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환'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1.06.19 '반짝반짝 빛나는' 한정원, 종로백곰도 두손들게 한 빛나는 보석 (14)
  2. 2011.05.15 '반짝반짝 빛나는' 못난 금란vs 잘난 정원, 환경이 사람을 만들까? (46)
  3. 2011.03.27 '반짝반짝 빛나는' 가난한 엄마와 부자엄마 눈물, 비교할 수 있을까 (15)
2011.06.19 09:01




황금란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그만 그곳에서 걸어나오라는 한정원의 진심어린 충고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황금란이 망가져 가는 것이 뒤바껴온 인생에 대한 억울함과 보상심리때문에 그럴 수 있으려니 하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편집증적인 병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야누스적인 이중성이 있다고 하지만, 황금란은 자격지심에 찌들어 추악하게만 변해가는 모습에 혀만 차게 합니다. 황금란의 공감가지 않는 악행을 캐릭터가 아니라, 이유리마저도 미워하고 싶게 만드는 연기는, 작가의 극단적인 대본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의 한정원 역의 김현주는 듣기 거북스러운 코맹맹이 어리광 목소리도, 그 캐릭터의 맑음 때문에 보석처럼 빛납니다.
드라마 작가는 초반 두 사람의 바뀐 상황에 다르게 처신할 수 밖에 없는 애매모호함의 경계를,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너무나 분명하게 선악 캐릭터로 양분해서 갈등구조를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착한 애는 더 착하게 나쁜 애는 더 나쁘게, 콩쥐팥쥐가 따로 없지요. 드라마에서는 하다못해 한 줄짜리 대사만 하는 조연들도, 감정표현이 노골적이고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18살 한서우(박유환)보다 못한 찌질한 어른들이 대부분이지요. 그 속에서 두 사람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있는 인물은, 왕자님 송편집장과 아버지 한지웅입니다. 송승준과 한지웅은 두 사람의 갈등을, 아니 정확하게는 한정원에게 열폭하는 황금란을 사람답게 만들어 줄 인물들이지요.

필름을 빼돌린 것이 황금란이었다는 사실에 졸도한 한지웅, 스트레스성 쇼크로 다행히 아무 이상없이 깨어났지만, 금란이 정원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상심이 큽니다. 병원에 오지 말게 해달라며, 한지웅이 정원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아버지의 큰 사랑을 보는 것같아 뭉클하더군요. "잘 지켜주게, 우리 정원이...내가 믿는 자네, 내가 본 자네만 보겠네. 내 목숨같은 아이네. 내 목숨 맡기는 거야. 만일 내 목숨(정원)에게 위협이 오면 가차없이 내 딸한테서 자넬 쳐낼 거야".
한지웅은 교제를 허락한 사실을 두 사람만이 알고 있으라며, 부인 진나희와 금란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요. 한지웅은 쑥대밭이 돼가고 있는 집안꼴을 제대로 살피고 싶었던 겁니다. 아내 진나희가 망치고 있는 금란이,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금란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낳았다고 부모가 자식을 다 아는 것도 아닐진대, 하물며 29년을 남남으로 살았던 금란을 한지웅은 이제서야 제대로 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어디서 비뚫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금란이 바르게 걸어갈 수 있도록, 아버지의 역할을 재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더군요.
금란이에게 신림동 집 부모님 안부를 묻고, 식사초대를 하자고 의중을 떠보는 한지웅, 금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요. 신림동 어머니의 녹내장 사실을 알면서도, 너무 건강해서 탈이라고 말하는 금란이 실망스러운 한지웅입니다. 무엇때문에 이 아이가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원이의 무엇을 빼앗고 싶은 것인지, 묻지 못하는 아버지 한지웅은 가슴이 답답해져 올 뿐이지요.
금란은 금란이 대로 아버지에게 여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있음에 슬퍼하지요. 금란에게 송편집장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는 아버지에게 누가 친딸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금란은 아버지는 정원이 아버지일 뿐이라고 서운해 하지만, 금란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책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송편집장에게, 자신의 행동이 낯부끄럽고 창피해서라도 마음을 접어야 하는데도, 금란은 송편집장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듯하더군요. 지독한 편집증입니다. 상대가 한정원이기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금란, 결혼관도 사랑관도 엉망입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갈 때까지 가보자는 황금란은 스스로 지옥을 만들고 있습니다. 황금란이 못된 이유는 모든 이유를 정원이때문이라고, 아버지가 자기보다 정원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다른 사람만 탓하기 때문이에요. 금란이도 때때로 자신의 역겨운 모습이 싫어서 흔들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을 수 있는 한정원이 얄미워, 흔들리는 마음도 정원이만 보면 사라져 버립니다.
지하창고로 쫓겨난 정원에게 필름일을 사과하러 왔으면서도, 신나게 페인트칠을 하는 정원을 보고는 심사가 뒤틀려 버리는 금란입니다. "너때문에 내가 먼지같고 벌레같아서 죽으려고 했어. 다음 생에는 꼭 너처럼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죽을 걸 그랬어. 지옥이야. 다시 태어난대도 지옥이라고...". 황금란은 가난한 고시식당집 딸이 아니라, 지혜의 숲 사장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정원의 자리에 들어갔으면서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정원이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금란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마저도 불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먹을 복 타고 난다는 말도 있지만, 주어진 복도 개밥으로 만들어 버리는 금란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못남때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금란입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치환하고 싶은 못된 심보때문이에요. 행복은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의 비교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금란입니다.  

반면 한정원은 어느 곳에서도 행복합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허름한 창고에 내려와서도 페인트칠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정원에게는 늘 새로운 꿈이 생겨납니다. 편집팀이 아니면 새로운 인터넷 판매팀에서 또 시작하면 되니까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정원은, 자신이 되고 싶은 꿈을 한 번도 손에서 놔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보며 키운 꿈, 아버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정원입니다. 커리어는 아버지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고 있는 정원이지요.
친아버지를 도박혐의로 고발한 정원이 뒤늦게 아버지에 대해 무심했던 것을 고백하고, 아버지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정원의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버지 옷 사이즈도 모르고, 생신도 모르고, 무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몰랐던 것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내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지요. 그런 정원에게 아버지 황남봉도 마음을 열지요. "배운 자식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며, 네가 무섭다고 악담을 퍼부었던 황남봉, 친딸이 아버지를 고발했다는 것에 충격받은 황남봉도 마음을 열더군요.

사랑하는 사람 대신 아버지를 택하겠다고, 종로백곰 고은혜의 협박에 무릎 끓으려는 한정원은 드라마 제목에서 생략된 보석입니다. 종로백곰 승준어머니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녹일 수 있는 인물이 한정원이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종로백곰도, 정원이 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약해지더군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머니 돈만 보이지만, 제 눈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정성껏 가꾼 정원이 보여요. 아들이 좋아하는 하늘을 고스란히 보게 하기 위해, 정원 한가운데에 나무도 안 심어 둔 걸 알죠. 아들이 좋아하는 가자미 식혜를 만들고 매일 아들을 기다리는 것을 알죠. 그리고 험악한 광수씨가 어머니를 한결같이 지키는 것이 두려움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괄량이 천방지축 한정원이 사람을 보는 깊은 눈을 가졌다는 것을 본 종로백곰이 노기를 누그릴 줄 알았는데, 전화를 가로챈 아들의 말에 광분하는 것을 보니, 아직은 승준어머니가 싸움을 끝낼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결말까지 가기에는 아직 많은 분량이 남았기에, 예고편에 종로백곰이 정원을 보고 웃은 것이 속임수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 종로백곰과 한정원의 티격태격이 상당히 재미있답니다. 정원의 엉뚱함에 당황하는 승준모친이 잠시 잠깐씩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번회 가장 훈훈한 장면은 황남봉과 정원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장면이었고, 한정원이 보는 승준어머니의 모습을 말하는 장면이었답니다. 아버지 황남봉이 정원이 사이즈도 모르고 전해준 옷을 입고 경찰서에서 나오는 장면이 정말 좋았어요. 와이셔츠는 미어터지게 작고, 바지는 흘러내릴 정도로 커서 허리띠로 졸라 매고, 그래도 딸 정원이 가져다 준 옷을 스타일 완전 구겨주시고 입고 나왔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송승준의 식판 프로포즈는 참으로 무드없는 프로포즈였지만, 왠지 송승준다워서 웃음도 나왔다지요. 잔멸치 볶음 옆에 반지를 두고 식판을 바꾸는 송승준, 무릎을 꿇으라고 하니 무릎까지 꿇고 프로포즈를 하지요. 끊임없이 터지는 역경에도 정원의 왕자님이 되어주는 송승준, 정원 앞에서는 유치찬란 어린애가 돼버리지만, 정원의 가장 믿음직한 그루터기입니다. 종로백곰의 간악한 다음 수가 터질 것같아 걱정은 되지만, 정원을 지키는 영원한 그루터기가 돼주었으면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정원이라는 인물이 왜 사랑을 받을까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표면적으로 정원의 캐릭터는 작정하고 착한 콩쥐로, 황금란은 못된 팥쥐로만 그려가고 있어서, 황금란의 이해되지 않은 악행은, 점점 설득력도 공감도 잃어가지만, 한정원이라는 캐릭터는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드라마 제목이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말하다 말고 끝났다 했는데, 생략된 뒷말은 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석은 한정원이라는 캐릭터이고 말이지요.  
한정원은 평창동에 있을 때도, 신림동으로 가서도 빛을 잃기는 커녕 더 빛나는 보석이 되고 있지요. 심지어는 종로백곰의 집에 가서도 윤기가 납니다. 무뚝뚝한 광수가 승준에게 "요즘 한정원씨가 드나들면서 집이 환해졌다"고 말할 정도지요. 돈비린 내와 피비린 내가 진동하는 종로백곰의 집에 사람냄새을 불어넣고 있는 정원이지요. 신림동 집에서는 웃음이 많아졌고, 가족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요. 가장 큰 변화는 어머니 이권양과 황남봉입니다. 실명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이권양에게, 아흔아홉살 할머니도 사랑을 꿈꾼다며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아버지의 도박중독을 끊기 위해서는 패륜아가 된다 할지라도 고발했어야 했다는 한정원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반듯함을 잃지 않는 보석입니다. 그리고 정말 큰 변화는 종로백곰을 돈쓰는 세련된 백장미(ㅎ)로 만들 것같아, 가장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환경이 바껴도, 장소가 바뀌어도 보석은 제 빛을 잃지 않고 빛이 나지요. 어둠속에 스며드는 한줄기 빛이 더 환하게 느껴지듯, 어둠속에서도 보석은 빛을 잃지 않습니다. 평창동 부잣집 딸로 자라서 빛났던 것이 아니라, 한정원의 마음이 그녀를 빛나게 했던 것이지요. 황금란이 여전히 보지 못하는 것, 황금란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 것은, 정원이 걸친 명품옷이나 가방이 아니었다는 것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요? 다시 태어나면 한정원처럼 되고 싶다는 황금란은 명품옷, 명품가방, 보석을 주렁주렁 걸고도 한정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정원이 사랑받는 이유가 겉모습이 아니라, 속때문이었다는 것을 황금란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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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5 09:30




부모는 문서없는 종이라고 하지요. 정원의 친모 이권양과 정원을 길러준 아버지 한지웅 사장을 보면 문서없는 종,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죄인 아닌 죄인처럼 목소리도 높이지 못하는 부모의 참사랑을 보게 됩니다. 정원을 쫓아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진심은 정원에 대한 사랑입니다. 끝까지 품고 싶은데 둥지를 떠나겠다는 정원때문에 속상한 길러준 아버지 한지웅(장용),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품고 싶어도 품지못해 쫓아내려는 정원의 생모 이권양(고두심)은 그 사랑이 속살처럼 너무 여리고 마음아파서, 시청자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낳은 정 기른 정을 고작 한 두마디로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겠어요. 천륜이 되었든 인륜이 되었든, 한 번 부모 자식으로 맺은 연을 생물학적 부모와 기른 부모로 금을 긋는다는 것이, 천륜과 인륜을 어기는 것이겠지요. 계속되는 집안의 분란이 자신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평창동 집을 나오기로 결심한 정원, 꼬여버린 금란과 자신의 인생 교통정리를 정원 스스로 하기로 나섰지요. 정원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28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 셈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드라마를 보며, 그동안 몇번이나 글을 쓰고자 했는데, 이 드라마는 사람을 울화통 터지게 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아 감정을 누그려뜨리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서 이성적으로 글을 정리할 수 있을지 제 감정에 의문입니다;;. 두서없이 감정이 솟구치는 대로 써버리고자 마음을 먹으니 자판을 두들길 수가 있게 되네요.

계속되는 금란의 악행에 그동안은 금수저를 배앗긴 금란의 박탈감이 충분히 이해되었고, 자기 삶을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희생했다는 측은지심이 들어서 참고 또 참아주고자 했지만, 이제는 그 인내심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답니다. 28년을 부잣집 딸로 태어났음에도 지지리 궁상으로 고생만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저당잡힌 채로 살았던 금란이 정원에게 느꼈을 분노와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금란이 자기집을 찾아들어가 정원에게 하는 짓거리를 보니, 이것은 환경때문에 금란이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금란이라는 인물의 태생이 욕심꾸러기에 피해의식 가득한 속성의 인물처럼도 보여지기 시작합니다.
금란이 친오빠 상원의 한심한 모습만 봐도, 인품 훌륭한 아버지보다는 이중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속물스러운 엄마 진나희(박정수)의 유전자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나희의 속물주의는 금란과도 판박이입니다. 닮아도 어찌 좋지 않은 부모의 모습만 닮았는지, 이 집안은 아마 돈없었으면 꽤나 한심스러운 콩가루집안이었을 겁니다.
인생에 있어 금기단어가, 아니 허락되지 않은 단어가 있다면 '만약'입니다. 만약에 금란이가 산부인과에서 바뀌지 않고 한정원으로 살았더라면, 금란이는 오늘의 한정원처럼 책만드는 꿈을 가지고 아버지를 존경하며 살았을까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지요. 아버지의 회사에서 적당하게 일하고, 아버지 회사와 유산을 물려받아 대충 띵까띵까 부를 누리며, 편하게 살려는 오빠 한상원처럼, 반 백수의식으로 살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지요.

요즘 금란이가 정말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백번천번 금란이 뒤바뀐 인생때문에 정원을 미워하고 정원에게 빼앗겼던 모든 것이 억울했다고 이해는 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못된 생존본능이 더 강하게 읽혀지는 나쁜 심보까지 이해하고 보듬어주기는 힘듭니다.
금란이 난쟁이 똥자루같은 한심한 인간 윤승재를 택한 것은, 그가 대범이보다 먼저 사시에 패스할 것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고 투자했습니다. 사랑이 아닌 선택이었지요. 사랑했던 것은 대범이었지만, 대범이 보다는 윤승재가 사시패스 가능성이 높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처참하고 올라갈 데가 없는 비참한 인생을 판검사 와이프가 된다는 것으로 구제받고 싶었던, 계산적이고 속물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이것까지는 금란의 인생이 워낙 바닥이었기에 그럴 수 있으리라 두눈 질끈 감고 봐준다고 해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금란이의 악행을 용서하기 힘든 이유는 훔친 다이어리, 버려진 금란의 양심때문입니다.
아이디어를 표절해서 기획안으로 제시한 것도 모자라, 다이어리를 가져간 것을 정원이 알고 있음에도 태연하게 도둑년으로 모느냐고 오히려 정원에게 큰소리를 치는 모습은 양심실종이었어요. 차라리 돈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정원의 다이어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원의 생각창고였습니다. 그리고 태워버리기까지 합니다. 기록해 둔 정원의 생각창고, 아이디어창고를 양심의 가책도 없이 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금란의 마음은 신림동 가난한 집에서 살았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궁창이에요. 만사가 비뚤어져 있어요. 아버지가 정원을 바라보는 눈을 보고도 자신과 비교하고, 정원이 출판일을 가르쳐주는 것도 엿먹어라는 식으로 곡해하려고만 하지요. 정원은 출판사를 물려받겠다는 생각을 버렸지만, 아버지가 다른 것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을 것이라며,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급기야 출판을 앞둔 책 인쇄필름을 빼내 구겨버리는 악행까지 자행하고 맙니다. 책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도, 예의도 없는 작태입니다. 정원이를 물먹이려고 한 짓거리치고는 너무 대담스럽고 뻔뻔하고 비열하고, 개념없는 짓거리라 정말 싸대기라도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책을 다시 찍어야 하는 비용문제가 아닙니다. 지혜의 숲에 닥칠 이미지 손상과 금전적 피해보다는 책만드는 쟁이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죄악입니다. 
금란의 파행적인 행동들이 계속되는 것을 보니, 과연 자라 온 환경이 인간의 성품을 좌우할까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금란이 정원과 뒤바뀐 인생을 살지 않았더라면, 정원처럼 책만드는 꿈을 가지고 반듯하고 당당하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말이죠. 만약이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은 것이 인생이기에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고개를 가로젓게 만듭니다. 금란이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신림동 가난한 집에서 자라면서 여상을 나와 아버지 노름빚 갚느라 청춘을 허비하고, 등골빠지게 가족들 부양하느라 인성도 그런 식으로 맞춰졌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 말에 어느정도 수긍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생역전을 금란이 대처하는 모습은 심히 못난 모습으로만 보입니다.
그에 반해 한정원은 보다 긍정적입니다. 처지가 하루아침에 바껴버린 정원이야말로 가장 비참할텐데도, 정원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부딪혀가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더군요. 방이 좁아서 마당에 종이박스를 펼치고 요가를 하는 모습은, 식전댓바람부터 식구들을 뜨아하게 만들고, 시청자에게는 피식 웃게 만들기는 했지만, 적어도 자신의 처지에 징징대지만은 않는 잘난 정원의 모습이었습니다. 정원이 반듯한 아버지와 교양있는 부모아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기때문이라고만은, 그 잘남이 다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신림동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먹고 살았던 28년을 내동댕이 쳐버리고, 못난 금란의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가난한 집의 무식한 가족들 영향때문이었다고 이유를 대는 것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이고 말이지요.
신림동 가난한 고시식당 딸이자 K문고 직원 황금란이었을 때, 금란은 오히려 더 반짝반짝 빛났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양심을 버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고, 정원에 대한 미움으로 생부에게 등 뒤에 칼을 들이대는 악행을 저지르는 못된 아이는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지지리 궁상에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다람쥐 쳇바퀴같았던 신림동 황금알 식당 딸에서 명품고가옷에 귀티나는 부잣집딸로, 모습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었지만, 속은 더 시꺼먼 잿빛투성이 인간으로 비참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금란입니다. 정원을 향한 맹목적인 분노가, 결국은 자신을 향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금란입니다. 
못난 아버지라 투덜대고 힘들어하면서도, 아버지 노름빚을 갚았던 금란이, 오이소박이 하나에도 밥 두그릇을 싹싹 비워내고 엄마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던 금란이는 가난 속에서도 빛났던 아이였는데,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금란의 눈에 씌워진 윤기잃은 황금알때문에 동태눈이 되어가는 것같아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금란이는 신림동 엄마가 금란을 평창동으로 보낸 이유를 알까요, 아버지가 왜 정원을 애처롭게 볼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될까요? 문서없는 종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금란이 천분의 일이라도 헤아린다면, 두 손 가득 욕심으로 바뀌어 가는 금란의 팔도 덜 버거울텐데 말이지요. 금란이 사랑을, 가족을 바로 보는 지혜로운 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황금알은 부모가 물려주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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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7 09:17




주말만 되면 저는 손수건을 준비합니다. 제목만 보면 눈물 한방울 흘릴 일 없을 것같은 드라마인데, 첫회부터 지금까지 울지 않은 회가 없어서 반짝반짝 드라마를 보기전에는 아예 손수건부터 준비하고 있답니다. 고두심과 박정수의 엄마연기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감정을 읽어 그대로 활자로 찍어내는 리더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대사 하나하나로 옮기는 것이 직설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운명이 뒤바뀐 것을 알게 된 한정원과 황금란은 또 어떻고요. 어느 누구를 욕할 수 없는 상황, 두 사람의 선택은 너무 솔직합니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금란, 나도 뭔가가 되고 싶다는 금란을 이권양(고두심)은 차마 잡지를 못하고, 관악산에 봄나물을 캐러 가자는 말로 헛헛한 심정을 드러내지요.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것이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같은 악몽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 가서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 좋은 데로 시집보냈다 생각할거야. 그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참말로 봄인가 보다, 바람이 솔찬히 따습다"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고두심, 28년을 기른 하늘이고 부처님이었던 금란을 보내는 이권양의 마음에는 봄바람이 아니라, 삭풍이 불고 있습니다.
 
"잘 마셨어요, 커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셨어요. 컵도 안 버렸어요". 처음으로 자신의 품에 안기는 친딸 정원은 가시가 되어 이권양을 아프게 찌릅니다. 가난한 엄마라서 미안한 마음, 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를 알기에, 친딸임에도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미안할 뿐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이름조차도 불러주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엄마지요.
"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내 자식들을 지킨거야. 난 그 여자 상처보다 내 새끼들이 더 걱정되고 소중하다". 자신의 친딸이 사채업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한번도 품어주지 못하고 28년간을 가난한 집에서 고생만 하고 자랐는데,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을 다해 주고 싶은 엄마 진나희(박정수)입니다. 28년을 애지중지 길러온 딸 정원이도 보낼 수 없고, 친딸을 남의 집에 맡기지도 못하는 진나희는, 정원에게 이기적인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마음을 굽힐 수가 없습니다. 친딸을 단 하루라도 데리고 살아보고 싶은 심정을 왜 모르겠어요. 두 아이를 고생시키고 싶어하지 않은 부자엄마는 부자라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이기 때문에 두 아이의 상처를 거두고 싶은 것이지요.
금쪽같이 키운 금란이, 금란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 낼 자신이 없는 이권양(고두심)이 금란을 보내기 힘들어 하는 것도, 친딸 정원이를 달라고 하지 못하는 것도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남의 집 자식을 고생만하고 키웠는데, 비록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지만, 내 죄 아닌 내 죄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부잣집에 보내 호강하며 살게 해야 하는데,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금란이가 자신의 딸인데, 보낼 수 없는 이권양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하늘이 무심할 뿐입니다.
기른 정 낳은 정, 천륜과 인륜같은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권양입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난한 엄마는 가난해서 두 아이를 붙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원이 자기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살아왔더래도, 이권양은 정원을 쉽게 달라고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원이가 가족이라고 믿었던 28년의 모든 생활을 한 순간에 다 잊어버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두 아이의 상처를 보고싶지 않은 엄마 이권양의 눈물은 시청자를 더 가슴이 미어지게 합니다. 

금란이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평창동 부자집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언니 태란(이아현)에게 충격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28년을 동생으로 지내왔던 금란에게 돈에 팔려간다는 악담을 뱉고, 따귀를 때렸지만, 금란이 밉기 때문이 아니에요. 28년간이나 내동생이었는데, 이 애가 내동생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충격이고, 속상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부자집 딸아이가 운명이 바뀐 것도 모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고생고생하며 살아왔는데, 여상을 졸업하고 돈 버는 족족 아버지 노름빚을 갚느라 치장 한 번 못하고 산 것이, 왜 미안하고 불쌍하지 않겠어요. 태란이도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가난한 집 딸이라고 검사되자마자,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여자를 헌신짝처럼 팽개쳐버린 난장이 똥자루 윤승재같은 년이라고 있는대로 욕을 퍼부었지만, 태란은 28년의 가족을 쉽게 버리려는 금란이 밉습니다. 그것보다 금란이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란입니다. 내딸이 내딸이 아니라고 보내야 하고, 내딸을 내딸이라고 말못하는 가난한 엄마 이권양, 이딸도 내딸 저딸도 내딸인 부자엄마 진나희, 평창동 집으로 가겠다는 금란에게 따귀를 때린 태란도, 다 같은 마음입니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묻는다기 보다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드라마는 주인공들의 환경이 극과 극이라서 더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막막하고, 내안의 이기심과 욕심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눈물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빼앗는다는 것보다 뺏긴다는 것에 감정을 더 실어 보고 있습니다. 황금란이 한정원의 것을 빼앗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죠.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한정원이 황금란의 것을 빼앗았던 것도 또 아니지요. 몰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정원은 황금란에게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빼앗겨야 합니다. 예고편에 나오기도 했지만 황금란은 한정원과 자기 것을 나눌 생각이 없기때문이죠. 황금란은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삼촌도 출판사도, 정원이 가진 모든 것이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원래 자기 것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럽기는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28년 아무 의심없이 자기 것이었는데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권양과 진나희가 두 아이를 내놓지 않으려는 마음과, 정원이 자기집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것은 같은 생각에서 나오는 무조건 반사입니다. "니 것이 아니야, 그러니 내놓고 나가" 라고, 단순하게 핏줄로 네 것 내 것에 대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철학, 사고방식, 성격까지 만들어 준 환경이라는 것이잖아요. 그 안에서 켜켜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진 '정'과 '소유의식'은, 세상 어느 뛰어난 석공의 손이라도 깔끔이 떼어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한정원에게는 그 정을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혼란입니다.

물질적인 것과 감정적인 정을 빼앗고 뺏기고 해야 하는, 이 정리되지도 정리할 수도 없는 뒤바뀐 출생이라는 교통혼잡에서, 작가가 빼든 카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정원과 부정적인 눈으로 살아와야 했던 황금란은 표면적으로는 선과 악의 캐릭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선악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당사자가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정원이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 28년을 살아왔던 가족이라면, 황금란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정신적 풍요에 대한 가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담아 전해주는 인물이 대범이와 송편집장입니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 날아가 버릴까봐 조바심내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황금란에게 송편집장(김석훈)이 이런 말을 해주었지요. "비참함 본인이 만드는 것 아닐까요.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강인하게 만들어 보시죠. 둘다 드는 힘은 똑 같습니다". 황금란은 갑자기 난데없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기적과 행운에 비유합니다.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독기마저 서려있지요. 행복과 행운에 익숙지 못했던 황금란은 자기 것을 찾으려는 욕심에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대범이가 금란을 걱정하며 옆도, 뒤도 돌아보라고 충고를 해주어도 금란의 귀에는 들리지가 않아요. 황금에 눈먼 사람처럼 말이지요.
매정하게 28년간 가족으로 살았던 사람들과의 정까지 떼놓으며, 앞만보고 달려가겠다는 금란이 처절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평창동 가족입니다. 금란은 28년간 한정원의 울타리였던 낯선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그런 금란이를 보면서 금란이가 더 상처입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란 자신도 무자르듯 떼지 못하는 28년간 가족이었던 관계가, 한정원의 울타리에서는 더 견고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원이 28년 동안 받아왔던 사랑마저 시기하고, 질투하고, 송두리째 도려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금란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비참해지지 말고 스스로를 강인하게 하라는 송편집장의 말이 드라마 복선같기도 하고 가슴에 와닿더군요.
정원에게 대범이 들려준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참하고 암담하겠지만, 눈물과 아우성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거기엔 감동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적도 있을 거예요. 커피처럼...". 정원은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여자에요. 아버지의 출판사를 물려받고 싶은 이유가 출판사의 경제적 가치때문은 아니었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열정,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인물입니다. 평창동 아버지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마인드가 없는 인물입니다.
정웅의 기업마인드를 드라마 초반부터 강조한 이유는 금란과 정원의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평가를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무조건 내 것이라고 돌려받겠다는 금란과 자신이 물려받을 만한 자질과 능력,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자 했던 정원의 마인드를 대조적으로 그린 것도, 유산이라는 것에 편협된 마인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라고 여겨지더군요.

과연 이 드라마에서 기적은 누구에게 일어난 것이고, 작가가 말하고 싶은 행운이 무엇일까요? 저는 진짜 기적은 정원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평창동 아버지 정웅의 기업마인드, 가난한 엄마가 딸에게 28년만에 처음으로 건넨 비싼 원두커피에 담긴 모정, 아마 정원은 금란이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란이 애써 외면하려한 28년 가족을 정원은 얻을 모양이니까요. 물론 좌충우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원은 평창동 가족도 버리지 않을 거예요. 가족은 가족이니까 말입니다. 가난하든 부자이든 가족의 이름으로 맺어진 인연은 핏줄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정원이 모르지 않을 성품같아 보여서 말이지요. 가난한 엄마를 버리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상처를 보듬고 싶은 진나희(박정수)나 두 아이가 받을 상처 앞에 어쩌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는 이권양(고두심)을 보며, 어느 엄마가 진짜 엄마냐고 묻는 것처럼 우문도 없을 겁니다. 그 대조적인 환경도 이유조차 되지 못하는 엄마라는 이유, 부모라는 이유를 고두심과 박정수의 명품연기에 눈물로 녹여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식때문에 흘리는 엄마의 눈물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요? 가난한 엄마나 부자엄마나 어머니의 눈물은 저울 한 눈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눈물이라는 것을, 두 중년 연기자의 명품연기로 보는 것은 주말을 행복하게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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