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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9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란,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는가? (28)
2011.07.09 09:45




핑계없는 무덤없고 원인없는 결과없다고, 황금란의 입장에서 그녀가 미쳐갈 수밖에 없는, 스스로도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고장난 폭주기관차가 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정리해 봐야 할 듯싶습니다. 그러다보면 황금란의 문제점과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황금란과 한정원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만들어진 인물들입니다. 그만큼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 드라마니까 그릴 수 있는 인물입니다. 황금란과 같은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나기 쉽지는 않겠지요. 작가의 뾰족뾰족 거친 펜에서 만들어진 인물일 뿐이지요. 황금란은 악녀가 되어야 할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황금란처럼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좌절하고 증오하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져서 고민이겠죠. 
황금란과 마찬가지로 한정원 역시도 작가의 실크처럼 부드러운 펜대에서 창조된 인물입니다. 고단한 현실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사는 한정원은 희귀한 캐릭터일 수도 있어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제 3자적인 관점에서 스토리에 감정을 얹어 보기에, 한정원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사랑하지만, '한정원=나'의 등식을 세워놓고 한정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 묻는다면, 글쎄요, 섣불리 대답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속성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잘못인 것을 알면서도 은연중에 남의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도 있기 때문이겠죠. 생각하기에 따라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는데, 가난한 친부모를 찾아서 감사땡큐~할 수만은 없겠지요. 왜 내가 바뀐 거냐고, 이것이 꿈이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할 겁니다. 처음 한정원이 고시식당 주인 이권양으로부터 소금세례를 받아가며 상스러운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친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진실을 거부하고 싶어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황금란의 잘못된 선택, 강대범이 아닌 윤승재
황금란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첫회부터 황금란이 망가져 가기 까지, 황금란에게 한꺼번에 닥친 불행한 사건들, 그녀가 더이상 기어오를 힘도 없을 정도로 밑바닥을 경험해야 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황금란, 악녀종결자라는 세간의 곱지않은 눈초리를 깡으로 견뎌가고 있는 캐릭터지요. 평창동으로 들어온 이후 황금란은 한정원에 대한 자격지심과 질투, 채워지지 않는 애정결핍 등으로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황금란은 애초부터 이런 아이는 아니었어요. 여상을 나와 서점에서 일하는 10년동안 성실하게 일했고, 상냥한 여직원이었죠. 황금란이 직장을 그만둘 때, 직장상사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할 정도였지요. 책제목을 잘 모르는 할머니에게는 작가가 누구냐, 책표지가 무슨 색이냐를 물어가며, 할머니가 찾는 책을 찾아주는 친절한 여자였지요.
황금란을 바닥까지 치게 한 인물은 아버지 황남봉과 사채업자, 고시에 합격하자 결혼날짜를 잡아두고도 돈많고 조건좋은 여자를 찾아 금란을 차버린 윤승재, 그리고 한정원이었습니다. 한정원은 금란에게 크게 악행을 하지는 않았지요. 바뀐 것이 한정원때문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금란에게 비참함을 절대적으로 느끼게 한 인물이었습니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한정원, 별자리까지 같은 한정원은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었고, 황금란은 이리저리 발길에 채이며 길거리에 뒹구는 먹고 버린 깡통 같았습니다.
황금란을 거지같은 인생에서 구제해 줄 유일한 사다리는 윤승재였지요. 대범이를 좋아하면서도 윤승재를 택한 이유는, 고시패스가 더 빠를 것이라는 이유때문이었습니다. 사람에게 만약이라는 것을 허락한다면, 금란이 윤승재가 아닌 서로 좋아했던 대범이를 택했다면, 금란의 인생도, 가치관도 달라졌을 지도 모릅니다. 사람보는 눈이 부족했던 금란이었고, 하루빨리 그녀의 밑바닥 인생에서 탈출하고 싶은 조급증이 가져온 치명적 실수였습니다. 대범이도 사시를 패스하고, 여기저기서 좋은 조건의 여자들이 들러붙는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대범이를 쭉 지켜보니 그런 성품은 아닌 듯하더군요. 강대범이 아닌 윤승재는 황금란의 잘못된 선택1입니다.
윤승재는 금란의 오직 하나뿐인 희망이었습니다. 5년동안 부은 적금을 윤승재의 치아교정기에 몰빵하고, 3년동안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것은, 윤승재의 부인이 아닌 검사부인이 되고 싶은 속물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만큼 황금란에게 세상은 기회라는 것을 주지 않았습니다. 학벌, 집안, 돈, 아무 것도 배경으로 갖추지 못한 황금란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될 수 없었습니다. 아니 금란 스스로 자포자기했다고 봐야겠지요. 그만큼 희망이나 행복, 꿈이라는 단어는 금란과는 관계없는 낯선 단어들일 뿐이었습니다. 17살에 황금란은 미래나 꿈, 자신이 뭔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버려야 했지요. 대학에 진학해야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란에게 대학이 아닌 여상진학은, 뭔가 되고 싶은 꿈마저 버리게 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의 희망없는 처참한 모습을 윤승재와 한정원을 통해서 보게 되지요. 윤승재와 맞선을 보러 나온 한정원, 생년월일이 같은 한정원은 금란과는 소위 말하는 하늘과 땅이었습니다. 200억대 재산을 가진 지혜의 숲 출판사 오너딸, 명문대 국문과를 졸업한 당당한 여자, 그 여자는 황금란이 윤승재의 면상에 부어버리지 못하는 주스를 끼얹을 수 있는 여자였습니다. 금란은 어머니가 허리 휘도록 밥장사를 해서 갚아야 할 명품옷이라, 차마 붓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대신 끼얹어야 했었는데 말이지요. 남의 남자와 맞선을 보러 나온 한정원이라는 여자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라"는 말까지 하면서 나가 버리지요. 부유한 환경에서 꿀릴 것 없이 자란 여자는 그렇게 달랐습니다. 비싼 옷에 주스 한잔 끼얹지 못하는 초라한 자신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황금란의 성급한 실수, 평창동에 너무 일찍 들어갔다
윤승재라는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 되어 금란을 절망으로 밀어넣을때, 아버지 황남봉을 쫓는 사채업자가 금란을 위협합니다. 그때 금란이 택한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양아치 사채업자가 판 구덩이에 스스로 몸을 던졌던 금란입니다. 그때 금란에게 진짜 황금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기적처럼 인생역전 한방 로또처럼 말이지요. 출생의 비밀...
한정원과 산부인과에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을 안 황금란은 너무나 억울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 빛나는 한정원이, 사실은 자신이 누리고 가져야 했을 모든 것을 빼앗았고, 금란은 한정원을 대신해 가난한 고시식당집 딸로 아버지 노름빚 갚아가며, 깡패한테 협박받아 가며, 윤승재같은 꼴깝이 나부랭이한테 목을 매고 헌신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죽으려고 작정까지 했었던 것이 너무나 억울하지요. 28년을 자기 것을 빼앗기고 비참하게 희망도, 꿈도 포기한채 살아왔던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내 것이니 내놓으라고 한정원을 밀어내고 원래 자신이 있어야 할 한정원의 자리로 들어온 황금란, 그러나 금란은 여전히 나방일 뿐이었습니다. 한정원은 여전히 당당합니다. 다 빼앗기고도 다 가졌습니다. 신림동 집에서도 방실방실 웃고, 평창동 집에서는 늘 그리운 딸입니다. 아무도 황금란을 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오직 한정원만이 딸이라고 생각하는 금란입니다.
아버지는 곁을 내주지 않습니다. 밤낚시에 데려가 달라고 처음으로 친아버지에게 부탁을 했는데, 정원이랑 가는 날이라며 다음에 가자고 거절을 합니다. 물론 한지웅은 평창동에 들어온 금란이로 인해 어머니 진나희와 서먹한 관계가 되고, 신림동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한지웅은 정원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상황이었지만, 금란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하지요. 그저 아버지가 곁을 주지 않는다고, 정원이만 챙긴다고 서운해 할 뿐입니다. 금란의 입장에서는 그런 아버지가 야속하고, 자신을 내친다고만 생각했을 수 있지요.

정원에게 신림동 어머니 네가 보살피라며 너희집으로 가라고 쫓아내고, 아버지 한지웅이 실망하게 하기 위해 필름을 빼돌리고, 처음으로 큰 나무처럼 자신을 응원해 줄 수 있을 사람 송승준을 한정원에게서 삐앗기 위해, 아버지의 회사까지 종로백곰에게 넘기려고 하는 황금란, 금란은 정원을 이기겠다고 발버둥칠 수록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잃어간다는 것이 미치게 싫습니다. 한정원의 자리를 차지했는데도, 한정원은 잃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버지도, 송승준 편집장도, 신림동 어머니도 한정원을 더 사랑합니다. 
그때 금란이 봤던 것은 돈의 힘이었습니다. 돈이라면 그것도 어마어마한 돈이라면, 사람 하나 부숴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 봤지요. 송승준의 어머니 종로백곰이 그 힘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버린 황금란입니다.

드라마 초반에 금란이 대범이에게 이런 말을 했었어요. "윤승재랑 선 본 여자 나랑 생일도 별자리도 같더라. 근데 다 같은데 왜 그 여자는 나비로 살고, 나는 왜 나방밖에 못되는 걸까?". 금란은 가진 조건이 나비와 나방을 구분한다고 생각했고, 나비와 나방의 차이는 가난과 부의 차이때문이라고 생각했지요. 맞선 자리 이후 다시 서점에서 한정원을 만났을 때, 금란은 한정원이 입은 명품옷과 명품백을 먼저 보지요. 한정원을 빛나게 하는 것이 그런 외적인 조건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평창동에 온 황금란은 정원보다 더 휘황찬란하게 꾸미고, 화려한 나비처럼 꾸며도 나비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나방날개마저 상처입고, 날개짓을 하기에도 버거워 합니다. 나비가 될 수 있는데도 나방이었던 시절의 기억에서 스스로를 더 옥죄고 자학할 뿐입니다. 자신이 나비가 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비의 날개를 빼앗아 달면 나비가 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나비는 장미꽃밭을 날아다녀도, 이름없는 들꽃주위를 날아다녀도 변함없이 나비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황금란입니다.

금란의 치명적 실수2는 평창동으로 너무 성급히 들어온 것입니다. 평창동 가족들과 신림동 가족들에게 정리할 시간조차 금란은 주지 않았지요. 한지웅이 금란을 처음에 탐탁치않게 여겼던 것은, 28년의 정을 그렇게 한순간에 정리하고 평창동으로 들어온 것에 당황스러웠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이틀의 정도 아니고, 28년을 그렇게 무자르듯 잘라버리고 온 금란의 행동에 당황한 한지웅입니다. 28년간 가족으로, 친부모로 알고 자란 정원이 평창동을 쉽게 나가지 못했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신림동 어머니 이권양이 실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온 금란에게 노기를 감추지 못하는 것도, 아버지로서는 당연히 화낼 일이었고요. 핏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리였고, 28년간이나 부모자식으로 살아온 정을 그렇게 나몰라라 하는 금란에게 실망했던 것이지요. 
금란이 친부모도 아닌데 왜 그 짐을 안아야 하느냐고 가끔 댓글에 의견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는 그런 댓글을 보면 좀 속상해요. 드라마를 떠나 자신이 금란이라면, 지금 부모님을 그렇게 쉽게 떠날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가난한 집안환경때문에 여상을 가라고 했다고, 늘상 사고만 치는 노름꾼 아버지가 뭘 해준 것이 있냐고요? 그 부모님이 항상 못해주기만 했을까요? 그런 것은 아닐 거예요. 황남봉도 사업에 실패하고 노름에 빠져들지 않았을 때는 자상한 아버지였을 때도 있었고, 어머니 이권양은 누구보다 자신의 속을 잘 헤아려주는 금란이를 애지중지하고, 미안해 하면서 키웠습니다. 부모님이 가끔 이런 말씀들을 하시잖아요. 사는 게 바빠서 많이 못해줘서 미안하고, 남부럽지 않게 뒷바라지 해주고 싶지만 그 놈의 돈이 웬수여서 많이 못해줬다고... 
그래도 부모님은 당신들이 아프면 꾹꾹 참으면서도, 자식이 아프면 밥 한끼를 굶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 병원부터 데려가고, 약부터 사먹이잖아요. 신림동 부모도 같았을 겁니다. 잘해 준 것은 없었다고 해도 아프면 약 사먹이고, 열나면 걱정하고, 혹이라도 밥을 굶고 학교에 가거나 출근을 하는 날이면, 아침도 못먹고 나간 딸 걱정하고 그렇게 키웠을 거에요. 부모니까요. 가난하고 못난 부모지만 금란이가 자식이니까요. 28년을 그렇게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거둔 부모잖아요. 황남봉이 이런 말을 했지요. 사는 집 평수는 달라도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마음 평수는 같다고요.
28년을 나를 키워 준 부모님, 못해 준 것도 있었겠지만 금란이처럼 그렇게 쉽게 "당신들은 내 부모가 아니에요" 라고, 모질게 정을 끊을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금란이도 편하게 집을 나간 것은 아니지만, 한지웅이 노여운 것은 그런 친딸의 행동에 실망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친딸을 신림동에 마냥 두지도 않았겠지요. 정리할 시간을 두고 이쪽저쪽 의견을 조율해서 데려오기는 했겠지요. 

금란의 오해, 아버지 한지웅은 정원이만 사랑한다
금란이는 스스로 자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림동 가난한 어머니를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 눈멀어가는 어머니를 버렸다는 죄책감은 금란이를 앞만 보고 높은 곳만 보게 합니다. 잊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한정원이 더 밉습니다. 애초에 바뀌지 않았다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미안해 하지도, 죄책감을 느껴야 할 필요도 없는데, 왜 자신이 못된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 자꾸만 비교가 되는 정원이 밉습니다. 가난한 친부모를 찾아간 정원은 아버지 한지웅에게는 여전히 착한 딸, 심성고운 딸이고, 키워주신 가난한 부모를 버리고 온 자신은 못된 딸, 정도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버지가 밉습니다. 정원을 보는 눈은 늘 자랑스럽고 애닯고 그리움으로 촉촉해 지면서, 친딸인 자기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지웅이 아무리 금란이가 낯설어도 친혈육인데 애틋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28년을 친딸로 키워 온 정원이에게 마음 가는 것만큼, 그 사랑을 받지 못한 금란이가 많이 안쓰러울 한지웅입니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킬 수도 없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일, 아무리 친딸이라 할지라도 어른이 다 돼서 만난 금란과 그동안 못했던 것을 벼락치기로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듯이, 한땀 한땀 바느질 하듯이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금란이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금란의 치명적인 실수3입니다.
금란이는 28년간 정원이와 한장 한장 쌓은 것을 한꺼번에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그것이 정원이를 아버지 마음에서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금란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하는데, 정원이를 내보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자기가 빼앗겼던 것들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을 소유로 생각하는 금란의 집착
금란을 악녀로 만들고 있는 실수4는 송승준 편집장에 대한 집착입니다. 금란의 송승준에 대한 사랑이 욕심때문만은 아니었어요. 큰 바위처럼 든든하고 큰 나무처럼 품어줄 수 있는 진짜 어른 같은 남자, 윤승재 꼴갑이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필이면 정원이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더 빼앗고 싶은 금란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것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지요. 더구나 이미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 금란이를 힘들게 하는 욕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금란이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은 금란이 자신입니다. 금란은 성격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 극단성은 깡패들이 구덩이를 파고 협박을 할 때, 죽음을 택하는 것에서 볼 수 있었지요. 윤승재에게 버림받고 모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도 황금란의 극단적인 성격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랑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일도 가끔은 있다지만, 황금란은 나비가 되지 못한다는 좌절감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했지요. 검사부인이 자신을 나비로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던 황금란, 그녀를 밑바닥에서 구출할 비상구는 더이상 없다고 생각하는 금란이었지요. 

나비와 나방은 금란이 만든 자격지심일 뿐
결국 지혜의 숲 친딸이라는 출생의 비밀도 금란을 나비로 만들어 주지는 못했습니다. 금란에게 필요한 것은 나비의 날개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황금란은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책을 만들던 나비와 지하창고로 내려와 인터넷으로 책을 팔려고 하는 나비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서점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손님에게 상냥한 미소로 책을 찾아주던 황금란은, 책을 잘파는 나비였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습니다.
폭주기관차같은 황금란, 금란의 파멸은 막는 것은 한정원이 가진 조건때문이 아니라, 한정원이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 것을 깨닫았을 때 멈추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원을 금란이는 이기지 못합니다. 종로백곰은 금란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서,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절박하기에 한정원을 이길 것이라고 했지만 틀렸어요. 한정원은 지킬 것이 너무너무 많아서 금란이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틀렸어요. 한정원은 지킬 것이 많아서 더 강하게 버틸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금란이가 신림동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강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어머니가 강한 이유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 때문입니다. 종로백곰이 강한 이유 역시 승준을 지키고 싶은 마음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을 돈의 힘으로 지킬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식을 지키고 싶어 돈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백곰, 결국 종로백곰도 지키고 싶은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식이잖아요.
금란이는 지금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을 먹어 체해 버렸어요. 금란이가 왜 이렇게 못나고 비뚤어지기만 할까를 생각하다보니 비로소 첫회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서점에서 어떤 할머니가 엄마를 찾는 책인데 제목을 모른다고 찾아달라고 했었지요. 빨간 표지라면서요. 책제목이 공교롭게도 "엄마를 사랑해"였어요.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를 지칭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할머니의 말씀이 "아가씨, 아프지 말아요. 자식이 아프면 어머니가 제일 아파해요. 안 아픈게 제일 큰 효도에요"라는 말을 하고 가던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그게 지금 황금란이 마음이 아픈 것을 복선으로 깔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금란이 아픈 것을, 금란이 비뚤어지는 것을 가장 아파할 사람이 신림동 이권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란이가 잘못 가고 있는 것을 어머니가 가장 아파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엄마에게 돌아오라"는 이권양의 말을 금란이 꼭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권양이 돌아오라는 것은 신림동집 딸로 돌아오라는 말은 아니에요. 예전의 황금란, 부모 속 한 번 썩히지 않았던,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났던 금란이로 돌아오라는 말이에요. 망가져 가는 금란이를 자신의 멀어져 가는 눈보다 더 아파하는 어머니를 돌아보고, 자신이 무엇을 보고 달려가고 있는지를 되돌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석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금란이 나방이 아니라 나비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매사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 있지요. 금란은 나방이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방일 수 밖에 없었어요.
금란은 반짝반짝 빛나는 날개를 가진 나비였다
폭주하고 있는 금란을 위해 어떤 결말을 어떻게 낼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와중에 수상한 남자가 종로백곰을 노리고 송승준 모친의 집을 침입했는데요, 공교롭게도 금란이 바꿔치기한 계약서를 가지러 백곰의 방에 들어가서 금란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까 불안합니다. 전원이 차단된 상태라 금란이 칼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보여서 말이지요. 금란이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후회하는 것같았는데, 끔찍한 변을 당할까봐, 영영 자신의 나비날개를 펴지 못할까 불안하네요. 작가가 그렇게 잔인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지만, 왠만하면 금란이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날개를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금란, 작가가 금란의 변고를 통해 평창동 부모와 신림동 부모가 얼마나 금란이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알게 하려고 수상한 남자를 등장시켰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금란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금란은 지킬 것이 많아 빛나고 강했던 아이였습니다. 신림동 가난한 어머니를 지켜야 했고, 노름꾼 아버지 황남봉이 전과자가 되지 않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지켜야 했습니다. 해 준 것 없고 가난하지만 부모였기 때문이에요. 지킬 것이 있었기에 강했던 금란, 항상 부족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강해야 했던 금란은 처음으로 자신을 지켜 줄 든든하고 여유있는 부모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지옥같이 구질구질한 삶에서 구출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평창동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구질구질한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원이의 빛에 가려진 그림자같습니다. 금란을 봐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원을 짓밟기 위해 곤궁에 빠뜨려도 모두가 정원이만 돕습니다. 아무도 금란이 뒤바뀐 인생을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것을 헤아려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원이가 자신이 살아온 그 인생을 조금이라도 맛봤으면 좋겠는데, 한정원은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은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웠고 비참했는데, 한정원은 나는 너랑 다르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래서 더 약오르고 억울한 금란입니다.
금란은 모르고 있습니다. 과거라는 것은 흐르는 물처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바껴서 살아온 28년보다 앞으로 그녀에게 펼쳐칠 더 많은 기회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금란의 가장 큰 실수는 되돌리지 못하는 과거만을 보고 있다는 것이에요. 한정원에게 빼앗긴 억울한 과거를 보상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금란을 망치고 있는 것이지요.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금란에게 내미는 어머니의 손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열달 배아파 낳았거나 아니거나, 어머니 이권양은 하늘이 두쪽나도 변함없을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금란이 월급 한 푼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생활비로 내놓았던 것은 고생하는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빈부귀천이 어디 있겠어요. 가난한 부모의 사랑을 가난하기에 어찌 가볍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부자이기 때문에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요. 황남봉의 말처럼 사는 집 평수는 달라도 부모마음 평수는 다 같을 겁니다. 자식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부자 부모라서 더 사랑하고, 가난한 부모라서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끔은 환경때문에 원망할 때도 있겠지만, 저울로 잴 수 없는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모생부가 아니라고 외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금란도 속은 편하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 이권양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금란은 힘들었지만 엄마때문에 참을 수 있었습니다.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 엄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중한 사람을 정원에게 돌려주고는 금란은 목표를 잃어버렸습니다. 신림동 엄마 이권양에게 금란은 자랑이었고, 긍지였고, 보람이었고, 삶의 이유였습니다. 금란에게도 엄마는 같은 의미였습니다. 검사사위를 보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지랄맞은 윤승재의 반토막 인성도 참아야 했고, 힘든 엄마를 위해 대학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런 엄마를 정원에게 내주고는 휘청이는 금란입니다. 
그런데 금란은 모르고 있습니다. 신림동 어머니에게 금란이는 죽을 때까지 딸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금란이 병원에서 혈액형이 다른 것을 알고 "엄마딸이 아니면 어떡하지" 라며, 엄마 이권양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했었지요. 그만큼 금란에게 신림동 엄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신림동 엄마 이권양에게도 같았지요. 금란이는 신림동 엄마의 심장과도 같은 소중한 딸이었니까요.
금란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미친 질주도 멈추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창동 부모에게도 신림동 부모에게도 금란은 똑같이 아픈 손가락, 가슴으로 사랑하는 딸이라는 것을 안다면, 금란이도 나방이 아니라 정말 예쁜 나비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무작스럽게 길어졌네요.ㅎ;; 그만큼 황금란이라는 캐릭터는 미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저도 부모라서 그런지 자식이 비뚤어지는 것이 마음 아프기 때문일 겁니다. 글을 중간에 쳐내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네요. 긴 글 읽어주신 인내심 강한 독자님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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