는 은수입니다.
"죽지 마요. 죽지 말라고... 당신이 싸이코 또라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나 혼자 놔두고 죽어버리면 나 어떡해...", 은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지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집으로 영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고, 이 사람이 죽으면 안될 것 같고, 그리고... 이 사람이 죽으면 가슴이 아플 것같습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플 것 같습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보내고 싶지 않다

열을 재보겠다고 얼굴에 손을 대려고 하지를 않나, 맥을 재보자며 남자 손을 덥석 잡으려는 엉뚱한 여자, 아무에게도 자신의 몸상태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최영입니다.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생에 미련이 없는 최영이었기에 말입니다.
선왕전하의 마지막 명, 공민왕을 고려로 무사히 모시고 오라는 임무수행만 끝나면, 조용히 살고 싶은 최영이었습니다. 칼을 잡는 것이 지긋지긋한 최영이었습니다. 의미없는 칼, 베어도 베어도 끝장나지 않을 이 무의미한 권력싸움터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최영이었죠. 무릇 무사는 나라를 지키고, 적의 목을 따는 것이 본분이거늘, 적이 점령한 안방을 지켜야 하는 것이 고려가 원하는 무사라면, 이제 그만 사양하고 싶은 최영입니다.
하늘의원을 보고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최영, 울먹이는 은수가 신경쓰이기 시작합니다. 여자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떡을 먹다 사레가 걸려 켁켁거리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무데서나 바지를 걷어 속살을 보이는 여자, 심지어 싹둑 잘라 망측하게도 허연 다리를 드러내놓고,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는 하늘의원의 요상스런 정신상태는 이해하지 못하겠는 최영이지만, 죽지말라고 울먹이는 하늘의원의 말이 이상하게도 가슴을 쿡쿡 찔러옵니다. 죽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이 여자를 꼭 지켜줘야 합니다. 무사 최영의 이름을 걸고 언약했으니까요.
아스피린이라고 했던가? 손에 쥐어주고 간 이상한 이름의 약을 먹어야 할 것같습니다. 죽지말라고 부탁하는 은수, 은수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한 최영이었지요.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하늘의원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무사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늘의원을 걱정과 불안으로 울리지 말아야 할 듯 싶은 최영입니다. 그런데 보내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의 정체는 뭘까??? 자꾸 그녀를 훔쳐보고 싶고, 밥도 안준다고 궁시렁거리는 그녀가 귀엽습니다. 처음입니다. 그녀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싫으십니까?"
'그날, 내가 보탑실리 공주라고 밝혔더라면, 전하와 내 사이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노국공주의 머리 속에 강릉대군(공민왕)을 만났던 그날의 기억들이 스쳐갑니다. 노국공주의 회상장면을 통해 공민왕과의 악연, 혹은 운명같은 인연이 된 만남이 나왔는데, 그 보다는 훨씬 이전에 공민왕을 만난 적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래 전부터 공민왕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고려말을 배웠던 이유도 공민왕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였을 듯 싶고요.
공민왕의 깊은 원한과 분노를 본 것은 슬프게도 노국공주가 가장 설레였던 날이었습니다. 강릉대군과 혼인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던가, 수려한 외모에 기품있는 말, 예술에 깊이가 있었던 강릉대군의 그림솜씨는 원의 황실에서도 칭송이 자자했었습니다. 강릉대군을 흠모하고 있었던(제 상상이외다) 노국공주였기에 고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지요.
그러나 몰랐습니다. 강릉대군의 마음에 원나라에 대한 원한이 그토록 사무치게 깊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열 두살의 어린 나를 끌고 와서 저들 황태자에게 시중을 들라며 수모를 주더니, 이젠 그들의 사위가 되라고 하는구나". 공주의 방인줄 모르고, 공주와의 만남을 피해 숨어들었던 곳에서 만난 고려여인에게 강릉대군은 그리 말했지요. 그 고려여인이 만나기 싫었던 원나라 공주라는 것을 알지 못한채 말입니다.

"왜 하필 그대가 원의 공주였던 것이오"
"일면식도 없는 그 여인,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원의 여인을 날더러 받아들여라? 내 만났다 한들 원의 계집따위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원의 공주와의 혼인을 피하기는 힘들 듯하니 첫번째 부인이 되어달라고 처음 본 자리에서 청혼까지 했던 강릉대군이었지요. "지금처럼 우리 고려말로 내가 하소연을 하면 들어주고, 두렵거나 분이 나서 떨고 있을 땐 옆에서 잡아줘. 원의 계집 따위는 그대 자리에 접근도 못하게 할 것이니...", 강릉대군은 보지 못했습니다. 고려여인이라 생각했던 그 여인 노국공주가 말없이 흘리는 눈물을 말입니다.

'당신이 보탑실리 공주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내 그대에게 그리 깊은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오', 노국공주를 볼 때마다 공민왕은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숨소리조차 원의 황실에 보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공민왕이었습니다. 자신을 보필하는 신료들은 원의 입과 귀가 되어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공주의 궁에서 만난 여인은 까닭없이 믿고 싶었습니다. 노국공주를 조공으로 끌려 온 고려여인이라 생각했던 공민왕은 밖에서 자신을 찾는 소란이 벌어지고 있어도 아무 말없이 그를 지켜봐 주는 여인이 고마웠지요. 원의 공주와 만나는 것을 피해 숨었다는 말에 원의 공주와 혼인하는 것이 싫으냐고 물어줍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지요. 고려의 왕조차 원 황실에서 임명하는 세상이니, 왕자의 혼인도 저들 마음대로였으니까요. 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10년을 참았던 설움과 분노가 터져나왔던 공민왕이었지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엣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싫으냐고? 저들 마음대로 고려왕을 임명하고 폐위시키고, 선왕인 내 형님께서는 그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귀양을 가실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나 또한 이제 그들의 사위가 되고 고개를 숙이고 부르면 기어가고 내쫓으면 얻어맞고...". 알고 있다고, 그 설움과 한을 알고 있다고 위로하듯 따스한 손이 공민왕을 잡아주었지요.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쳤지요.
그 때였습니다. 공민왕에게 그 여인이 운명같은 사랑으로 다가왔던 것이...이 여인이라면 하소연도 할 수 있을 듯했고, 두렵고 화가 나 떨고 있을 때 힘이 돼 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여인이 원의 공주였다니, 이 무슨 얄궂은 인연인지, 왜 하필 그대가 원의 공주였던 것이오.
개경황실, 아무도 없는 텅빈 대전은 공민왕의 입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원이 마음대로 조종하는 허수아비왕이라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세상은 기철의 세상이었고, 텅빈 대전만이 고려 31대왕 공민왕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10년만에 돌아온 고려는 그렇게 무너져 가는 담벼락처럼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없는 돌잔치를 마련해 신하들의 입궐을 막아버린 기철(유오성)이었지요. 
그러나 공민왕은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고려를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최영과 함께라면 자신이 있는 공민왕입니다. 하늘아래 믿을 수 있는 자, 목숨으로 어명을 지키는 최영대장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함께 해주었으면 좋을 사람이 있었지요. 사랑할 수 없는 여인, 그러나 하늘아래 사랑하는 단 한 여인 노국공주.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허공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눈빛으로 말입니다. '이것이 내 고려요. 힘없는 고려왕,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비웃고 있겠지요. 비웃으세요. 그리고 잘 보세요, 이제부터 내가 무엇을 하는지', '전하, 전하의 자리입니다. 두렵고 분이 나십니까? 옆에서 잡아달라고 하셨지요. 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전하의 자리, 전하의 나라를 굳건히 지키세요. 이제 저는 고려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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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11:08




드라마 신의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진한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입니다. 2012년 서울에서 고려로 타임슬립한 유은수(김희선)와 최영(이민호) 장군의 사랑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줄 예정이라면,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세기의 로맨스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되겠지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은 판타지나 상상물이 아닌 역사에도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랑이죠. 아마 부인을 그렇게나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꼈던 왕은 우리 역사에서 드물지 싶습니다. 타지마할 왕궁(묘)을 세운 무굴제국의 샤 자한 왕에 버금가는 아내사랑의 순애보 인물이 공민왕입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 역사, 그럼에도 우리는 수없이 '만약에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역사를 상상 속에서 바꿔보기도 하죠. '노국공주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공민왕도, 또한 고려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고려의 멸망은 원에서 명으로 넘어가는 대외적 정세와 궤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공민왕이 젊은 나이에 암살당하지 않고 추진하려던 개혁정치가 성공했더라면, 이성계에 의해 조선이 세워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역시나 만약에라는 가정이지만 말이죠.
출산을 하다 세상을 떠난 노국공주,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전혀 다른 모습의 왕이 돼버렸지요. 반원정책과 개혁정치를 추진하던 공민왕은 노국공주가 죽자 만사에 의욕을 잃고, 국사를 승려 신돈에게 맡긴채 노국공주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다, 결국 환관 최만생에 의해 살해당한 비운의 왕입니다. 공민왕의 방탕한 생활이 그의 치적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이기에 과장된 것도 섞였으리라는 짐작은 됩니다.
여하튼 공민왕의 반원 자주정책과 기씨일가를 비롯한 원나라 세력과 권문세력을 혁파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개혁정치는, 노국공주의 죽음과 함께 고려중흥의 노력도 힘을 잃게 되었죠. 드라마 신의에서는 공민왕의 어느 시기까지를 보여줄 지 모르기에, 역사적인 스토리는 드라마 진행스토리를 봐가면서 리뷰를 통해 제가 아는 선에서 함께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영과 유은수의 운명적인 사랑이 하늘문이 열리듯 이제 막 진행되려고 한다면,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표현만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에서 그 사랑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노국공주의 시선과 마주치면 애써 외면해 버리는 공민왕의 당황해 하는 표정에서, 노국공주에 대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어 보였으니 말입니다.
열두살에 원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10년만인 1351년 고려로 귀국하는 공민왕, 노국공주와는 1349년에 이미 혼인을 한 상태였습니다. 고려황실의 자존심, 고려황실의 명예를 두 어깨에 짊어진 공민왕으로서는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고려를 속국으로 만들어 버린 원나라의 공주를 사랑할 수 없는, 왕이라는 자리의 업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나라에서 볼모로 지내던 공민왕에게 노국공주는 한 번도 원 황실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남자못지 않은 기개와 따뜻한 품성을 지닌 노국공주는, 한마디 불평불만없이 공민왕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낯선 타지 고려로 따라 나섰지요. 차디찬 눈빛, 가까이 하지도 않는 무심한 남편인데도 말입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갑게만 대하는 남편임에도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더 불타올랐고, 눈길을 건네는 것조차 고려인으로서의 수치라 생각했던 공민왕 역시도, 그의 눈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쫓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기철이 보낸 자객들에 의해 객잔에 화골산이 터져 피하는 중에도, 공민왕은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노국공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지요. 다행히 하늘의원 유은수에 의해 수술은 받았지만, 의식이 회복되고 있지 않았던 노국공주였습니다. 장빈(이필립)에게 안겨 뒤따라오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노국공주였죠. 노국공주를 모시고 있던 첩자 시녀가 길을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문을 걸어잠궈 버렸기 때문이었지요.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자 하얗게 질려 독극물이 퍼지고 있는 객잔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는 공민왕, 다급하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는 노국공주에 대한 걱정과 감추지 못한 사랑이 드러나고 있었지요. "그 사람이 안 보이네. 방금까지 옆에 있었는데 안 보여!!".
독공이라는 말에 놀라 걱정스럽게 노국공주를 바라봤던 공민왕은, 장빈(이필립)이 노국공주를 안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객실을 나오기도 했었지요. 그러던 그가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자 계단을 뛰어올라가 공주를 찾아헤매는 모습에는, 고려의 안위가 아닌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조일신의 멱살을 잡고 노국공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모습에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 동안 감추고만 있었던 사랑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지요. 시크해 보이는 공민왕이지만, 류덕환은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을 숨은 1초 사이에서 섬세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국공주의 부상에도 무심한 듯해 보이는 공민왕의 표정에서는 노국공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를 확인하기는 힘들죠.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눈에는 공민왕(류덕환)이 노국공주(박세영)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꾸만 사랑이 읽혀집니다.
시녀에 의해 살해당하려는 순간 현대에서 가져온 경찰 방패를 던져 노국공주를 구한 최영이었죠. 여담이지만 최영장군 상당히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죠. 경찰 방패를 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북이 등딱지처럼 뒤에 딱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더랍니다.
시녀가 칼을 찌르려는 순간 노국공주의 의식은 돌아와 있었고, 귀신을 보는 듯한 시녀가 기겁한 것은 잠깐, 최영이 날린 방패에 즉사! 했겠죠. 첩자 노릇을 한 꼴랑쫄랑 알아듣지 못하는 원나라 말을 하는 시녀가 죽었던지 기절을 했던지 간에, 중요한 것은 노국공주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겁니다. 하늘의원이 일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즉 유은수는 하늘문을 통해 다시 현대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이렷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의식을 회복한 노국공주를 바라보는 공민왕의 눈빛에는 왕이 아닌, 지아비의 안도해 하는 마음이 들어있었습니다. 최영의 "깨어나셨습니다"라는 말에, 왕비를 염려했던 자신의 감정에 당황해 금세 표정을 바꾸고는, "그래 보이는군요"라는 무심한 대답을 해 버린 공민왕이었지만 말입니다. 류덕환이라는 배우, 섬세한 감정연기를 참 잘 표현하더군요.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에서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좋은 배우입니다. 
노국공주가 살아났으니 약속대로 하늘의원을 돌려보내겠다는 최영의 말에 반대를 하고 나선 이는 조일신(이병준)이었죠. 조일신, 이놈은 곧 죽을 놈(공민왕 즉위 1년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을 인물이죠)이기는 하지만, 칼을 빼서는 안된다는 유은수의 말을 무시하고 고의로 최영장군을 죽이려고 하며, 야욕을 드러냈죠. 신의(유은수)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도 공민왕 즉위 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술수였을테지요. 
"나 고려무사 최영의 이름으로 보내드리는 거예요. 내 이름을 무시하는 자 누구야! 막아봐", 최영의 이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어명이었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무사의 언약과 어명 앞에 망설이던 최영은 결국 왕명을 받잡아 유은수를 가로 막고 말았습니다. 하늘문은 닫혀버렸고 유은수는 돌아갈 기회를 잃고 말았지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최영을 향해 칼을 뺴들고 달려드는 유은수,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행동을 취한 최영이었습니다.
최영이 자신의 몸에서 모든 기를 빼버린 것이었습니다. 내공이 무시무시한 최영, 뇌공에 장풍까지 쓰는 초울트라특공파워를 가진 최영이라면 칼을 튕겨내고도 남았을텐데 말입니다. 고려의 무신으로 어명을 따랐던 최영이었지만, 무사의 명예는 유은수 앞에 꽂아버린 칼과 함께 버렸던 최영이었지요. "고려무사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라고 했던, 무사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최영이었죠.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공민왕이 내린 어명이었습니다. 고려무사의 언약은 목숨과 같다며, 유은수를 고려로 데려가서 보장받는 안위가 구차하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공민왕을 조소했던 최영이었죠. 왕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깊은 생각을 하는 듯한 공민왕이었는데, 유은수를 막으라는 조일신의 의견을 취하는 것이 이상했죠. 이유는 두 가지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노국공주를 고려까지 무사히 데리고 가고 싶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최영을 살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공민왕이 자신의 안위 따위를 생각했더라면, 정말 그랬더라면 아마 객잔에서 자객이 들이닥쳐 눈 앞에서 칼을 휘둘렀을 때 고개를 돌렸거나, 숨었거나 피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최영이 그랬지요. "무섭더라도 제 뒤에서 도망치지 않는다면 지켜드리겠습니다", 공민왕은 지켜주겠다는 최영의 말을 믿었습니다. 아니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도망쳐서 얻은 구차한 목숨 따위는 공민왕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가 왜 최영의 목숨에 도박을 했을까요?
노국공주는 공민왕의 심중을 알고 있었을 듯도 하더군요. 한가지는 빼고 말입니다. 공민왕은 고민했을 겁니다. 조일신의 말대로 하늘의원 유은수와 함께 고려로 간다면, 왕으로서의 위엄도 설 것이고, 고려백성과 황실에는 하늘이 고려를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허나 최영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은수를 돌려보내려고 했죠.
만약 최영에게 하늘의원을 막으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최영이 위험에 처할 것임을 공민왕은 미리 읽었던 듯 싶더군요. 고려를 지켜줄 하늘에서 보낸 의원을 보냈다고 한다면, 조정관료들이 반역이라며 최영을 처형하자고 나섰을 테니 말입니다. 노국공주도 아마 이런 공민왕의 복잡한 심중을 정리해 보고 있었을테지요. 노국공주가 "전하께서는 정말 그자를 죽이고 싶은걸까 궁금하다"는 말을 했을때 공민왕이 놀란 것도, 노국공주가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는 것때문이었을 듯 하고요.
최영이 어명을 거역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공민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영이 칼에 베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자 공민왕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죠. "그 자가 내 명을 거역한 것인가? 그래서 벤 것인가?", 공민왕은 당황했지요. 최영이라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주적인 힘을 가진 고려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항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죠. 최영의 부하가 공민왕의 분노를 달래주기는 했습니다. "대장은 명을 따르셨습니다. 그래서 죽어갑니다".
공민왕이 할 말을 대신해 준 이는 노국공주였습니다. "우달치 대장은 내 목숨을 살린 사람, 내가 왕비의 이름으로 명을 내리니 가서 살려주게 그 사람. 이렇게 명을 내려도 되겠습니까, 전하". 
노국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도 하늘의원 유은수는 필요했습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하늘도 갈라놓지 못하는 러브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그쪽으로 해석하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노국공주는 이제 겨우 의식을 회복한 단계지요. 만일에 있을 상처 후유증도 걱정이 되었을 공민왕이었고, 무엇보다 고려까지 가기 여정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자객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 나타날 지 모를 일이고 말이죠. 자객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노국공주라는 것을 알게 된 공민왕은 또다시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서 노국공주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이지요. 혹이라도 또 다시 노국공주가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다시 하늘문이 열린다는 보장도 없었을테고 말입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은 공민왕이지만, 노국공주를 걱정하는 공민왕의 사랑이 유은수를 돌아가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노국공주가 몰랐던, 공민왕이 유은수를 보내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행간을 놓칠 수도 있는데도, 1초의 막간에도 공민왕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 정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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