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빈'에 해당되는 글 68건

  1. 2011.03.25 '49일' 수영하는 저승사자에 빵 터지고, 그의 비밀에 깜놀하다 (10)
  2. 2011.03.18 '49일' 스케줄러 정일우, 저승사자의 눈물이 지현을 살릴 수 있을까? (21)
  3. 2010.10.09 '동이' 인원왕후, 장무열을 믿지 않은 결정적 이유 (17)
  4. 2010.09.29 '동이'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17)
  5. 2010.09.28 '동이'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쳐지나? (20)
2011.03.25 15:09




신지현(남규리)에게 49일은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시간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순도 100% 눈물 세방울을 담으라는 미션, 49시간으로도 다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지현은 자신의 부재 속에 드러나는 배신과 음모에 상처를 받고, 진실들을 하나씩 알아갑니다. 모든 것이 강민호(배수빈)와 신인정(서지혜)이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꾸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강민호와 신인정이 찾고 있는 인감도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분노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영혼 빙의된 송이경의 몸으로 자신의 집 초인종을 누르면서 4회가 끝났는데요, 49일이라는 드라마는 시간에 쫓기는 심리를 한 시간 내내 긴장감으로 쪼는 맛이 있다고 할만큼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 드라마의 긴장감은 화면의 긴박감보다는 심리적 긴박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를 드라마에 더 몰입하게 합니다. 인감도장을 찾기 위해 방을 뒤지고 있는 지현을 향해 다가오는 강민호의 발은 그 시간의 촉박함보다는 맞닥뜨릴 상황에 대해 더 긴장하게 하죠. 한강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신 이상해 보이는 여자를 지현의 방에서 만났을 때의 이해되지 않을 상황때문이지요. 

송이경의 박제된 삶과 글로리 담배남자의 정체
베란다에 대롱대롱 매달려 위기를 모면하는 지현이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발목을 다치는 장면도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이는 설정이었죠. 한강이 지현의 존재에 의심을 품게 하는 한 단서가 되기도 하면서, 지현이 몰랐던 한강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삔데에는 찬물로 찜질을 해야한다는 말이나, 호루라기에 대한 실마리들을 던지며, 한강에게서 지현과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 내게 합니다. 

송이경에게도 이상신호를 감지하게 하면서 그녀를 현실로 이끌어 냅니다. 송이경은 5년전에 죽은 여자입니다. 연인의 죽음과 함꼐 영혼을 스스로 죽여버린 여자지요. 컵라면에 목숨 정도만을 부지하고 살아가는 송이경에게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돈도 관심 밖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얼마인지도 모른채 냄비에 아무렇게나 팽겨쳐진 돈봉투들은 송이경의 삶에 목표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죽기 위해 몸부림치는 송이경, 살기 위해 절박하게 뛰는 지현의 상반된 모습입니다. 
이경이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나서 담배를 사가는 남자의 정체가 밝혀졌는데요, 글로리의 정체는 과거 송이경을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 노경빈이라는 인물입니다. 그의 말을 빌어 과거 송이경이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손목에 난 상처 기억나지 않느냐는 말을 들으니 송이경이 한 사람과의 이별을 얼마나 힘들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지금까지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박제된 5년을 살아왔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철학드라마 49일, 소현경작가의 해학과 풍자
드라마 49일은 삶과 죽음,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를 증명해 가야하는 무거운 주제를 담은 철학드라마입니다. 소현경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투명한 시선이 마음에 드는게, 죽음이 주는 절망과 부정적 시선에도 죽음을 보는 시선이 따스하다는 겁니다. 저승사자, 쏘리, 스케줄러라고 했죠? 스케줄러 송이수(정일우)라는 인물에 녹여둔 인간미때문이에요.
첫회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고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한 가장에게 스케줄러는 예우를 취했지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깍듯이 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로 안내를 했고요. 그리고 이번회 수영장에서 사고사를 당한 여자에게는 비웃음과 함께 죽어도 싼 여자로 표현해 줍니다. 유부남을 꼬시고, 거짓 사랑을 했던 것에 대한 응징같아 보이기도 했고 말이지요. 죽음에 대한 대우를 통해 주어진 삶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해학과 풍자를 잊지 않습니다.

드라마 49일 여주인공 두 사람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유쾌하게 즐기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스케줄러 송이수라는 인물이에요. 송이수의 대사를 통해 그에게도 스케줄러로서의 임기가 있고, 그 임기를 마치면 다른 세계로 가거나 특전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도 암시를 하는데, 아무튼 스케줄러 송이수는 시간이 갈수록 정감가는 인물이에요. 
송이경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글로리담배 노경빈에게 "건드리지 말아요.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라고 경고를 할때, 시청자는 그녀 안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그녀의 과거 어느 지점 속에서의 그녀를 만나러 미리 가게 합니다. 송이경이 5년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지요. 송이경의 방에만 오면 기분이 찝찝해 진다는 스케줄러의 말은 둘의 관계에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고 말이지요.

잠깐 글이 옆으로 새는데,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공식홈페이지를 거의 가지 않는답니다. 인물들에 대한 정보나 드라마 시놉시스를 거의 알지 못한 상태로 드라마를 만나고 있어요. 그래서 신지현의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도, 송이수의 과거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제 글을 읽은 분들이 댓글에 많은 정보들을 알려주고 가셔서 덕분에 여러가지를 알았답니다. 그점 감사^^

지현이 알아가는 것들, 불편한 진실과 소소한 행복
드라마로 돌아와서, 지현은 시간이 갈수록 충격적인 진실들을 알게 돼버렸지요. 운명산에서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민호와 인정이 철저하게 계획했었던 일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아무 것도 모르고 민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철썩같이 믿었고, 민호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지현은 자신의 사랑이 절반의 사랑이었음에 무너져 내리지요. 병실에서 죄책감에 지현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인정의 고백은 자기변명에 불과합니다. 고통, 어려움이라는 단어는 친구 지현에게는 없는 단어였어요. 인정에게는 고통이 다였는데 말이죠. 사랑과 우정이 배신당하는 것까지 아무 것도 모른채 누워있는 지현을 향해,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 것이라는 말은 인정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말합니다. 지현의 모든 것을 빼앗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삶도 고통이라는 단어와 이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인정이었어요. 하지만 인정은 깨닫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그녀에게는 생지옥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자신이 깊숙이 들어와 버린 생지옥마저 아무것도 모른채 누워 잠만 자는 지현이 다행스러우면서도, 그것마저 부러운 인정입니다.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지현은 울고 또 웁니다. 이경의 몸을 빌어 울 수 밖에 없고, 영혼의 모습으로 허공속에서 울고 있는 지현은 처음으로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줄 알았던 지현입니다. 지현은 세상 다른 것에 관심이 없던 아이였어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 그리고 민호오빠와 친구 인정이와 서우만 있으면 세상은 아무 불편없이 돌아갔습니다. 지현이 참지 못하는 배고픔만 해결되면, 그야말로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찬 곳이었어요. 육신과 이탈된 영혼으로서 지현이 처음으로 본 것은 지현을 속였던, 그리고 속아왔던 사랑과 우정의 진짜 모습이었어요. 저승사자의 시커먼 옷보다 추악하고 끔찍한 거짓이라는 옷을 입은 모습이었지요. 거짓 사랑과 거짓 우정 속에 둘러싸여 행복해 했던 자신을 비로소 보게 된 지현입니다.
지현을 보며 제 안의 공포와 불안감과 싸워야 했어요. 내가 지현이라면, 그래서 지현이 본 것을 보게 된다면 하는 것들이죠. 알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신들을 마주하는 지현의 영혼은 그래서 더 안스럽고 측은합니다. 아무에게도 기대 울지도 못하고, 혼자서 불편한 진실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지현의 도움을 무시하는 스케줄러라도 하소연을 들어줘서 고마울 정도입니다. 눈물을 담지 못하면 가차없이 엘리베이터를 부를 냉혹한 녀석이지만 말이죠.
지현은 스케줄러가 냉혹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하나씩 알기 시작합니다. 시크릿넘버 힌트를 주기도 하고, 위급상황이 아니면 호출하지 말라고 했으면서도, 호출을 하면 꼬박꼬박 달려와주는 스케줄러거든요. 심지어는 부지불식간에 이경의 몸에 빙의된 지현 앞에 불쑥 나타나 지현을 보호해 주기도 하지요. 음모와 배신에 화를 제어하지 못하는 지현이 강민호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자, 유리병이 빨갛게 변하면서 뜨거워지기 까지 하더라고요. 유리병이 깨지면 지현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도 말해주면서, 스케줄러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습니다. 지현이 드러난 진실들과 부서져 가는 관계들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냉정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니까 말이지요.

지현은 우정과 사랑은 뒷통수를 맞았지만, 그동안 생각없이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에 눈을 뜨기 시작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엄마 아빠지만, 지현은 처음으로 엄마 아빠의 사랑만 받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자식이 다 그렇지요.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무조건적 사랑이고, 내리사랑이잖아요. 그런데 엄마를 엄라라고 부르지 못하고,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는 지현은,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도, 아빠의 손을 잡고 싶어도, 다가가지 못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마다, 늘 그자리에 있어 준 엄마 아빠였기에, 그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가슴으로 느끼고 성장하는 지현입니다.

이번회 지현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모든 것을 알게 된 지현이 거리에서 길잃은 아이처럼 멍하니 서서 엄마를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지현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모두가 바람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중에 지현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공허함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내가 지현이라면, 나는 몇방울의 눈물을 받을 수 있을까? 몇방울의 눈물을 받을 수 있을까 손가락을 세기 전에, 저는 눈물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해봤습니다. 이 드라마가 깊이를 담고 있는 이유가 아마 여기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지현이 또 알아가는 것들이 생겼지요. 빵을 먹고 체한 지현이 쓰러지자 한강과 가게 식구들이 물을 가지고 오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거예요. 며칠되지도 않은 송이경을 걱정하고 정신이 돌아오자, 진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모습은 지현이 알아가는 기쁨들입니다. 소소하게 지나쳤던 작은 인연들 속에서의 고마움들을 지현은 그동안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동안 지나쳐 버렸던 소소한 것들에도 감사하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배워가는 지현입니다. 
수영하는 저승사자에 빵터지고, 그의 비밀이 가져올 충격반전이 기대된다
자신의 몸이 이상한 점들을 알아가는 송이경은 경칩을 맞아 개구리가 튀오나오듯 점차 스스로 가둬버린 삶의 시간으로 깨어나고 있습니다. 날마다 머리가 감겨져 있고, 비누냄새가 아닌 자신도 모르는 샴푸냄새가 이상한 이경이지요. 다친 일도 없는데 발목이 시큰거리기도 하고, 언제 본 거울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얼굴에도 변화가 생긴 것을 알아채지요. 스킨 로션도 바르지 않은 푸석푸석한 얼굴에 윤기가 돌고 있으니,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
이경이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해괴한 일을 눈치챌 날도 멀지않아 보이는데요, 자신의 몸안에 시간제로 들어와 사는 지현과 어떤 식으로 대면을 할까도 궁금하지만, 이경의 눈으로 스케줄러를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점이랍니다.
이번회 웃음빵 터진 저승사자의 수영장 장면을 보면, 스케줄러에 대한 중요한 정보 하나를 누설해 주었는데요, 살아있는 사람들과도 접촉을 할 수 있고, 심지어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송이경이 스케줄러 송이수를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지현의 눈으로만 보고 있지만, 송이경의 눈으로 스케줄러를 봤을 때 분명 깜짝 놀랄만한 충격적 사건이 나올 것 같거든요. 스케줄러에게는 과거 인간세상에서의 기억이 지워진 상태라, 지현이 빙의된 송이경을 봐도 아무런 반응은 없었지만, 이경의 방에서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는 말로 과거 두 사람이 관계에 대한 복선을 깔아주었지요.
스케줄러는 저승사자, 즉 죽음전문가인데요, 소현경 작가를 통해 나온 21세기 저승사자인 스케줄러는 삶 전문가라는 점이 작가의 기발함을 엿보게 합니다. 죽은 것처럼 살아가는 송이경의 삶을 돌려주는 역할도 스케줄러가 할 것같고, 지현에게 49일이라는 시간을 주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스케줄러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삶과 죽음을 유쾌하면서도 의미있게 바라보게 합니다.
스케줄러는 죽은 듯이 살아가는 송이경을 박제된 삶에서 깨나게 할까요? 그리고 스케줄러의 대장이 스케줄러에게 임무수행을 마치면 무엇인가를 주기로 한 것 같기도 한데, 그것이 무엇일까도 궁금합니다. 스케줄러의 환생, 이런 거라면 드라마라지만, 제 상상이 지나친 것이겠지요? 그래도 요렇게 귀여운 스케줄러라면, 환생해도 눈 찔끔감고 봐줄 것도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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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8 14:31




드라마에 짐승남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죠. 요즘은 까도남, 차도남이 대세인가 봅니다. 저승사자라는 말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적인 표현이라며, 스케줄러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정일우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들고 파마머리로 나타났을 때, 49일이라는 드라마에서 인기몰이의 주인공이 될거라는 좋은 예감이 오더군요. 아무리 멋진 캐릭터라고 해도 연기력이 딸리면 앙꼬없는 찐빵이요, 민폐캐릭터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지요. 정일우 역시도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봤는데, 반가울 정도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정일우의 어색한 표정연기가 자취를 감추었고, 정일우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었던 뭉개지는 발음이 거의 없어졌다는 겁니다. 대사전달력이 정확해지니 연기에도 자신이 붙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좀 특이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까칠한 저승사자의 연기도 자신감이 넘치고 있는 것이 보여서, 그의 변신이 새롭고 반갑네요.

스케줄러 정일우, 매력적인 21세기 저승사자
영혼빙의라는 소재로 로맨틱 판타지를 들고 온 소현경 작가, 악연들 속에 꼬여있는 인간관계의 씁쓸한 단상들마저도, 희망고문으로 클라이막스에 치달을 때까지도 드라마 전체에 흐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소작가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동시간대 수목드라마 모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웃음이라고는 가뭄에 콩나듯 긴장감으로 지켜봐야 하기에, 조금 가벼운 드라마 한 편정도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49일이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더군요. 그럼에도 49일은 수목드라마 중 가장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드라마의 깊이나 주제의식은 더 무거웠으면 무거웠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만큼 우리네 인생사에서 무거운 주제가 또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돈, 사랑, 욕망, 배신, 음모 등등 모두가 우리 삶을 버겁게 하는 주제들이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주제 앞에서 무거움을 논한다면, 아마 다들 백기투항해 버릴 겁니다. 삶과 죽음 앞에서는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사랑이라 할지라도, 찰나처럼 순간적인 삶의 편린이 돼버릴 뿐이지요.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 일어나는 짧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이며, 죽음이라는 것과 함께 순식간에 무(無)로 돌아가버리는 에피소드일 뿐이죠. 물론 그 의미가 가볍다거나 영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런 점에서 49일의 주제는 그 묵직함이 철학적인 물음까지 제시합니다.
삶과 죽음이 어떤 의미와 무게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시원하게 한마디로 요약해서 대답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삶과 죽음의 공통점은 인간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드라마 49일에서는 자살마저도 인간의 생로병사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스케줄러의 대장(편의상 신이라고 하죠)의 스케줄을 바꾸지는 못하지요. 오히려 정해진 스케줄을 헝클었다며, 스케줄러를 짜증 제대로 나게 해버리죠. 한마디로 이런 돌발변수는 스케줄러를 머리 뚜껑열리게 하는 일입니다. 사실 송이경의 자살시도로 인해 날벼락 아닌, 날벼락을 받은 인물은 신지현입니다만.

뚜껑열린 저승사자, 스케줄러 100배 즐기기 놀이를 하는 정일우는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룰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21C 젊은이의 트렌드를 즐길 줄 아는 신개념 저승사자는 그동안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드라마속 저승사자들의 통념과 상식을 깨는 인물이죠. 여주인공 이요원이 음울하고 삶의 의미를 잃은 공허한 눈빛으로, 하루를 죽지못해 사는 송이경과 긍정소녀 단순공주의 발랄한 신지현 두 캐릭터를 오가며 1인2역을 하는 것처럼, 스케줄러 정일우의 캐릭터도 저승사자라는 단순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지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스케줄러의 룰을 깨며 신지현의 생명을 되찾아주기 위해 관여하면서, 감정이 지배하는 인간사에 깊숙히 들어가기에 저승사자와 인간이라는 두 가지의 캐릭터가 공존하게 될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매력 예약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의 무게감
첫회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저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한 가장의 죽음, 가족들의 오열을 보며 담담하게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초인간적인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누구든 죽음 앞에 심장마비로 죽은 남자처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평온한 미소까지 띄며 이승을 하직할 사람은 없겠지요. 금수보다 못한 짓을 하고도 죽음 앞에서는 "내가 왜요?'라며 억울함을 하소연 하거나, 살고자 버팅기는 것이 대부분 인간이 가진 본능일 겁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니 죽기 싫어하는 신지현의 나이가 20대가 아니라, 80대였어도 마찬가지였을테니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지요.

삶과 죽음이라는 갈림길에 선 신지현에게 순도 100% 신지현을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이 담긴 눈물 세 방울을 담으라는 미션은, 영혼빙의라는 식상할 수 있는 판타지의 공식을 깨는 참신한 소재입니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우정에 배신당하면서, 신지현이 맛봐야 하는 절망감들은 우리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이며, 계산과 필요에 의해 맺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웃음으로까지 여겨져, 서글플 정도로 잔인한 미션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49일이라는 시간, 나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이제부터 도시의 방랑자, 죽음의 스케줄러와 함께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드라마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삶과 죽음의 질서가 깨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으로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알콩달콩 신혼을 설계하고 있었던 신지현(남규리)은, 약혼자 강민호(배수빈)와 베프인 신인정(서지혜)이 자동차에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 남양주로 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져버리죠. 도로는 자살을 하려던 송이경(이요원)으로 인해 연쇄 다중충돌로 차들이 엉켜있는 상황이었죠.
사고로 차들이 엉켜있었던 장면처럼, 드라마 49일의 모든 인간관계는 얽혀있는 비밀들이 산재합니다. 이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겪게 될 반전과 새로운 인간관계들을 49일동안 풀어갑니다. 신지현을 살리는 눈물은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에서 드라마는 수많은 복선들을 쏟아내며, 그 흔한 눈물에도 오만가지 의미가 담겨있음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줍니다.

드라마에 숨긴 복선들, 그리고 비밀
우선 감지되는 복선들 중 한가지가 2회에서 드러났듯이 강민호(배수빈)와 신인정(서지혜)의 관계입니다. 신지현과 강민호의 운명산에서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말하는 복선이기도 하지요. 신인정과 강민호가 공모해서 산에서 조난을 핑계로 신지현에게 접근했고, 목적은 신지현 아버지의 재산일 수도 있지만, 과거 악연에서 비롯된 복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한 점은 신지현의 약혼식날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약혼식장을 나간 신지현의 아버지가, 그날 저녁 술에 취해 집에와서 번개불에 콩 볶듯이 두 사람의 결혼식을 앞당겼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전화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가 키를 쥔 비밀 한가지입니다. 신지현의 아버지가 과거 어떤 일과 관련해서 누군가에게 약점을 잡혔고, 모든 불행이 거기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송이경이 왜 죽은 시체처럼 살아가는지 까지도, 하나의 연결고리 선상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모든 인연에 우연이라는 말은 없다는 말이 있듯, 모든 만남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요. 스케줄러가 신지현에게 얼핏 그런 말을 하기도 했지요. 1회에서 스케줄러가 신지현에게 송이경의 몸을 빌게 된 것도 다 우연한 일은 아니라는 말을 했거든요. 
그리고 가장 궁금하게 하는 복선은 스케줄러 정일우와 송이경과의 관계입니다. 5년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삶에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죽은 시체처럼 사랑가고 있는 송이경, 그녀의 몸을 빌어 눈물 세방울을 담아야 하는 신지현의 인연은, 스케줄러 대장인 신의 퍼즐일 가능성이 크죠. 인연이란 매듭과 꼬임의 실타래 같은 것입니다. 인연이든, 악연이든, 얽히고 설킨 매듭과 꼬임을 관계라고 부르겠지요.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연이든, 악연이든, 공통분모는 송이경의 연인이 죽은 사건과 신지현 아버지(최정우)의 과거 행적에 답이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정일우가 송이수라는 역에 캐스팅이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의아합니다. 왜 스케줄러의 이름이 송이수일까요? 송이경과 연인 사이라기보다는 남매지간이 연상되는 이름이어서, 처음에는 송이경의 죽은 애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알쏭달쏭해져 버리네요.
스케줄러 정일우의 캐릭터가 통념을 깨는 유머로 무장했듯이, 1인2역을 해야하는 송이경(이요원)이 보여줄 깜찍발랄한 좌충우돌 눈물 세방을 담기 미션은 유쾌함 속에 깊은 슬픔이 느껴집니다. 드라마에 감춰진 비밀들이 드러날 때마다 신지현을 살리기 위한 눈물이 아닌, 슬픈 신지현이 흘릴 눈물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생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요.
신지현을 위해 눈물을 흘릴 세사람은 누가 될지, 우선 신지현을 몰래 짝사랑하는 한강(조현재)의 눈물은 예약이 되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이 누가 될지 궁금하네요. 저는 그 중 한사람이 송이경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했는데요, 자신의 몸에 낯선 여자가 빙의되어, 자신이 잠든 시간을 살고 있는 자기 안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 송이경과 신지현이 어떤 관계로 변해갈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승사자의 눈물, 지현을 살릴 수 있을까?
한 몸에 기거하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두 여자, 빛과 그림자, 얼음과 불, 삶과 죽음처럼 삶을 대하는 자세도 죽음을 대하는 자세도 극과 극입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삶이 고통인 여자, 죽어서는 절대 안되는 무지개빛 에너지가 충만한 여자,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비밀들이 하나식 벗겨질 때마다, 반대가 될 것같은 예감도 듭니다. 5년을 통째로 죽은 듯이 살았던 여자 송이경이 자신의 몸에 빙의된 신지현의 사연들을 알아가면서, 그녀는 삶의 새로운 이유들을 발견할 듯한 생각이 들거든요. 신지현을 살리고 싶은 이유까지 포함해서 말이지요.

반대로 절대로 죽고 싶지 않은 신지현은 죽고 싶을 정도로 배신감과 맞닥뜨려야 합니다. 사랑하는 약혼자 강민호와 가장 친한 베스트 프렌드 신인정이 연인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그녀는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잃어 버립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스케줄러 정일우는 두가지의 감정으로 신지현을 보겠지요. 죽음을 관리하는 스케줄러로서의 냉정함과 인간의 감정인 연민이라는 감정입니다. 여기서 스케줄러의 눈물이 신지현을 살릴 마지막 눈물 한방울이 될거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저승사자의 눈물이 그네들 룰에서 효력을 발휘할 지는 모르겠어요. 분명 사랑해 주는 사람의 진심이 담긴 눈물을 받아야 한다고 했기에 말이지요. 신지현을 살릴 눈물 세 방울중 마지막 방울이 가장 궁금한 이유가, 그것이 저승사자 정일우의 눈물이라고 생각해봤는데, 규칙에서 어긋난나면 땡!이겠지요? 아무튼 세 방울의 눈물 주인공때문에라도 49일을 끝까지 봐야할 이유가 생겼네요.
신지현이 송이경의 몸을 빌어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것은, 직접 눈 앞에서 이별을 통고하는 것보다 잔인합니다. 진심이라고 믿었던 사랑과 우정이 치밀한 계산이었고,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신지현은 자신의 생명을 살릴 눈물 두방울보다 더 큰 것을 잃는 아픔과 마주합니다. 송이경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산송장이 되어 살고 있는 모습과 다를바 없는 고통이지요. 너무도 다른 생활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었지만, 닮아가는 두 사람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두가지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신지현이, 뇌사상태에서 생명을 다시 찾아 깨어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요. 그녀가 알게 된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할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더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현경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 주지요. 신지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물 한강(조현재)입니다.
송이경에게 빙의된 신지현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인물도 한강이겠지요. 한강의 가게에 취직한 어리버리한 송이경과 티격태격하면서, 그가 누구를 사랑할지가 또 궁금해집니다. 한강이 송이경의 몸에 빙의된 신지현을 사랑할 지, 신지현이 빙의된 송이경을 사랑할 지는, 단어 하나 차이지만 하늘과 땅차이의 뉘앙스입니다. 여기에 이 드라마가 어디로 튕겨갈지 모르는 재미들이 숨겨있는 것이고, 이를 조율해 갈 스케줄러 정일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또한 신개념 저승사자인 스케줄러의 사랑도 나올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이젠 앓이앓이하다가 저승사자 앓이까지 해야 하나 싶은 멋진 캐릭터라서, 스케줄러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도 보고 싶어지게 만드네요ㅎㅎ.
비중있는 조율자 스케줄러라는 재미있는 캐릭터로 돌아 온 정일우, 스타일의 변신만큼 그의 연기변신이 반갑고 매력적입니다. 깨방정에 시크함, 잔뜩 멋부린 까도남, 그리고 저승사자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미까지 넘쳐날 것 같은 캐릭터라 스케줄러 역할에 흥미만발입니다.

*그나저나 각축을 벌이고 있는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 가시나무새, 그리고 49일까지 저는 다 재미가 있네요. 재미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드라마들입니다. 리뷰글로 많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은데, 몸과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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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9 10:16




호랑이가 굴을 비운 사이 세자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던 장무열의 계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죄와 연잉군과 동이에 대한 무고죄, 병권을 장악해 군사를 사사로이 동원한 죄까지 물어 장무열이 목숨을 보존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인원왕후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것 처럼 보였던 장무열이 뒷통수를 맞은 이유, 즉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동이의 진심이 통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 이유는 좀 뜬구름 잡기 같아 보여요. 동이의 진심만을 내세우기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여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궁에 들어온 이후 가장 견제를 했고, 의구심을 품었던 인물이 동이였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왕실의 안녕을 위해 함십해서 화목하게 지내보세'의 분위기를 연출한 적도 없어서, 인원왕후가 순식간에 동이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만은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숙종의 뒤숭숭한 나들이
세자를 위해하려한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 들이겠다며, 중전의 내지표신을 요구한 장무열에게 인원왕후는 '그리하마' 하고 내보내고, 장무열을 잡아버리는 반전을 보였는데요, 동이와는 사전에 약속이 된 듯 하더군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과정이나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나오지 않았지요. 앙칼진 눈으로 동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히려 동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지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제 욕심때문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인원왕후가 "정말 장하신 어머니십니다" 라며, 순순히 믿어줄 리는 만무하고, 그보다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결정적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숙종은 다음 보위를 이을 후계는 오직 세자뿐이라며 후계자를 명확히 하고, 동이를 이현궁으로 출궁시키겠다고 공표했지요. 숙종이 편전에서 나와 들른 곳은 동이의 처소 보경당이 아닌 중궁전이었지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안봐도 비디오지요. 세자를 지키고 싶은 숙빈의 진심을 믿어야 한다고 했겠지요. 그리고 숙종이 궁을 비운 후 일어날 수도 있을 경우의 수에 대한 대책을 말해 주었을 수도 있겠지요. 동이와 연잉군을 위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사태를 살펴보고 판단을 내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을 겁니다. 숙종이 소론과 장무열에게 '어디 한 번 마음대로 속내를 드러내고 놀아 보시게'라며, 일부러 궁을 비워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
일종의 덫을 친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궁을 비운 것이라면, 숙종의 행보는 박수감은 아니지요. 병권을 장악한 장무열이 새 왕조를 열 야심이라도 가졌다면, 쿠데타라도 감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세자도 연잉군도 동이도 중전까지도 다 죽여버리고, 이판사판 '장씨왕조를 열어 보세나' 하자고 할 수도 있었을 거고요. 물론 비약적 가정이지만요. 또한 장무열과 같은 세력 소론이 연잉군을 반대하는 이유가 천인의 피가 흐른다는 명분이었으니, 조선 사대부들이 마음만 먹으면 왕쯤이야 갈아치우는 것은 예사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따지자면 세자를 미는 이유가 혈통때문만도 아니었고,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든든한 줄이었기에 밀었던 것이지요. 왕과 신하의 관계가 충의만이 다는 아니지요. 서로의 이해관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암묵적인 관계니 말입니다. 이 이해관계를 영리하게 조종한 이가 숙종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숙종은 중전과 독대를 한 이후 그 속내를 궁금하게 하고는 행궁계획을 세우지요. 야밤에 이현궁 데이트를 하며 동이를  다독이고 안심을 시켜주기는 했지만, 숙종은 선위라는 말로 동이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예전에 동이와 도망가고 싶었다는 마음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선위한 후에는 이현궁에서 동이와 같이 살겠다고 까지 했지요. 동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높이 살 만했지만, 임금으로서는 자격미달이더군요. 선위를 하고 이현궁에서 동이와 함께 살겠다는 숙종, 저는 군왕의 자질은 없는 인물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숙종이 역사에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고, 이 드라마가 판타지 사극드라마라면,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가 감동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숙종을 사랑타령만 하는 생각없는 왕으로 만들고, 욕되게 하는 설정같아 불편하더군요.
 
연잉군이 세자자리를 노린다는 궁에 퍼진 흉흉한 소식과 궁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궁을 비우는 숙종은 지도자의 자질이 한참이나 의심스러운 왕입니다. 두 여인에게 화해의 한마당을 마련해 주고자 한 작가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선위하겠다는 가당치 않은 수까지 나오니, 아이디어가 어지간히 떨어진 모양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주다가 마지막에 속았지? 라며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뭉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어요. 연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청자 속이는 기법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요.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이중적인 마음까지 복선으로 보여 준다면, '아 그래서 인원왕후가 그런 표정을 지었구나', '동이가 그래서 고심했구나' 라며 감탄했겠지만, 한효주나 오연서에게는 그런 깊이있는 표정연기까지는 아직 무리라서 말이지요. 아이디어 고갈된 제작진이 선위를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이현당에 나가 살겠다고 하지를 않나 노망난 듯한 숙종으로 만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앞으로 동이가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제작진의 잔인한 숙종, 동이의 이기심도 만만치 않다
저는 숙종이 세자와 연잉군, 그리고 동이를 지키는 일이 선위밖에 없다는 표현에 몸서리쳐 지게 숙종이 싫어지더군요. 한마디로 나라와 왕실이 어떻게 되든 세자를 왕위에 세우고, 연잉군은 왕세제로 앉혀 일단 그럴 듯한 감투만 씌워주고, 본인은 일선에서 물러나 세자가 잘하나 조금 도와주겠다, 그리고 동이와 이현궁에서 필부처럼 살고 싶다? 15살 세자와 16살 새 중전, 그리고 8살 연잉군을 궁에 남겨두고 말이지요. 더구나 지금 궁은 피바람이 일기 일보직전인데 말이지요.
나이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왕권이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고, 조정의 댕쟁에 휘둘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가 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소론이 연잉군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데, 여우들이 득실거리는 호랑이굴에 어린 새끼들만 남겨두고 나와서, 동이랑 돼지껍데기나 사먹으러 다니면서 어화동동 내사랑 동이타령만 하겠다?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는 왕이라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말이에요. 숙종과 동이의 낭만적인 사랑에 치우치다보니 임금이라는 자리의 막중함까지 잊어버리는 작가, 음;;;; 웬만하면 앞으로 사극, 특히 궁중사극은 집필하지 않았으면 하는생각까지 듭니다. 
나름대로는 깨방정 숙종으로 훈남으로 그려왔던 숙종을 제작진은 막판에 가서 아주 몹쓸 남자로 만들어 버렸어요. 오로지 동이에게만 좋은 남자일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이 동이이니 제일 행복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숙종도 동이도 얼마나 잔인한 인물들로 만들었는지, 청상과부로 만들어 버린 인원왕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와 이현궁에서 나와 살겠다고 하니 동이는 그저 감개무량 감읍한 표정이었는데, 그렇게 착한 동이가 어찌 새중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안하는지요. 숙종은 뭣하려 16살 꽃다운 처자를 데려다가, 중궁전에서 모셔두고 늙어가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시집오자 마자 모든 재산은 전처와 후궁 소생인 큰 아들과 작은 아들한테 물려줄테니, '소생을 낳더라도 국물도 없을 것이오' 라고 못을 박는 숙종, 잔인한 남자 아닌가요? 혹이라도 중전에게 세자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몸이기에, 연잉군이 세자의 뒤를 이어 다음 보위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요. 허나 이 말도 인원왕후에게는 대못을 박는 말입니다. 제작진이 동이 한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인원왕후의 인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괘씸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실제 숙종이라는 인물을 만나보지 못했고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인원왕후에게 왜 소생이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동이대로라면 인원왕후에게 소생이 없었던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일 듯 싶더군요. 소박을 제대로 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자들 등살에 치인 숙종이 더는 후사를 낳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고요.
장희빈을 무고의 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숙빈최씨, 장희빈을 사사하고 숙빈최씨도 사가로 내쳐 버린 숙종은 새중전 인원왕후를 들였지만, 여자들의 권력욕이라면 치를 떨었을 겁니다. 그런데 새중전이 왕자라도 생산한다면, 보위자리를 두고 3파전이 벌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 판이 더 커지는 것이라도 막아보고 싶었겠지요. 그런 심산이라면 의도적으로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는 합방 날짜만 잘 조절해도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인원왕후의 가임기간에 합방을 하지않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버리게 된 장무열의 결정적 실수
이렇게 동이와 숙종의 마지막 이미지는 제작진의 과한 사랑에 오히려 미워지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찾아봐야 겠네요. 장무열은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동이와 연잉군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인원왕후로 하여금 동이를 의심하게 하지만, 인원왕후는 이상합니다. 숙종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을 다 살리겠다고 하는데도, 장무열은 흑막이 있을 거라고 동이를 모함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더구나 세자는 궁에서 오직 믿고 의지하는 분이 숙빈이라며, 출궁을 막아달라는 부탁까지 하지요.  
인원왕후는 결정적으로 동이와의 마지막 독대를 통해 동이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마지막 독대에서 숙종의 선위 결심까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통해 궁에서 돌아가는 정황은 대충 들었겠지요. 하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은 이유는 장무열의 실수때문이었어요.
장무은 동이의 출궁을 서둘러야 한다며, 내일 꼭 출궁시켜야 한다고 시간을 정했지요. 그런데 출궁하명을 들은 동이는 몇일만이라도 늦춰달라는 부탁을 하러 중궁전에 찾아 왔지요. 중궁전을 나서는 동이는 가타부타 말없이 출궁하겠다며, 출궁을 결심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인원왕후와 동이가 화해하지 않았다고 오해했지만, 이미 처소에서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여지더군요.
꼭 내일이어야 한다는 장무열, 이현궁이 완성되기까지 몇일 말미를 달라고 했던 동이, 그리고 장무열이 출궁시켜야 한다는 날 세자의 가마가 공격을 받게 된 일이 발생합니다. 세자가 지나는 길은 동이의 사가 이현궁과 같은 길이었고 말이지요. 어렵잖게 장무열이 더 의심스럽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지요. 세자가 공격당했다며, 내지표신을 내어달라는 장무열,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스스로 파고 만 실수를 간파합니다.
만약 장무열의 말대로 동이가 세자를 치려했다면, 굳이 날짜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혹이라도 출궁길을 이용해서 세자를 치려했다 하더라도 모든 의혹은 동이에게 쏠릴 일인데, 동이가 바보 아닌 다음에야 의심을 자처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죠. 결국 9단계까지는 장무열의 계획은 완벽했지만, 마지막 10단계에서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지요. 세자가 궁을 나가야 하는 시간에 맞춰 숙빈을 출궁시켜야 한다고 했던 이는 장무열이지요.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장무열의 거짓말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결국 동이의 출궁날짜를 앞당겨 달라고 했던 것이 장무열의 최대 실수였던 것이지요. 영악한 장무열이 이렇게 빈틈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은 허탈하지만, 인원왕후를 우습게 안 장무열이 큰 코 다친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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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2:40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 한다고 새 중전 인원왕후의 기선잡기는 방자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동이편에서 보자면 말이지요. 새색시가 나대는 모습이 과하다 싶지만, 이 모습 또한 새 중전 인원왕후가 궁궐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내명부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위상을 다지기 위함이라 하지만, 인원왕후가 그리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궁의 정치라는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동이가 모를리 없습니다. 궁궐밥을 더 많이 먹은 동이가 궁의 정치적 속성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동이도 인원왕후에게 고분고분하지는 않더군요. 친히 연잉군의 배필감을 만나러 나서는 동이를 가로막으며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고 하자, 연잉군의 배필감을 고르는 것은 자기소관이라며, 감히 중전에게 가르치려 드느냐는 말에도 "그렇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하고 쌩 가버리더군요. 궁궐밥을 많이 먹긴 했더라고요. 중전도 딱히 잘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동이의 하극상도 막상막하였다지요. 품위는 있는 여인들이라 머리카락 쥐어뜯고 싸우지 않길 다행이에요.
인원왕후 역의 오연서의 연기를 보니 16살의 어린 중전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어려움은 둘째치고, 대사를 지나치게 빨리 하는 감이 있더군요. 캐릭터를 악의 축으로 잡지 않았다면, 표정에 힘을 빼고 대사를 조금 더 느긋하게 하는 여유가 필요할 듯 싶어요.

드러나는 동이의 야심
인원왕후가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연잉군의 가례를 추진하는 것이 동이에게는 당혹스럽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요. 동이가 고심하고 있는 문제는 연잉군을 궁안에서 살게 하는 문제에요. 연잉군의 안위가 동이에게는 가장 큰 문제이고, 장희빈이 없어졌지만 장희빈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에서 연잉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연잉군을 궁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동이입니다. 궁궐안이나 사가나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만 말입니다. 동이의 사가에 불도 났었고, 그보다 궁궐에서 칼부림까지 났는데 궁이라고 딱히 안전해 보이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을 동이 스스로 구하는 모습은 동이의 지략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빛났습니다. 명문세도가의 뒷배가 아닌 청렴과 강직을 택한 동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렸습니다. 연잉군의 반대파 소론과 남인에게는 안심을 시키는 한편, 떠돌던 왕가의 기가 흐르는 집터에 대한 군중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동이를 만만케 보지 말라고 뒷통수를 쳐버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동이가 관직에 오르지 않고 명문가 자제의 글공부나 시키고 있었던 서종제의 여식을 택한 것은 동이의 연잉군에 대한 야심 또한 숨어있었던 것이었지요. 임금을 낸 터라는 것은 소위 명당 중 최고의 명당자리입니다. 운학선생이 지나가는 말로 했다지만, 임금의 기가 흐르는 집터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기가 흐르는 집터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동이가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려는 마음을 언제부터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동이가 권력에 무심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연잉군의 배필도 정했다고 하니 상당히 무서운 여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로 명문세도가의 여식을 들여주고 싶은 것은 숙종의 진심이었을 겁니다. 이번회 동이와 숙종의 대화를 들으면서 숙종이 연잉군이 가야할 길을 위해서 권세가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 말이 의미심장하더군요. 그리고 동이에게 아비로서 연잉군의 어미에게 묻는다며, "연잉군의 보위에 올릴 생각이 없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지요. 물론 동이는 세자가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했지만, 동이의 속내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숙종의 파고드는 눈빛은 더 깊은 속내를 물었고, 동이가 결국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동이의 결심이라고 밝혔지요. 두 사람은 어느 선에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합일점을 찾은 듯도 보이더군요. 마치 역사적으로 이이명과의 정유독대를 동이로 대치해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연잉군의 앞길 물은 숙종의 속내, 동이 소박?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신감에 치를 떨 밀당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드라마에서 숙종은 세자나 연잉군에 대해 아비로서도 임금으로서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숙종과 동이의 대화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면, 다음대를 연잉군이 보위에 올리자는 암묵적인 합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숙종의 속내를 그리 쉽게 판단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에게 연잉군의 앞으로의 운명에 대해 물었던 의도는 몇가지의 경우의 수로 분석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은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숙종은 궁궐에서 여인들의 권력 장악을 용납치 않았던 인물입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사이에서 때로는 장희빈을, 때로는 인현왕후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서인과 남인들의 힘의 안배를 교묘히 조정했던 정치적 이유때문이었지요.
지금 숙빈최씨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노론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현 조정 실세 세자를 밀고 있는 소론과 등을 진다는 것이지요. 숙종은 장희빈 사후 노론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어요. 장희빈 사후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었으니, 지금 동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연잉군을 세자로 옹립하려고 장희빈을 몰아냈다는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기도 하지요.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숨기기 작전입니다. 동이를 표면적으로 내치면서 궁궐에 퍼진 소문을 잠재우고, 겉으로는 세자의 보위가 확실함을 보여줌으로써, 동이와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구의 시선을 가려주는 것이지요. 세자와 연잉군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고도의 이중장치인 셈이지요. 숙종의 의도는 일종의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심에 대한 분산작전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동이의 희생을 요구할 듯 싶어요. 동이를 궁에서 내보냄으로써 연잉군은 보호하고, 동이를 권력과 멀어지게 하는 것이지요. 세자측과 소론측에서 안심할 수 있게 말이지요. 장희빈의 사후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들이면서, 실제 숙종은 숙빈최씨를 이현당 사가로 내보내고, 숙빈최씨가 죽을 때까지 궁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지요. 동이와의 독대장면은 숙종이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야 하는 이유와 함께 역사적 사실과도 궤를 같이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더군요. 

숙종에게 세자나 연잉군은 어미는 다르나 그의 피를 이어받는 자식들이고, 무엇보다 국본이라는 공인된 자리에 있는 세자를 지키는 것은 숙종의 몫이에요. 동이가 털끝만큼도 세자를 위해할 의도가 없다 할지라도, 세상의 눈은 동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곤경에 빠질 사람은 동이가 아닌 연잉군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미로서 연잉군을 보호하고 군왕의 자리에 까지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듯이, 숙종에게도 아비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지켜주고 싶겠지요. 그래서 동이에게 자연스럽게 출궁에 대한 동이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결국 두 아이 모두를 지키고 싶은 아비로서의 숙종의 마음이겠지요.
다음으로는 숙종이 진심으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후사없이 끝난다면, 소론과 남인중신들의 주장처럼 다른 왕손을 보위에 앉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렇게 되면 숙종의 혈통은 세자대에서 끝나는 것이겠지요.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숙종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세자 다음 보위를 연잉군으로 점지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그런데 숙종과 동이의 밀담을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인현왕후였어요. 혈육 한점 남기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현왕후는 장희빈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지요. 하지만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마음에 병을 준 인물이 바로 숙종이에요. 비록 요즘 말로 정략결혼이었지만, 숙종은 조강지처 인현왕후가 아닌 장희빈을 사랑했고, 숙종의 사랑이 장희빈으로 하여금 중전의 자리까지 탐하도록 모든 것을 가지라고 부추겼지요.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고백을 스스로 하기도 했지만, 이번회 숙종은 또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로 숙종의 인원왕후에 대한 헌신짝 마음입니다.
새 중전으로 들인 인원왕후가 후사를 낳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원왕후에게서는 후사가 나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랑도 정치의 일부였던 숙종, 정실 부인복도 지지리 없는 남자에요. 중전을 세 명이나 두고도 정작 정실부인에게서는 후사를 못봤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소박맞는 듯해 보여서, 숙종과 동이의 밀당이 썩 유쾌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명색이 중전인데 혹시 모를 인원왕후의 소생에 대한 배려심은 없어 보이는 숙종,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인현왕후처럼 중궁전의 청상과부로 만든 것은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네요. 그러고보면 왕실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궁중 여인들의 암투보다는, 그 귀한 임금의 씨를 여기저기 잘못 뿌린 임금 잘못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숙종의 동이사랑, 그리고 자식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기적인 남자에요. 절대선 원칙주의자 동이도 새중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동이의 절대선과 무한 착함이 일시에 무너지기도 했고 말이지요. 
숙종이 동이를 사가로 내보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동이의 궁궐생활은 지금으로 끝이지요. 말년에서야 연잉군의 사가 창의궁으로 옮겨 살다 생을 마감했으니, 그 연유가 어찌되었든 33살에 궁에서 나와 49세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년인생이 그리 행복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 모두 다 한 번씩은 사가로 내쳐졌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인원왕후가 불임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인원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더라면,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을뿐더러, 후궁소생인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면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장희빈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요, 아이러니 하게도 인원왕후만이 두 사람의 보위 과정을 지켜보고, 천수를 누리고 왕대비에 대왕대비까지 올랐으니, 왕을 낳은 장희빈이나 숙빈최씨에 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살다간 인물입니다.  

* 참, 연잉군 혼례를 보다보니 생각났는데요, 지금 세자는 이미 세자빈을 맞이했거든요. 단의왕후 심씨가 1696년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가 병으로 죽었고, 그 이후 어유구의 딸 선의왕후 어씨가 세자빈에 책봉되어 경종 사후 경순왕대비라는 존호를 받았는데요, 세자는 일찍 고자로 만들어서 혼례도 안치뤄 주고, 연잉군에 대한 애정만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잘못하면 세자 몽달귀신 되겠어요. 까먹고 세자 혼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원왕후는 연잉군 혼사가 아니라 세자 혼사부터 서둘러야 정상인데 말이죠.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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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2:31




숙종의 둘째 계비 인원왕후 역에 오연서가 캐스팅되어 첫등장을 했는데요, 강단있는 말투와 눈매가 매섭습니다. 요즘 너무 기세등등해서 숙종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는 동이인데, 장희빈이 없어진 동이천하의 궁궐에서 독주를 막아줄 지 기대가 되네요. 드라마 동이는 임금도, 노련한 정치가들도 귀한 동이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힘없는 지푸라기들로 만들고 있으니, 동이를 견제할 강한 인물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숙빈최씨를 이토록 절대선의 인물로 그리는 것에 심한 말로 신물이 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인원왕후가 동이에게 정식 본처의 매서운 시집살이 맛을 보여 주었으면 싶어요. 첫 만남에서부터 동이를 지긋이 눌러주는 말폼새가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듯 싶더군요. 역사적으로는 동이가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연잉군을 지켜 준 은인이 바로 인원왕후인데 말이죠.
포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숙빈최씨 하나 살리자고 숙종을 비롯해 주위 인물들의 희생이 너무 크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 잘근잘근 씹어 보기로 하고, 조선 왕조에서 한 획을 그은 장희빈의 죽음과 인원왕후의 등장에 대한 드라마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이소연만 남은 장희빈의 최후
천출로 궁에 들어와 숙종의 눈에 들어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너무 뜨거웠던 나머지 화상까지 입고, 화상독을 입고 죽어버린 장희빈, 동이 속 장희빈의 최종 모습입니다. 아마 5도화상 정도는 입은 듯 싶네요. 그녀의 권력욕도, 세자의 모후로서의 야심도, 내명부 최고 중전의 자리를 향한 꿈도 야망도 이렇다 할 평가는 커녕 새롭게 그려내지도 못하고, 오로지 숙종을 온전히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랑에 허우적거리다 죽은 최악의 장희빈으로 죽었습니다. 동궁전에 불지르고, 연잉군과 숙빈을 죽이려고 했다는 역사적으로는 억울한 죄목까지 뒤집어 쓰고 갔지요. 장희빈이라는 희대의 요부이자 권력의 희생양 장희빈은 실종되었고, 처연하리만큼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소연의 절제된 연기만이 빛났습니다.
장희빈은 세자를 살려달라며 숙빈최씨 치마자락에 매달려 애원했지요. 세자를 살려달라고 말이지요. 내 아이를 지켜달라며 동이에게 애원하는 장희빈, 자식을 두고 죽으러 가는 어미의 불안한 심정이 절절하게 와닿았어요(가는 길 편하게 보내주지, 동이는 살려준다는 말은 끝까지 안하더군요). 세자 또한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요. 숙빈마마라면 아바마마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세자, 세자의 마음에 동이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의 죽음 이후에는 '제대로 삐뚤어질테다' 라며 단식투쟁을 하는 세자를 보니, 마음의 상처가 씻기가 쉽지 않겠던데, 착하고 어진 동이가 잘 다독여 주겠지요. 절대선 동이니까요. 더구나 형님마마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은 연잉군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동이에게 세자를 부탁하고 가는 모습은 장희빈을 끝까지 비참하게 그려버린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동이에게 매달려 부탁하는 이소연의 연기만 좋았을 뿐이에요. 제작진이 장희빈의 마지막 가는 길에 모성애라는 것을 하나 선물로 주려한 것 같았지만, 동이의 하늘같고 바다와 같은 모성애에 비하면 너무 겸손한 모성애라 감히 비교조차 되지 못했지요. 숙종에게 세자만은 지켜달라고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고, 동이에 대한 자존심은 지켜 주었으면 했는데, 무릎꿇고 두 모자가 번갈아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궐의 절대권력자가 마치 동이가 돼버린 듯 하더군요.
동이가 있는 궁궐에서 절대 최고권력자는 숙종이 아닌 동이가 돼버렸으니, 동이의 역사왜곡과 인물왜곡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탁하려면 숙종에게 했어야지, 가장 믿지 못할 적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가는 모습은 개연성이 전혀 없는 모습이라서 말이지요.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합니다. 동이는 세자때문이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줄 거룩한 어머니거든요.

숙종에게 세자의 모후, 한 때는 사랑했던 여인을 전하의 손으로 죽였다는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장희빈이, 마음마저도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훼까닥 바꿔 버려서 놀랬답니다. 세자에게는 어미가 누구때문에 모든 일을 했는지 절대 잊지 말라고, 그래서 꼭 보위에 올라서 어미 한을 풀어달라고 누누히 강조하더니, 막상 사약사발을 앞에 두고 보니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끝까지 끊어내지 못한 사랑했던 남자만이 보였던 장희빈이었어요.
"전하를 연모한 것을 후회했다는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전하를 연모했기에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가지려 했고, 그렇게 연모했기에 한없이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저를 기억해 주세요".

한철 피고 저버리는 꽃이지만 크고 화려한 모란이 좋다했던 장희빈, 마지막 가는 길에 한가지 청을 했는데, 숙종에게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지요. 장희빈의 전부였기에 장희빈은 마지막 먼발치에서라도 숙종의 모습을 단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어했던 것이지요. 두 눈에 먼발치에서 울고 있는 숙종의 모습을 담고 가는 장희빈입니다. 사랑과 권력, 꿈을 쫓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 모란처럼 화려하게 피었다 져버렸네요.  
세자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장희빈의 최후는 그래서 앞뒤 맞지 않은 사랑타령으로 끝나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님이 내린 사약이기에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원샷하는 장희빈, 주마등처럼 흐르는 숙종과의 달콤했던 시간들, 인생이 덧없다 하던데, 장희빈에게는 사랑이 덧없어라 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포스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치나?
"자네가 바로 숙빈이로군", 뜨아~. 동이도 '뭐시라, 요런 쥐방울 만한 것이.." 라고 놀랐겠지만, 새 중전을 맞이하는 나인들도 모두 허걱! 싶습니다. 첫날부터 군기 확실히 잡겠다는 16살, 외모로는 한참 더 늙은 인원왕후입니다. 세자하고 동갑내기일텐데 말이지요. 권력의 흐름을 타고 잽싸게 줄을 옮긴 장무열에게서 숙빈과 연잉군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친 인원왕후, 동이에 대한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내명부의 수장은 중전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인원왕후 연잉군과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인원왕후, 나이도 어린데 야무집니다. 왕자가 결혼을 하면 궁밖으로 나가야 하는 왕실 법도를 들이 밀었으니, 동이는 지엄한 중전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겠지요. 역사적으로는 이보다 3년 후인 11살에 연잉군이 혼례를 치뤘는데, 제작진 뭐가 그리 급해서 장가부터 들이셨을까요? 물론 동이와 인원왕후의 대립각때문이겠지요. 이유는 내명부의 수장 자리가 중전에게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동이를 견제함과 동시에, 세자를 지키려는 인원왕후의 첫 실력행사였고 말이지요.
인원왕후의 연잉군 혼사추진은 동이에게는 연잉군에 대한 공격수로 읽혀집니다. 연잉군을 살리는 방법은 연잉군을 임금으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연잉군 임금만들기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동이입니다. 그런데 동이가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세자가 죽어야만 연잉군이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텐데, 동이 실망이외다.
 
아무리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비밀을 알았기로소니, 연잉군을 임금의 자리에 올리려 한다는 자체는 역모죄에 해당할 듯 싶은데, 비록 세자의 위질이라는 병으로 방패는 삼았지만, 동이의 위험스런 생각에 혼란스럽군요. 동이의 버선목처럼 깨끗한 마음은 세자도 왕위에 올리고, 연잉군도 왕위에 올리는 방법이라 했지만, 동이가 신내림을 받은 것이 아닌 이상, 세자가 보위에 올라 4년만에 죽어버릴 것을 알기라도 했단 말인가 싶었다지요. 

역사적으로는 지금 동이는 이현궁 사가로 나가 살아야 할 타이밍인데요, 숙빈최씨의 파란만장한 궁에서의 일대기는 사실 인원왕후의 중전 등극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숙빈방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현궁으로 나갔다가, 혼자 사는 집이 지나치게 크다해서 숙종이 규모도 줄여 버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숙종과는 단단히 틀어져 버린 숙빈최씨였어요. 사랑의 승자를 그렇게 그리지는 않을 듯 싶지만, 숙빈최씨는 이현궁으로 33세 젊은 나이에 쫓겨나가 쓸쓸하게 살다가 49세의 일기로 세상을 마감하기 까지 숙종이 궁으로 부른 일은 없었습니다. 시름시름 앓았던 숙빈최씨를 위해 죽기 2년전 아들과 함께 살라고 허락해서 아들 며느리 봉양을 받다가 하직했으니, 숙빈최씨라는 인물도 그리 영화를 누리며 산 것은 아니었지요. 
숙빈최씨의 영화는 역사적으로는 장희빈의 죽음과 함께 끝난 셈이었지요. 강력한 중전 후보였던 숙빈최씨를 견제하기 위해 숙종이 내쳤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들은 나몰라라 입니다. 하긴, 다시는 숙종 눈 앞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숙종이 동이를 내칠 수도 없고, 훗날 연잉군을 왕세제로 삼고 실질적으로 영조로 등극시킨 일등공신 인원왕후가 내치는 것도 모양새는 좋아보이지 않네요. 만약 기록처럼 사가로 나가는 동이를 그린다면, 동이가 세자와 왕실의 평화를 위해 제발로 걸어 나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동이가 사가로 나간다 할지라도, 그 '귀한 생각'으로 인간성에서는 승리의 손을 들어주겠지요. 한줌도 되지 않는 부질없는 권세를 잡기 위해 피를 부르지 않으려 했다는 '귀한 생각'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동이 외에는 귀한 생각, 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 독야청청 홀로 티끌 한점없이 푸르른 동이입니다.

사극의 최소한의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린 드라마 동이
자, 이제부터 이 드라마를 잘근잘근 씹어 보도록 하죠. 위에서 대충 토막은 쳤으니 이제 잘 다져볼 시간입니다. 우선 숙종이 법령으로 후세까지 어기지 말라고 한 후궁의 중전 금지령입니다. 후궁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교지는 역사적으로 장희빈의 죽음 하루 전에 공표된 내용입니다. 후궁이 중전에 오른 야무진 꿈의 모델이 된 장희빈의 죽음에는 인현왕후를 사술로 죽이려 했다는 숙빈최씨의 밀고가 발단이 되었지요. 드라마에서는 동이의 심부름꾼 심운택이 맡아서 했지만 말입니다.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면서 숙종은 후궁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법으로 공표합니다. 물론 왕실에 장희빈과 같은 패악무도한 후궁이 더 나올 것을 경계한 것이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는 숙빈최씨를 중전에 앉히지 않겠다는 숙종의 의도였어요. 그리고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간택하면서, 숙빈최씨는 궁 밖으로 내치고 다시는 궁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는 숙빈최씨에게서 읽혀지는 강한 권력욕, 그리고 숙빈의 소생인 연잉군에 대한 숙빈최씨의 야욕을 숙종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삼척동자도 눈치챌 수 있는 문제에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황당스럽게도 동이가 숙종에게 이같이 하라고 청을 넣었지요. 참으로 말도 안되는 착한 동이 만들기 수작입니다. 네, 이는 수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 역사왜곡에 인물왜곡입니다. 동이는 착한 것인지 바보인지 아무튼 이해불가한 인물이 되고, 가장 피해를 본 인물은 땅에 떨어진 숙종의 위상입니다. 동이의 말이 곧 법이 돼버린 조선, 강력한 군주 숙종이 이렇게 허수아비처럼 굴다니, 숙종이 지하에서 분노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하나 더 다져보지요. 동이의 목이 열개라도 그 목을 온전히 보전을 할까 싶은 동이의 연잉군 세제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제작진이 뭔가를 대단스럽게 착각한 모양인데, 이 때는 세제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을 때에요. 앞으로 족히 십수년은 흘러서 나올까 말까 했던 말이지요. 숙종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숙종도 세자의 병을 알고 있으니, 마음으로라도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동이가 이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연잉군을 세제로 만든 다음, 지금의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죽기만을 기다렸다가 연잉군을 왕위에 앉힌다? 참으로 괘씸스러운 비책입니다. 사람 앞일 모른다고 세자가 후사없이 왕위에 앉아 길고 가늘게 산다면, 연잉군은 세자가 죽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꼬부랑 할아버지 돼서 왕위에 올린다고요? 아니면 세자에게 대통령 임기제처럼 기한 정해주고, "한 4~5년만 임금하다 왕위 물려주시고, 하야 하세요" 라고 하려고요? 퍽이나 "굿 아이디어! 형님 먼저 아우후에 사이좋게 왕위에 앉읍시다. 대신 서로 죽이지만 말자고요" 하겠습니다.
저는 동이의, 아니 작가의 이런 위험스럽고 황당한 사고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동이와 함께 연잉군마저 역모죄로 죽일 수도 있는 프로젝트라는 말이에요. 도대체 연잉군을 살린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목숨인가요? 아니면 권력을 잡는 것인가요?
목숨이었다면 동이가 금을 혼사시켜 일찌감치 궁에서 나가 왕실의 후손 한 사람인 군으로 평생 살겠다는 뜻을 밝혔어야 했고, 정 그렇게 목숨을 부지시켜주고 싶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는 곳에 숨어 은둔하며 사는 방법이 나았을 겁니다. 권력의 의미였다면 중전의 자리를 마다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동이가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연잉군의 세자책봉을 추진했어야 했고요.
그런데 세자도 왕위에, 감나무에서 홍시 떨어지기 기다렸다가 세자가 죽으면, 연잉군도 왕위에 앉히겠다는 동이, 장무열이 정확하게 동이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바보".  둘 다 왕위에 오르게 해서 둘 다 살리겠다는 말만 그럴싸한 동이의 비책은 1980년대나 통했을 방법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이 사이좋게 한 번씩 했더라면, 지금의 정치판이 이따위로 개판은 덜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드라마 동이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마저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는 가공이고 창작의 영역이고 90%가 허구일 수 있습니다. 100%가 허구인 드라마도 많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숙빈최씨, 인현왕후, 장희빈, 숙종, 연잉군, 세자, 장희재, 인원왕후 등등 실제 역사의 인물이 등장인물인데, 적어도 이름을 빌려왔으면, 역사적인 사실들은 얼마만이라도 근접하게 그려줘야 했지 않았을까요? 

동이는 정말 착하고 심성 곱고, 바른 생각만 해요. 그런데 모범답안같은 동이에게서는 장무열이 느꼈던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드라마에서 동이라는 인물을 1급청정수 무결점의 인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패악무도한 장희빈이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느껴집니다. 착한 동이를 만들려다 보니 답답함이 밀려오고, 권력에 욕심없는 동이를 그리려다 보니, 숙빈최씨가 지나치게 미화되어 많은 부분 역사와는 멀어져 버렸습니다.
동이가 숙종에게 후궁 중전금지령을 내리라고 하는 것이나, 경종 즉위 1년 후에나 논의되었던 세제책봉을 20년전 앞서서 동이가 계획하고, 두사람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하고 있으니, 두사람 모두를 왕위에 올리겠다는 계획은 지나쳤어요. 연잉군에게 귀한 생각을 품는 귀한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동이의 교육관대로, 연잉군에게 군주가 아닌 군자의 길을 가르치는 어머니로서 충실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았을 거에요. 군왕으로 세우겠다는 자체가 세자와도 등을 돌리게 되는 일, 과장확대해서 본다면 세자의 죽음을 바라는 모습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쯤해서 착한 동이만들기 위해, 역사왜곡과 인물왜곡은 그만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이를 역사처럼 궐밖으로 내보내서 연잉군에게 세상 공부나 시켰으면 싶네요. 세자자리로 자꾸 쌈박질 시키지 말고 말이지요. 세자는 동이가 아닌 숙종이 지키는 것이 덜 억지스럽기도 하고요. 동이에서 실종된 것이 한둘이 아니지요. 대표적으로 장악원을 중심으로 한 궁중음악일 겁니다. 그런데 마무리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동이의 교육마저 세자와 연잉군의 눈물겨운 형제애 확인으로 두리뭉실 "동이의 천재교육 끝"! 이러고 넘어가지는 말았으면 싶습니다. 동이는 사가에서의 모습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궁궐에 있는 동이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궁밖으로 내보내 줬으면 싶습니다. 숙종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한 두번 더 엮어주고 말이지요. 어차피 연애사극으로 시작했으니 연애사극으로 끝을 보는 것이, 그나마 역사왜곡 인물왜곡이라는 비난을 덜 받는 길일 듯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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