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환'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1.10.26 '천일의 약속' 박유환의 오열, 드라마 분위기를 바꿔버리다 (14)
  2. 2011.10.25 '천일의 약속' 지워지는 서연의 기억, 통증없는 고통이 시작되다 (3)
  3. 2011.10.19 '천일의 약속' 수중키스에 침몰한 사랑, 늦기 전에 끄집어내야 (4)
  4. 2011.10.18 '천일의 약속' 수애의 감정 못살린 대사처리, 긴장이 컸나? (4)
  5. 2011.06.20 '반짝반짝 빛나는' 치떨리는 진나희의 이기심, 황금란을 망친다 (31)
2011.10.26 09:30




연예인들 중에는 형제 자매 남매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엄정화-엄태웅, 김태희-이완, 하지원-전태수, 산다라박-천둥, 소녀시대 제시카-에프엑스(fx) 크리스탈, SS501 김형준- 유키스 김기범 등 생각나는 분들만 해도 정말 많네요. 누나 혹은 동생, 형의 후광을 입은 덕도 봤겠지만, 그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활동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연예인들이지요.
JYJ 박유천(미키유천)의 동생 박유환도 형제 사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박유천은 성균관스캔들로 연기자로서도 성공한 케이스로 인기를 얻었지요. 비슷한 용모에 해사한 이목구비의 박유환, 그를 처음 본 것은 종영한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애늙은이 어린 삼촌 한서우라는 역할을 통해서 였습니다.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데, 첫연기치고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입니다. 발성상 발음이 새는 문제와 혀짧은 소리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요. 박유환의 발음이 거슬림에도 그를 눈여겨 보았던 것은, 연기를 참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진정성있게 전달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천일의 약속에서 주인공 이서연(수애) 동생으로 박유환이 나왔을때, 솔직히 연년생 동생으로는 수애와 차이가 난다 싶었고, 대사까지 깎듯한 존댓말을 쓰는 바람에 나이차가 10년정도는 차이가 나나? 싶어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하더군요. 이번 4회부터는 말을 내려 듣기 편해졌습니다만. 아무리 누나가 어머니같은 존재이고, 어려서 문권(박유환)이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책을 불태우겠다고 성냥불을 긋는 서연의 꼬장꼬장한 성격탓에 말도 못내렸나 싶기는 했지만, 요즘 누나 동생 사이에 존대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분위기탓인지 어색스러웠거든요.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도 아닌데 싶어서ㅎ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연은,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정상인 자신을 확인하려 하지요. 컵라면이 퉁퉁 불어터진 것을 보고는, 원고에 집중하느라 그랬다고 부정을 합니다. 세면대의 물을 잠그지 않고 나간 서연,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며, 애써 엿같은 알츠하이머와 연관짓지 않으려고 하지요. 서연이 애쓰는 모습이 강박증처럼 되어가는 것이 안쓰럽더군요. 점점 더 심해지겠지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그녀의 기억들이 소리없이 스르륵 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고통인지, 그 공포와 싸우고 있는 서연이 되어 보지 않고는 다 알 수 없을 듯합니다. 하루하루 알게 모르게 지워져 가는 그녀의 기억들은, 마치 시한부 인생처럼 그녀의 생명이 단축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요. 
매일매일 떠오르는 지형과의 추억은 그녀를 더 힘들고 아프게 할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고 한번만 만나자고 했다는 지형의 말에도, '마음 불편할 필요없다고, 미안해 할 필요없다고 전해달라'고 했을 뿐이지요. 서서히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마음으로는 지형을 붙잡고, 또 붙들고 싶은 서연입니다.
소태씹은 표정으로 결혼준비를 하는 지형도 마음은 온통 서연에게로만 향하지요. 하루하루 결혼날짜가 다가올수록 서연에게로 더 달려가고 있는 지형입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뚱한 지형에게 향기의 엄마(이미숙)가 결혼깨자며 불같이 화를 내도, 착한 향기의 오매불망 사랑고백도, 서연에게 더 달려가고 있는 지형을 잡지 못합니다. 향기엄마 이미숙의 성깔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친구 누나의 부음에 조문을 가려던 문권은 자동차키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서연의 서랍에서 메모지를 발견하게 되지요. 요즘들어 깜빡증이 심해진 누나가 별걸 다 유치하게 하고 있구나 라는듯 피식 웃던 문권은, 서연의 약처방전을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지요. 그리고 그 약이 알츠하이머와 우울증 약이라는 것을 알고는 경악합니다.
재민에게 누나가 치매인 것같다며 걱정하는 문권, 재민은 병원을 찾아가 서연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하지요. 서연의 병을 알게 된 문권은 하늘이 노래지고,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6살 어린 나이에 동생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던 누나, 라면도 떨어지자 맹물이라도 먹여 동생의 허기를 채워주려 했던 누나는 엄마이자 아버지였지요. 그런 누나가 치매에 걸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5~6년 내에 죽게 된다는 것이, 무슨 막장드라마같은 이야기냐고 받아들이기 힘든 문권이지요. 
"이게 뭐야, 이 등신아, 누나". 약 처방도 받지 않은 누나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모른 척 연기를 해야하느냐며 오열하는 문권, 박유환이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데, 심장이 쿵! 하면서, 돌덩이가 얹혀오는 것같더군요. "우리 이렇게까지 재수가 없어야 해? 누나도 나도, 참 더럽게 재수가 없어요".
지난 회(3회)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도, 너무나 침착했던 서연때문에 사실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이라는 느낌은 생략돼 버렸지요. 혼자 병소주를 마시며 오열하는 서연, 분노의 양치질로 치매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서연을 통해, 그 아픔이 전달되기는 했지만, 서연의 지나친 담담함에 알츠하이머는 서연의 병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4회에서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문권을 보면서, 치매가 순간  '내 일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일이기도 하고, 또 내 부모님의 일이기도 하구나' 라는, 그런 먹먹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남자들은 감정표현을 참 잘 절제한다고 하지요. 사람이 죽어도 남자들은 대성통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꺼려합니다. 발뻗고 주저앉아, 아이고 대이고 하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 대부분은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죠. 박유환은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을, 그 나이에 맞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함께 있던 이상우의 눈에 고이는 눈물이 절제하는 남자의 깊은 아픔을 보여 주었다면, 박유환은 세상 유일한 피붙이이자, 엄마이기도 한 누나에 대한 감정을 오열로 보여 주었지요.
 
박유환은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도 큰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조카 한상원의 무식함을 지적해 주는 장면에서는 어린 나이지만, 조선시대 선비가 나왔나 싶게 고지식하고 박학다식하다가도, 엉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도 사려깊은 애늙은이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였지요. 아마 박유환의 마스크에서 나오는 절절함이 배인 진정성때문이었던 듯합니다. 연기를 하는데도 연기같지 않은, 뭔가 부자연스러우면서도 또 진짜같은 그런 느낌말입니다. 한마디로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천일의 약속 4회에서 오열하는 박유환은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어, 그의 빠른 성장이 놀라웠습니다. 진짜 자신의 누나에게 닥친 불행처럼 그렇게 절절하게 우는데, 순간 이 드라마에 흐르는 슬픔이 가슴을 퍽 하고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박유환의 오열로 비로소 서연의 알츠하이머가 피부로 다가오기 시작하더군요. 박유환의 오열장면은 천일의 약속을 비극과 슬픔의 코드로 한순간에 바꿔버린 장면이었습니다. 여전히 그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발음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감정으로 전달할 줄 아는 배우 박유환, 박유천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박유환이라는 이름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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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10:34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연, 수애가 혼자 소주를 마시며 절규하고, 공포로 오한에 떠는 모습이 가슴 아팠던 천일의 약속 3회였습니다. 자신의 병을 알게 된 서연은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초점을 잃은 서연은 어디선가 읽은 글귀로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양 물어보지요. "이제부터 저는 약을 먹어도 볼 별일 없이 호두 속알처럼 뇌가 쪼그라들어 어처구니 없는 바보가 됐다가 5~6년만에 죽는다는 거죠". 
이제 겨우 서른인데, 서른 살의 서연에게 내리는 형벌이 너무나 가혹합니다. 집나간 엄마를 대신해 여섯살 때부터 동생을 키워왔는데, 상을 내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치매라니....그래, 남의 남자 잠깐 도둑질한 것, 그것이 이리도 큰 죄였는지,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돌려주겠다는 데도, 이렇게 가혹하게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서연은 신을 원망하고 저주해 봅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썩은 나무토막처럼 자신의 모든 것들이 비워져 간다는 공포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는 서연이지요. 하늘을 원망하고, 자신에게 벌을 내린 신을 저주도 해보고, 욕지거리를 뱉어보기도 하지만, 서연을 기다리는 것은 자신에게서 오늘과 어제가 지워져 갈 것이라는 끔찍한 병입니다.
자신의 병을 점점 현실적으로 느껴가면서, 서연은 점점 예민해져 가지요. 가위가 생각나지 않은 서연에게는 민권(박유환)의 "노화현상이 빨리 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더이상 농담이 될 수없기에 서연은 불같이 화를 내며 들어가 버리지요. 보이지 않은 검은 손이 서연의 뇌를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것같아 서연은 무섭습니다.  
이서연, 서른 살, 출판사 팀장, 신춘문예 당선 소설가, 동생 민권, 고모네 가족들, 그리고 그 사람과의 기억들이 모두 지워져 버린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서연이지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르고, 그저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되었다가, 죽어가는 지도 모르게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말같지 않은 현실, 서연은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신의 저주와 싸우기 위해, 아니 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외우고 또 외웁니다.
너무나 사소한 것들, 매일 사용하는 칫솔, 치약, 비누가 형광펜처럼, 가위처럼 기억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서연은, 잊지않기 위해 또박또박 말해 보지요. 외울 필요없는 것을 외우고 있는 서연의 모습은,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나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담아낸 장면이었습니다.
심장이 끊어지는 이별의 아픔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말도 남일처럼 덤덤하게 듣던 서연, 서연은 너무 어려서 철이 들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여자인 듯 보입니다. 의사의 진단을 들으면서도 마치 책을 읽듯이 덤덤하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서연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수애가 일부러 서연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선을 극도로 절제를 해버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감정을 절제를 해버리니 충격적인 일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들어 아쉽더군요. 너무 충격이 커서 제정신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덤덤하게 이어가는 대사때문에 잠시 제 감정선이 흔들렸습니다. 수애가 서연이라는 역을 무난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때때로 연극무대같은 분위기는 어쩔겨? 싶다고 할까요.
대사에서도 서릿발같은 독기랄까, 아니면 아예 냉기폴폴 차가움이랄까, 뭐라도 하나는 확실하게 느껴지면 좋을텐데, 간이 덜 된 나물을 씹는 느낌이 드는게 여전히 아쉽네요. 혼잣말하는 듯한 대사가 수애의 방백이라면 차라리 좋을텐데, 상대배우와 함께 하는 장면이라 독백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수애의 깊은 표정이 대사의 덤덤함과 가끔씩 생략돼 버리는 감정마저도 커버를 해주니 다행입니다. 물론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절제했던 감정을 폭발하며,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않고 인정하고 싶지않은 서연의 내면심리를 잘 연결을 잘 시키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천일의 사랑 3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다면, 욕실에서 서연이 물건들의 이름을 암기하는 장면이었어요. 치약, 칫솔이라는 너무나 일상적인 단어를 잊어버린다는 것을 한 번도 상상을 못한 일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없어질 단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이 아파왔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단어조차 누군가에게는 없는 지워져버린, 지워져가는 단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서글프게 다가오더군요. 그냥 잠깐 생각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말들처럼 사라져 버린다는 것, 이처럼 잔인한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한번도 잊을 일 없다고 생각했던 너무나 평범한 단어들을 기억하려는 서연을 보며, 통증없는 고통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지도 실감이 되더군요. "침 뱉어 줄거야",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 보란 듯이 이기겠다고,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머리 속의 지우개에게 욕을 하는 서연의 고통도 이해가 충분히 되었고 말이지요.    
드라마에서 끊긴 필름을 잇듯이 서연의 어린 시절, 그리고 이서연과 박지형이 사랑했던 시간들이 섞여드는데, 처음에는 이런 기법이 조금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가 파악되더군요. 천일의 약속은 과거의 회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가지 않지요. 박지형과 이서연이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에 잠깐 그들의 좋았던 시간을 마치 어제일처럼 불쑥불쑥 보여줍니다. 그것이 서연이 잃어가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인 시선이지만요. 
그리고 어렴풋이나마 김수현작가가 그리려는 사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서연은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형 치매환자입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는 시청자의 예상마저 뒤엎고, 박지형과의 뜨거웠던 사랑마저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를 사랑하는 박지형, 어쩌면 그는 매일 매일 서연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려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워지면 다시 그리고, 지워지면 또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듯이 말이지요. 서연이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은 서연에게는 과거가 아닐테니까 말입니다. 서연에게 기억이 아니라, 늘 지금 이순간 현재로 있어주는 것, 그것이 박지형이 이서연을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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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13:09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강도높은 키스신장면이 나와서 많이 놀랐습니다. 참 아름다울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도, 선정성이 느껴져서 보기가 조금은 불편하더군요. 수중에서의 키스신이 선정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카메라의 각도때문이었습니다. 수애의 엉덩이 라인과 전체 실루엣을 그렇게 근접촬영을 해야 했는지 싶더군요. 아래에서 찍으므로써 노골적으로 수애의 몸라인을 잡는데 신경을 많이도 썼더군요.
선정적이었든 노골적이었든 아름다웠든 뭐가 되었든 다 좋은데, 문제는 제가 아직 두 사람의 사랑에 감정몰입이 되지 않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육체적 탐닉 내지는 육체적 욕정과 사랑이 먼저 느껴진다는 겁니다. 사실 영화에서는 그보다 더 야한(?)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다반사니, 그런 선정적인 장면을 처음봤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수현작가가 카메라 김독을 따라다니며, 이러저러한 부위를 클로즈업해서 찍으라는 말은 물론 하지 않았겠지요. 사랑하는 남녀, 그것도 은밀하게 불꽃사랑을  나누는 청춘남녀가 호텔이 되었든, 수영장이 되었든, 갈대밭이 되었든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렇게 사랑하는데 말이죠. 문제는 시청자에게(저에게)는 아직 그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있어 주인공들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인과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작가의 머리속에서야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이고, 또한 사랑하게 된 계기와 그 추억들이 겹겹이 쌓여, 어떠한 상황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겠지요. 하지만 시청자는 아무런 감정이입도, 심지어 두 사람이 무엇에 끌려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의 강도높은 배드신이나 키스신은 호사가들의 안주감이 될 수 밖에요. 왜 김수현 작가가 이런 모험적인 전개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가 정말 따라가기가 숨이 차네요. 일정부분 스토리를 알고 있음에도 따라가기 힘든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순서를 바꿔 이서연(수애)과 박지형(김래원)이 어떻게 만나, 어떤 식으로 사랑을 느끼고(상대방의 어떤 점에 끌려),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들을 설명했더라면, 어쩌면 그장면은 가슴아프고 절절하게, 그리고 더없이 아름답게 사랑하는 장면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유난히 끌려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혹이나 김수현 작가가 이번에 보여줄 사랑이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 촬영각도든, 배드신의 횟수든 얼마든지 격정적이고, 리얼하게 보여주더라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육체적 사랑을 보여주는데, 벗는 것만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서로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육체적 사랑을 나누던 것부터 기억해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각별하고 애절하게, 열정적으로 사랑하다 헤어진 경험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면 그런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는 걸까요? 
천년의 약속에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끌림의 감정을, 배드신이나 수중키스신보다 공들여 보여줘야 했어요. 멜로물의 도식적인 순서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도 함께 느껴야 하잖아요. 문제는 이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두 사람의 사랑을 아직은 응원하고, 바라봐주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착한 향기만 불쌍하고, 약혼자 두고 바람핀 박지형만 나쁜놈이고, 결혼할 여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만난 이서연은 남의 남자 꼬신 여자로만 보이고 있지요.  


제가 특별히 이서연(수애)과 박지형(김래원)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친구의 오빠가 극중 수애가 앓는 경도인지장애, 혹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달리한 일이 있습니다. 병명이 뭐냐고 물으니 당시에는 알츠하이머다라고 단정해서 말하지는 않더군요. 그저 뇌세포가 경직되어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라는 말만 했었어요. 그 오빠는 모 항공사 신입사원이었고,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신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말도 어눌해지고, 보행감각에도 이상이 생기고, 기억력이 저하되면서,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고요. 치매와도 비슷하지요. 심지어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친구의 집에서는 안해 본 것이 없었어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하고,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기도 하고, 좋다는 약은 다 구하고, 미국에 가서 치료도 받아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오빠는 나중에는 걸음 걸이도 힘들어서 거의 의자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사람만, 아니 천정만 멀뚱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갔지요. 얼굴에 표정도 없어졌습니다. 얼굴근육까지 마비가 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발병이 되고 오빠가 산 시간은 몇년밖에 안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여서 어려서부터 봐왔던 오빠였는데....혹이라도 제가 아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누군지 알 것같아 더 많은 예들이 있지만, 삼가하겠습니다. 고인에게 누가 되는 일이 될 듯해서요.
그런데 오빠가 심지어 어머니도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한 사람만은 알아봤다고 합니다. 올캐언니(부인)였습니다. 언니를 보면 일그러진 표정으로도 웃었다고 해요. 새언니는 오빠가 생을 버릴때까지 단 한시도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젊은 나이인데, 한창나이인데 신혼 1년만에 닥쳐온 불행에도 늘 밝고 씩씩했어요. 오빠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느냐고 걱정하니까 웃는다고...벌써 10년이 넘은 일이지만, 오빠와 새언니와의 그 짧은 시간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친구랑 얼굴이 퉁퉁 붓도록 울던 일이 생각납니다.
처음 이 드라마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접했을 때, 맨처음 떠올린 사람이 그 오빠와 새언니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일지 모르겠지만, 새언니나 오빠의 마음을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랑의 색깔이 뭔지 알 수가 없었죠. 제 친구마저도요.
시간이 지나자 먼저 힘들어 한 것은 친구의 친정부모님이셨어요. 새언니에게 할만큼 했다고, 한창나이인데 네 갈길 가라고, 도저히 미안하고 안됐어서 못보겠다고 나가서 살라고 했지만, 새언니는 끝까지 오빠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랑도 있었구나 싶습니다. 단지 책임감때문에, 남편이 가여워서, 남들 눈과 입이 무서워서 스물 대여섯밖에 안되었던 새언니가 오빠곁을 지키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더더욱이나 이번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요. 김수현작가가 서연과 박지형을 통해 말하는 사랑을 통해, 그 때는 다 알지 못했던 오빠와 새언니의 사랑을 이해하고, 느끼고,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게 했을까가 먼저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쉽네요. 그러나 조금 더 기다려 보렵니다. 김수현 작가가 분명 답을 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다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도 알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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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8 11:36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리는 김수현-정을영 콤비의 새작품 '천일의 약속'이 시작되었는데요, 그동안 김수현 작가의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김수현표 속사포대사는 여전했지만, 첫회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옷을 입은 듯 칙칙한 분위기였습니다. 슬픔이 진하게 깔린 작품이라 그런지 우울모드도 강하게 전달되었고 말이지요. 
트렌디 멜로물이 아닌 정통멜로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김수현 작가의 말도 있었지만, 특유의 톡톡 쏘는 향신료가 부족한 듯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슬픔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전해지더군요. 그럼에도 지독한 순애보를 그려가는 노작가의 감성은 어느 작품보다 진한 멜로물로 무게를 더할 듯합니다.
 
관록파 배우 김해숙, 이미숙, 오미연, 박영규 등의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할 것같아 적잖이 안심되는 부분입니다. 첫회부터 미이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등장한 이미숙은 평범한 캐릭터는 아닐 듯해서 주인공들보다 기대가 더 크네요. 팔색조같은 배우 이미숙의 연기변신은 어느 작품에서나 매력적이지요. 박지형(김래원)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해숙 역시 어떤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줄 지도 기대되고 말이지요.
김수현 드라마는 주연과 조연의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출연자 모두에게 각각의 스토리를 만들어 주고, 주 스토리안에서 조연들의 스토리 또한 소외시키지 않고 풀어간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주인공들에게만 핀트를 맞추는 모노형식의 드라마가 아닌, 일종의 옴니부스형식을 취해 왔지요. 그래서 초반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이 산만해지기 쉬운데, 천일의 약속 첫회는 두 주인공만이 클로즈업되어 수애와 김래원의 연기를 집중하고 보게 되더군요.
드라마 시작 2분도 안되어 나온 격정적인 배드신은 눈을 잠깐 의심하게 할 정도로 빠른 진행이었습니다. 배드신의 수위나 노출의 강도가 파격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두 사람의 감정을 잡아내지도 못했는데 허걱, 뭐가 저리 빨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이후에 연거푸 보여진 배드신 퍼레이드는 수애와 김래원이 리얼(?)하게 장면 자체는 전달했지만, 감정몰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배드신은 화제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더군요. 배드신 연기자체는 잘하더군요.ㅎ
수애와 김래원은 연기가 안정적이고 탄탄한 배우들이죠. 발성도, 대사전달력도 좋은 편이고요. 그런데 첫회 수애의 연기는 대사와 감정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더군요. 뭔가 2%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사가 썩 와닿지도 않았고, 그나마 수애의 감성짙은 표정이 독백하는 듯한 대사를 보완해 주더군요. 아마 대사처리의 부담감때문인 듯합니다.
김수현 극본의 특징인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야 하는 긴대사를 단숨에 무호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감정을 눌러버린 탓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애의 분위기있는 비주얼은 대사나 목소리보다는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해 보이는 분위기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애절한 표정이 장점이지요. 그런데 보이스는 워낙 저음이다 보니, 많은 양의 대사는 자칫 국어책 읽기가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합니다.
수애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보고는 맨처음 떠오른 걱정이 '김수현 작가의 많은 대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첫회는 우려대로 대사와 감정을 일치시키지 못한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아무래도 감정몰입보다는 다음 대사에 더 집중을 해서였는지, 감정을 대사에 싣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저음인데다 톤의 높낮이가 거의 일정한 수애의 목소리 특징때문에 독백을 하는 것처럼도 들리더군요. 
수애의 목소리는 매력적인 색깔을 가졌지요. 특히 대사톤이 빠른 것보다는 느림 속에 그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된다는 것이 장점인데, 호흡조절을 좀 했으면 싶기도 했어요. 아직은 수애가 서연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수애가 잠재력도 크고 연기력이 있는 배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첫회는 결혼날짜가 잡힌 박지형의 이별선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향기(정유미)라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서연(수애)에게 향하는 감정을 멈추지 못했던 지형과, 고모에게 진 빚을 갚으면서 동생(박유환) 공부까지 시키는 억척이 서연은 서로가 시한부 사랑임을 알면서도 시작을 하지요. 첫장면의 정사신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장면이었고, 두 사람이 회상하는 부분에서 유독 드라마에 침대에서 누워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던 것은,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비밀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한부 사랑도 끝을 내야 할 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향기와의 결혼날짜가 잡혔다고 이별을 통고하는 지형, 그러나 서연은 그런 지형을 원망도, 붙잡지도 않습니다. 아니 붙잡지 못하지요. 울며 불며 매달리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되지 않겠다고, 그것이 내 자존심이라며 아무 감정없이 돌아서는 서연이었지요. 속에서는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부숴지고 있음에도, 쿨한척 돌아섰던 서연은 남자화장실에서 가슴을 치며 혼자 오열하고 맙니다. 수애가 대사할 때보다 간간히 보여지는 깊은 슬픔을 가득담은 표정과 오열연기가 서연의 감정을 한 번에 전해주더군요.  

화장실에서의 오열신은 지형과 뜬구름잡기같은 말싸움을 한 이유를 설명해 주고도 남았습니다. 이별을 통보받은 순간부터 서연은 이미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요. 강한 척, 쿨한 척, 자존심을 세웠지만 서연은 죽도록 아픕니다.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마음으로는 수백번 수천번 붙잡지만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아는 서연입니다.
언제나 마지막인 만남, 서연은 지형을 만나러 올 때마다 오늘이 그날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날이 올것을 알면서도, 오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안한 사랑을 이어왔지요.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 하루만 훔치자는 심정으로 말이지요. 늘 그날이 마지막이 될 수있었기에, 그와의 사랑도 마지막 불꽃처럼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격정적이고 불꽃같은 배드신이 필요했던 듯 싶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늘 이별의 순간을 준비해서 괜찮다고 돌아서는 서연을 생각하며, 지형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결혼을 깨겠다고 할 때마다 서연은 늘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진짜 도망가겠다고 하지요. 결혼날짜가 잡히자 그제서야 지형은 서연과의 이별을 실감합니다. 어머니에게 결혼을 그만두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지형, 너무나 힘들게, 그리고 간절하게 애걸하는 듯한 김래원의 눈빛이 두 사람의 힘들 앞날을 예고하며 1회가 끝났네요.

시작전부터 잡음이 일어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큰 감점을 받은 김래원이지만, 워낙 연기의 기초가 탄탄하고 캐릭터 소화를 잘하는 배우라 첫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아직은 박지형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다 나오기 전이라, 결혼할 여자를 두고 딴짓하는 나쁜놈(?)이지만,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여준다고 하니, 김래원이 여심을 꽤나 흔들 것도 같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은, 막연하게 다가오지 않은 추상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그 두려움이 클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가고, 나의 어제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공포로 밀어넣는지, 여주인공 서연을 통해 잔인하게 경험할 듯합니다. 김수현 작가가 얼마나 세심히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그녀의 직업을 대필작가로 한 대목에서도 보이더군요. 대필작가란 남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요. 다른 사람의  과거, 추억, 그리고 사랑을 써주고 돈을 버는 서연,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잊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이러니하기 까지 하니 말입니다.

서연이 잃어가는 것들, 서연이 잊어가는 것들은 가스불을 안잠그고, 휴대폰을 두고 나가고,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들만이 아니지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것이 기억을 잃어가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서연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동생을 몰라보고, 사랑하는 지형도 잊어버리고, 그래서 그를 그리워할 수조차 없는 것말입니다. 
지독한 순애보를 들고 온 김수현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이별의 시간이 되어서야 그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어머니에게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지형, 지형은 서연을 그렇게 떠나 보내고서야, 떠날 결심을 하고서야 깨닫습니다. 서연을 정말로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그 사랑을 너무 사랑해서 서연보다 더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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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3:20




흔히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로, 부지런한 사람이 가지는 행운에 대해 말합니다. 그런데 한 번 뒤집어 생각하면 이 말에는 심각한 모순이 존재하지요. 일찍 일어난 벌레의 불행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자성어로는 역지사지라는 간결한 말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면서, 평창동 엄마 진나희를 보면 생각나는 말입니다.
진나희(박정수), 29년간을 친딸로 알고 키운 한정원과 진짜 친딸 황금란이 바꼈다는 사실을 알고 가장 속이 상했을 엄마입니다. 친딸 황금란이 가난한 고시식당집 딸로, 아버지는 도박에 어머니는 가정형편때문에 딸을 대학에 진학시키지도 않고, 여상을 보내 한푼이라도 벌어 집안살림에 보태라고 했으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죠.
친딸을 하루라도 빨리 평창동 집에 데리고 와서 그동안 못해준 것, 아니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주고 싶었겠죠. 왜 안그랬겠어요. 진나희는 친딸 황금란을 데려와, 10년을 일한 서점의 퇴직금과 맞먹는 돈을 용돈으로 주고, 값비싼 명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란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가루를 뿌려줍니다. 할 수만 있다면 금가루로 밥이라도 지어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황금란은 진나희가 생각하는 그런 딸이 아니었습니다. 29년을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아버지 노름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사시패스한 예비검사에게는 결혼날짜를 잡아두고도 파혼을 당하고, 그런 밑바닥 인생은 황금란을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 인간으로 세상에 대한 증오심과 질투, 소유욕이 강한 아이로 자라게 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친딸이 고생했던 지난 29년이 가엾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진나희는, 금란이가 그동안 억울하게 받지 못했던 것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지요. 어머니 심정으로 충분히 이해도 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저 역시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식에게 잘해준다는 것과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그 차이를 진나희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못해준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은 심정이야 십분이해되지요. 그러나 자식이 잘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지를 진나희는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원이와 금란을 한 집에 데리고 살면서, 진나희는 두 딸사이에서 눈치만 봐야 했지요. 처음에는 두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친딸에게 눈이 한 번 더 가고, 손이 한 번 더가는 것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어렸을 때 친정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의붓자식과 친자식을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똑같이 사랑했던 심성 고운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의붓자식보다 친자식 얼굴에 윤이 나고, 날이 갈수록 살이 더 찌더랍니다. 남들 눈때문에라도 의붓자식에게 한 번이라도 더 젖을 물렸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남들이 보는 데서만 잘해 준 것이 아니라, 남이 보든 안보든 똑같이 사랑했는데, 왜 그럴까? 도깨비가 몰래 들여다 봤더랍니다. 한밤중에 자는데 그 여인에게서 희미한 연기같은 기운이 나와, 친아들을 감싸 안더랍니다. 탯줄로 이어진 모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질기고 강한 것이겠지요.
진나희는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똑같이 대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지만 앞서는 감정을 자신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원이가 신림동 집에 가는 것도 반대했지요. 자기 자식 데려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기자식으로 키운 정원이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욕심이지만, 그것도 부정할 수 없는 모정때문이었습니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정원이를 다른 집에 보내는 것도 싫을 뿐더러, 가난한 집에 보내는 것은 더더욱 싫었겠지요.
나중에는 정원이 신림동 어머니 이권양의 녹내장때문에 갔던 것을 알게 되고는, 금란이가 알고도 온 것에 실망했느냐는 말에도 아니라고, 당연히 집에 와야 했다고 말하지요. 친딸 금란이 그 집 짐을 져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말이라도 키워준 엄마인데, 그렇게 모질게 나오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한마디 해주기를 내심 바랐지만 하지 않더군요. 더 기가 찬 것은 정원이 집을 나간 것때문에 남편 한지웅이 정원에게 노기충천한데도, 비밀로 하자고 공모(?)를 해서, 남편이 금란이에게 실망할까봐 배수진을 쳐준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자엄마 진나희와 가난한 엄마 이권양의 마음이 다 자식 위하는 모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진나희의 이기적인 모습이 계속 드러나니, 실망이 분노로 바귀고 있는 중입니다. 진나희의 이기적인 모습은 한정원과 황금란 둘 다 편집장 송승준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취한 행동이었습니다. 진나희는 정원이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금란에게 잘해 보라고 응원을 해줍니다. 반면 이권양은 정원에게도 황금란에게도, 그 사람 아니면 안되겠느냐고 접으라는 말부터 했지요. 
조건을 따지자면, 제가 속물적인 사람인 것같아 조심스럽지만, 황금란은 지혜의 숲 사장 친딸이라는 것 외에는 내세울 만한 조건은 갖추지 못했지요. 학벌, 커리어, 적어도 송승준과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문학적 소양이나, 상식도 부족합니다. 물론 사람이 사랑하는데 집안 배경만 가지고 마음이 끌리지는 않겠지만, 황금란은 한순간에 신데렐라가 되자 자신이 뭐가 부족한 지를 알지 못합니다. 사랑에 학벌따지냐고, 대학 졸업장이 상식과 그 사람 됨됨이, 내면적인 깊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물론 알지만, 그래도 송승준은 조금 예외적인 조건이 필요한 사람같아서 말이지요.
송승준에게는 같은 곳을 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철학과 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 동반자로 어울리지요. 한정원의 순수함과 통통 튀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매력이었겠지만, 한정원이 책을 만들면서, 또 수많을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면서 쌓아온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없었다면, 송승준에게 한정원은 출판사 여직원이었을 뿐일 겁니다.
한정원이 송승준에게 했던 말 중에 제가 항상 기억하는 말이 인디언말로 친구라는 뜻이에요. 송승준이 한정원을 여자로, 동반자로 선택하려고 마음을 열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되거든요.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해요. 내 슬픔을 지실 수 있어요?". 한정원의 말에 송승준은 "한팀장 등에 진 슬픔, 나눠집시다" 라며, 한정원에게 공식적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요.

반면 황금란은 송승준 마음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송승준을 내남자로 만들겠다, 송승준과 결혼을 하겠다는 결과론적인 목표에만 매달립니다. 송승준이 마음을 줄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지요. 한정원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경쟁심이고, 편집증적인 집착입니다. 황금란은 송승준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안중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혜의 숲 사장의 친딸이라는 좋은 조건을 갖췄는데, 화려한 명품으로 도배된 미모로 끝까지 붙잡으면 넘어올 것이라는, 아니 자기남자가 될 거라는 착각에 빠졌지요. 여기에 천군만마보다 대단한 종로백곰 송승준의 어머니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기를 쓰고 송승준을 차지하려고 하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는 말은 종로백곰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황금란은 자기가 얼마나 추악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어요. 책을 만드는 사람, 좋은 책에 자부심과 자존심을 걸고 사는 송승준에게, 필름사건은 오만정이 떨어지게 할 끔찍한 범죄행위였습니다. 황금란이 한정원과 출생의 비밀로 얽혀있지 않았다면, 출판사 사장 딸이라고 해도 단칼에 잘라버렸을 겁니다. 그럼에도 황금란에게 기회를 준 것은, 마음으로 응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사과를 하고 제대로 출판일을 배워보게 하려는 것, 밑바닥 인생에서 황금란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새롭게 찾게 하고 싶은 것, 그것이 송승준 식의 응원방법입니다.
정나미가 이미 다 떨어져 버렸을텐데, 그래도 그 어머니를 등에 업고서라도 송승준과 결혼하고 싶다며, 진나희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가증스럽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자기 행복하겠다고 다른 사람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황금란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황금란이 송승준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어머니 진나희는 정말 더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황금란이 말했지요. "그 사람 어머니가 가진 재산 천억, 아니 2천억, 수천억이 걸렸어요". 정원이가 재산때문에 송편집장을 좋아하느냐는 진나희의 말에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니라고는 생각안돼요"라며, 정원이 돈때문에 송편집장을 좋아한다는 말을 아닌척 하면서 흘리지요. 아주 영악스럽기 짝이 없는 금란입니다.
금란의 말을 듣자 아무리 가난하게 자랐지만, 무섭도록 변해가는 배금주의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종로백곰의 돈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황금란이지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자리, 국회의원까지 머리를 조아리고 떵떵거리는 권력과 금력을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자리입니다. 돈이면 처녀불알도 살 수 있는 자리, 종로백곰의 왕좌를 차지하면, 아무도 자신을 내려보지 못하고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원이 주식과 가진 것 모두를 평창동에 두고 가는 것을 보면서도, 금란은 그런 계산을 먼저 했습니다. 이까짓것 송편집장 어머니 재산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정원의 생각을 자신의 기준으로 맞추지요. 금란이 안타까운 것은 언제부터인가 황금만능주의가 금란을 지배하고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너무나 가난하게 자라고 무시당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금란을 두둔하고 싶은 분도 있을 겁니다.

금란의 황금만능주의를 부채질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친어머니 진나희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천만원을 용돈으로 주고, 수천만원을 우습게 쓰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치장해 주는 진나희, 황금란이 만난 친어머니는 돈 수천만원을 우습게 쓸 수 있는 부자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엌에서 고시생들에게 밥팔고, 저녁에는 한 개당 70원짜리 상자를 접느라 허리를 펴지 못하는 신림동의 가난한 어머니의 모습과는 딴판이죠.
누구의 인생이 행복해 보이느냐, 혹은 누구처럼 살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바보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평창동 어머니 진나희를 택하고 싶겠죠. 돈이란 그렇게 좋은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머리를 조아릴 필요도 없고,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꿀릴 필요도 없고, 국회의원 앞에서도 고개 당당히 들고 호령할 수 있는 것이 돈입니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 돈이면 처녀 불알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라고요. 어머니 진나희에게서 본 것이 돈 맛이라면, 종로백곰에게서는 돈이 가진 어마어마한 권력을 본 황금란입니다. 진나희가 못다해 준 사랑이라고 준 돈맛이 황금란을 망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된 셈이지요.
진나희의 이중적인 심각성은 또 있습니다. 황금란이 송편집장 어머니를 등에 업고라도 결혼하고 싶다며, 송승준을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진나희는 사랑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게 원한다면 함께 끝까지 가보자고, 반대가 분명할 남편 한지웅은 자신이 방어하겠다는 결심까지 굳히는 진나희였습니다. 송편집장과 한정원이 저녁식사에 교제허락을 받기 위해 오자, 안절부절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고, 그저 실망하고 상처받는 황금란이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모르더군요. 그리고 정원에게 아버지가 반대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돈때문이냐고 묻는데, 정말 아연실색했습니다. 어떻게 29년을 키운 딸아이 성정을 키운 어머니가 그리도 모를 수가 있냐는 말입니다. 황금란은 불과 몇달밖에 함께 생활하지 않았지만, 송편집장에 대한 마음을 진심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사채업자가 사돈을 맺기에는 썩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남편이 송승준의 됨됨이를 알면서도 단호하게 반대를 할 것을 알면서도, 진나희는 친딸 황금란에게는 되고, 한정원에게는 안된다고 고개를 젓더군요. 한지웅은 성격상 이해가 되지만, 진나희는 이기심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식을 그토록 지키고 싶고 사랑한다면, 지나가는 개미도 벌벌떤다는 사채업자에게 친딸 황금란은 더더욱 반대했어야 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설마 진나희도 송승준 어머니의 수천억원대의 재산에 눈이 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채업자라고 한정원에게는 안된다고 하고, 황금란에게는 끝까지 가보자고 하는 이중성이 싫어지네요.
돈에 욕심없다며 있는 재산 지키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만 바란다는 진나희는, 없는 사람 알기를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것 같더군요. 고고하고 우아한 척은 다하면서, 속물근성과 없는 사람 거지취급하는 것을 보니, 그 이중인격이 치떨리게 무섭습니다. 정원이 친부모와 한가족처럼 왕래하자는 한지웅의 말에, 싫다는 이유가 가관입니다. 은근히 기대고 손 벌릴까 싫다는 겁니다. 없는 사람들은 우리랑 뇌구조부터가 다르다면서 말이지요. 있는 사람들 뇌는 금줄 둘렀고, 없는 사람들 뇌는 새끼줄 둘렀다는 말인지... 
올곧은 한지웅이 심지 굳게 중심을 잡아줘서, 적어도 콩가루 집안꼴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한지웅의 말이 가슴에 와닿더군요. "우리 돈 그만 지키고 자식 지키자. 그 돈때문에 우리 애들 미래가 망가지는 것같다. 애들한테 튼튼한 미래를 물려주자". 어른다운 어른이 드디어 전면에 나서서, 드라마가 덜 막장으로 갈 것같습니다. 아니 황금란의 미친 질주에 제동은 걸어줄 것같습니다. 황금란이 제 살 찢기고 상처입는 것도 모르고, 삐뚫어질테다 라고, 정말 반미친X처럼 이성을 잃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지요.
이집에 새로운 골치덩어리 42살의 만삭며느리가 들어왔는데, 진나희, 한상원에 이어 전편집장 이은정도 진상이더군요. 바람 잘날 없는 평창동, 진나희가 상대하기는 좀 버거울 포스로 보이던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이은정이지만, 이 집구석 잘못된 인간들을 제대로 잡아주는 인물이 되었으면 싶네요. 한상원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열등감도 있었지만, 싸고도는 진나희때문에도 더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전인수라고 진나희의 안으로만 굽는 팔을 보니 말이지요.
한상원같은 망나니 아들이 뭐 대단하다고, 진나희같은 엄마 아래서 그런 개차반 아들이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니지 싶습니다. 내세울 것도 없는 아들이더구만, 어떻게 자기자식 아이 가진 임산부에게, "고아라는 게 찝찝하고 싫다"고, "네 부모를 못 믿겠어서 그런다" 라고, 며느리로 반대하는 이유랍시고 대못박는 막말을 할 수가 있는지... 위선으로 칭칭감고 있는 교양과 품위는 개똥보다 못한 장식품에 불과한 속물 진나희입니다.
귀한 자식일 수록 회초리 한 번 더 든다는 말도 있지요. 금란이 누렸어야 했던 것이라고, 엄마 역할 못한 것에 대한 보상처럼 무한정 채워주고, 핏줄만 앞세우는 이기심이 황금란을 더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진나희입니다. 배고팠던 아이라고, 독이 되는 음식인지 가리지도 않고, 소화도 시키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이 먹여서, 지금 황금란은 체해버렸어요. 뒤늦게라도 금란이 급체한 것을 파악한 지혜로운 아버지 한지웅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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