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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9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란의 눈물, 자신을 사랑하게 된 빛나는 성장 (24)
2011.07.29 08:31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금란, 뒤늦은 성장통이었기에 더 아프고 힘들었었나 봅니다. 출생의 비밀을 안 금란은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자기 것을 찾아 터널로 발을 디딜 때만해도, 터널 끝 저편 세상은 봄볕처럼 따스하고, 세상의 모든 별들이 쏟아져 내려 자신을 위해 반짝거려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지리 궁상에 천대받고 무시받는,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조건들, 더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비참한 현실과는 이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한가로이 꽃밭을 거닐며 나비들과 노니는 공주님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그 성에는 너무나 예쁘고 빛나는 공주가 살고 있었고, 꽃밭은 공주 차지였습니다. 공주도 아닌 것이 공주 행세를 하는 것이 미웠습니다. 여긴 내 꽃밭이라고 나가라고 쫓아냈는데, 그 예쁜 꽃밭이 순식간에 가시 무성한 잡초밭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지요. 꽃밭이 망가진 것은 너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쫓겨난 공주는 볼품없고 가난한 곳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뿐입니다. 자신이 버리고 온 황폐했던 꽃밭도 예쁜 꽃밭으로 변신했고, 여기저기서 나비들도 날아듭니다.
꽃밭에 연결된 수도관의 호스를 잘라 버렸습니다. 목말라 모두 죽어 버리겠지... 그런데 공주는 땅을 파고 우물을 만들어 물을 주기 시작합니다. 아무 것도 죽지 않고 더 싱싱하게 자랍니다. 심지어는 시들하던 꽃과 나무도 더 튼실해졌습니다. 함께 있을 때는 한심스럽고 서로 짜증만 내던 신림동 가족들이 몇년은 젊어져 있고, 웃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공주를 바라보는 눈에는 사랑이 넘치고, 믿음직한 장수를 보듯 따뜻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 가서도 그렇게 당당하고 빛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정원에게 이를 갈았던 금란, 뒤바뀐 인생은 다시 바꿔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비참하고, 더 외롭고, 더 힘겨울 뿐이었어요. 아무도 자신을 봐주지 않았고, 사랑해 주지 않았고, 힘겨운 곳으로 쫓겨간 공주만을 안타까워 할 뿐이었습니다. 금란에게는 너무나 불공평했습니다. 바뀌지 않았다면, 한정원이 자기 자리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정원이 미운 금란이었습니다.
다 빼앗기고도 아무 것도 빼앗긴 것이 없다는 듯 도도하고 당당하기만 한 정원,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지 금란은 끝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정원이 그렇게 해맑고 당당하고 똑똑하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부자부모 아래 아쉬움없이 누리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원을 반짝이게 하고 당당하게 한 돈을 많이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영혼을 파는 짓이라고 해도 큰 돈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안되는 놈은 뭐를 해도 안된다고, 하필이면 금란이 만난 그 돈이라는 놈은 차갑고 비정하고 무심한 것이었습니다. 승준의 어머니 종로백곰이 의사를 매수해 불임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금란은, 그 잔인하고 비정한 돈의 실체를 봤습니다. 왜 그토록 송승준 편집장이 피비린내 나는 돈을 피해 다녔는지를 알게 되었지요.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언젠가 승준의 방에서 본 노인과 바다 책에 승준이 써놓은 글귀가 떠오르는 금란, "그 무엇에게도 함부로 나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정원을 이겨보겠다고, 송편집장을 빼앗아보겠다고 영혼을 판 금란은 비로소 그 글귀가 어떤 의미였는지, 송승준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리만큼 힘들게 싸워왔는지를 알게 되지요. 아무렇지 않게 신림동 가난한 집으로 들어가 버린 정원이 이해된 금란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자신을 지켜가려고 했던 겁니다. 자기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두 사람이 자신을 지켜가는 방법이었던 게지요. 
종로백곰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의사를 매수하기 위해 뿌린 돈, 택시비로 지급한 1억원짜리 수표를 받아든 택시기사가 거절하지요. 욕심냈다가 칼맞기 싫다면서요. 금란에게 하는 말같습니다. 종로백곰을 대신해 칼을 맞은 금란이를 향해 조소하는 말같습니다.
금란은 종로백곰이 왜 자기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금란을 금고를 지키는 충실한 개로 이용하려고 했던 게지요. 그 개는 쥐약이 발라진 뼈다귀를 물고 죽어도 아쉬울 것 없는, 금고지킴이로만 필요로 했을 뿐입니다. 정원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금란처럼 칼을 맞으면, 누구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 승준이 아파하고 괴로워 할 것이기에,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아들을 사랑하는 자신을 택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금란을 필요로 하고, 예뻐해 준다고 생각했던 종로백곰의 집은 그렇게 또 금란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합니다.
집 나온 금란이 비로소 집을 찾아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오랜 방랑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탕자를 두팔벌여 맞이하는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말이지요. 금란에게 집이 신림동이냐, 평창동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정원의 집이 평창동이냐, 신림동이냐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신림동 부모가 진짜 부모냐, 평창동 부모가 진짜 부모냐를 놓고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가족의 의미, 부모의 사랑을 금란과 정원의 성장을 통해 다 말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초기에는 부모의 영향, 자라온 환경이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짚어줬다면, 후반부 결말에 와서는 자식들이 부모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종로백곰과 한지웅, 진나희, 그리고 신림동 부모 황남봉과 이권양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지요. 나이 든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나이듦이 좋은 것은 이런 인간관계의 역학적인 부분을 폭넓게 보는 눈이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되는 점이랍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작가를 칭찬하고 싶은 부분도 이런 부분을 과감하게 짚어줬다는 점입니다. 사실 종로백곰의 뒷통수를 치는 송승준의 비정하리만큼 독한 결심은,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옳고 그름의 잣대는 사람마다 그 한계가 다르겠지만, 송승준은 그 한계치를 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칼이 어머니를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부모자식간에도 해주면 안되는 것을 빚보증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가장 먼저 앞뒤 가리지 않고 빚보증을 해주는 사람이 부모이고, 자식일 겁니다. 부모자식의 관계는 그런 거예요. 계산으로 그 경중을 따지기가 힘든 것이 부모자식이라는 천륜일 겁니다.
말로 안되는 자식은 매를 들어서도 가르친다고 하지만, 말로 안되는 부모에게 매를 들수도 없는 송승준은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인물입니다. 말로 안되는 어머니를 변화시키기 위한 송승준식 사랑은 자신이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함이었지요. 돈으로는 갚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 어머니의 빚, 그 짐을 승준이 지고 어머니 대신 칼을 맞으려고 한 것이지요. 꼭 칼을 맞아야만 피를 흘리는 것은 아니지요. 칼보다 더 한 이별의 고통으로도 피는 흐르지요. 승준의 진심을 알고 평창동 종로백곰의 집으로 달려온 정원을 끝내 거부하고 만 주먹쥔 승준의 손을 통해, 그가 가슴에서 피눈물을 쏟고 있음을 볼 수 있었듯이 말이지요.
드라마에서는 세 주인공을 통해 삶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헤쳐 나가는 세 가지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파도와 맞서는 한정원이 있었고, 파도를 피하려고만 했던 송승준이 있었고, 파도를 원망하는 황금란이 있었습니다. 물보라를 맞고, 부서지고 아파하면서 세 사람은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덮쳐오는 파도는 누구도 대신해서 맞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상황도 있고, 때로는 자신을 대신해서 누군가가 그 파도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파도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금란이 병원에서 어머니 이권양과 정원에게 했던 말은 그런 의미였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밉고 나한테 화가 나요" 라며, 두 사람의 눈길을 애써 피하려고 했던 것은 금란의 성장고백이었습니다. 금란이 승준과 정원의 이별을 속상해 하는 이권양에게 투정을 부린 것은, 칼맞고 누워있는 자신보다 정원의 이별을 안타까워 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자신으로 인해 승준과 헤어진 정원에게 미안했고, 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함께 느끼는 어머니 이권양에 대한 미안함이었어요. 신림동에서도 평창동에서도 좌불안석이었던 금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금란은, 철없었던 자신의 빗나간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우는 것을 보게 되지요.
금란이 평창동으로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숱한 일들을 겪으면서 변화한 것은 자신의 속상처를 가족들(정원 포함)에게 내보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신림동에서는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조차 할 수 없었던 금란이었지요. 못배운 설움, 못가진 설움을 어머니 이권양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아 속으로 삭여야 했던 금란이, 이제는 아프다고 나도 좀 봐달라고 응석도 부릴 줄 아는 금란이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신림동에서는 철없는 언니와 동생때문에 홀로 어른이어야 했던 금란이, 평창동에 와서는 이제 걸음마를 걷는 아이처럼 어리광을 심하게 부렸지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어리광, 도둑맞았다고 생각했던 어리광을 말이지요.
예쁜 짓이 아니어서 미움을 더 받았지만,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어가면서 많은 것을 배운 금란입니다. 부유한 환경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었고(송편을 보면서 뼈저리게 배웠지요), 사랑을 물질로 평가해서도 안된다는 것,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사랑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운 금란입니다. 금란을 무시했던 것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고 지키는 방법에 서툴고 흔들렸던 자기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 금란입니다.

**여행중이라 당분간 글은 예약발행합니다. 내일 예약발행글은 새로 시작한 드라마 공주의 남자입니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많아 드라마 리뷰를 자주 올리지 못하는 점, 독자분들의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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