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하'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3.07.1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눈물의 백허그 '널 어떡하면 좋으냐' (21)
  2. 2013.07.11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기억 잃었어도 가슴이 기억한 이보영 (3)
  3. 2013.06.28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여심 사로잡은 수족관 키스 (15)
  4. 2013.06.27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해숙, 살인마도 떨게 한 소름돋는 미소 (6)
  5. 2013.06.07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 3종매력, 웃기다 재미있다 궁금하다 (21)
2013.07.12 10:07




'너의 목소리가 들려' 12회에는 반전이 많이 나왔습니다. 11년전 민준국의 살해장면을 찍었다는 혜성의 휴대폰에는 사실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는 것도, 황달중의 아내(김미경)가 살아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네요. 느닷없이 벌어진 혜성과 도연의 소주배틀, 도연이 어떤 마음으로 검사가 되었는지, 11년을 후회 속에서 살아왔던 서도연의 심정도 알 수 있었지요.

건너편 길에서 싸늘한 시선으로 도연을 외면하고 가버리는 아버지, 시험중 컨닝하다 혜성에게 들키고, 법정문 앞에서도 혼자 도망쳐 버렸던 그 비겁한 치부의 순간들을 본 혜성에 대한 불편함을 취중에 솔직히 털어놓았던 서도연, "너랑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그 순간은 실수였다고... 그렇게 난 11년을 기를 쓰고 변명해 온거야". 

조연이라고 구분할 것없이 모두의 캐릭터들이 살아있습니다. 유니폼 입은 남자가 좋다는 고성빈의 말에 몰래 경찰대학 팜플렛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가는 충기도 귀엽고, 25년을 수감생활를 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출소한 황달중의 세상과 삶에 대한 초연한 모습은 알 수 없는 씁쓸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장맛비 속에서도 한 번씩 얼굴을 내비치는 해처럼 툭툭 웃겨주시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나 김공숙(김광규) 판사는 깨알웃음을 주죠. 물론 역대최대 변종변호사 장혜성을 따라올 자 아무도 없지만 말이죠.

멜로, 코믹, 변호사로서의 진지한 모습, 허당기는 물론 자뻑감과 근자감으로 온몸을 칭칭 동여맨 이보영의 다양한 모습은 정말 잘 차려진 잔칫상을 받은 느낌이라, 이보영은 드라마 속 진주입니다. 연 한가득 있어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던 이보영에게서 찾은 신선한 매력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큽니다.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군요.    

 

 

커피숖 앞 계단에서 비를 흠뻑 맞고 있는 수하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온 혜성, 불편한 동거지만 수하가 기억을 찾을 때까지만이라고 못을 박았지요. 수하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고 수하가 남자로 좋아지기 시작한 혜성은 그럼에도 수하와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기를 씁니다. 일부러 저녁 늦게 들어가고, 저녁을 굶고 들어와도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되도록이면 수하와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써보는 혜성입니다. 수하몰래 도둑고양이처럼 소세지에 케첩을 발라 먹다가 들킨 혜성, (에이 쪽팔려), 모냥 심하게 빠지기도 했죠.

소주 두병 반을 마시고도 끄떡없다는 서도연때문에 소주배틀을 하면서 깻잎짱변이 되기도 했지만 끝까지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폼생폼사 장혜성, 그런데 웬걸... 그 깔끔하다는 술버릇이 정말 깔끔유난스럽더군요. 계단에 신발 단정하게 벗어두고, 평상에 반듯하게 누워자는 장혜성, 정말 못말려~였다죠.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차관우와 서도연 검사, 수하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대신 민준국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수하를 목격했다고 신고한 문성남을 참고인 조사로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민준국이 한 발 빨랐지요. 전날 막걸리를 함께 마셨던 문성남 아줌마를 음주운전 과실 추락사로 위장해 또다시 살인행각을 시작한 민준국이었죠.

민준국이 왜 그런 극악무도한 살인마가 되어야 했는지 수하의 돌아온 기억으로 잠시 읽어볼 수는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민준국에서 보지 못했던 진심의 감정이 보이더군요. 수하 아버지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며 우는 민준국, 그 일그러진 표정에는 슬픔과 그로인해 괴물로 만들어 버린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원망,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괴로움이 가득했습니다.  

수하를 비롯한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까지 그 복잡한 감정들을 울먹임과 허탈한 미소, 그리고 증오의 눈빛에 담는 정웅인의 종합세트같은 표정연기는 시청자의 마음도 동요시키게 만들더군요. 쯧쯧... 그랬구나... 싶게 만들 정도로...(그래도 절대로, 네버 네 편은 아니여!!!)

"난 달라, 당신처럼 짐승으로 살지는 않을거야, 절대!", 죽는 순간에도 민준국을 오히려 못났다고, 증오심으로 지금껏 마음의 감옥에서 살아온 게 불쌍하다고 민준국에게 패배감을 안겨줬던 어춘심 아줌마가 그랬던 것처럼, 수하는 민준국이 의도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민준국에게 허탈하게 밀려드는 패배감...

 

수하의 손에 칼을 들려 수하를 살인자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수하는 혜성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는 칼을 버리고 낚시터에서 도망치듯 달렸지요. 수하가 알고 있던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 민준국을 살인마로 만든 원인이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수하는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립니다. 그리고 수하를 1년동안 데리고 있었던 김기호 할아버지의 트럭에 치여 기억을 상실했던 거더군요. 기억을 상실했다기 보다는 민준국으로부터 들은 아버지에 대한 일을 수하는 지우고 싶어했습니다.

전날 술에 취해 평상에서 고이 잠들어있던 혜성을 침대에 눕히다 발견한 혜성의 복부에 있는 흉터,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나있는 상처, 수하의 기억은 일시에 봇물터지듯 돌아왔지요. 아버지와 함께 찬 차가 트럭에 치이고, 쇠파이프로 아버지를 죽이던 민준국,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혜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일, 그리고 민준국의 출소로 혜성이 위험에 빠지게 된 등등의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찾았습니다. 

낚시터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다 고통사고가 났던 그날처럼 정신없이 달리던 수하, 오토바이에 치일 뻔하면서 잃어버린 초능력까지 찾았죠. 수하의 세상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을 찾고, 민준국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도 스스로 알게 된 수하, 장변에게 기억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거였구나... 내가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이.. 지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데...', 장변에게 기억을 찾았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수하입니다. 무엇보다 장변이 위험합니다. 혜성의 사무실 근처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수하의 눈에 혜성이 보이죠. 근심걱정이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혜성이 웃고 있습니다. 저토록 예쁘게 웃는 여자, '당신을 어떡하면 좋을까... 이사실을 알면 날 더 원망하겠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 또 얼마나 두려워할까...'.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을 혜성이 몰랐으면 좋았을 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장변도 알아버렸군요. 혜성의 마음을 읽는 수하, '민준국 살아있었어. 수하가 죽인게 아니었어. 역시 그 자식이 내 약속을 지킨 거였어'.

민준국이 살아있다는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전화를 거는 혜성의 들뜬 목소리에 수하는 그만 울컥, 그녀를 뒤에서 안고 울어버립니다. "민준국이 살아있다잖아, 이 밥통아,, 당신 목숨이 다시 위험해졌는데 어떻게 내 무죄가 먼저야, 어떻게 이래!ㅠㅠ". 

혜성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보다 수하가 무죄라는 것이 더 고마웠습니다. 스무살 수하가 살인자가 되어 감옥 차디찬 방에서 청춘을 보내야 하지 않아도 됨에 고마운 혜성이었습니다. 변호사... 숱한 사건들을 맡아 변론했지만, 혜성은 자신이 변호사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덟살 꼬맹이,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을 혜성을 찾고,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던 그 녀석을 지켜냈다는 것이 말이죠.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민준국과의 낚시터에서의 일을 혜성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하주차장에서 칼을 휘둘렀던 수하는 기억하는 혜성입니다. 수하가 민준국을 죽이지 않았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혜성의 마음 한 구석은 늘 불안했습니다. '절대로, 결코, 100% 수하가 죽이지 않았겠지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 수하가 죽였다면...', 내색하지 않았지만 바짝바짝 타들어갔던 혜성에게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말은 가뭄 속 단비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민준국이 또 자신을 해치려 들든 말든 그건 나중 문제, 지금은 그 녀석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만이 좋습니다. 병실에서 잠결에 들었던 수하의 귓속말 약속, 수하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혜성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어이없게도 수하에게 향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말이죠. 언제나 수하가 먼저가 돼버린 자신의 마음을...

 

콩나물 해장국을 끓였는데도 일이 있다고 그냥 나가버리는 혜성을 쫓아나간 수하, 계단을 막고 서서 혜성을 올려다 보고 부탁하는 수하의 모습에, 개인적으로는 배우 이종석의 소년같은 표정에 넋빠져서 봤답니다. "나 2심에서 무죄받을 거예요. 친구도 사귀고, 대학도 가고, 알바도 하고 열심히 살거예요. 그러니까 나 피하지 마요. 늦게 들어오지도 말고, 밥 굶지도 말고... 나 싫어하지도 말고...". 

이종석은 드라마에서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인데, 기억을 잃기 전의 수하와 기억을 잃은 수하를 표현함에 있어, 혜성을 보는 눈빛과 각도로 그 차이를 표현해 내더군요. 기억을 잃기 전의 수하는 애늙은이 수하였죠. 나이는 어리지만 과거의 수하가 혜성을 대할 때는 혜성에 대한 사랑과 염려, 걱정의 눈빛이었죠. 이종석은 기억을 잃기전의 수하는 주로 혜성을 내려다 보거나, 옆모습으로 힐끗보는 눈빛으로 수하의 내면적 성숙함을 표현했었지요.

 

그런데 기억을 잃은 수하의 눈빛은 불안감(법정에서 처럼)과 일종의 애원하는 눈으로 늘 혜성을 바라보더군요. 비를 흠뻑 맞으며 혜성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수하가 결국 우산을 들고 나온 혜성을 올려다 보는 눈빛에는 혜성에 대한 걱정은 보이지 않았지요. 무의적이지만 고모부에게 버림받았던 그날, 그토록 고모부가 자기를 바라봐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상처가 비에 씻겨가는 듯한 그런 눈으로 혜성을 올려다보며 웃었지요. 

계단에서 역시 혜성을 올려다 보며 말하죠. 피하지만 말아달라고, 싫어하지 말아달라고... 그 어린 아이같은 간절한 눈빛은 혜성을 사랑하는 남자 수하의 감정이 아닌, 세상천지 오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도 못하는 스무살 수하가 혜성이 피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랜 짝사랑으로 매달리지도 않았죠. 마음으로는 혜성이 이유없이 좋은데, 기억은 없어도 가슴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감정들을 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하의 진심이 더 깊게 전달됩니다. 이종석 이친구의 캐릭터 표현력이 참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완전히 기억이 돌아온 이후의 수하는 예전의 눈빛으로 돌아왔더군요. 혜성을 좋아하고 염려하고 걱정하는 눈빛으로 말이죠. 자신에게 전화를 걸며 무죄라고 좋아하는 장혜성에 대한 감정을 주체못하고 백허그를 했을 때, 그에게 느껴지는 남자의 향기는 나이불문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종석에게는 참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눈빛을 쓰다듬어 주고 싶게 하는 이상한 감정이 들게 합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믿고 기대도 좋을 것같은 남자의 넓은 가슴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only 혜성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동시에 담긴 눈빛, 볼때마다 심장 벌렁거리는 이 녀석을 어떡하면 좋을지, 책임져!! 전 이쪽 라인으로 마음이 기울어서 수하와 혜성라인이 더 콩닥거리네요. 차변 지못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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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09:38




'합리적 의심', '무죄추정의 원칙'... 어춘심을 살해하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던 민준국(정웅인), "망할놈의 원칙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그 원칙을 혐오하던 사람이 그 원칙으로 한 사람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코끼리 퍼즐을 예를 들어 최후변론을 한 서도연 검사의 말도 쉽게 이해되었고,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장혜성의 변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도연 검사가 예시했던 사건의 피해자가 혜성의 어머니였다는 것을 밝히면서 까지 수하의 무죄를 주장한 장혜성, 민준국이 빠져나갔던 것과 같은 법의 원칙에 근거해 수하는 무죄판결을 받고 나오게 되었지요. 휴~~ 다행. 수하의 선고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일주일이 참 길었다우~ 

박수하를 목격했다는 신고자 문성남을 찾아간 서도연, 그리고 도연과 과일가개 아줌마를 지켜보고 있는 민준국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했죠.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살해당할 가능성이 커보이기는 한데, 뒤를 캐고 다니는 과거 11년전의 또다른 목격자 서도연(이다희)도 민준국의 범행대상에 오를 것 같아 불안하군요. 곧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것이라는 황달중 역시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수하의 공판은 5:4라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지만, 아내를 토막살인했다는 죄목으로 25년째 감옥에서 살고 있는 황달중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마치 남일 얘기하듯 자신의 머리가 뭐가(뇌종양?) 생겨 형집행정지로 다음 주면 나가게 될 거라는 황달중, 뒤에 이어진 황달중의 미소가 너무 맑고 좋아보여서 슬펐습니다. "박수하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친구는 나처럼 살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민준국에게 왼손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증언으로 수하에게 유리한 증인이 돼주기도 했던 황달중, 그는 25년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지만, 수하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만족해 하는 그의 미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혜성의 최후변론 마지막 말이 가슴께에 얹혀오더군요. "(무죄임에도) 인생의 빛나는 시간을 감옥에서 살게 된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망할 놈의 원칙(형법 325조)이 필요한 겁니다. 제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놔 준 개떡같은 원칙이지만, 또 그 원칙이 피고인을 살릴 수 있는 지푸라기같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울음을 꾹꾹 참으며 최후변론을 마치고 나온 혜성은 끝내 화장실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지요. 어머니를 죽인 살인마를 내보내야 했던 법이었는데, 수하를  살리기 위해 그 원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자신이 잘한 일이었냐고 물으면서 말이죠. 우리가 흔히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하는데, '법대로'라는 말, 적용되는 사례는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로 나오는군요.

김공숙(김광규) 판사도 이번 재판은 개운한 마음이었을 듯 합니다. 지난 번 민준국 재판때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볼 일보고 뒷처리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온 듯한 표정이더니 말입니다.  

 

무죄판결을 받고 법원로비에 우두커니 서있는 박수하,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수하에게 세상은 망망대해 같았을 겁니다. 수하의 집주소를 알고 있던 혜성이 수하를 아파트까지 데려다 주지만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하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열쇠수리공을 기다려야 했지요.

30분안에 온다는 열쇠수리공을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혜성은 세상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죠. 자신의 어깨에 잠든 혜성의 머리를 기대주는 수하, 재판중 메모를 하던 혜성의 왼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수하입니다. 참 고마운 손입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참 좋은 사람입니다. '고맙습니다', 혜성의 손에 입을 맞추는 수하, 마치 숭고한 의식을 치루듯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손키스에 가슴이 벌렁...  

온 마음이 담아 잠든 혜성에게 전하는 수하의 마음, 혜성의 손을 잡고 감사의 키스를 한 일이 벌렁할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숭고한 의식같아서 뭉클했는데도, 수하(이종석)땜시 덜컹했네요. 요즘 이 어린 남자에게 제 마음도 홀라당 빠지고 있는 중이라...ㅎ

 

충기에게서 건네받은 일기장, 완전히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퍼즐 한 조각처럼 장혜성과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한 수하입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혜성에 대한 기억이 없음에도 혜성을 보면 자석처럼 수하 마음이 따라가죠.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 망망대해같은 세상에서 수하의 손을 잡아줄 단 한사람처럼 느껴지는 수하입니다. '난 당신을 잊지않았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면 내가 꼭 지켜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어느 날 적어둔 자신의 일기, 일기속의 당신이 장변임을 수하는 알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었어도 가슴은 그녀를 기억하는 수하입니다.  

이종석의 담백한 내면연기가 참 좋더군요. 자신의 감정을 다 표출하지 않는데도 이종석의 졸린듯 촉촉한 눈빛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고, 감정을 싣기보다는 착잡하게 내뱉는 대사톤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매력적입니다. 

 

물론 어린 연하남 수하에게 빠지고 있는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애써 부인해보고 수하와 거리를 두고 피하려고 해보지만 혜성도 수하를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지요. 재판이 끝나고, 수하의 무죄를 끌어내면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다시 묻겠다던 차관우 변호사를 피하는 혜성, 화장실 앞에서 차관우를 보고 잽싸게(완전 티나게 ㅎㅎ) 몸을 숨겼지만, 들켜버렸지요. "내가 안되는 이유, 물어봐도 돼요?", "내가 말도 안되게 어이없게도 그 애가 자꾸 신경쓰여요. 정말 말도 안되게 내가 그 애를 좋아하나봐요". 

혜성은 수하를 좋아하게 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수하를 피해다녔죠, 사무실로 찾아온 수하때문에 책상밑에서 발에 쥐가 나도록 숨어있어도 보고, 김공숙 판사의 가운을 방패로 거리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숨어걸어가기도 했고, 수하에게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는 포스트잇까지 붙여두고 왔지만, 수하를 그녀 마음에서 밀어내지는 못했더군요.

결국 회전문에서 수하에게 꼼짝없이 잡힌 혜성, 수하에게 모진 말로 거리를 두려고 하지요. "널 피곤할 정도로 싫어했어. 니가 아니라 민준국이 나한테 특별해서 열심히 변호한거야. 네 덕에 변호사가 뭔지 알게 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치만 거기까지! 그니까 너도 여기까지!!". 

수하와 만나기를 불편해 한다는 눈치를 채고 있었던 차관우의 구조전화로 수하를 두고 커피숍을 나와 도망치듯 택시를 타고 가버린 혜성, 혜성의 귀에 수하의 말이 자꾸 맴맴 돕니다. "가지마요, 가지마".

 

커피숍에서 수하에게 모진말을 해주고 돌아서 버렸던 혜성, 차관우가 집까지 바래다 주었는데, 결국 나가고 말았죠. 억수같이 비가 오는데, 그 바보같은 녀석은 아마도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혜성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혜성은 기억도 못하는 약속을 지킨다고 10년을 찾아 혜성 앞에 나타났던 그 녀석, 그 녀석의 쇠심줄같은 고집, 그 멈추지 못하는 사랑을 혜성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진짜 미치겠다, 너를 어떡하면 좋으냐...", 비를 쫄딱 맞고 커피숖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수하, 혜성의 가슴이 철렁합니다. '안되는데, 이건 아닌데... 어린 널 좋아하고 있는 나는 어떡하면 좋냐... 니가 아니라 내 마음이 날 겁나게 한다, 수하야'.

 

수하가 웃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웃고 있습니다. 떨어뜨린 우산을 주워 혜성에게 씌워주면서 수하는 웃습니다. '와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잃었어도 내 가슴은 여전히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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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12:39




어춘심(김해숙)을 살해하고 화재로 위장해 살해현장의 증거를 인멸한 민준국, 살해용의자로 기소가 되었지만 법은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서도연 검사가 10년전 자신의 살해현장을 목격한 목격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방법을 모색하던 그는, 눈물어린(?) 유서를 쓰고 자살기도를 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였죠.

민준국의 유서를 읽은 차관우는 그가 무죄라는 것에 무게를 두었고, 좋아하는 짱변과 수하가 민준국의 치밀한 살인이라고 해도 오해한 것일 수 있다고 민준국을 두둔합니다.

새삼 마음의 소리를 듣는 능력의 수하라는 인물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절실히 느낍니다. 말과 글은 사람들을 쉽게 속일 수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진심을 담은 듯한 유서를 쓴 민준국, 그리고 선한 모습으로 어춘심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말들에 그의 마음을 읽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넘어가게 만들었듯이 말이죠.  

대수롭지 않게 그저 평상시와 똑같이 전화통화를 했던 것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였음이 믿기지 않는 장혜성이었습니다. 다음날 엄마를 만나러 가면 '또 지겨운 잔소리를 듣고 오겠구나' 건성건성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있었던 장혜성, 그 시각 엄마가 죽어가고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마치 악몽같습니다. 믿기지 않는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도 나지 않는 장혜성, 덤덤하게 빈소를 찾은 동료들을 맞이하고, 서류를 작성하듯 장례절차를 써내려갑니다.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던 수하가 홀로 빈소를 지키고 있는 장혜성에게 왔지요. "민준국을 만나고 왔어. 자기가 안죽였다고 억울하다고...".

호송차에 실려가는 민준국의 멱살을 잡고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었던 수하, 호송관들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죠. 수하를 바라보는 민준국의 비열한 웃음, 그리고 읽어냈죠. 어춘심을 죽이기 전에 혜성과 전화통화를 시켜줬다는 것을 말이죠. 

믿기지 않았던 엄마의 죽음이 그제서야 가슴을 갈기갈기 찢으며 장혜성에게 현실로 다가옵니다. 시집가라고, 복수심으로 지옥에서 살지 말라고, 못난 사람들 어여삐 여기고 가엾게 여기라고, 그게 엄마가 혜성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었다는 것에 끝내 오열하고 만 혜성입니다. 아무리 불러봐도 돌아오지 않을 어머니, 다시는 혜성의 머리통을 쥐어박아 주지도 못할 어머니...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에게 아무 말도 못해줬습니다. 엄마가 믿어줘서 이만큼 왔다고, 세상에서 끝까지 내편이었던 엄마때문에 좌절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아무말도 못해줬습니다.

아이스박스 가득 밑반찬을 보내주고 철철이 옷을 사서 보내주던 엄마, 바쁘다는 핑계로, 시집가라는 잔소리에 주말이면 집에도 자주 내려가지도 못했는데, 몰랐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인사도 못하고 보내드리게 될 줄은... 엄마가 자랑스러워 하는 어춘심여사 딸 장혜성, 혜성을 위해 치킨집 할인행사 전단지를 만들때마다 한 장씩 가져와 옷장안에 붙여두고 있었다고, 낯간지러웠지만 속으로는 너무 좋았다고, 말도 못해줬습니다.

 

민준국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정황은 분명한데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죽은 살인범을 기필코 잡고 싶었던 장혜성, 자존심을 굽히고 서도연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까지 했죠. 지난 날 했던 말들 사과하라면 하겠다고, 민준국 그놈만 잡아쳐 넣어달라고 말이죠.

서도연의 아버지 서대석은 서도연과 장혜성에게 복안을 내놓았죠. 증거는 만들 수 없지만 증인은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민준국이 함께 감방에 있었던 제소자를 증인으로 세워, 위증이라도 만들어 내보자고 말이죠. 옳은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가석방을 미끼로 위증을 하라는 딜을 하라니... 그래도 민준국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이 너무나 가증스러워서 옳지못한 방법임에도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 같아지더군요. 

 

그러나 제소자 황달중은 오히려 서도연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고 말았고, 위증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원칙에 의거, 민준국은 무죄판결을 받고 말았죠. 좋아하는 짱변이지만, 눈물을 머금고 변호사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차관우...

시청자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차관우는 모르고 있기에 그를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차관우는 민준국의 유서가 진심이었다고 믿었고, 민준국이 과거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라고 해도, 전과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차변  미워! 50점 감점!! 그가 형사출신 변호사이기에 좀더 사건을 자세하게 조사해 주길 바랐는데, 수하와 장변의 주장을 일종의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해 버린 것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차관우에 대한 믿음은 계속 남겨둘 겁니다. 누구보다 피의자의 입장에서, 피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변호사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10년전 박주혁(박수하 아버지) 사건을 공판 기록을 보려고 하는 점으로 미루어, 민준국의 과거를 파헤칠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민준국이 무죄판결을 받은 일로 장혜성과 차관우는 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죠. 좋아하기에 힘이 더 드는 두 사람입니다. 어머니의 죽음, 믿었던 차변에 대한 배신감에 마음을 잡지 못하는 혜성은 매일같이 집안일을 산더미로 만들어 해대고, 그런 혜성을 보는 수하의 마음은 아프기만 합니다.  

혜성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 수하는 자신의 손으로 민준국을 처치하기로 마음을 굳히는 듯 보이더군요. 민준국이 혜성의 주위를 서성거리를 것을 알았을때 준비했던 칼, 복수하지 말라는 혜성의 말에 서랍장 구석에 넣어두었던 칼이었습니다. 이젠 법이 못하면 수하의 손으로 직접 하고 싶습니다.

법정에서 수하와 혜성을 바라보며 가증스러운 승리의 미소를 짓던 민준국, 10년전 수하가 들었던 그 말을 되풀이 하는 민준국이었습니다. "꼬마야. 여기 먹물 먹은 등신들도 나 내 편인 것 같구나. 만일 여기서 무죄를 받아 나가면 다음은 너와 저 계집애 차례다". 

혜성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합니다. 민준국이 살아있는 한 혜성에게는 늘 죽음의 그림자가 공포스럽게 그녀의 주위를 서성이게 될 겁니다. 이제 수하가 그 공포의 그림자를 거둬주고 싶습니다. 그것만이 그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민준국의 선고일을 메모해 두는 수하, 아마도 그가 무죄로 풀려나오는 날을 D-day로 잡은 듯 하더군요.   

짐을 정리하고, 등이며 싱크대 경칩이며 다 손을 봐두고 혜성의 집을 나가는 수하, 그녀와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가지요.

"왜 여기가 오고 싶었어?"

"내 세상은 남들보다 시끄럽잖아. 여기는 왠지 조용할 것 같았어. 늘 평화롭고...".

그리고 민준국이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거짓말을 해주지요. 재판때 봤다면서 말이죠. 어머니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많이 자랑스러워 하셨다고.... "그리 용감한 애인줄 알았으면 이쁘다는 소리도 많이 해주고, 칭찬도 많이 해줄 걸...", 천국가서도 춤출 거라고 전하라고 했다고 말이죠. 

민준국을 죽일 결심을 한 수하, 힘겹게 혜성을 차변에게 보냅니다. 혜성의 집을 찾아왔던 차관우에게도 말했었죠. 장변이 차변을 많이 좋아한다고, 그래서 더 힘들어 하는 거라고 말이죠. 민준국 편들어줘서 오히려 감사드린다며 절까지 했던 수하였습니다.

"차변 너무 많이 원망하지마. 당신 많이 좋아해서 그러는 거니까... 민준국을 진짜 믿고 있어, 당신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오해에서 당신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애. 진실을 모르니까. 그게 그 사람 입장에선 최선이었을 거야. 그리고 당연히 알겠지만 그쪽도 차변 많이 좋아해, 그래서 지금 괴로운 거고... 그러니 너무 오래 숨어있지 말고 그 사람 받아줘". 

수하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깊은 속을 가진 남자라는 것에 순간 수하에게 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하와 차변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수하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이해하는 그런 남자더군요. 

민준국의 무죄선고일에 맞춰 모종의 행동을 할 결심을 한 수하, 눈물로 이별을 고하고 돌아서던 수하는 그동안 혜성에게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하지요. 10년을 짝사랑해 온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장혜성, '안녕... 나의 짱다르크...'.

 

수족관 앞에서의 키스는 수하의 사랑 고백이자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키스신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꽥! 너무 크게 질러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가득 설렘으로 다가온 남자는 고등학생 박수하가 아닌, 진짜 남자 박수하였습니다.  

그동안 박수하가 고등학생인데다 장혜성과의 나이차 때문에 이 커플을 대놓고 응원을 못해 왔는데, 지금이 2012년이고 다시 그들의 스토리가 펼쳐질 해는 수하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일테니, 이제부터 이쪽 라인에 몰빵하고 싶어질만큼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키스 한 방이었습니다.

 

전 수하의 사랑이 많이 공감됩니다. 수하에게 장혜성은 동경이나 선망의 대상으로서의 첫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여선생님에 대한 로망과는 다른 감정이었죠. 눈을 보면 마음을 읽는다는 어린 수하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10년전의 법정, 일시적인 실어증으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만 흘리고 있을때, 법정문을 열고 들어선 이가 장혜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가녀린 새처럼 떨며 울었죠. 괜히 증언했다면서 말이죠.

혜성은 용감한 잔다르크는 아니었어요. 그저 그게 옳으니까 했을 뿐이었던 여린 새였어요. 그때부터였습니다. 수하가 혜성을 지켜주리라 마음먹은 것은... 여린 새를 지키기 위해 수하는 강해지고 싶었고, 태권도를 익힌 것도 그때문이었습니다. 괜히 증언했다고 어린 수하앞에서 울지 않았었더라면, 수하가 그녀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신을 지켜준 누나앞에서는 언제나 어린 아이로 남았을 겁니다.

10년 동안 수하에게 혜성은 수하 앞에서 울던 여린 새였습니다. 조금은 맹탕스럽고, 대책없는 주책바가지 자뻑녀이기는 하지만, 저녁이면 남자구두를 내놓고 자는 그런 여린 소녀...

 

수하의 기습키스에 놀라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던 장혜성, 그녀는 알까요? 그녀의 마음에도 이미 수하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고등학생이기에 이성으로서 보다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정도로만 수하의 존재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던 혜성이었죠. 캔뚜껑을 따려고 낑낑대면 어느샌가 캔을 채가 쉽게 뚜껑을 따서 내밀던 우람한 팔뚝을 가진 수하, 혜성이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습관처럼 "수하야, 난 네가 필요해"라고 부르게 되는 이유, 수하가 동생같은 아이 이상의 존재였었다는 것을 말이죠.

에필로그로 보여준 이대송 할아버지의 재판 이후 장면은 그런 장혜성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하이파이브를 하던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사귀자고 프로포즈를 했던 차변이 데이트 신청을 했었지요. 그때 혜성은 수족관에 가자고 했던 수하와의 선약을 떠올리며 수하 약속이 먼저라고 했었더군요. 안타깝게도 수하는 혜성의 뒷말을 듣지못하고 말하는 곰돌이 인형을 버려버렸죠. "짱변 잘했어!", 들려주지 못했던 수하의 마음이었죠.

혜성을 지키려는 수하의 마음을 혜성은 읽을 수 있을까요? 수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요?  

 

***수하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있던 날, 백미러에 달려있던 팬던트 목걸이가 요즘들어 자주 나오고 있죠. 장혜성과 간결하게 나누는 대화수단으로 법정에서 자주 보이고 있는데, 전 이 목걸이에 무슨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뒷면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재판정에서 무죄 혹은 유죄에 대한 판사의 마음을 수하가 팬던트 목걸이로 보여주기도 했죠. 

그런데 팬던트를 유심히 보니 경칩이 달려있더군요. 즉 열리는 팬던트라는 말이고, 그 안에는 흔히 넣어두는 사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기는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사진을 팬던트에 넣어 수시로 열어보기도 하잖아요. 팬던트 목걸이는 수하의 것은 아니었고, 아버지 박주혁의 유품이거나 어머니의 유품일 가능성이 큰데,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하군요. 그저 단순한 소품이라고 하기엔 뭔가 사연을 숨겨뒀을 듯해서 말이죠. 

 

***민준국이 무죄선고를 받고 나올 2012년 7월3일, 수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요? 걱정과 반전에 대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일주일을 힘겹게 버텨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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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7 11:22




너의 목소리가 들려 7회는 무거운 법정드라마에도 깨알같은 개그에 웃어왔던 지난 회차들과는 달리 무겁고 슬픈 내용이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어춘심(김해숙)의 생사여부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게 바글거리고 있네요. 혹시라도 어춘심이 변고를 당했다면,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지 심장이 조마조마합니다.

어춘심에게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불길함 쪽으로 자꾸 생각이 기울고 있네요ㅠ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의 1년전 과거 이야기인 듯 하니 말입니다. 민준국이 혜성의 월급날을 표시하던 2012년의 달력과 수하의 2012년 성적표가 그 증거죠.  

민준국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의뢰해 둔 박수하, 민준국이 혜성의 집 근처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사색이 되었는데 마침 걸려오는 전화를 받은 박수하의 표정은 큰 일이 터졌음을 암시했습니다.

 

'그 때 알았다. 엄마가 꾼 악몽은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악몽은 예상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을 말한다는 것을...'.

어춘심이 죽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장혜성의 나레이션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춘심이 살아있다면 민준국을 살인혐의로 잡을 충분한 증거가 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지금부터 시작이고, 예상보다 훨씬 나쁜 것을 말한다는 것'이라는 나레이션이 나온 듯 해서 말이죠.  

여기서 혜성의 나레이션 역시 과거의 한 지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때란 1년 전임을 말이죠. 음... 민준국은 어춘심을 죽였을까? 예고편에 피의자로 검사 서도연 앞에 선 모습은 살해용의자로 잡히기는 한 듯 보이더군요.

 

그러나 그는 용의주도한 인물입니다. 출소한 후에는 각종 봉사단체에서 선행을 쌓아왔고, 수하에게는 "나 잊고 잘 살아라. 난 니들 잊지않고 열심히 살아갈 테니까"라며 회개한 듯한 말을 남겨두기도 했죠.

추측을 해보자면 민준국은 어춘심이 강도살해를 당했고, 어춘심을 구하려다 부상을 당했다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것이라는 겁니다. 박수하가 다짜고짜 민준국을 폭행했던 것도 민준국에게는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을 테고요. 각종 봉사단체에서 봉사를 해 오고 있는 선한 양의 가면을 쓴 민준국이 변호인을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는 차변호사(윤상현)를 눈가리고 아웅하기는 쉬운 일입니다.  

어춘심의 죽음(?) 이후 수하는 장혜성의 집을 나오고, 수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의 세월이 흘러 장혜성과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수하는 민준국을 제손으로 잡아 복수하겠다는 생각과 혜성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민준국을 쭉 감시하고, 민준국은 혜성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며 조용히 잠수...

그리고 1년 후 민준국의 복수가 다시 시작되면서 혜성에게 또다시 악몽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예컨데 박수하가 민준국의 살해범으로 기소되었다든지 하는....

 

어춘심(김해숙)의 죽음만은 보고 싶지 않은데, 작가님께 살려달라고 통사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는 설정으로라도 괜찮으니 말이죠.

 

수면위로 떠오른 민준국의 복수, 그와 박수하의 아버지는 어떤 관계였는지, 박수하의 아버지가 알고 있었던 민준국의 비밀은 무엇이었으며, 서도연의 출생의 비밀이 민준국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이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문제지만 왠지 연결되어 있을 듯해서), 이제 하나씩 의문점들이 펼쳐지겠군요. 장혜성과 차관우, 박수하의 삼각관계도 각각의 감정들이 드러나면서 가시화되었고요. 

예고편에 민준국이 자신의 변호사로 차관우를 요청해 이제 막 사귀려고 했던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도 못해보고 냉각기에 접어들 듯해서 안타깝군요. 박수하도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장혜성과 차관우가 더 어울려서 전 애정라인은 오락가락 중입니다.

 

지하철과 가판대에서 폐지를 수거해 근근히 생활을 해왔던 이대송 할아버지의 절도사건은 생계를 위협하는 빈민가계의 실상을 보여줘 왠지 모르게 제가 가해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들도 아버지를 부양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들이 속상해 할까봐 아들에게 한사코 알리기를 거부하는 팔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가슴이 찡해오기 보다는 답답하고 무겁게 얹혀오더군요. 

장혜성 대신 차관우가 이대송 할아버지 절도 사건을 변호하게 되면서, 장혜성은 자신을 모욕한 할아버지를 열심히 돕는 차관우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지요. 가재는 게편이라는데,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같은 국선전담 변호사로서 그럴 수 있느냐면서 말이죠.

재판정에서의 차관우의 변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하루 생계비만큼의 폐지를 들고 온 차관우, "아무도 뉴스를 신문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루 신문 800장을 구해야 사는 이 사람들에게 무가지는 생존 그 자체였을 겁니다. 이분들이 따라잡기에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 입장에서, 이 분들 시선으로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재판정, 그러나 할아버지의 과거 전과와 명백한 절도행위가 용서될 수는 없었죠. 상습절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으면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할아버지, "우리가 피고인들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꼭 선처 받아낼 겁니다. 그리고 짱변한테 사과하게 할 겁니다. 나 그 사과받으려고 죽을 둥 살 둥으로 유난 떠는 거예요...". 차관우의 진심에 마음을 연 혜성은 차관우를 돕기 위해 방법을 찾다가, 할아버지와 피해자가 먼 8촌관계임을 알게 됩니다.

번뜩! '친족상도례'. 친족상도례란 친족간의 범죄인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혜를 주는 법으로,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고소 자체가 무효가 돼버린다는 게 요지입니다. 마음을 읽는 수하의 도움으로 피해자 이병준이 위법한 사실을 들어 합의를 유도하고, 징역 3년에 처해질 뻔한 할아버지의 재판을 기각시켰죠.  

검사인 서도연도 찝찝했었고(검사의 신분으로는 공소를 해야하지만, 전 그녀에게도 인지상정의 마음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공숙 판사(김규광)도 생계때문에 무가지를 훔친 팔순 노인을 3년을 감옥에 들어가게 하는 것을 마음에 걸려했는데, 피해자의 합의로 재판정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을 듯 하더군요.

 

합의서를 들고 온 장혜성을 법정에서 얼결에 안아버린 차관우, 갑작스런 차관우의 포옹에 얼음땡 돼버린 장혜성은 가슴이 벌렁벌렁하기 시작합니다. 재판이 끝난 후에는 손등에 키스를 하며 사귀자고 프로포즈까지 해 온 차관우, 반사적으로 좋다는 말이 튀어나온 장혜성,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리더군요. 이 모습을 봐버린 수하 가슴은 찢어지게 아픈데도... 10년을 좋아해 온 첫사랑, 겨우 이제야 만났는데 그녀가 멀어져 갑니다. 수하야 어떡하니ㅠㅠ 

 

장혜성에게 쓰레기를 쏟아부으며 쓰레기 변호사라고 했던 행동을 무뚝뚝하게 사과하는 할아버지, 가다말고 멈춰서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미지근해진 요구르트 한 병을 내밀었지요. 혜성에게 말로 하지못한 진심의 사과였습니다. 요구르트 한 병이 하루 끼니이기도 한 할아버지, 혜성에게 요구르트를 주고 할아버지는 그날 저녁을 빈속인 채로 잤겠지요.  

 

어머니 어춘심의 불길한 꿈, 쓰레기를 뒤집어 쓰고 쓰레기 변호사라는 욕을 들은 것을 예지했던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혜성, 주말에 집에 가겠다고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혜성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코맹맹이 목소리가 감기때문이 아니라, 유언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말이죠.

어춘심을 스패너로 내리치고 청테이프로 묶고 혜성과 통화를 하게 하는 민준국과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구두축을 때리며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 혜성, 끔찍한 이미지의 연상 연출... 굿이었습니다.

주말에 혜성이 집에 온다는 말에 주도면밀하게 cctv를 고장내고 어춘심을 인질로 잡은 민준국, 혜성에게 줄 갈비를 재고 있던 어춘심을 스패너로 내리치고, 그 시각 혜성은 구두축을 벤치에 치고 있고... 스릴러의 연출기법에 소름돋았네요. 

청테이프에 묶여 감금된 어춘심은 혜성에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유언을 남깁니다. "혜성아, 니 그거 아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 법대로 살다가는 이 세상 사람들 다 장님될 거다. 너한테 못되게 하는 사람들, 니를 질투해 그런 거다. 니가 잘나 부러워서 그러는 거다. 그런 사람들 미워하지 말고, 어여삐 여기고 가엾게 여겨라. 사람 미워하는 데 니 인생 쓰지말라 이 말이다. 한 번 태어난 인생, 이뻐하며 살기도 모자란 세상 아이가?". 

어춘심의 유언은 딸 장혜성에게 복수의 마음을 갖지말라고 당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준국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노력해 보겠다는 혜성의 말에 "그래야 내 딸이지",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 어춘심이었습니다. 딸과의 마지막 인사, 혜성에게 자신의 신변을 알리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어춘심, 이대송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연락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과 같았겠지요. '민준국 이 문딩이 자슥아.. 제발 죽이지 말아다오!!!'

어춘심때문에 눈물바가지로 흘리고, 김해숙의 소름돋는 연기에 숨도 못쉬고 지켜봤네요. 

이게 유언이라는 말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민준국이었지요. 살려달라고 울고 불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면서 말이죠. "내가 미쳤냐? 니 수를 뻔히 아는데 놀아날 것 같나? 나는 니가 못나고 가엾다. 평생 누구를 증오하며 산 거 아니냐. 그 인생 얼마나 지옥이었을까".

"그럼 니 딸도 지엄마 죽인 날 미워하면서 지옥에서 살겠네, 평생 복수하겠다 이를 갈면서...", 민준국을 노려보는 김해숙의 리얼한 표정연기는 가히 미친연기라 할 수 있었죠. 바르르 떨리는 안면근육, 죽음 앞에 선 공포를 보이지 않으려 이를 악문 그녀의 표정에는 살인마 민준국을 압도하는 광기마저 서려있었습니다.

 

"그리 살지는 않을 거다. 너처럼 못나게 안키웠다!". 김해숙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리얼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으니까요. 자신을 죽이려 흉기를 든 살인마를 더 무섭게 해버린 김해숙의 소름끼치는 미소, 꼭지 돈 민준국의 패배감, 침착함을 무너뜨리고 소리를 지른 민준국은 어머니 어춘심에게 배패했습니다. 울며 살려달라는 말에 복수의 희열을 맛보고 싶었던 그의 예상을 뒤엎는 미소였으니 말이죠.  

 

김해숙의 연기를 보노라면, '아...연기잘하는 배우의 아우라가 이런 거구나'를 느끼게 합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어쩌면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 어춘심은 딸 장혜성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죠. 딸에 대한 믿음, 잘 커준 자랑스러운 딸은 그 짧은 순간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눈 앞의 살인마를 압도해 버리는 강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어머니다' 라는 말을 연기로 표현하는 김해숙,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명품드라마가 되게 합니다

김해숙과 상대하는 정웅인의 연기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무섭지 않다는 어춘심의 말에 정웅인의 표정에 슬쩍 지나가는 당혹감, 그러면서도 싸이코패스의 여유만만함이 느껴지는 느글거리는 표정, 씰룩거리는 입모양과 눈썹의 움직임만으로도 민준국의 심리와 그들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죠.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의 장면은 대결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눈빛이나 대사조절, 감정표현을 함에 있어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거나 밀리지를 않거든요. 김해숙과 정웅인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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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10:54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박수하(이종석), 멜 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를 떠올려 보기는 했지만, 장르는 전혀 다른 법정드라마더군요.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있던 박수하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사람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덤프트럭 운전자 민준국(정웅인)은 신음하는 아버지를 쇠파이프로 살해해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합니다.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된 두 소녀 장혜성(김소현, 이보영)과 서도연(이다희)은 민준국의 재판정에서 증언을 하자고 약속했지만 장혜성만이 법정문을 열고 들어가죠. 

사고의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언어장애를 일으킨 박수하(이종석)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꼬마 아이의 말은 법적 증거로 채택할 수 없기에, 어린 소년의 망상이라고만 치부되었을 뿐입니다. 억울하고 답답한 소년 앞에 나타난 장혜성, 박수하에게 누나는 천사였고, 등불이었습니다. 

법정문을 열지 못했던 서도연의 두려움, 서도연에게 용기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법정문을 열고 들어선 장혜성, 두 소녀를 법정으로 향하게 한 것에 '정의를 위해서', '혹은 진실을 위해서' 라는 거차한 명분은 없었습니다. 치기어린 두 소녀의 심리싸움이 더 컸었습니다. 도망쳐 버린 서도연의 두려움도 충분히 이해되고, 법정문을 연 장혜성은 서도연보다는 깡다구(요런 말 비속어인가 ㅎㅎ)가 좀 쎄서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법정에서 증언을 한 후 장혜성은 두려움과 후회가 범벅되어 있었습니다. 우는 장혜성의 모습이 실감나게 공감되더군요. 괜한 일에 나섰다는 후회와 두려움으로 우는 장혜성을 어린 수하는 "내가 지켜줄게"라며 안아줍니다 

 

그리고 10년후...

학교를 자퇴한 장혜성은 검정고시로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국선변호사가 되어 박수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10년전 두려움에 떨면서도 증언을 해주었던 수하의 천사 잔다르크는 꼬박꼬박 나오는 국선변호사 수임료가 목표일 뿐인, 그렇고 그런 속물 변호사일 뿐이었죠.

수하와 같은 학교 급우 민동희의 추락사고 범인으로 몰린 고성빈의 변호사가 된 장혜성, 그녀는 고성빈(김가은)의 진심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검사의 기소장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앵무새같은 변론장만 준비해 재판정에 서려고 하죠. 

음악실에서 민동희를 밀지 않았다고 우는 고성빈의 눈물을 보며,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깐 흔들리는 장혜성, 찜찜함에 회전문을 반복해 돌기도 하지만, 장혜성은 이내 마음을 다잡아 버리죠. 10년전 서도연의 전교 1등 축하 파티에서 서도연의 한 쪽눈을 실명에 이를 수도 있었을 폭죽사고로 비슷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던 장혜성이었습니다.

폭죽을 쏘지 않았다는 자신의 말을 세상 사람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고, 오직 엄마(김해숙)만이 혜성을 믿어주었던 쓰라린 과거의 상처, 그러나 그 과거의 상처는 혜성에서 도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만 배우게 했습니다.

재판정에 나가 소년의 아버지를 위해 살해사건을 증언하기도 했던 용기는, 오랜 시간 혜성을 악몽 속에 살게 했습니다.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소름끼치는 범인의 목소리, 그리고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던 쇠파이프 끌리는 소리와 함께...  

 

용기는 쓸데없는 만용으로 여겨졌고, 불의와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패배주의에 물들어 국선변호사나 하다가 시집이나 가겠다는 한심한(?) 변호사로 전락한 장혜성, 장혜성에게 진한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겁니다.

강자에게 짓밟힌 경험은 장혜성이 과거 범인의 협박에도 재판정에 들어섰던 용기를 잃어버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피만 봤다는 심정으로 말이죠. '가늘고 길게 살자, 안전빵으로...'. 

싸가지는 물말아 먹었고, 홍보용 포스트잇을 한웅큼 집어오는 철면피에, 인정머리라고는 털끝하나 발견하기 힘들고, 동료와의 친화력이나 피고인의 진심에는 관심없이 그저 작성된 서류만 쳐다보는 재수뿡 변호사는, 우리 기성세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말이죠. 불의에 눈을 감고 진실에 귀를 닫고 불편함에 침묵하는 냉소적인 모습이 말입니다. 그래서 전 이 싸가지 없는 장혜성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롭고 애정이 가네요.  

 

그리고 악연은 되풀이됩니다. 민동희의 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고성빈 사건의 담당 검사가 다름 아닌 서도연, 폭죽사건으로 혜성에게 누명을 씌우고 학교에서도 쫓겨나게 하고, 교통사고의 목격자로 재판정에 함께 들어가자고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도망쳐 버렸던 인물입니다.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다 장혜성에게 들켰던 서도연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혜성이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혜성이 폭죽을 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덮고자 거짓말을 했던 친구의 말에 자신도 봤다고 맞장구를 쳐버린 서도연, 그 악연은 10년후 검사와 국선변호사로 해후하게 합니다. 

박수하의 믿기지 않은 초능력을 보고도 장혜성은 고성빈의 유죄를 인정하는 재판을 하려합니다. 증거도 없이 나댔다가 서도연에게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장혜성이었습니다. 고성빈의 마음의 소리를 읽었다는 것만으로, 목격자도 있었고(물론 창가에 서있던 고성빈을 보고 밀었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민동희에게 좋지않은 감정을 가졌다는 여러 정황들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말이죠.

"정말 많이 닮았다", 의미심장하게 비웃는 서도연의 말을 처음에는 못알아 들었던 장혜성입니다. "폭죽사건이 뭐야? 성빈이가 당신을 많이 닮았대. 10년전 폭죽사건때의 당신과...". 

고성빈의 재판정, 살해미수죄로 기소한다는 서도연 검사의 모두발언이 시작되었고, 장혜성은 방청석에 앉아있는 박수하에게 마음으로 묻습니다. "너 애가 무죄라는 것 확신해? 나 너 믿어도 돼?".

고개를 끄덕여 주는 박수하, 백 가지의 증언과 증거보다 박수하의 눈빛을 믿고 싶은 장혜성입니다.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합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무사안일주의,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인 속물 변호사 장혜성의 환골탈태와도 같은 반전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을까? 자신과 닮았다는 고성빈 사건,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혜성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억울하게 학교에서 자퇴를 해야 했고, 도연의 집 가정부로 일하던 어머니도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녀는 고성빈 변론을 통해 10년전 자신의 모습과 마주합니다. 폭죽을 쐈다는 누명을 쓰고도 눈물로 아니라고 항변밖에 할 수 없었던 힘없던 소녀, 살해현장을 목격하고 증언을 했지만 범인의 협박에 늘 밤길이 무서운 장혜성은 오랜 두려움 속에 살아왔습니다가로등없는 어두운 골목길에 무서워 번거로워도 빙 돌아 집으로 가는 혜성, 자기 전에는 남자의 구두를 현관앞에 내놓고 자는 습관도 그 두려움때문에 생겼을 듯 하더군요. 민준국의 무시한 협박에 떨었던 그 어둠 속에서의 기억때문에 말이죠.  

장혜성에게 진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싸워볼 용기를 잃게 했고, 서도연과 욱하는 치기같은 기싸움으로 재판정에서 증언을 했지만, 범인의 무서운 협박은 장혜성에게 두려움의 후유증으로 남아버렸습니다. 혜성의 말을 믿지않고 퇴직금이라고 돈봉투를 준 서판사(정동환)에 대한 어머니의 분한 심정을 달래주고자 독하게 공부를 했지만, 변호사란 그저 생계수단 직업 이상의 의미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녀 앞에 이상한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초능력 소년, 어쩌면 이 소년은 장혜성에게 보낸 용기라는 이름을 가진 동화 속 천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과 거짓, 용기와 두려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판가름 내버리는 냉혹한 법정의 억울한 약자를 위한... 그리고 오랜 시간 그녀를 떨게 한 민준국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할...

 

드라마가 끝날 즈음, 아마도 우린 마음을 듣는 동화 속 천사같은 인물 박수하가 된, 진심과 진실에 귀를 기울이는 사명을 위해 일하는 인권수호자와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없어지는 세상, 힘없는 약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보호되는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어둠보다는 밝음을, 삭막함보다는 따뜻한 세상을 느끼게 하는...

마음의 소리를 읽는다는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소재가 가미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2회에 매료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 김해숙의 출연만으로 기대를 안고 시청했는데, 그녀의 억척스러워 보이는 캐릭터와 사투리 연기는 역시! 김해숙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네요.

소재도 특이하거니와 이종석과 이보영의 변신이 신선하고 재미있더군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중저음을 가진 목소리의 매력도 매력이거니와 소년과 청년의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종석은 이보영과의 케미도 아직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더군요. 

 

특히 재미있는 변화는 이보영이었습니다. 단아하고 지나치게 정제된 이보영의 연기가 가끔은 숨막히게 한다는 느낌이 들어, 이보영이 연기변신을 해야할텐데 싶은 생각을 줄곧 했거든요. 폐지되었지만 달빛프린스에 나와 보여준 소탈하고 성격좋은 그녀에게 작품 속 이보영이 아닌 배우 이보영에게 반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제게 굳어진 딱딱한 이미지의 이보영을 한 방에 날려버려 흐뭇한 마음으로 보게 되네요. 

까칠하고 싸가지도 없고 사람에 대한 정이라고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장혜성이라는 캐릭터를, 욕나오게 밉지않게 표현하는 코믹한 모습이 과하지 않아서 좋더군요. 흔히 단아한 여배우의 망가짐을 과한 표정연기로 개그화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보영은 연기와 개그의 경계를 이탈하지 않더군요. 그런데도 웃깁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장혜성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를 궁금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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